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소설읽기] 『화상보(華想譜)』, 유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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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2005. 4. 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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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보(華想譜)·유진오
줄거리
장시영은 식물학 방면에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주 성실한 청년이다. 김경아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질을 살려 일본 동경의 음악학교를 거쳐 서양을 여행하며 음악 수업을 한 그의 약혼녀이다.
맑은 가을날 오후, 수원역 플랫폼에서 한 사나이가 대륙행 특급을 기다린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가 되어 귀국하는 연인, 경아를 기다리는 장시영이다. 〈오후 사십오분 착 경 아 착〉 그는 다시 포켓에서 전보를 꺼내어 본다. 소프라노 가수 김경아는 그의 약혼녀이면서 동경에 유학하고 이어 베를린에 가서 성악을 전공한 다음 파리에서도 공연하여 호평을 받은 ‘동양의 꾀꼬리’다. 장시영과 김경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장시영이 수원고농 학생 때 그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식물채집차 금강산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그는 경아 모녀를 만났다. 경아 어머니가 먼저 시영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리하여 딸의 장래를 그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수원역에서 차가 멎자 시영은 특급 열차에 오른다. 경성역에 도착하기까지 경아와 동행하기 위해서다. 그는 처음 3등과 2등칸을 차례로 살핀다. 그러나 뜻밖에도 1등칸에서 안상권과 다정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아를 먼발치에서 발견한다. 그는 그런 자리에 불현듯 나타나기가 망설여진다. 그리하여 경성역까지 그녀의 금의환향을 제대로 환영해 주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경성역에 도착하자 경아는 곧 환영객에 에워싸인다. 그런 틈새에서 시영은 그저 목례를 건넬 수 있을 뿐이다. 한편 경아는 안상권의 권유로 숙소를 조선호텔로 정한다. 그곳을 장시영이 찾아간다. 그러나 거기서도 경아는 안상권과 함께 있거나 여러 명사들이 함께 있다. 그리고 경아의 태도도 아주 석연치 않다.
장시영이 수원고농에 다닐 때는 장차 식물학자가 되겠다는 푸른 꿈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한 부친이 별안간 타계해 버리자 그는 가족을 위해 취직을 한다. 지금 그는 육영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이태희 옹이 교수로 있는 경성실업학원의 교사로 봉직중이다. 그러나 학교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서 여러가지 애로가 많다. 겨울에도 연료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교무실조차 제대로 난방을 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어느 날 교주가 그를 보자고 한다. 시영이 그를 집으로 찾아가자 이태희 옹은 학교를 제대로 만들 의론을 시영에게 한다. 그는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50만원 정도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자신은 그 만한 자산을 한꺼번에 출자할 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약 15만원 정도를 내어놓을 테니 그것으로 학교를 제대로 경영해 갈 방안을 시영에게 강구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기의 딸 영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향을 묻는다. 영옥은 본래 시영의 누이인 보순이의 친구다. 그리고 누이를 통해서 넥타이를 선사하는 등 상당한 호의도 보인다. 그러나 시영의 머리에는 경아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학교경영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혼인문제는 명확하게 선을 그으면서 말한다. 그에게는 약혼자가 있다고 밝힌다. 그의 말에 이태희 옹은 조금 서운해한다.
한편 김경아는 언제까지 조선호텔에 묵을 수가 없다. 그는 거처를 옮기려고 한다. 그걸 안상권이 알아차리고 잘 지은 양옥을 빌려서 쓰도록 한다. 경아도 그 집이 마음에 든다. 그 집에는 여러 명사들이 출입한다. 경아가 있는 가희동 예술인의 집에 장시영이 찾아간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런 집에 있느냐고 경아를 나무란다. 경아가 여관방 신세보다 낫다고 하자 그는 다시 말한다. “낫다니요. 이 안 헐 말로 남들이 첩 살립 놨다구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경아는 그 집에 눌러 산다. 안상권은 그녀에게 피아노를 사준다. 그리고는 어느 추운 겨울, 밤이 늦어서 나타나 경아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한다. 경아가 그걸 받아들 일 수 없다고 하자 잠자코 돌아간다.
그 후 시영의 모친이 앓아 눕자 이영옥이 문병차 찾아온다. 거기에 보순이의 약혼자인 최원목도 자리를 같이한다. 그 자리에 김경아가 나타난다. 영옥과 경아는 시영을 사이에 놓고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러다가 일행은 영화구경을 나선다. 그 자리에서 경아는 다방에서 이복희와 마주 앉아 있는 안상권을 발견한다. 그녀는 시영에게 음악회 일로 상의가 있어서라면서 자리를 뜬다. 시영은 거듭되는 경아의 거짓된 모습을 발견하면서 심경이 어두워진다.
그 후 장시영의 일은 더욱 꼬인다. 그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교주가 급서한다. 그리고 새 교주가 된 명곤은 전혀 학교를 잘해 가려는 뜻이 없다. 그의 누이동생인 영옥은 명곤과 뜻이 맞지 않는다. 영옥은 가출해서 어느 회사에 취직을 한다. 그런데 그 회사의 비서가 흉물스럽다. 어느날 요정으로 불러서 봉투를 건네준다. 거기에 돈 100원이 들어있고 비루한 수작이 쓰여있다. 영옥은 그걸 팽개치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시영의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입원한다. 그들에게는 치료비가 없다. 그 치료비를 영옥이 찾아와서 주선해 준다. 그러나 그걸 안 시영 끝내 돈을 되돌려준다.
한편 신문에는 김경아와 안상권의 약혼 기사가 실린다. 그리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 김경아는 안상권의 마수에 떨어진다. 그 후 둘은 곧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그와는 달리 영옥은 오래비인 명곤에게 시달린다. 그는 변호사인 권덕렬에게 재취로 시집을 가라고 누이를 윽박지른다. 영옥은 그걸 거역하다가 마침내는 가출을 해버린다. 명곤은 그 빌미가 시영에게 있다고 생떼를 쓰면서 영옥이 있는 곳을 대라고 한다. 이게 증거라며 영옥이 쓴 일기를 들이댄다. 일기장에는 시영에 대한 영옥의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이런 북새통에도 시영은 식물학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모친은 결국 별세한다. 그리고 누이도 약혼자를 따라 결혼하여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려서 나간다. 또한 크게 피로연까지 떠벌리고 김경아는 안상권과 약혼을 한다. 어느날 그녀의 집에는 안상권의 전처인 홍영희가 나타난다. 그녀는 안상권이 자기를 재취로 이끌어들인 남자라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전처의 소생이 있다고도 한다. 결국 김경아는 안상권의 셋째 부인이 되는 셈이다. 그녀 앞에는 어느날 변호사 권덕렬이 나타난다. 그는 안상권과 이복희가 간통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복희의 남편 한수만의 의뢰로 배상 교섭을 벌리기 위해 찾은 것임을 밝힌다.
한편 장시영은 누이을 여의고 집도 처분을 한다. 그리고 그동안 연구성과를 학계에 발표한다. 그의 논문은 높은 학술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리고 모교인 수원고농에서 그를 교수로 초빙하겠다는 통지가 온다. 그걸 누이가 와서 기뻐해 준다. 그런데 그 자리에 명곤이 나타난다. 그는 완전히 당황해 있다. 누이인 영옥이 유서를 써놓고 가출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영옥의 또 하나 편지는 시영에게도 온다. 거기서 그녀는 시영의 성공을 신문에서 보고 아주 기쁘다고 썼다. 그러나 자신은 오빠 등살에 못 이겨 죽으려 한다고 적어 놓았다. 시영과 명곤은 허둥대면서 영옥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부산에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구조된 영옥을 만난다. 시영은 비로소 그녀에게 깊은 사랑을 느낀다. 둘을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 그리고 다시 동경학회의 초대로 바다를 건너간다.
경아는 안상권의 계속되는 방탕이 드러나자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베를린의 옛 선생으로부터 다시 독일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들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약혼에 실패하고 사랑하던 시영도 떠나 버려, 고민하던 경아는 갈 곳이 없다. 시영이 일군 학문적 성과는 일본 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뜻밖에 시영은 동경에서 가수겸 댄서로 일하는 경아를 만나게 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38년 《동아일보(東亞日報)》에 연재한, 유진오가 쓴 유일한 신문 연재 소설인 동시에 장편소설이다. 대중에게 읽혀질 수 있는 이야기나 구성이 잘 갖추어진 작품이다. 특히 그 문장이 깔끔한 것이 이 작품의 특색이다. 『화상보』는 당시 인텔리층에 만연되어 있던 데카당스와 그에 반대되는 제로이즘을 대립시킨 애정의 편력을 보여준다. 우리는 식민지 지식인 장시영을 통해 ‘식민지 하에서 자기 의식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일제 시대의 정신’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상보』는 그 발표 시기와 내용으로 볼 때, 그 동안 현민 유진오의 문학 세계가 총결산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현민이 초기작에서 고심했던 지식인의 현실 대응 문제, 작가적 태도의 전환을 선언한 후에 나타난 일상사의 이모저모, 순수한 사랑과 애욕의 갈등, 옛 것과 새 것, 가난과 풍요로움의 대비, 그리고 자본주의로 탈바꿈하려는 사회의 모습 등의 다양한 면모 중에서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한 주된 관심의 방향은 식물학자인 장시영의 삶의 방법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모든 구성 역시 장시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장편소설
·배경 : 시간-일제 말기. 공간-서울 주변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일제 치하 지식인의 애욕과 갈등.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와 비극성.)
·출전 : 《동아일보》 (1938)
등장 인물
·장시영 : 식민지 현실에 짙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독학으로 식물 연구에 몰두하는, 경성중등실업학원 교사.
·김경아 : 소프라노 가수. 동경 음악 학원과 베를린 국립음악학교 출신.
·안상권 : 경아의 후원을 자청하고 나선 청년 실업가.
·이영옥 : 제국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여성으로 장시영을 사모함. 실업학원의 설립자 이태희 옹의 딸. 자살소동 끝에 장시영과 결혼한다.
·이태희 : 경성실업학원의 교수이자 설립자. 육영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노교수로 이영옥의 아버지.
·이명곤 : 이태희 교수의 아들로 영옥의 오빠. 아버지가 죽자 경성중등실업학원의 새 교주가 된다.
·보순이 : 장시영의 누이동생. 이영옥과는 친구.
·최원목 : 보순의 약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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