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대통령이 안돼서 다행이다.
벌써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피는 걸 보면 염천(炎天)이 시작됐다. 염천에 염장지르는 소식들만 들리니 안팎으로 고루 익는게 전자렌지 안에서 돌고 있는 것 같다.
한때 JTBC 뉴스룸만을 보던 시절 가장 인상적인 멘트는 "한발 더 들어간 뉴스..."였다. "땡전....."이후로 가뭄에 소박비 같아서 들을 때마다 싱그러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타블로이드만도 못한 기사들을 쏟아낸다. 한국 언론에 기대할 것이 없어진 상황이 이제는 실망스럽거나 이상하지가 않다.
대통령 아내가 몸빼를 입든, 대통령이 빈 화면을 보든, 덜 떨어진 아해가 정치판에서 펼치는 희극같은 활극과 한물간 여배우의 넋두리까지 비싼 장비와 인력들여 전파와 지면으로 실어나를 소재는 아닌 것 같다.
독자생존은 아득하기만 한 나라에서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라 안 사정은 이대로 굴러가도 괜찮은건지, 일반인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언론의 존재 이유를 되짚어 볼 기사라고도 한 토막도 찾기 힘들다.
최소한 일기예보 정도의 역할은 해야 되지 않을까. 먹구름이 몰려오니 제방을 살펴봐야 한다든지, 장마철 유의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하는 따위의 뉴스 말이다. 굳이 벽지를 들춰서 곰팡이를 제거하라는 정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벌써 소나기와 벼락이 내려치기 시작했는데 언론은 환관질과 광대노릇에만 여념이 없다.
지지율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무한질주가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뒤이은 멘트는 낯익다. "국민만 생각..." 익히 들어오던 멘트다.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산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여쭤보고..." "국민의 판단에...." 그들에게 국민은 어떤 존재이며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윤석열은 이미 국민에게 모든 걸 보여줬고, 예고했으며 적어도 스스로는 속이지않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실망했거나 이럴 줄 몰랐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나마나 입만 아프다. 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직접선거를 하지않겠다는 말과 같다.
하매나 하매나(이제나 저제나의 경상 사투리) 지켜보는데 도무지 어린(나이가 아니라 생각이나 하는 짓이...) 종내기 하나의 땡깡질에 대갓집 기둥뿌리가 뽑힐 지경이다.
얼마나 집안 어른들을 하찮고 우습게 봤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고, 겉은 번지르르 대갓집인데 알고보니 족보 산 상놈 집안인걸 알게되는 계기도 된다.
얼마나 곳간이 텅텅 비었길래 집안 분란만 일으키더니 미국으로 개타고 말장사하러 떠난 당숙도, 하구허난 사업실패로 선산 갉아먹는 삼촌도, 위아래 몰라보고 밥상 뒤집기 일쑤인 이 종내기까지 소중한 자산이라고 감싸는 건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볼 량이면 저런 종내기를 집안에 들인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감싸고 돌아서 이런 사태까지 몰고 가는 건지, 앞으로 이런 일이 번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숙의해야 한다. 번드르르한 말잔치만 벌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아는 삼권분립 들먹일 것 없다. 2년 뒤 입법부의 형세가 어찌될 지 모르지만 행정부와 사법부는 윤석열 재임중에 확고하게 극우 수구세력의 토대를 다질게 분명하다.
대법관 13명 중 12명과 헌재 재판관 전원이 교체된다. 그런데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공화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긴 어려울 것은 불보듯 뻔하다.
조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이에나같은 검찰의 이빨을 견뎌낼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조국보다는 허물도 약점도 훨씬 많을게 분명하지 않은가. 게다가 사법부까지 장악한 뒤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환경이다.
썩은 고기는 넘쳐나고 경쟁자나 상위포식자가 전무한 사바나에서는 하이에나가 백수의 제왕이다. 군부독재는 들어봤어도 검찰독재라는 초유의 사태에 국민은 불안하다.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지점은 이런 것들이다.
천불이 나는 속을 식히려면 냉철한 자기 검열이나 분석보다 나은 게 없다.
나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지 않은게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재집권하지 못한 건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재명의 당내 입지는 허약하고 인재 풀은 좁으며 사람보는 안목은 낮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사태가, 황교익의 임명시도와 박지현의 발탁이 이를 증명한다. (나는 아직도 황교익이 관광공사 사장감이라거나 박지현을 청년정치의 대표주자라고 옹위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정권 연장에 실패하고 와신상담해도 모자랄 판인 민주당이 펼치는 저질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 정권을 유지한 것조차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의 민주당으로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나왔던들 기대와 희망은 커녕 실망과 후회만 커졌을 것이다.
이미 수차례 밝혔지만 나는 이재명을 지지했다.
뛰어나서라기보단 그만한 인물이 안보여서였다. 미래의 기대보다는 과거 이력으로 판단했다. 말보다는 행동, 공약보다는 실천에 가점을 준 결과다. 먼 얘기지만 차기 대선에 그보다 나은 인물이 나타난다면 지체없이 갈아탈 것이다.(국민이 누리는 유일한 권력이자 빼앗길 수 없는 무기다.)
하지만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한 근본없는 인간군상들이 펼치는 진흙탕 싸움을, 그렇게 느닷없이 권좌를 차지한 인물의 위태로운 처세를 보고 있으니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는 이재명이 당대표에 출마하기를 바란다.
민주당 내 썩어가는 고인 물을 교체하고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당부터 장악하고 개혁적있고 실력이 검증된 인물들로 진용을 짠 후에 대권을 노리는 수순이 나중을 위해서도 나을 것 같다. 만약 지금 상태로 지난 대선 도전에 성공했다면 식물국회가 아니라 식물대통령이 될 뻔 했다.
그래서 문제투성이인 대통령 임기도 재론하게 되길 내심 기대한다.
당대표가 되면 부나방같은 정치인들이 몰려들테고 많은 정치 지망생들과 조력을 빌미로 입신을 도모하는 인재들이 악수를 청할 것이다.
보다 넓고 풍부해진 인재 풀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로서는 안목을 높이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된다. 나같은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를 다시 검증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하고 그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인간 문재인을 좋아한다.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의 업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정치가 그리고 리더로서의 문재인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훗날 역사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시대를 공유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움과 실망만 남는다.
나는 이재명이 문재인의 공과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공부했으면 한다. 김대중의 정치력과 노무현의 실패와 좌절을 거울삼기를 바란다. 그래서 제2의 문재인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그에게는 잡초같은 근성과 스펀지같은 학습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남아있다고 믿는다.
64년생 이재명은 충분히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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