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은이)내인생의책2019-09-24
전자책
12,800원
책소개
저자는 ‘페미니즘의 수용’을 기준으로 구분선을 뚜렷이 그으며, 남성들에게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선택을 과감히 요구한다. 남성 중심적 질서라는 타성에 젖은 채 있지도 않은 ‘남성차별’을 내세우며 억울함과 자기 연민만을 되뇌는 ‘도태남’으로 남을 것인지, 과거를 성찰하고 인권을 고민하고 혐오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업데이트남’으로 변모할 것인지.
“올드 보이들은 억울할 것이다. 앞서 ‘혐오’라고 일컬은 것들은 그들에겐 관습이었고, 권장되는 일이기까지 했다. …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젠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시선과 잣대로 세상을 규정하는 관습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142쪽) 다행히 선을 넘는 첫걸음은 어렵지 않다. ‘올드 보이’로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작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향해 혼자 가지 않는다. 느리더라도 다른 남성들과 함께 한 걸음의 진보를 내딛고자 한다.
목차
저자의 말
추천의 말
01 평등한 관계가 그렇게 어려우세요?
• 친절하게 웃어 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어떤 고백은 폭력이 된다
• 왜 안 만나 주냐고 협박하는 김유정의 후예들
• 일상의 홀로코스트, 아내를 때리는 평범한 남자들
• “죽도록 팰 수 있어” 발언, 농담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 남자가 둔감하게 살 수 있는 이유
• 무례하고 뻔뻔해도 괜찮아, 여자들은 빼고
•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 아빠들의 이상한 ‘딸 품평회’
• 무통분만=불로소득? 진짜 불로소득자는 따로 있다
• 여자 친구 죽인 남자에게 감정이입 하는 사법부
• 〈나의 아저씨〉가 보여준 한국 남자들의 ‘집단적 자기 연민’
• 식탐남의 탄생
02 단언컨대, 남성혐오는 없다
• 20대 남성은 왜 억울한가: 불공정함이라는 착시 현상
• 남자들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결과가 고작 ‘우유 당번’?
• 남자들은 가해자이고, 분노할 자격이 없다
• 친구를 ‘몸평’하는 비열한 남자들
• 때리고도 당당한 폭력 남편: 이빨 드러낸 가부장제
• 대림동 여경 혐오 사건: 왜 여성은 언제나 증명해야 하나
• 배텐 막내 작가의 부당 전출, 여성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남성들의 ‘조리돌림’
• 여신 아니면 마녀, 여성 음악가가 배제되는 방식
• ‘저년’과 ‘화냥기’라는 말 없이는 예술 못 하나요?
• 이창동이 말하는 ‘청년’에 여성은 없다
• 당신도 ‘안희정들’ 중 하나입니까?
• 임신 중절, 뒷짐 진 국가와 무책임한 남자들
• 명징과 직조, 그리고 나꼼수식 반지성주의
03 여성과 남성의 일상은 결국 다르다
• 뚱뚱해도 잘 사는 남자들, 살아남기 위해 살 빼는 여자들
• ‘검정치마’ 여성혐오 논란의 핵심, ‘홍대 인디신 남성성’
• ‘여자 밥’ ‘남자 밥’이 왜 따로 있어야 하나요?
• 황교익은 왜 모성 신화에 집착하나
• 명절이란 무엇인가: 가부장제 심폐 소생술 하는 날
• ‘미미쿠키’는 되지만 ‘샤넬’은 안 돼! - 여성 소비를 혐오하는 남성들의 계산법
• 경찰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그 화장실이 남자들 차지가 된 이유: 성차별적 도시 공간의 남성 중심 설계
• 나혜석의 조카 손녀, 나문희가 연기한 ‘여성의 얼굴’
• 박원순의 위력, 안희정의 위력
• 가부장의 시대는 끝났고, ‘땐뽀걸즈’는 떠날 것이다
• 산이 씨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04 도태와 변화, 그 사이에 놓인 남자들
• 한국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 ‘나 정도면 괜찮아’라는 남자들의 오만함
• 당신은 잘난 여성을 만날 준비가 됐습니까?
• 유흥탐정이 성 구매 남성들에게 미치는 영향
• 하나도 웃기지 않습니다
• 이대로 두면 남자아이들은 또 여성혐오자로 자란다
• 불법 촬영물 보는 남성들이 세워 준 양진호 왕국
• 갈림길에 선 남자들, 이대로 도태되실 건가요?
• 세계 여성의 날, 노회찬과 김근태에게 남성의 길을 묻다
• 남성들이 함께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의 말
주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회사 근처 뷔페식 식당에 갔다. 젊은 여자 사장님이 유난히 친절했다.
P. 34
김유정이 박녹주의 인력거를 세워 죽이지 않겠다고 한 뒤, 기껏 뱉은 말은 “너는 혹 내가 돈이 없는 학생이기 때문에 나를 피하는 거지?”였다. 자신을 무시당하고 멸시받는 피해자로 믿고 자조하면서도, 동시에 가해할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힘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한국 남성들이 가진 모순이다.
〈왜 안 만나 주냐고 협박하는 김유정의 후예들〉 중 접기
P. 103
남성들은 여성들이 고통을 전시하며 약자인 척한다고 이죽댔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대체 저 사례를 고통의 영역에 넣을 수 있을까 싶은 게 대부분이었다. 남성들의 하소연을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에 비교해 보면, 오히려 누가 사회적 약자인지 명백하게 드러날 뿐이다.
〈남자들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결과가 고작 ‘우유 당번’?〉 중 접기
P. 109
한 작가는 2015년에 “나는 ‘몰카’와 ‘유출영상’을 본다. …… 몰카나 유출영상에는 ‘사랑’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악가가 2014년에 발표한 〈야동을 보다가〉라는 곡에는 “나랑 사귈 때에 너는 저런 체위 한 적 없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내 XX가 더 크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들이 저런 글과 가사를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작가의 글은 소위 ‘국산 몰카’를 찾아본다는 남자들 대다수의 생각과 다를 게 없고, 음악가의 가사는 불법 촬영물을 본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상상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가해자이고, 분노할 자격이 없다〉 중 접기
P. 113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성욕을 드러내고, 여성을 성적으로 평가하고, 성 경험을 자랑하는 것이 매우 ‘공적’인 일이다. 즉, 사회생활의 일부다. 군대에서 만난 남자의 절반 정도는 원나잇이나 성 구매에 대해 아주 쉽게 떠들었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도 별 거리낌이 없었다.
단순히 “성관계를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갖 성희롱적 언사가 양념처럼 들어갔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주체가 아닌, ‘성애화된 몸’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친구를 ‘몸평’하는 비열한 남자들〉 중 접기
P. 142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올드 보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그 좋았던 ‘옛날’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마음껏 ‘혐오’하고도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던 시절을 뜻한다. 흑인을 조롱하고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고, 장애인의 행동이 개그의 주요 소재가 됐던 그때. 시의 화자가 빨랫줄에 걸린 속옷을 보면서 여성의 가슴을 상상하고(복효근), 여성을 때리고 나서야 자아를 찾고(박남철), 여성을 ‘조립식 침대’라고 대상화하며 잘 길들여 준 여성의 옛 남자에게 감사한다던(류근), 그것들이 떳떳하게 ‘문학’의 이름을 가졌던 그때.
〈‘저년’과 ‘화냥기’라는 말 없이는 예술 못 하나요?〉 중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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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수많은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학우들의 외모 순위를 매기고, 길을 걷던 나를 붙잡아 성추행을 하고, 회사의 남성 직원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로 연봉이 오를 예정이라 말하고, 초면에 밥을 한 번 먹었을 뿐인데 헤어질 때 기어코 포옹을 하려고 하던 어떤 얼굴들. 차마 여기 다 적을 수 없는 모멸적인 삽화들. 그들은 나를 포함한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특질이 묵살된 채 오로지 여성이라는 정체성 혹은 몸뚱이로만 환원되는 경험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몇 번이고 이를 악물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길에 도움이 되는 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연대다. 실존하는 고통 앞에서 어떤 이들이 자신이 겪는 일이 아니라고 무시해 버리거나 그 고통을 피해의식으로 취급해 버리거나 다 그런 건 아니라는 변호를 할 때, 그래서 끓는 분노에 지쳐 피곤함마저 들 때 함께 분노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큰 응원이 된다. 그리고 박정훈 기자는 그 분노를 정제된 언어로 꾸준히 표현할 수 있는 작가다.
“‘남성 페미니스트’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남성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있다. 그렇다. 여기에 그 답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책이 있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도 말하듯 남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쉽게 후한 평가를 받기에, 남성이 페미니즘의 스피커 자리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정당하다. 그러므로 “침묵하지 않겠다”는 허울뿐인 말을 뛰어넘는 이 책은 그 얼굴들에게 건네져야 한다. 저자 자신마저도 부끄러워하는 과거의 모습을 당신에게서 발견한다면, 만약 그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변화의 첫걸음을 떼었다. - 김겨울 (유튜버·MBC 표준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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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정훈 (지은이)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면서 젠더 부문 기사를 쓰고 편집하고 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전문위원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기자협회보 정기 칼럼 ‘스페셜리스트ᐨ젠더 부문’ 담당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대안적 남성성을 제시하는 책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2021),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2019)이 있다.
최근작 : <[큰글씨책] 젠더와 미디어 경험 : 뉴스, 게임, 커뮤니티, 리터러시>,<젠더와 미디어 경험 : 뉴스, 게임, 커뮤니티, 리터러시>,<우리는 이어져 있다> … 총 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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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단언컨대, 남성차별·남성혐오는 없다”
여성혐오와 자기 연민으로 얼룩진
한국 남성 문화를 고백하며
페미니즘으로의 연대를 외치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사 년이 흘렀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그동안의 격렬한 논쟁은 이제 남성차별과 남성혐오라는 키워드를 우리 사회 전면으로 불러냈다.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남성들은 ‘솔직히 요새는 여성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다’ ‘가부장제 그거 다 옛날얘기고, 요즘은 남자도 차별받는다’ ‘여자들의 남성혐오는 더하다’라고 부르짖으며 자신의 일생이 얼마나 비루하고 억울한지 전시한다. 언론 매체도 남성들의 목소리를 부채질한다. 중앙일보에서는 “20대 남성도 약자”라는 기사를 내고, MBC스페셜에서는 “이 남자, 분노하다”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최근 1년 새 네이버 검색어 빅데이터 추이를 보면, ‘남성혐오’라는 키워드가 검색되는 양이 ‘여성혐오’ 키워드를 점차 따라잡고 있고, 때에 따라 역전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에 본격적인 ‘백래시’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묻는다. 과연 2019년 한국 사회에서 ‘남성차별’과 ‘남성혐오’라는 개념은 성립 가능한 것인가? ‘사회’라는 것의 태동에서부터 늘 ‘정상’이자 ‘보편’의 위치를 독점해 온 남성들이, 차별적 대우, 혐오의 시선, 실존의 공포에 휩싸인 여성의 삶, 즉 타자로서의 삶을 한순간이라도 진정 경험해봤다고 언급할 수 있는가? 남자들이 자신의 삶에 관해 툴툴댈 때, 여성들은 ‘여성스러움’이라는 말로 포장된 코르셋에 갇혀 자랐고, 남성을 만날 때는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을 수시로 걱정해야 했으며, 결혼하자마자 경력이 단절된 채 남편의 ‘노동 보조자’가 되어 독박 육아로 아이를 길러내고 가사 노동을 전담하다가, 집안에서 돈 쓸 일이 많아지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비정규직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러한 삶의 경로에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공포는 기본 전제인 양 깔려 있었다. 으슥한 골목길, 음습한 화장실, 혼자 사는 원룸은 물론, 이성 교제, 대중교통, 가정생활 등 일상을 수행하는 모든 나날에 여성들은 ‘누군가 맘만 먹으면 나를 해할 수 있다’라는, 언제든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
2019년 오늘의 한국 남성 주류 문화 속
‘여성’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남성들이 말하는 남성혐오는 사실 그간 남성들이 ‘여성’을 자의적으로 정의하던 남성 중심적 젠더 관념에 뿌리내린다. 저자는 한국 남성 주류 문화가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형상화해왔는지 다음과 같이 폭로한다.
1) 성애의 대상이었다. 여성 알바생이나 여성 직장 동료가 친절하게 웃어주면 자기 멋대로 호감 신호라고 해석해 무작정 들이대고, 집에서는 다른 남성이 몰래 찍어 유포했음이 분명한 불법 촬영 영상을 다운받아 보며, 대학교 남자 학우 단톡방에선 같은 과 여성 학우의 외모와 몸매에 대해 ‘품평’한다. 한국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성 구매 경험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을 ‘성애를 해소하기 위한 신체’로 여겨왔다.
2) 엄마의 표상이었다. 허울뿐인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가사 노동을 도맡고, ‘모성애’의 화신으로서 육아를 일임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구, 우리 아들 그래쪄요”라며 남성의 기분을 알아서 챙겨 주는 ‘대리 엄마’의 상(像)을 여성들에게 씌웠다. ‘전적으로 희생하는 어머니상’에서 벗어난 여성의 모습엔 어김없이 신체적 폭력이 가해졌고 ‘가부장제적 교정’의 압박이 뒤따랐다.
3) 남성의 언어로 규정되는 타자였다. 남성 예술가들은 툭하면 여성을 ‘조립식 침대’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 ‘돈만 쥐어 주면 태워주는 차’라고 묘사하며 대상화를 일삼았다.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 역시 버닝썬 게이트를 희화화하거나 사소화하며 자신들만의 ‘대의’를 큰소리쳤다. ‘평범한’ 남성들이 즐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김여사’ ‘맘충’ ‘XX녀’ 등 여성을 향한 편견 어린 명명은 흔한 일이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이 자신의 언어를 되찾기 위해 주체적 발화를 시작하고 남성 중심 언어 세계에 균열을 내자,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혐오 한다’라며 발끈했다. 그간 남성들이 범해 온 언어적 젠더 폭력은 말끔히 잊은 채로 말이다.
이러한 한국 남성 주류 문화를 두고 저자는 “한국 남자를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은 ‘집단적 자기 연민’이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을 ‘피해 보는’ ‘약자의’ 위치에 놓으며 스스로의 악행 혹은 찌질한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강자성’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니 더욱 문제다.”(77쪽)라며 날카롭게 꼬집는다. 남성차별과 남성혐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혐오와 자기 연민으로 얼룩진 남성문화, 그리고 그에 균열을 내는 페미니즘 리부트만이 존재할 뿐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수용’을 기준으로 구분선을 뚜렷이 그으며, 남성들에게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선택을 과감히 요구한다. 남성 중심적 질서라는 타성에 젖은 채 있지도 않은 ‘남성차별’을 내세우며 억울함과 자기 연민만을 되뇌는 ‘도태남’으로 남을 것인지, 과거를 성찰하고 인권을 고민하고 혐오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업데이트남’으로 변모할 것인지. “올드 보이들은 억울할 것이다. 앞서 ‘혐오’라고 일컬은 것들은 그들에겐 관습이었고, 권장되는 일이기까지 했다. …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젠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시선과 잣대로 세상을 규정하는 관습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142쪽) 다행히 선을 넘는 첫걸음은 어렵지 않다. ‘올드 보이’로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작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향해 혼자 가지 않는다. 느리더라도 다른 남성들과 함께 한 걸음의 진보를 내딛고자 한다.
‘한국 남자’이기에 ‘한국 남자’에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
“나도 부끄러우니, 당신도 조금은 부끄러웠으면 좋겠다”
이 책은 2018년 양성평등 미디어상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은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가 남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일들이 왜 여성혐오인지 밝히고자 삼 년여 동안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써 온 글을 엮어낸 책이다.
1장에서는 ‘평범한’ 남성들이 여성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생각 없이 행하는 젠더 폭력을 면밀하게 해부한다. ‘저 여자가 내 마음에 든다’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들이대고, 거절당하면 ‘네가 꼬리 쳤잖아’라면서 여성을 비난하는 행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만나는 과정에선 가스라이팅과 언어폭력을 일삼고, 헤어지고 나면 왜 안나 주냐고 협박하며, 심각한 경우 살인?폭행?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남성들은 자기 자신을 ‘고백했다 차인 또는 나쁜 여자에게 잘못 걸린 불쌍한 남자’라며 스스로 가여워한다. 남성 중심 사회는 남성들의 이러한 ‘피해자 되기’ 서사를 위해 복무한다. 법원은 여자 친구를 살해한 남성을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이라며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방송가는 여성을 향한 폭력을 ‘상남자의 로맨스’라고 포장해 버젓이 내보낸다. 저자는 이와 같은 주류 남성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비뚤어진 남성성을 바로잡고” “남성들을 착각의 늪에서 구해” 내며 “여성과 동등하게 관계 맺는” 법을 습득하는 방법론으로 페미니즘을 제안한다.
2장에서는 ‘남성차별’ ‘남성혐오’ 키워드로 대표되는 역차별론의 허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무고한 남성들을 강력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분노하는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까지 여기며 걱정하고 두려워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한다. 최근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안티 페미니즘이 ‘계량적 공정 담론’에 기반을 둔 피상적 착시에서 비롯한 것임을 설명하고, 남성들이 당연한 듯 누리면서도 끝끝내 부정하려 하는 젠더적 수혜의 존재를 사실관계와 통계 자료를 통해 냉철하게 입증한다. 더불어 ‘대림동 여경 혐오 사건’ ‘SBS 라디오 배텐 막내 작가의 부당 전출’ ‘여성 음악가가 배제되는 방식’에 관해 분석하면서, 앞뒤 헤아리지 않고 욱한 남성들이 부당한 젠더 권력을 행사함에 따라 ‘일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주체적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마는지 진단한다.
3장에서는 일상의 영역까지 모세혈관을 뻗은 여성혐오와 젠더 불평등을 톺아본다.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은 남성 쪽이 훨씬 높음에도 정작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성별은 여성이다. 남성이 외제차를 사면 능력 좋은 남자고 값비싼 산악자전거를 사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인데, 커피나 의류를 소비하는 여성에게는 ‘된장녀’ ‘김치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비장애인 남성만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설계된 상가 화장실에서 여성들은 기본적인 생리 현상마저 경계심과 두려움을 품고 해결해야만 한다. 여성 대상 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성 경찰들이 여성의 현실에 무지할 때 벌어지는 참사는 또다시 반복된다.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이 느끼는 안락함이 대부분 여성들의 희생으로 누릴 수 있는 것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하면서, ‘자연스럽게’만 보이는 ‘일상’의 취약함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거악을 들여다본다.
4장은 남성들이 스스로 특권을 누린 ‘가해자’였음을 인정하고, 페미니즘을 통해 함께 성찰하고 변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단지 선언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은 여타 남성들과는 달라 젠더 불평등 문제와 무관하다는 제삼자적 시점을 자임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여러 번에 걸쳐 고백한다. “스스로 ‘깨어 있는 남자’라고 자부했다. 대학에서 페미니즘 관련 교양 수업을 세 개 듣고선 페미니즘을 다 아는 양 떠들었다.”(5쪽) “나는 어릴 적부터 가사 노동에서 자유로웠다. 솔직히 말해 《82년생 김지영》의 ‘동생’ 같은 존재다.”(49쪽) “나는 몰카 문화 안에 속해 있던 가해자다.”(109쪽) “부끄러워졌다. 나 또한 여성 음악가들의 음악을 ‘감성팔이’라고 내심 깎아내리며, 남성 평론가들의 비평에 힘을 실어 줬다.”(139쪽) “‘나 정도면 괜찮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아니었고, 아마 당신도 아닐 것이다.”(272쪽) “그에게 무슨 말이든 편히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성 구매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비난하지는 못했던 것이다.”(285쪽)
그래서 저자의 주장은 한국 남성 문화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우리 함께 반성하자고, 변화하자고, ‘페미니즘 하자’고, 같은 ‘한국 남성’으로서 절실히 외친다. “매번 이런 생각을 갖고 글을 쓴다. ‘나도 부끄러우니, 당신도 조금은 부끄러웠으면 좋겠다.’ 결국 ‘남자’가 문제고, 남자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316쪽) 페미니즘이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작했던 201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수많은 페미니즘 활동가를 만나고 운동이 발현하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료를 손수 수집하며, ‘날 것의’ ‘살아 있는’ ‘생동하는’ 이야기를 그러모았다. ‘한국 남자’이기에 ‘한국 남자’에게 전할 수 있는 저자의 투명한 고백은, ‘페미니즘이냐, 안티 페미니즘이냐’라는 갈림길에 처한 2019년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 어느 쪽인지 희붐하게 비춰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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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이런 남성들의 ‘금사빠’ 에피소드는 농담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는데, 항상 접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이 글을 보며 그 찝찝함의 정체를 명확히 알 수 있었네요. 공적인 관계이든 사적으로 평등하게 우정을 기대할 만한 관계이든 결국 성적 대상화를 당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때 오는 찝찝함이었어요…. 어떤 행동의 저변에 깔린 메시지를 여자와 남자 모두가 인식할 때 본문에 소개된 사례들이 한쪽 성별에게 가해지는 폭력이자 희롱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남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네요.
2019-09-07 08:16, Mstella 님
와… 정말 공감됩니다. 나도 웃어주고 싶어서 웃는 거 아니고 내가 알바생이면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웃는데 자기한테 관심 있다고 착각하는 거 정말 극혐이에요. 남자친구들이랑 같이 읽고 이야기해보고 싶은 책이에요. 물론 남자친구와도요.
2019-09-07 13:39, aura**** 님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불쾌함의 근본적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글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어요!!
2019-09-07 09:33, mama**** 님
기대되는 책이로군요. 주변 남성들에게 적극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2019-09-07 12:55, nolj**** 님
남성 작가님이 쓴 글이라는 게 놀라울 만큼 여성들이 느끼는 불평등을 잘 집어내셨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19-09-09 15:43, trap**** 님
와… 이분은 누구지? 남성작가의 손에 쓰인 글이라니 고맙기까지…
2019-09-09 20:23, tosu**** 님
50대 남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부분 깨닫고 고치며 실천하겠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2019-09-10 20:42, 꽈또로 님
너무 다 맞는 얘기라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글쓴이 말대로, 남성들이 직접 ‘남성 문화’를 깨뜨려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 필요성만큼은 느껴야 한다. 여성과 남성 대립의 근원적인 문제는, 어쩌면 여성을 성애화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문제시하지 않는 우리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수많은 남성들의 인식 때문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에 대하여 아는 것은 추호도 없지만, 무언가 ‘옳은 것’을 이야기하려면, 남성들의 이런 ‘비겁한 문화’부터 남성들이 직접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다.
2019-09-11 00:01, tmxl**** 님
그간 남성 역차별에 대해 “그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명확히 왜 아닌지 말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도 기대됩니다.
2019-09-12 23:09, moon**** 님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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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쓰면 유독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라"거나 "페미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남자들이 살기에는 이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거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긍정적 시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성별 때문에 차별받지 않아 본 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라는 사실을. 유리 천장에 가로막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성의 평온함은 여성의 희생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7쪽)
이 책은 이 부분에 전체 내용이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여성들이 많은 분야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가사일은 여성이 훨씬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유리 천장이 있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점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남성들이 요즘은 남성들이 역차별 받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여러 사실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제목이 남자들의 심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남자들의 심리보다는 여성을 대하는, 또 페미니즘을 대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래도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착각을 하지 말자'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차별들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 그것은 특정한 남성들이 저지른 일이니 일반화하지 말라는 태도. 이런 태도들이 억압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서 억압을 묵인, 방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는 아니야'하고 빠져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것.
하여 이 책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남자들이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깨닫도록 하고 있다. 사실 강한 쪽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특권으로 인한 편리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편리함에 불편함을 던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할. 그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페미니즘에 연대.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읽어보면 되니까.
kinye91 2021-01-15 공감 (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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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한해의 책 결산 글들을 보며 우와~ 우와~ 감탄사 연발. 읽은 책은 음 그거 좋았지, 안 읽고 제목만 킵한 책은 음 내년에 읽어야지, 듣도보도 못한 책은 음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이러다가. 올해 나도 예전보다 엄청 읽기는 했지, 하지만 결산할 정도로 잘 읽어내진 못한 것 같아, 일일이 다 찾아보기도 귀찮...다고 생각하다가 음 그래도 이 분야는 한번 적어두는 것도 좋겠는데 싶어.
남들은 대학생일 때 심지어는 중고등학생 때 페미니즘을 접했다고 하던데 난 왜 듣도보도 못했나? 하다못해 좋아하는 소설이라도 좀 많이 읽지 그랬니? 젊은 시절의 나를 탓해 본다. 핑계거리를 찾자니 그놈의 연애, 그거네. 책도 안 읽고 시도 안 쓰고 지지리 돈도 없이 하는 연애. 또다른 핑계는 생활. 생활비 버는 생활. 지난 일 어쩔 수 없으니 잊고 지금부터라도 많이 읽지 뭐. 모르고 죽을 뻔 했는데 이제라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올해 사서 읽은 페미니즘 책들 중 몇 권만 추려본다.
정희진 [아주 친밀한 폭력]
가장 먼저 구입한, 페미니즘 책이라고 할까 여성주의 책이라고 할까 인간주의 책이라고 할까, 여서 첫번째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조금씩 천천히, 였던 것 같다. 폭력은 내게 어찌 보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반대합니다 입장.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아니 왜 맞고 살아!! 헤어져야지! 도망쳐야지! etc...)
디 그레이엄 외 [여자는 인질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 책을 놓아본다. 가장 최근에 다 읽었고 글은 아직 하나도 안 썼지만 그건 너무 할 말이 많아서일지도. 처음에는 엄마를 떠올렸고 내가 아는 여자들을 떠올렸고 결국 나를 생각했다. 페이퍼 쓸 수 있을까..? 올해의 마지막 페미니즘 책으로 묵직한 한 방.
캐슬린 베리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말할 필요 없이 읽어야 하는 책. 막연하기만 했던 포르노 그리고 '매춘'에 대해 알게 된 책.
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좀 아쉬운. 두루두루 읽혀야 하는데 전자책은 좀 한계가 있다. 아아 포르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구나. 내년엔 집안 남자들에게 꼭! 읽히기.
박혜정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아직 어린 내 아이들조차 성'매매'를 서비스 제공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 반박하고 싶어서 이 책을 사읽었던 것 같다. 포르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단순히 문제 하나만을 떼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도 공부를 해야 더 폭넓은 대화가 될 듯.
토마 마티외 [악어 프로젝트]
최승범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박정훈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막 다 좋았던 책이라 할 순 없지만 페미니즘 책을 사대는 나를 '두려워'하던 옆지기와 조금이라도 대화의 물꼬를 틔워준 책들이라 모아본다. 계속 의견 일치가 안 되는 TV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같이 봐야 하는데. ㅎㅎ
이밖에도 부분부분 좋았던 책, 두루뭉술 좋았던 책, 그냥 좋았던 책, 좋은데 왠지 별로인 책, 좋다가 싫은 책 등등이 있다. 리베카 솔닛의 책도 샀고, 록산 게이도 마리아 미즈도 마거릿 애트우드도 사고사고사고 하다가 절반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되었네. 내일부터 내년이니까 하나씩 읽자. 읽고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기자. 안 하니 돌아서면 잊어버려, 몹쓸 기억력. 실은 그래서 꼽지 못한 책들이....ㅠㅠ
아래는 책꽂이에서 대기중인 읽을 책 대표주자들.
난티나무 2020-12-31 공감 (20)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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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이렇다.
남성 기자가 쓴 페미니즘 논픽션 에세이
페미니즘 서적은 당연히 여성저자가 쓴 글로 골라 보았던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유튜브 <겨울서점>운영자가 쓴 추천사 때문이었다.
책의 첫머리에서 만난 '저자의 말'과 '추천의 말'을 읽으며 한국 남성의 눈으로 본 페미니즘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한국남자'들의 에피소드', 연예인들의 발언 등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일침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책에 실린 글들의 수신인들이 과연 이 책을 사서 읽을까?라는 의문이 남아 씁쓸해졌다.
나는 티비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아, 사실 책에서 언급되는 공인들의 발언들은 대부분 몰랐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고민 없이 "기존의 젠더 인식을 답습한"(64쪽) 프로그램들을 비판하는 저자의 쓴소리는 공감되었다.
5~10페이지 남짓의 짧은 글들이 4개의 장으로 묶여있는 이 책은 대중문화와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안일한 인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했으면 답답했을텐데, 어떤 점들이 잘못되었는지 짚어줘서 그나마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남성으로서 옛날의 자신에 대한 반성도 눈에 띈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계속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저자의 태도에 별점 하나를 더 얹고 싶다.
+
이 책의 인용문을 읽으며 원본 기사들과 인터뷰, 앞으로 읽을 책들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부록에 출처를 잘 정리해놓았다.
[커버스토리]제2의 고향요? 25년간 가슴에 붙인 하청 차별···나는 거제가 싫다!
http://naver.me/FSKXouUi
[정희진의 낯선사이]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
http://naver.me/FFw9EBUa
+더 읽고 싶은 책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평범한 사람과 동떨어진 괴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이 가부장제 정상 가족의 틀이 공고하고, 성 역할이 강요되며, 가족이 완벽하게 ‘사적 영역화‘ 되어 있으면 어떤 남성이든 폭력 남편이 될 수 있다. - P39
파이버 2020-12-15 공감 (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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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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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남자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 구매
remember1e 2019-09-28 공감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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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구매
냥사모 2019-10-09 공감 (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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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남성이다보니 아무래도 결론이 약하고 내용이 평면적이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더 많은 남성들이 더욱 경계하는 삶을 살기를. 구매
양천재 2020-02-12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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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여혐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만큼 성차별의 문제는 공기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는 말이겠지. 특히 남자분들께 권하고 싶다. 구매
지나가는비 2020-02-08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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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남성’이라고 착각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는 작가 소개에서 진솔함을 느꼈다. 남성이 쓴 페미니즘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과거의 사례가 아닌 현재진행중인 깨어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구매
스마일펄 2020-11-11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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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아닌 소화제가 되어야 할 글. 새창으로 보기
-20210610 박정훈.
소년들의 패거리 문화는 여전히 공고하고, 남자 중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자기들보다 몇 살 더 많은 형들이 설파하는 여성혐오적 발언과 백래시를 따라하고, 남자라서 억울한 점을 계속 호소한다. 사실은 젠더나 성별 문제가 아닌 이슈조차 자꾸만 여자만, 남자만,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정도를 더해 여자 교사에게 사귀실래요, 쌤 아헤가오가 뭐에요, 저새끼 히토미해요 일베해요 엔번방이에요, 온갖 개소리로 떠보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남자인 다른 아이에게 씨발년아, 씹새끼야, 하고 욕을 한다. 우루루 몰려들어 교사를 둘러싸고 갑자기 00이 팬티 빨간색, 박수! 하더니 수십명이 한참 시끄럽게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여성의 전화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러 온 강사의 강의를 보며 저 사람 페미예요, 하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학부모는 교육 내용의 오류를 꼬투리잡고 남초 사이트에 불만글을 올려 교육청에 민원 넣어라, 국민 청원 올려라, 하는 호응을 받으며 시키는대로 한다.
이미 글러처먹은 놈들이라고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미래가 암담하다. 그놈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딸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의 대응 전략이 궁금했다. 그래서 빌렸다.
다그치고 비난하기 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 문화, 남성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성 자신이 겪는 손해와 고통을 살살 달래가며 설명해서 납득시키라는 걸로 들렸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도로 쓰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서인 우리가 죄인 맞아, 기득권 맞아, 닥치고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자. 안 그러면 삶이 더 후져질 테니. 하는 양심의 목소리 쯤 되었다.
맞는 말 같지만 또 설득과 납득이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현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면, 뭐 조금의 부끄러움 쯤이야 안면몰수 쌩까고 절대 세상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끝없이 반격하고 여성운동의 싹을 자르겠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는 사람의 선함을 깊이 믿지 않아.
내 가까이에는 좋은 남자도 많지만, 쓰레기 같은 남자도 많아서, 같이 살아가긴 해야 하는데, 부당한 언행에 대해 악다구니 쓸만큼은 자랐지만 저 여학생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잘 좀 지도해보세요, 하는 중년 남자 선생한테 머릿속에 길게 떠오른 말로 응대하기란 쉽지도 않고 씨알머리나 먹힐까 싶게 아이고 의미없다 싶기도 하고, 하여간에 이 책도 여성 입장에서는 이런 목소리 내주는 남성들이 더 많아진다면 반갑겠고 그래 계속 반성하고 나쁜놈들한테 그건 아니라고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싶지만 누군가 앞선 백자평에서 말했듯 결국 이 책 읽는 건 대부분이 여자들일 것이고 남자들은 제목만 보고도 발끈하며 불쏘시개로 쓰고 싶어할 것 같아 그저 슬프다. 사이다 말고 소화제가 필요한데 불을 끌 소화기도 필요하고 마냥 두드려 패는 전략이 분열과 갈등과 악감정을 낳는 상황이 또 마냥 답답하고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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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6-10 공감(20)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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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남자 새창으로 보기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쓰면 유독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라"거나 "페미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남자들이 살기에는 이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거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긍정적 시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성별 때문에 차별받지 않아 본 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라는 사실을. 유리 천장에 가로막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성의 평온함은 여성의 희생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7쪽)
이 책은 이 부분에 전체 내용이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여성들이 많은 분야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가사일은 여성이 훨씬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유리 천장이 있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점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남성들이 요즘은 남성들이 역차별 받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여러 사실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제목이 남자들의 심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남자들의 심리보다는 여성을 대하는, 또 페미니즘을 대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래도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착각을 하지 말자'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차별들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 그것은 특정한 남성들이 저지른 일이니 일반화하지 말라는 태도. 이런 태도들이 억압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서 억압을 묵인, 방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는 아니야'하고 빠져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것.
하여 이 책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남자들이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깨닫도록 하고 있다. 사실 강한 쪽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특권으로 인한 편리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편리함에 불편함을 던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할. 그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페미니즘에 연대.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읽어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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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1-01-15 공감(1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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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내민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새창으로 보기 구매
한동안 리뷰나 페이퍼를 작성하지 않고 지냈다. 게으름이 첫번째이고 책을 읽어도 뭔가 내 생각을 정리하기 힘든 것도 있고... 정리가 안되니 더더욱 글을 쓰는 행위는 도저히 수행 하기 어려운 행위로 되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비어있는 서재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댓글이 달리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뭐 진중한 리뷰도 아니고 거창한 페이퍼도 아닌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라는 책의 200자 평인데, 200자 평의 내용은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일도 모르는 엉터리다는 주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을 옹호하는 사람들 (혹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책에 대한 비난에 분노 조절이 안되는 분들이 꽤 많았으니 말이다. (내 페이퍼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댓글이 달렸다)
사회적 위치로 보면 중년의 이성애자 남성이자 비장애인이고 토종 한국인인 나는 사실 페미니즘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기도 어려운 위치이다. 일부 남성들이 페미니즘 이론서 좀 읽은 것으로 여성들보다 더 큰 소리로 페미니즘에 대해 가르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기도 해서 더더욱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사실 페미니즘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내공도 없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차별 중에 가장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고쳐지지 않는 (이 말에 분노할 사람 많겠다. 그런데 이게 팩트다) 성적 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러한 문제는 신자유주의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점점 더 첨예하게 대두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사고로나마 예견되는 것은 여성주의적 관점이야 말로 앞으로의 사회를 평등하게 전진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관점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도태되지 않으려는 남성들에게 꼭 필요한 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남성이고 이성애자이고 비장애인이며 토종 한국인이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저자는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사회생활을 했고 이 점에서 나름 다른 남자들에 비하여 스스로 깨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을 알게되면서 그것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상황인지 알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면서 이 사회를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주의적으로 바라보며 쓴 글들을 모아서 펴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글 마다 자기 반성과 성찰이 안들어갈 수 없다. 나에게 험한 댓글을 다셨던 분들이 이 책을 보면 저자는 마치 적국의 넘어간 스파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ㅎㅎ
페미니즘으로 명명되는 수 많은 이론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떠도는 시대다. 솔직히 그 많은 논점과 논쟁들을 따라가기도 벅차고 그 차이점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힘들다. 최근 숙대 트랜스젠더 입학 문제를 놓고 페미니즘 진영이 나뉘어 논쟁을 했던 일에서 드러나듯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화두와 젠더 이분법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대한 논의들, 그리고 여성을 단일한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기에는 민족, 인종, 계급, 기타 상이한 조건에 따라 단일 정체성으로 묶기가 너무 힘들어서 교차성을 주장하는 이론들까지... 따라가다 보면 숨이 가쁜게 사실이다. 더구나 이 사회에서 권력을 가지고 아무런 불편없이 살아가는 남성들 입장에서는 굳이 자신의 권력을 빼앗아가는 이론을 치열하게 공부할 이득이 없는데다 논의마저 복잡한 페미니즘을 머리싸고 공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현재의 사회구조가 정말 문제가 많고 무언가 고쳐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겸허가게 뒤돌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여성주의적 시각이 가지고 있는 경계성과 진보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여성해방은 남성억압과 동의어도 아니다.(잘 알아보지도 않고 억울해하지 말라는 말이다) 여성해방은 인간해방과 동의어다. 성적 격차와 차별은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고 인간차별의 문제이다. 기울어진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지금껏 여성들이 어떠한 처지에서 싸우고 있는지 알아 본다면 페니니즘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새로운 전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그런 의미에서 책을 썼으리라.
예전엔 몰라도 지금은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벌어진 디지털 성폭행과 성착취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원한다. 디지털 성폭행 영상을 제작한 사람만 문제일까? 이 영상을 돈까지 지불해가면 참여하고 공유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참혹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여성을 대상화하고 물건취급하는 일에 26만명이라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서 '한남'이라고 칭한다고 삐죽거리거나 화만 내면 모든 일이 해결이 될까? 나는 여성들이 말하는 '한남'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 찍으며 남성혐오를 들먹이기 전에 왜곡된 성폭력 문화를 지속하고 있는 남자들을 제재하는 남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페미니즘은 남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앞으로 나서서 여성의 경험을 전유하라는 말이 아니다. 여성이 앞장서서 싸우면 방해하지 말고 옆에서 조용히 어깨걸고 나가자는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텔레그램n번장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그러나 얼마나 흔하게 일어나는 사례인가)뿐만 아니라 일상이 미세한 상황에서 관철되는 가부장적 남성주의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주는지 반성하는 남성의 목소리다. 그 반성이 쌓이고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 중심 가붕장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지면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히지 않아도 좋다. 최소한 내민 손을 잡아주는 사람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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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20-03-23 공감(1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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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새창으로 보기 구매
남자들과 여자들이 사는 세상이 같은 곳이 아닌것을 깨달은지 얼마되지않았다.왜 모르는지 못 느끼는지...남자들은 단 한 번도 밤길 다른 사람의 걸음소리에 두려움을 안 느꼈다는 놀랄만한 사실도.난 가해자가 아니야. 난 그런적없어. 왜 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왤까???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래.
빵야 2019-10-13 공감(1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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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남성 페미니스트의 자기성찰 새창으로 보기
오마이 뉴스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 저자는 나름 페미니즘에 깨어있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각종 수업을 듣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 치부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저자가 다 아는 양 떠들었을 때. 그 글을 본 여성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2015년부터 언론사에서 일하며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성 혐오가 주류 정서였던 남성 문화에 대한 반성과 여성 목소리를 향한 연대를 알게 되었다. "남성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 + 더보기
doona09 2019-11-03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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