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6

Eunhee Kim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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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박정희
61년 전 오늘 박정희는 쿠테타를 일으켰고 한국 역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 책 <신양반 사회>는 박정희를 문화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일부 발췌하여 여기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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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향조 박정희
"동아시아에서 부의 축적을 가장 죄악시했고 상공인들을 천대했던 양반사회를 생각하면 1961년 박정희가 군사쿠테타로 집권한 이후 한국이 빠른 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박정희의 군사쿠테타가 일어났을 때는 조선이 망한 지 5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50년 사이에 사회제도가 격변할 수는 있어도 문화적 인식체계는 급속히 변하지 않는다."(102쪽)
"박정희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논쟁적인 인물이다...그러나 박정희에 대한 많은 연구와 논의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와 박정희가 마치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존재했던 것처럼 평가한다. 이를테면 그의 독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시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에 입각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한국 사회에 그대로 이식하는 게 가능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박정희의 집권이 '혁명'이든 '쿠테타'든 간에, 그의 리더십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혁명적'이었다. 그는 국민들의 물질적 생활을 개선하는 것을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다. 당시 '잘살아보세', '일하는 정부' 등의 슬로건은 박정희 정부가 도덕적 교화를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조선시대 양반 리더십과 결별했음을 보여준다. 가난하고 문약해서 식민지가 되었다가 거의 남의 나라 힘으로 해방되어 만들어진 신생 독립국에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한 지도자는 박정희 이전에 없었다...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광복절 연설에서 언급한 백범 김구 역시 마찬가지였다...그가 말한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문화'라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였다.
(...)
한마디로 김구는 조선시대 사람이었다. 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태어났고 성장했던 시대의 문화에서 오는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근대국가에서 정신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종교지도자가 할 소리지 세속의 일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 지도자의 포부가 될 수는 없다." (103-106쪽)
"박정희 정부는 민간경제에 개입하면서도 반자본주의적 문화를 물려받은 사회에서 경제활동이 왕성해지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경제활동의 자율성을 무시했던 정부의 통제와 억압이 전통적으로 심했기 때문에 만약 정부가 민간경제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고도의 경제성장은 아마도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정희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했던 유교문화와 싸우며 경제개발을 추진했다고 할 수 있다." (111쪽)
"박정희가 1968년 제정하여 어린 학생들부터 암송하게 한 '국민교육헌장'에는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라는 구절이 들어가 있다. 물론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문화가 암송한다고 하여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대신 그 구절은 전통적 유교문화의 비효율적이고 도덕적 명분에만 치중하는 측면을 빨리 바꾸고자 했던 한 지도자의 열망과 성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12쪽)
"박정희의 경제적 공헌을 극단적으로 부인하는 좌파 일부는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략)
철저히 도덕주의적 관점에서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을 부정하는 이러한 시각은 한국문화로부터 자유로운 많은 외국학자들의 평가와 대조적이다. 이들은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논하면서도 박정희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으며 궁극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인정한다."(116-117)
박정희가 만약 쿠테타를 하지 않았다면, 독재하지 않았다면, 경제개발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이다. 그는 박정희의 독재가 없었어도 경제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좌파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박정희 시대의 중화학공업 정책에 대해 연구한 김형아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5.16 군사 쿠테타가 없었다면 경제개발5개년 계획(1962-1966)이 민주당 체제 아래서 실핼될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이 점에 대해 저는 확신이 없습니다. (...) 문제는 독재가 발전국가와 경제개발과 분리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인터뷰 공개", 월간중앙 2017년 2월 호) (118쪽 재인용)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좌파'로부터 배척당하는 박정희는 조선 후기 양반사회에서 무시당했던 '입향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마을에나 그 곳에 정착하여 부를 일구어 후손들이 번성할 수 있게 만든 조상이 있었겠지만 조선후기 족보를 만들었던 친족집단은 자신들에게 물질적 생활의 기반을 마련해준 조상을 떠받들지 않았다. 그들은 관직에 오른 조상만을 찾았고, 그 조상의 몇 대 후손인가만을 따졌다."
박정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논의는 제 책 <신양반사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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