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1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 알라딘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 알라딘
1938 타이완 여행기 - 2
양솽쯔 (지은이),김이삭 (옮긴이) 마티스블루2025-11-25
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 2024 일본번역대상 수상, 2021 타이완 금정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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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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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식민지 여성의 삶에 허락된 선택지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이완 최초로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2024 일본번역대상, 2021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소설은 오랫동안 양솽쯔 작가의 팬이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김이삭의 기획과 번역으로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1938년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러우싸오, 타이완식 카레, 무아인텅, 과쯔 같은 타이완 미식을 경험한다. 첸허는 마음속 깊이 자신의 꿈을 숨긴 채 가문의 뜻에 따라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치즈코에게 친절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둔다.

치즈코는 이런 첸허를 관찰하며 일본인인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려 애쓰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전미도서상 심사위원단이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라고 평한 이 소설은 식민자와 피식민자, 고용주와 고용인, 가문의 후계자와 서녀라는 차이를 넘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모험심으로 가득한 두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학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소설은 타이완 문학을 세계 문학의 흐름 위에 올려놓은 중요한 작품이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양솽쯔 작가의 전미도서상 수상 소감처럼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이며, 역사소설이자 여행소설, 동시에 여성소설로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1954년 초판 서문]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하카식 쌀국수 간식, 비타이박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내지인의 고급 음식, 사시미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본섬의 양식, 타이완식 카레
마음을 나누는 음식, 스키야키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새해 음식, 타우미
짭조름한 케이크, 셴단가오
뤼찬의 노점에서 먹는 간식, 팥빙수

[1970년 재출간판 후기] 어머니의 기억, 아오야마 요코
[1990년 타이완판 역자 후기] 버드나무 작은 집에서 만든 국수, 왕첸허
[1990년 타이완판 편집자 후기] 고인과의 약속, 우정메이
[2020년 신역판 역자 후기] 우리 둘의 고하쿠, 양솽쯔

[한국어판 역자 후기] 번역과 중역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 김이삭
[1938 타이완 종관철도]
접기


책속에서

P. 27~28 도시코 새언니가 자료를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에는 해군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수염을 지닌 군관이었다.
“이분은 스즈키 선생님이야. 시라토리 선생님의 외조카가 추천해주셨지. 친우의 전우래…….”
내 비참한 조건을 고려한 결과일까. 대다수가 키 큰 중년 남성이었다. 재혼이거나 머리숱이 별로 없는 남성들. 젊은 사족이라도 아주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밥상을 뒤엎을 놈처럼 보였다.
“이분은 아무로 선생님이야. 아키코 이모님이 소개해주셨지. 지방 직업학교인 에도가와의 교장 선생님이 아끼는 제자란다…….”
나는 네 번째 보타모치를 먹었고, 차도 남김없이 마셨다.
배가 불렀다. 역시 한 번에 네 개나 먹는 건 무리였어.
몸을 뻗어 장지문을 열고는 하루노를 불렀다. 영국 홍차와 같이 먹을 만한 비스킷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미쓰코 언니가 버럭 화를 냈다.
“치즈코! 조금 전에 지라시즈시 2인분을 혼자서 먹지 않았어?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너는 이 후보들을 탓하지 말아야 해. 나이 들어 마음이 넓은 남자가 아니라면, 요괴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할 거야!”
“미쓰코 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흠, 별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소설을 쓰러 갈게요.”
“거기 서. 여자의 결혼은 자고로 가장이 정하는 거야. 치즈코, 네가 이렇게 자꾸 피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아버님께 결정해달라고 할 거야.”
“어, 미쓰코 언니.”
“실례하겠습니다.” 반쯤 열린 장지문 너머에서 하루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무릎을 꿇고 기어 온 하루노가 전해준 건 홍차도, 비스킷도 아닌, 아주 정교하게 장식된 편지봉투였다.
-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중에서  접기
P. 117~118 샤오첸의 젓가락이 큰 접시로 향했다. 첫 번째 완자부터 시작해 투명한 완자, 고기 피 완자, 양념에 재운 완자, 아삭한 완자, 토란 완자 순서로 먹었다. 그런 뒤에는 같은 순서로 한 번 더 먹었다. 다시 같은 순서로 세 번째로 먹고는, 탕을 마시고 무절임을 먹었다. 그런 뒤 같은 순서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떡 벌렸다. 우아함과 속도를 겸비한 모습이었다. 샤오첸은 커다란 접시 안에 담긴 완자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나의 또 다른 요괴 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샤오첸! 이건 운명적 만남이에요!”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거침없이 내뱉었다.
“우리 함께 타이완을 구석구석 돌면서 미식을 즐겨요!”
샤오첸은 좀 놀란 듯했지만, 곧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이 작은 가옥을 가득 채웠다.
아, 남국이여, 섬이여, 타이완이여!
-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중에서  접기
P. 160~161 타이완섬은 제국의 남쪽 식민지이자 제국의 첫 번째 식민지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두 문화가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에 큰 흥미를 느꼈다. 내지에만 머물렀던 내지인과 본섬으로 이주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나 제국 현대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자란 혼토진, 유학 혹은 취업으로 내지로 간 혼토진. 이들은 세세한 부분에서 각자의 교양과 기질의 차이를 드러냈는데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이제껏 글로 쓰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혼토진들을 구경하는 데에 매료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일개 청년에 불과했고 소설가였기에 정치인이나 학자의 재능은 갖추지 못했다. 주제넘을 정도로 위대한 야심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보고 들은 걸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순간의 진실한 감정을 기록하거나.
그런데 진실한 감정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제국의 ‘남진’, 제국의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 은 식민지에서 천황국의 동화 운동이 되었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서로 다른 문화와 교양을,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다. 그렇지 않나?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항과 혐오의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지금처럼.
-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중에서  접기
P. 193~194 '리야!'
카운터에서 낮게 호통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 샤오첸은 카운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빛을 등진 옆얼굴이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었다. 어깨가 호흡과 함께 움직이더니 딱 한 번 오르내렸다.
그런 뒤 샤오첸은 프론트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몇 걸음 뒤따르다가 프론트 직원의 불쾌함이 가득한 표정을 목격했다.
“오늘은 만실이니까 어서 나가.”
프론트 직원이 아주 난폭한 언어를 내뱉었다. 고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접객 서비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샤오첸은 아주 담담했다.
“객실 예약 상황을 다시 확인해 주시겠어요? 오늘 묵을 손님은 닛신카이의 아오야마 치즈코 선생님이십니다.”
프론트 직원의 화난 눈초리를 마주하면서 샤오첸이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아오야마 선생님의 본섬 통역사입니다. 아오야마 선생님은 총독부의 초청을 받아 특별히 내지에서 오신 문학가이십니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타이중 시역소에 계신 미시마 아이조 선생님께 연락해주세요.”
그러나 나는 샤오첸 같은 인내심이 없었다.
“됐어요. 이렇게 무례한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타이난 철도 호텔도 별거 아니었네요!”
내가 샤오첸을 끌고 그곳을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프론트 직원이 프론트 안쪽에서 날 듯이 나오더니 우리 두 사람을 향해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에요. 시역소에서 미리 연락을 주었습니다. 지금 바로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중에서  접기
P. 312~313 지룽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샤오첸의 달라진 모습을 잊지 못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산을 함께 쓴 게, 정확히는 내가 우산을 들어준 게 샤오첸을 불쾌하게 만든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여관으로 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하나씩 돌이켜보아도 샤오첸이 불쾌해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게 다 내 ‘맹점’ 때문인 걸까?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타이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었다. 가능성이 있는 단서를 다 찾아내기 위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애썼지만……. 절대로 알아낼 수 없었다.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샤오첸이 진지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도저히 태도를 바꾸지 못하시겠다면, 그러면 저도 이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중에서  접기
P. -1 그러니까 밖에서 사계절을 겪는 생활을 해보는 거예요. 일상적인 삶으로요. 습관이 되어 낡아버린 생활 환경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보는 거죠. 세상 속 신선한 감각을 되찾을 수 있도록요.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여행이란 사람의 심신을 정화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죠. - 자몽


추천글
씩씩한 주인공 아오야마 치즈코는 시대와 성차별의 벽을 아랑곳하지 않고 견문을 넓히려는 모험심, 가는 곳마다 색다른 맛을 찾아 기쁨을 누리는 활달함을 지녔다. 그러나 일본제국의 지식인이기도 한 그녀는, 차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면서 불미스럽게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귀여운 여자의 명랑한 미식 여행기로 읽어도 좋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열의로 읽는다면, 무척 풍요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말이다.
다만 공복 상태에서 읽는 것만큼은 추천하지 않는다. 타이완에서는 연회에 열두 요리를 내놓는다지? 이 이야기야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이야기가 끝날 즈음 가슴은 꽉 차서 미어지는데 배는 쫄쫄 붙어버려 곤란할지도 모른다.
- 박서련 (소설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저자)

"번역은 일제의 문화적 지배에 대한 굴복이자 동시에 저항 행위가 될 수 있다. (…) 허구의 번역가와 실제 번역가의 여러 후기와 많은 각주가 있고, 이 모든 것이 문학적 다성음악을 완벽하게 연주해낸다."
- 뉴욕 타임스 (미국 일간지)

"양솽쯔 작가가 식민주의와 번역에 대한 풍부한 성찰을 제공하며 이와 함께 타이완 진미들을 맛깔스럽게 묘사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양솽쯔 작가의 예리한 관찰과 때로는 전복적인 정치적 성찰이 어우러져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타이완의 다채로운 초상을 그려낸다.”
- 커커스 리뷰

"여러 겹의 주석 때문에 감정적 핵심에 접근하기를 더욱 어렵지만, 그렇기에 마침내 그것을 읽어냈을 때 만족감은 더욱 크다. (…) 복잡하게 얽힌 메타픽션적 미스터리의 층들에 둘러싸인 명료한 이야기."
- 애틀랜틱

“양솽쯔 작가는 일본 통치하 대만의 요리, 관습, 명소들을 통해 메타픽션적 여행을 펼쳐낸다. 재발견된 텍스트의 번역으로 위장한 소설의 번역본인 이 작품은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다.”
-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심사평
- 전미도서상 심사평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5년 11월 29일자 '책과 세상'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5년 11월 27일자 '책과 삶'
한겨레
- 한겨레 2025년 12월 5일자 문학 새책


줄거리
1938년 일본 문단의 촉망받는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청춘기〉의 타이완 개봉을 계기로 타이완 주재 일본인 부인 단체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으로 향한다. 강연과 기행문 집필을 위해 1년간 타이완에 머물게 된 그녀는 공식 행사나 제국주의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진정한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타이완의 삶을 경험하고 전통 음식과 길거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최 측에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부인 단체는 일본어 교사 출신인 통역사 왕첸허를 소개하고, 치즈코는 그녀와 함께 타이완의 종관철도를 이용해 본격적인 미식 여행을 시작한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에 능통한 첸허는 치즈코와 같은 한자 이름을 쓰며, 비슷한 또래의 미혼 여성으로 공통점이 많아 치즈코는 금세 마음을 연다. 더구나 영민하고 온화한 성격의 첸허가 결혼을 앞두고 교사직을 그만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며 식도락을 즐기지만, 첸허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치즈코가 첸허에게 함께 일본으로 가자고 제안해도, 값비싼 기모노를 선물해도 그녀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치즈코는 첸허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왜 마음을 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한 여학교에서 일본인 학생과 타이완인 학생 사이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은 표면적 갈등 뒤에 숨겨진 진실한 우정을 발견한다. 하지만 식민자와 피식민자라는 현실적 한계가 자신과 첸허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이들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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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 (楊双子)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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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타이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양뤄츠(楊若慈)로 2014년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楊若暉)와 함께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雙子'를 공동 필명으로 삼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 양뤄츠는 창작을, 동생 양뤄후이는 역사 고증과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타이완인 두 여성의 복잡미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역사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이완 금정상, 2024년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타이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26년에는 타이완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꽃 피는 시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집 《꽃 피는 소녀들의 화려한 섬》, 장편소설 《쓰웨이가 1번지》, 산문집 《먹겠습니다! 옛 타이중: 역사소설가의 거리 음식 답사》 《나는 장르싱 잡화점 옆집에 산다》 등이 있다.

ⓒ YJ Chen 접기

수상 : 2026년 부커상, 2024년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2024년 전미번역상
최근작 : <[북토크] <꽃 피는 시절> 양솽쯔x이랑 북토크>,<꽃 피는 시절>,<[북토크] <1938 타이완 여행기> 김이삭 번역가 북토크> … 총 9종 (모두보기)

김이삭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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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이자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 중화권 장르 소설과 웹소설, 희곡을 번역했으며 한중 작가 대담 기획, 한중 및 한-타이완 앤솔러지 기획, 타이완 문학기지 상주 작가 선정 등 국제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성부, 달 밝은 밤에》, 《감찰무녀전》,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등이, 옮긴 책으로 《여신 뷔페》,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다시, 몸으로》 등이 있다.

최근작 : <귀신이 오는 낮>,<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경성 환상 극장> … 총 38종 (모두보기)
양솽쯔(지은이)의 말
“제가 과거를 쓰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전미도서상 수상 소감 중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타이완 최초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
2024 일본번역대상 수상, 2021 타이완 금정상 수상
박서련 작가 추천!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
-전미도서상 심사평 중에서

타이완 작가 최초로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소설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출간되었다. 2024 일본번역대상, 2021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양솽쯔 작가의 팬이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 김이삭이 직접 기획하고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1938년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해로, 한국은 일제의 수탈이 갈수록 심해지던 때였지만, 남진 정책의 교두보였던 타이완은 아직 전쟁의 여파가 크게 미치지 않던 때였다. 남국의 섬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치즈코는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갖가지 미식을 즐긴다. 첸허는 여러 언어에 능통한 재원이지만 가문의 뜻에 따라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즈코는 그런 그녀에게 호감과 연민을 느끼지만, 첸허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첸허의 속마음을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치즈코는 일본인인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려 애쓰는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과 타이완은 일제강점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했고, 그 시대 여성들이 마주했던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여성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로서만 살고 싶은 치즈코, 가문의 서녀로서 꿈을 숨긴 채 정략 결혼을 해야만 하는 첸허는 함께한 여행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

타이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요리들

"이 이야기야 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박서련(소설가)

이 소설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두 여성과 두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코드다. 타이완에 온 일본인은 대개 고급 사시미 같은 일본 음식만 찾지만, 치즈코는 타이완의 서민 음식인 러우싸오를 먹고 조개를 절여 만든 키암라아를 맛본다. 식민지 타이완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고 모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찬성하지 않는 지식인이지만, 사실 타이완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이국적인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첸허와 함께 타이완의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하면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치즈코가 집착적으로 찾는 현지인의 음식에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타이완의 옛 음식뿐만 아니라, 타이완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의 독특한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양솽쯔 작가는 지난 2025년 서울 국제도서전의 특별강연에서 “이러한 타이완의 다양한 전통 음식을 묘사함으로써 기록되지 않은 타이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첸허가 치즈코를 위해 만들어준 타이완식 카레는 일본 카레도 인도 카레도 아닌, 타이완만의 방식으로 변형되고 수용된 음식으로 유연하면서도 훼손되지 않는 타이완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일본인 화자의 눈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메타픽션

양솽쯔 작가는 의도적으로 식민자 일본인의 눈으로 타이완을 묘사한다. 일제 치하의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된 기록을 읽어야만 하는데, 이는 왜곡되고 생략된 역사일 수밖에 없다. 번역된 행간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양솽쯔 작가는 스스로를 번역자로 설정해 아오야마 치즈코가 일본어로 쓴 소설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각주를 다는 방식을 취한다. 《뉴욕 타임스》의 서평처럼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 같은 번역의 중층 구조는 결국 식민지 내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중층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낯선 땅을 여행하는 작가가 현지인처럼 살면서 이국적인 경험을 도와주는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는 일견 따뜻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낯선 땅이 식민지이고 현지인들은 점령한 나라의 문화를 강요 받고 있다면 이는 권력관계의 문제가 된다. ‘제국이 강제로 옮겨 심은 벚나무는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벚꽃에는 죄가 없다’, ‘제국의 강경한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철도 등의 건설 사업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는 치즈코의 악의 없는 말은 첸허에게, 어쩌면 우리에게도 낯익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양솽쯔 작가의 전미도서상 수상 소감처럼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다.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학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타이완 문학을 세계 문학의 반열에 올린 중요한 성과이며, 역사소설이자 여행소설, 동시에 여성소설로서 한국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접기


평점
분포

9.1




타이완의 근대, 식민경험, 음식, 여성, 소설 등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만큼 이 모든 면에 호기심과 매혹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소설입니다.
ianash 2025-12-14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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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식민지 타이완을 배경으로 한 일본인 작가와 타이완인 통역사인 두 여성의 이야기
gazahbs 2025-12-1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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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지배자와 피식민자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대한 설명과 켜켜이 쌓인 에피소드들이 필연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긴 이야기라 결코 가벼운 독서는 아니지만, 끝까지 읽어내고 나면 대만은 물론, 우리의 근대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fluxus79 2025-12-08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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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노자 듣고 재밌을거 같아 사봤어요
bluesoap30 2026-01-27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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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과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타이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mirinae 2025-12-14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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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1938 타이완 여행기

일본인 소설가 치즈코는 1938년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자신의 소설 《청춘기》를 각색해 만든 동명의 영화를 감명깊게 본 현지부인단체 〈닛신카이〉가 타이완 총독부와 연합하여 초청장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 일본 촐판사에서 모든 경비를 대줄테니 타이완으로 가라한 적도 있었으나 그 의도가 불순하다 생각하여 가질 않았었다. 그러나 집에서는 늦었는데 결혼도 안한다며 성화였고 좋은 기회가 찾아왔으니 집안의 잔소리도 피할 겸 타이중으로 떠나오게 된 것이다.

타이중 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 거리로 향한 치즈코는 과일 노점상의 판매원과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 부딪쳤는데 다행히 한 소녀의 통역 도움을 받아 위기를 해결한다. 그때 시역소(시청) 직원인 미시마가 그녀를 찾아낸다. 사실 타이중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치즈코는 현지인 거리를 경험하고 싶다며 나선 것이었던 것. 다카다 부인 댁에 도착한 그녀는 그렇게 타이완에서 지내게 되었다. 미시마는 현지에서의 일에 도움을 주고 통역을 맡기로 했지만 치즈코와 사사건건 의견 대립으로 맞지 않았다.
치즈코는 관광객들이 흔하게 먹는 음식이나 계속 먹어왔던 일본 음식보다는 진짜 현지인이 평소 먹는 음식들을 권해주기를 바랐다. 몇 번이나 요구해봤지만 미시마가 한 번을 들어주지 않자 치즈코는 폭발했다.
결국 다카다 부인은 다른 현지 통역사를 소개시켜주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과일 노점상에서 도움을 받은 그 소녀였다.

그녀는 왕첸허로 이름이 치즈코의 한자와 같았으니 결과적으로 둘은 이름이 같은 셈이었다. 치즈코보다 3살 어린 첸허를 치즈코는 샤오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치즈코는 관광 여행이 아닌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위해 1년 정도 살 집을 원했다. 다카다 부인은 그녀의 생각을 이해했고 무사히 그렇게 1년 동안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치즈코는 샤오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샤오첸은 일본어, 타이완어, 하카어, 영어에 능했고 프랑스어도 접해본 언어 능력자였고 어린 나이임에도 처세술에 아주 능했다. 조용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해야 할까. 샤오첸은 식민지 부유한 가문인 서출 출신이었다. 치즈코는 샤오첸과 친구가 되기 위해 무척 공을 들이는데 반대로 샤오첸은 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한다.

때는 1938년 타이완이 배경이다. 타이완은 일본의 첫 식민지였고 1938년 무렵에는 이미 북쪽 끝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통과하는 철도가 놓여진 후였다. 중일전쟁이 시작된 후라 철도 내에서는 주먹밥과 매실 장아찌만 있는 도시락만 파는 것이 허용된다. 이처럼 일본의 식민 정책으로 내지와 본섬 현지인 간의 동화 정책이 시행되는 만큼 일본의 음식이나 풍습, 문화 등이 깊숙이 들어온 상태였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차별은 자행되고 있었다.

˝사기업에 고용된 혼토진 여성 통역사는 잡역부와 같은 거 아닌가요?˝
이런 말을 뱉고 있는 현지 농림 전문학부의 Ⅰ 서기 얼굴에서는 부끄러운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통역을 맡는 여성은 확실히 소수지요. 게다가 혼토진이잖아요. 실질적인 전문성이 있나요? 예전에 학교 선생으로 일했다고는 하지만, 그저 공학교에서 가르쳤던 것뿐인데요...˝ - P67
공학교는 타이완인이 다니는 학교를 지칭하고 내지인이 다니는 다니는 학교는 소학교라고 불렸다. 치즈코는 이처럼 샤오첸이 자신의 통역사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을 부당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내지인이고 남성이었다면 결코 그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샤오첸은 치즈코가 보기에 적극 대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치즈코는 그런 샤오첸이 때론 답답하다. 게다가 자신을 업무적 위계 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대해주었으면 하지만 이마저도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혼토진이자 통역을 맡은 제가 비서 업무를 수행하길 기대한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본섬 출신 통역사는 내지 작가의 전속 직원인 셈이지요. 겸상이 적절하지 않답니다. ... 함께 식사하려면 반드시 평등한 관계여야 하니까요.˝ - P114

˝토인삼은 가짜 인삼이죠. 이 세상에는요. 저를 왕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로 여기는 이도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의 눈에는 첩실의 딸이자 본섬 국적의 여학생일 뿐이에요. 저는 그저 진짜처럼 꾸며진 채 사람을 속이는 가짜 인삼이죠.˝ - P254

타이완은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청(복건성 등)에서 내려온 한족인 하카인이 있고 가오사족이나 핑푸족처럼 다양한 타이완 원주민이 있다(번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는 당시 일본인이 그 사람들을 부르던 멸칭이라고 한다). 푸라오인은 하카인 중 타이완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아무튼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살다 보면 충돌과 갈등은 피할 수 없었을 듯하다.

치즈코가 왕첸허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첸허 씨는 어느 종족에 속하나요?˝
˝아오야마 선생님 매우 교활한 질문이네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오늘날의 우리는 모두 천황의 자식이죠. 민족도, 내지인이나 외지인을 구분하지도 않....˝ - P57~58
왕첸허의 ‘교활한 질문‘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그들도 식민지인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데도 이런 답을 한 것은 이미 수년의 시간이 흘러 이런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게 일본 제국주의가 원하는 답이기는 했을 것이지만.

그러나 치즈코는 제국의 정책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제국의 ‘남진‘, 제국의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은 식민지에서 천황국의 동화 운동이 되었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서로 다른 문화와 교양을,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다. ...
‘전쟁 앞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
어떤 이는 이렇게 강력히 주장하면서 큰 소리로 외치곤 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전쟁이 여성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은 내지나 본섬이나 차이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 P161

치즈코는 샤오첸 앞에서 자신은 제국이 하는 행위(와 일본인의 차별적 행위)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계속해서 그녀의 동의를 구하려 한다.

˝내지에서 가져온 벚꽃을 강제로 본섬 땅에 심는 게 너무 제멋대로 같지는 않나요? 샤오첸도 이렇게 생각하나요?˝ - P151

˝재작년에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로 짧게 여행을 갔었거든요. 홋카이도 이누이족과 오키나와 류큐족의 고유한 생활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더라구요. 두 지역의 개척은 메이지 초기의 일이었데 말이에요! 일장기, 대일본제국, 천황의 백성은 모두 야마토 민족이다.... 이건 제국의 염원이겠죠.
... 식민지 타이완, 조선, 만주국은 머지 않아 홋카이도와 오키나와가 걸어갔던 길을 걷게 되겠죠. 그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 - P165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어요. 내지인은 러우싸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여긴다고요. ‘내지인은 사시미만 먹는다‘ 같은 경고를 들은 적도 있고요. ...˝
˝어떤 게 미식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편견을 가진 게 분명해요.˝
˝본섬 사람의 러우싸오와 내지인의 사시미는 ‘더럽다‘와 ‘깨끗하다‘로 나뉜답니다. ... 본섬의 장삼과 내지인의 와후쿠도 마찬가지죠.˝
˝러우싸오와 사시미는 모두 미식이에요. 장삼과 와후쿠도 다 아름답고요. 저한테는요. 세상 만물에 있어서 본질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 P202~203

치즈코는 샤오첸을 위한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첸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치즈코의 방식은 제국주의의 얼굴인 오만과 편견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둘의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는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 타이완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당시 타이완에 살고 있던 상황을 여러 모로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은 아오야마 치즈코가 쓴 소설을 양쐉쯔가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양쐉쯔의 번역본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여행기라고 하지만 엄연히 소설이므로 실제 여행기가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일부는 좀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허구적인 내용도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당시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충분히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지배-피지배, 남성-여성 간의 위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친구라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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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12-24 공감(2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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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근의 시절에 먹고, 먹고 또 먹다

양쐉쯔楊双子. 양씨 성을 가진 쌍둥이라는 뜻의 이름. 1984년생 타이완 쌍둥이 여성 맞다. 자매 가운데 언니는 창작에, 동생은 번역과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가, 동생이 2015년에 암으로 먼저 갔다. 그러니까 이 책의 작가 양쐉쯔는 언니 쌍둥이 양뤄츠다.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면 타이완 타이중에서 나서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정치적 운동을 하고 뭐 이런 복잡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정보만 좍 쓰여 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싶으면, 양솽쯔가 어느 종족인지를 찾아야 하지만 그런 건 찾을 수 없다. 2020년에 타이완의 만다린어로 이 책을 써서 2021년에 상을 받았고, 일본말로 번역 출간해 2024년에 일본에서 최우수 번역상을 받았으며, 영어로 번역한 건 미국에서도 국가도서상을 받았다는 내용만 나온다. 좋겠다. 여기저기서 상 잔뜩 받아.

타이완에 가장 많은 인구는 한족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전에 장제스와 함께 중국의 보물을 잔뜩 싣고 도망한 한족이 한 20퍼센트 되나? 그 전에도 주로 푸젠성 출신 한족이 대거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 처음부터 타이완에서 살던 원주민들을 무지하게 차별하며 섬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원주민의 고달픈 삶은 탕푸루이가 쓴 <바츠먼의 변호사>에 잘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서 1938년이라면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지로 삼아 내지內地, 그러니까 일본 섬사람들이 이주해 타이완의 지배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을 독차지하고 있었을 당시. 소위 내지인들은 조선에서 그러했듯이 타이완 본섬 사람들, 혼도진本島人을 아래로 착 내려봤겠지. 그러면서 말로만 내지인과 혼도진, 그리고 조센징 모두 천황의 자식들이니 어쩌니 떠들어댄 건 안 보고도 비디오 아냐?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은 내용을 책을 읽고 짐작하건데 양솽쯔 역시 타이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푸젠성 출신의 한족 집안의 따님일 듯하다.

그런데 타이완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조금 달리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그렇게 많이 열 받지 않는다. 아 정말이라니까! 타이완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을 일본 사람들보다 더 싫어한다니까! 경제 수준이 우습게도 자기들 한참 아래였다가, 비슷했다가, 우리가 추월했다가, 다시 비슷해지는 것도 기분 나쁘고, 특별히 1991년에 우리나라하고 국교를 끊을 때 되게 기분 나쁜 방식으로 당했다고 여긴 듯하다. 사실 그때 좀 심하긴 했지.

여기에 타이완 섬이 사실상 수백년 이상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식민지라고 해봐야 그저 지배계급이 바뀌었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고 내 생각이니 믿지 마시라. 하여튼 식민 지배에 관해서 우리만큼 자만심 상해하지 않는 건 정말인 듯하다. 작품 속에 자꾸 타이완 식민지 사람들 이야기를 일제강점기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섞는 장면이 나오면 속이 편하지 않다.

양솽쯔도 일본에 우호적인 것처럼 보인다. 타이완 사람이면서 ‘솽쯔’의 한자어 표기를 대만 표준에 입각해 ‘雙子’ 대신 일본식 약자인 ‘双子’를 쓴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러하다.

위키피디아 되게 웃겨. 내가 알고 싶어하는 건 나오지 않고,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 정보는 쓰여 있다.

“Yang is married to her wife Lai Ting-ho.”

양솽쯔가 와이프 팅호와 결혼했다고? 그러면 양이 허즈번드, 남편이야? 아니다. 양도 와이프. 와이프만 둘 있는 결혼방식. 이건 독자가 굳이 알 필요 없잖아? 알건 모르건 상관은 없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 ‘나’, 1938년 5월에 25세인 엄청 키가 큰 일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 여행을 좋아해 사실상 일본이 아니었던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남국 특유의 정취에 반해 언젠가는 타이완에도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바 있다. 특히 올해가 적기다. 아오야마가 쓴 소설 <청춘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거금의 고료가 들어왔던 거다. 게다가 잡지사 한 군데에서 남양南洋을 배경으로 연재소설을 써주는 조건으로 여행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소설이 일본의 남진南進에 협조하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아오야마 입장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제국을 선양하는 어용 작가가 될 수 없어 이를 싹 거절했다. 그래도 가보고 싶은 치즈코.

아오야마 치즈코는 165cm로 키가 엄청 크다. 웬만한 남자보다 더 크다. 몸집에 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골격도 만만하지 않아 엄마가 치즈코를 낳다가 세상 떴다. 아빠도 일찌감치 갈 곳으로 갔다. 숙부집에서 살게 됐는데, 기쿠코 숙모가 친딸처럼 키워 정이 돈독하다. 그래서 숙모한테 돈을 좀 한 5백엔 달라고 했다가 깔끔하게 거절당했다. 여행은 무슨. 스물다섯? 우리 때는 그때까지 시집 못 가면 목 매달아 죽었다 이것아! 숙부가 선 자리 알아보고 있으니 하나 골라라. 사실 혼기를 놓쳐 이제 중매가 와도 중년 홀아비 밖에 안 들어온다. 치즈코는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다. 그러니 이런 말이 지겨울 수밖에. 9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뭐.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가 좀 있다. 잠깐 작은 절집에서 혼자 등이 꺼지지 않게 지켜야 할 때가 있었다. 한 열흘에 한 번 말라 비틀어진 중이 등에 쓸 기름을 가지고 올 때 음식도 조금 들고 와 그걸 먹으며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버텨야 했던 기억. 뭔 일이 있었던지 하여간 그렇게 몇 달을 지냈는데, 그때 너무 배를 곯아 절에서 내려올 때 심각한 각기병에 걸린 적이 있다. 이후에 키 큰 아오야마 치즈코는 식탐 많은 먹보 밉상이 되고 말았다. 밉상은 하도 먹을 생각만 해서, 1938년이면 일본은 물론이고 식민지 조선과 타이완 사람들 모두 굶주릴 때인데, 더군다나 1930년대 중반이라면 세계적인 기근이 휩쓸 당시인데도 그저 먹는 거만 밝힌다는 뜻이다. 책에서는 한 번도 밉상이라고 나오지 않는다. 반대다. 쾌활하고 화통한 장부의 모습이라고만 나온다. 내 눈에 그렇다는 거다.

그리하여 아오야마 치즈코는 등장할 때부터 일본 찹쌀떡인 모찌를 한 입에 두 개나 쑤셔넣고 우물우물. 아오, 정말 밉상이라니까.




딱 이때 타이완 총독부 타이중 주청州廳에서 아오야마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영화로 만든 <청춘기>가 1년이 지나 타이중에 개봉됐고, 이를 본 현지의 부인단체 ‘닛산카이’ 여사님들이 감동감화 받은 바 너무 커서 작가를 초청해 타이완 각지를 돌며 순회 강연을 해달라는 거였다. 사례금은 물론이고 뱃삯을 비롯한 모든 교통비, 숙박비, 식비, 기타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거다.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아오야마가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리하여 엄마 같은 숙모가 마련한 맞선은 한 번도 안 보고 그 길로, 1938년 초여름에 규슈 북쪽 끝의 모지항에서 출발, 타이완 북쪽 끝 지룽항에 도착한다.

지룽항에서 타이베이로 가 일박을 하고, 기차로 타이중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아오야마는 먹는 타령이다. 먹고, 먹고, 먹고, 또 먹는다. 하도 많이, 자주 먹어서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들이민 것이 어린 시절 등불 꺼지지 않게 지키라고 꼬마 여자 아이 혼자 절에 몇 달 동안 틀어박혀 있게 만든 거다. 하여튼 지독하게, 지겹게 먹는 타령이다. 타이중과 부인회 닛산카이에서 준비한 거의 최상급 일본 요리에는 별 관심 없고, 로마에 갔으면 로마 음식 맛을 봐야 하는 것처럼, 타이완에 왔으니 혼도진, 본지 사람들이 먹는 걸 자기도 먹어야겠다는 이미 불이 붙은 신념만 굳세진다.

여기에 등장한 인물이 왕첸허王千鶴. 이름 첸허千鶴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우.연.히. 같다. 21세 여성. 아오야마를 위하여 닛산케이 부인회가 고용한 통역사다. 그런데 음식 장만도 하는 식모이기도 하고, 여행 가이드이기도 하고, 비서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또 뭐 있어? 하여간 뭐든 다 하는, 말로만 친구, 사실상 하녀, 이 정도면 하녀 가운데도 몸종 아닌가? 전직 공학교 국어교사. 공학교? 일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소학교. 혼도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공학교. 따라서 공학교 여선생은 내지인 눈으로 보면 인간도 아니다. 당연히 내지 본토에서 온 아오야마 치즈코 눈에는 자기 자매처럼 친근하지만 식민지 땅에서 사는 일본 여자들한테는 그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짐작하시겠지? 전직 공학교 국어 교사. 국어 교사라면 일본어 교사라는 말. 일본말 잘 하고, 내지인과 다름없을 정도로 잘하고, 타이완 내 각종 언어도 당연히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프랑스어도 소통 가능할 정도. 언어 귀신.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때려 치웠다. 학교 교사도 그만 뒀다. 왜? 결혼 준비. 인텔리 남편감은 일본에서 일하고 있단다. 타이중의 유수한 왕씨 가문 첩실이 낳은 딸. 똑똑하지 않았으면 학교도 보내지 않았을 터. 교사를 할 정도니까 거의 영재 수준이다. 음식도 잘하고, 음식에 관해 많이 안다. 더 이상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다. 그래 본격적으로 지금부터 타이완 음식 기행이 펼쳐지는데….

머리 속에서 팍 떠오르는 이름 하나. 일본 작가 무라이 겐사이. 그가 쓴 사부작 <식도락>.

양솽쯔가 일본에 친숙하니 틀림없이 무라이를 읽었을 터. <식도락>을 보고 타이완에도 일본과 비견할 만한 다양한 음식이 있으니 나도 한 번 써볼까? 더구나 무라이의 음식은 거의 다 서양에서 들어온 것을 일본식으로 다시 만든 것에 불과하니, 타이완의 유구한 세월을 버틴 음식 이야기를 하면 적어도 <식도락>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셈량도 했을 수 있다. 여기에 시대가 다르니까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남진정책과 전쟁 등에 반대하고 양념처럼 페미니즘을 좀 뿌려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정말 하나도 안 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음악을 문자로 설명하기 쉽지 않듯이, 음식도 문자로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 독자가 알지도 못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글로만 읽어 감흥이 오겠느냐고? 양솽쯔도 무라이한테 배울 것이 하나는 있었다. 문자로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것을 짐작했다면, 무라이처럼 삽화라도 그려놓았어야지.

게다가 양선생의 글 자체가 가볍다. 좋은 말로 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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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5-11 공감(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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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타이완 여행기


1938 타이완 여행기

양솽쯔의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조금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해당 여행기의 저자 ‘아오야마 치즈코’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이후의 역자가 존재한다는 설정 전부가 모두 ‘양솽쯔’의 설정한 허구이기 때문이다. ‘초판 서문’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에 ‘일뤄두기’를 제대로 봐두지 않으면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치만 이런 혼란마저 포용할 만큼 이야기가 흥미롭기는 했다. 특히 먹방이나 음식관련 문학이나 만화 혹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이완을 다녀온 적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사기’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삼는다.’ 그러니까 먹을 수 있다는 건 복인 셈이지요.” 83쪽


아오야마 치즈코. 일본 규슈지방 작가로 미혼이며 ‘요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식가이자 미식가이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반년 정도 현지에서 살아보는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 아오야마는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글은 쓸 수 없어 타이완 방문 기회를 포기한다. 하지만 본국 보다 조금 늦게 타이완에서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숙식은 물론 통역가까지 지원되는 타이완 순회 강연 제안을 받게 되어 어서 빨리 결혼하라는 식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타이완 여행을 시작한다. 책을 읽기 전에 아오야마와 현지 타이완 통역사 간의 우정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샤오첸이 통역을 담당하는 순간부터 슬슬 먹방의 시작인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필기를 정리하다가 면이 먹고 싶다고 외치면, 샤오첸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바지락 달걀 국수와 으깬 참마 국수를 내주었다.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내가 볶음 쌀국수, 당면탕, 삶은 국수, 날달걀 우동 비빔면을 먹겠다고 하면, 샤오첸은 식탁을 바로 빛나게 만들었다. 128쪽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이중 숙소를 중심으로 위아래 기차를 타고 강연을 다니며 지역 특산물과 간식 부터 성찬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여행을 다녀와 글을 쓰는 아오야마를 위해 끼니 때마다 타이완의 현지식을 요리하는 샤오첸의 등장도 감탄 그자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1930년대라 할 지라도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샤오첸의 놀라운 요리솜씨와 회화실력, 게다가 아오야마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처세술과 고난도의 심리술까지 능수능란한 샤오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둘의 사이가 정말 가까워질수록 샤오첸은 점점 더 아오야마에게 알 수 없는 말로 선을 긋는 듯 싶더니 급기야 통역마저 그만두기에 이른다. 샤오첸이 도대체 왜 저럴까 싶었는데 미시마가 털어놓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제3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는 순간 아오야마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나 또한 머리를 세게 얻어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동시에 미시마가 지적한 부분들이 내게도 있었음을 깨닫고 이미 끊어진 과거의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핵심내용이라 전부 말할 순 없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원저자인 양솽쯔가 이런 구성의 글을 기획했는지도 단박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제국의 강경한 방식은 확실히 불쾌하죠. 하지만 벚꽃은 죄가 없는걸요. 샤오첸과 함께 벚꽃을 구경하러 갈 수 있다면, 꿈을 꾸는 기분일 거예요.
397쪽




어쩌면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주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 국가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감상이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호불호가 나뉠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다른 독자들은 물론 해외의 역사적 배경이 같거나 다른 독자들과도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 좋아하는 간식을 두고 혹은 차와 술을 즐기며 누군가와 함께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1938타이완여행기 #대만소설 #책추천 #전미도서상 #양솽쯔
@matisseblu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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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25-12-08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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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식도락 여행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1938년 일본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면서 통역인 왕젠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대만 소설인데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이 일본인이라는 점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일본인의 이중성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제국주의에 협조하지 않는 듯한 주인공 아오야마가 스스럼없이 일본을 찬양할 때였다. 예를 들면 ‘타이완 치쿠와의 탄생은 제국의 공로라고도 할 수 있다’(p.383)라는 발언이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볼 때면 썩소를 날리게 된달까.

물론 아오야마가 여성의 역할을 결혼과 육아로 속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그가 왕젠허를 대하는 태도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시혜적 태도가 마지막까지 너무 거슬렸달까.

똑같이 식민 지배를 받았는데도 대만은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점이 늘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그 의문이 해소되진 않았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대만 식문화에 관한 내용이라 일본인 여성이 대만 식도락 여행을 하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소에 대만 문화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만 식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소설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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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집가 2026-02-01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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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식민주의/타이완] 1938 타이완 여행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표지만 보면 굉장히 평화롭고 예쁘게 느껴지는 작품이 바로 『1938 타이완 여행기』이다. 하지만 이 장편소설은 식민주의 시대 타이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성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표지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대 남녀노소 누구라도 어렵지 않은 삶은 없겠지만 과연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까?


작품 속에서는 두 여성이 나온다. 1938년 타이완을 배경으로 일본 여성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치즈코와 타이완 여성인 샤오첸(치즈코는 왕첸허인 그녀를 샤오첸이라 부른다)다. 그리고 치즈코는 샤오첸의 도움을 받아서 타이완을 여행하게 되는데 둘 사이엔 여러가지 대립적인 조건들이 존재한다.


일본과 타이완, 식민 지배를 하는 국가의 국민과 피지배 국가의 국민, 그리고 여행을 위해 고용한 사람과 피고용자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으로 집안 내 입지 등도 묘하게 대조적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샤오첸의 경우 여러 상황으로 인해 진짜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집안에서 정한대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샤오첸은 초반 치즈코와는 거리를 두려 하는데 과연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치즈코가 애초에 타이완을 오게 된 경위는 영화화된 작품의 작품이 타이완에서 개봉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고 자신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크게 관여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식민지배를 하는 나라의 여성이기에 치즈코의 여행을 위해 통역사로 고용된 샤오첸과는 기본적으로 상황 자체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치즈코는 진짜 타이완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고 자신을 초대한 주최측에 도움을 요청해 당시 일본어 교사로 일하던 샤오첸과 동행해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러모로 닮은 듯 한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달았기에 둘의 마음은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도 결국 당사자들인 아닌 타인들에 의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되지만 이 또한 그들 앞에 놓인 역사적 현실 앞에 둘의 관계가 과연 우정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의 여행기 속 일상에서 보여지는 식민지의 특수한 상황들이 노골적인 적대감의 표시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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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hbs 2025-12-1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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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의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원제: 대만만유록)에 대한 요약과 평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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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타이완 여행기> 요약
1. 액자 구조와 메타픽션의 설정

이 소설은 정교한 메타픽션(소설 속의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현대의 편집자이자 작가인 양솽쯔가 일제강점기인 1938년 타이완을 방문했던 일본의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의 희귀한 동명 여행기를 발견하여 한국어(혹은 현대 중국어)로 번역·소개한다는 액자 구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작가가 창조해 낸 완벽한 허구이며, 독자는 아오야마 치즈코라는 일본인의 시선을 통해 1938년의 타이완을 마주하게 된다.

2. 열두 가지 요리로 이어지는 여정
소설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제목은 타이완의 전통 음식이나 특산물 이름에서 따왔다. 총독부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에 온 아오야마 치즈코는 현지 강연과 문화 탐방을 위해 타이완 전역을 일주하는 기차 여행에 오른다. 이 여정에서 그녀의 수행원이자 통역사로 고용된 타이완 본섬인 여성 왕첸허를 만나게 된다. 두 여성은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을 돌며 완자 요리, 황마 어린잎 탕(무아인텅) 등 다채로운 타이완의 미식을 함께 맛본다. 치즈코에게 음식은 이국적이고 매혹적인 문화적 관찰 대상이며, 왕첸허에게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이 녹아 있는 일상이다.

3. 언어의 장벽과 불완전한 우정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일제는 타이완에서 강도 높은 동화 정책과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치즈코는 스스로를 진보적이고 제국주의적 야심이 없는 순수한 예술가로 규정하며 왕첸허에게 친밀하게 다가간다. 그녀는 왕첸허를 향해 깊은 애정과 연민을 느끼고, 두 사람 사이에 여성으로서의 유대감과 낭만적인 기류가 흐른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언제나 일본어라는 '지배자의 언어'와 왕첸허의 '통역'이라는 필터를 거쳐야만 한다.

4. 어긋나는 결말과 가려진 진실
여행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관계에는 메울 수 없는 균열이 드러난다. 치즈코는 친절한 시선으로 타이완을 바라보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이 식민 지배국의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시혜적 태도를 보인다. 반면 왕첸허는 지배 권력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도, 치즈코의 무해한 무지가 가진 폭력성을 날카롭게 알아차린다. 왕첸허는 치즈코의 낭만적 환상에 온전히 동조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엄과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여행이 끝난 후 치즈코는 끝내 왕첸허의 내면 깊은 곳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가고, 그녀가 남긴 여행기는 식민지 현실의 핵심을 비껴간 반쪽짜리 기록으로 남는다.

<1938 타이완 여행기> 평론
1. 탈식민주의와 백합 장르의 전복적 결합
양솽쯔는 여성 간의 친밀한 감정과 관계성을 다루는 '백합(GL)'이라는 대중문학적 장르를 탈식민주의 역사소설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획기적으로 전복시킨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 서사가 식민지를 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지배국을 강인한 남성으로 치환해 온 것과 달리, 이 소설은 두 여성의 관계를 통해 제국과 식민지의 역학 관계를 재해석한다. 치즈코가 왕첸허에게 느끼는 감정은 언뜻 순수한 우정이나 사랑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피지배자를 '낭만화'하고 '박제'하려는 제국주의적 시선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는 이 불가능한 로맨스를 통해 거대 권력이 개인의 사적인 감정까지 어떻게 오염시키고 규정하는지 서늘하게 증명한다.

2. 시혜적 무지와 식민지 근대성의 폭력
아오야마 치즈코라는 화자는 악의가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제국의 동화 정책이 가진 문화적 폭력성에 회의를 느끼고 타이완의 풍광을 진심으로 예찬한다. 그러나 바로 그 '무해한 무지'가 이 소설이 고발하는 가장 세련된 폭력이다. 치즈코는 왕첸허가 겪는 일상적인 차별과 식민지 여성으로서의 생존 투쟁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며, 그저 자신과 교감하는 특별한 개인으로만 바라보려 한다. 왕첸허의 세련된 일본어와 매너는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지 근대성의 결과물이자 생존을 위한 가면이다. 작가는 치즈코의 시선을 빌려 씀으로써, 지배국의 '선량한 지식인'이 저지르기 쉬운 기만과 구조적 맹점을 통렬하게 파헤친다.

3. 미식(美食)에 가려진 저항과 정체성의 언어
소설을 가득 채우는 열두 가지 타이완 요리는 단순히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소품이 아니다. 중일전쟁기 일제는 타이완인의 언어와 문화를 지우고 일본식으로 동화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타이완의 고유한 식문화와 맛을 촘촘하게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문화적 저항이 된다. 일제가 제아무리 대동아공영권을 부르짖으며 정신을 개조하려 해도, 혀끝에 남아 있는 고유한 미각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역사까지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음식을 통해 제국의 획일화에 맞서는 타이완 고유의 다원적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복원해 낸다.

4. 메타픽션이 수행하는 역사의 빈칸 채우기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예술적 성취는 가짜 여행기라는 형식적 실험에 있다. 식민지 시대의 공식 기록은 대부분 지배자인 일본인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피지배자이자 여성인 왕첸허 같은 이들의 진짜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누락되기 마련이다. 양솽쯔는 치즈코의 왜곡되고 누락된 '여행기'라는 텍스트를 제시한 뒤, 행간과 각주, 그리고 현대의 편집자 시선을 통해 그 뒤에 숨겨진 왕첸허의 침묵과 슬픔을 읽어내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 젖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역사가 유실해 버린 식민지 여성들의 주체성과 존엄을 현재의 시간에 다시 발굴해 내는 숭고한 시도다.
===

<『1938 타이완 여행기』(1938 대만 여행기) — 양솽쯔(楊双子)>는 최근 대만 문학에서 매우 주목받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복고풍 역사소설”이 아니라, 일본제국 말기 식민지 대만의 공기와 감정을 여성의 시선, 음식, 우정, 언어 감각을 통해 복원하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 독자에게는 <식민지 근대성>과 <제국 내부의 복합적 정체성>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 작품의 기본 구조

소설의 배경은 1938년, 일본 제국 통치하의 타이완이다.

주인공은 일본 여성 작가와 그녀를 돕는 대만 여성 통역/동행자이며, 두 사람은 함께 타이완 곳곳을 여행한다. 표면적으로는 “여행기” 형식을 띠지만, 실제로는 다음 요소들이 겹쳐진다.

  • 여성 간의 미묘한 감정과 연대
  • 식민지 지식인의 자기검열
  • 일본어와 대만어 사이의 긴장
  • 음식과 풍경을 통한 기억
  • 제국의 중심과 주변의 거리감
  • 근대적 욕망과 식민지 현실의 충돌

즉, 단순 관광 서사가 아니라:

→ <식민지 타이완의 정신적 풍경을 재현한 소설>

이다.

2. 핵심 줄거리

일본 본토 여성 작가는 “남국의 타이완”을 경험하고 기록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녀는 세련되고 교양 있는 지식인이지만, 동시에 제국 일본인의 시선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녀를 안내하는 대만 여성은 일본어를 구사하며 식민지 근대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그녀는 일본 문화와 현대성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완전히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안다.

두 사람은 함께:

  • 도시
  • 철도
  • 시장
  • 식당
  • 찻집
  • 온천
  • 농촌

등을 이동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 무엇을 먹는가
  • 어떤 말을 망설이는가
  • 어느 순간 침묵하는가
  • 누구 앞에서 일본어를 쓰는가
  • 어떤 풍경에서 감정이 흔들리는가

같은 미세한 감각들이다.

이 작품은 큰 정치 사건보다:

→ <제국 아래 일상의 감정 구조>

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3. 음식의 정치학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음식이다.

음식은 단순 배경이 아니다.

예를 들면:

  • 일본식 요리
  • 대만 향토 음식
  • 혼합된 식민지 음식문화

등이 계속 등장한다.

이 음식 묘사는 단순 미식이 아니라:

→ <식민지 근대성의 감각적 표현>

이다.

대만 여성은 일본식 교양과 현대성을 습득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향토 음식과 문화 기억을 버리지 않는다.

반면 일본 여성은 타이완 음식을 “이국적”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 <제국은 타자를 소비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는 점이다.

한국 독자에게는 이것이 조선 식민지기의 “경성 모던” 문화와도 어느 정도 겹쳐 보인다.

4. 여성적 시선의 중요성

이 작품은 남성 중심 식민지 서사와 다르다.

전통적인 식민지 소설에서는 흔히:

  • 국가
  • 혁명
  • 저항
  • 민족주의
  • 남성 영웅

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 감정
  • 돌봄
  • 음식
  • 옷차림
  • 대화의 뉘앙스
  • 관계의 미묘함

을 통해 역사를 보여준다.

즉:

→ <거대한 역사보다 생활세계의 균열>

에 집중한다.

특히 두 여성 사이에는 단순 우정 이상으로 읽힐 수 있는 정서적 긴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작품은 이를 노골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 말해지지 않는 감정의 층위

를 남겨둔다.

이 점은 일본 여성문학 전통과도 연결된다.

5. 언어와 식민지 정체성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언어다.

식민지 타이완의 지식인들은 일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자연스러운 모국어가 아니다.

대만 여성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항상 미세한 거리감이 있다.

이는 식민지 조선의 일본어 문학 문제와도 매우 유사하다.

핵심은 이것이다:

→ <식민지 근대인은 제국의 언어로 사고하지만, 완전히 제국인이 될 수는 없다>

이 긴장이 작품 전체에 흐른다.

특히 일본 본토인과 식민지인의 대화 장면에서는:

  • 존경
  • 열등감
  • 동경
  • 거리감
  • 자기검열

이 동시에 존재한다.

양솽쯔는 이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한다.

6. 이 작품의 강점

(1) 감각적 역사 복원

이 소설은 역사 설명을 길게 하지 않는다.

대신:

  • 냄새
  • 음식
  • 기차
  • 거리
  • 습도
  • 옷감
  • 말투

같은 감각을 통해 시대를 복원한다.

이 점이 매우 뛰어나다.

독자는 설명을 “이해”하기보다:

→ <1938년 식민지 타이완의 공기를 체험>

하게 된다.

(2) 식민지의 회색지대 묘사

이 작품은 단순한 “저항 vs 친일” 구도로 가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 일본 문화를 사랑하기도 하고
  • 제국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며
  • 근대를 동경하면서도
  • 차별에 상처받는다.

즉:

→ 식민지인의 복합 감정

을 잘 보여준다.

이는 최근 동아시아 식민지 연구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3) 과잉 민족주의를 피함

양솽쯔는 현대적 민족주의 도덕극으로 과거를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 당시 사람들의 실제 감정 구조

를 복원하려 한다.

이 점이 작품을 훨씬 성숙하게 만든다.

7. 한계와 비판

(1) 정치성이 약하다고 느낄 수 있음

일부 독자는:

  • 식민지 폭력
  • 경찰 통제
  • 황민화 정책
  • 제국 억압

등이 너무 배경화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즉:

→ 분위기와 감정이 정치 현실을 흐리게 만든다

는 비판 가능성이 있다.

(2) 지나치게 섬세한 문체

이 작품은 매우 미세한 감정과 감각을 따라간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

  • 아름답고 섬세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 너무 느리고 모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사건 중심 서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소 답답할 수 있다.

8.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

이 작품은 한국 독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식민지 기억은 오랫동안:

  • 저항
  • 민족
  • 배신
  • 피해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 식민지 사회에는:

  • 동경
  • 모방
  • 혼합문화
  • 생활세계의 근대성
  • 애증

도 존재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바로 그 회색지대를 보여준다.

이는 최근 한국의:

  • 박유하 논쟁
  • 식민지 근대성 논쟁
  • 기억 정치 논쟁

등과도 연결해서 읽을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은 정치 논쟁 자체보다:

→ <식민지인의 감정 구조>

를 문학적으로 탐색한다는 차이가 있다.

9. 전체 평가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 <제국 일본 아래 타이완의 복합적 감정 풍경을 여성적 감수성으로 복원한 식민지 모더니티 소설>

이다.

이 소설의 진짜 강점은 이념보다 분위기에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분위기를 통해:

  • 식민지 근대성
  • 문화적 혼종성
  • 제국 내부의 위계
  • 여성적 친밀성
  • 언어의 불안정성

을 체험하게 만든다.

10. 한 줄 평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식민지란 무엇이었는가”를 정치 구호가 아니라 음식, 언어, 여성적 감정, 그리고 침묵의 결로 보여주는 매우 섬세한 역사문학이다.>

==
이 작품에 대해 더 깊이 나누고 싶은 대화가 있다면 선택해 주세요.
한국과 타이완의 일제강점기 문학 비교하기
==
1938 타이완 여행기에 나타난 타이완인들의 친일과 향수가 뒤섞인 복잡한 역사적 감정을 한국의 일제강점기 문학이나 역사적 흐름과 비교해서 비평해 주어라.

===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에 묘사된 타이완인들의 복잡한 심리적 궤적을 한국의 역사적 경험 및 강점기 문학의 흐름과 비교한 비평이다.

친일과 향수의 중층성: 타이완과 한국의 식민지 문학 비교 비평

1. 지배의 시간성과 식민지 근대성의 수용 차이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수행원 왕첸허를 비롯한 타이완 지식인층이 보여주는 일본어 능력과 세련된 매너는 일제의 식민지 근대성 수용이 얼마나 깊숙이 진행되었는지를 증명한다. 1895년 청일전쟁 이후 대만을 지배한 일제는 1938년에 이르러 이미 40년이 넘는 통치 기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대만인들에게 일제강점기는 단순히 강점당한 시간이 아니라, 근대적 제도와 인프라가 이식된 유일한 기억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작중 타이완인들의 태도에는 제국을 향한 동경과 순응, 그리고 자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반면 한국의 일제강점기 문학에서 나타나는 근대성은 훨씬 더 가파르고 파괴적인 거부반응을 수반했다. 1910년 국권 침탈 이전 이미 확고한 단일 국가의 정체성과 독자적인 왕조의 역사를 가졌던 한국은 일제의 지배를 전면적인 전통의 단절이자 찬탈로 인식했다. 이광수의 <무정> 등 초기 소설에서 근대 문명을 동경하는 계몽적 시선이 존재했으나,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상이나 박태원의 모더니즘 소설에서 보이듯 근대성은 식민지 지배라는 기형적 현실 속에서 자아가 분열되고 질식해 가는 고통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타이완 문학이 근대를 '이식된 일상'으로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한국 문학은 그것을 '식민지적 왜곡'으로 끊임없이 밀어내려 했던 것이다.

2. 친일(親日)의 맥락과 주체성의 상실 방식

양솽쯔가 묘사하는 1938년의 타이완은 중일전쟁의 병참기지로서 황민화 운동이 휘몰아치던 시기다. 작중 왕첸허는 일본의 선량한 지식인 아오야마 치즈코를 대할 때 전면적인 적대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친절을 이용하고 조율하며 자신의 생존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다. 여기서 '친일'적 외양은 순종이 아니라 지배자의 언어를 역이용해 자신의 내면을 방어하는 고도의 생존 전략이자 '가면'으로 기능한다.

한국의 1930년대 후반 문학, 특히 이광수, 최남선, 유진오 등의 후기 친일 문학이나 서정주의 헌시 등과 비교하면 그 비극성의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황민화 정책은 자발적 동화라기보다 극단적인 전향 강요와 탄압의 결과였다. 한국 문학에서 나타난 친일 서사는 식민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말살하고 황국신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강박적 투항에 가까웠다. 대만 문학이 지배 권력의 틈새에서 희미한 주체성의 자리를 모색하는 인물을 그려냈다면, 한국의 친일 문학은 주체성을 완전히 박탈당한 지식인의 파멸과 변절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고통을 남겼다.

3. '향수(鄕愁)'라는 기억의 정치학: 대만만유(臺灣漫遊) vs 조선향토(朝鮮鄕土)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아오야마 치즈코는 타이완의 풍광과 음식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며 향수에 젖는다. 이러한 제국의 시선은 대만을 무해하고 아름다운 남국의 낙원으로 타자화하는 '식민지적 오리엔탈리즘'에 다름없다. 그러나 동시에 타이완인들에게도 과거 청나라 시기의 혼란상이나 한인(漢人)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일제가 구축한 치안과 근대적 풍요가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로 작용하는 다층적 왜곡이 일어난다. 이는 전후 타이완에서 국민당 정부의 고압적 통치를 겪으며 일제강점기를 상대적으로 미화하게 되는 역사적 흐름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에서 강점기 후기 향수의 감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출되었다. 이태준의 단편소설들이나 백석의 시에서 나타나는 '고향'과 '전통'에 대한 향수는 제국의 근대에 포섭되지 않으려는 격렬한 문화적 저항의 보루였다. 한국 지식인들에게 향토적인 것에 대한 집착은 지배자가 규정한 근대를 거부하고, 일제가 말살하려는 '조선의 얼'과 고유한 언어적 미학을 보존하려는 처절한 시도였다. 대만 문학에서 향수가 제국과 식민지가 공유하는 모호한 문화적 경계선이었다면, 한국 문학에서 향수는 제국의 침탈에 맞서 그어놓은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4. 결론: 상흔을 다루는 두 개의 시선

양솽쯔의 작품은 타이완인이 겪은 식민지 경험이 단순한 '피해와 가해'의 구도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배자의 언어로 사유하면서도 끝내 동화될 수 없었던 대만인들의 회색빛 내면을 미식과 우정이라는 부드러운 외피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한국의 강점기 문학이 빼앗긴 주권과 민족적 말살에 대한 격렬한 한(恨)과 저항, 혹은 그에 대척점에 선 변절의 고통을 뼈아프게 기록했다면,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제국의 친절함 속에 가려진 식민주의의 미세한 균열과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복잡한 심리적 풍경을 조명한다. 두 문학적 성취는 동아시아가 겪은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거대한 폭풍우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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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이후 대만이 겪은 2·28 사건과 국민당의 백색테러가 일제강점기에 대한 대만인들의 상대적 향수와 친일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역사적으로 설명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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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에 흐르는 모호한 향수와 친일적 외양의 심리적 배경에는, 1945년 해방 이후 타이완 사회가 맞이한 거대한 비극과 역사적 단절이 자리하고 있다. 2·28 사건과 장개석(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백색테러가 타이완인들의 역사 기억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실망이 낳은 기억의 재구성: 2·28 사건과 백색테러, 그리고 일제강점기 향수
1. 조국 광복의 환상과 '개와 돼지'의 비유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타이완이 중국(중화민국)으로 귀속되었을 때, 타이완 본섬인(본성인)들은 조국으로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했다. 이들은 일제의 차별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국가의 주인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군대와 관료(외성인)들은 타이완인들을 포용하는 대신, 일제에 부역한 '노예화된 백성'으로 취급하며 멸시했다. 국민당 정권은 심각한 부패와 무능, 경제적 수탈을 자행했고, 치안은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물가는 폭등했다. 이 시기 타이완인들 사이에서는 국민당을 '돼지'(먹기만 하고 일은 안 하며 부패한 존재), 일본인을 '개'(물긴 하지만 집은 잘 지키는 존재)에 비유하는 자조적인 대중적 유행어가 돌기 시작했다. 이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해서가 아니라, 새로 맞이한 '해방 조국'의 지배가 가한 충격이 그만큼 파괴적이었음을 뜻한다.

2. 2·28 사건: 본성인 엘리트의 전멸과 심리적 단절
1947년 2월 27일, 타이베이에서 담배 노점상을 하던 여성을 국민당 전매국 직원들이 과격하게 단속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타이완인들의 시위가 대대적인 저항 운동으로 확산되자, 국민당 정권은 대륙에서 대규모 군대를 증파해 이듬해까지 수만 명의 타이완인을 학살했다(2·28 사건).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표적이 된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근대 교육을 받고 성장한 타이완의 의사, 변호사, 교수, 작가 등 지식인 엘리트 계층이었다. 국민당은 이들을 '일제에 오염된 반동분자'로 몰아 숙청했다. 이 참혹한 학살은 타이완인들에게 "우리와 대륙의 중국인은 같은 민족이 아니다"라는 깊은 심리적 단절감을 심어주었고, 자신들을 중국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타이완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3. 백색테러(White Terror)와 일제강점기의 낭만화
2·28 사건 이후 국민당 정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38년간 세계 최장기 계엄령을 선포하고 '백색테러' 시기를 이어갔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물론, 타이완 고유의 문화와 언어(타이완어) 사용이 철저히 탄압되었고, 학교에서는 오직 대륙 중심의 역사와 북경어만을 강요받았다.

군사독재의 숨 막히는 억압 속에서, 타이완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현재의 고통을 위로받기 위한 도피처로 '일제강점기'라는 과거를 소환했다. 국민당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과 비교했을 때, 최소한 법치(法治)의 형식을 갖추고 행정적 효율성과 치안을 유지했던 일제기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세련된 근대의 기억'으로 미화되고 낭만화된 것이다. 즉, 타이완인들의 일제기 향수는 일본의 지배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마주한 국민당 정권의 야만성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의 심리가 투사된 결과물이다.

4. 역사적 상흔이 남긴 독특한 정체성
결과적으로 2·28 사건과 백색테러는 타이완인들에게 일본을 '절대 악'으로만 규정할 수 없게 만드는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했다. 한국이 해방 이후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청산하고 민족적 주체성을 세우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반면, 타이완은 해방 이후 더 큰 국가 폭력을 마주하며 식민지 시절의 기억을 현재의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상대적 준거 집단으로 삼아야 했다.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묘사되는 지식인들의 세련된 태도와 그 바닥에 깔린 우울한 경계심은, 훗날 2·28이라는 거대한 파국을 맞이하게 될 타이완 근대 지식인 청년들의 유약하면서도 비극적인 운명을 예시하는 전초전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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