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판하더니.."전두환 경제는 성과"라는 이재명심우삼
입력 2021. 12. 12. 20:16 수정 2021. 12. 12. 21:46 댓글 76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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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대구·경북서 보수표심 의식
전두화 '공과' 등 발언 논란
'상황따라 언행 바뀌나' 비판
"삼저호황 기회, 능력있는 관료 선별
경제성장을 한 것도 사실" 거듭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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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대구·경북서 보수표심 의식
전두화 '공과' 등 발언 논란
'상황따라 언행 바뀌나' 비판
"삼저호황 기회, 능력있는 관료 선별
경제성장을 한 것도 사실" 거듭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고 있다.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은 대한민국 고속도로 제1호 휴게소로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 중간에 위치하며 박정희 정권의 성과로 기록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상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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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학살자의 공과를 재평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후보의 ‘말 뒤집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후보는 12일 자신의 ‘전두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삼저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 즉석연설을 통해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며 “다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 그래서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에 이어 전두환의 ‘경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간 것으로, 전씨에 날을 세웠던 종전 입장보다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호남분들이 많다”고 발언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산 뒤 사과한 바 있다. 군사 반란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전씨가 폭력적 진압으로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학살했고, 이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씨의 공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이 후보 역시 윤 후보의 ‘전두환 망언’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월22일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서 윤 후보의 발언을 겨냥해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 “우리 국민은 학살자 전두환을 잊지 않았고, 윤 후보가 전씨를 옹호했던 발언도 용서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묘역 입구에 묻힌 ‘전두환 비석’을 여러차례 밟았다. 지난달 28일 광주 방문 때는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가 연이어 언급한 전두환씨의 ‘경제 성과’ 역시 당시의 노동 상황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의 경제 호황은 세계적인 저달러·저유가·저금리(3저호황) 등 외부 환경 속에서, 전두환 정권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저임금을 강요하는 등 노동자에 고통을 일방적으로 떠넘긴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전두환 언급’은 중도·보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대구·경북 방문 기간 내내 ‘보수 표심’에 구애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는 갈리지만, 대구 경북이 낳은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며 추켜세웠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농지개혁을 한 것 딱 하나는 칭찬받을 만하다”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 모두가 치를 떠는 내란범죄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도 없다”며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는 이재명, 이분들 얘기만 종합하면 전두환씨는 지금이라도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고도 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말 바꾸기가 일상이 돼버린 이 후보가 이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마저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나섰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까지 밟으며 조롱했던 이 후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당 안팎에선 이른바 ‘이재명식 유연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의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한다는 전략이지만, 이 후보가 손바닥 뒤집듯이 철학과 소신을 바꾼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인의 발언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너무 표를 의식해서 말을 자주 바꿔 정치적 소신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국민장도 못 치를 정도로 대통령 예우도 받지 못할 정도의 인물인데, 공적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며 “아무리 표를 쫓는다지만, 우리가 근거를 두고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이고, 한계가 있는 것인데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심우삼 이재훈 기자 wu32@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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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학살자의 공과를 재평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후보의 ‘말 뒤집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후보는 12일 자신의 ‘전두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삼저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 즉석연설을 통해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며 “다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 그래서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에 이어 전두환의 ‘경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간 것으로, 전씨에 날을 세웠던 종전 입장보다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호남분들이 많다”고 발언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산 뒤 사과한 바 있다. 군사 반란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전씨가 폭력적 진압으로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학살했고, 이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씨의 공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이 후보 역시 윤 후보의 ‘전두환 망언’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월22일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서 윤 후보의 발언을 겨냥해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 “우리 국민은 학살자 전두환을 잊지 않았고, 윤 후보가 전씨를 옹호했던 발언도 용서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묘역 입구에 묻힌 ‘전두환 비석’을 여러차례 밟았다. 지난달 28일 광주 방문 때는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가 연이어 언급한 전두환씨의 ‘경제 성과’ 역시 당시의 노동 상황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의 경제 호황은 세계적인 저달러·저유가·저금리(3저호황) 등 외부 환경 속에서, 전두환 정권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저임금을 강요하는 등 노동자에 고통을 일방적으로 떠넘긴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전두환 언급’은 중도·보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대구·경북 방문 기간 내내 ‘보수 표심’에 구애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는 갈리지만, 대구 경북이 낳은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며 추켜세웠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농지개혁을 한 것 딱 하나는 칭찬받을 만하다”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 모두가 치를 떠는 내란범죄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도 없다”며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는 이재명, 이분들 얘기만 종합하면 전두환씨는 지금이라도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고도 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말 바꾸기가 일상이 돼버린 이 후보가 이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마저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나섰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까지 밟으며 조롱했던 이 후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당 안팎에선 이른바 ‘이재명식 유연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의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한다는 전략이지만, 이 후보가 손바닥 뒤집듯이 철학과 소신을 바꾼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인의 발언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너무 표를 의식해서 말을 자주 바꿔 정치적 소신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국민장도 못 치를 정도로 대통령 예우도 받지 못할 정도의 인물인데, 공적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며 “아무리 표를 쫓는다지만, 우리가 근거를 두고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이고, 한계가 있는 것인데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심우삼 이재훈 기자 wu32@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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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5 h ·
"경제적 성과"라고? 그러면 최규하 대통령이 남았다면, 아니면 김영삼이나 김대중을 민주적 대선에서 1980년대 초반에 뽑았다면 3저호황은 뭐가 달랐을까요? "유능한 경제 관료들을 뽑았다"고? 그렇다면 저임금 위주의 억압적 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내수 아닌 수출 위주의 개발 노선을 지속하는 게 "유능함"인가요? 누군가의 계급적 이익이 아니고? 군사 반란범, 학살범의 공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굳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신념을버리면서까지 극우들에게 맞추어줄 필요가 있나요?
윤석열 비판하더니.."전두환 경제는 성과"라는 이재명
NEWS.V.DAUM.NET
윤석열 비판하더니.."전두환 경제는 성과"라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학살자의 공과를 재평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후보....
2 comments
John Maiden
에이~ 좀 옹호좀 해주세요. 평소대로~ 박노자 교수가 항상 응원하는 문재인-조국을 잇는 분이신데. 윤석열이 되면 큰일 나잖아요. 그러니 이재명 좀 옹호해 주십시다
산하의 오역
8 h ·
오늘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관련 발언 때문에 말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전두환이 경제에 공이 있다는 주장에는 갸우뚱이지만 전두환이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라는 전제 하에, 그의 정책 가운데에서는 취할만한 것이 있다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전두환은 살아 있든 죽었든 나에게는 한국 현대사 최악의 악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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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변기 위에서 숨이 끊어진 날 시사인 편집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 호에는 전두환 이야기를 안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마침 범죄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를 해 오기도 한 터라..... 최악의 범죄자 전두환을 써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을 몽땅 전두환을 향한 분노로 하얗게 불태웠다...... 정말 나쁜 놈. 철면피.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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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해 기도할 수 없는 악마.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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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아빠는 네게 외국과 한국에서 일어난 범죄와 범죄자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오늘 아빠는 우리 현대사 최대의 범죄자, 아빠가 살아오면서 가장 증오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이며, “내가 그를 죽인다 해도 양심의 가책은 없을 것 같은” 어쭙잖은 살의(殺意)를 품게 만들었던 악한 하나를 네게 꼭꼭 씹어 알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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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다시피 그 이름은 전두환이야. 성경 잠언 6장 16절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 “여호와께서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일곱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교만한 눈과, 거짓말하는 혀와, 죄 없는 자를 죽이는 손과, 악한 계획을 세우는 마음과, 악을 행하려고 빨리 달려가는 발과, 거짓말을 토하는 거짓증인과,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이다.” 전두환은 이 일곱 가지 면모를 전부, 그리고 지나치게 구비한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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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두환은 ‘교만한 자’였다. 자신들을 두고 대한민국을 이끌 엘리트라고 제멋대로 자임했던 전두환과 그 졸개들은 나라를 우습게 여기고 상관을 졸로 보았으며, 나아가 그들이 지켜야 할 국민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저버리게 된다. 자신을 견제하려는 육군 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도 없이 체포한 육군 소장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더니 제 손으로 별 두 개를 더 달고 급기야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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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선거, 즉 대통령 선거인단의 간접투표로 대통령이 될 때에도 그는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겸손함을 드러내지도, 허용하지도 않았어. 제11대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에 참석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은 모두 2525명이었는데 단독 출마한 전두환은 무려 2524표를 얻는다. 그나마 1표는 무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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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통령이 되고도 그는 전혀 겸연쩍은 기색이 없었다. 그 교만함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마 그 아내 이순자의 코멘트였을 것 같구나. 남편이 광주를 피로 물들인 후 대통령 자리에 앉던 1980년 8월31일,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는 이순자는 이런 말을 한다. “나의 남편으로서의 전 대통령은 비록 시대와 역사적 배경은 달라도 미국의 ‘링컨’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한겨레신문〉 1988년 6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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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죄. ‘거짓말하는 혀.’ 전두환은 군인이었다. 그러나 그 혓바닥은 탐욕에 정직하고 이익에 용맹한, 반성을 적대시하고 권력 앞에서만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양아치의 것이었지. 군의 기강과 합법적 명령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12·12 쿠데타 이후 그는 미국 대사에게 이렇게 단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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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적 야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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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글라이스틴 당시 미국 대사는 생선을 입에 물고 와서 “나는 비린내가 싫어요”라고 야옹거리는 고양이를 본 기분이었을 거야. 이후로도 그의 혀는 항상 거짓말을 달고 살았다. 광주 학살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했던 그는 오랫동안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했고, 5·18 당시 자신은 ‘보안사령관이었을 뿐’이라며 발뺌을 거듭했을 뿐 아니라 최후의 순간까지도 광주 시민들을 모독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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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신 나간 우익 인사가 ‘광주 인민군 특공대 투입론’을 제기했을 때 그 자신 난생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으면서도 자신의 회고록에는 “광주사태는 북한 특수부대에 의한 도시 게릴라 작전이었다”라고 버젓이 지껄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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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손.’ 대학 1학년 때 술자리에서 아빠는 섬뜩한 노래를 배웠다. “만약에 우리 집 개XX가 대머리라면 도끼로 찍겠네.” 그 개XX가 전두환임은 금세 알아차렸지만 대학 신입생 아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지성인들이 사람의 머리를 도끼로 찍고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나 싶었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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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채 한 학기가 가기 전에 아빠 역시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찡그린 표정을 지은 것이 죄스러워졌다.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할 대한민국 군인들이 열 살 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을 사냥하고, 여학생의 젖가슴을 자르고, 청년의 머리를 수박처럼 터뜨린 학살자, 거슬리는 사람들을 두름으로 끌고 가서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를 ‘삼청교육’을 감행했던 살인마, 그 범죄에 치를 떨고 일어선 사람들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제 몸에 불을 댕기고, 도서관 창문에서 몸을 던지며 저놈을 타도하자고 외치게 만들었던 사람 백정에게 거친 노랫말 따위는 오히려 미약한 신음 소리에 불과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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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사람 목숨이 어떤 의미였는가를 전해주는 또 하나의 실화가 있어. 1985년 그는 경기도 팔당에서 기갑부대의 도하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는데 참여한 전차 간에 충돌사고가 일어나면서 전차 한 대가 한강에 빠졌다. 그러나 훈련은 중단되지 않았어. 그들을 구출할 시도조차 없었단다. 지켜보던 전두환도 미동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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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시대, 군인 몇 명의 목숨 따위는 ‘각하의 참관’을 방해할 정도의 무게가 아니었어. 생때같은 군인 세 명은 한강에 가라앉은 탱크 안에서 꼼짝없이 물귀신이 되었단다. 이 글을 쓰면서 아빠는 또 한번 이를 갈아붙이며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만약에 우리 집 개XX가 대머리라면…(본의 아니게 불쾌하실 전국의 대머리 여러분께는 사과드린다).”
‘악한 계획을 세우는 마음과, 악을 행하려고 빨리 달려가는 발’의 죄를 논해보자. 적어도 12·12 쿠데타 이후 전두환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든 최고 권력자였고, 그의 손발을 동원해 집권 계획을 밀어붙였어. 그 행보에 맞서거나 거역하는 이들에게는 상상 이상의 탄압이 신속하게 가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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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활동을 금지당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아예 ‘대간첩’의 혐의를 씌워 사형을 때려버렸다. 제 입맛대로 언론사 문을 닫아버리거나 다른 곳과 합치게 해 언론을 길들였고, 기사 내용을 단속하고 어느 정도의 크기로 실을 것인가까지 알뜰하게 살펴주는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마비시켰다.
모든 대학 캠퍼스에는 경찰이 진주했고 캠퍼스에서 군복 입은 전경들이 족구를 하고 놀았어. 그 시절 누군가 시위를 벌이기 위해 “학우여!” 하고 외치려다가 “학!”자만 내뱉고 입이 틀어막혀 끌려간다고 해서 ‘학시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두환 정권의 손발은 신속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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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악한 계획’ 예를 하나 더 들어줄까. 그렇게 짓밟아도 학생 시위가 끊이지 않자 전두환은 ‘학원안정법’을 계획한다. 일종의 대학생판 삼청교육대라고나 할까. 데모하다 잡힌 학생들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여 모처로 끌고 가서 ‘순화 교육’을 시킨다는 발상이었지. 일설에 따르면 그 순화 교육 장소가 서해안의 섬이었다고도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1980년대에 좀 다른 형태의 ‘오징어 게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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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원안정법은 집권당 내부의 반대와 〈경향신문〉의 폭로에 직면해 좌초되고 말았지만, 학원안정법을 특종 보도한 〈경향신문〉 기자와 편집장은 그날로 안기부에 끌려가 무시무시한 고문을 받아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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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죄 ‘거짓말을 토하는 거짓 증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죄’. 이 두 죄목에 해당하는 전두환과 그 졸개들의 패악질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생때같은 대학생을 끌고 와서 물고문 끝에 죽여버린 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고 거짓말하고, 고문을 축소 조작했던 일은 영화 〈1987〉에서 생생히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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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학생이 죽기 1년 전인 1986년 부천에서 한 여대생이 위장취업 혐의로 체포된다. 이 여학생은 취조 형사로부터 차마 말로 옮기기 힘든 성고문을 당하게 돼.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미투’가 힘겨운 판에 1986년, 20대 여학생이 경찰에게 당한 성고문을 폭로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운명을 건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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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족들도, 심지어 변호사도 반대했다. 성고문을 당한 사실 자체가 낙인이 되고 신세 망치는 주홍 글씨가 될 수 있었으니까. 피해자의 언니는 사랑하는 동생에게 이런 말까지 하게 돼. “네가 그것을 계속 문제로 삼고 나온다면 부모님이 아마 돌아가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다.” 정다운 자매 사이를 이렇게 갈라놓는 괴력의 악당들이 우리 역사, 아니 세계 역사에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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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한 경찰의 일탈이 아니었음을 전두환 정권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처절하게 입증했다. 그들은 이 성고문 고발을 두고 “성을 혁명의 도구화하는” 극렬 좌경 학생들의 거짓말로 몰아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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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검사 일부도 상부의 지시를 받아들고서 이건 아니라고 울부짖을 만큼 황당한 일이었지만 전두환 정권은 태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증거하고 사람들의 사이를 갈라놓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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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죄인이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았다. 우리 형제들의 피를 마시고 살을 찢고 목을 조르고 고춧가루 물을 먹이면서. 그리고 어떤 회개도, 반성도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쳤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선인이든 악인 전두환이든 죽음 앞에선 삼가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옳은 말씀이다. 또 네 원수를 사랑하고 죄인을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을 믿고 따라야 하는 기독교인으로서 전두환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마음을 다독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렵구나. 그에 대한 악의와 살의를 솔직히 거두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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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언젠가 자기를 취재하는 젊은 기자들 앞에서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왜들 그래” 하며 농담한 적이 있다. 아빠 역시 그의 독수(毒手)를 피해간 세대지. 하지만 그래도 그의 죽음을 맞아 치가 떨리고 그 삶을 돌아보니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하물며 전두환 그에게 당해본 사람들의 마음은 대체 어떨까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아빠는 전두환이라는 이름 앞에서 ‘삼가지’ 못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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