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간 교수의 저작 <전두환: 숫자는 럭키 세븐이다>(원제: <全斗煥:数字はラッキーセブンだ>, 미네르바쇼보, 2024)에 대한 요약 및 평론입니다.
<도서 개요>
이 책은 비교정치학자 기무라 간 고베대학 교수가 집필한 전두환 평전 연구서다. 부제인 <숫자는 럭키 세븐이다>는 육사 11기이자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내며 제5공화국을 열었던 권력자의 상징적 일화이자, 7년 단임제라는 헌정 구조와 1980년대 현대사의 굴곡을 함축한다. 저자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희대의 학살자이자 독재자>라는 평면적 악인 프레임으로만 박제하지 않고,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군부 내 사조직(하나회)의 결성,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그리고 제5공화국 통치 구조와 퇴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도주의 정치학과 구조사적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핵심 요약>
군부 엘리트의 형성과 하나회라는 권력 네트워크 전두환은 정규 육사 1기생(11기)으로서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 안보와 근대화를 동일시하던 군부 엘리트 집단의 전형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비호 아래 형성된 사조직 <하나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군 내부의 인사와 요직을 독점하며 국가 권력의 핵심으로 침투한 사적 과두제 네트워크였다. 저자는 전두환의 권력 장악이 개인의 카리스마보다는 하나회라는 강력한 집단적 결속력과 박정희 사후 발생한 권력 진공 상태의 구조적 산물이었음을 실증한다.
12·12와 5·18: 권력 찬탈의 폭력성과 태생적 정통성 결여 1979년 10·26 사건 이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군사반란(12·12)을 통해 군권을 장악하고, 19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를 통해 국가 권력을 강탈했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 진압은 제5공화국 체제에 지울 수 없는 원죄이자 태생적 정통성 결여를 안겼다. 저자는 이 폭력적 출발이 정권 내내 통치의 합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강박적 대중 동원과 억압적 사회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경로를 추적한다.
제5공화국의 통치 기술: 경제 관료 기용과 3S 정책 전두환 정권은 취약한 정치적 정통성을 만회하기 위해 두 가지 축에 의존했다. <경제적 실적 추구>: 김재익 등 전문 테크노크라트(경제 관료)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물가 안정과 3저 호황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대중 유화책과 통제>: 야간통행금지 해제, 교복 자율화, 프로스포츠 창설(3S 정책) 등 일상적 자유화를 확대하는 동시에, 언론 통폐합과 보도지침, 학원 사찰 등 폭력적 공안 통치를 병행하는 이중적 전략을 구사했다.
7년 단임제의 덫과 1987년 6월 항쟁 전두환은 박정희의 영구 집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7년 단임>을 헌법적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후계 구도를 사적으로 관철하려던 4·13 호헌조치는 급성장한 도시 중산층과 학생, 시민사회의 폭발적인 직선제 개헌 요구와 부딪혔다. 결국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직면한 정권은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하고 퇴진의 길을 걷게 되었다.
<비평 및 평론>
도덕적 단죄를 넘어선 구조적 인과관계의 규명 이 저작의 가장 큰 미덕은 감정적 분노나 도덕적 심판에 갇히기 쉬운 전두환 통치기를 냉정한 제도주의 정치학의 메스로 해부했다는 점이다. 신군부의 권력 획득 과정을 군부 내 파벌 구조와 국가 제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고, 제5공화국의 정책 결정 메커니즘을 테크노크라트와 군부 엘리트 간의 분업 구조로 명쾌하게 풀어냈다.
권위주의 체제의 모순과 자기 파괴적 역학 분석 저자는 전두환 정권이 정통성 결여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 발전과 교육 확대가 역설적으로 정권을 붕괴시키는 주체(성숙한 시민사회와 중산층)를 육성해 낸 구조적 딜레마를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발전국가 모델이 지닌 내적 한계와 민주화 이행의 필연성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게 돕는다.
한계와 비판적 지점 제도와 최고 통치 엘리트의 전략적 선택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군부의 국가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민중의 구체적 고통과 비제도권에서 전개된 치열한 기저 저항 운동의 역사적 무게감이 다소 탈색된 측면이 있다. 또한 전두환 개인의 심리적 기제나 말년의 법적·역사적 책임 회피 행태에 대한 비판적 평가보다는 통치 구조의 기능적 분석에 치중했다는 한계도 지적될 수 있다.
요컨대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이끌었던 한 통치자의 생애를 통해, 폭력으로 구축된 권력이 어떻게 제도의 덫에 갇혀 붕괴해 갔는가를 차분하고 엄밀한 시각으로 입체화한 뛰어난 정치학적 평전이다.
기무라 간(木村幹), 『全斗煥―数字はラッキーセブンだ』
『전두환―숫자는 럭키 세븐이다』, 2024
1,000단어 요약·평론
기무라 간의 『전두환―숫자는 럭키 세븐이다』는 2024년 미네르바서방의 <미네르바 일본평전선>으로 출간된 359쪽 분량의 전기다. 책은 전두환의 가난한 어린 시절에서 육군사관학교, 하나회, 12·12 군사반란, 5·17과 광주, 제5공화국, 1987년 민주화, 퇴임 후 재판과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다룬다. 저자 자신은 이 책을 단순한 독재자 전기가 아니라 전두환의 상승과 몰락을 통해 <해방 이후 냉전·분단국가에서 오늘의 민주화된 대한민국으로 변화한 또 하나의 한국현대사>를 그리려 했다고 설명한다.
책의 서문 제목부터 <죽은 자에 대한 평가―한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전직 대통령>이다. 따라서 기무라는 전두환의 역사적 책임을 희석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광주 학살의 독재자”라는 결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의 인생 전체를 거꾸로 설명하는 것도 피하려 한다. 그가 던지는 더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물이 어떻게 한때 군 내부에서 동료들을 끌어당기고, 조직을 장악하고, 마침내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가?>
기무라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두환이라는 개인뿐 아니라 그를 만들어낸 한국사회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본다. 실제로 그는 전두환 정권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전두환이 주변 사람들에게 지녔던 ‘매력’과 구심력을 조사했다고 밝힌다.
1. 가난한 소년에서 군 엘리트로
책 제1부의 제목은 <슬럼가에서 고급장교로>이다. 전두환의 식민지기 어린 시절, 육사 입학, 특수전부대 경험, 박정희와의 만남, 하나회 형성이 차례로 다뤄진다.
기무라가 이 어린 시절을 길게 다루는 이유는 전두환에게 박정희처럼 식민지기 엘리트 교육이나 만주군 장교라는 화려한 출발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생 대한민국 군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적 상승의 기회를 이용한 세대였다.
이 점이 중요하다.
전두환은 단순히 군인 한 사람이 아니라
<해방 → 한국전쟁 → 반공국가 → 군대의 팽창>
이라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엘리트였다.
기무라는 자신의 저술 해설에서 전두환을 <냉전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전형>이라고 직접 규정한다. 반공주의가 국가의 핵심 가치였던 사회에서 그는 그 가치와 조직문화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전두환의 출세를 개인적 야심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 시대가 전두환 같은 군인을 필요로 했고, 전두환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탁월하게 익혔다>
는 것이 기무라의 기본 관점이다.
2. 하나회―전두환의 진짜 정치적 자산
전두환을 이해하는 핵심은 하나회다.
그에게는 대중적 정치경력도 없었고 민주적 정당기반도 없었다. 그러나 군 내부에는 동기와 후배들을 묶는 강한 사적 네트워크가 있었다.
기무라는 전두환이 하나회를 이끌며 동기들 사이의 출세경쟁에서도 선두에 섰고, 주변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상당한 구심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전두환의 권력을 단순한 우연이나 쿠데타의 결과로만 보지 않게 한다.
하나회는
친분,
지역적 연고,
육사 기수,
인사상호지원,
군 내부 충성관계
가 결합된 조직이었다.
전두환은 여기서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관리하고, 부하에게 보상하고, 충성을 확보하는 능력을 익혔다.
정치적 카리스마라기보다는 <조직적 카리스마>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이 기무라 전기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훗날 국민에게 극도로 미움받은 사람이 동시에 가까운 부하들에게는 매력적인 상관일 수 있었다는 역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3. 1979년 10·26이 만든 권력의 진공
제2부는 제목부터 <피로 물든 권력의 계단>이다.
박정희 암살,
12·12 군사반란,
5·17,
광주,
대통령 취임이 연속해서 배치된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김재규에게 살해되자 전두환은 합동수사본부장이 된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박정희 시대에는 전두환이 아무리 유능한 군인이라도 최고권력자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박정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권력의 공백을 만들었다.
전두환은 그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용했다.
그에게 주어진 합동수사본부장이라는 자리는 박정희 암살사건 수사를 명분으로 군·정보기관과 정치권 전체에 개입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제공했다.
여기서 기무라의 설명 방식은 그의 다른 저작들과 똑같다.
<전두환이 야심이 있었기 때문에 쿠데타를 했다>
로 끝내지 않고
<왜 그 야심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적·제도적 조건이 생겼는가>
를 묻는다.
4. 12·12―‘군인을 장악한 군인’이 국가를 장악하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신군부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군 지휘권을 사실상 장악한다.
여기서 하나회의 의미가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공식 군 계통보다 비공식 인맥이 더 강하게 작동했다.
국가의 정규 군사조직 안에서 사적 군인 네트워크가 지휘체계를 깨고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기무라가 이 과정을 <숙군 쿠데타(粛軍クーデタ)>라는 독립 장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두환의 성공은 동시에 박정희 체제의 약점을 보여준다.
박정희는 강한 군사국가를 만들었지만, 그 군대 안에는 개인과 기수, 사조직에 의존하는 권력구조가 존재했다.
즉
<박정희가 만든 강한 국가의 군대가 박정희 사후 또 다른 군사권력의 기반이 되었다>
는 역설이다.
5. 광주―전두환 평가에서 결코 우회할 수 없는 중심
1980년 봄 한국사회에서는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신군부는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치활동을 억압했다.
그 뒤 광주에서 계엄군과 시민 사이의 충돌이 확대되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책의 공식 소개 자체가 전두환을 <광주사건을 일으키는 등 한국 민주화운동의 적역(敵役)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규정하며, 책도 <정권 획득과 광주사건>을 하나의 장으로 묶는다.
여기에서 기무라의 ‘이해하려는 전기’와 도덕적 책임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전두환에게 인간적 매력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광주의 책임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불편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평범한 인간관계 속에서는 호감과 충성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폭력의 중심 인물이 될 수 있었는가?>
악한 정치지도자가 반드시 일상생활에서도 괴물일 필요는 없다.
20세기 독재 연구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제다.
전두환 평전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6. 대통령 전두환―폭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제5공화국
제3부 <통치자로서의 전두환>에서는 제5공화국의 권력구조뿐 아니라 경제, 외교, 한일관계, 스포츠·문화정책까지 다룬다.
이 부분이 이 책을 단순한 독재 고발서와 구별한다.
전두환 정권은 인권탄압과 민주화 억압을 행한 정권이었지만, 동시에 1980년대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소비사회·대중문화사회로 이동하던 시기의 정부이기도 했다.
컬러텔레비전,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준비
같은 대중문화정책도 이 시대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즉 국민에게
<정치 대신 소비와 오락>
이라는 공간을 제공하는 통치 방식도 존재했다.
이 점에서 전두환 체제는 박정희 유신체제의 단순한 복제물이 아니었다.
억압은 계속되었지만 사회는 이미 훨씬 도시화되고 교육받고 중산층화되고 있었다.
이 변화가 결국 전두환 체제가 오래 지속될 수 없게 만든다.
7. 일본과의 관계―전두환의 또 다른 얼굴
기무라가 일본 학자답게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한일관계다.
전두환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일본을 공식 방문했고, 일본 천황과도 만났다. 책의 출판사 소개 역시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한 특징으로 강조한다.
이것은 전두환을 단순한 반일 민족주의자로 보는 시각과 맞지 않는다.
전두환에게 일본은 경제와 외교에서 활용해야 할 중요한 국가였다.
기무라의 다른 책들에서 반복되는 주장처럼 여기에서도 한국정치의 민족주의적 언어와 실제 외교적 이해관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냉전과 한미일 협력이 우선하는 상황에서 전두환은 실용적으로 일본을 이용했다.
8. 왜 제목이 <숫자는 럭키 세븐이다>인가
이 독특한 부제는 전두환이라는 인간을 상징한다.
1980년 새 헌법을 준비하면서 대통령 임기를 논의할 때 당초 6년안이 검토되었는데, 전두환이 7이라는 숫자가 ‘럭키 세븐’이라 좋다는 취지로 말하여 결국 7년 단임제가 되었다는 일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일화는 책 217~218쪽을 인용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것은 사소한 농담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무라가 이 말을 책 전체의 부제로 선택한 것은 절묘하다.
한 나라의 헌법과 대통령 임기라는 중대한 제도가
<숫자 7이 길하다>
는 최고권력자의 개인적 취향과 결합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권위주의의 본질 가운데 하나다.
<제도가 사람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도를 결정한다.>
전두환 체제의 개인성과 임의성을 이보다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도 드물다.
9. 전두환은 왜 패배했는가
기무라는 제10장의 마지막 절을 아예
<전두환은 왜 패배했는가>
라고 붙였다.
여기에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설명이 있다.
전두환이 성장했던 한국과 대통령이 된 뒤의 한국은 이미 같은 사회가 아니었다.
저자 자신이 설명하듯 전두환은 반공주의와 군부 권위주의가 지배하던 냉전 한국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한국사회에서는 그 가치체계 자체가 약해지고 있었다.
경제성장으로 중산층이 확대되었다.
대학생이 증가했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성장했다.
민주화운동은 다시 확대되었다.
국제적으로도 냉전질서가 흔들렸다.
결국 전두환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준 시대가 사라지고 있었다.
기무라는 이를 매우 인상적으로 요약한다.
<시대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결국 시대에 추월당했다.>
이것이 전두환 전기의 핵심 명제라고 생각한다.
10. 노태우와의 관계―후계자를 만들었지만 후계자에게 밀려나다
전두환에게 노태우는 하나회와 신군부의 동료이며 후계자였다.
하지만 1987년 6월항쟁 이후 노태우가 6·29 선언을 받아들이고 직선제 개헌에 나서면서 양자의 이해관계는 달라진다.
1988년 전두환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그 후 그는 더 이상 정치질서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거청산의 대상>이 된다.
김영삼 정부 이후 전두환은 12·12와 5·18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책 마지막 장이
<노태우와의 갈등 → 법정투쟁 → 말년>
으로 구성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때 법 위에 있던 권력자가 민주화된 사회에서 법정의 피고인이 된다.
이 변화 자체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변화를 상징한다.
평론: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부분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전두환을 악마화하지 않으면서도 면죄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역사적 가해자를 악마라고 부르면 도덕적으로는 명확하다.
그러나 설명은 어려워진다.
“괴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고 하면
왜 군인들이 그를 따랐는지,
왜 하나회가 작동했는지,
왜 그가 군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
왜 7년 동안 정권을 유지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기무라는 오히려
<전두환은 그 시대의 제도와 가치에 매우 잘 적응한 사람이었다>
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섭다.
특별한 악마가 아니라 특정한 국가와 시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공한 조직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각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독재자를 일상의 인간세계 밖으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그렇다고 전두환을 <냉전이 만들어낸 사람>이라고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모든 군인이 쿠데타를 한 것은 아니다.
같은 반공체제 안에서도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민과 정치인과 군인이 있었다.
따라서
<시대가 전두환을 만들었다>
와
<전두환이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는 두 명제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구조는 선택의 조건을 설명하지만 책임까지 제거하지 않는다.
특히 광주를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기무라의 구조적 설명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에는 강하지만,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라는 규범적 질문에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둔다.
이것은 지금까지 읽은 그의 책들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점이자 한계다.
기무라 간의 이전 저작들과 연결하면
이 책을 앞서 읽은 기무라 간의 책들과 연결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계보가 나타난다.
『한국에서의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에서는 이승만 체제를 분석했다.
핵심은
<강한 대통령 + 약한 자율적 정당 + 국가 행정기구>
였다.
『한국현대사―대통령들의 영광과 좌절』에서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의 성공과 실패를 추적했다.
그리고 『전두환』에서는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그 체제를 만든 한 인간은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가?>
를 묻는다.
특히 『대한제국의 패망과 그림자』와도 묘하게 대조된다.
고종은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지를 하나씩 잃어갔던 <무력한 군주>였다.
전두환은 반대로
군과 정보기관을 장악하여 선택지를 자신에게 집중시켰던 <과도하게 강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결국 자신이 적응했던 시대의 종말과 함께 역사에서 밀려났다.
종합평가
『전두환―숫자는 럭키 세븐이다』는 전두환의 명예를 회복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훨씬 불편한 작업을 한다.
<왜 이런 사람이 성공했는가?>
를 묻는다.
기무라 자신이 밝히듯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전두환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전두환을 만들어내고, 그를 정상으로 밀어 올렸다가, 끝내 그를 거부한 한국사회>다.
가난한 식민지 소년은 신생국가의 군인이 된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거치며 반공 군부엘리트로 성장한다.
박정희 체제에서 출세한다.
하나회를 통해 사람을 조직한다.
박정희가 죽자 권력의 공백을 장악한다.
12·12와 광주를 지나 대통령이 된다.
경제성장과 대중문화 확대 속에서 7년 동안 통치한다.
그러나 바로 그 성장으로 만들어진 시민사회가 더 이상 군부독재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화된 대한민국은 한때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역설은 이것이다.
<전두환은 한국의 후진성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냉전·분단·국가건설이라는 특정한 발전단계가 만들어낸 인물이었으며, 그 자신이 통치하던 시대에 더욱 성장한 한국사회가 결국 그 정치체제를 폐기했다.>
이 점에서 전두환의 삶은 단순한 독재자의 전기가 아니다.
<권위주의적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압축한 한 인간의 생애>다.
그래서 기무라 간의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전두환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괴물이 아니라 한 시대에 너무나 잘 적응하여 정상까지 올라간 인물이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자 누구보다 철저하게 과거의 인물로 추락했다.>
『도서신문』이 이 책을 <제5공화국이라는 한 시대를 만든 전두환을 통해 현대한국사를 읽는 데 빼놓기 어려운 책>이라고 평가한 것도 바로 이 점을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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