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8

펄럭이는 전투 깃발: 팔레스타인에 관한 마오주의 아동 연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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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ons: asia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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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ttering Battle Banners: A Maoist Comic Book on Palestine,” with an introduction by Brian W. L. (edited by Rebecca Karl), now on #positionspolitics prax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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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님, 요청하신 온라인 학술 웹진 <포지션스 폴리틱스(positions politics)>의 프락시스(praxis) 섹션에 게재된 글 <펄럭이는 전투 깃발: 팔레스타인에 관한 마오주의 아동 연환화(Fluttering Battle Banners: A Maoist Comic Book on Palestine)>의 핵심 요약과 분석 내용입니다.

서지 정보

  • 원문 제목: Fluttering Battle Banners: A Maoist Comic Book on Palestine

  • 서문 및 분석 작성: 브라이언 W. L. (Brian W. L.)

  • 편집: 레베카 칼 (Rebecca Karl)

  • 게재처: <포지션스 폴리틱스> 프락시스(praxis) 섹션

핵심 요약 및 내용 분석

1. 작품 개요

이 글은 중국 문화대명령 시기인 1971년 광둥인민출판사에서 발행된 20쪽 분량의 아동용 그림책(연환화·连环画) <전기표표(战旗飘飘, 펄럭이는 전투 깃발)>와 관련 매체를 다룬다. 이 그림책은 13세 팔레스타인 소년 탈라트(Talat)가 생일에 게릴라 부대인 아버지와 함께 이스라엘군과의 전투에 참여하여 총탄을 뚫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게양하는 영웅적 활약상을 담고 있다.

2. 서문(Introduction)의 핵심 논지: 문화대혁명기 국제주의 아동 문학의 정치학

  • '수동적 대상'이 아닌 '정치적 주체'로서의 아동

    자본주의 사회의 아동 문학이 어린이들을 '순수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 또는 '국제적 공감의 매개체'로 묘사하는 것과 달리, 마오주의 중국의 아동 문학은 어린이들을 무장 투쟁과 계급·민족 해방 투쟁의 적극적인 정치적 주체로 규정한다.

  • 국제주의의 '내수화(Domestication)'

    중국 어린이들에게 이미 친숙한 '게릴라전'이라는 서사 틀을 활용하여 제3세계(팔레스타인)의 탈식민화 투쟁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해외의 민중 해방 운동을 중국 아동들의 일상적 정치 의식 속으로 자연스럽게 침투시켰다.

  • 시공간적 동시성과 '연속혁명론'

    타국의 게릴라전 서사는 중국 아동들에게 "나의 임무와 미래가 지구 반대편 팔레스타인 아동들의 투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전 지구적 혁명 공동체의 동시성을 심어준다. 이는 혁명이 과거 세대의 완성된 유산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과제라는 '연속혁명(Continuous Revolution)'의 이념을 아동들에게 주입하는 정치적 소환의 역할을 했다.

  • 게릴라전 서사의 정당성

    체격과 힘에서 성인에게 미치지 못하는 아동이라도, 게릴라전 특유의 '적후방 공작'이나 지능형 활동(정보 수집, 물자 지원, 대담한 기습 행동)을 통해 성인 못지않은 혁명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정당화한다.

총평 및 의미

이 글은 1970년대 마오주의 중국이 예술과 문학을 통해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특히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지원하고 가시화했는지 분석한다. 동시에 아동 문학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아동을 가정과 학교의 보호 대상이 아닌 '연속혁명의 계승자'이자 '국제 정치의 주체'로 재구성했던 당시의 정치적 맥락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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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만 이전에 제가 드렸던 답변의 원문 자체는 현재 대화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아 <그 답변을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positions politics의 2026년 8월 3일 게시물을 다시 확인해서, 당시와 같은 취지로 <요약 + 평론>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1971년 중국에서 나온 20쪽짜리 연환화(连环画) <战旗飘飘, Fluttering Battle Banners>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핵심은 이 만화가 단순한 ‘팔레스타인 지지 선전물’이 아니라, <문화대혁명기 중국이 팔레스타인 투쟁을 어떻게 자기 자신의 혁명 언어로 번역했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료라는 점입니다.

<Fluttering Battle Banners: A Maoist Comic Book on Palestine> 요약·평론

1971년에 제작된 <战旗飘飘>는 팔레스타인의 민족해방투쟁을 다룬 중국의 짧은 그림책이다. 지금 보면 매우 낯선 조합이다. 중국 문화대혁명기의 미술 양식, 마오주의 혁명론, 아랍 게릴라, 팔레스타인 난민, 이스라엘과 미국 제국주의가 하나의 서사 속에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팔레스타인은 오늘날 흔히 접하는 ‘인도주의적 비극의 현장’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나 피해자로서 동정을 받는 존재이기 이전에 <무장한 혁명 주체>로 등장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담론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1. 팔레스타인을 중국혁명의 거울로 보다

1970년대 초 중국의 공식 세계관은 세계를 크게 두 진영으로 나누었다.

한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와 그 동맹세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피억압 민족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투쟁은 이 틀에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따라서 만화 속 이스라엘은 독립적인 역사적·정치적 행위자로 복잡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전초기지>이며, 팔레스타인인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제3세계 혁명’의 일부다.

여기에는 당시 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이 나타난다.

중국은 자신을 단순히 하나의 국가로 제시하기보다

<세계 피억압 민족의 혁명적 동맹자>

로 묘사하려 했다.

그래서 중국혁명과 팔레스타인혁명 사이에는 일종의 역사적 등가관계가 만들어진다.

중국 인민이 일본 제국주의와 국민당을 물리쳤듯이, 팔레스타인 인민도 제국주의와 시온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2. 난민이 아니라 ‘전사’

이 만화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이미지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을 다루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대체로

난민
점령 피해자
민간인
인권침해의 희생자

라는 이미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战旗飘飘>에서는 전혀 다르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총을 들고 조직되고 훈련받으며 투쟁한다. 여성들도 수동적인 희생자로 머물지 않는다. 주민과 게릴라는 서로 연결되고, 개인의 고통은 집단적 정치의식으로 전환된다.

이것은 전형적인 마오주의 서사구조다.

<고통 → 정치적 각성 → 조직화 → 무장투쟁 → 해방>

이라는 과정이다.

중국혁명을 다룬 수많은 문화대혁명기 선전물의 서사를 그대로 팔레스타인에 옮겨놓았다고 볼 수 있다.

3. ‘인민전쟁’이라는 렌즈

작품의 배후에는 마오쩌둥의 <인민전쟁> 개념이 있다.

혁명은 소수의 영웅적 게릴라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민중 속으로 들어가 민중을 조직하고, 민중 자체가 정치적·군사적 주체로 변해야 한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게릴라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다.

그들은 농민·노동자·난민과 결합하면서 ‘인민’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존재다.

이 점에서 당시 중국이 팔레스타인 혁명을 이해한 방식은 소련식 국가외교와도 조금 달랐다.

소련이 중동의 국가들, 즉 이집트·시리아 등의 정부 및 군대와의 관계를 중시했다면, 중국은 적어도 수사적으로는 <민족해방운동 자체>에 훨씬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알제리, 베트남, 앙골라, 모잠비크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도 하나의 세계적 혁명전선으로 그려진다.

4. 팔레스타인은 동시에 ‘중국 이야기’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팔레스타인을 묘사하면서 실제로는 중국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몸짓, 얼굴, 총을 드는 방식, 군중의 배열, 깃발, 영웅적인 시선 등은 문화대혁명기 중국 포스터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즉 ‘아랍인’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민족지적 관심보다

<혁명적 인간의 보편적 형상>

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팔레스타인 전사는 중국 홍군 병사와 시각적으로 거의 같은 도덕적 세계 속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제목의 ‘펄럭이는 전투 깃발’도 중요하다.

문화대혁명기 중국에서 붉은 깃발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혁명의 방향, 집단적 정체성, 승리와 ‘계속혁명’을 상징했다. 당시 중국의 다른 혁명문화에서도 붉은 깃발은 해방과 무장투쟁, 혁명의 지속을 상징하는 핵심 이미지였다.

팔레스타인의 깃발과 중국혁명의 붉은 깃발은 이 작품 안에서 상징적으로 포개진다.

5. 이 만화가 보여주는 1970년대의 국제주의

오늘날 좌파 정치에서 ‘국제연대’는 대개

인권
국제법
식민주의 비판
인종주의 반대

같은 언어로 표현된다.

그러나 1960~70년대의 혁명적 국제주의는 상당히 달랐다.

당시의 핵심 언어는

<제국주의 대 민족해방>

이었다.

베트남 전쟁, 쿠바 혁명, 알제리 독립, 남아프리카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 팔레스타인 투쟁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적 과정이라고 해석되었다.

따라서 중국 어린이나 노동자가 이 만화를 읽었다면 팔레스타인을 먼 중동의 낯선 분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들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과 같다.>

이것이 마오주의 국제주의의 가장 강력한 면이었다.


그러나 이 만화에는 중요한 한계도 있다

역사자료로서 흥미로운 만큼 현실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다.

첫째, 유대인의 역사와 홀로코스트는 사실상 사라진다.

이스라엘 건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반유대주의, 홀로코스트, 시온주의의 여러 흐름, 유대 난민 문제 등이 중요한데 이런 역사적 복잡성은 마오주의 서사에는 들어갈 자리가 거의 없다.

둘째, 팔레스타인 사회 내부의 다양성 역시 사라진다.

팔레스타인 민족운동에는 세속적 민족주의, 마르크스주의, 이슬람주의 등 다양한 흐름이 있었고 PLO 내부에서도 파타, PFLP, DFLP 등이 서로 달랐다.

하지만 만화 속 ‘팔레스타인 인민’은 거의 하나의 통일된 혁명주체처럼 나타난다.

셋째, 마오주의 특유의 역사적 낙관론이 강하다.

<인민이 조직되어 투쟁하면 결국 승리한다> 라는 믿음이다.

1971년에 보았을 때는 베트남, 알제리, 중국혁명의 경험 때문에 상당한 현실성을 가진 주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 55년간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보면 사태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군사·경제적으로 훨씬 강력해졌으며,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은 분열했고 점령과 정착촌 문제 역시 지속되었다.

그 점에서 이 만화는 현실의 예측이라기보다 <1970년대 혁명적 세계관이 품었던 확신>의 기록이다.


이 글이 지금 다시 흥미로운 이유

제가 보기에 이 자료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늘날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는 언어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1971년:  <민족해방 → 무장투쟁 → 제국주의 타도 → 혁명>

2020년대:  <점령 → 국제법 → 인권 → 민간인 보호 → 국가 또는 정치적 권리>

중심 어휘가 상당히 바뀌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대개 1971년 중국식 마오주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단순한 어휘 변화가 아니다.

20세기 후반 세계정치에서 <혁명>이라는 상상력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인권과 국제법>의 언어가 상당 부분 대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합평가

이 자료는 팔레스타인 역사에 대한 객관적 입문서로 읽으면 좋지 않다.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선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중국과 제3세계 혁명 국제주의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사료로 읽으면 매우 흥미롭다.

특히 중요한 것은 중국이 팔레스타인을 ‘불쌍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을 <스스로 역사를 바꾸는 혁명적 행위자> 로 묘사했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이미지와 가장 큰 차이다.

그래서 <Fluttering Battle Banners>는 팔레스타인에 관한 만화인 동시에, 사실은 <1971년 중국이 세계혁명을 어떻게 상상했는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ositions politics가 2026년에 이 자료를 다시 소개했다는 것 자체도, 현재의 팔레스타인 전쟁을 계기로 과거의 반식민주의·제3세계 국제주의를 다시 검토하려는 흐름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 만화에서 팔레스타인은 ‘구제받아야 할 피해자’가 아니라 중국혁명의 세계적 동지이며, 팔레스타인 해방은 중국혁명·베트남전쟁·알제리 독립과 연결된 하나의 세계혁명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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