<한일강제병합100년> ⑤무효선언보다 실리찾아야
송고시간2010-08-17 07:05
(서울=연합뉴스) 올해에는 체결 100년을 맞은 한일강제병합 조약의 불법성을 짚는 논의가 많았다. 역사학계뿐 아니라 법학계, 정치외교학회 등에서 앞다퉈 병합조약의 문제점과 미비점, 체결 과정에서의 허점 등을 지적했다. 사진은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한일관계에서 서로 기본적인 것은 인정하고 추가 논의를 하는 실리적인 태도를 강조하고 있는 모습. 2010.8.17 << 연합뉴스 DB >>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간 나오토(管直人) 일본 총리의 담화는 전반적으로 무랴아마 담화와 비슷하지만, 한일강제병합조약의 강제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봅니다."
올해에는 체결 100년을 맞은 한일강제병합 조약의 불법성을 짚는 논의가 많았다. 역사학계뿐 아니라 법학계, 정치외교학회 등에서 앞다퉈 병합조약의 문제점과 미비점, 체결 과정에서의 허점 등을 지적했다.
1천명이 넘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병합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간 나오토(管直人) 일본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지식인들의 기대와 달리 간 총리의 담화는 "한국인들의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통해 강제성은 인정했지만, 그 외에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일본이 한일강제병합이 무효라고 인정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그보다는 병합조약 100년을 계기로 한 간 총리 담화에서 식민지배가 한국인의 의사에 반(反)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번 담화가 여러모로 한국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지만, 일단 병합조약 체결 100년이 되는 해에 담화를 했다는 점과 조약 체결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내용을 포함한 점, 조선왕실의궤 등 구체적인 문화재 반환과 지원 등을 언급한 점에서 진전됐다는 평가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봇물 터지듯 넘쳐난 한일강제병합 관련 연구가 양적인 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발전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연구 성과는 1904년 한일의정서와 1905년 을사조약, 1910년 한일강제병합조약 등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상당한 하자와 결함이 있음을 밝혀냈어요. 특히 당시 통용됐던 국제법으로도 조약의 무효를 선언할 수 있는 '회담에 임하는 대표자의 강박'이 당시 실제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데에 일본의 잘못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당시 황실과 지배층이 국제 정세도 파악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했던 책임이 크다"고 한일강제병합의 책임을 내부에서 찾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 군대는 한반도에 2개 사단(2~3만명)이나 주둔하고 있었는데도 대한제국의 군대는 중앙과 지방을 합쳐 고작 8천 명에 불과했다"며 "정치지도자들이 의무를 간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강제병합조약을 한일관계의 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국제정세 속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최근 연구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이와 관련, 자주 논란이 되는 이른바 '친일파' 문제 역시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매국적 행위를 한 사람을 규탄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1930년대 태평양 전쟁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일본이 성까지 일본 성으로 바꾸게 할 정도로 강압적인 통치를 벌였던 시점에서 일본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던 지식인의 고뇌도 생각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대신 그는 "교육을 통해 이와 같은 '친일파'가 새로운 인재들로 대체해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문제 역시 한일강제병합으로 진행되는 역사적 과정에서 일본 영토로 편입됐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러일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05년에 일본이 해군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독도를 '시마네현 소속'이라고 고시한다"며 "결국 독도 역시 한국을 식민지화하려는 침략 과정에서 강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2010년은 특히 역사의식이 중요한 한 해"라며 "한일관계라는 틀로만 역사를 보면 너무 시야가 좁아진다. 당시의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관계를 봐야 일본인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양쪽에 도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멍에는 가해자가 벗겨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지만, 그게 잘 안 된다면 우리가 먼저 벗어버리는 방법이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거기서 교훈을 찾는 작업은 계속하되 과거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정 이사장은 "일본이 한일협정을 통해 배상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해 주고 새롭게 밝혀진 것에 대한 추가 배상을 논의해야지, 감정적으로 과거 배상은 무효라고 하면 의견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며 "서로 기본적인 내용을 인정해야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추가 배상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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