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 글로벌 오피니언 : 미국은 세계로부터 손을 떼지 않는다/마이크 로저스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닛케이 7.24 조간 오피니언면)
방위비 증액 요구와 관세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무엇이 자국에 옳은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일본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트럼프 정권 반년의 행보를 보라고 반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분쟁에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이 관여해 왔던가?
다만 트럼프가 미국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꾼 것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기존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군사력을 사용하되 이를 주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외교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중동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란에서 지속적인 군사작전이나 지상 전투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왔다. 지난 공습의 공격 목표는 핵시설 3곳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다.
도시 지역이나 인프라 시설은 공격 대상이 아니었고, 정부 수뇌부 교체나 정권교체 의도도 없었다. 이란 경제에 타격을 입히거나 시민을 해치려는 의도도 없다. 주요 목표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미국을 지속적인 전쟁에 끌어들여 지상에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낼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역대 미국 정권의 외교는 군사력 행사에 다소 편향된 경향이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에 대한 개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번 이란 공습은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그 자신은 미국이 세계 속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분명히 확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휴전을 중재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중동 방문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거점을 현지에 만들겠다고 밝히며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 거래를 성사시켰다. 중동에서 손을 떼려는 대통령의 행보는 아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 미국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미국이 중동에서 철수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미군은 계속 중동에 배치될 것이다. 극히 특정한 목적에 한해서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추가적으로 군대를 움직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세계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측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 세계의 무역과 관세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도전적이고 힘든 시도이지만,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이용해 세계를 더 공정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자. 미중 간에는 군사, 정치, 인권 등 다양한 현안이 있다. 그는 그 중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무역, 합리적인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다른 문제들은 훨씬 더 쉽게 대처할 수 있고, 해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멀어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려면 미일 관계는 양국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이 어떤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제는 일본이 전후 80년간 번영을 가져다 준 미국과의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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