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朝鮮半島をどう見るか (集英社新書)
by 木村 幹 (Author) Format: Paperback Shinsho
3.8 3.8 out of 5 stars (23)
ほかの国と同じように、朝鮮半島を語ろう。
韓国での激しい街頭デモの映像や、サッカーW杯時の熱狂ぶり、そして北朝鮮に関する様々な報道。私たちの周りにある朝鮮半島についての情報はいつも刺激的だ。また、それをめぐる議論もいつも熱い。ある人は朝鮮半島の人々の言動を嫌悪を込めて批判し、またある人は、同じ朝鮮半島の人々とのバラ色の未来を熱心に語る。なぜ朝鮮半島については、ほかの国々や地域を論じるときのように、冷静に議論できないのだろうか。本書は、そんな私たちと朝鮮半島の間にあるこじれた問題の構造を一つ一つ解き明かし、問いかける。あなたは朝鮮半島をどう見るのか、と。
[著者情報]
木村 幹(きむら かん)
一九六六年大阪府生まれ。神戸大学大学院国際協力研究科助教授。京都大学大学院法学研究科修士課程修了。愛媛大学法文学部講師、ハーバード大学フェアバンク東アジア研究センター、高麗大学校亜細亜問題研究所の客員研究員などを務める。著作に『朝鮮/韓国ナショナリズムと「小国」意識』(第一三回アジア・太平洋賞特別賞受賞)、『韓国における「権威主義的」体制の成立』(第二五回サントリー学芸賞受賞)などが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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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원제: 朝鮮半島をどう見るか, 2004)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조선 정치 연구자인 기무라 칸(木村 幹) 고베대학 교수가 집필한 대중적 학술 교양서다. 이 책은 2000년대 초반 탈냉전의 심화, 한국의 민주화 정착, 남북정상회담(2000년)과 북핵 위기라는 격변 속에서 일본 사회가 한반도를 어떻게 객관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출간 배경과 문제의식>
2000년대 초반 일본 사회의 한반도 담론은 극단적인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한쪽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죄책감에 기반한 감상적 연대론이나 온정주의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북한의 납치 문제와 핵 개발,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를 근거로 한 위협론 및 혐한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양극단의 시각이 모두 <한반도의 내적 동학>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일본 자신의 정치적·심리적 필요에 따라 한반도를 대상화하는 편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감정적 호불호나 역사적 당위론을 걷어내고, 비교정치학 및 국제정치학의 분석 틀을 통해 남북한 사회와 정치를 자율적인 행위자로 파악하고자 했다.
<핵심 내용 요약>
일본의 한반도 인식 비판과 '특수론'의 해체 저자는 일본인이 한반도를 바라볼 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전제를 해체한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냉전기 대립 구도로 인해 형성된 '낙후되고 불안정한 이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한국과 북한은 일본의 의도나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객체가 아니라, 독자적인 국가 전략과 내적 갈등 구조를 지닌 독립적 주체임을 강조한다.
한국 민주화의 성격과 내셔널리즘의 재편 책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성공적 이행: 단순한 선거 제도의 도입을 넘어 시민사회의 성장과 정치적 다원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분석한다.
386세대의 부상과 탈냉전적 세계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가 사회 주류로 진입하면서 과거 보수 군사정권 시기의 친미·반공 일변도 외교 노선이 변화했음을 짚는다.
자긍심에 기반한 새로운 내셔널리즘: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자신감이 대외 관계(특히 대일·대미 관계)에서 대등성을 요구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규명한다.
북한 체제의 합리성과 생존 전략 북한을 비이성적이고 광적인 집단으로 치부하는 통념을 배격하고, 철저히 '체제 생존'이라는 합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자로 분석한다.
위협 인식과 벼랑 끝 전술: 냉전 붕괴와 경제난 속에서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인 핵 개발을 추진하는 안보적 딜레마를 설명한다.
내부 통제와 세습 체제: 수령제와 군 우선 정치(선군정치)가 지닌 내부 결집 기능을 분석하며, 단순한 붕괴론에 입각한 정책이 지닌 위험성을 경고한다.
동북아 다자 관계 속의 한일 관계 한일 간의 갈등(역사 교과서, 독도, 위안부 문제 등)을 단순한 감정 대립이 아닌, 양국 내부의 정치적 구조와 국제질서 재편 과정의 산물로 파악한다.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인해 과거 일본 주도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다.
<비판적 평론>
<1. 학술적 기여: 객관적 현실주의와 비교정치학적 분석의 확립> 기무라 칸의 분석은 일본 내 한국학 연구를 '특수 관계론'에서 '일반 비교정치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정치를 유교적 정서나 특유의 한(恨) 같은 문화주의적 환원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제도, 세대 교체, 정당 구조, 국가 이익이라는 보편적 정치학 개념으로 명쾌하게 설명해 낸다. 이는 일본 독자층에게 한국을 대등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적 전환점을 제공했다.
<2. 통찰력: 남북한 행위자의 자율성 강조> 강대국의 장기판 위에 놓인 수동적 존재로 한반도를 바라보던 전통적 지정학 시각을 탈피하여, 남북한이 각자의 국내 정치적 역학에 따라 주도적으로 대외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특히 한국의 정권 교체가 대외 정책에 미치는 구조적 파급력을 체계화한 대목은 이후 전개된 한일 관계의 굴곡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효한 틀을 제공한다.
<3. 한계와 시대적 제약>
구조주의적 기능주의의 과도한 강조: 행위자의 전략과 제도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역사 문제와 식민지 피해 의식이 대중 심리와 집단 기억 속에 남긴 감정적·윤리적 무게를 다소 기능주의적으로 축소 해석한 측면이 있다.
2004년 이후의 국제 환경 급변: 출간 시점이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현재 한반도가 직면한 신냉전적 대립 구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지정학적 변수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
북한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진단: 당시 6자회담 등을 통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일정 부분 무게를 두었으나, 이후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과 고립주의 심화라는 극한의 전개까지는 충분히 포섭하지 못한 시대적 한계가 존재한다.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감정적 친소 관계나 이념적 편향을 배제하고 냉철한 경험적 근거와 정치학적 논리로 한반도를 조망한 수준 높은 입문서이자 연구서다. 한일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감정적 마찰의 이면에 자리 잡은 구조적 변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적 틀을 제공한다.
기무라 간(木村幹), 『韓国現代史―大統領たちの栄光と蹉跌』
『한국 현대사―대통령들의 영광과 좌절』, 2008
1,000단어 요약·평론
기무라 간의 『한국 현대사―대통령들의 영광과 좌절』은 2008년 중앙공론신사(中公新書)에서 출간된 한국 현대정치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을 맞아 1945년 해방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까지를 다루면서, 사건이나 제도 자체보다 <그 시대 대통령이 되었거나 대통령을 꿈꾸었던 정치인들이 그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의 특징을 “역대 대통령들의 눈과 경험을 통해 격변한 한국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목차도 이를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 건국―1945~49>, <한국전쟁―1950~53>, <4월혁명으로 가는 길>, <5·16 군사쿠데타>, <한일국교정상화>, <유신쿠데타>, <박정희 암살>, <신군부 지배>, <제6공화국의 흥망>, 마지막으로 <레임덕 현상의 한국정치>가 이어진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다음과 같다.
<한국 현대사는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권력의 자리를 둘러싼 성공과 실패의 역사이며, 역설적으로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좌절’도 시작된다.>
1. 1945년 8월 15일―모두에게 다른 ‘해방’
기무라는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김영삼·김대중 등 훗날 대통령이 되는 사람들이 1945년 8월 15일을 각각 어디에서 어떤 위치에서 맞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출발점은 놀랄 만큼 다르다.
이승만은 70세의 해외 독립운동 지도자로 미국에 있었다. 윤보선은 명문가 출신의 국내 엘리트였다. 박정희는 만주국군 장교였다. 김대중은 목포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시작하려던 젊은이였으며, 김영삼은 학생이었다. 공개된 책 내용 정리에서도 이 대조가 서장의 핵심 장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재미있는 인물 소개가 아니다.
기무라가 말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공유된 하나의 해방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현대정치를 단순히
<식민지 → 해방 → 대한민국>
이라는 하나의 민족적 서사로 읽으면 부족하다.
해방은 동시에 기존 신분과 경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거대한 <정치적 리셋>이었다.
바로 이 혼란 속에서 누가 새 국가의 정통성을 장악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2. 이승만―‘건국의 아버지’에서 추방된 대통령으로
이승만의 생애만큼 이 책의 부제 <영광과 좌절>을 잘 보여주는 경우도 없다.
1945년 이승만은 국내 정치조직이 거의 없었지만 독립운동의 상징적 권위를 가지고 귀국한다. 좌우 세력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점차 다른 경쟁자를 밀어내고 1948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다.
그의 최대 ‘영광’은 분명 국가건설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이승만 체제의 성격을 바꿔놓는다.
전쟁과 분단, 반공주의는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력을 제공했고, 이승만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강화한다. 1952년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 이후의 장기집권은 그 과정이다. 결국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그는 대통령직을 잃고 하와이로 떠난다.
기무라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승만은 독재자였다”는 판정이 아니다.
앞서 본 『한국에서의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에서처럼 그는 <어떻게 독립운동의 강력한 정통성이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되고, 그 권위가 민주주의 제도를 압도하게 되었는가>를 묻는다.
건국의 성공과 민주주의의 실패가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
이것이 첫 번째 <영광과 좌절>이다.
3. 박정희―국가를 성공시켰지만 자신의 체제를 파괴하다
박정희에게서는 이 역설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1945년을 만주국군 장교로 맞았다. 해방 후 한국군에 들어갔고 남로당 관련 사건으로 군에서 제거될 위기를 겪었지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한다.
기무라가 그리는 박정희는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다.
박정희 시대에는
<국가주도 경제개발>,
<산업화>,
<수출 확대>,
<한일국교정상화>,
<강력한 관료국가>
가 만들어졌다.
특히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는 중요하다. 박정희 정부는 격렬한 국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밀어붙였고 일본 자본과 경제협력을 경제개발에 활용했다. 기무라는 이 시기에 학생운동가 이명박, 야당의 김대중·김영삼 등이 각각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나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성공은 정치적 자신감과 동시에 불안을 키운다.
1971년 김대중이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를 위협하고 야당이 약진하자 박정희는 선거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대신 1972년 유신체제를 선택한다.
여기서 기무라의 중요한 역설이 나타난다.
<박정희는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체제를 영구화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결과 권력은 더욱 좁은 측근집단으로 집중된다. 김영삼 제명과 부마항쟁이 이어지고, 1979년 10월 26일 결국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를 살해한다.
경제발전이라는 가장 큰 영광이 유신이라는 가장 큰 정치적 좌절과 함께 존재한다.
4. 김영삼과 김대중―패배를 통해 만들어진 민주주의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통령이 된 시점보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긴 세월>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특히 김영삼과 김대중은 수십 년 동안 계속 패배한다.
김영삼은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에 맞서 정치활동 정지, 제명, 가택연금 등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김대중의 삶은 더욱 극적이다.
선거 패배,
교통사고를 가장한 암살 의혹,
1973년 도쿄 납치,
가택연금,
1980년 사형선고,
미국 망명 등을 겪는다.
따라서 기무라가 보는 한국 민주화는 어느 날 갑자기 ‘민주주의 시민’이 등장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독재정권 아래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선거에 출마하고, 패배하고, 감옥에 가고, 다시 정치로 돌아온 정치인들의 장기간 경쟁>이 민주화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독재시대에도 한국의 정치가 완전히 죽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야당정치와 선거가 제한적으로나마 계속 존재했고, 그 속에서 미래의 민주정부 지도자들이 성장했다.
5. 1987년 민주화―성공했지만 민주세력은 패배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회복된다.
그러나 곧 또 하나의 역설이 나타난다.
민주화를 함께 이끈 김영삼과 김대중이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다. 결국 노태우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다. 공개된 책 내용에서도 기무라는 1987년 김영삼·김대중의 결별과 노태우의 승리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배치한다.
즉,
<민주화운동은 승리했지만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민주화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김영삼은 1990년 노태우·김종필과 3당 합당을 선택하여 결국 1992년 대통령이 되고, 김대중은 세 차례 대통령선거 패배와 정계은퇴를 거쳐 1997년 마침내 대통령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모두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과거 적대세력과 타협했다는 점이다.
김영삼은 군사정권 계열의 집권세력과 합당했고,
김대중은 보수적인 김종필과 연합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승리는 ‘순수한 민주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과정이라기보다 <타협과 연합을 통해 기존 정치질서를 내부에서 변화시킨 과정>이기도 하다.
6. 민주화 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1990년대 이후부터 이 책의 질문은 달라진다.
더 이상
<민주주의냐 독재냐>
가 한국정치의 핵심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정치적 갈등은 오히려 계속된다.
김영삼 정부는 군부정치 청산, 금융실명제 등 강력한 개혁을 했지만 임기 말 외환위기를 맞는다.
김대중은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지만 역시 집권 후반부 가족과 측근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노무현 시대가 오면 한국정치는 기무라가 말하는 <포스트 민주화> 단계로 들어간다. 출판사도 노무현을 명시적으로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으로 규정한다.
이제 민주주의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민주주의 안에서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가 문제가 된다.
7. 노무현―민주주의가 성공한 뒤 나타난 새로운 갈등
노무현은 기무라에게 특히 흥미로운 존재다.
그는 김영삼이나 김대중처럼 식민지와 해방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지 않고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1980년대 인권·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공개 서평에서도 이 책이 노무현의 자전적 증언을 상당히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의 등장은 한국정치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민주화가 완성되자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지역주의,
세대갈등,
진보·보수 갈등,
대미관계,
대북정책,
언론과 권력의 갈등이다.
노무현은 기존 정치질서를 바꾸려 했지만 오히려 임기 중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에 직면한다.
기무라가 여기에서 발견하는 것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반드시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8. 왜 한국 대통령은 모두 임기 말에 추락하는가
책의 종장은 매우 흥미롭게도 <‘레임덕 현상’의 한국정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노무현 개인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무라가 보기에 한국 대통령제에는 구조적 역설이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에는 엄청난 기대가 집중된다.
한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고,
행정부 수반이며,
집권당의 실질적 지도자이고,
외교·안보정책의 중심이다.
그런데 5년 단임제에서는 재선이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음 대통령 후보들에게 권력이 이동한다.
여당 정치인조차 현직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정치자산은 빠르게 소진된다.
따라서 거의 모든 대통령에게
<극적인 집권 → 강한 개혁 → 저항 → 지지율 하락 → 측근 문제 → 레임덕>
이라는 패턴이 반복된다.
바로 이것이 제목의 <영광과 좌절(栄光と蹉跌)>이다.
9. 이 책의 가장 큰 장점―한국 현대사를 ‘군중’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로 만든다
기무라의 서술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보통 한국 현대사는
4·19,
5·16,
유신,
광주,
6월항쟁,
IMF
같은 거대한 사건의 연속으로 쓰인다.
기무라는 그 사건을 지워버리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바꾼다.
<그때 훗날 대통령이 될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 방식 때문에 한국 현대사가 일종의 <장기적인 정치적 군상극>처럼 보인다.
1950년의 청년 김영삼과 김대중,
1960년의 군인 박정희,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의 학생 이명박,
1980년 민주화운동 변호사 노무현이
훗날 모두 청와대라는 한 장소에 도달한다.
실제 독자 서평에서도 이 책이 역대 대통령의 생애와 정쟁을 추적하는 ‘군상극’처럼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 그러나 대통령 중심으로 보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방식은 동시에 책의 가장 큰 한계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사는 대통령들의 역사만이 아니다.>
제주4·3의 희생자,
한국전쟁 민간인,
노동자와 농민,
4·19 학생,
광주 시민,
1970년 전태일,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여성운동과 시민사회
등을 중심에 놓으면 전혀 다른 한국 현대사가 나온다.
기무라의 책에서는 정치지도자가 역사를 ‘경험하는 사람’이고 대중은 종종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환경처럼 등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사회사>라기보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후보군을 중심으로 본 대한민국 정치사>라고 읽는 것이 좋다.
또한 전두환·노태우 등의 개인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뤄지는 데에는 자료상의 한계도 있었다는 독자 평가가 있다.
11. 지금까지 읽은 기무라 간 네 권을 연결하면
기무라 간의 책들을 연이어 읽으니 하나의 일관된 문제의식이 보인다.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 <약한 한국은 강대국 세계에서 어떻게 생존했는가?>
『대한제국의 패망과 그림자』
→ <고종은 왜 나라를 지키려 했음에도 실패했는가?>
『한국에서의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
→ <이승만 개인이 아니라 어떤 구조가 권위주의를 가능하게 했는가?>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한국을 국민성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구조와 비교를 통해 보라.>
그리고 이 『한국 현대사』에서는 그것이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주어진 구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왜 성공한 선택이 얼마 후 실패의 원인이 되었는가?>
라는 질문으로 발전한다.
여기에 기무라 간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대통령들을 쉽게 영웅이나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승만에게 건국과 독재가 공존하고,
박정희에게 경제발전과 유신이 공존하며,
김영삼에게 민주화와 3당 합당이 공존하고,
김대중에게 민주주의와 현실정치의 타협이 공존하며,
노무현에게 개혁과 정치적 실패가 공존한다.
<영광과 좌절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낳기도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깊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종합평가
『한국 현대사―대통령들의 영광과 좌절』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구조분석서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들의 삶을 종횡으로 교차시키면서 1945년부터 2008년까지 60여 년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뛰어난 입문서다. 공식 서지자료에서도 참고문헌뿐 아니라 정당변천도, 헌법제도 변천표, 대통령선거 득표표, 연표까지 갖춘 정치사 개설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앞서 읽은 『한국에서의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보다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전작에서 기무라는 <제도와 조직>을 중심으로 이승만 체제를 설명했다. 여기서는 그 제도 속에 살아간 <사람의 생애>를 다시 끌어온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핵심을 다음처럼 정리하고 싶다.
<기무라 간에게 한국 현대사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곧게 전진한 성공담도 아니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대통령들이 나라를 망친 실패담도 아니다. 각 시대의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국가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바로 그 성공이 새로운 모순을 만들어 다음 시대의 정치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반복의 역사다.>
그런 의미에서 <栄光と蹉跌―영광과 좌절>이라는 부제는 상당히 정확하다. 이승만의 건국이 4·19로 끝나고, 박정희의 산업화가 유신과 암살로 끝나며, 민주화 지도자들의 승리가 다시 민주화 이후의 실망과 레임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통령들은 좌절했어도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체제는 장기적으로 민주화되고 성장했다.>
바로 이 <개별 대통령의 반복되는 실패와 국가 전체의 장기적 성공 사이의 역설>이 기무라 간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흥미로운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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