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나가 사부로의 1972년 저작 <쓰다 소키치의 사상사적 연구>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쓰다 소키치의 사상사적 연구: 학문적 저항과 내재적 한계의 이중주
<쓰다 소키치의 사상사적 연구>(1972)는 일본 전후 역사학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이자 교과서 검정 소송의 주역인 이에나가 사부로가, 근대 일본의 독보적 동양학자이자 실증사학자인 쓰다 소키치(1873~1961)의 학문과 사상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한 평전적 사상사 연구서다.
전전(戰前) 군국주의 일본에서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신화적 허구성을 문헌비판학으로 폭로하여 필화를 겪었던 쓰다 소키치는 흔히 '천황제 국가 권력에 맞선 합리주의 학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에나가는 이 책을 통해 쓰다의 합리주의적 문헌 비판이 지닌 빛과, 그의 아시아 인식 및 황실관에 내재했던 짙은 그림자를 함께 파헤쳤다.
저작 요약
1. 실증주의 문헌비판학과 고대사 해체 쓰다 소키치는 방대한 문헌에 대한 엄밀한 언어학적·사료비판적 검증을 거쳐, 일본 황실의 기원 신화와 초기 천황들의 통치 기록이 6세기 이후 야마토 조정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된 후대의 산물임을 입증했다. 신공황후의 삼한정벌이나 초기 천황의 비현실적 치세 등 국가신도의 성역을 철저한 합리주의 시각에서 학문적으로 해체한 것이다.
1940년 군국주의가 극단화되던 시기, 그의 주저 4권은 발매 금지 처분을 받았고 쓰다는 와세다 대학 교수직에서 사임당했으며 출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았다. 이에나가는 이 시기 쓰다의 태도를 학문적 양심과 근대적 합리성을 수호한 영웅적 지적 저항으로 정당하게 평가한다.
2. 지나사(중국사) 연구와 독자적 문명론 쓰다는 일본 문화를 중국 문화의 아류로 보지 않았으며, 동시에 일본 문화의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사상과 문화를 철저히 분석했다. 그는 유교와 도교 등 중국 고대 사상이 민중의 구체적 삶과 괴리된 관념적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보았고, 중국의 역사를 권력 쟁탈의 연속으로 규정했다. 반면 일본 문화는 소박하고 실천적인 정서에 기반하여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3. 전후 천황관과 황실 옹호 전후 쓰다는 평화헌법 체제 아래에서 상징천황제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일본 황실이 정치 권력의 정점에 서서 민중을 탄압한 지배자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민중의 문화적·정서적 통합의 구심점이었다고 강변했다. 쓰다는 전쟁의 책임을 군벌과 정치 모험가들에게 돌렸을 뿐, 천황이나 황실 자체의 구조적 책임은 전면 부인했다.
비판적 평론
이에나가 사부로의 이 연구는 쓰다 소키치라는 거인을 우상화하거나 반대로 단순한 반동으로 단죄하지 않고, 근대 일본 지식인이 지닌 내재적 굴절을 투시했다는 점에서 사상사적 의의가 크다.
합리주의의 역설과 아시아관의 결핍 이에나가가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지점은 쓰다의 '비판적 합리주의'가 오직 일본 고대 신화의 해체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쓰다는 일본 황실 신화를 해체하면서도, 정작 근대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를 침략하고 지배하는 현실 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았다.
쓰다의 중국관은 실증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청일전쟁 이후 일본 사회에 만연했던 멸시적 중국관과 궤를 같이했다. 중국 문명을 정체되고 위선적인 것으로 격하하고 일본의 주체성을 과도하게 순화시키는 그의 시각은, 근대 일본의 대아시아 침략 이데올로기를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논리적 토양으로 작동했다. 실증주의가 국가주의와 결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주의적 자민족 중심주의를 뒷받침한 셈이다.
'상징천황제'의 온정주의적 미화 이에나가는 쓰다가 전후에 전개한 황실 옹호론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쓰다는 천황제를 권력 투쟁을 초월한 '문화적 평화의 상징'으로 재구성하려 했으나, 이는 근대 천황제가 자행한 전쟁 범죄와 억압의 역사를 탈색시키는 온정주의적 환상에 불과했다. 이에나가는 쓰다의 이러한 태도가 전전의 필화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가 근본적으로는 체제 내적 보수주의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짚어낸다.
맺음말
이에나가 사부로의 <쓰다 소키치의 사상사적 연구>는 1970년대 일본 사상계에 서늘한 경종을 울렸다. 한 지식인이 아무리 탁월한 방법론과 학문적 용기로 국가 권력의 억압에 맞섰다 하더라도, 그 비판 의식이 자민족 중심주의의 벽을 넘어서 타자에 대한 공감과 보편적 반제국주의로 확장되지 못할 때 어떤 지적 함정에 빠지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저작은 쓰다 소키치 개인에 대한 해부이자, 제국주의 시대를 건너온 일본 근대 자유주의 지식인 전체가 안고 있던 한계에 대한 준엄한 총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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