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5

<한일강제병합100년> ④학계는 어떻게 보나 | 연합뉴스



<한일강제병합100년> ④학계는 어떻게 보나 | 연합뉴스




<한일강제병합100년> ④학계는 어떻게 보나

송고시간2010-08-17 07:05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한일강제병합100년> ④학계는 어떻게 보나

(서울=연합뉴스) 한일강제병합 100년인 올해는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많았다. 역사학계에서는 강제병합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고 법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강제병합의 국제법상 무효성을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한일강제병합의 의미를 짚고 여기서 얻을 역사적 교훈을 살피는 작업도 많았다. 사진은 지난 5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검은색 뿔테안경) 등 일본측 지식인들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일본교육회관 8층 제3회의실에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2010.8.17 << 연합뉴스 DB >>


연구성과 축적.."절차.국제법상으로도 무효"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한일강제병합 100년인 올해는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많았다.

역사학계에서는 강제병합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고 법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강제병합의 국제법상 무효성을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한일강제병합의 의미를 짚고 여기서 얻을 역사적 교훈을 살피는 작업도 많았다.


특히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조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문화재 환수 등 쌓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10일 발표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담화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지만 조약 체결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 외에는 10여년 전 '무라야마 담화'와 차이가 크지 않아 학계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일강제병합 조약은 무효" = 올해 역사학계와 법학계 등에서 한일강제병합이 도덕ㆍ윤리적으로뿐 아니라 절차적ㆍ국제법적으로도 불법적인 조약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고 이를 토대로 한 학계의 '강제병합 무효' 성명이 잇따랐다.

5월에는 한일 양국의 지식인 200여 명이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일강제병합) 조약의 전문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조약의 불법ㆍ무효성을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를 1천여명으로 늘려 7월말 도쿄에서 "한일강제병합 조약은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하고 "(조약 공포 100년인) 8월29일 총리의 식민지 지배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요청서를 간 총리에게 전달했다.

역사학계 역시 한일강제병합조약의 무효성을 천명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한국 정부의 친일 진상규명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학계는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올해 조약의 불법성과 무효성을 천명해야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 제거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0일 오전 발표된 간 총리의 담화는 "한국인들의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를 명시하는 등 강제성을 인정했지만, 조약의 불법ㆍ무효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국내 학계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병합조약이 합법ㆍ유효라고 말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통절한 반성'이라고 말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합법 입장이니 우리가 이런 사과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강만길 고려대 교수는 "병합조약이 합법이라면 일제 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펼친 독립운동이 '합법권력'에 저항한 불법운동이라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강제병합..내적 요인도" = 한일강제병합의 체결에 이르는 과정에는 내적 요인이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것은 일제가 무력으로 침략했기 때문이지만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은 당시 지배층이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인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데에 일본의 잘못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당시 황실과 지배층이 국제 정세도 파악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했던 책임이 크다"고 지적, 한일강제병합의 책임을 내부에서 찾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 역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행위는 어떠한 이유나 명분으로도 결코 합리화될 수 없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나라를 빼앗긴 책임을 일본의 탓만으로 돌리는 데 급급해서 우리의 내적인 반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도 "식민지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외인론(外因論)은 한국인이 타율적이라는 일제의 식민주의 사관과 일맥상통한다"며 한국이 당시 상황과 일제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보는 내인론(內因論)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식민지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식민지 시기가 한국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런 시기였지만 그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폭넓게 세계와 소통한 시기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면서 오늘을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배상 문제와 문화재 환수 해결해야" =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배상 문제와 문화재 환수도 조약체결 100년을 계기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따른 배상을 인정하더라도 이후에 새롭게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정 이사장은 "한일협정의 배상을 일단 인정하고 추가배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로 기본적인 내용을 인정해야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추가 배상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한일협정 때 일본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받은 경제협력자금으로 건설된 기업인 포스코가 일제 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재단 설립을 검토하는 사례를 들어 "일본 기업의 배상 문제도 여기서부터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관 서울대 교수(국제법)는 "한일강제병합이 국제법상 불법ㆍ무효이므로 일본이 원상회복과 금전배상 등의 '국가 책임(State Responsibility)'이 발생한다"며 "불법적으로 반출되거나 굴욕적으로 전시ㆍ활용되는 문화재의 반환은 '원상회복'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0일 발표된 간 총리 담화는 조선왕실의궤 등 일부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규모와 범위, 절차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comma@yna.co.kr

관련기사

<한일강제병합100년> ④학계는 어떻게 보나
<한일강제병합100년> ⑤무효선언보다 실리찾아야
<한일강제병합100년> ⑩과거사 청산
<한일강제병합100년> ⑫북한은 어떻게 보나
<한일강제병합100년> ⑨100세 신경순 할머니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