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 지음, 돌베개). 한국의 이주민과 이주정책에 대한 포괄적 분석서. 다년간의 현장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예시한다. '이주자의 거주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경험을 좀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침 오늘(12월18일)이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동포들은 한국에서는 몸을 써서 돈을 벌고, 중국에서는 치료를 받아 쓸 만한 몸을 만들어 다시 한국에 오는 삶을 반복했다. 한국에 온 이후에는 중국에서 그만큼의 시간 동안 놀고 치료에 사용한 돈을 다시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일하게 된다.(106쪽)
방문취업제는 동포들의 취업 허용 업종을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이나 서비스업 등에 제한한 점, 구직과 취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관리가 없고 이들의 취업을 전면적으로 개인에 맡긴다는 점에서 ‘노동유연화’를 증폭시키는 성격을 갖는다. 즉 조선족 이주노동자의 수를 늘리도록 허용하는 대신, 그들의 정착이나 안전한 노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제공하지 않는다.(107쪽)
고용허가제 같은 합법적 이주노동 통로가 남성에게 독점되기 때문에 여성은 노동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가사 등 재생산 노동이나 남성이 기피하는 농업 노동 분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138쪽)
단일민족 중심의 국민국가주의와 인종주의에 결박된 한국의 교과서와 교육매체 등은 왜 이들이 한국에 살고 있는지, 이주자가 한국 사회의 기저를 형성하면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어떤 이주자 자녀는 부모가 존재이유로 언급하는 ‘자녀의 교육과 좋은 미래’라는 희망을 배반하면서, 싼 임금을 제공하는 이주노동자로, 부모의 사회적 조건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유도된다. (179쪽)
다문화주의 또는 다문화 담론은 한국 선주민의 반성과 성찰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문화 담론이 국가에 의해 차용되면서 철학적 실체없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급기야 정착형 이주자인 결혼이주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담론으로 귀결되거나 협소화하기 시작했다.(199쪽)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정책은 이처럼 부계 혈통주의에 기반을 둔 성별화된 국민 개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결국 이는 자민족 중심주의적 통치 모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주자의 한국 사회로의 빠른 동화라는 목적에 얽매이다 보니 다문화 가족이라는 범주내의 차이, 계층, 문화적 자존감을 고려하기 보다는 다문화 가족 전체를 취약계층과 동일시하면서 영구적인 주변부 계급으로 고착화시키는 문화적 폭력이 이루어졌다. (205쪽)
진정한 통합개념은 이주자가 정착과정에서 주류 문화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선주민도 이주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받는 것을 인정하는 개념이다. (중략) 동시대의 한국이라는 동일한 공간에 거주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존재 간의 교류와 공생을 통해 각자의 편협하고 완고했던 정체성을 재규정해가는 과정이 다문화 사회의 정치이다.(211쪽)
이주자의 권리확장은 제도나 국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주자와 선주민의 성찰과 정치적 윤리의 영역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선주민 한국인이 이주자 수가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험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229쪽)
이주자는 공항의 출입국 관리, 인터넷 접속, 휴대전화의 구매와 사용 등 일상의 영역부터 학교 입학과 진학 그리고 노동권 및 인권 구제제도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국민국가적, 계급적 차별을 경험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인권의 침해가 어떻게 방치되고 유지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주자의 경험세계를 경청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주자 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필수적이다.(230쪽)
이주자는 한국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음식, 언어, 생활방식을 익히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관점과 생활양식을 운반해옴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 안에 함몰되어 삶의 위기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영감을 제공해준다.(중략) 이주자의 거주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경험을 좀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으로 확장하는 일이다.(235쪽)
서의동
1 d ·
<올해 읽은 책>(무순)
읽어놓고 리뷰를 안해 놓으니 뭘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일단 목록이라도 적어두면 좀 낫겠지. 적어놓고 보니 역시나 책편식이 심하다.;;;
1.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김준형 지음, 창비)
2. 베를린, 베를린 -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이은정 지음 창비)
3.독일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에곤 바 지음, 박경서·오영옥 옮김, 북로그컴퍼니)
4.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이수경 옮김, 한국경제신문)
5.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유영수 지음, 휴머니스트)
6.작은 한국전쟁들(강성현 지음, 푸른역사)
7.로지나 노, 지나(이란주 지음, 우리학교)
8.혁명에서 ‘신시대’로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이희옥·백승욱 엮음, 책과 함께)
9.성공한 대통령 김대중 현대사(장신기 지음, 시대의 창)
10.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센델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11.자본주의의 미래(폴 콜리어 지음, 김홍식 옮김, 까치)
12.페스트(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민음사)
13.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 정영목 옮김, 민음사)
14.추월의 시대(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 지음, 메디치미디어)
15.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이란주 지음, JUNO 그림, 서해문집)
16.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17.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18.지방도시 살생부(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19.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지음, 창비)
20.일본의 굴레(R.태가트 머피, 윤영수·박경환 옮김, 글항아리)
21.눈떠보니 선진국(박태웅 지음, 한빛비즈)
22.위건부두로 가는길(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23.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모리사키 가즈에, 박승주·마쓰이 리에 옮김, 글항아리)
24.빙하는 움직인다(송민순 지음, 창비)
25.나는 간첩이 아닙니다(서어리 지음, 한울)
26.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이명찬 지음, 서울셀렉션)
27.위민 투 드라이브(마날 알샤리프, 김희숙 옮김, 혜윰터)
28.냉전의 마녀들(김태우 지음, 창비)
29.K를 생각한다(임명묵 지음, 사이드웨이)
30.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정욱식 지음, 유리창)
31.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레슨(파리드 자카리아, 권기대 옮김, 민음사)
32.신냉전 한일전(길윤형 지음, 생각의 힘)
33.책임에 대하여(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한승동 옮김, 돌베개)
34.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 지음, 돌베개)
35. 중국딜레마(박민희, 한겨레출판)
36. 1945년(마이클 돕스 저, 홍희범 옮김, 모던 아카이브)
37. 중국의 체온(쑨 거 지음, 김향 옮김, 창비)
38.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구범진 지음, 21세기북스)
39.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박훈 지음, 21세기북스)
40. 모든 치킨은 옳을까(오애리, 구정은, 이지선 지음, 우리학교)
41.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유 지음, 창비)
42. 10년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구정은·이지선 지음, 추수밭)
43. 아일랜드 평화프로세스와 한반도(박소진, 구갑우, 션 파렌, 데이비드 미첼, 조너선 텅 공저 외 2명, 울력)
44. 힙 베를린, 갈등의 역설(이광빈, 이진 지음, 이은북)
45. 불평등의 세대(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46. 직업의 지리학(엔리코 모레티 지음, 송철복 옮김, 김영사)
47.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양승훈 지음, 오월의 봄)
48. 화교이야기(김종호 지음, 너머북스)
49. 오늘부터의 세계(안희경 지음, 메디치미디어)
50. 문재인 이후의 교육(이범 지음, 메디치미디어)
15 comments
Chulhyun Park
올해 가기 전 일독 추천 http://aladin.kr/p/3P7rv
피지털 커먼즈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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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박철현 니가 얼마전에 포스팅한 그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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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hyun Park
서의동 플랫폼 자본주의, 커먼즈, 인류세 등 주요 문제에 대한 비판적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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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ee Park
영광입니다^^ 근데 너무 많이 읽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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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Minhee Park 중국딜레마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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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ee Park
서의동 선배 감동이에요^^
May be an image of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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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ee Park
저도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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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 Chun
추천 도서 목록으로 접수합니다^^
· Reply · 1 d
이상길
바쁜 일상에 다독이 쉽지 않을실텐데 대단하십니다.
오늘 서점가는데 올린신 목록 중에 한 권을 선택해야겠습니다.
대전도 눈이 좀 내렸네요.
건강한 연말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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