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 - 1980년대 경제협력자금을 둘러싼 한일 간의 치열한 외교 드라마
오구라 카즈오 (지은이),조진구,김영근 (옮긴이)디오네2015-03-05
328쪽
책소개
전 주한 일본대사 오구라 카즈오는 한일의 극단적인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양국 간에 어떤 외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거나 하면 표면하에서 꿈틀거리던 국민감정이 어째서 분출해 버리는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푸는 방법은 한일 간의 격렬한 논쟁이나 교섭 대상이었던 것에 대해서 한일 양국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그 과정에서 국민이나 여론이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리고 두 나라 국내 정치가 어떻게 서로 얽혀 있었는지를 제대로 연구하고, 거기서 미래에 대한 교훈을 읽어 내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래서 그 사례로, 1981년 4월부터 1983년 1월까지 1년 반 이상에 걸쳐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의 ‘경제협력’을 둘러싼 교섭 과정을 선택하였다. 한국의 정권 교체, 일본 국내정치의 동향, 그리고 당시의 엄중한 미소 대립이라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이 드라마의 무대 앞과 뒤 양쪽을 관찰해 보면 한일 관계의 ‘숨겨진 부분’이 잘 이해되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목차
프롤로그 한일 관계의 ‘감춰진 부분’
제1장─ 군사정권의 요구
제2장─ 한일 간에 가로놓인 깊은 틈
제3장─ 외교장관들의 ‘철학’
제4장─ 한국의 ‘극일’
제5장─ 전두환과 세지마 류조
제6장─ 위조될 뻔했던 친서
제7장─ ‘최종안’의 행방
제8장─ 친일과 반일의 틈바구니에서
제9장 뉴욕 회담에서 보인 희미한 불빛
제10장 세지마 류조의 이면 공작
제11장 서울의 서설
에필로그 한일의 드라마는 계속되고 있다
역자 후기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단서를 제공하는 책
책속에서
P. 17 “한국 정부 미친 것 아니야!”
대략적으로 전문을 살펴보면서 기우치 아키다네 아시아국장은 소리쳤다.
“도대체 이번 신정권의 장관은 외교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일국의 외교장관이 느닷없이 대사를 불러서 100억 달러를 달라고, 그것도 국방 예산을 대신 부담하라는 것 같은 말투로 일본에게 요구해. 조잡해도 너무 ... 더보기
P. 101~102 그러나 회담에서 서로 주고받은 내용은 상당히 긴박한 것이었다.
노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60억 달러 문제의 유래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4월 대사로서 임무를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하기 직전의 스노베 대사에게 처음으로 엔 차관 60억 달러, 수출입은행 융자 40억 달러를 요청했던 것을 언급하고 지금까지 이에 관한 일본 측의 어떤 명확한 답변 없이 시간이 흘렀다고 말하면서 오늘이야말로 회답을 듣고 싶다고 정중한 표현이기는 했지만 격한 어조로 따졌다.
서울에서는 노신영과 스노베 회담이 노신영의 요청으로 비밀리에 이뤄진 것이며, 노신영 스스로 비공식적인 타진이라고 말했던 사실은 사라지고 어느 새 이전의 ‘비공식 타진’은 이제는 “이미 이뤄진 공식적인 요청”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스노베에 대한 타진 직후 이러한 막대한 경제협력을 갑작스럽게 요청 받아도 일본으로서는 검토할 수도 없다고 일본 측이 단호하게 당시 다카시마 차관을 통해 최경록 한국대사에게 회답했던 사실도 무시되었다. 접기
P. 143 “한일 관계는 실로 어렵습니다.”
“운명적, 숙명적인 것이 있습니다.”
두 외교장관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가슴을 트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로가 친밀함을 느끼게 되었던 바로 이 순간, 협의의 쟁점인 경제협력 문제는 두 사람의 손을 떠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외교장관은 서로의 마음속을 배려하... 더보기
P. 208~209 “알겠습니다. 저는 일본 측 입장이나 사정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의 동시대, 그리고 저보다 젊은 세대 사람들에게 일본의 사정을 이해해 주라고는 말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금의 50대, 40대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예로 든다면 일본 분들이 말하는 종전, 우리들이 말하는 해방 때 소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도 좀 뭐합니다만, 특별히 자랑도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는 성적이 제일 좋았으며 반장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저는 입을 잘못 놀려 단 한 마디의 한국어를 썼습니다. 그러자 부반장이,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던 부반장입니다. 부반장이 그것을 선생님께 일러바쳤습니다.
저는 벌을 받았습니다. 1주일 동안 수업을 받을 수도 없었고 피아노 뒤에 똑바로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1주일 동안입니다. 그것도 하루에 20번씩 죽도로 등을 맞았습니다. 아팠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혹독했습니다…….”
권익현이 자신의 적나라한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할수록 일본 측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를 뿐이었다. 다만 한국대사를 경험했던 스노베는 눈을 살짝 감은 척하면서 몇 번이나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윗옷을 벗고 새하얀 와이셔츠 차림이 된 권익현의 등을 술을 따르러 들어온 여주인이 마치 상처를 만지듯이 살짝 어루만지자 권익현은 순간적으로 놀란 모습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여주인 쪽을 쳐다보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접기
P. 303 “유감스럽게 양국 사이에는 과거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우리들은 이것을 엄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 위에 서서 우리 나라 선조들은 그 영지와 노력에 의해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한일 관계의 기초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와 같이 과거사 문제가 비교적 담담한 형태로 언급되는 데 그친 배경에는 한일 양 정상이 양국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그를 위해서는 양국 국민의 감정적 앙금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으로 생각해도 좋다.
나아가 깊이 생각해 보면, 40억 달러에 의한 경제협력 교섭의 진정한 목적이 한일 간의 전략적 관계 강화와 북한이나 소련의 압력에 대한 억제를 위한 점에 있었다고 한다면 과거사 문제가 정상 사이에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혹은 일본 측의 사죄라는 형태를 취하거나 했을 경우 40억 달러라는 금액이 마치 사죄의 표시처럼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었다. 그것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양국에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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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오구라 카즈오 (小倉和夫) (지은이)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외무성에 들어갔다. 아메리카국 북미제2과장, 아시아국 북동아시아과장, OECD 대표부 참사관, 주 한국 대사, 주 프랑스 대사 등을 역임했다. 국제교류기금 이사장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도쿄 2020올림픽 유치위원회 평의회 사무총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요시다 시게루상을 수상한 『파리의 저우언라이』 『동서문화마찰』 『중국의 위신 일본의 긍지』 『일미경제마찰』 『미국의 12가지 얼굴』 『기록과 고증-일중실무협정교섭』 등이 있다.
최근작 : <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 … 총 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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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옮긴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법학박사(국제정치 전공) 학위를 받았다. 민주평화통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정책연구위원,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있어서의 ‘사전협의’의 의미와 실제”,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정책-국가안전보장회의, 집단적 자위권 그리고 헌법 개정 문제” 등이 있고, 저역서로는 《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공저), 《20세기의 전쟁과 평화》(공역), 《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공역),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9개의 사각지대》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한류와 역류 : 문화외교의 가능성과 한계>,<한반도 국제관계사>,<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 … 총 1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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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옮긴이)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국제관계학 전공)
前 계명대학교 국제대학 일본학과 조교수
前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센터 연구위원
前 미국 예일대학 국제지역연구센터(YCIAS) 파견연구원
現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장
저서 『한일관계의 긴장과 화해』 (공저)
『일본, 야스쿠니』 (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경제』 (공저)
『동일본대지진과 일본의 진로』 (공저)
『일본의 재난·안전과 지방자치론』 (공역)
『검증 3.11 동일본대지진』 (공역) 외 다수
논문 『한일간 위기관리의 정치경제학』
『재해 후의 일본경제정책 변용』 외 다수 접기
최근작 : <사진과 함께 보는 일본사정입문>,<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재해 리질리언스> … 총 2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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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 주한 일본대사가 30년 만에 밝히는 한일 경제협력 비화!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 이제 양국 사이의 ‘앙금’을 풀어야 할 때”
2012년 5월, 5만 5,000명을 수용하는 도쿄돔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바로 한국에서 온 아이돌그룹 때문이었다. 수많은 일본인들은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열광했다. 한류 붐 덕분이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김치 다이스키(너무 좋아)’ 등과 같은 말들이 유행하고, 한국어 교실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수강생들이 붐볐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런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2년 8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하자, 일본 국민들은 엄청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언론들은 이 행위를 ‘폭거’라고 거칠게 표현했다.
거의 같은 기간에 이렇게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일본 국민뿐이 아니다. 한국 국민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의 만화나 드라마에는 환호하지만, 독도·종군 위안부·역사 교과서 기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감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이것이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의 현재 모습이다.
전 주한 일본대사 오구라 카즈오는 이런 한일의 극단적인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양국 간에 어떤 외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거나 하면 표면하에서 꿈틀거리던 국민감정이 어째서 분출해 버리는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푸는 방법은 한일 간의 격렬한 논쟁이나 교섭 대상이었던 것에 대해서 한일 양국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그 과정에서 국민이나 여론이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리고 두 나라 국내 정치가 어떻게 서로 얽혀 있었는지를 제대로 연구하고, 거기서 미래에 대한 교훈을 읽어 내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래서 그 사례로, 1981년 4월부터 1983년 1월까지 1년 반 이상에 걸쳐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의 ‘경제협력’을 둘러싼 교섭 과정을 선택하였다. 한국의 정권 교체, 일본 국내정치의 동향, 그리고 당시의 엄중한 미소 대립이라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이 드라마의 무대 앞과 뒤 양쪽을 관찰해 보면 한일 관계의 ‘숨겨진 부분’이 잘 이해되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출간된 『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한일 관계의 ‘앙금’을 푸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막전, 막후에서 벌어진 한일 간 교섭의 전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다
한일 간의 숨 막히는 외교 드라마가 시작된 것은 1981년 4월 23일이었다. 4년 가까운 한국대사의 소임을 마치고 귀임 준비를 하던 스노베 료조는 노신영 외무장관의 호출을 받았다. 향후 5년간 10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해 달라는 노신영 장관의 갑작스런 요청은 스노베 대사가 보낸 긴급 전문을 통해 곧바로 도쿄의 외무성 수뇌부에 전달되었다.
두 페이지의 짧은 전보였지만, 한국을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장과 아시아국장, 그리고 외무 관료의 톱인 외무차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첫 반응은 한국의 요청은 당돌하며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14년여의 길고 험난한 교섭 끝에 1965년 한일 두 나라는 국교를 수립하고 새로운 출발을 했지만, 두 나라의 국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1956년 일본 정부의 첫 번째 경제백서가 “더 이상 전후는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후 일본 경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계속했다. 1960년 40억 달러였던 일본의 수출량은 1965년에는 84억 달러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적자였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외환 보유고도 점차 증가했다. 반면 1965년 한국의 수출량은 2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일본과의 무역은 항상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국교 정상화 이후 1980년까지의 누적 적자는 200억 달러에 달했을 정도였다.
1979년 10월 박정희의 암살과 12.12 쿠데타,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 항쟁 등 한국 정치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이런 가운데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 세력은 자신들의 결여된 정통성을 경제 발전을 통해 확보하려고 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80년대에 또 한 번의 일대 도약을 통하여 풍요한 복지국가의 굳건한 바탕을 이룩”(1981년 3월 3일 제12대 대통령 취임사)하기 위하여 1982년부터 시작되는 제5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5년간 500억 달러 이상의 외화가 필요했다.
전두환 정권은 필요한 자금의 20%를 일본으로부터 얻어 내려고 했으며, 일본을 설득하기 위해 동원된 논리가 안보였다. 즉 자유 진영의 보루인 한국은 국가예산의 35%를 국방비에 쓰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본의 안보에도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그런 한국을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측은 경제협력을 안보 문제와 연계시키려고 했지만 일본은 난색을 표명했다.
이후 경제협력자금 문제는 한일 양국의 최대 외교 현안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와 국내정치 요인에 더해 1982년 7월에 발생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외교적인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비밀리에 총리 특사 자격으로 세지마 류조를 한국에 보내 친분이 있던 군 출신의 권익현과 협의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은 총액 40억 달러, 이 가운데 엔 차관 18억 5천만 달러, 수출입은행 융자 21억 5천만 달러, 기한 7년, 금리 6%대라는 골격에 대해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어 1983년 1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한국을 전격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장관 명의의 양해 사항을 일본 측이 발표하고, 한국 측이 이것을 승낙함으로써 막전, 막후에서 펼쳐졌던 한일 간의 외교 드라마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단서를 제공해 줄 책
『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은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하고 학술적 가치도 높다.
첫째, 이 시기의 한일 간 경제협력 문제를 다룬 논문이나 연구서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책은 일종의 연구 상 공백을 메워 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정보공개법을 이용해 공개된 일본 측의 외교 문서는 물론 교섭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내지 관여했던 일본 측 관계자들과 의 인터뷰나 신문기사 등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이 책의 신뢰도는 한층 높아졌다. 또한 한국인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자민당 내 파벌 간의 역학 관계, 총리나 외상을 비롯한 일본 측 인사들의 성격이나 ‘철학’ 또는 인물평 등은 일본 정치와 한일 간의 회담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둘째, 저자는 당시 외무성의 북동아시아과장으로서 한일 간의 외교 교섭에도 직접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교섭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당사자였지만, 이 책에서 자신을 1인칭이 아니라 ‘북동아시아과장’이라는 3인칭으로 일관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셋째,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시대의 한일 관계가 불건전하고 유착되어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재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양국 외교 당국 간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특사’나 ‘밀사’의 파견이 고려되고 실제로 그들이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것은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지마 류조가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접촉할 때 일본 정부와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쳤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확인되었다.
201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양국이 처한 국내 상황과 국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 한일 양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일 경제협력 교섭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는 『한일 경제협력자금 100억 달러의 비밀』은 현재 극도로 경색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한일 관계나 정치사의 이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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