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5

[불평등의 경제학](01-20)이강국 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불평등의 경제학](1)어디에 있나,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 - 주간경향


불평등의 경제학 구독(1)어디에 있나,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2019년 10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불평등과 싸우기’라는 주제로 대규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거시경제학의 대가 블랑샤르, 세계화와 경제발전 전문가 로드릭, 기술혁신과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아제모을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이아몬드,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서머스, 그리고 부유세 연구로 각광받은 사에즈 등 당대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모여 불평등에 어떻게 대처하고 대응할 것인지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우리 시대가 극복해야 할 과제

콘퍼런스를 마친 후 블랑샤르 교수는 “이 콘퍼런스는 경제학자들이 정책개혁의 선두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고 썼다. 경제학자들은 과거에는 흔히 ‘그럴 재원이 없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인센티브가 왜곡될 것이다’ 등이라 이야기하며 불평등을 개선하는 정책에 반대했지만, 이제 그들의 역할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콘퍼런스가 보여주듯 불평등 문제는 이미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 중 하나가 됐다. 분배 문제에 무관심했던 과거와 달리 1990년대 이후 거시경제학은 불평등의 원인과 그 악영향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수많은 실증분석과 논쟁을 통해 확립된 경제학의 전반적인 컨센서스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나쁘다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은 저소득층의 교육투자를 저해해 생산성 상승을 가로막고 사회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나아가 불평등이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나 효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부채나 경기변동과는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에 관한 거시경제학 연구도 활발하다.


경제학의 이런 변화는 불평등이 심화돼 사회문제가 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국민소득에서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몫이 감소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을 비판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특히 커졌고, 불평등에 맞서는 정치가 활발해졌다. 2011년 금융위기에 책임이 큰 부자들을 비판하며 “우리는 99%다”를 외친 ‘월가 점령 시위’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바야흐로 불평등이 우리 시대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이미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의 과실이 시민 모두에게 널리 퍼지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왔다. 각국 정부도 불평등을 개선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미국 오바마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정위기 이후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확장과 복지확대 그리고 부자 증세를 통한 불평등의 개선을 추진했다. 캐나다 트뤼도 정부도 중산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상위 1%에 대한 증세를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2단계인 ‘일억총활약계획’ 하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무상보육 등으로 복지를 확대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이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불평등 개선과 내수 증대에 기초한 소득배증계획을 실행했다. 영국과 독일도 꾸준히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도입해 빈곤과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1980년대 이후 주류가 됐던 보수적인 경제학, 즉 감세와 규제 완화로 기업과 부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성장이 촉진되고 그 이득이 모두에게 퍼져나갈 것이라는 ‘낙수효과’ 주장은 이제 힘을 잃고 말았다.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 선진국들의 주요 감세정책을 연구한 한 실증연구는 감세가 불평등을 심화시킬지는 몰라도 성장 촉진의 증거가 되진 않았다고 했다. 사실 보수적인 경제정책이 득세하던 시기에 총수요를 억제하고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경제의 장기정체를 불러온 중요한 배경은 자본과 노동 그리고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균형이었다. 지금은 경제학도 정책결정자도 과거의 반성에 기초해 이들 사이에 무너진 힘의 균형을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서도 각국은 엄청나게 재정을 확장했다. 노동자들이 소득과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걸 막으려는 노력이었다. 팬데믹 경제위기는 특히 케인스주의적인 큰 정부의 귀환을 불러왔다. 경제학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긴축의 재앙적 결과가 뚜렷해졌다. 그 결과 불황기 재정확장을 강조하는 주장이 대세가 됐다. 재정확장 정책으로 신속하게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불황의 이력효과가 나타나 장기실업을 악화시키고 기업들의 신기술 관련 투자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과 잠재성장마저 둔화되고 만다.


팬데믹은 현실에서 이러한 주장을 실현하는 무대가 됐다. 실제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덕분에 전염병과 봉쇄로 인한 경제위기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었다. 시장소득의 불평등이 크게 악화되긴 했지만, 한국도 그랬듯이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소득분배가 개선되기도 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새 정부가 걱정스럽다


한국의 지난 대선에서 불평등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방역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재정지원이 너무나 모자랐는데도 국가부채비율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컸다. 대통령 당선인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야기하지만, 빈곤층에 대한 몇몇 지원 확대 외에는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 정부가 고장난 레코드판과 같은 낡은 경제정책으로 회귀해 불평등이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2)불평등에 직면한 통화정책 딜레마

이는 세계적인 변화와도 배치된다. 코로나19 이후 바이든 정부는 노동조합의 활동 강화 법안과 함께 ‘더 나은 재건’이라는 구호 아래 어린이의 무상교육을 포함하는 1조80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억달러 이상 거대 부자들을 대상으로 미실현 투자이익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대해 최소 20%의 소득세를 물리는 법안도 내놓았다. 일본 기시다 정부도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취약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하청기업들의 단가인상을 대기업이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지금 한국에는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과 정치’가 있는가.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2)불평등에 직면한 통화정책 딜레마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우려는 뭐니 뭐니 해도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5%나 높아져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도 4월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4.8% 높아졌다. 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급속히 인상하고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양적 긴축을 통해 엄청나게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계획이다. 연준은 3월의 금리인상 이후 5월에는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했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약 2.5% 수준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긴축적 통화정책을 앞두고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변화는 앞으로 경기와 소득분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높아지므로 투자와 소비가 둔화되고,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어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금리상승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부의 효과’가 마이너스가 돼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 이렇게 경기가 둔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저소득층의 임금상승이 둔화한다. 또한 가계부채가 높은 현실에서 빚을 진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은 더욱 무거워진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따라서 긴축적 통화정책과 경기둔화는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진보적인 거시경제학자들이 연준이 급속하게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다. 특히 이들은 금리인상이 현재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작금의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총수요보다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가격 급등과 관련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을 한다 한들 중국의 봉쇄가 풀려 컨테이너선들이 태평양을 마음껏 항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신 이들은 몇몇 상품에 대한 가격통제나 물가상승으로 막대한 이윤을 번 독점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임금상승과 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난다면 자칫 인플레이션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니 연준이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긴축적 통화정책이 현재의 인플레를 낮추는 데 한계가 크다 해도, 적어도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또 다른 우려는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5일 연준 부의장인 브레이너드의 연설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원래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비둘기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모든 이를 위한 경제와 노동시장을 위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게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을 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수치보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더 빨리 뛰어 소득계층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효과가 다른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는 부자들에 비해 저소득층의 예산에서 생필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후 저소득층의 예산에서 비중이 큰 휘발유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반면 고소득층의 예산에서 비중이 높은 서비스 가격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효과는 불황기에 더욱 커진다. 게다가 임금상승이 급속한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소득분배와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시민들의 정치적 불만도 커질 것이다. 이미 인플레이션의 심화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한국의 새 정부도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얼마 전까지 경기부양을 통해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저소득층의 임금을 높이겠다며 매우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펴온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하지만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평등 효과마저 고려할 때 급속한 변신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중앙은행의 고민


그러고 보면 연준의 최근 변화는 불평등 문제와 관련된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소득분배와 관련된 중앙은행의 고민은 불황에 대응할 때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경제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중앙은행은 위기에 맞서 금리를 낮추고 돈을 뿌리며 경제를 구해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부자를 더욱 큰 부자로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경제봉쇄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양적 완화를 배경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급속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2100억달러가 넘게 증가했고, 전 세계 500대 부자의 순자산은 1조8000억달러나 늘어났다.


하지만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제의 붕괴를 막지 않으면 심각한 불황으로 인해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고 소득분배가 악화될 게 분명하다는 데 중앙은행의 고민이 있다. 즉 중앙은행은 불황을 막고 경제를 살리는 과정에서 자산불평등이 커지는 것과 불황이 심화해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것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은 불평등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자들의 실증연구는 어렵고도 중요한 이 질문에 대답을 제시한다. 장기적인 자료를 사용한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기를 악화시키고 임금상승을 둔화시켜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보고한다. 또 유럽 국가들의 상세한 행정자료를 사용한 최근 연구들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저소득층의 노동소득과 함께 부자들의 자본소득을 크게 높였다고 보고한다. 양적 완화나 초저금리와 같은 정책을 통해 심각한 불황을 막았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부의 불평등은 더 악화했다는 의미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3)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불러왔다?


(1)어디에 있나,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가들의 연설에서 불평등이라는 단어가 크게 늘어났다. 심화하는 불평등에 대한 비판을 중앙은행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와 저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크게 변했고, 바야흐로 커진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불평등에 관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긴축적 통화정책이 현재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불평등에 대응하기에는 무딘 수단이다. 소득분배 문제에는 재정정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3)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불러왔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최저임금법 제1장 제1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는 누가 봐도 선의의 정책이지만 지난 정부 때 가장 논란이 컸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로 급속하게 인상했다.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여론이 나빠졌고 2020년 인상률은 2.9%, 2021년은 코로나19 위기를 배경으로 1.5%로 낮아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결국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때의 7.4%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당시 대선후보들이 대부분 2020년 혹은 2022년까지 1만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최저임금 고용효과 논쟁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은 임금과 가계소득을 증가시켜 불평등을 완화하고 총수요와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으로 서구 임금주도성장의 한국판이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오랫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불평등이 악화돼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의 기반이 약화된 현실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었다. 실제로 실증분석을 해보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소득분배율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2016년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약 24%로서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았고, 임금불평등이 심각했던 현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로 작용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2018년 고용 증가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약 10만명에 그쳤는데, 많은 사람이 이를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이후 가구소득의 불평등이 크게 악화됐는데 이 또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불평등을 악화시켰을까. 먼저 고용의 변화는 인구 변화와 경기나 산업의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18년 고용증가의 둔화는 그해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관련이 컸다. 인구와 비교한 고용 수준이 전년보다는 낮아졌지만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8년 고용률과 실업률은 나쁘지 않았다. 2019년에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고용은 약 30만명이나 증가했다. 음식·숙박업과 같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고용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계속 하락해왔다.


경제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을 발전시켰다. 여러 실증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요인을 통제한 다른 연구들은 그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실제로 얼마나 많이 감소시켰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에 미친 효과도 마찬가지다.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는 2018년 샘플이 크게 변경돼 결과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 조사를 봐도 노동자 가구 내에서는 불평등이 개선됐다. 전체 가구의 불평등 악화는 주로 노인가구로 구성된 하위계층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신뢰성이 더 높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2018년 이후 처분가능소득 기준 가구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도 2019년 가구소득의 지니계수는 2017년에 비해 약간 개선됐다.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사용한 황선웅 부경대 교수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하위가구의 소득을 높여 가구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소득주도 부분 성과 있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배경으로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불평등은 크게 개선됐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2017년 22.3%에서 2020년 16%로 크게 낮아졌고, 하위 20% 임금 대비 상위 20% 임금 배율도 2017년 5.06에서 2020년 4.35로 낮아졌다. 소득주도성장이 목표한 바와 같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도 2018년 이후 높아졌다.


이를 고려하면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 부분의 성과는 작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불평등, 특히 임금 불평등을 개선하고 임금 몫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투자의 부진으로 성장은 촉진되지 못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끝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돼 설비투자가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노동소득 증가와 불평등 완화가 총수요 부진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성장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소득주도에 의한 성장 효과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과 경기관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2018년 대규모 초과세수로 사실상의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이에 실패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당시의 뜨거운 논란은 부작용을 과장한 측면이 컸다. 그럼에도 2018년의 최저임금 인상은 적어도 영세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는 큰 충격이었다.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 이뤄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약자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은 아픈 지점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낮추고 꾸준히 인상하는 편이 나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거시경제관리,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 등이 함께 지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의 비중도 2017년 13.3%에서 2019년 16.5%로 높아졌다. 2021년에도 15%가 넘는 약 322만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하기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음을 의미한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4)법인세 인하, 과연 서민에게 도움이 될까


(2)불평등에 직면한 통화정책 딜레마


(1)어디에 있나, 불평등과 싸우는 경제학

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 첫 결정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정부는 정부의 경제개입을 반대하고 자유를 강조해 불평등 개선 의지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가 보장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그러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4)법인세 인하, 과연 서민에게 도움이 될까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지난 6월 16일 발표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민간주도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구체적 수단으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감세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정부 정책의 목표는 중산층, 서민”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중산층과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6월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과연 그럴까. 법인세 감세가 서민에게 도움이 돼 불평등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경제학 논문을 쓴다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결론은 역사적 경험과 그간의 여러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부자의 세금부담을 줄이면 투자와 성장이 촉진되고 모든 국민이 잘살게 된다는 주장은 낙수효과 경제학이라 불린다. 이는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가 도입한 보수적인 경제정책의 배경이 됐다. 레이건은 심지어 너무 높은 세금이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세수를 줄이므로 감세가 오히려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서 래퍼가 식당에서 냅킨에 그렸다는 소위 래퍼 곡선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주술경제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신념을 대변했고, ‘줄푸세’를 주장한 박근혜 정부로까지 이어졌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 미칠 수도


문제는 낙수효과의 증거가 미약하며 그런 경제정책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이후 이러한 정책들을 도입한 미국과 영국에서 투자와 성장은 촉진되지 않았고 불평등은 크게 심화됐다.


낙수효과를 지지하는 이들은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크게 인하한 이후 여러 분석이 제시됐는데, 대부분은 그 정책이 투자를 촉진하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다른 여러 실증연구를 봐도 법인세 인하의 투자촉진 효과를 지지하는 증거가 명확하지는 않으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에는 미래의 경제상황과 매출 변화 등 다른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험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 이후 기업의 투자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고 고용증가는 미미했던 반면 대기업들의 이윤은 증가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년 법인세 인하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기업들이 절감한 법인세는 모두 26조7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 투자 증가는 이전 4년간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고 고용률도 높아지지 않았다.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 하락폭이 훨씬 더 커서 감세의 이득은 대기업에 집중됐다.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들도 법인세의 투자효과에 관해 상반된 결과들을 보고한다. 몇몇 연구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고 보고하지만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그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기업자료를 사용한 연구들은 거시경제적 효과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해야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법인세 인하가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재정지출을 제약해 총수요를 억제한다면 투자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선진국 18개국의 50년 동안의 감세 정책을 연구한 국가 간 연구는 감세가 성장을 촉진하는 증거는 없고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42개의 실증연구를 함께 분석한 메타스터디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가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제로에 가깝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지만, 주식은 대부분 부자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자본소득을 높여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별 데이터를 사용한 한 실증연구는 법인세 인하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보고한다.


법인세 인하가 성장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세수감소를 낳아 서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지출을 통제하고 서민을 위한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은 중요한 이유로 부자 감세가 꼽혔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 감세로 인해 2010~2012년 3년간 약 17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법인세 인하계획으로 세수가 약 1조7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이 세수감소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와도 반대되며 특히 다른 증세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복지 지출을 제약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계획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신고기업의 약 0.01%인, 80여개의 극소수 대기업이다.


타 선진국보다 한국의 법인세가 높다고?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한국의 법인세가 높다는 것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중앙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G7 국가 중 프랑스 다음으로 높고,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은 한국이 G7 국가 평균과 비슷하며 독일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명목세율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과 비교해 법인세를 얼마나 내는지를 보여주는 실효세율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각종 세금공제로 인해 명목세율보다 낮은데 국제적으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크만 버클리대 교수 등은 최근 150개국의 자본과 노동에 대한 실효세율 장기데이터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소득 대비 법인세 실효세율 역시 G7 국가 중 중간 수준이었다. 법인세가 조금 높다 해도 다른 국가로 기업이 쉽게 옮겨가지 않겠지만, 법인세 부담이 국제적으로 크다는 주장도 사실은 아니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5)소득세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3)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불러왔다?


(2)불평등에 직면한 통화정책 딜레마

낙수효과라는 말은 미국의 코미디언 윌 로저스가 1932년 대선에서 루스벨트에게 패배한 공화당의 후버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에서 처음 썼다. 대공황 시기 공화당 정부는 돈이 아래로 흘러가길 바라며 부자들에게 소득을 집중시켰다. 그는 기술자였던 후버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알지만 돈은 사실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는 건 모른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에 살아났지만 실패하고 말았던 이 낡은 아이디어가 한국의 새 정부에서 다시 등장한 것은 보수의 사상과 정책의 빈곤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법인세 감세에 관해 물어보는 기자들에게 “그럼 하지 말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 마시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5)소득세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21일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고 소득세도 전반적으로 인하한 감세 기조의 개편안이다. 정부는 최근 국세수입이 크게 증가했고,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가 높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게 과세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기조와는 정반대인 감세는 재정정책의 모순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도 지적하듯 고물가와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데 이러한 개편안이 저성장 극복과 민생안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법인세와 종부세 인하는 부자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며 경제활성화 효과는 미지수라는 비판이 많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그럼에도 고소득층이 이득


이번 글에서는 소득세를 들여다보자.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이번 개편안에는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특히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과세 표준 하위 2개 구간을 상향조정해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는 근로소득세율이 6%이고, 1200만원에서 4600만원 사이는 15%인데 개정안에서는 6%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5% 구간을 14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로 높였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이는 시간에 따라 명목임금은 상승하는데 과표구간은 그대로라서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점점 커진다는 비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의 연간 총급여가 4000만원이었다면,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상승만 고려해도 2022년에는 약 5388만원이 되는데 소득세는 약 50만원에서 156만원으로 높아진다. 소득은 약 35% 올랐는데 세금은 약 3배가 오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이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특히 중산층 이하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도 결국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이번 소득세 개편으로 각각의 구간에서 모두 54만원의 소득세가 줄어드는데, 고소득층은 이러한 감세효과를 모두 누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축소해 세 부담의 경감 폭을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고소득층이 금액 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총급여 78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의 고소득 월급쟁이들의 소득세가 54만원 줄어든다. 3000만원에서 7800만원 사이를 버는 중간층 봉급생활자들은 소득세가 18만원 낮아질 뿐이다. 27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를 버는 이들은 겨우 8만원이 줄어든다. 근로소득자의 약 37%를 차지하는 면세자들은 감세와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정부는 기존의 소득세와 줄어든 세액의 비율로 보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이익을 본다고 하지만 금액으로 보면 그와 다르다. 2020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근로소득 기준으로 총급여가 1억원이 넘는 이들이 전체 근로자의 약 4.7%, 그리고 8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버는 이들도 약 4.7%에 불과하다.


더욱 큰 문제는 ‘소득세 감세라는 방향 자체가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근로소득세가 크게 증가했고, 월급쟁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세 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근로소득세는 2017년 34조원에서 2021년 47조2000억원으로 약 3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상용근로자가 약 11% 증가했고, 월평균 임금도 약 17% 증가했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경제성장과 함께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09년에서 2017년 사이의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최근 4년보다 더욱 높았다. 따라서 최근 몇년간 실제 소득 중 납부한 소득세의 비율인 실효소득세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근로소득세 부담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근로소득세의 비중은 한국이 5.3%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3%였다. 미국 10.5%, 영국 9.5%보다 크게 낮다. 근로소득세 면세자의 비중도 최근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약 37%로서 다른 선진국들보다 크게 높다.


GDP 대비 소득세 비중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근로소득세에 수많은 공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효소득세율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득세를 계산할 때 총급여에서 이미 근로소득공제를 빼고 근로소득금액을 계산하며 그후에도 인적공제와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료 그리고 주택자금 등 여러 소득공제가 있다. 세액 산출 이후에도 자녀교육이나 의료비 그리고 근로소득세액 공제 등 다양한 세액공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2017년 세금자료에 따르면 여러 공제로 인한 근로소득세 감면액이 근로소득세 세수의 1.7배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에 비해 한참 낮아 2020년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전체 평균이 5.9%에 불과했다. 총급여가 약 1억7000만원 이상인 상위 1% 소득자들은 실효세율도 약 25%로 높으며, 이들의 소득세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제적으로 높다. 총급여가 8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는 실효세율이 8.1%, 그리고 6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는 5.4%로 크게 낮아진다. 상위 20% 경계인 총급여 약 5700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실효세율이 약 4.1%에 불과하다. 이들은 분명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일 텐데 연봉의 고작 4%만을 소득세로 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상위층 노동자들의 실효세율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아 결과적으로 GDP 대비 소득세 세수가 낮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 고령화와 함께 복지지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기후위기와 산업의 전환을 배경으로 정부의 재정지출도 더욱 늘어나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크게 낮은 중상위층 노동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높이고 면세자도 줄이는 방향으로의 소득세제 개편이 바람직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해 상위층과 하위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심각한 현실에서 소득세 실효세율의 인상은 불평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제로 인한 소득세 감면의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돼 상위 10% 노동자의 세금감면 혜택이 하위 50%보다 두 배가 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4)법인세 인하, 과연 서민에게 도움이 될까


(3)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불러왔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도 문제지만 소득세제 개편의 내용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무엇보다 공제를 축소해 소득세의 실질적인 증세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논의해볼 만하다. 어찌 보면 기재부는 그동안 과표구간을 조정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게 소득세를 높여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소득세 증세를 주장하는 정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일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지난 8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폭우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8월 8일 중부지방의 폭우로 13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특히 대통령이 고층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시간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서 살고 있던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가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고 지적한다. 역대급의 폭우라고 하지만 이제 폭우와 폭염 그리고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닥쳐올 것이다.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만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의 1.5도 상승 시점을 2016년 보고서가 예측한 2052년 이전보다 앞당겨 2040년 이전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아졌다. 한국은 그보다 높아 최근 100년 사이에 1.8도나 높아졌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도 그랬듯이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이나 목숨을 잃는 이들은 분명 더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발표된 ‘기후위기의 영향, 적응 그리고 취약성’이라는 부제를 단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라는 재난의 불평등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그리고 노인과 여성 등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예를 들어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나라들에 살고 있는데 이는 중남미,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대부분 가난한 나라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홍수, 가뭄 그리고 태풍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취약한 국가들에서 15배나 더 높았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재난인 폭염은 생명을 위협한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사망률이 5%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그 영향은 각국에 따라 크게 다르다. 40개국의 지역자료를 분석한 시카고대학 기후영향랩의 2020년 연구는 2100년까지 전 세계에서 폭염사망률이 10만명당 73명 높아질 것으로 보고한다. 평균기온이 비슷한 경우 그 피해는 가난한 국가들에 집중된다. 가난한 가나의 아크라에서는 2100년 폭염사망률이 10만명당 156명 증가하지만, 부자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38명이 감소할 것이다. 이는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는 건강과 폭염에 적응하는 냉방이나 노인돌봄 서비스 등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지만 가난한 국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가 보여주듯 불평등한 재난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크게 노출된 이들은 야외작업을 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저소득층과 가난하고 에너지빈곤층이 많은 고령인구 등의 취약계층이다. 실제로 서울 온도가 38.5도까지 오를 정도로 더웠던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63명이나 됐다. 그중 75%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었고 야외노동자와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에서는 한해 폭염 사망자가 1500명이나 되는데 그 절반이 노숙인이라고 한다. 또한 가난한 이들이 고소득층보다 그리고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더욱 높은 온도에 노출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홍수,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의 경우도 사회의 낮은 곳에 사는 취약한 이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불평등과 기후변화 사이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2017년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불평등으로 인해 취약한 집단이 기후변화로부터 더 큰 고통을 겪고 그 결과 불평등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이 여러 종류의 기후변화 악영향에 더 많이 노출돼 있고, 같은 노출 정도 하에서도 그들이 피해를 입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지하와 같이 가난한 이들이 사는 집이 더 부실하고 냉방이 힘들어 이들의 건강 위험이 크기 마련이다. 또한 이들은 피해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능력도 약하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기후위기의 책임은 정반대로 불평등하다. 온난화를 가져온 탄소 배출의 분배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불평등하다. 샨셀 파리경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약 500억t으로 1인당 평균 6.6t이었는데, 상위 1%는 1인당 110t인 반면 하위 50%는 1인당 1.6t에 불과하다. 가장 가난한 10억명은 1인당 1t도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상위 1%인 7700만명이 약 17%, 상위 10%가 48%를 차지하고, 하위 50%인 약 39억명은 12%를 차지할 뿐이다. 이는 한편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각국의 탄소배출량 차이 때문인데, 북미는 1인당 평균 약 21t인 반면 남아시아는 2.6t 그리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1.6t이다. 역사적으로도 산업혁명 이후 북미와 유럽이 전체 배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은 1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고작 4%를 차지한다.


소득분배와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은 국내적으로도 불평등하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상위 10%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73t이었는데 하위 50%는 9.7t이었다. 한국은 2019년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5t인데 상위 10%는 55t, 상위 1%는 180t에 달했다. 반면 중위 40%는 15t, 하위 50%는 7t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체 배출량 중 상위 10%가 약 3분의 1을, 상위 1%는 13%를 차지했다. 한편 1990년대 이후 탄소 배출의 불평등은 국제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국내적으로는 커졌다. 1990년에는 전 세계 탄소 배출 불평등의 63%가 국제적인 차이 때문이었지만 2019년에는 정반대로 그만큼이 국내의 불평등 때문이었다.


최근 변화를 보면 1990년에서 2019년까지 탄소배출량 증가의 21%를 상위 1%가 차지했고, 하위 50%는 16%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7%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함께 상위 1%의 배출량은 26%나 증가했다. 여러 선진국 내에서 하위 50%의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 숫자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부담도 부자 나라의 부자 시민들이 더 많이 져야 할 것이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7)사라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5)소득세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4)법인세 인하, 과연 서민에게 도움이 될까

한국은 선진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기후악당’ 국가로 불린다. 기후 재난이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이들을 먼저 덮치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큰 이들에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부담을 더 크게 지우는 일이다. 이는 결국 돈과 권력이 없는 이들의 싸움과 정치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와 불평등 모두에 맞서는 정의로운 시민운동이 발전해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7)사라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로 미국의 기회 불평등을 분석해 학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소득불평등이 높지만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표되듯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한 나라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부모의 소득과 가정환경이 자녀가 나중에 자라 버는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픽 엄희삼 기자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의 불평등’이라 표현한다.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의 차이가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 격차를 만들어내는 불평등이다. 한국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금수저·흙수저 이야기가 그것이다. 부모가 부자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커서도 성공해 높은 소득을 벌기가 쉽지 않은가. 기회의 불평등은 보통 부모의 소득과 자녀가 자라 버는 소득의 관계인 세대 간 소득탄력성이나 부모의 소득분위수와 자녀의 소득분위수 사이의 상관관계로 측정된다. 그 수치가 높을수록 세대 간 이동성이 낮고 기회의 불평등이 크다.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다면 사람들은 결과로서 소득불평등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 아빠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자가 되기 쉬운 사회에서는 특히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이 체티 교수가 기회 불평등에 관한 연구팀을 조직하고 관련 연구를 발전시키게 된 계기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예를 들어 그의 한 연구는 과거 미국에서는 자녀 세대가 자라 부모 세대보다 보통 실질소득이 높아졌는데 최근에는 그 확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고해 충격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1940년에 태어난 이들은 약 90%가 부모보다 잘 살았다.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그 비율이 겨우 50%를 살짝 넘었다. 절대적 사회이동이 약화됐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변화는 성장률 둔화도 관계가 있지만 소득불평등 심화가 더욱 큰 요인이었다. 2017년에 나온 이 논문의 제목은 ‘사라지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친구관계가 기회의 평등에 중요

한편 세금자료를 사용해 기회의 불평등을 분석한 2014년 연구는 1970년대 생과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이들을 비교해 역사적으로 세대 간 이동성이 악화하지 않았다고 보고해 놀라움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통근지역별 상세 자료를 사용한 그의 다른 연구는 역시 세대 간 이동성에 아이들이 자란 동네의 소득불평등, 가족의 구조, 학교의 질 그리고 주거지역의 분리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최근 체티 교수는 친구관계가 기회의 평등에 중요하다는 새로운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해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사회적 자본의 새로운 지표로서 페이스북의 7220만 성인 사용자의 친구관계 자료를 사용해 사회경제적 지위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연결성을 측정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부자 친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동네인 경우 가난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자라서 더 높은 소득을 벌어 소득의 상방이동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사용해 고등학교 학생들의 연결성을 살펴보거나 인종 요인을 통제해도 결과는 동일했다. 이 연구는, 특히 경제적 연결성이 지금까지 지적돼온 빈곤율·불평등과 같은 요인들보다 소득의 이동성에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한다.


비판의 여지도 있다. 먼저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대상으로 한 자료는 전체 인구의 현실을 대표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개인 수준이 아니라 지역 수준의 분석이다. 즉 부자 친구가 많은 가난한 이들이 부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층 간의 친구관계가 많은 지역에서 사회적 이동성이 더 높다는 것만 보고한다. 결국 개인 수준의 인과적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소득의 상방이동성 자체가 경제적 연결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더라도 적극적이고 상위계층 마인드를 가진 이들한테 지위가 높은 친구들이 많고 나중에 성공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그 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사회적 자본을 연구해온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결론이 너무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소득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체티 교수의 다른 논문은 경제적 연결성을 설명하는 요인으로서 학교 등에서 사람들이 다른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닌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와 비슷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이들끼리 친구가 되는 편향 모두가 중요하다고 보고한다. 그런 편향이 낮은 공동체에서는 사회경제적 통합을 통해 다른 지위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이 연결성을 강화하는 반면 그 편향이 높은 곳에서는 현재 구성원 사이에 상호작용을 높이는 것이 연결성 강화에 더 중요하다.


사회적 이동과 기회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현재까지는 주로 주택정책이나 대학입시 등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닌 사람들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집단 내의 비슷한 친구맺기 편향은 사회적 관계를 해치기 때문에 식당 공간의 변경이나 공공도서관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체티 교수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청년 트레이너를 부자 고객들에게 연결해준 보스턴의 한 헬스클럽을 성공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계층을 초월한 친구가 기회의 평등에 중요하다는 결론은 흥미롭지만 한계도 작지 않다. 특히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현실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와 친구를 맺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 연구들은 불평등이 심각하면 사회적 평가를 위협받고 지위가 낮은 이들의 불안이 커져 친구를 맺거나 공동체에 참여하는 정도가 낮아진다고 보고한다. 또한 불평등은 지배와 종속을 심화시키고 수평적인 친구관계와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피켓과 윌킨슨이 ‘불평등 트라우마’에서 보고하듯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자본과 공동체가 약화돼 사회적 이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8)기회의 불평등, 진짜 악화됐을까


(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5)소득세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보다 가난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소득불평등 자체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국제적으로 봐도 소득불평등이 높은 나라가 기회의 불평등도 높다. 이를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고 부른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기 위해서는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이 모두 높은 미국이 아니라 그 반대인 덴마크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사회복지와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가 모자란 미국의 현실과 관련이 크다. 결국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라서 가난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면 현재 세대의 가난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회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결과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8)기회의 불평등, 진짜 악화됐을까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몇년 전 유행한 수저계급론은 자신이 다이아몬드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하기 쉽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한국이 ‘헬조선’이라는 슬픈 현실의 반영이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부모의 소득과 집안 배경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면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청년들은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조국 장관의 자녀교육 문제에서 불공정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형식적인 공정만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크겠지만, 이러한 목소리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미 기회가 불평등한 상황에서 시험을 통한 공정마저 약화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남성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등을 돌린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 대답한 비율이 2009년 48.4%에서 2021년 30.3%로 하락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기회의 불평등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까. 과거에는 소득과 기회 모두 국제적으로 한국의 불평등이 매우 낮다고 이야기돼왔다. 하지만 2016년부터 변경된 공식소득분배 지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기준 소득불평등은 선진국 중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전에는 세대 간 소득탄력성으로 측정되는 기회의 불평등도 국제적으로 낮다고 보고됐지만, 더 나은 방법론을 사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회의 불평등도 낮지 않다. ‘고장난 사회적 엘리베이터’라는 제목의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위 10% 가정 출신의 자녀가 평균소득을 벌려면 다섯 세대가 걸린다. 미국과 같은 수준이며 OECD 평균보다도 약간 높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소득의 세습 강화”… 최근 연구결과는 ‘글쎄’


더욱 중요한 질문은 과연 기회의 불평등이 최근 악화됐는가 하는 점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조귀동 작가의 <세습 중산층 사회>라는 책은 1990년대생 청년들에게 소득의 대물림 문제가 뚜렷해져 중상류층 부모의 지위가 자식에게 세습되는 사회가 됐다고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노동시장에서 격차가 크고 최근 소수의 좋은 일자리가 감소해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몇몇 연구에 따르면 소득 세습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아버지의 직업이 좋은 자녀가 자라서 높은 소득을 얻을 확률로 측정한 기회불평등이 악화됐다고 보고한다. 특히 최하위 환경을 지닌 이들이 최상위소득을 얻을 확률로 따진 ‘개천용 불평등지수’가 2000년대 이후 높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도 20여년 동안 부모의 소득계층이 자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력이 1980년생보다 젊은이들에게 점점 더 커졌다고 보고한다.


최근 사회학자들의 연구는 한국에서 기회의 불평등이 악화됐다는 증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한다.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40년대 이전 출생자부터 1980년대 후반 출생자까지 포괄하는 서베이 자료들을 통합해 부모와 자녀의 교육성취도 상관관계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학력 수준 상위 20%의 부모와 하위 20%의 부모 사이에 자녀가 명문대를 졸업할 확률의 차이도 커지지 않았다. 박현준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와 정인관 숭실대 교수의 연구도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대적 이동성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다. 1950년에서 1984년까지의 출생자 집단 사이에 부모-자녀의 상대적 지위의 연관을 분석하면 소득증가와 직업구조 변화로 인한 절대적 이동을 통제한 후 ‘순수한 세대 간 사회이동성’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한다. 1998년과 2018년의 30~49세까지 동일연령집단을 비교한 다른 분석도 2018년의 상대적 사회이동성이 더 높다고 보고한다.


좋은 일자리 경쟁 심화… 20대 연구 ‘아직’

이러한 연구결과는 세간의 인식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비해 성장률이 둔화돼 부모 세대에 비해 잘살게 될 확률이 낮아진 현실이 청년들의 절망과 불만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특히 부모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지지 않았다 해도 대학교육이 확대되고 성별 격차가 줄어들어 좋은 일자리 경쟁이 심화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가 청년들에게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피부로 느끼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대부분 연구는 현재 20대인 1990년대생의 자료는 포함하고 있지 않아 최근 변화를 더욱 정확히 분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최근의 여러 언론기사는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자료를 통해 고소득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비중이 높아졌다고 보도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SKY’ 신입생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부모의 월소득 인정금액이 9분위(949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정 출신이 2017년 41%에서 2018년 51%, 2020년에는 55%까지 높아졌고, 서울대는 2017년 43%에서 2020년 63%로 크게 높아졌다. 의과대학이나 로스쿨 신입생도 마찬가지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재학생 기준으로 SKY 대학은 9분위 이상 고소득층 장학금 신청자 비중이 2012년 약 47%에서 2017년 36%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증가해 2019년 44%로 높아졌다.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빈곤층인 기초/차상위계층의 비중은 매우 낮지만 2012년 이후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저소득층인 1~3분위 계층의 비중은 2017년 27%에서 2019년 19%로 급락했다.


국가장학금 신청의 기준인 가구소득은 소득분위가 아니라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기준중위소득과 비교한 것이다. 소득환산액이 기준중위소득의 200%가 넘으면 9분위 이상이 된다. 2017년 이후의 변화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SKY 대학뿐 아니라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전체 학생의 경우에도 9분위 이상 고소득층 신청자 비중이 2017년 21%에서 2019년 27%로 높아졌다. 따라서 국가장학금 신청자료에 기초한 기회의 불평등 논의는 주의해야 한다. 더욱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9)그들이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이유


(7)사라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결론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는 높지만 최근 한국에서 세대 간 사회이동성이 약화됐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앞으로 1990년대생을 대상으로, 그리고 자산을 고려한 기회의 불평등 문제에 관한 연구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문제는 결과의 불평등이 고착된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전반적인 기회 축소와 경쟁 심화를 배경으로 청년들 삶의 불안이 악화되고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9)그들이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이유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임금 인플레이션이 어디 있는가?’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 제목이다. 이 칼럼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높지만, 임금상승이 그보다 낮아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여러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는 지금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우려가 컸던 임금-물가 악순환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물가가 계속 높아지는 현상이다. 칼럼 필자는 정작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진/이준헌 기자

실제로 국제노동기구의 세계임금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전 세계의 실질임금상승률이 전년 대비 -0.9%를 기록해 2021년 4.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오랫동안 임금상승을 주도해온 중국을 제외하면 -1.4%로 더 낮았다. G20 국가만 보면 선진국이 -2.2%였고 신흥개도국은 0.8%였다. 북미지역은 -3.2%, EU는 -2.5%를 기록했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1.3%에 그쳤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노동생산성 상승에 실질임금 상승이 뒤처지는 격차가 2000년대 들어 가장 커져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몫이 하락했다. 이 기관은 2023년에도 인플레가 6.5%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임금을 빠르게 인상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이 악화할 것이라 우려한다. 따라서 정부는 최저임금인상 등 임금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취약계층의 생활비 지원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목임금상승률,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한국은 어떨까.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2년 9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의 명목임금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소비자물가상승률 5.6%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실질임금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상승률은 5.5%였지만 300인 미만은 2.3%에 그쳐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이 더 낮았다. 한편 1분기의 임금상승률이 꽤 높아 2022년 1월에서 9월까지 누계자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명목임금이 5.2% 상승했고 실질임금상승률은 0.1%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질국내총생산의 성장률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를 기록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기여한 생산성 상승과 비교하면 실질임금상승이 낮았고 노동소득분배는 하락했을 것이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결국 위의 칼럼도 지적하듯 현재는 전 세계가 실질임금 하락을 경험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도 임금-물가 악순환의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선진국들의 과거 사례를 분석해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속되지는 않았다고 보고한다. 특히 1979년 2차 석유파동과 같이 현재와 비슷한 사례를 보면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로 높아졌지만, 금리 인상으로 명목임금상승이 억제돼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따라서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임금-물가 악순환이 나타날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현재는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낮아졌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5월 발표된 국제결제은행의 보고서는 1980년대 이후 노조조직률이 계속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임금협상에서 생활비 조정 조항이 임금협상에 반영되는 비율은 1970년대 말 약 60%에서 1990년대 말 약 20%로 하락했다. 또한 여러 거시경제학 연구는 최근에는 실업률이 낮은데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아 필립스곡선(명목임금상승률과 실업률은 반대로 움직인다는)이 사라졌고,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하락했던 이유로도 노동자들의 협상력 약화를 들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 40%는 기업이윤 탓 물가는 올라가는데 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기업이 이득을 보기 쉽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2022년 7월까지 인플레이션의 약 40%가 기업이윤의 증가 때문이었고, 노동비용상승의 몫은 약 22%였다. 그 이전 40년 동안은 노동비용상승이 인플레에 62%나 되는 영향을 미친 것과 반대다. 연준 부의장 브레이너드도 한 연설에서 소매업과 자동차 판매업 등에서 임금상승보다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높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산업의 독점 심화는 기업들이 인플레가 높아지는 시기에 자신의 상품가격을 쉽게 올리고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2021년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졌다. 정유회사들은 최근 큰 이익을 올렸다. 그렇다면 걱정해야 할 것은 오히려 이윤-물가 악순환이다. 기업의 독점력과 과도한 이윤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 각국은 이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에너지기업에 횡재세를 매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임금-물가 악순환의 가능성이 낮다면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급속한 금리 인상이 잘못된 대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은 경제를 정체시켜 임금상승을 억제하고자 하지만 긴축정책은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장기적 성장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팬데믹과 전쟁 등 공급자 측 요인과 서비스에 비해 내구재 소비가 크게 확대된 부문별 불균형이 인플레의 중요한 요인이라면 수요만 억누르는 긴축정책은 인플레를 잡는 데도 한계가 클 것이다.


그럼에도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연준 의장 파월은 최근 연설에서 명목임금상승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최근 임금상승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이 3.7%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노동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건강과 육아 등의 이유, 그리고 과도한 조기퇴직 증가로 인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과 관련이 크다. 고령의 노동자들이 해고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퇴직했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일찍 퇴직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2021년 이후에는 중간재 비용과 임금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어 기업이 원가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약화돼 임금상승이 가격에 전가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고한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0)사회적 연대가 약해져 간다


(8)기회의 불평등, 진짜 악화됐을까


(7)사라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과연 앞으로도 임금상승이 높게 지속되고, 그것이 물가를 자극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데도 정책결정자들이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역시 거시경제학보다 정치경제학의 문제일 것이다. 한국처럼 높은 인플레 앞에서 임금상승을 억제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가 주로 기업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삶을 악화시키고 저항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계급과 분배 그리고 불평등의 문제였다. 인플레의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도 결국 계급 간의 갈등과 역학관계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0)사회적 연대가 약해져 간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여러 조사결과에서 확인되는 것은 201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정부의 소득재분배와 평등에 대한 지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가난이나 불평등이 사회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경향 자료사진 | 강윤중 기자

귀하는 다음의 주장에 얼마나 찬성 또는 반대하십니까?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 한국사회종합조사에서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다. 얼마 전 발표된 2021년의 조사결과가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질문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체 응답자 중 다소 반대와 매우 반대를 포함한 반대의 비율은 2009년 78.3%에서 2014년 65%, 2021년 31.3%로 낮아졌다. 찬성의 비율은 2009년 9.7%에서 2014년 12.8%, 그리고 2021년에는 27.4%로 높아졌고,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라는 응답의 비율도 2009년 11.4%에서 2021년 41.2%로 높아졌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비율이 2009년 74.9%에서 2021년 53.6%로 낮아졌다.


혹시 코로나19의 경험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영향은 불분명하다. 다른 조사에서는 팬데믹으로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불평등 정도가 크다고 인식할수록 분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응답하고 소득재분배에 더 많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도 이미 팬데믹 이전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이 조사는 1981년부터 약 40년 동안 전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하고 4~5년마다 결과를 발표한다. 그 문항 중 하나로 “소득이 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노력에 따라 더 차이가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응답자들은 이에 대해 평등에 대한 찬성의 정도가 가장 높으면 1이고, 그 반대이면 10으로 해서 1에서 10까지의 척도로 대답한다.


결과의 평등보다 격차를 지지하는 목소리 2010년 실시된 한국의 6차 조사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1에서 4까지 대답해 평등에 찬성한 사람들의 비율이 23.5%였다. 2018년 실시된 7차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2.4%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1과 2라고 대답한 강한 찬성의 비율이 2010년 7.6%에서 2018년 1.2%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대로 7에서 10을 대답해 격차에 찬성한 비율은 6차 조사에서 58.7%였는데 7차에서는 64.8%로 높아졌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평등보다 불평등을 찬성하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질문에 대한 동의 정도가 2017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이러한 조사결과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과 소득재분배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약해져 왔고, 결과의 평등보다 격차를 지지하는 경향이 더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한국사회종합조사는 한국인의 주관인 계층의식에 관해서도 질문한다. 2년 단위로 실시하는 이 조사결과는 2014년 이후 주관적으로 스스로가 소득 상위계층이라 응답하는 비율이 계속 증가한 반면 하위계층이라 응답한 비율이 하락했다. 객관적으로는 상·하위 계층의 상대적 비율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신이 하위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확대에 찬성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반대하는 이들이 크게 줄어든 현실을 이해할 만하다. 실제로 이 조사는 2년마다 정부지출 중에서 실업수당을 늘려야 하는지 아닌지에 관한 질문도 던진다. 2014년 이후 실업수당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의 비율도 계속 줄어들었다.


결국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정부의 소득재분배와 평등에 대한 지지가 2010년대 이후 크게 약화됐다. 이제 과거에 비해 더 많은 한국인이 가난이 사회구조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문제로 생각하며 자신이 실제보다 더 상위계층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정치에서도 보수적인 정당이 권력을 잡기 쉽고 경제와 복지정책이 더욱 보수적으로 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 변화가 현재 한국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사회복지 확대에 소극적인 1980년대의 낡은 경제정책을 펴는 배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됐는지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변화와 함께 불공정이나 기회의 불평등에 관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치관조사의 다른 질문에 따르면 노력하면 성공하는 대신 운이나 연줄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계속 증가해왔다.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결과의 평등 대신 노력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더 벌어져야 한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일 수 있다. 즉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보상을 원해서 격차를 지지하고, 소득의 평등과 그를 위한 정부의 소득재분배에 대해서는 점점 더 반대하고 있다.


형식적 공정 추구가 불러올 불평등 악화 이러한 흐름은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널리 퍼진 불공정에 대한 반감이나 능력주의의 흐름이 강화된 현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불평등이 심각하다 해도 그것이 불공정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결과의 불평등 개선보다 과정의 기계적 공정과 능력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청년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입시제도 등을 둘러싸고 공정을 외치며 지난 정부에 등을 돌렸다. 물론 수능시험에 기반을 둔 대입제도의 결과가 오히려 고소득층에 유리하듯 형식적인 공정만 추구한다면 결과의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성공을 돕는 다른 사람들의 기여를 무시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크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1)임금인상 요구 커진 일본경제


(9)그들이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이유


(8)기회의 불평등, 진짜 악화됐을까

그럼에도 소득분배의 개선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면 불평등과 싸우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약해지고 사회적 갈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2021년 국제적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빈부격차와 계급 사이의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세계 최고로 높았다. 한국인 91%가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갈등이 크다고 대답했고, 87%가 서로 다른 사회적 계급 사이의 갈등이 크다고 대답했다. 세계 평균은 각각 72%, 67%였다. 놀랍게도 정치적 지지, 교육 수준, 성별, 연령 그리고 심지어 종교에 따른 갈등이 크다고 대답한 비율도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높았다.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한국사회를 갈라지게 만들고 가난한 이들뿐 아니라 모두가 살기 힘겨운 곳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연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1)임금인상 요구 커진 일본경제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지난 1월 일본의 유명한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대 40% 인상하기로 해 일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산토리와 일본생명 등 다른 대기업들도 속속 임금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불황을 배경으로 30여년 동안 임금인상이 정체돼온 일본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 임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임금의 정체가 일본의 불평등과 불황의 지속과 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2013년 아베 정부는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아온 일본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도입했다. 대담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동적인 재정확장, 투자촉진을 위한 구조개혁 등 소위 세 개의 화살 정책을 실행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행이 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매입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에도 간접투자하는 양적·질적 완화 정책이 핵심이었다. 나아가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기준금리와 장기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수익률 곡선 통제정책을 도입했다.


아베노믹스 도입에도 실질임금 낮아져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고 경제는 약간 회복됐지만, 목표했던 2% 인플레이션은 실현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임금인상 부진이 심각한 문제였다. 아베 총리도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독려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쳤다. 2013년에서 2021년까지 9년 동안 물가상승률보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높았다. 실질임금이 상승한 해는 3년에 불과해 현재는 아베노믹스 이전에 비해 실질임금이 더 낮아졌다. 이는 여성과 고령층 등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 현실과도 관련이 있지만, 기존 일자리의 임금도 별로 높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가구소득이 정체되고 소비도 부진해 경제회복에 한계가 컸고 물가상승 압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인플레가 자극되고 경제가 활성화돼야 명목국내총생산이 높아지고 정부 부채비율도 낮아질 수 있는데 물가부터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미 몇 년 전 국제통화기금은 임금인상을 아베노믹스의 네 번째 화살로 제시한 바 있다. 공공부문 임금인상, 최저임금의 인상 그리고 임금인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구체적인 주문이었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아베노믹스로 약간 경기가 회복됐지만, 그 이득은 기업에만 돌아갔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베노믹스 초기 엔저와 수출 증가로 기업의 이윤과 주가만 높아졌다. 2016년 정부는 2단계 아베노믹스에서 일억총활약 계획을 내세우며 포용적인 성장을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1차 분배는 개선되지 못했다. 2010년대 이후 가처분소득 기준 가구소득 불평등이 악화되진 않았지만,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7년까지 약간 하락했다. 특히 자본금 10억엔 이상인 대기업만 보면 1997년과 비교했을 때 경상이익은 3.3배 증가했지만, 임금은 0.97배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본의 임금 정체는 국제적으로도 무척 심각하다. 1991년에서 2019년까지 1인당 실질임금이 미국은 41%, 독일과 프랑스는 34% 높아졌지만, 일본은 겨우 5% 증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2021년 10월 일본 총선에서는 임금 상승과 소득분배 개선이 중요한 의제가 됐다. 집권 자민당은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야당들도 일시적 감세와 저소득층에 대한 급부금 지원 등을 공약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기시다 정부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취약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통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추진 중이다. 임금과 가구소득을 증가시켜 총수요를 확대하고 인플레를 자극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방향은 한국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방향과 유사하다. 오랫동안 정체됐던 임금과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임금주도성장이 필요한 곳은 정작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인상은 수요확대뿐 아니라 기업들의 신기술 투자를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아무리 정부가 노력해도 현실에서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물가 급등을 배경으로 이제 임금인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2022년 팬데믹과 전쟁을 배경으로 에너지와 곡물가격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일본은행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속해 미국과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10월 엔화가 1달러당 150엔을 찍을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따라서 국내의 에너지가격과 인플레이션이 급등해 지난해 12월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4%를 기록했다.


해외발 충격 인한 인플레로 상황 급변 대외적 충격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이 상황을 크게 변화시켰다. 물가가 급등해 지난해 11월 일본의 실질임금이 전년 대비 2.5% 하락하자 임금인상 요구가 더욱 커졌다. 총리는 재계에 임금인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3% 인상을 포함한 5%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업단체인 게이단렌도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시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며 임금인상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따라서 몇몇 논자는 지금이 30년 동안 실패한 인플레이션을 실현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먼저 고물가를 배경으로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다시 임금이 높아지는 물가-임금 상승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임금인상이 확산되고 인플레가 정착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전망이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2)팬데믹이 심화시킨 상위소득 집중도


(10)사회적 연대가 약해져 간다


(9)그들이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이유

최근 일본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임금인상 여력이 불충분한 중소기업들을 고려하면 과연 올해 임금인상폭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임금 상승을 위해 필요한 노동자의 협상력과 시민사회나 정당의 정치적 요구는 여전히 약한 현실이다. 경제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통한 거시경제의 균형 회복이 필수적이다. 일본경제의 미래가 올해 임금이 얼마나 오르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
(12)팬데믹이 심화시킨 상위소득 집중도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얼마를 벌면 우리 사회 상위 1%에 들어갈 수 있을까. 월급쟁이들이 곧잘 던지는 질문이다. 정답은 2021년 근로소득 기준으로 약 1억7000만원 이상이다. 약 1억원을 넘으면 근로소득 상위 5%에 들어간다. 물론 소득에는 근로소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부자들은 금융소득, 사업소득 그리고 임대소득으로 큰돈을 버는데 이들을 포함한 통합소득 기준으로는 1억9000만원을 넘게 벌어야 상위 1%에 들어갈 수 있다. 상위 0.1% 커트라인은 훨씬 높아 근로소득 기준 약 6억8000만원, 그리고 통합소득 기준 약 12억원이 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격차는 줄어들었을까 아니면 늘어났을까.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뒷편으로 도곡동의 초고층아파트들이 보인다. / 서성일 기자

상위 1%와 같은 부자들의 소득은 이제 불평등의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이들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상위소득집중도가 불평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흔히 각국 정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같은 가구조사 자료들에 기초해 가구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와 같은 지표로 계산한다. 하지만 가구조사 자료는 보통 큰 부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정확히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높은 소득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에는 객관적인 소득세 자료에 기초해 개인 수준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연구들이 발전됐다. 연구자들은 1%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를 추정하고 그 변화를 분석하며 또한 국제 비교를 수행한다. 피케티 교수 등의 연구 이후 상위소득 집중도에 관한 연구들이 발전됐는데 각국에 관한 조사 결과는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도 김낙년 교수 등이 소득세 자료에 기초해 상위소득 집중도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켰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상위소득 집중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빠르게 높아져 왔다. 또한 국제 비교를 해보면 주요 선진국 중에서 한국의 상위소득 집중도가 높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2010년대 종합소득 상위소득 집중도 상승


2010년대 들어서는 근로소득에서 상위소득 집중도가 하락한 반면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을 집계하는 종합소득에서 상위소득 집중도가 높아졌다. 2018년 발표된 김낙년 교수 논문은 소득세 자료를 기반으로 2016년까지 한국의 소득집중도를 업데이트했다. 연구에 따르면 근로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10년에 피크를 친 후 2016년까지 약간 하락했다. 그러나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에서 상위 1%의 몫은 2010년대에 오히려 높아져 전체소득에서 상위 1%의 몫은 별로 변화가 없었다. 결국 노동소득에서 부자들의 몫은 줄어들었는데, 이는 자산과 같은 다른 소득에서 부자들의 몫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겪은 이후의 변화는 어떨까. 얼마 전 발표된 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는 국세청 천분위 소득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한다. 이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상위소득 집중도가 하락했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다시 높아졌다. 2021년 평균 근로소득은 4024만원으로 5.1%나 늘어 지난 10년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소득분배는 불평등해졌다. 근로소득에서는 상위 1% 소득집중도가 2019년 7.2%에서 2021년에는 7.9%로 높아졌고, 상위 10% 소득점유율도 31.1%에서 32.1%로 높아졌다. 통합소득에서도 상위 1% 점유율은 2019년 11.2%에서 2021년 12.1%로 높아졌고, 상위 10%의 몫은 36.6%에서 37.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의 세전 지니계수는 2012년 0.483에서 2019년 0.444까지 크게 낮아졌지만, 2021년에는 0.452로 높아졌다. 통합소득 세전 지니계수도 2012년 0.528에서 2019년 0.509까지 약간 낮아졌다가 2021년에는 0.520으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를 보면 2020년 하위계층의 근로소득과 통합소득이 줄어들었다가 2021년에는 늘어났지만, 상위계층의 소득 증가가 훨씬 컸다. 상위 10% 소득계층은 2020년에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2021년은 근로소득과 통합소득 모두 7%가 넘게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취약한 비정규직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상위계층은 소득이 증가해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에서도 소득분배 변화에서 근로소득과 통합소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상위 10% 근로소득 집중도는 2012년 32.8%에서 2017년 32%까지 하락했고, 2019년 31.1%까지 낮아졌다. 상위 20%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즉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과 2019년은 상위 10%와 20% 집중도가 하락해 소득분배가 상당히 개선됐다. 하위 50%의 소득비중은 2012년 이후 꾸준히 높아졌는데 2018년과 2019년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근로소득 상위 10%/소득 하위 40%’의 비율인 팔마비율은 2012년 3.02에서 2019년 2.33까지 하락했고, 2021년 2.44로 약간 높아졌다.


반면 금융소득과 사업소득을 통합한 통합소득의 상위 10% 점유율은 2012년 37.3%에서 2018년 이후 약간 하락해 2019년 36.6%를 기록했지만 이후 높아졌다. 상위 1% 집중도는 2012년 10.8%에서 계속 높아져 2019년 11.2%가 됐고, 2021년에 더 높아졌다. 특히 상위 0.1%의 통합소득 점유율은 2012년 4%에서 2017년 4.3%, 그리고 2021년 4.8%로 크게 높아졌다. 통합소득에서 하위 50% 점유율도 소폭 상승했지만, 근로소득보다는 그 상승폭이 훨씬 낮았다. 결국 2010년대와 코로나19 이후 통합소득의 상위소득 집중도와 불평등은 근로소득에 비해 더욱 높아졌다.


상위 0.1% 평균소득, 소득 중간값의 70배

실제로 2021년 통합소득 상위 0.1% 평균소득은 약 18억5000만원, 상위 1% 평균소득은 약 4억7000만원으로 소득의 중간값에 비해 각각 약 70배, 18배나 높았다. 통합소득에 증여나 상속, 그리고 자산 매매로 얻은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결과도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실은 가구소득 기준의 불평등 변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의 2021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2019년에 비해 약간 낮았고,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개인소득 기준의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과 통합소득 모두 세전과 세후 지니계수가 2020년과 2021년에 약간 높아졌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3)AI가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올까


(11)임금인상 요구 커진 일본경제


(10)사회적 연대가 약해져 간다

팬데믹 이후 개인 기준의 소득분배가 악화된 현실에는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황의 충격과 함께 부분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도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기관리와 소득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비근로소득의 불평등 심화를 개선하기 위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와 정반대라는 점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3)AI가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올까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기계가 결국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기술실업이라는 낡은 주장의 중요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이 등장하다’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또한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도전은 자동화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완전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4월 4일 영국 런던 구글 본사 앞에서 구글 직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직원들은 ‘노조파괴’와 전 세계적으로 1만명의 잠재적인 일자리 감소에 항의해 시위를 했다. / AP | 연합뉴스

최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없애고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 답을 해준다. 그림도 그리며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로봇이 공장에서 생산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 것이라는 걱정이 컸지만, 이제는 사무실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IBM의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이 사무직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실시된 퓨리서치의 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48%로 환영하는 사람들보다 많았다.


자동화가 가져올 실업 위험성과 그 반론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정말로 심각한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다줄 것인가. 이미 많은 학자가 자동화 기술의 충격이 대량실업을 가져올 것인가에 관해 연구해 왔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연구는 각 직업의 특성과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의 발전 정도를 분석한 후 미국에서 20년 내에 약 절반의 일자리가 높은 자동화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의 연구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한 일자리가 다양한 직무로 구성돼 있고, 자동화되기 어려운 직무들을 고려하면 자동화로 인한 실업의 위험성이 훨씬 낮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화로 인한 실업은 순수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 동기와 사회적인 제도 그리고 정책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비용이 막대하여 이윤을 낼 수 없어 완전자동화된 무인상점인 아마존 고(Amazon Go)의 매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매우 싸다면 드론이나 자율주행차가 택배기사를 금방 대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정의되는 루틴노동을 대체했던 과거의 기술과 달리 인공지능은 암묵적이고 복잡한 비정형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클 수는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도입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연구들이 발전되고 있다. 온라인 일자리포스팅 자료를 사용한 한 연구는 2010년에 인공지능 사용에 적합한 일자리가 많았던 사업장에서 2018년까지 인공지능 관련 구직이 늘어났고, 비인공지능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었다고 보고한다. 전체 산업이나 직업 수준에서 인공지능의 효과가 아직 뚜렷하진 않다.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골드만삭스의 올해 3월 26일자 보고서도 미국에서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될 수 있는 일자리는 약 4분의 1이지만 직무의 절반 이상이 자동화될 수 있는 자동화 위험이 큰 일자리는 7%라고 분석한다. 이 연구는 대부분 일자리에서 인공지능이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대신 보완하며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 전망했다.


인공지능이 일부 화이트칼라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도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제로 전기나 정보통신기술과 같은 범용기술이 사회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보완적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 즉 ‘로보칼립스’에 관한 우려가 언제나 제기됐지만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자동화와 생산성 상승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숙련노동은 인공지능에 의해 보완되고,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창조성, 가설 수립, 감정지능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서 있을 것이다. 사실 글머리에서 언급한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1940년 2월의 기사이고, 자동화 우려는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2년에 한 말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크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새로 일자리를 찾더라도 전보다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크고, 자동화가 노동자들의 몫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연구는 최근 불평등 심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자동화를 지목한다. 그는 미국에서 로봇에 노출된 산업 비중이 큰 지역의 고용률과 임금상승률이 낮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 진전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산업에서 저학력 노동자와 같이 루틴 일자리에 많이 노출된 노동자 집단일수록 지난 40년 동안 임금상승률이 낮았다. 이 연구는 자동화로 인한 직무 대체의 효과가 임금불평등 변화의 약 절반을 설명한다고 보고한다.


기술발전이 부른 ‘일자리의 양극화’


한편 노동경제학자들은 기술발전이 1990년대 이후 일자리의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해 왔다. 자동화 기술이 큰 타격을 미친 일자리는 숙련도와 학력 수준이 중간 정도인 공장이나 사무실의 루틴 일자리들이었다. 반면 그 수준이 높은 직종이나 매우 낮은 육체노동은 자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가 나타났다고 본다.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분배 양극화의 배경이 됐다. 또 다른 연구는 1987년 이후 특히 미국 제조업에서 자동화 기술의 일자리 대체효과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커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고 보고한다. 노동경제학 대가인 MIT의 오터 교수는 기술혁신이 노동자의 기능을 강화하는 분야나 헬스케어와 같이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 전망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다른 변화가 나타났듯이 불평등의 변화에서 노동자들의 협상력과 정부 정책 등의 요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4)불평등 확대가 성장과 혁신에 나쁜 이유


(12)팬데믹이 심화시킨 상위소득 집중도


(11)임금인상 요구 커진 일본경제

오터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언키는 어렵지만, 노동의 몫이 하락하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역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는 노력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교육과 훈련을 위한 공공투자와 실업보험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보호,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과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래전 마르크스가 기계 자체보다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문제라고 비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실업이나 불평등 심화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인공지능의 사용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4)불평등 확대가 성장과 혁신에 나쁜 이유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높은 물가상승으로 가구의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못했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가구소득 증가율이 높아서 전년 동기 대비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이 된 지난 5월 9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켜놓고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상인들이 일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불평등이 심화됐고, 약자들의 고통이 커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높은 물가상승으로 가구의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못했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가구소득 증가율이 높아 전년 동기 대비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소득 하위 20%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이 약 63%로 전년보다 약 5%포인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을 지향해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불평등과 격차의 확대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국가에서 소득분배 악화와 성장률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실에서 불평등과 성장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여러 경제학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론과 실증연구를 발전시켜 왔다.


과거의 연구는 부자들이 저축을 더 많이 하니 불평등이 높아지면 저축과 투자 그리고 성장이 촉진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발전된 거시경제학 연구의 전반적인 합의는 불평등이 성장에도 나쁘다는 것이다. 먼저 심각한 불평등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둔화시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소득층이 한계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악화되면 경제 전체의 소비와 총수요가 억압된다. 이렇게 총수요가 둔화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장기실업이나 신기술 투자 둔화 등의 이력효과를 발생시켜 생산성 상승과 장기적인 성장 저해로 이어진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또한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도 라틴아메리카와 같이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들이 토지개혁에 성공했고, 소득분배가 균등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정치적으로 더 불안정하고 성장률도 낮음을 알 수 있다.


금융시장 정보 비대칭성과 경제성장


보다 최근 ‘새(New)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금융시장의 불완전성과 불평등을 결합해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금융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즉 은행이 차입자의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흔히 담보를 요구한다. 따라서 저소득층은 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난한 부모는 아이들이 똑똑하다 해도 그들에게 비싼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 아이들은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각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교육의 경로를 통해서도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을 저해하는 셈이다.


불평등은 또한 포용적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아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돈과 권력이 소수의 엘리트에 집중된 사회는 포용적인 정치·경제적 제도가 발전하기 어렵고, 지대추구가 만연해 경제주체들의 노동과 혁신의 의욕이 약화하기 쉽다. 나아가 불공정한 불평등은 작업장 차원에서도 노동의욕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러 실험연구는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처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노동의욕이 낮아진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논의와 함께 실증연구도 급속히 발전됐다. 각국을 비교한 연구는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음(-)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 자료가 발전돼 경제학자들은 이제 장기적인 패널 데이터를 사용, 각국 안과 각국 간의 변화 모두를 분석하고 있다. 몇몇 연구는 소득불평등이 단기적으로 한 국가 내에서는 성장을 촉진한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의 경제학자들은 개선된 데이터와 발전된 계량분석기법을 이용해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며 정부의 소득재분배는 가처분소득의 불평등을 개선해 성장을 촉진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들의 연구는 불평등이 심각할수록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기간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불평등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포용적 성장이라는 의제는 바로 이러한 연구에 기초한 것이다. 이들은 그 수단으로 증세와 사회복지 확충, 금융포용 정책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적극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소득을 재분배하고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인프라나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포용과 혁신 모두에 매우 중요하다.


혁신 가능하려면 사회안전망 튼튼해야


불평등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경로는 혁신을 통한 경로일 것이다. 불평등이 심각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면 혁신적인 경제활동이 발전하기 어렵다. 먼저 한국의 승차공유 서비스의 경우에서 보이듯 혁신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기존의 노동자들이 혁신에 저항할 수 있다. 혁신은 산업과 사회의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북유럽과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혁신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기초해 새로운 수요가 있는 신산업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서 혁신에 대한 반대가 강하지 않다.


심각한 불평등은 또 저소득층의 똑똑한 아이들이 혁신에 기여할 가능성을 억누른다. 체티 하버드대학 교수 등은 미국에서 3학년 때 수학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나중에 커서 특허를 얻는 발명가가 될 확률이 높지만, 그 집단 내에서도 부잣집 아이들이 빈곤층 아이들보다 그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보고한다. 결국 소득 격차가 줄어들면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과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심각한 불평등이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가 간 실증분석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들은 1인당 특허출원이나 총요소생산성으로 측정되는 혁신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또한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포용적인 성장의 추진이 혁신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5)결혼·출산, 누가 막냐고? 불평등한 세상이


(13)AI가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올까


(12)팬데믹이 심화시킨 상위소득 집중도

과거 한국은 고도성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평등한 소득분배로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불렸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제의 구조변화와 함께 동아시아의 기적의 반대편으로 달려온 듯하다. 이러한 방향을 되돌리기 위해 불평등과 불공정을 개선해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경제는 사회복지와 안전망의 확대, 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그리고 공정한 경제구조의 확립을 통해 포용과 혁신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성장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5)결혼·출산, 누가 막냐고? 불평등한 세상이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최근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힘든 세상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니 최근 신생아 분만 건수를 보아도 저소득층 비중이 감소했다고 보고된다. 사진은 한 병원의 신생아실 / 김창길 기자

출산율이 역대 최저로 하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대로면 장기적으로 나라가 소멸할지 모른다는 전망 앞에서도 한국인들은 거의 체념했는지 담담해 보인다. 여러 언론이 주목하듯 한국의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에 관해서는 오히려 해외에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크다. 어쩌다 이렇게 아이를 안 낳는 사회가 됐는지는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모자라고 노동시장의 격차가 크며 사회적 안전망도 불충분해 청년들은 생활과 미래가 불안하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 아이를 기르는 데 돈이 많이 들며 일하던 여성들은 아이를 낳은 후 직장에 복귀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모두 남의 눈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여성의 약한 권리와 서울 집중

이런 한국의 현실에서 여러 차원의 불평등은 출산율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먼저 여성의 권리가 약하고 남녀 사이 불평등이 심하면 출생에 악영향을 미친다.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한 실증연구는 1980년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과 출산율 사이에 음(-)의 관계가 있었지만, 2000년에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국가의 출산율이 더 높았다고 보고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히 출산율을 높이는 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보육과 육아휴직 등에서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고 출생률도 최저다. 경단녀가 140만 명에 이르고 25~54세 여성의 약 40%에 달한다.


서울과 지방 사이의 불평등도 큰 문제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없고 교육도 어려우니 모두 기회를 찾아 서울로만 몰려간다. 그러면 서울의 집값과 생활비는 더욱 오르고 살기 힘들어지니 서울 집중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친다. 동물들도 그렇듯이 인구밀도가 높으면 생존을 위해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인구가 밀집된 서울의 출산율은 0.63으로 전국 지역에서 가장 낮으며, 지방은 그나마 조금 높다. 물론 출산율이 가장 높은 시는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로 1.3이나 된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하지만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서구에 비해 혼외자식 비율이 크게 낮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결혼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만큼 여유가 있는 이들은 고소득층이나 부모가 부자인 경우일 뿐이다. 2022년 한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로 전체의 28.7%였고,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가 14.6%로 2위였다. ‘출산과 양육 부담’이 12.8%로 ‘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다음의 4위였다. 특히 미혼 남자의 경우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35.4%나 됐다.


결혼과 남성 소득불평등의 관계


결혼 자체가 정확하게 남성의 소득불평등 문제를 드러낸다.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30대 중후반 남성의 경우 소득 상위 10%는 91%가 결혼 경험이 있었던 반면 소득 하위 10%는 절반도 되지 않는 47%였다. 상위 10%는 20대 중후반에도 29%나 결혼 경험이 있지만, 하위 10%는 20대 중후반 겨우 8%였고 40대 중반이 넘어도 약 27%는 결혼하지 못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사회경제적인 특성을 통제한 후에도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근로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이 청년층의 결혼의향을 심각하게 낮추었다. 또한 10년 전과 비교해 모든 연령대에서 혼인 남성 비율이 감소했지만, 특히 30대 중후반은 저소득층 남성의 혼인 비율이 더 크게 하락했다. 또한 소득수준을 통제한 뒤에도 임금불평등이 높은 지역이 30대 후반 남성의 혼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녀의 소득뿐 아니라 부모의 소득이나 금융자산이 미혼자녀의 결혼확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힘들게 겨우 결혼한다 해도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결정이다. 양육과 교육에서 자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고 자신보다 잘 살지 못하게 된다면 아이 보기에도 미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이 2009년 48.3%에서 2021년에는 29.3%로 낮아졌다. 결국 최근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힘든 세상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니 최근 신생아 분만 건수를 보아도 저소득층 비중이 감소했다고 보고된다. 부의 대물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가난은 대물림조차 되기 어려운 것일까.


실제로 소득과 부가 세습되기 쉬운 세상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부모와 가정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 능력 그리고 자란 후의 소득이 엄마의 뱃속에서 결정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른바 태아기원설에 따르면 임신한 엄마가 공해에 노출되거나 종교적 이유로 단식을 하거나 경제적인 충격에 직면하거나 하는 경우 아기가 저체중이 되기 쉽고 자라서 성적과 임금도 낮아진다고 보고한다. 가난한 엄마들의 아기는 아무래도 이러한 악영향을 받기가 쉬울 것이다. 결국 불평등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는 우울한 이야기다. 흔히들 부가 대물림된다고 걱정하지만 이와 관련해 많은 연구는 가난한 산모나 아기들에 대한 영양이나 소득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한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보육 등 이른 시기부터의 체계적인 공공투자가 사회의 불평등 개선에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저출생과 불평등 개선 정책 시급한데


그렇다면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득재분배를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격차를 축소하며, 서울로의 집중을 막고 지방의 발전을 촉진하며, 여성이 아이를 낳고 회사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출산율 하락 앞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이후 저출생 예산이 300조원이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 지방정부 몫을 제외한 약 43조원의 저출생 예산 중에서 출산·난임 지원과 양육, 보육, 가족복지 등 저출생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약 14조원에 불과했다. 대신 부동산 관련 예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관광이나 게임산업 육성 산업도 포함됐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GDP 대비 가족 관련 지출은 2019년 1.4%로서 선진국 평균 2.1%보다 낮았다. 정부는 직접적인 저출생 예산을 확대하고 불평등을 개선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감세를 도입한 정부가 재정 긴축을 추진하면서 얼마 전 다자녀가구에 대한 무상우유 지원을 중단했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6)세계는 불평등으로 갈라지고 있을까


(14)불평등 확대가 성장과 혁신에 나쁜 이유


(13)AI가 실업과 불평등을 가져올까

1960년대 아기를 너무 낳아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을 폈던 시기 정부의 구호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 아이를 덜 낳으라고 만든 표어지만, 어쩌면 지금은 청년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지도 모르겠다. 나라의 소멸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거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
(16)세계는 불평등으로 갈라지고 있을까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팬데믹 이후 개도국과 신흥경제 국가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현실은 다시 세계적인 불평등의 확대를 우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빵가게 점원이 자전거로 전통빵 ‘발라디’를 나르는 모습. AP는 8월 10일 발표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 AP연합

시민단체 옥스팜은 2023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증가한 부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한 비중이 하위 50%에 비해 74배나 많았다고 보고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하던 전 세계의 절대적 빈곤율도 팬데믹의 충격으로 2019년 8.4%에서 2020년 9.3%로 높아졌고, 빈곤인구도 약 7000만 명이 증가했다. 그러고 보면 세계는 점점 더 불평등하게 갈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세계적인 차원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고 있을까. 세계 시민들 사이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의 소득분배와 국가 간의 소득 격차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많은 국가에서 국내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흔히 들린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심화했고,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여러 개도국에서도 빈부격차가 커졌다. 반면 원래 불평등 수준이 매우 높았고, 2000년대에 좌파가 집권했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불평등이 개선되기도 했다.


한편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을 보면 과거에는 그것이 확대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이는 솔로모형으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경제성장모형의 결론과 반대되는 것이다. 이 모형은 노동자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개도국이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더 높을 것이라 예측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했던 국가들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발전됐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지난 30년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국제무역과 국제적 투자의 확대로 세계화가 발전된 이 시기에는 개도국들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국가들 사이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개도국이 세계화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금융세계화가 때때로 금융위기를 낳기도 했지만, 국제무역의 증가는 개도국의 성장을 촉진했던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성장은 빈곤의 감소로 이어져 세계적 빈곤율 하락에도 크게 기여했다.


중국의 성장과 전 세계 시민 불평등 감소

국가들 사이의 격차 축소는 세계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은 전 세계 시민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난했던 중국의 농민들이 이제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며 소득이 높아졌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수많은 중국인은 가난에서 탈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 내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 이후 2010년까지 크게 악화됐다. 결국 전 세계 시민들 사이의 불평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국가들 사이의 소득 격차, 각국 내의 불평등 그리고 인구 규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이를 모두 고려한 세계의 불평등은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세계 인구의 90%에 달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각국의 가계조사 데이터를 꼼꼼히 비교하여 세계 시민들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측정해 세계적인 불평등을 보고한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시민의 지니계수는 1988년 0.694로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소득불평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최고 부자와 아프리카의 빈곤층 모두를 포함하니 당연한 결과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전 세계의 불평등은 약 200년 동안 계속 높아져 왔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성장이 정체돼 자본주의의 발전이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적 불평등은 1950년대 이후에도 계속 확대됐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불평등의 상승이 멈추었고,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전 세계 시민의 소득 지니계수는 2003년 0.687, 2008년 0.664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에는 0.63을 기록했다. 밀라노비치 교수의 최근 분석은 2013년에는 지니계수가 0.616, 2018년에는 0.601로 낮아졌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역시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중국과 인도 등의 개도국들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즉 국내적인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해도 인구 대국의 평균소득이 높아져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자 세계적 불평등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2013년 지니계수를 분해해 보면 0.616 중 국가 간 요인이 약 82%를 차지하는데, 국가 간 차이로 인한 지니계수가 2008년에서 2013년까지 0.557에서 0.505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이 세계의 평균성장률보다 높았던 현실이 전 세계 지니계수 하락의 약 3분의 2를 설명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중위소득 구간의 소득은 5년 동안 약 57% 증가했는데, 상위 20%는 20% 미만, 상위 1%는 약 6% 증가했을 뿐이다. 한편 최상위 부자들의 소득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는 한계를 조정한 지니계수는 단순한 수치보다 높지만, 여전히 세계 시민들 사이의 지니계수가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즉 2000년 이후에는 소득 면에서 세계가 점점 평등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선진국에는 충격이기도 했다. 세계화로 대표되는 1988년 이후 30년 동안 중국 노동자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미국 내에서 보통 노동자들의 소득은 정체한 반면 최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이른바 ‘코끼리 곡선’이 보여주는 결과인데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세계화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포퓰리즘의 대두로 이어졌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2008년 이후 10년 동안은 세계적 차원에서 고소득층일수록 전반적으로 소득증가가 낮아서 코끼리 곡선은 사라졌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7)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15)결혼·출산, 누가 막냐고? 불평등한 세상이


(14)불평등 확대가 성장과 혁신에 나쁜 이유

팬데믹 후 개도국 성장 둔화가 불러온 우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개도국과 신흥경제 국가들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현실은 다시 세계적인 불평등의 확대를 우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불평등 축소 효과는 줄어들 것이어서 인도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전망이 중요한데 그리 밝지는 않다. 특히 미·중 갈등과 세계경제의 분열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개도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던져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블록으로 갈라지면 무역과 기술확산을 막아 최악의 경우 세계 GDP가 약 7%나 하락할 수 있고 가장 큰 피해는 아시아 국가들이 입으리라고 전망한다. 결국 2000년대 이후 세계적 불평등은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그 앞날은 꽤 불투명하다. 세계적 차원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7)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연이은 흉기 난동으로 인해 휴일이었던 지난 8월 6일 서울 강남역 교차로에서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주변 순찰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지난 8월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사상자를 낸 뒤 백화점 내의 행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칼부림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돌진으로 5명이 다치고, 그중 1명이 사망했으며 9명이 칼부림으로 피해를 입었다. 7월 21일에는 서울 신림역에서 한 남성이 칼부림을 일으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밖에도 여러 칼부림 미수 사건이 발생했고, 또한 수백 건의 칼부림 예고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8월 17일 신림동 한 공원에서는 점심시간 직전에 한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고 살인해 충격을 주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세계적으로 안전하던 한국이 흉흉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을 보며 많은 사람이 한국사회가 어딘가 잘못됐고, 앞날도 걱정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병리현상은 우리 모두에게 그 원인이 무엇일까라는 커다란 질문과 고민을 던져주었다. 물론 범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포함해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사회적 배경 중 하나는 불평등이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불평등이 부르는 사회적 병리현상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실제로 불평등은 사람들의 마음 건강을 해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영국의 역학자인 윌킨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와 피켓 요크대학교 교수는 <평등이 답이다(The Spirit Level)>에서 불평등한 사회에서 온갖 사회적 병리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예를 들어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가 기대수명이 낮고 10대 출산율과 영아사망률과 정신질환, 약물사용과 비만인구, 살인율이 높고 사람들의 신뢰와 아동의 교육성취도와 행복도는 낮다. 다른 요인들이나 시간적 변화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선진국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소득불평등이 여러 건강과 사회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의 최근 저작인 <불평등 트라우마(The Inner Level)>에서 불평등이 사람들과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만드는지에 관해 상세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윌킨슨과 피켓은 불평등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이면에 사람들의 지위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여러 분야의 연구결과를 검토하며 불평등이 심각하면 소득에 따른 사회적 지위가 강화되고 이것이 사회불안과 스트레스로 나타나 사회적 접촉과 공동체 그리고 공감이 약화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회평가 위협과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가 지위 불안과 정신적인 압박 또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견디기 힘들어 사람들은 스스로 고립되거나 반대로 자기도취나 과시, 우월감을 표출한다. 또한 가짜 해결책으로 도박이나 쇼핑 그리고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이 심화되기도 한다.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는 이렇게 개인도 사회도 정신적으로 병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불평등은 상대적 빈곤과 지위 불안을 심화시키는 반면 사회적 신뢰와 상호성의 규준을 약화시키고 계급차별, 조롱과 수치 그리고 복수로 이어져 범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불평등이 높은 곳에서 살인이나 강간, 총격, 아동학대 등의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다.


총기난사·학교폭력 등 범죄와 연관성


미국의 3144개 지역별 데이터를 사용한 한 실증연구는 총기난사 사건이 빈곤율과 실업률 그리고 총기규제 등 여러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소득불평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한다. 일본에서는 2008년 도쿄의 아키하바라에서 한 비정규직 남성이 트럭으로 횡단보도에 돌진한 이후 행인들을 마구 찔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000년대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과 함께 구조조정으로 실업과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현실을 배경으로 했다. 당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한 것도 불평등의 확대와 취약한 노동자들의 증가와 관련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편 불평등은 학교의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이 높은 사회는 아동의 행복도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낮으며 가난한 학생들이 자라 성공하기가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불평등이 학교폭력도 증가시킨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는 소득불평등과 왕따 등의 학교폭력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지위 차별과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엘가 맥길대학 교수 등의 최근 연구는 40개국 약 2만9000개 학교 87만명의 서베이 자료를 분석해 0~4세 유아기에 겪은 그 사회의 불평등이 아이들이 커서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행사하는 확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생생하게 보여준 학교폭력 문제도 근본적으로 우리 안의 불평등과 관련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어린 시절 폭력이나 아동학대와 같은 불평등의 악영향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학교폭력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묻지마 칼부림과 같은 최근의 범죄도 불평등 문제와 관련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범죄는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불평등을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를 포함한 여러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윌킨슨과 피켓 교수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 개선되면 사회관계가 개선돼 공동체와 신뢰가 강화되고 지위 불안과 스트레스 그리고 폭력과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 역설한다.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철 지난 낙수효과 경제학에 기초해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를 실시했고 경기둔화에도 재정긴축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개선돼온 소득불평등과 빈곤율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제적으로 볼 때 한국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빈곤율은 OECD 선진국 중에서 높은 수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소득불평등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세금과 사회복지를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역할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8)부동산공화국과 자산불평등


(16)세계는 불평등으로 갈라지고 있을까


(15)결혼·출산, 누가 막냐고? 불평등한 세상이

지난여름 경찰은 칼부림 사건들에 대응해 장갑차와 기관단총을 소지한 경찰특공대원을 배치했다. 그러나 사회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장갑차와 특공대가 아니라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취약한 노동자들의 힘을 강화해 불평등을 개선하는 노력일 것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8)부동산공화국과 자산불평등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여당은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구상도 발표했다. 이런 정책 방향은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자산불평등이라는 부동산공화국의 병폐를 더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1월 1일 경기 김포시 거리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도현 기자

한국은 흔히 부동산공화국이라 불린다. 한국의 부동산은 매우 비싸고 불평등하게 분배돼 있다. 먼저 한국은 국민소득 대비 주택 혹은 토지자산의 배율이 아주 높다.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21년 주택시가총액이 6552조원으로서 GDP 대비 3.2배를 기록했다. 2021년 명목GDP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지만, 주택시가총액은 13.4%나 증가해 GDP 대비 배율도 2020년 3에서 높아졌다. GDP 대비 주택시가총액 배율은 2000년 1.6이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0년대 초·중반 높아져 2009년 2.4가 됐다. 이는 2017년에도 2.4였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다시 급등했다.

한편 2021년 토지자산은 1경608조원으로 GDP 대비 5.1배인데 2017년 4.2배에서 크게 높아졌다. 국제비교를 해보면 이 수치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은 2.2, 독일은 1.5였다. 그나마 높은 프랑스가 2.9였고, 호주는 3.1 수준이었는데 한국은 4.6이었다. 한국의 국민순소득 대비 전체국민순자산의 배율도 2017년 9.5에서 2021년 11.9로 더욱 높아졌는데, 이 또한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소위 피케티비율로 불리는데 피케티는 소득증가율에 비해 자산증가율이 높아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소득대비 부동산 배율은 2021년 7.6으로 장기평균 5.3에 비해 크게 높고, 특히 서울은 약 19배로 장기평균 11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나마 2022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주택시가총액과 토지자산의 GDP 배율이 각각 2.9와 4.9로 2021년에 비해 약간 낮아졌다.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과 전체 부의 불평등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부동산 소유도 매우 불평등하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2021년 가액기준 전체 토지의 약 55.9%가 개인 소유 민유지이고, 22.4%는 법인 소유다. 최근에는 법인의 토지 보유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개인보다 법인의 보유세가 낮다는 현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소유구조를 보면 2021년 상위 1% 세대는 개인 토지가액 중에서 27.9%, 상위 5%는 53.6%, 상위 10%는 68.2% 그리고 상위 20% 세대가 개인 토지가액의 83.4%를 차지하고 있다. 그 비중은 안정적이지만 상위 1%는 2017년 27.1%, 상위 5% 세대의 집중도는 2017년 53.3%에서 약간 높아졌다. 또한 개인 토지 보유의 지니계수는 2021년 0.812로 엄청나게 집중돼 있다. 법인이 소유한 토지가액 중에서는 상위 1%가 84%, 10%가 99%를 차지하고 있어서 토지소유의 집중도가 훨씬 더 높은 현실이다.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은 전체 부의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특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나타난 집값의 급등은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지니계수도 2017년 0.584에서 2022년 0.606으로 높아졌다. 부동산의 소유집중도는 그러나 주식과 같은 다른 금융자산에 비해 낮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은 주식가격 상승에 비해서는 전체적인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작다. 국제비교를 수행한 여러 연구는 특히 주택자가보유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는 반면, 주식가격 상승은 그것을 악화시킨다고 보고한다.

오히려 더욱 우려되는 바는 집값이 너무 높으면 청년층이 절망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원이 넘는 현실에서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젊은이들에게 집을 사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일이다. 이는 세대 간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주택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경제를 둔화시키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실증연구는 저금리와 부동산 관련 대출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은 대출과 가계부채를 증가시켜 둘 사이에 동조화가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가계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져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2년 9월 금융안정상황보고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대부분 주요국의 주택가격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배율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33개 주요국 중 3위였고, 장기추세치와 대비한 갭률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5%로서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고, 최근 수년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하락했지만, 한국은 계속 상승해 왔고 코로나19 이후 더욱 높아졌다. 2021년 가계부문의 원리금상환부담은 17개국 중 5위였는데, 팬데믹 이후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이렇게 높은 가계부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피 시카고대학 교수의 최근 실증연구는 높은 가계부채비율은 가계소비를 억압해 경제를 둔화시키는데, 한국과 중국이 그 사례라고 보고한다. 높아진 금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부동산공화국 병폐 악화시키는 ‘규제 완화’

그렇다면 부동산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소유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부동산 관련 대출과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또 다른 효과적인 수단은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민간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 즉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OECD 18개국 평균 0.42%에 비해 크게 낮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했지만, 토지+자유 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에도 0.17%에 그쳤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9년 영국 0.8%, 프랑스 0.5%, 일본은 2018년 0.52%였고 독일과 동유럽만 한국보다 낮았다. 복잡한 종부세보다는 전체 주택을 합산해 매기는 재산세를 인상하는 동시에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낮추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9)금융발전과 불평등


(17)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16)세계는 불평등으로 갈라지고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그러나 기본공제액을 상향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했고,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왔고, 2022년 이후 자연스럽게 조정되던 주택가격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최근 여당은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켜 안 그래도 집중된 서울을 더 크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수도권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그리고 자산불평등이라는 부동산공화국의 병폐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19)금융발전과 불평등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가계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도 소득분배 악화와 부채 증가 그리고 금융발전 사이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지점 앞에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윤중 기자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이런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금융위원장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수입 증대가 국민의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44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많은 자영업자는 이자 부담으로 고통이 커졌다. 금융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정치인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번 은행들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은 최근 높은 금리를 내는 자영업자들에게 1억원 대출에 최대 150만원의 이자를 환급해 주겠다는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 경제에서 금융은 여유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순환시키는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한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러 연구는 금융의 발전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각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높은 수익과 임금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2년 5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을 넘었다. 이는 대략 근로소득 상위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경제학계도 이제 금융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몇몇 이론적인 연구는 금융 부문이 발전하면 자본의 배분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과거에는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던 가난한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연구는 금융이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가 금융발전의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의 발전단계가 낮을 때는 소수의 부자만이 혜택을 누려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지만, 금융발전이 심화되면 가난한 이들도 금융의 혜택을 누려 불평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수준과 불평등 사이에 비선형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고한 쿠즈네츠 곡선과 유사한 주장이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다른 연구는 그러나 금융의 발전과 함께 이미 금융시장을 장악한 부자들이나 대기업들의 기득권이 강화되고 은행들도 이들과의 관계를 심화시켜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특히 금융규제 완화는 금융발전을 촉진할 수 있지만, 금융산업의 위험을 높여 금융위기가 오면 신용경색과 투자 감소, 산출 하락 등과 더불어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금융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지대추구와 함께 금융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해 상위소득 집중도와 불평등이 높아질 수 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나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 등으로 측정되는 금융화가 진전되었다고 보고한다. 이를 배경으로 금융 부문 종사자의 소득이 높아진 반면 기업의 투자나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체됐다.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가들의 이해와 권력의 강화가 성장의 정체와 소득분배의 악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실증연구는 민간신용으로 측정되는 금융발전의 정도가 GDP의 약 100%를 넘을 정도로 과도하게 금융이 발전하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사이의 관계에 관한 실증연구도 급속히 발전되고 있다. 과거의 연구는 불평등에 미치는 여러 변수를 통제한 후에 금융발전이 소득불평등을 감소시킨다고 보고했지만, 최근 연구들은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사이에 비선형적 관계가 있다고 보고한다. 필자는 최근 국가 간 실증분석을 통해 금융발전 변수가 지니계수나 상위소득 집중도로 측정되는 소득불평등과 U자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낮은 금융발전의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이 줄어들지만 이후에는 불평등이 커졌다. 특히 소득불평등이 개선되다가 악화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의 금융발전 정도가 상당히 낮았다. 이는 현재 모든 선진국과 상당수의 개도국에서 금융이 발전할수록 소득불평등이 악화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OECD의 다른 연구도 금융발전이 고소득층의 신용 확대와 금융 부문 종사자의 임금프리미엄 확대 등을 통해 그 이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보고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융발전의 지표인 민간신용이 가계부채와 관련이 큰데 그 상당 부분이 부동산 구입과 관련이 있다. 주로 고소득층이 이러한 부채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민간신용과 가계부채의 증가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부자들의 자산가치와 소득을 더 증가시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는 주택과 같은 비금융자산의 구입을 위한 신규 가계부채나 가계부채 잔액 증가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필자는 또 다른 연구에서 금리와 비교한 은행의 자본수익률로 측정된 은행 부문의 초과이윤이 상위소득 집중도나 지니계수로 측정된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금융화가 발전되고 지대추구가 심화돼 경제의 다른 부문에 비해 금융 부문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경제 전체의 소득분배가 나빠짐을 뜻한다. 특히 은행 산업의 독과점 정도를 보여주는 산업집중도가 소득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편 가계부채는 민간신용의 중요한 부분으로 금융발전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득불평등 자체가 가계부채와 금융 부문의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이 소득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계속 확대하기 위해 부채를 늘려 소득불평등 심화가 가계부채의 증가를 낳았다고 한다. 특히 하위 90% 계층의 부채 확대는 소득이 크게 높아진 상위 1% 부자들의 과잉저축에 의해 조달됐지만,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20)미국의 불평등 심화에 대한 경제학적 논쟁


(18)부동산공화국과 자산불평등


(17)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이러한 연구들은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이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도 소득분배 악화와 부채 증가 그리고 금융발전 사이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금융발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은 약 172%를 기록해 금융발전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는 성장과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불평등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은행 때리기를 넘어 금융 부문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통해 과도한 금융발전과 부채증가를 억제하고 은행 부문의 경쟁을 촉진하며 금융 부문의 과도한 보상을 줄여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20)미국의 불평등 심화에 대한 경제학적 논쟁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쇄
|
목록
|
복사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미국의 불평등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기 쉽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불평등이 높아져 왔으며 부나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지난 1월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마주보고 서 있는 ‘용감한 소녀상’이다. /AP연합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주장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가구의 서베이조사에 기초한 지니계수도 높아졌지만, 이러한 조사는 최상위소득층이 소득을 과소보고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피케티와 주크만 파리경제대학 교수, 사에즈 버클리대학 교수 등은 소득세 자료를 사용해 소득상위 1%나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했다. 이들의 연구는 미국에서 상위 1%의 소득집중도가 1980년대 이후 크게 높아져 소득불평등이 악화됐음을 생생하게 보여 주목을 받았다.

상위 1% 소득집중도 상승 여부 논쟁

그러나 얼마 전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 학술지 중 하나인 ‘정치경제학 저널’이 게재를 결정한 논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텐과 스플린터의 연구인데 이들은 미국 상위 1%의 소득집중도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세전소득에서 상위 1% 집중도가 1960년 10.8%에서 2019년 19%로 크게 높아졌지만, 이들은 동기간 9.4%에서 13.8%로 높아졌다고 보고했고, 세후소득의 집중도 상승은 더욱 낮았다. 이 연구는 이미 몇 년 전 워킹페이퍼 형태로 발표됐고, 피케티 교수의 연구팀과 논쟁을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이번에 학술지에 게재돼 여러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으며, 다시 양측의 경제학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리니지2M 사이하 업데이트



동일한 세금 자료를 사용한 두 연구의 결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사업소득이나 자본소득 그리고 정부소비 등의 소득분배를 추계하는 방법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소득세 자료에 나타나는 소득은 국민계정의 국민소득을 모두 커버하지 못한다. 국민소득에는 세금신고가 되지 않은 상당 부분의 소득과 정부지출처럼 국민소득 계정에는 포함되지만 소득세 자료에는 나타나지 않는 소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소득을 적절한 가정을 통해 소득계층별로 배분해 상위 1%나 10%의 소득집중도를 계산한다.

이중에서 탈세 등으로 소득세 자료에 신고되지 않은 소득이 어떻게 계층별로 분배돼 있는가 하는 가정의 차이가 가장 큰 차이를 가져왔다. 먼저 피케티 등의 기존 연구는 각 소득계층 집단이 비슷하게 탈세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미신고 소득이 세금 자료에 신고된 소득의 분배와 대략 동일하게 분배됐을 것이라 가정한다. 이 경우 탈세소득은 전체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오텐과 스플린터의 새로운 연구는 현실에서는 추적하기 어려운 탈세소득을 미국 국세청의 세무조사 자료를 사용해 소득계층별로 추산하고, 이를 세금 신고된 소득에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세무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업소득 신고에서 손실, 즉 마이너스 소득을 신고한 계층이 탈세를 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신고소득과 미신고소득을 합친 진정한 사업소득의 상위 1% 사업소득 중 미신고소득은 약 20%대 초반으로 하위계층에 비해 훨씬 낮았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사업소득 기준 상위 1%가 전체 미신고 사업소득의 16%만을 차지하고 하위 90%가 미신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기존의 연구에서는 신고된 사업소득 기준 상위 1% 계층이 탈세한 전체 사업소득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저자들은 이렇게 탈세소득을 추정해 새롭게 소득분배 순위와 상위소득의 집중도를 계산했다. 하위계층의 탈세가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더 컸기 때문에 이들의 방식은 상위 1%의 집중도를 낮추게 된다.

이렇게 세무조사에 기초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견 더욱 현실과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개인사업자가 탈세를 위해 회계 부정을 통해 소득세신고에서는 사업소득을 마이너스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0년대에 몇 년 동안 마이너스 소득을 보고한 바 있다. 피케티 등은 그러나 상위소득계층의 탈세가 정말 상대적으로 하위계층에 비해 더 적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부자들이 여러 복잡한 기법을 사용해 세무조사와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다. 가이튼 등의 2021년 연구는 더욱 발전된 방법론을 사용해 탈세소득을 추정해보면 기존의 세무조사 자료보다 고소득층이 탈세를 훨씬 더 많이 한다고 보고한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 동안 상위 1% 등의 계층으로 부의 집중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졌는데 자본소득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은 결과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오텐과 스플린터는 그러나 최근 부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해도 금리가 크게 낮아져 소득집중도 변화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현실의 세무조사 결과와 달리 탈세 이후의 소득분배와 탈세된 소득의 소득분배를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일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또 다른 쟁점은 정부소비와 재정적자를 어떻게 소득계층별로 분배하느냐인데, 이는 세후소득 분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전소득과 같은 경우는 명백하게 계층별로 얼마나 받는지 뚜렷하지만, 국방이나 경찰, 교육이나 교통과 같은 일반적인 정부소비는 재정적 소득은 아니지만 국민소득의 구성요소이므로 적절한 가정이 필요하다. 피케티 등의 연구는 정부지출의 혜택이 각 소득계층의 분배구조에 따라 동일하게 나누어진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정부지출이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새로운 연구는 교육과 같은 일반적인 정부지출은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니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입는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정부소비의 절반은 모든 이에게 동일한 소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이를 감안한 상위소득 집중도가 기존 연구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또한 새로운 연구는 재정적자도 이후에 100% 세금 인상으로 충당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로 인해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또한 상위소득 집중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정치적 편향 개입될 수밖에 없어
불평등의 경제학구독

(19)금융발전과 불평등


(18)부동산공화국과 자산불평등


(17)불평등은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결국 피게티 등의 기존 연구와 이를 비판하는 최근 연구 결과의 차이는 이러한 여러 가정의 차이에 기인한다. 노벨경제학상(2015년) 수상자인 디튼은 국민소득을 사용해 정확한 소득분배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때로는 정치적 편향이 개입되는 연구자 각자의 가정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실제로 미국의 불평등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기 쉽고, 언론이나 독자들은 보고 싶은 결과만 보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불평등이 높아져 왔으며 부나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불평등이 얼마나 심화됐는지에 관해서는 생산적인 논쟁이 계속 발전돼야 한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논쟁에서 한쪽 편만 옹호하며 한국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