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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관정일본리뷰
04
INSTITUTE FOR JAPANESE STUDIES
Kwanjeong Japan Review No.04
2020.04.29
4.15총선, 코로나19, 그리고 한일관계
4.15 총선이 끝나고 보름이 지났다.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가장 주목할 내용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담론이다. 정당 득표율에서 범진보와 범보수가 엇비 슷하고, 이러한 구도가 지난 대선 때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직 완전한 주류교체로 보 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나, 민심의 선택은 의석수에 담겨있다. 혹자는 제도의 맹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국민을 우민으로 보는 시각이다. 코 로나19가 몰고 올 위기 앞에서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하는 국민은 제도가 만들어 낼 결과를 계산하며 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정당이 되었다. 이는 이번 승리가 진보-보수의 엇비슷한 세력구도 속에서 불완전한 선거제도가 만들어낸 우연한 승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진보의 압승, 보수의 참패로 요약되는 이번 총선 결과로 대한민국 주류가 보수에서 진 보로 이동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가 선거결과에 책 임지고 사퇴하는 순간, “탄핵 대통령에 이어 탄핵 총리를 퇴출시켜(박명림)” 긴 과정 으로서 촛불혁명이 완성되었다. 그것은 “민주화 30년 동안 한국의 정치권력은 좌측으 로 꾸준하고 느리게 이동해(송호근)” 이룬 결과이며,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범보수를 통합하여 해피 핑크로 옷을 갈아입고 이 미지 체인지에 성공한 듯 보였던 미래통합당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계기로 박근 혜의 옥중서한을 든다. 이 사실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박정희 프레임을 근간으로 하는 보수 산업화 세력에서 진보 민주화 세력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이번 총선 결과로 박정희 프레임에 최종적인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면, 바로 이 지점에 서 한국 사회의 주류 교체 담론이 한일관계에 주는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즉 박정희 프 레임의 한일관계 버전인 1965년 체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 극복을 요구해 온 세력 이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작년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한 뒤, 아 베 정부를 비판하는 대신, 화를 자초했다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던 야당을 겨냥한 것이 었다. 코로나19가 모든 쟁점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는 바람에 총선은 한일전을 살 짝 비켜갔다. 여당이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응으로 총선을 유리하게 전개했던 것 도 한일전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던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 주류를 교체하는 것 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제시했다. 동시에 1965년 체제의 재구축을 다음 국회의 숙제로 안겨 주었다. 이를 상징한 것이 나경원 후보를 낙선시키 고, 이수진 후보에 승리를 안겨준 동작(을)의 선택이었다.
나경원 의원은 초선의원이던 시절인 2004년 서울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친일’의 낙인이 찍혀 있던 정치인이다. 작년에는 반민특위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다시 그의 ‘친일 성향’이 비판을 받았고, 한일무역전쟁 와중에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문재인 정부 비판의 선봉에 섰던 이력이 있다.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로 있으면서도 지역구 관리를 잘해 동작(을)은 미래통합당의 아성으로 간주되던 곳이다. 거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영입인사인 이수진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이수진 당선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2018년, 양승태 사법부가 강제동원 사건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폭로하여 사법농단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서울 금천에서 당선된 최기상 후보도 강제동원 재판과 관련이 있다. 사법농단 사태 진 상규명과 사법개혁을 내건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이기도 한 그는 2016년 서울 중앙지법 판사 시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 다고 판결한 인물이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의 국회 입성도 한일관계에서 주목 할 사건이다. 그는 작년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담당하여, 대일 총력체제를 가동했던 인물이다.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한 중심인물들이 전략 공천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다는 점이 한일 관계의 1965년 체제에 가지는 함의는 매우 크다. 마침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상징 해 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에 입 성했다. 같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 표상임의장은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송환을 위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해 온 인물이 다. 기왕에 한국의 사법부와 행정부, 시민사회에서 원칙에 입각한 대일외교를 강조했 던 인물들이 입법부에 모여들어 하나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1965년 체제 재구축 의 숙제가 국민의 뜻으로 주어진 것이다.
4.15총선, 코로나19, 그리고 한일관계 Kwanjeong Japan Review No.04
반면, 그동안 대일외교의 전방에서 한일관계를 조율하고 관리했던 지일파 그룹은 여 야를 막론하고 거의 퇴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일특사로 파견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작년 7월 한일무역전쟁 와중에 국회 방일단으로 파견되었던 사람들도 대부분 국회를 떠나게 되었다.
한일의원연맹의 궤멸이 상징적이다. 의원연맹의 전 회장인 문희상 국회의장,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서, 현 회장인 강창일 의원, 현 부회장인 김정훈, 유기준, 김동철, 조배 숙 의원, 고문인 원혜영, 이주영, 원유철, 정동영 의원, 간사장인 김광림 의원, 상임간 사인 지상욱 의원 등 연맹의 중심인물들이 모두 불출마 또는 낙선함으로써, 국회를 떠 나게 되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원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정진석 부회장과 일반회원인 윤호중 의원 정도다.
그 밖에 대일외교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던 이종걸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으 며, 지일파로 알려진 이낙연 전 총리는 대선주자로 부상하면서 대일외교에서 부담을 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국회 안에서 대일외교 진영은 완전히 새판으로 짜야하는 상황이다.
실은 이미 한일의원연맹, 일한의원연맹은 심각한 기능부전에 빠져 있었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2018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41차 양국 의원연맹 합동총회 에 아베 총리는 축사도 보내지 않았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데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친서를 보내지 않았다. 한일 무역전쟁으로 연기되었다가 2019년 11월 도쿄에서 가까스로 열린 42차 양국 의원 연맹 합동총회에도 아베 총리는 2018년에 이어 축사를 보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 령이 10월에 방일한 이낙연 총리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했음에도 의원연 맹의 존재는 무시당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2019년 7월의 국회 방일단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의 면담이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무 산된 것이다. 이미 양국 간 소통과 조율을 담당하는 정치네트워크 또는 정책커뮤니티 로서 한일/일한의원연맹은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 인적 네트워크로서도 한일관계는 재구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번 총선으로 국회의 대일외교 진영에 대폭의 인물 교 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일관계 재구축은 필연의 과정이 되었다.
국회에서 인물교체가 가져온 문제는 구체적으로는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의 성립 폐기로 나타난다. 시민단체 아베규탄시민행동은 3월 17일, 총선 후보 선 택의 기준으로 ‘친일청산’을 제시하고 친일청산 4대 입법에 대한 태도를 물었다. 4대 입법이란, ‘친일망언, 피해자 모욕 처벌법’,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 법’, ‘친일반 민족행위자 훈장 서훈 취소 법’, ‘친일 반민족행위자 국립묘지 이장 법’ 등이다.
질문에 대해 21대 국회 지역구 당선자 185명(전체 253명 중 73.1%)이 현충원 내 친일파 묘 이장에 찬성했다. 미래통합당 당선자 중에서도 43명(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51.1%)이 찬성했다. ‘국립묘지 이장 법’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여야 공동발의로 준 비해서 2007년 처음 발의했지만 논의도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었다. 2013년 에는 김광진 전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폐기되었고, 2016년과 2018년에 도 시도되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한편 광복회가 추진하는 ‘독립유공자 및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등 모욕 행위 처벌을 위한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및 관련활동 동참에 대한 찬반 의견’에는 253명 당선인 중 186명이 찬성했다.
정의기억연대도 4월 1일 “21대 총선 ‘2015한일합의 후속조치 및 일본군성노예 문제 관련’ 정당별 정책질의서”를 각 정당에 전달했다. 이에 국민의당, 미래통합당, 미래한 국당을 제외한 7개 정당(기본소득당, 녹색당, 더불어민주당, 더불어시민당, 민생당, 민중당, 정의당)이 응답했다. 2018년 7월 국무회의에서 성평등기금으로 편성된 ‘일 본정부 위로금 10억엔 반환’에 대해 7개 정당 모두 반환 조치 이행을 요구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으며,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계류 중인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 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대해서도 7개 정당 모두 적극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확인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법안들도 이번 총선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 설치 법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남은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 해진다. 그러나 함께 법안을 제출한 여야 의원 10명 가운데 천정배, 원혜영, 강창일, 김동철, 오제세, 이혜훈, 홍일표, 함진규 의원 등 8명이 불출마 또는 낙선함으로써 동 력을 상실했다. 이 법안의 무게에 비춰 볼 때, 발의과정에서부터 존재 의의가 약했던 김민기(더불어민주당), 이용호(무소속) 의원 두 명이 이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인 윤미향 이사장이 국회 입성의 의지를 다진 계기 가운데 하나가 이 법안이었다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 문희상 안을 이번 회기에 강행하 는 것은 부담스럽게 되었다. 더불어시민당 공약으로 법안 추진이 언급되었다가 삭제 되는 해프닝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더불어 시민당의 최초 10대 공약문서에는 “일제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인권 회복을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진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 제정안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약속 이 1호 공약으로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 공약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숙의된 내용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삭제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문희상 법안은 치명 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민주평화당(당시) 의원이 작년 10월 25일 발의한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 지 지배 과거사 및 중대인권 침해의 진실규명과 정의 인권 실현을 위한 기본법(일제 과거사 청산 기본법)’도 같은 운명이다. 민주평화당의 정책연구소인 민주평화연구원 에서 천정배 의원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 법안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평화당이 합류해 서 만든 민생당이 와해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이에는 강창일, 심상정, 유성엽, 채이 배, 장정숙, 장병완, 김광수, 윤영일, 김종회, 박지원, 정인화, 황주홍, 윤소하, 최경환, 한정애, 전혜숙 의원 등이 참여했던 바, 심상정, 한정애, 전혜숙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채이배 의원은 불출마). 천정배 의원에게는 선거 후 문희상 법 안이 추진될 것을 예상하고 이에 ‘일제 과거사 청산 기본법’을 결합시키는 구상도 있었 으나, 민생당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추진력을 잃었다.
결국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입법은 21대 국회에서 초기화될 운명에 처했다. 국회에서 구세대를 대체한 탄핵 완수 세대가 등장함으로써 한일관계 1965년 체제의 극복을 위 한 주체적 조건이 마련되었다. 마침 상황은 코로나19 정국이다. 코로나19가 대한민 국에 위기이자 기회이듯, 한일관계에도 코로나19 정국은 위기이자 기회다.
국제관계에서 코로나19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했다. 코로나19 앞에서 유럽과 미국은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가운데, 국가 리더십 부족과 시민사회 역량 부재를 드러냈다. 유럽과 미국의 실패에 이어 중국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 데 세계질서는 미국 일극체제 이후 짧은 G2시대를 거쳐 G0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팬데믹의 세계적 확산과 그로 인한 혼란을 막지 못한 점에서 유엔과 WHO, IOC 등 국 제기구들도 상처를 입었다.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유용성을 증명한 K-방역의 한국 이 중국과 유럽-미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증대했다. 그러나 그런 희망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포스트-코로나가 드리 울 현실의 파고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포스트-코로나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예측보고서를 통해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확실’한 하나의 사실은 ‘불확 실성’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점뿐이다. 그런 가운데 총선이 끝나고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한편 일본 상황도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대처에 실책을 거듭하면서 감염폭발의 입구 에 선 일본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디플레 탈출에 실 패하여 ‘아베노믹스’의 유효기간도 끝나가고 있던 와중이다. 다만 대안이 보이지 않은 일본 정치에서 포스트-아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아베 자신이 연명하지 못하더라도 아베의 영향력이 미치는 넓은 의미의 아베 체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는 안 정적 지배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내부 모순을 키워가며 불안정한 지배를 이어가 게 될 것이다. 아베 식의 부국강병 노선은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미일동맹으 로 G2시대를 헤쳐가려 했던 전략도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와의 관계 조정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일본 외교에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대일 외교 에서 사라졌던 공간이 생기고 있다.
4.15총선 이후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한일관계 1965년 체제 재구축의 조건이 마련 되고 전망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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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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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일본리뷰>는 일본이슈 및 한일현안에 대한 전문가 칼럼을 발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소통의 장을 열고자 합니다. 서울대일본연구소가 기획하고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 필진의 글은 일본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발행인 : 김현철 편집 : 조관자, 박승현, 백아롱
디자인 : 김미리 *메인 상단 이미지 : 淡路サビスエリア(明石海大橋) 2017.05.29. 손석의(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4.15총선, 코로나19, 그리고 한일관계 Kwanjeong Japan Review No.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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