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Jung 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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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인가, 매도인가 - JTBC의 이병한 보도는 왜 이상한가>
JTBC는 2026년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에 걸쳐 이병한 작가를 둘러싼 일련의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의 취지는 청년 대상 금전 문제와 직함 사용 의혹을 검증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보도는 의혹 제기를 넘어 한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사안과 인물 전체에 대한 도덕적 단죄가 한데 묶이면서, 보도는 검증보다 매도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 1. 반론권이 충분했는가>
이번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 확인과 반론권 보장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JTBC는 이병한 씨가 전화, 메일,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한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언론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어야 한다. 지인을 통한 연락, 추가 서면 질의, 인터뷰 재요청 등 가능한 수단을 충분히 거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도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보도는 피해자들의 주장과 제보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면서도, 그 주장들이 어떤 범위에서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다투어지는지 선명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 채무 불이행, 투자 약속과 같은 사안은 민형사상 책임과 사실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다. 그런데도 보도는 이를 곧바로 “청년을 등친 사람”, “돈을 떼먹은 사람”이라는 결론적 표현으로 압축해 버렸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한국을 떠나 활동하지 않는다.
충분히 확인하고 점검할 시간이 있는데 JTBC는 왜 이렇게 서둘러 보도했을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언론이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도는 단정이 아니라 검증이어야 한다. 아직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고 당사자 설명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앞세워 여론재판처럼 몰아가는 방식은 공정성을 해친다.
< 2. 사실 검증과 사상 평가는 다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실 문제와 사상 문제를 슬쩍 겹쳐 놓은 방식이다. JTBC는 직함 사용 의혹을 보도하면서, 동시에 이병한 씨가 말해온 미래 비전과 국가관까지 함께 비판의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직함의 진위와 사상의 타당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GIST 측은 이병한 씨가 겸임교수나 특임교수 같은 교원 신분이 아니며, 별도의 계약 관계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직함 사용 문제는 그 범위에서 검증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런데 보도는 그 사실을 넘어서, 마치 그의 국가 비전 자체가 거짓말을 돕기 위한 장치인 것처럼 인상을 만들었다. 이는 사실 검증을 사상 폄훼로 확장한 것이다.
한 개인이 말해온 미래론이 설득력이 있느냐, 비전이 과장되었느냐는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전을 곧바로 ‘사기’와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 직함이 부정확했다면 그 부분을 바로잡으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해온 한국 사회의 미래 구상 전체를 허상으로 몰아갈 이유는 없다.
< 3. 미숙함과 악의를 구분해야 한다>
보도는 이병한 씨의 사업 운영과 금전 문제를 다루면서, 그를 마치 처음부터 청년들을 속일 의도로 접근한 사람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사업 실패, 자금 조달의 좌절, 경영 미숙, 역할 분담의 혼선은 실제 사업 과정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임금 체불이나 채무 문제가 발생했다면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의도적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은 투자 유치 약속, 대표이사 제안, 생활비 명목의 대여, 그리고 연락 두절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정황은 분명하게 다뤄져야 한다. 다만 정황이 있다는 것과 범죄 의도가 입증됐다는 것은 다르다. 실패와 무능, 무책임과 악의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 구별이 사라지면 언론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낙인 찍기에 머문다.
혁신과 도전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모든 좌절과 실패를 범죄로만 읽는 사회는 스타트업, 밴쳐적 새로운 시도 자체를 위축시킨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비판이 곧바로 악마화로 변해서는 안 된다.
< 4. 이병한씨는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한다>
물론 이병한 씨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직함 사용, 금전 관계, 임금 체불 의혹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책임을 묻는 방식은 공정해야 한다. 자극적 제목과 감정적 표현, 사실과 사상의 혼합, 미숙함과 악의의 혼동은 정당한 검증이 아니다. 검증은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지, 한 사람을 미리 유죄로 만들어 여론에 던져주는 일이 아니다.
이번 JTBC 보도는 적어도 그 경계에서 너무 성급했다. 의혹이 있다면 끝까지 확인해야 하고, 비판할 것이 있다면 정확히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보도는 그 기본을 충분히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것을 검증이 아니라 매도라고 느끼는 것이다. 평상시 정론으로 신뢰해온 JTBC의 이 보도태도는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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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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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특히 법적 판단 이전에 범죄성을 전제한 성급한 보도행태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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