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8

평화어머니들은 왜 '거꾸로 성조기'를 들었나 - 오마이뉴스

평화어머니들은 왜 '거꾸로 성조기'를 들었나 - 오마이뉴스
평화어머니들은 왜 '거꾸로 성조기'를 들었나미 대사관 앞 화목 시위 200회 맞아... "미국에 대한 과잉 신뢰를 내려놓자"
17.07.16 15:47l최종 업데이트 17.07.16 15:47l
글: 고은광순(고은광순)
편집: 최은경(nuri78)


▲ 평화어머니회는 매주 화. 목에 대사관 앞 1인 시위를 한다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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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일 돌아간 영국의 반전평화운동가 린디스 퍼시는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주고 갔다. '거꾸로 성조기'가 바로 그것이다.

린디스는 알래스카 에스키모 이누이트들의 미국에 대한 저항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담아 '거꾸로 성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성조기를 불에 태우는 것보다 평화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1998년, 영국 법원은 린디스에게 '거꾸로 성조기' 사용의 합법성을 인정해주었다. 영국에는 평화운동가의 노력에 힘입어 몇 개의 미군기지가 폐쇄되고 현재 10개의 미군기지가 남아있다.


2차대전 이후 독일과의 협정을 이용해 영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인데 세계평화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린디스는 미군기지 폐쇄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전 세계가 미국이 구축한 군사망으로 점령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갑이 넘어선 나는 이제야 그녀의 말이 정확하게 이해된다.

많은 한국인들이 6.25때 미국이 아니었으면 다 죽었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국을 가장 믿을 만한 우리의 우방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 때 한국민 수백 명이 미군의 지시대로 충청도 황간 노근리의 터널에 피해 있다가 3박4일간 미군의 집중 포격으로 살해되었지만 반세기 가깝게 사실 확인이나 피해보상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도 남쪽에 사는 우리에게 미국은 거의 신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친박 태극할배들이 시위현장에 성조기를 같이 들고 나타나는 것도 미국을 거의 상전처럼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단 70여 년간 남쪽에서는 친미, 종미, 숭미를 하지 않으면 빨갱이, 간첩, 종북으로 매도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분단 70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서 무얼 했나?

1969년 포커스 레티나 훈련을 시작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RSOI,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 등 이름만 바꾸어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십년 동안 미국은 걸프전, 이라크 전 이후 수준이 달라진 무기와 엄청난 규모의 핵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들을 가지고 와 동해, 서해에서 '전쟁 실험'을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군사최강의 미국을 우방으로 둔 덕분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쪽의 군사훈련은 상대방의 불안도 부추기기 마련이다. 남쪽에서 이런 훈련을 하는 동안 북은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을까?

한국 전쟁 동안 평양에 건물 하나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폭격을 당했다는 그들이 남쪽에서 일 년이면 서너 달씩 꼬박 꼬박 핵사용을 전제로 한 전쟁실험을 하고 있는데 자구책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들은 미국을 '철천지 원쑤의 나라'라고 말한다. 하늘을 꿰뚫을 정도의 증오, 뼈에 사무치는 증오는 한국전쟁을 통해 시작되었다. 네이팜탄, 소이탄, 세열탄 등의 폭탄에 댐, 발전소, 공장 등이 모두 사라지고 페스트, 콜레라, 장티프스 등 세균폭탄까지 터뜨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참혹한 파괴를 맛보았다.

미국은 북의 78개 도시를 지도에서 완전히 없애 버린다는 각오로 폭탄을 퍼부어 원산에는 1953년 7월 27일 휴전 1분전까지 861일간 폭격을 계속했다고 한다(원산폭격). 당시 미태평양 지역 사령관 르메이 장군은 "초가집 한 채 남지 않은 북은 이제 석기시대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2017년 지금까지도 남쪽에 남아 1년에 서너달 씩 더욱 치명적인 무기들로 전쟁 실습을 하고 있으니 '미제의 앞잡이, 괴뢰도당'이라고 연일 침을 튀기며 분노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남북은 왜 70년간의 분단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 전쟁을 치른 사이라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과 일본은 원수지간이었다. 오죽하면 핵폭탄을 두 개나 투하해서 항복을 받아냈을까. 그러나 몇 년 지나서 미국과 일본은 다시 끈끈하게 손을 잡았다. 혈맹이란다.

미국은 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들에게 악감정이 남아있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도록 부추겼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나라는 도깨비 나라인 것처럼 멀리하더니 중국과는 관광, 무역, 문화교류로 이제는 끊을 수 없는 이웃이 되었다. 러시아에도 놀러가고, 베트남 관광도 활발하다.

그러니 남북이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전쟁을 치렀기 때문도 아니고 북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택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국정원, 재벌, 수구언론들이 그들인데 그들의 가장 큰 배후세력은 미국이다. 그들은 통일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분단마피아다.

무기산업으로 재미 보는 미국 경제

세계10대 무기회사 중에 7개가 미국 자본이라고 한다. 제일 큰 회사는 사드를 공급하는 록히드 마틴. 그 회사 사장 메릴린 휴슨 연봉이 370억 원이란다. 최순실, 정윤회, 김관진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록히드 마틴과 100조원의 계약을 맺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제1의 무기 수입국이면서도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맡겼다. 제1당의 정치가들은 미군 장성들을 업어주기도 하고 큰 절을 하는 등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와 외교가 실종된 틈에 미국은 대한민국이라는 호갱이 고객에게서 짭짤한 재미를 보아왔다.

트럼프는 중국의 시진핑과 악수를 하면서 뒤로는 중국과 대치상태에 있는 대만에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비롯한 신형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지난 5월 트럼프는 사우디와 123조원의 무기계약을 맺었고 앞으로 10년간 400조까지 확대한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6월에는 '테러지원국'이라고 비판했던 카타르와 거액의 무기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산 F-15 전투기 36대를 판매하는 계약은 총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2015년 무기판매액이 48조원으로 세계1위 무기수출국이었던 미국은 트럼프의 활약으로 판매액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국이라고 비난하면서 테러국을 지원하는 나라에도 무기를 팔아먹는 무기장사에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는 걸 보면서도 미국을 세계의 경찰이라고 믿거나, 미국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애를 쓴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무기는 마약과 같아서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고야 만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032번의 핵실험을 했다는 미국, 지구촌을 파멸로 이끄는 나라가 있다면 그건 바로 미국일 것이다. 지구촌에 무기로비스트 수백 명씩 풀어 전쟁을 부추기고 지구촌에 폭탄을 퍼부어대면서 지구가 멸망할 것에 대비해 우주를 개발하겠다고 나서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산과 강과 바다에 생명이 깃들여 사는 이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우주 어디에 또 있던가?

제일 센 무기는 평화다!



▲ 평화어머니회는 매주 셋째 토요일에 평화를 춤추자 플레시몹을 하고 있습니다(2016. 6.25~ ).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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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어머니회는 '전쟁을 추억 말고 평화를 일궈내자'는 뜻으로 2016년 6월 25일부터 매주 셋째 토요일에 평화를춤추자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그에 앞서 5월에 있었던 국제여성평화걷기(북쪽에서 판문점을 걸어서 남쪽으로 내려오려 했던 세계여성평화운동가들의 기획)는 박근혜정부의 비협조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류를 죽일 무기를 팔아 돈을 벌 생각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세상 어디에 악마같은 존재만 떼를 지어 태어나는 나라가 있다는 말인가? 전쟁은 정치, 외교에 무능하거나 무기장사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탐욕에 의해 비롯된다. 지혜로운 자는 평화를 일굴 것이고 멍청한 자들은 전쟁을 부추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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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생각하니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 떠올랐다. 독수리 발톱에 잡힌 채 끌려가는 병아리. 두말할 것 없이 독수리는 미국이고, 병아리는 한국이다. 알고 보니 미국은 우방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했거늘 우방이라면서 대체 어떻게 한겨레가 70년간 증오 속에 총부리를 겨누게 부추길 수가 있는가.

우방이라면서 어떻게 분단을 계속 공고히 할 생각만 골똘히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재의 미국은 무기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평화나 세계정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오래도록 한국 국민은 미국에 대해 고개를 조아리도록, 혹은 우러르도록 길들여져 왔다.

미국의 실제를 알게 되었으니 우리는 이제 미국에 대한 과잉신뢰를 내려놓을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우롱하거나 위험에 빠뜨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사관 앞에서 화목시위를 계속할 것이다. 벌써 200회가 되었다. 이제 여러분들은 화, 목요일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거꾸로 성조기'를 들고 일인시위를 하는 평화어머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린디스 퍼시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떠나간 귀중한 지혜의 선물이다.

덧붙이는 글 | 고은광순 기자는 평화어머니회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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