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맞서면 ‘민사소송’ 처벌 ···‘살아있는 죽은 자’로 만들어”⑦‘학자 활동가’ 김정희원
수정 2026.08.24
김종목 기자
김정희원(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은 최근 논문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신자유주의 한국은 노동운동을 어떻게 처벌하는가’를 발표했다.
김정희원(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은 최근 논문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신자유주의 한국은 노동운동을 어떻게 처벌하는가’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정부 기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집회·시위나 파업을 조직한 노동조합과 시민운동 활동가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손배소) 사건의 1심 판결문 295건(총 3909쪽)이다. ‘노조 파괴’로 악명 높았던 창조컨설팅이 등장한 2003년 이후 20년간 나온 판결문이다.
정부 기관·기업이 노동자·활동가에 제기한 손배소
295건 전수 분석 ‘죽음 자본주의적 법폭력’ 논문
노동자 손배소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논문은 김정희원 논문 말고는 찾지 못했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이란 말도 생소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뜻부터 물었다. 그는 “자본을 축적하려 생명을 죽음권력에 종속시키는 법폭력이자 반자본주의적 저항에 대한 처벌”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대 베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수바브라타 바비 바네르지가 제시한 ‘죽음자본주의’(necrocapitalism) 개념의 영향을 받아 이를 법폭력에 관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지난 7일 논문 ‘죽음자본주의적 법적 폭력: 신자유주의 한국은 노동 운동을 어떻게 처벌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향신문사 부근 소공원에서 촬영했다. 김종목 기자
“우리는 지금 사회를 진보적·문명적·선진적 사회이고, 체제나 정권, (경제) 권력이 누군가를 더 죽이지 않는 사회라고 믿는데, 실제로는 매우 많은 죽음이 발생하죠. 예외적인 사고, 재난이 아니라 죽음권력 때문에 발생해요. 만들어지는 죽음이죠.”
이주노동자들과 노동자들의 잇따른 산재 사망이 예다. 쌍용차 노조원들의 자살과 병사, 여러 투사들의 분신 같은 저항도 빼놓을 수 없다. 김정희원은 죽음자본주의와 죽음권력이 ‘죽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이 세계를 이루는 건 조기 사망, 질병, 자살, 신체적·정신적 피해, 생계 파괴다. 이 세계를 유지하는 수단은 “파업, 시위, 직접행동을 조직하며 자본의 권력에 맞서는 노동조합 지도자와 활동가들을 처벌”하는 ‘법폭력’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의 대표적 사례가 노조 간부나 시민 활동가들을 상대로 한 손배소다. “국가나 자본이 (민사소송이라는) 사법 절차를 활용해 즉 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거죠.”
공동체가 채무자 궁핍한 상태 보게 해 ‘수행적 효과’
쌍용차 노조원 자살·정신적 고통…조기 사망 불러
민사소송은 “경제·구조적, 법·정치적, 문화·도덕적 차원에서 권리 박탈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처벌의 수행적·소통적 기술”이기도 하다. “집회 참여자들을 형법으로 체포·수감하면 석방 투쟁을 할 수도 있고, 재심 청구를 할 수도 있어요. 민사소송에서 패하면 평생을 채무자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회사나 사회에 손해를 입혀 분쟁에서 진 것처럼 해석되거든요.”
손배소 처벌은 독특한 ‘수행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형법으로 징역형을 살면 사회로부터 분리되잖아요. 사회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요. 민사처벌, 즉 채무를 안겨버리면 궁핍한 상태로 빚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동료 조합원이나 미래 조합원, 다른 직원들, 동네 사람들이 다 보게 되죠. 지역사회에 남아 자본주의적 처벌을 계속 받는 거죠. 그래서 수행적 효과인 거예요.” 그는 채무는 “공동체가 목격하는 권력의 일상적 무대”, 채무자는 “살아 있는 죽은 자”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는 ‘도덕적 의무’도 지운다는 점에서 “여러 층위에서 잔인하고 영악한 형태의 폭력”이다. 그는 “손배소로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에 시달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국가와 기업이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면 노조 대부분이 와해한다는 점에서도 ‘수행적 효과’가 이어진다.
김정희원은 노동운동이나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 몇명을 골라 주로 민사로 처벌했다는 데 주목한다. 그는 “한국의 민사소송은 정부 기관·기업과 소수의 조합원을 평등하고 대등한 두 주체 간 분쟁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더 영악하고 더 폭력적인 수법이다. 개인과 시장-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불균형을 은폐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복직 노동자 등이 2019년 6월24일 경찰청 앞에서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이 노동자 연대를 무너뜨리고, 노조를 파괴하려 활용하는 또 다른 ‘법폭력’ 수단은 민법에 규정된 ‘부진정연대책임’이다. 논문을 보면,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의 평균은 11억846만원,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평균은 4억665만원이다. “몇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죠. 그런데도 부진정연대책임으로 각 채무자는 전체 채무에 대해 독립적으로 책임져요. 당사자들 사이에서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서 일부 채무자가 지급을 거부하거나 면제되더라도 남은 채무자들은 여전히 전체 채무를 부담해야 합니다. 남은 동료들은 극심한 경제적 곤경에 빠지죠.” 그는 “노동자들에게 ‘채무 면제’를 대가로 노동조합을 떠나도록 유도한다.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강력한 전술”이라고 했다.
국가가 자본 이익 위해 개입, 신자유주의적 시장-국가
너무 많은 부정의 목도…국가·사법 폭력이 평생 화두
법원이 인정한 금액을 비율로 보면 청구액의 37%다. 김정희원은 “청구한 손해배상액 상당 부분이 충분한 실질적 증거나 적절한 법적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사무실 주변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시위로 경영진이 정신적 공포, 불안, 고통 같은 심리적·정서적 피해를 봤고, 그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 사례들도 있어요.”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행사의 목적은 ‘자본 축적’이다. “명백한 폭력인데도 법으로 명문화돼 자동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하죠. 법 자체가 시장에 유리하도록, 즉 자본 축적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뜻입니다.” 법의 명문화 문제를 두고 그는 “미등록 이주민, 트랜스젠더, 조직노동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법폭력은, 그들이 법이 이미 규정한 대로 그러한 대우를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희원은 민사소송 같은 법폭력이 ‘조기 사망’을 끌어낸다고 본다. “쌍차 노조 조합원들이 30명 넘게 자살했죠. 자살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정신적 고통과 질환에 시달려요. 아픈데도 또 생계 때문에 계속 일해야 하죠. 여러 복합적 이유로 건강이 더 나빠지고, 더 일찍 죽게 되는 겁니다. 트라우마는 자녀 등 가족에게도 전이되죠.” 그는 “(민사소송 등을 당한 노조원들처럼) 한국 사회의 어떤 집단은 더 아프게, 더 일찍 죽는다. ‘요절하는 사회’로 봐도 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서구에선 생물학적, 유전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폭력 때문에 ‘흑인이 더 빨리 죽는다’는 내용의 경험 연구가 많다”고 했다.
김정희원은 295건 판결문에 나온 사건 하나하나가 “악랄했다”고 본다. 어느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오작동으로 작업 노동자 손가락이 눌리는 사고가 일어난다. 노조 지부장이 이 노동자를 구하려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중단하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한다. 사측은 노조 지부장에게 그 시간 동안 생산하지 못한 제품 판매 대금, 고정비 등을 청구한다. “노조 사람들이 당연히 항의하고, 집회를 하죠. 그러면 그 핑계로 대대적으로 손배소를 걸어요. 작업중지권 행사 시간만큼의 손해액 청구는 노조 집단행동을 유발하려는 핑계였던 거죠.” 2012년 한 기업이 노조 간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회사는 노조의 아침 조회로 업무 시작이 14분 지연됐다는 이유로 그 시간만큼 임금을 공제했고, 노조가 ‘연장 근로’ 거부 등 항의 행동에 나서자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자 측 주장을 받아들여 8090만5738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손배소 노조 파괴’ 하면 떠오르는 게 ‘창조컨설팅’이다. “창조컨설팅은 사법 제도, 즉 법 기술을 이용해 노동 탄압이 가능하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준 곳이죠. 노조 14개를 와해했고요. 많은 자본가가 법 기술 활용에 더 적극적으로 됐죠. 창조컨설팅이 2012년 12월 문 닫은 후에도 사측 노무사들은 계속해서 비슷한 전략, 전술을 써요.”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정부 기관과 공기업의 손배소는 줄었다. 김정희원은 “민간 조직들은 여전히 민사소송을 활용해 노동운동을 위협할 수 있다. 현장에서 듣기로는 기업들은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노동자 손배소를 제기 후 취하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협박하는 전략을 계속 쓴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법률 효과를 축소하려는 정부 시도도 우려했다. 대통령 이재명이 지난 7월21일 ‘노동쟁의 대상이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 등에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 등을 두고 나온 우려다.
김정희원은 논문 제목에 ‘신자유주의 한국’이란 말을 썼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정의할지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개념화 논쟁과 직결되어 있다. 서구에서는 여전히 논쟁·연구가 활발한데,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국가’(market-state)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정부가 각종 정책, 법, 규제, 제도 등으로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자본 축적을 뒷받침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신자유주의라고 봐요. ‘작은 정부’가 아니에요. 신자유주의자들은 늘 적극적으로 법과 정책을 설계하려고 했어요. 시장 이익을 실현하려 자본과 정부가 결탁하고 법제를 설계한다는 의미로 시장-국가라는 용어를 썼죠.”
한국 정치 ·사회 문제 ‘계급 대 젠더’ 등 양자택일 구도
소위 진보도 ‘먹고사니즘’ 더 중시…차별금지법 미뤄
김정희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AI 자본(시장)과 정부의 밀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며 말을 이어갔다. “메가프로젝트를 한다고 실제로 경제가 활성화될지, 지역 주민들 삶이 나아질지 모르는 일이죠. 확실한 건 AI 기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죠. AI 자본에 아주 유리한 방식으로 거대한 규모의 정책 변화, 예산 투입, 자원 수탈을 동원하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김정희원은 노란봉투법의 축소 움직임과도 이어지는, 주 52시간 예외 등을 담은 ‘반도체 메가특구 특별법’ 논의를 두고 “AI 자본이나 AI 산업을 위해서 기존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실질적으로 입증된 것들을 퇴행적으로 되돌린다. 자본과 정부의 결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야간에도 주말에도 계속 노동자들을 돌려 시장 이익을 우선 실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메가프로젝트도 ‘죽음자본주의’”라고 했다. 그는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죽음도 죽음자본주의의 선명한 사례라고 했다. “(이런 사례는) 손배소를 당한 노동자들,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들, 100ℓ 쓰레기봉투를 나르느라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죠.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의 고통과 질병과 죽음을 당연시하는 문화, 정책, 제도가 있는 것이죠.”
김정희원의 화두는 ‘폭력’이다. 그는 “폭력은 국가를 구성하는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며 “국가폭력, 사법폭력을 평생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직간접적으로 너무 많은 부정의를 목도했어요. 그 부정의를 행사하는 주체가 국가이고 법이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이 매우 컸죠.”
김정희원 교수는 ‘학자 활동가’로 자신을 규정한다. “말년은 한국에서 활동가로 살겠다”고 했다. 지난 7일 경향신문 부근 소공원에서 촬영했다. 김종목 기자
이런 생각으로 또 다른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의 대상인 이주노동자 문제도 연구한다. 그가 주목한 건 비자 제도다. “이주노동자들이 폭염에 밭일을 하다가 죽거나 고용주 폭력에 시달리는 건 나쁜 고용주 때문에 벌어진 예외적 사례가 아닙니다. 착취가 발생해도 이주노동자가 대항하거나 떠날 수 없는 구조에 들어 있습니다. 비자 제도 자체가 죽음을 전제로 한 폭력이죠.” 그는 노동자 손배소와 이주노동자 비자 문제 등을 엮은 책 <죽음자본주의>(가제)도 쓰고 있다. 젠더폭력도 연구한다. “젠더폭력 피해자가 소송을 하면,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잖아요. (가해자 쪽에서)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려는 전략을 항상 새로 개발하거든요. 그 전략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김정희원은 늘 소수자, 희생자의 눈으로 세상 문제를 들여다본다. 이 관점에서 그가 한국 정치와 사회 문제로 생각하는 건 “계급 대 젠더, 계급 대 정체성 같은 가짜 대결 구도”다. “최근 약진하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들은 가짜 대결 구도를 만들지 않아요. 두 가지가 충돌하거나 사안에 따라 양자택일해야 하는 가치가 아니라는 걸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는 “한국의 소위 진보 세력들도 소수자 문제를 두고 ‘지금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이런 걸 요구하냐.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한다. 차별금지법은 ‘먹고사니즘과 관련 없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하다’고 얘기들 한다”고 했다.
김정희원이 학부(연세대) 때는 사회학과 영문학, 석사(연세대) 때는 문화인류학, 박사(럿거스대) 때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면서 일관하게 이어진 관심사가 “권력이나 지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정의 문제”였다.
애리조나주립대에 재직한 지는 11년이 됐다. 2022년 테뉴어(종신교수)를 받았다.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의 결과도 쌓인다. 이 대학에서 가르친 메리 키우라(퍼듀대 포트웨인 캠퍼스 조교수)와 함께 쓴 ‘발언하기의 소통적 모델’이 최근 학술지 ‘계간 경영 커뮤니케이션’의 ‘우수 논문’으로 뽑혔다. 케냐의 재생에너지 기업 구성원들이 강한 위계 같은 구조적 제약 때문에 ‘목소리 내기’를 제대로 못하는 문제 등을 다룬 논문이다. 김정희원의 박사 논문 ‘가시성의 역설’과도 이어진다. 그는 이 논문에서 ‘혁신적인 기업’일수록 소셜미디어로 소통을 더 평등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서로 업무를 공유하는 가시성(Visibility)이 권력·지식 격차를 더 드러내며 기존의 위계를 재생산했음을 확인했다.
김정희원은 자신을 ‘학자 활동가’(scholar-activist)로 규정한다. 그는 “논문 개수를 늘리거나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사회적인 변화와 반향을 일으키는 연구를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고, 대학 동료들이 평가할 수도 없는 한국어 책 <죽음자본주의>를 <공정 이후의 세계>에 이어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학자 활동가’는 한국에 올 때면 이스라엘 규탄 시위 같은 데 참석해 마이크도 잡는다. <남태령> 시사회도 참석했는데, 그는 “활동가로서의 실천”이라고 했다. 늘 연구 주제와 관련한 사람들을 직접 만난다. 지난 한국 방문 때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만났고, 다음 방문 때는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판결문 검색·열람을 위한 특별창구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대법원 내규’ 등이 헌법 2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 중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도 활동가라는 정체성·면모와 이어진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이 2025년 6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문 접근성에 관한 헌법소원청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김정희원 교수,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이리예 활동가. 강윤중 기자
판결문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가 아니다. 일산 법원도서관은 예약해야 하는데, 예약 가능일은 일주일에 이틀뿐이다. 예약일 직접 찾아가 법원도서관 로고가 박힌 용지와 펜만 사용해 판결문을 옮겨 적어야 한다. 판검사와 대학교수-공무원-기자 순으로 열람 대상도 ‘위계’를 뒀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논문 작성을 위한 판결문 295건을 받는 데 10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검색 결과를 보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고, 모든 판결문을 받는 것도 며칠 정도면 가능했을 겁니다.” ‘고생담’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헌법소원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실행에 옮겼다. “형사, 민사, 행정 등 판결문 전부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을 포함해서 모두에게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정희원은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해서 신청할 마음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준비되면 최대한 빨리 한국에 돌아가려고요. 말년은 한국에서 활동가로 살 겁니다.”

[말했다]“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
김정희원이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내가 대학교수라서 감사해야 하는 건가?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놓여있고, 그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법학 발전도 크게 해친다며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31617011
사회 말했다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
수정 2025.03.23
정부 기관·기업이 노동자·활동가에 제기한 손배소
295건 전수 분석 ‘죽음 자본주의적 법폭력’ 논문
노동자 손배소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논문은 김정희원 논문 말고는 찾지 못했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이란 말도 생소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뜻부터 물었다. 그는 “자본을 축적하려 생명을 죽음권력에 종속시키는 법폭력이자 반자본주의적 저항에 대한 처벌”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대 베이즈 비즈니스 스쿨 교수 수바브라타 바비 바네르지가 제시한 ‘죽음자본주의’(necrocapitalism) 개념의 영향을 받아 이를 법폭력에 관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지난 7일 논문 ‘죽음자본주의적 법적 폭력: 신자유주의 한국은 노동 운동을 어떻게 처벌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향신문사 부근 소공원에서 촬영했다. 김종목 기자
“우리는 지금 사회를 진보적·문명적·선진적 사회이고, 체제나 정권, (경제) 권력이 누군가를 더 죽이지 않는 사회라고 믿는데, 실제로는 매우 많은 죽음이 발생하죠. 예외적인 사고, 재난이 아니라 죽음권력 때문에 발생해요. 만들어지는 죽음이죠.”
이주노동자들과 노동자들의 잇따른 산재 사망이 예다. 쌍용차 노조원들의 자살과 병사, 여러 투사들의 분신 같은 저항도 빼놓을 수 없다. 김정희원은 죽음자본주의와 죽음권력이 ‘죽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이 세계를 이루는 건 조기 사망, 질병, 자살, 신체적·정신적 피해, 생계 파괴다. 이 세계를 유지하는 수단은 “파업, 시위, 직접행동을 조직하며 자본의 권력에 맞서는 노동조합 지도자와 활동가들을 처벌”하는 ‘법폭력’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의 대표적 사례가 노조 간부나 시민 활동가들을 상대로 한 손배소다. “국가나 자본이 (민사소송이라는) 사법 절차를 활용해 즉 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거죠.”
공동체가 채무자 궁핍한 상태 보게 해 ‘수행적 효과’
쌍용차 노조원 자살·정신적 고통…조기 사망 불러
민사소송은 “경제·구조적, 법·정치적, 문화·도덕적 차원에서 권리 박탈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처벌의 수행적·소통적 기술”이기도 하다. “집회 참여자들을 형법으로 체포·수감하면 석방 투쟁을 할 수도 있고, 재심 청구를 할 수도 있어요. 민사소송에서 패하면 평생을 채무자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회사나 사회에 손해를 입혀 분쟁에서 진 것처럼 해석되거든요.”
손배소 처벌은 독특한 ‘수행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형법으로 징역형을 살면 사회로부터 분리되잖아요. 사회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요. 민사처벌, 즉 채무를 안겨버리면 궁핍한 상태로 빚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동료 조합원이나 미래 조합원, 다른 직원들, 동네 사람들이 다 보게 되죠. 지역사회에 남아 자본주의적 처벌을 계속 받는 거죠. 그래서 수행적 효과인 거예요.” 그는 채무는 “공동체가 목격하는 권력의 일상적 무대”, 채무자는 “살아 있는 죽은 자”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는 ‘도덕적 의무’도 지운다는 점에서 “여러 층위에서 잔인하고 영악한 형태의 폭력”이다. 그는 “손배소로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에 시달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국가와 기업이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면 노조 대부분이 와해한다는 점에서도 ‘수행적 효과’가 이어진다.
김정희원은 노동운동이나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 몇명을 골라 주로 민사로 처벌했다는 데 주목한다. 그는 “한국의 민사소송은 정부 기관·기업과 소수의 조합원을 평등하고 대등한 두 주체 간 분쟁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더 영악하고 더 폭력적인 수법이다. 개인과 시장-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불균형을 은폐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복직 노동자 등이 2019년 6월24일 경찰청 앞에서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이 노동자 연대를 무너뜨리고, 노조를 파괴하려 활용하는 또 다른 ‘법폭력’ 수단은 민법에 규정된 ‘부진정연대책임’이다. 논문을 보면,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의 평균은 11억846만원,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평균은 4억665만원이다. “몇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죠. 그런데도 부진정연대책임으로 각 채무자는 전체 채무에 대해 독립적으로 책임져요. 당사자들 사이에서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서 일부 채무자가 지급을 거부하거나 면제되더라도 남은 채무자들은 여전히 전체 채무를 부담해야 합니다. 남은 동료들은 극심한 경제적 곤경에 빠지죠.” 그는 “노동자들에게 ‘채무 면제’를 대가로 노동조합을 떠나도록 유도한다.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강력한 전술”이라고 했다.
국가가 자본 이익 위해 개입, 신자유주의적 시장-국가
너무 많은 부정의 목도…국가·사법 폭력이 평생 화두
법원이 인정한 금액을 비율로 보면 청구액의 37%다. 김정희원은 “청구한 손해배상액 상당 부분이 충분한 실질적 증거나 적절한 법적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사무실 주변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시위로 경영진이 정신적 공포, 불안, 고통 같은 심리적·정서적 피해를 봤고, 그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 사례들도 있어요.”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행사의 목적은 ‘자본 축적’이다. “명백한 폭력인데도 법으로 명문화돼 자동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하죠. 법 자체가 시장에 유리하도록, 즉 자본 축적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뜻입니다.” 법의 명문화 문제를 두고 그는 “미등록 이주민, 트랜스젠더, 조직노동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법폭력은, 그들이 법이 이미 규정한 대로 그러한 대우를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희원은 민사소송 같은 법폭력이 ‘조기 사망’을 끌어낸다고 본다. “쌍차 노조 조합원들이 30명 넘게 자살했죠. 자살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정신적 고통과 질환에 시달려요. 아픈데도 또 생계 때문에 계속 일해야 하죠. 여러 복합적 이유로 건강이 더 나빠지고, 더 일찍 죽게 되는 겁니다. 트라우마는 자녀 등 가족에게도 전이되죠.” 그는 “(민사소송 등을 당한 노조원들처럼) 한국 사회의 어떤 집단은 더 아프게, 더 일찍 죽는다. ‘요절하는 사회’로 봐도 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서구에선 생물학적, 유전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폭력 때문에 ‘흑인이 더 빨리 죽는다’는 내용의 경험 연구가 많다”고 했다.
김정희원은 295건 판결문에 나온 사건 하나하나가 “악랄했다”고 본다. 어느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오작동으로 작업 노동자 손가락이 눌리는 사고가 일어난다. 노조 지부장이 이 노동자를 구하려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중단하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한다. 사측은 노조 지부장에게 그 시간 동안 생산하지 못한 제품 판매 대금, 고정비 등을 청구한다. “노조 사람들이 당연히 항의하고, 집회를 하죠. 그러면 그 핑계로 대대적으로 손배소를 걸어요. 작업중지권 행사 시간만큼의 손해액 청구는 노조 집단행동을 유발하려는 핑계였던 거죠.” 2012년 한 기업이 노조 간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회사는 노조의 아침 조회로 업무 시작이 14분 지연됐다는 이유로 그 시간만큼 임금을 공제했고, 노조가 ‘연장 근로’ 거부 등 항의 행동에 나서자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자 측 주장을 받아들여 8090만5738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손배소 노조 파괴’ 하면 떠오르는 게 ‘창조컨설팅’이다. “창조컨설팅은 사법 제도, 즉 법 기술을 이용해 노동 탄압이 가능하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준 곳이죠. 노조 14개를 와해했고요. 많은 자본가가 법 기술 활용에 더 적극적으로 됐죠. 창조컨설팅이 2012년 12월 문 닫은 후에도 사측 노무사들은 계속해서 비슷한 전략, 전술을 써요.”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정부 기관과 공기업의 손배소는 줄었다. 김정희원은 “민간 조직들은 여전히 민사소송을 활용해 노동운동을 위협할 수 있다. 현장에서 듣기로는 기업들은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노동자 손배소를 제기 후 취하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협박하는 전략을 계속 쓴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법률 효과를 축소하려는 정부 시도도 우려했다. 대통령 이재명이 지난 7월21일 ‘노동쟁의 대상이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 등에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 등을 두고 나온 우려다.
김정희원은 논문 제목에 ‘신자유주의 한국’이란 말을 썼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정의할지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개념화 논쟁과 직결되어 있다. 서구에서는 여전히 논쟁·연구가 활발한데,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국가’(market-state)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정부가 각종 정책, 법, 규제, 제도 등으로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자본 축적을 뒷받침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신자유주의라고 봐요. ‘작은 정부’가 아니에요. 신자유주의자들은 늘 적극적으로 법과 정책을 설계하려고 했어요. 시장 이익을 실현하려 자본과 정부가 결탁하고 법제를 설계한다는 의미로 시장-국가라는 용어를 썼죠.”
한국 정치 ·사회 문제 ‘계급 대 젠더’ 등 양자택일 구도
소위 진보도 ‘먹고사니즘’ 더 중시…차별금지법 미뤄
김정희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AI 자본(시장)과 정부의 밀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며 말을 이어갔다. “메가프로젝트를 한다고 실제로 경제가 활성화될지, 지역 주민들 삶이 나아질지 모르는 일이죠. 확실한 건 AI 기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죠. AI 자본에 아주 유리한 방식으로 거대한 규모의 정책 변화, 예산 투입, 자원 수탈을 동원하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김정희원은 노란봉투법의 축소 움직임과도 이어지는, 주 52시간 예외 등을 담은 ‘반도체 메가특구 특별법’ 논의를 두고 “AI 자본이나 AI 산업을 위해서 기존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실질적으로 입증된 것들을 퇴행적으로 되돌린다. 자본과 정부의 결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야간에도 주말에도 계속 노동자들을 돌려 시장 이익을 우선 실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메가프로젝트도 ‘죽음자본주의’”라고 했다. 그는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죽음도 죽음자본주의의 선명한 사례라고 했다. “(이런 사례는) 손배소를 당한 노동자들,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들, 100ℓ 쓰레기봉투를 나르느라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죠.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의 고통과 질병과 죽음을 당연시하는 문화, 정책, 제도가 있는 것이죠.”
김정희원의 화두는 ‘폭력’이다. 그는 “폭력은 국가를 구성하는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며 “국가폭력, 사법폭력을 평생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직간접적으로 너무 많은 부정의를 목도했어요. 그 부정의를 행사하는 주체가 국가이고 법이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이 매우 컸죠.”
김정희원 교수는 ‘학자 활동가’로 자신을 규정한다. “말년은 한국에서 활동가로 살겠다”고 했다. 지난 7일 경향신문 부근 소공원에서 촬영했다. 김종목 기자
이런 생각으로 또 다른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의 대상인 이주노동자 문제도 연구한다. 그가 주목한 건 비자 제도다. “이주노동자들이 폭염에 밭일을 하다가 죽거나 고용주 폭력에 시달리는 건 나쁜 고용주 때문에 벌어진 예외적 사례가 아닙니다. 착취가 발생해도 이주노동자가 대항하거나 떠날 수 없는 구조에 들어 있습니다. 비자 제도 자체가 죽음을 전제로 한 폭력이죠.” 그는 노동자 손배소와 이주노동자 비자 문제 등을 엮은 책 <죽음자본주의>(가제)도 쓰고 있다. 젠더폭력도 연구한다. “젠더폭력 피해자가 소송을 하면,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잖아요. (가해자 쪽에서)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려는 전략을 항상 새로 개발하거든요. 그 전략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김정희원은 늘 소수자, 희생자의 눈으로 세상 문제를 들여다본다. 이 관점에서 그가 한국 정치와 사회 문제로 생각하는 건 “계급 대 젠더, 계급 대 정체성 같은 가짜 대결 구도”다. “최근 약진하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들은 가짜 대결 구도를 만들지 않아요. 두 가지가 충돌하거나 사안에 따라 양자택일해야 하는 가치가 아니라는 걸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는 “한국의 소위 진보 세력들도 소수자 문제를 두고 ‘지금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이런 걸 요구하냐.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한다. 차별금지법은 ‘먹고사니즘과 관련 없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하다’고 얘기들 한다”고 했다.
김정희원이 학부(연세대) 때는 사회학과 영문학, 석사(연세대) 때는 문화인류학, 박사(럿거스대) 때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면서 일관하게 이어진 관심사가 “권력이나 지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정의 문제”였다.
애리조나주립대에 재직한 지는 11년이 됐다. 2022년 테뉴어(종신교수)를 받았다.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의 결과도 쌓인다. 이 대학에서 가르친 메리 키우라(퍼듀대 포트웨인 캠퍼스 조교수)와 함께 쓴 ‘발언하기의 소통적 모델’이 최근 학술지 ‘계간 경영 커뮤니케이션’의 ‘우수 논문’으로 뽑혔다. 케냐의 재생에너지 기업 구성원들이 강한 위계 같은 구조적 제약 때문에 ‘목소리 내기’를 제대로 못하는 문제 등을 다룬 논문이다. 김정희원의 박사 논문 ‘가시성의 역설’과도 이어진다. 그는 이 논문에서 ‘혁신적인 기업’일수록 소셜미디어로 소통을 더 평등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서로 업무를 공유하는 가시성(Visibility)이 권력·지식 격차를 더 드러내며 기존의 위계를 재생산했음을 확인했다.
김정희원은 자신을 ‘학자 활동가’(scholar-activist)로 규정한다. 그는 “논문 개수를 늘리거나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사회적인 변화와 반향을 일으키는 연구를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고, 대학 동료들이 평가할 수도 없는 한국어 책 <죽음자본주의>를 <공정 이후의 세계>에 이어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학자 활동가’는 한국에 올 때면 이스라엘 규탄 시위 같은 데 참석해 마이크도 잡는다. <남태령> 시사회도 참석했는데, 그는 “활동가로서의 실천”이라고 했다. 늘 연구 주제와 관련한 사람들을 직접 만난다. 지난 한국 방문 때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만났고, 다음 방문 때는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판결문 검색·열람을 위한 특별창구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대법원 내규’ 등이 헌법 2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 중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도 활동가라는 정체성·면모와 이어진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이 2025년 6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문 접근성에 관한 헌법소원청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김정희원 교수,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이리예 활동가. 강윤중 기자
판결문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가 아니다. 일산 법원도서관은 예약해야 하는데, 예약 가능일은 일주일에 이틀뿐이다. 예약일 직접 찾아가 법원도서관 로고가 박힌 용지와 펜만 사용해 판결문을 옮겨 적어야 한다. 판검사와 대학교수-공무원-기자 순으로 열람 대상도 ‘위계’를 뒀다. ‘죽음자본주의적 법폭력’ 논문 작성을 위한 판결문 295건을 받는 데 10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검색 결과를 보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고, 모든 판결문을 받는 것도 며칠 정도면 가능했을 겁니다.” ‘고생담’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헌법소원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실행에 옮겼다. “형사, 민사, 행정 등 판결문 전부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을 포함해서 모두에게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정희원은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해서 신청할 마음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준비되면 최대한 빨리 한국에 돌아가려고요. 말년은 한국에서 활동가로 살 겁니다.”

[말했다]“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
김정희원이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내가 대학교수라서 감사해야 하는 건가?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놓여있고, 그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법학 발전도 크게 해친다며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31617011
사회 말했다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
수정 2025.03.23
김종목 기자
김정희원이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내가 대학교수라서 감사해야 하는 건가?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놓여있고, 그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법학 발전도 크게 해친다며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김정희원은 공정과 정의, 폭력과 반폭력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다. 사진은 2021년 1월 경향신문 기획 ‘흑백 민주주의’ 관련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권도현 기자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가 아니다. 키워드 주변 몇 줄을 “생색내듯” 보여준다. 방문 열람도 어렵다. 열람이 가능한 곳은 전국에 일산 법원도서관뿐이다. 판결문 검색 전용 컴퓨터 여섯 대가 놓였다. 일주일에 이틀만 예약 가능하고, 예약 신청은 2주 주기에 맞춰야 한다. 방문 열람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아니다. 위계가 있다. 대상자 1호가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그가 ‘고마워해야 하냐’고 반문한 건 이 규정 때문이다. 2호는 중앙 및 지방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기관장 또는 단체장 의뢰로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얻은 공공기관의 임직원, 3호는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 소속 기자다.
열람실에 들어간다고 원하는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도서관 로고가 박힌 용지와 펜만 사용해야 한다. “이것도 충격이었다. 내가 무슨 기밀을 유출하러 온 범죄자인가? 게다가 오직 사건번호만 적어서 들고나올 수 있으며, 그 밖의 어떤 메모도 불가하다.”
각 법원에 사건번호를 전달하고 전문 요청을 한 뒤 받은 판결문은 “텍스트 인식을 못 하는 이미지 파일에 맥(컴퓨터)에서 열면 늘 오류가 나는 PDF 파일”이다.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 방문 열람제도’를 두고 “사법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하고 나아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라고 홈페이지에 썼다. 바로 밑에는 ‘열람 대상자’를 1호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호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3호 기자로 위계를 나눴다. 1, 2, 3호가 아닌 ‘국민’들은 열람조차 할 수 없다. 열람에선 ‘비국민’인 셈이다. ‘투명성’과 ‘국민 신뢰 제고’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 scourt.go.kr
김정희원은 “판결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압도적으로 어렵다. 내가 처한 현실을 미국, 캐나다의 동료들에게 토로할 때마다 내가 지독하게 불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시적 연구를 하려면 ‘방문 열람’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국가에 민폐를 끼치며 기밀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통시적 연구? 그는 “내가 특정 사안에 관해 지난 20년간 약 300건에 달하는 1심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권교체에 따른 판결의 경향성은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김정희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법치, 법적 중립성 같은 원론적 개념이 어떤 정치/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경향성이 아니라 그 시대의 법이성(예: 신자유주의적 법이성)을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판결문 전문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정희원의 지적을 읽다 보면, 사법부가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지 않고, 비판적 연구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폐쇄적 열람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3년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사법 시스템 신뢰 지수에서 한국은 전 세계 167개국 중 155위다.
김정희원이 말했다. “판결문은 기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및 조직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당연히 국민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하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판결문이 얼마나 허술한지 또는 얼마나 엄정한지, 법적 추론이 얼마나 정당한지 또는 부당한지, 모두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김정희원이 링크를 건 캐나다 판결문 열람 시스템(www.canlii.org)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비영리 기관인 캐나다 법률 정보 연구소는 판결문 등 240만 개의 문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캐나다 법률 정보 연구소 판결문 열람 홈페이지에서 ‘korea’를 넣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는 판결문, 관련 법령, 주석 등 총 3759건이다. 사건명 등을 알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canlii.org 화면 갈무리
김정희원은 공정과 정의, 폭력과 반폭력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다. 2022년 첫 단독 저서 <공정 이후의 세계>를 냈다. 올해 국가폭력에 관한 책을 출간한다. ‘정권교체에 따른 판결의 경향성’ 분석도 들어간다.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속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학자이기도 하다. 2023년 7월 ‘계간 황해문화 통권 120호, 창간 30주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반폭력으로서 돌봄 정치’에서 “노골적으로 왜곡된 의미의 ‘자유’와 ‘법치’를 내세우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윤 정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법, 제도, 행정을 통해 퍼져나가는 (때때로 보이지 않는) 폭력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혐오 발언 같은 폭력적 문화 및 사회적 관행을 고착화시키며, 소수자와 약자 집단이 차별과 불평등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며 “법과 제도를 통해 (때로는 조용히) 작동하고 확장하는 다종다양한 억압을 국가폭력의 범주로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윤 정권을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을 소외시키고 원자화하며, 동시에 다양한 처벌 기제와 공권력 수행을 통해 개인을 사회로부터 축출하고 범죄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처벌 국가’로 개념화했다.
최근 미국 내 한국인 학자들의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정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헌정 타락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탄핵 국면에서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사법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압박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판결문 공개는 그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연재 | 열린 법정, 감춰진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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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International and Intercultural Communication
Necrocapital legal violence: Punishment of labor movements in the neoliberal South Korea
Heewon Kim
- 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 비판
- 사건 번호 외엔 메모 불가능
-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김정희원이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내가 대학교수라서 감사해야 하는 건가?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놓여있고, 그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법학 발전도 크게 해친다며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김정희원은 공정과 정의, 폭력과 반폭력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다. 사진은 2021년 1월 경향신문 기획 ‘흑백 민주주의’ 관련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권도현 기자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가 아니다. 키워드 주변 몇 줄을 “생색내듯” 보여준다. 방문 열람도 어렵다. 열람이 가능한 곳은 전국에 일산 법원도서관뿐이다. 판결문 검색 전용 컴퓨터 여섯 대가 놓였다. 일주일에 이틀만 예약 가능하고, 예약 신청은 2주 주기에 맞춰야 한다. 방문 열람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아니다. 위계가 있다. 대상자 1호가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그가 ‘고마워해야 하냐’고 반문한 건 이 규정 때문이다. 2호는 중앙 및 지방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기관장 또는 단체장 의뢰로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얻은 공공기관의 임직원, 3호는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 소속 기자다.
열람실에 들어간다고 원하는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도서관 로고가 박힌 용지와 펜만 사용해야 한다. “이것도 충격이었다. 내가 무슨 기밀을 유출하러 온 범죄자인가? 게다가 오직 사건번호만 적어서 들고나올 수 있으며, 그 밖의 어떤 메모도 불가하다.”
각 법원에 사건번호를 전달하고 전문 요청을 한 뒤 받은 판결문은 “텍스트 인식을 못 하는 이미지 파일에 맥(컴퓨터)에서 열면 늘 오류가 나는 PDF 파일”이다.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 방문 열람제도’를 두고 “사법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하고 나아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라고 홈페이지에 썼다. 바로 밑에는 ‘열람 대상자’를 1호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호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3호 기자로 위계를 나눴다. 1, 2, 3호가 아닌 ‘국민’들은 열람조차 할 수 없다. 열람에선 ‘비국민’인 셈이다. ‘투명성’과 ‘국민 신뢰 제고’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 scourt.go.kr
김정희원은 “판결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압도적으로 어렵다. 내가 처한 현실을 미국, 캐나다의 동료들에게 토로할 때마다 내가 지독하게 불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시적 연구를 하려면 ‘방문 열람’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국가에 민폐를 끼치며 기밀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통시적 연구? 그는 “내가 특정 사안에 관해 지난 20년간 약 300건에 달하는 1심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권교체에 따른 판결의 경향성은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김정희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법치, 법적 중립성 같은 원론적 개념이 어떤 정치/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경향성이 아니라 그 시대의 법이성(예: 신자유주의적 법이성)을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판결문 전문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정희원의 지적을 읽다 보면, 사법부가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지 않고, 비판적 연구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폐쇄적 열람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3년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사법 시스템 신뢰 지수에서 한국은 전 세계 167개국 중 155위다.
김정희원이 말했다. “판결문은 기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및 조직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당연히 국민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하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판결문이 얼마나 허술한지 또는 얼마나 엄정한지, 법적 추론이 얼마나 정당한지 또는 부당한지, 모두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김정희원이 링크를 건 캐나다 판결문 열람 시스템(www.canlii.org)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비영리 기관인 캐나다 법률 정보 연구소는 판결문 등 240만 개의 문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캐나다 법률 정보 연구소 판결문 열람 홈페이지에서 ‘korea’를 넣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는 판결문, 관련 법령, 주석 등 총 3759건이다. 사건명 등을 알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canlii.org 화면 갈무리
김정희원은 공정과 정의, 폭력과 반폭력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다. 2022년 첫 단독 저서 <공정 이후의 세계>를 냈다. 올해 국가폭력에 관한 책을 출간한다. ‘정권교체에 따른 판결의 경향성’ 분석도 들어간다.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속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학자이기도 하다. 2023년 7월 ‘계간 황해문화 통권 120호, 창간 30주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반폭력으로서 돌봄 정치’에서 “노골적으로 왜곡된 의미의 ‘자유’와 ‘법치’를 내세우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윤 정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법, 제도, 행정을 통해 퍼져나가는 (때때로 보이지 않는) 폭력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혐오 발언 같은 폭력적 문화 및 사회적 관행을 고착화시키며, 소수자와 약자 집단이 차별과 불평등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며 “법과 제도를 통해 (때로는 조용히) 작동하고 확장하는 다종다양한 억압을 국가폭력의 범주로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윤 정권을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을 소외시키고 원자화하며, 동시에 다양한 처벌 기제와 공권력 수행을 통해 개인을 사회로부터 축출하고 범죄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처벌 국가’로 개념화했다.
최근 미국 내 한국인 학자들의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정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헌정 타락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탄핵 국면에서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사법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압박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판결문 공개는 그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연재 | 열린 법정, 감춰진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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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International and Intercultural Communication
Necrocapital legal violence: Punishment of labor movements in the neoliberal South Korea
Heewon Kim
Received 29 Nov 2025, Accepted 26 Jun 2026, Published online: 22 Jul 2026
Cite this article
https://doi.org/10.1080/17513057.2026.2698120
ABSTRACT
This study seeks to theorize necrocapital legal violence, which is defined as a contemporary form of legal violence that enables accumulation that involves dispossession, alienation, and the subjugation of life to the power of death, drawing on the notion of necrocapitalism (Banerjee, 2008). The analysis of 3,909 pages of court opinions (N = 295 lawsuits) published by district courts in South Korea for the past two decades demonstrates a distinctive form of neoliberal punitiveness that involves the exceptional use of civil laws targeting organized labor.
The findings elucidate the characteristics of necrocapital legal violence in the context of the weaponization of civil lawsuits against labor movements:
(a) its ongoing patterns that reveal the ways in which the market-state has punished anti-capitalist resistance through the brutal use of civil laws (e.g., compensatory damages, garnishee orders),
(b) its tactics of dispossession and alienation that effectively destruct workers’ livelihoods and disband labor unions, and
(c) its function as a performative and communicative technology that produces sustained material and symbolic effects, leading to the production of precarity and premature deaths. Building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articulates the nature of necrocapital legal violence, applicable to various sociocultural contexts and populations.
KEYWORDS:
KEYWORDS:
Legal violence
labor movement
necropolitics
necrocapitalism
neoliberalism
Disclosure statemen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was reported by the author(s).
Notes
1 Legal violence in this manuscript refers to all violence embedded in the body of laws. In other words, violence is already implicated in laws.
2 The first anti-FTA protest occurred in 2004, when farmers across the country organized large-scale demonstrations in Seoul to express strong opposition against the South Korea-Chile FTA, which was the very first FTA in the South Korean history. The agreement included the importations of agricultural products under a schedule of tariff reductions.
3 The author is bilingual in Korean and English.
Additional information
Funding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1S1A3A2A01096330, NRF-2025-S1A6B5-A02003693).
labor movement
necropolitics
necrocapitalism
neoliberalism
Disclosure statemen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was reported by the author(s).
Notes
1 Legal violence in this manuscript refers to all violence embedded in the body of laws. In other words, violence is already implicated in laws.
2 The first anti-FTA protest occurred in 2004, when farmers across the country organized large-scale demonstrations in Seoul to express strong opposition against the South Korea-Chile FTA, which was the very first FTA in the South Korean history. The agreement included the importations of agricultural products under a schedule of tariff reductions.
3 The author is bilingual in Korean and English.
Additional information
Funding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1S1A3A2A01096330, NRF-2025-S1A6B5-A0200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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