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떨어진 놈들”
현충원 참배하는 ‘선구자’의 통큰 결단에 딴죽 거는 세력에게
황보윤식 논설위원
기사입력: 200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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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격적으로는 평등하다. 그러나 하는 짓거리로 보아 전혀 평등하게 대할 수 없는 못난 것들이 가끔 있다. 평등하게 대해 줄 수 없는 자들을 일컬어 옛 우리 어른들은 “덜 떨어진 놈”이라고 혀끝을 차곤 했다. “덜 떨어졌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이 말의 뜻은 우리말에서 대체로 “너무 어리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까분다”, 탯줄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사람답지 못한 놈”이다.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마마보이 같은 놈”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오늘은 이 “덜 떨어진 놈”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다.
민족해방 60주년을 맞이하여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8·15민족대축전’에 참여하는 북쪽대표단이 선지자의 자세로 14일 오후 2시 서울 동작동의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고 전해진다. 북의 대표단이 현충원 참배를 하는 것은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것은 남보다 북이 먼저 과거를 털어버리고, 현재의 화해, 미래의 통일을 실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른바 보수단체 일부에서 북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를 저지하기 위하여 14일 오전 10시부터 현충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북한대표단이 참배를 위해 묘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죽인 시체를 구경하기 위해, 기만적인 적화통일 술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현충원에 기어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민망스런 막말을 하였다.
우리는 아직도 냉전적 반공이념(자기 엄마)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마마보이, 21세기 반성의 시대, 화해의 시대에 세상물정도 모르고 막 까부는 이들을 “덜떨어진 놈”이라 한다. 도대체 이들 “사람답지 못한 놈”들은 6.25민족전쟁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알기나 한지 모르겠다. 이들에게 6.25민족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교육상 말해두는 게 좋을 듯하다.
1945년 8월 15일 민족이 일제의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미국 등 이해관계국들에 의해 민족이 분단되었다. 민족의 영구한 이익을 배반당한 채 분단지역에서 분단국가 대한민국(이하 남)과 분단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을 수립하고 각각 이념을 달리하는 민족사회를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의 상부구조는 북에서 축출되어 비굴하게 남으로 도망 나온 친일분자와 일제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사쿠라처럼 충성을 맹세한 자발적 친미사대주의자들이 합세하여 친미반공세력을 형성한다. 이들 친미반공세력들은 날마다 터무니없는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북을 끊임없이 공격하였다.
그러자 북의 김일성은 무모한 이승만의 북진을 우려하여 사회주의 동맹, 즉 소련 및 중국과 상호 군사비밀협정(1949.3.18)을 맺고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해 나갔다. 그리고 항일독립투사였던 김일성은 민주기지론에 기반한 국토완정론(國土完整論)을 내세워 남진통일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남쪽정부를 친일파 민족반역자 집단으로 규정하였다.
이렇듯 6.25민족전쟁은 민족내부의 정통성(남은 친일세력이 세운 정권이었고, 북은 항일세력이 세운 정권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권이 한반도의 정통성을 갖느냐는 문제)과 이념의 대립이 근본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각 분단국가 내부의 사회상황도 작용하였다. 남은 계속되는 군부반란(박정희가 가담한 것도 있음)과 정치ㆍ경제적 불안으로 정권의 불안전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북은 다방면에 걸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비교적 안정된 정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이승만은 국내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밖으로 돌리고자 했다.
(늘 역사 속에서 독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에 분단국가 외적 요인도 6.25민족전쟁을 부채질하였다. 이 무렵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반공전략 기지’로 일본을 설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일본의 자본주의의 급성장을 서둘렀다. 이 전략에 따라 일본의 군수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반도에 이념전쟁을 획책하였다. 이러한 음모에서 나온 미국의 정책적 수단이 사회주의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한반도정책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에치슨 라인’(1950. 1.12)이다. 미국의 계략은 맞아떨어졌고 사회주의 동맹은 이에 자극되어 총공세로 나왔다.
이렇게 6.25민족전쟁은 민족공동체 내부의 친일과 반일의 정통성문제, 냉전의 산물인 이념의 대립, 미국의 동아시아에서 전략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어났다.
북의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하겠다는 것은 이런 과거 남과 북 민족상잔의 비극을 털어버리겠다는 의미일 게다. 이는 이유가 어찌했던 간에 미래의 통일을 향한 과거 상처의 치유와 현재의 화해를 담는 숭고한 선구자의 자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겸손한 선지자의 태도를 용도 폐기된 반공이념을 가지고 “적화통일” 등 시대착오적 용어를 써가면서 현충원 참배반대 운운은 ‘덜떨어진 놈’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제 “보수다. 진보다” 하는 낡은 개념에서 깨어나 ‘민족통일’의 서막을 열 때가 아니런가. 제발 “깨어야 한다. 깨어야만 한반도 공동체가 산다. 낡은 사고는 부셔야 한다. 반공, 친미의 낡은 사고를 부셔야 한민족이 산다.”
황보윤식
황보윤식 논설위원(문학박사, 동양사)은 현재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동양사를 가르치고 있다.
79년 유신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문화혁명론'을 주장하여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된 바 있고, 81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감옥을 갔다왔다. 지금은 반미운동과 통일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외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연대모임 공동대표, 통일연대 학술위원, 인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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