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 타이완 여행기 - 2
양솽쯔 (지은이),김이삭 (옮긴이) 마티스블루2025-11-25
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 2024 일본번역대상 수상, 2021 타이완 금정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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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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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식민지 여성의 삶에 허락된 선택지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이완 최초로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2024 일본번역대상, 2021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소설은 오랫동안 양솽쯔 작가의 팬이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김이삭의 기획과 번역으로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1938년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러우싸오, 타이완식 카레, 무아인텅, 과쯔 같은 타이완 미식을 경험한다. 첸허는 마음속 깊이 자신의 꿈을 숨긴 채 가문의 뜻에 따라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치즈코에게 친절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둔다.
치즈코는 이런 첸허를 관찰하며 일본인인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려 애쓰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전미도서상 심사위원단이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라고 평한 이 소설은 식민자와 피식민자, 고용주와 고용인, 가문의 후계자와 서녀라는 차이를 넘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모험심으로 가득한 두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학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소설은 타이완 문학을 세계 문학의 흐름 위에 올려놓은 중요한 작품이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양솽쯔 작가의 전미도서상 수상 소감처럼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이며, 역사소설이자 여행소설, 동시에 여성소설로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1954년 초판 서문]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하카식 쌀국수 간식, 비타이박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내지인의 고급 음식, 사시미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본섬의 양식, 타이완식 카레
마음을 나누는 음식, 스키야키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새해 음식, 타우미
짭조름한 케이크, 셴단가오
뤼찬의 노점에서 먹는 간식, 팥빙수
[1970년 재출간판 후기] 어머니의 기억, 아오야마 요코
[1990년 타이완판 역자 후기] 버드나무 작은 집에서 만든 국수, 왕첸허
[1990년 타이완판 편집자 후기] 고인과의 약속, 우정메이
[2020년 신역판 역자 후기] 우리 둘의 고하쿠, 양솽쯔
[한국어판 역자 후기] 번역과 중역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 김이삭
[1938 타이완 종관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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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추천글
씩씩한 주인공 아오야마 치즈코는 시대와 성차별의 벽을 아랑곳하지 않고 견문을 넓히려는 모험심, 가는 곳마다 색다른 맛을 찾아 기쁨을 누리는 활달함을 지녔다. 그러나 일본제국의 지식인이기도 한 그녀는, 차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면서 불미스럽게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귀여운 여자의 명랑한 미식 여행기로 읽어도 좋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열의로 읽는다면, 무척 풍요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말이다.
다만 공복 상태에서 읽는 것만큼은 추천하지 않는다. 타이완에서는 연회에 열두 요리를 내놓는다지? 이 이야기야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이야기가 끝날 즈음 가슴은 꽉 차서 미어지는데 배는 쫄쫄 붙어버려 곤란할지도 모른다.
- 박서련 (소설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저자)
"번역은 일제의 문화적 지배에 대한 굴복이자 동시에 저항 행위가 될 수 있다. (…) 허구의 번역가와 실제 번역가의 여러 후기와 많은 각주가 있고, 이 모든 것이 문학적 다성음악을 완벽하게 연주해낸다."
- 뉴욕 타임스 (미국 일간지)
"양솽쯔 작가가 식민주의와 번역에 대한 풍부한 성찰을 제공하며 이와 함께 타이완 진미들을 맛깔스럽게 묘사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양솽쯔 작가의 예리한 관찰과 때로는 전복적인 정치적 성찰이 어우러져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타이완의 다채로운 초상을 그려낸다.”
- 커커스 리뷰
"여러 겹의 주석 때문에 감정적 핵심에 접근하기를 더욱 어렵지만, 그렇기에 마침내 그것을 읽어냈을 때 만족감은 더욱 크다. (…) 복잡하게 얽힌 메타픽션적 미스터리의 층들에 둘러싸인 명료한 이야기."
- 애틀랜틱
“양솽쯔 작가는 일본 통치하 대만의 요리, 관습, 명소들을 통해 메타픽션적 여행을 펼쳐낸다. 재발견된 텍스트의 번역으로 위장한 소설의 번역본인 이 작품은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다.”
-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심사평
- 전미도서상 심사평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5년 11월 29일자 '책과 세상'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5년 11월 27일자 '책과 삶'
한겨레
- 한겨레 2025년 12월 5일자 문학 새책
줄거리
1938년 일본 문단의 촉망받는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청춘기〉의 타이완 개봉을 계기로 타이완 주재 일본인 부인 단체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으로 향한다. 강연과 기행문 집필을 위해 1년간 타이완에 머물게 된 그녀는 공식 행사나 제국주의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진정한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타이완의 삶을 경험하고 전통 음식과 길거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최 측에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부인 단체는 일본어 교사 출신인 통역사 왕첸허를 소개하고, 치즈코는 그녀와 함께 타이완의 종관철도를 이용해 본격적인 미식 여행을 시작한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에 능통한 첸허는 치즈코와 같은 한자 이름을 쓰며, 비슷한 또래의 미혼 여성으로 공통점이 많아 치즈코는 금세 마음을 연다. 더구나 영민하고 온화한 성격의 첸허가 결혼을 앞두고 교사직을 그만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며 식도락을 즐기지만, 첸허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치즈코가 첸허에게 함께 일본으로 가자고 제안해도, 값비싼 기모노를 선물해도 그녀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치즈코는 첸허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왜 마음을 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한 여학교에서 일본인 학생과 타이완인 학생 사이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은 표면적 갈등 뒤에 숨겨진 진실한 우정을 발견한다. 하지만 식민자와 피식민자라는 현실적 한계가 자신과 첸허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이들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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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타이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양뤄츠(楊若慈)로 2014년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楊若暉)와 함께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雙子'를 공동 필명으로 삼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 양뤄츠는 창작을, 동생 양뤄후이는 역사 고증과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타이완인 두 여성의 복잡미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역사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이완 금정상, 2024년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타이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26년에는 타이완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꽃 피는 시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집 《꽃 피는 소녀들의 화려한 섬》, 장편소설 《쓰웨이가 1번지》, 산문집 《먹겠습니다! 옛 타이중: 역사소설가의 거리 음식 답사》 《나는 장르싱 잡화점 옆집에 산다》 등이 있다.
ⓒ YJ Chen 접기
수상 : 2026년 부커상, 2024년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2024년 전미번역상
최근작 : <[북토크] <꽃 피는 시절> 양솽쯔x이랑 북토크>,<꽃 피는 시절>,<[북토크] <1938 타이완 여행기> 김이삭 번역가 북토크> … 총 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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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이자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 중화권 장르 소설과 웹소설, 희곡을 번역했으며 한중 작가 대담 기획, 한중 및 한-타이완 앤솔러지 기획, 타이완 문학기지 상주 작가 선정 등 국제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성부, 달 밝은 밤에》, 《감찰무녀전》,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등이, 옮긴 책으로 《여신 뷔페》,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다시, 몸으로》 등이 있다.
최근작 : <귀신이 오는 낮>,<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경성 환상 극장> … 총 38종 (모두보기)
양솽쯔(지은이)의 말
“제가 과거를 쓰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전미도서상 수상 소감 중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타이완 최초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
2024 일본번역대상 수상, 2021 타이완 금정상 수상
박서련 작가 추천!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
-전미도서상 심사평 중에서
타이완 작가 최초로 2024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소설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출간되었다. 2024 일본번역대상, 2021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양솽쯔 작가의 팬이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 김이삭이 직접 기획하고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1938년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해로, 한국은 일제의 수탈이 갈수록 심해지던 때였지만, 남진 정책의 교두보였던 타이완은 아직 전쟁의 여파가 크게 미치지 않던 때였다. 남국의 섬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치즈코는 통역을 맡은 타이완 여성 왕첸허의 도움으로 타이완 곳곳을 여행하며 갖가지 미식을 즐긴다. 첸허는 여러 언어에 능통한 재원이지만 가문의 뜻에 따라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즈코는 그런 그녀에게 호감과 연민을 느끼지만, 첸허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첸허의 속마음을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치즈코는 일본인인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려 애쓰는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과 타이완은 일제강점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했고, 그 시대 여성들이 마주했던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여성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로서만 살고 싶은 치즈코, 가문의 서녀로서 꿈을 숨긴 채 정략 결혼을 해야만 하는 첸허는 함께한 여행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
타이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요리들
"이 이야기야 말로 연회다. 열두 장에 걸친 요리와 함께 옛 타이완의 문화와 풍속뿐 아니라 달콤쌉싸래한 두 여자의 마음까지 맛보는, 장장 1년에 걸친 대연회."
-박서련(소설가)
이 소설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두 여성과 두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코드다. 타이완에 온 일본인은 대개 고급 사시미 같은 일본 음식만 찾지만, 치즈코는 타이완의 서민 음식인 러우싸오를 먹고 조개를 절여 만든 키암라아를 맛본다. 식민지 타이완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고 모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찬성하지 않는 지식인이지만, 사실 타이완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이국적인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첸허와 함께 타이완의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하면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치즈코가 집착적으로 찾는 현지인의 음식에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타이완의 옛 음식뿐만 아니라, 타이완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의 독특한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양솽쯔 작가는 지난 2025년 서울 국제도서전의 특별강연에서 “이러한 타이완의 다양한 전통 음식을 묘사함으로써 기록되지 않은 타이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첸허가 치즈코를 위해 만들어준 타이완식 카레는 일본 카레도 인도 카레도 아닌, 타이완만의 방식으로 변형되고 수용된 음식으로 유연하면서도 훼손되지 않는 타이완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일본인 화자의 눈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메타픽션
양솽쯔 작가는 의도적으로 식민자 일본인의 눈으로 타이완을 묘사한다. 일제 치하의 타이완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된 기록을 읽어야만 하는데, 이는 왜곡되고 생략된 역사일 수밖에 없다. 번역된 행간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양솽쯔 작가는 스스로를 번역자로 설정해 아오야마 치즈코가 일본어로 쓴 소설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각주를 다는 방식을 취한다. 《뉴욕 타임스》의 서평처럼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 같은 번역의 중층 구조는 결국 식민지 내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중층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낯선 땅을 여행하는 작가가 현지인처럼 살면서 이국적인 경험을 도와주는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는 일견 따뜻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낯선 땅이 식민지이고 현지인들은 점령한 나라의 문화를 강요 받고 있다면 이는 권력관계의 문제가 된다. ‘제국이 강제로 옮겨 심은 벚나무는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벚꽃에는 죄가 없다’, ‘제국의 강경한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철도 등의 건설 사업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는 치즈코의 악의 없는 말은 첸허에게, 어쩌면 우리에게도 낯익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양솽쯔 작가의 전미도서상 수상 소감처럼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다.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학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타이완 문학을 세계 문학의 반열에 올린 중요한 성과이며, 역사소설이자 여행소설, 동시에 여성소설로서 한국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 접기
평점
분포
9.1
타이완의 근대, 식민경험, 음식, 여성, 소설 등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만큼 이 모든 면에 호기심과 매혹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소설입니다.
ianash 2025-12-14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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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식민지 타이완을 배경으로 한 일본인 작가와 타이완인 통역사인 두 여성의 이야기
gazahbs 2025-12-1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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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지배자와 피식민자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대한 설명과 켜켜이 쌓인 에피소드들이 필연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긴 이야기라 결코 가벼운 독서는 아니지만, 끝까지 읽어내고 나면 대만은 물론, 우리의 근대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fluxus79 2025-12-08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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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노자 듣고 재밌을거 같아 사봤어요
bluesoap30 2026-01-27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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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과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타이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mirinae 2025-12-14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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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1938 타이완 여행기
일본인 소설가 치즈코는 1938년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자신의 소설 《청춘기》를 각색해 만든 동명의 영화를 감명깊게 본 현지부인단체 〈닛신카이〉가 타이완 총독부와 연합하여 초청장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 일본 촐판사에서 모든 경비를 대줄테니 타이완으로 가라한 적도 있었으나 그 의도가 불순하다 생각하여 가질 않았었다. 그러나 집에서는 늦었는데 결혼도 안한다며 성화였고 좋은 기회가 찾아왔으니 집안의 잔소리도 피할 겸 타이중으로 떠나오게 된 것이다.
타이중 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 거리로 향한 치즈코는 과일 노점상의 판매원과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 부딪쳤는데 다행히 한 소녀의 통역 도움을 받아 위기를 해결한다. 그때 시역소(시청) 직원인 미시마가 그녀를 찾아낸다. 사실 타이중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치즈코는 현지인 거리를 경험하고 싶다며 나선 것이었던 것. 다카다 부인 댁에 도착한 그녀는 그렇게 타이완에서 지내게 되었다. 미시마는 현지에서의 일에 도움을 주고 통역을 맡기로 했지만 치즈코와 사사건건 의견 대립으로 맞지 않았다.
치즈코는 관광객들이 흔하게 먹는 음식이나 계속 먹어왔던 일본 음식보다는 진짜 현지인이 평소 먹는 음식들을 권해주기를 바랐다. 몇 번이나 요구해봤지만 미시마가 한 번을 들어주지 않자 치즈코는 폭발했다.
결국 다카다 부인은 다른 현지 통역사를 소개시켜주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과일 노점상에서 도움을 받은 그 소녀였다.
그녀는 왕첸허로 이름이 치즈코의 한자와 같았으니 결과적으로 둘은 이름이 같은 셈이었다. 치즈코보다 3살 어린 첸허를 치즈코는 샤오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치즈코는 관광 여행이 아닌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위해 1년 정도 살 집을 원했다. 다카다 부인은 그녀의 생각을 이해했고 무사히 그렇게 1년 동안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치즈코는 샤오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샤오첸은 일본어, 타이완어, 하카어, 영어에 능했고 프랑스어도 접해본 언어 능력자였고 어린 나이임에도 처세술에 아주 능했다. 조용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해야 할까. 샤오첸은 식민지 부유한 가문인 서출 출신이었다. 치즈코는 샤오첸과 친구가 되기 위해 무척 공을 들이는데 반대로 샤오첸은 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한다.
때는 1938년 타이완이 배경이다. 타이완은 일본의 첫 식민지였고 1938년 무렵에는 이미 북쪽 끝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통과하는 철도가 놓여진 후였다. 중일전쟁이 시작된 후라 철도 내에서는 주먹밥과 매실 장아찌만 있는 도시락만 파는 것이 허용된다. 이처럼 일본의 식민 정책으로 내지와 본섬 현지인 간의 동화 정책이 시행되는 만큼 일본의 음식이나 풍습, 문화 등이 깊숙이 들어온 상태였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차별은 자행되고 있었다.
˝사기업에 고용된 혼토진 여성 통역사는 잡역부와 같은 거 아닌가요?˝
이런 말을 뱉고 있는 현지 농림 전문학부의 Ⅰ 서기 얼굴에서는 부끄러운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통역을 맡는 여성은 확실히 소수지요. 게다가 혼토진이잖아요. 실질적인 전문성이 있나요? 예전에 학교 선생으로 일했다고는 하지만, 그저 공학교에서 가르쳤던 것뿐인데요...˝ - P67
공학교는 타이완인이 다니는 학교를 지칭하고 내지인이 다니는 다니는 학교는 소학교라고 불렸다. 치즈코는 이처럼 샤오첸이 자신의 통역사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을 부당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내지인이고 남성이었다면 결코 그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샤오첸은 치즈코가 보기에 적극 대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치즈코는 그런 샤오첸이 때론 답답하다. 게다가 자신을 업무적 위계 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대해주었으면 하지만 이마저도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혼토진이자 통역을 맡은 제가 비서 업무를 수행하길 기대한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본섬 출신 통역사는 내지 작가의 전속 직원인 셈이지요. 겸상이 적절하지 않답니다. ... 함께 식사하려면 반드시 평등한 관계여야 하니까요.˝ - P114
˝토인삼은 가짜 인삼이죠. 이 세상에는요. 저를 왕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로 여기는 이도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의 눈에는 첩실의 딸이자 본섬 국적의 여학생일 뿐이에요. 저는 그저 진짜처럼 꾸며진 채 사람을 속이는 가짜 인삼이죠.˝ - P254
타이완은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청(복건성 등)에서 내려온 한족인 하카인이 있고 가오사족이나 핑푸족처럼 다양한 타이완 원주민이 있다(번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는 당시 일본인이 그 사람들을 부르던 멸칭이라고 한다). 푸라오인은 하카인 중 타이완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아무튼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살다 보면 충돌과 갈등은 피할 수 없었을 듯하다.
치즈코가 왕첸허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첸허 씨는 어느 종족에 속하나요?˝
˝아오야마 선생님 매우 교활한 질문이네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오늘날의 우리는 모두 천황의 자식이죠. 민족도, 내지인이나 외지인을 구분하지도 않....˝ - P57~58
왕첸허의 ‘교활한 질문‘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그들도 식민지인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데도 이런 답을 한 것은 이미 수년의 시간이 흘러 이런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게 일본 제국주의가 원하는 답이기는 했을 것이지만.
그러나 치즈코는 제국의 정책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제국의 ‘남진‘, 제국의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은 식민지에서 천황국의 동화 운동이 되었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서로 다른 문화와 교양을,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다. ...
‘전쟁 앞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
어떤 이는 이렇게 강력히 주장하면서 큰 소리로 외치곤 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전쟁이 여성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은 내지나 본섬이나 차이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 P161
치즈코는 샤오첸 앞에서 자신은 제국이 하는 행위(와 일본인의 차별적 행위)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계속해서 그녀의 동의를 구하려 한다.
˝내지에서 가져온 벚꽃을 강제로 본섬 땅에 심는 게 너무 제멋대로 같지는 않나요? 샤오첸도 이렇게 생각하나요?˝ - P151
˝재작년에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로 짧게 여행을 갔었거든요. 홋카이도 이누이족과 오키나와 류큐족의 고유한 생활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더라구요. 두 지역의 개척은 메이지 초기의 일이었데 말이에요! 일장기, 대일본제국, 천황의 백성은 모두 야마토 민족이다.... 이건 제국의 염원이겠죠.
... 식민지 타이완, 조선, 만주국은 머지 않아 홋카이도와 오키나와가 걸어갔던 길을 걷게 되겠죠. 그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 - P165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어요. 내지인은 러우싸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여긴다고요. ‘내지인은 사시미만 먹는다‘ 같은 경고를 들은 적도 있고요. ...˝
˝어떤 게 미식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편견을 가진 게 분명해요.˝
˝본섬 사람의 러우싸오와 내지인의 사시미는 ‘더럽다‘와 ‘깨끗하다‘로 나뉜답니다. ... 본섬의 장삼과 내지인의 와후쿠도 마찬가지죠.˝
˝러우싸오와 사시미는 모두 미식이에요. 장삼과 와후쿠도 다 아름답고요. 저한테는요. 세상 만물에 있어서 본질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 P202~203
치즈코는 샤오첸을 위한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첸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치즈코의 방식은 제국주의의 얼굴인 오만과 편견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둘의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는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 타이완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당시 타이완에 살고 있던 상황을 여러 모로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은 아오야마 치즈코가 쓴 소설을 양쐉쯔가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양쐉쯔의 번역본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여행기라고 하지만 엄연히 소설이므로 실제 여행기가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일부는 좀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허구적인 내용도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당시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충분히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지배-피지배, 남성-여성 간의 위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친구라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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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12-24 공감(2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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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근의 시절에 먹고, 먹고 또 먹다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면 타이완 타이중에서 나서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정치적 운동을 하고 뭐 이런 복잡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정보만 좍 쓰여 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싶으면, 양솽쯔가 어느 종족인지를 찾아야 하지만 그런 건 찾을 수 없다. 2020년에 타이완의 만다린어로 이 책을 써서 2021년에 상을 받았고, 일본말로 번역 출간해 2024년에 일본에서 최우수 번역상을 받았으며, 영어로 번역한 건 미국에서도 국가도서상을 받았다는 내용만 나온다. 좋겠다. 여기저기서 상 잔뜩 받아.
타이완에 가장 많은 인구는 한족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전에 장제스와 함께 중국의 보물을 잔뜩 싣고 도망한 한족이 한 20퍼센트 되나? 그 전에도 주로 푸젠성 출신 한족이 대거 타이완 섬으로 이주해 처음부터 타이완에서 살던 원주민들을 무지하게 차별하며 섬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원주민의 고달픈 삶은 탕푸루이가 쓴 <바츠먼의 변호사>에 잘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서 1938년이라면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지로 삼아 내지內地, 그러니까 일본 섬사람들이 이주해 타이완의 지배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을 독차지하고 있었을 당시. 소위 내지인들은 조선에서 그러했듯이 타이완 본섬 사람들, 혼도진本島人을 아래로 착 내려봤겠지. 그러면서 말로만 내지인과 혼도진, 그리고 조센징 모두 천황의 자식들이니 어쩌니 떠들어댄 건 안 보고도 비디오 아냐?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은 내용을 책을 읽고 짐작하건데 양솽쯔 역시 타이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푸젠성 출신의 한족 집안의 따님일 듯하다.
그런데 타이완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조금 달리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그렇게 많이 열 받지 않는다. 아 정말이라니까! 타이완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을 일본 사람들보다 더 싫어한다니까! 경제 수준이 우습게도 자기들 한참 아래였다가, 비슷했다가, 우리가 추월했다가, 다시 비슷해지는 것도 기분 나쁘고, 특별히 1991년에 우리나라하고 국교를 끊을 때 되게 기분 나쁜 방식으로 당했다고 여긴 듯하다. 사실 그때 좀 심하긴 했지.
여기에 타이완 섬이 사실상 수백년 이상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식민지라고 해봐야 그저 지배계급이 바뀌었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고 내 생각이니 믿지 마시라. 하여튼 식민 지배에 관해서 우리만큼 자만심 상해하지 않는 건 정말인 듯하다. 작품 속에 자꾸 타이완 식민지 사람들 이야기를 일제강점기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섞는 장면이 나오면 속이 편하지 않다.
양솽쯔도 일본에 우호적인 것처럼 보인다. 타이완 사람이면서 ‘솽쯔’의 한자어 표기를 대만 표준에 입각해 ‘雙子’ 대신 일본식 약자인 ‘双子’를 쓴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러하다.
위키피디아 되게 웃겨. 내가 알고 싶어하는 건 나오지 않고,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 정보는 쓰여 있다.
“Yang is married to her wife Lai Ting-ho.”
양솽쯔가 와이프 팅호와 결혼했다고? 그러면 양이 허즈번드, 남편이야? 아니다. 양도 와이프. 와이프만 둘 있는 결혼방식. 이건 독자가 굳이 알 필요 없잖아? 알건 모르건 상관은 없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 ‘나’, 1938년 5월에 25세인 엄청 키가 큰 일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 여행을 좋아해 사실상 일본이 아니었던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남국 특유의 정취에 반해 언젠가는 타이완에도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바 있다. 특히 올해가 적기다. 아오야마가 쓴 소설 <청춘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거금의 고료가 들어왔던 거다. 게다가 잡지사 한 군데에서 남양南洋을 배경으로 연재소설을 써주는 조건으로 여행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소설이 일본의 남진南進에 협조하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아오야마 입장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제국을 선양하는 어용 작가가 될 수 없어 이를 싹 거절했다. 그래도 가보고 싶은 치즈코.
아오야마 치즈코는 165cm로 키가 엄청 크다. 웬만한 남자보다 더 크다. 몸집에 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골격도 만만하지 않아 엄마가 치즈코를 낳다가 세상 떴다. 아빠도 일찌감치 갈 곳으로 갔다. 숙부집에서 살게 됐는데, 기쿠코 숙모가 친딸처럼 키워 정이 돈독하다. 그래서 숙모한테 돈을 좀 한 5백엔 달라고 했다가 깔끔하게 거절당했다. 여행은 무슨. 스물다섯? 우리 때는 그때까지 시집 못 가면 목 매달아 죽었다 이것아! 숙부가 선 자리 알아보고 있으니 하나 골라라. 사실 혼기를 놓쳐 이제 중매가 와도 중년 홀아비 밖에 안 들어온다. 치즈코는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다. 그러니 이런 말이 지겨울 수밖에. 9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뭐.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가 좀 있다. 잠깐 작은 절집에서 혼자 등이 꺼지지 않게 지켜야 할 때가 있었다. 한 열흘에 한 번 말라 비틀어진 중이 등에 쓸 기름을 가지고 올 때 음식도 조금 들고 와 그걸 먹으며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버텨야 했던 기억. 뭔 일이 있었던지 하여간 그렇게 몇 달을 지냈는데, 그때 너무 배를 곯아 절에서 내려올 때 심각한 각기병에 걸린 적이 있다. 이후에 키 큰 아오야마 치즈코는 식탐 많은 먹보 밉상이 되고 말았다. 밉상은 하도 먹을 생각만 해서, 1938년이면 일본은 물론이고 식민지 조선과 타이완 사람들 모두 굶주릴 때인데, 더군다나 1930년대 중반이라면 세계적인 기근이 휩쓸 당시인데도 그저 먹는 거만 밝힌다는 뜻이다. 책에서는 한 번도 밉상이라고 나오지 않는다. 반대다. 쾌활하고 화통한 장부의 모습이라고만 나온다. 내 눈에 그렇다는 거다.
그리하여 아오야마 치즈코는 등장할 때부터 일본 찹쌀떡인 모찌를 한 입에 두 개나 쑤셔넣고 우물우물. 아오, 정말 밉상이라니까.
딱 이때 타이완 총독부 타이중 주청州廳에서 아오야마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영화로 만든 <청춘기>가 1년이 지나 타이중에 개봉됐고, 이를 본 현지의 부인단체 ‘닛산카이’ 여사님들이 감동감화 받은 바 너무 커서 작가를 초청해 타이완 각지를 돌며 순회 강연을 해달라는 거였다. 사례금은 물론이고 뱃삯을 비롯한 모든 교통비, 숙박비, 식비, 기타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거다.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아오야마가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리하여 엄마 같은 숙모가 마련한 맞선은 한 번도 안 보고 그 길로, 1938년 초여름에 규슈 북쪽 끝의 모지항에서 출발, 타이완 북쪽 끝 지룽항에 도착한다.
지룽항에서 타이베이로 가 일박을 하고, 기차로 타이중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아오야마는 먹는 타령이다. 먹고, 먹고, 먹고, 또 먹는다. 하도 많이, 자주 먹어서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들이민 것이 어린 시절 등불 꺼지지 않게 지키라고 꼬마 여자 아이 혼자 절에 몇 달 동안 틀어박혀 있게 만든 거다. 하여튼 지독하게, 지겹게 먹는 타령이다. 타이중과 부인회 닛산카이에서 준비한 거의 최상급 일본 요리에는 별 관심 없고, 로마에 갔으면 로마 음식 맛을 봐야 하는 것처럼, 타이완에 왔으니 혼도진, 본지 사람들이 먹는 걸 자기도 먹어야겠다는 이미 불이 붙은 신념만 굳세진다.
여기에 등장한 인물이 왕첸허王千鶴. 이름 첸허千鶴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우.연.히. 같다. 21세 여성. 아오야마를 위하여 닛산케이 부인회가 고용한 통역사다. 그런데 음식 장만도 하는 식모이기도 하고, 여행 가이드이기도 하고, 비서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또 뭐 있어? 하여간 뭐든 다 하는, 말로만 친구, 사실상 하녀, 이 정도면 하녀 가운데도 몸종 아닌가? 전직 공학교 국어교사. 공학교? 일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소학교. 혼도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공학교. 따라서 공학교 여선생은 내지인 눈으로 보면 인간도 아니다. 당연히 내지 본토에서 온 아오야마 치즈코 눈에는 자기 자매처럼 친근하지만 식민지 땅에서 사는 일본 여자들한테는 그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짐작하시겠지? 전직 공학교 국어 교사. 국어 교사라면 일본어 교사라는 말. 일본말 잘 하고, 내지인과 다름없을 정도로 잘하고, 타이완 내 각종 언어도 당연히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프랑스어도 소통 가능할 정도. 언어 귀신.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때려 치웠다. 학교 교사도 그만 뒀다. 왜? 결혼 준비. 인텔리 남편감은 일본에서 일하고 있단다. 타이중의 유수한 왕씨 가문 첩실이 낳은 딸. 똑똑하지 않았으면 학교도 보내지 않았을 터. 교사를 할 정도니까 거의 영재 수준이다. 음식도 잘하고, 음식에 관해 많이 안다. 더 이상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다. 그래 본격적으로 지금부터 타이완 음식 기행이 펼쳐지는데….
머리 속에서 팍 떠오르는 이름 하나. 일본 작가 무라이 겐사이. 그가 쓴 사부작 <식도락>.
양솽쯔가 일본에 친숙하니 틀림없이 무라이를 읽었을 터. <식도락>을 보고 타이완에도 일본과 비견할 만한 다양한 음식이 있으니 나도 한 번 써볼까? 더구나 무라이의 음식은 거의 다 서양에서 들어온 것을 일본식으로 다시 만든 것에 불과하니, 타이완의 유구한 세월을 버틴 음식 이야기를 하면 적어도 <식도락>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셈량도 했을 수 있다. 여기에 시대가 다르니까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남진정책과 전쟁 등에 반대하고 양념처럼 페미니즘을 좀 뿌려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정말 하나도 안 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음악을 문자로 설명하기 쉽지 않듯이, 음식도 문자로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 독자가 알지도 못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글로만 읽어 감흥이 오겠느냐고? 양솽쯔도 무라이한테 배울 것이 하나는 있었다. 문자로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것을 짐작했다면, 무라이처럼 삽화라도 그려놓았어야지.
게다가 양선생의 글 자체가 가볍다. 좋은 말로 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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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5-11 공감(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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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타이완 여행기
1938 타이완 여행기
양솽쯔의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조금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해당 여행기의 저자 ‘아오야마 치즈코’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이후의 역자가 존재한다는 설정 전부가 모두 ‘양솽쯔’의 설정한 허구이기 때문이다. ‘초판 서문’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에 ‘일뤄두기’를 제대로 봐두지 않으면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치만 이런 혼란마저 포용할 만큼 이야기가 흥미롭기는 했다. 특히 먹방이나 음식관련 문학이나 만화 혹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이완을 다녀온 적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사기’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삼는다.’ 그러니까 먹을 수 있다는 건 복인 셈이지요.” 83쪽
아오야마 치즈코. 일본 규슈지방 작가로 미혼이며 ‘요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식가이자 미식가이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반년 정도 현지에서 살아보는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 아오야마는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글은 쓸 수 없어 타이완 방문 기회를 포기한다. 하지만 본국 보다 조금 늦게 타이완에서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숙식은 물론 통역가까지 지원되는 타이완 순회 강연 제안을 받게 되어 어서 빨리 결혼하라는 식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타이완 여행을 시작한다. 책을 읽기 전에 아오야마와 현지 타이완 통역사 간의 우정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샤오첸이 통역을 담당하는 순간부터 슬슬 먹방의 시작인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필기를 정리하다가 면이 먹고 싶다고 외치면, 샤오첸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바지락 달걀 국수와 으깬 참마 국수를 내주었다.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내가 볶음 쌀국수, 당면탕, 삶은 국수, 날달걀 우동 비빔면을 먹겠다고 하면, 샤오첸은 식탁을 바로 빛나게 만들었다. 128쪽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이중 숙소를 중심으로 위아래 기차를 타고 강연을 다니며 지역 특산물과 간식 부터 성찬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여행을 다녀와 글을 쓰는 아오야마를 위해 끼니 때마다 타이완의 현지식을 요리하는 샤오첸의 등장도 감탄 그자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1930년대라 할 지라도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샤오첸의 놀라운 요리솜씨와 회화실력, 게다가 아오야마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처세술과 고난도의 심리술까지 능수능란한 샤오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둘의 사이가 정말 가까워질수록 샤오첸은 점점 더 아오야마에게 알 수 없는 말로 선을 긋는 듯 싶더니 급기야 통역마저 그만두기에 이른다. 샤오첸이 도대체 왜 저럴까 싶었는데 미시마가 털어놓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제3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는 순간 아오야마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나 또한 머리를 세게 얻어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동시에 미시마가 지적한 부분들이 내게도 있었음을 깨닫고 이미 끊어진 과거의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핵심내용이라 전부 말할 순 없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원저자인 양솽쯔가 이런 구성의 글을 기획했는지도 단박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제국의 강경한 방식은 확실히 불쾌하죠. 하지만 벚꽃은 죄가 없는걸요. 샤오첸과 함께 벚꽃을 구경하러 갈 수 있다면, 꿈을 꾸는 기분일 거예요.
397쪽
어쩌면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주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 국가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감상이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호불호가 나뉠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다른 독자들은 물론 해외의 역사적 배경이 같거나 다른 독자들과도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 좋아하는 간식을 두고 혹은 차와 술을 즐기며 누군가와 함께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1938타이완여행기 #대만소설 #책추천 #전미도서상 #양솽쯔
@matisseblu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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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25-12-08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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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식도락 여행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1938년 일본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면서 통역인 왕젠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대만 소설인데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이 일본인이라는 점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일본인의 이중성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제국주의에 협조하지 않는 듯한 주인공 아오야마가 스스럼없이 일본을 찬양할 때였다. 예를 들면 ‘타이완 치쿠와의 탄생은 제국의 공로라고도 할 수 있다’(p.383)라는 발언이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볼 때면 썩소를 날리게 된달까.
물론 아오야마가 여성의 역할을 결혼과 육아로 속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그가 왕젠허를 대하는 태도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시혜적 태도가 마지막까지 너무 거슬렸달까.
똑같이 식민 지배를 받았는데도 대만은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점이 늘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그 의문이 해소되진 않았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대만 식문화에 관한 내용이라 일본인 여성이 대만 식도락 여행을 하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소에 대만 문화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만 식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소설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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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집가 2026-02-01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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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식민주의/타이완] 1938 타이완 여행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표지만 보면 굉장히 평화롭고 예쁘게 느껴지는 작품이 바로 『1938 타이완 여행기』이다. 하지만 이 장편소설은 식민주의 시대 타이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성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표지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대 남녀노소 누구라도 어렵지 않은 삶은 없겠지만 과연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까?
작품 속에서는 두 여성이 나온다. 1938년 타이완을 배경으로 일본 여성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치즈코와 타이완 여성인 샤오첸(치즈코는 왕첸허인 그녀를 샤오첸이라 부른다)다. 그리고 치즈코는 샤오첸의 도움을 받아서 타이완을 여행하게 되는데 둘 사이엔 여러가지 대립적인 조건들이 존재한다.
일본과 타이완, 식민 지배를 하는 국가의 국민과 피지배 국가의 국민, 그리고 여행을 위해 고용한 사람과 피고용자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으로 집안 내 입지 등도 묘하게 대조적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샤오첸의 경우 여러 상황으로 인해 진짜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집안에서 정한대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샤오첸은 초반 치즈코와는 거리를 두려 하는데 과연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치즈코가 애초에 타이완을 오게 된 경위는 영화화된 작품의 작품이 타이완에서 개봉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고 자신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크게 관여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식민지배를 하는 나라의 여성이기에 치즈코의 여행을 위해 통역사로 고용된 샤오첸과는 기본적으로 상황 자체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치즈코는 진짜 타이완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고 자신을 초대한 주최측에 도움을 요청해 당시 일본어 교사로 일하던 샤오첸과 동행해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러모로 닮은 듯 한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달았기에 둘의 마음은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도 결국 당사자들인 아닌 타인들에 의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되지만 이 또한 그들 앞에 놓인 역사적 현실 앞에 둘의 관계가 과연 우정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의 여행기 속 일상에서 보여지는 식민지의 특수한 상황들이 노골적인 적대감의 표시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1938타이완여행기 #양솽쯔 #마티스블루 #리뷰어스클럽 #장편소설 #식민주의 #타이완 #존엄 #타이완문학 #역사소설 #여행소설 #여성소설 #책 #독서 #도서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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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hbs 2025-12-1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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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에 묘사된 타이완인들의 복잡한 심리적 궤적을 한국의 역사적 경험 및 강점기 문학의 흐름과 비교한 비평이다.
친일과 향수의 중층성: 타이완과 한국의 식민지 문학 비교 비평
1. 지배의 시간성과 식민지 근대성의 수용 차이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수행원 왕첸허를 비롯한 타이완 지식인층이 보여주는 일본어 능력과 세련된 매너는 일제의 식민지 근대성 수용이 얼마나 깊숙이 진행되었는지를 증명한다. 1895년 청일전쟁 이후 대만을 지배한 일제는 1938년에 이르러 이미 40년이 넘는 통치 기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대만인들에게 일제강점기는 단순히 강점당한 시간이 아니라, 근대적 제도와 인프라가 이식된 유일한 기억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작중 타이완인들의 태도에는 제국을 향한 동경과 순응, 그리고 자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반면 한국의 일제강점기 문학에서 나타나는 근대성은 훨씬 더 가파르고 파괴적인 거부반응을 수반했다. 1910년 국권 침탈 이전 이미 확고한 단일 국가의 정체성과 독자적인 왕조의 역사를 가졌던 한국은 일제의 지배를 전면적인 전통의 단절이자 찬탈로 인식했다. 이광수의 <무정> 등 초기 소설에서 근대 문명을 동경하는 계몽적 시선이 존재했으나,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상이나 박태원의 모더니즘 소설에서 보이듯 근대성은 식민지 지배라는 기형적 현실 속에서 자아가 분열되고 질식해 가는 고통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타이완 문학이 근대를 '이식된 일상'으로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한국 문학은 그것을 '식민지적 왜곡'으로 끊임없이 밀어내려 했던 것이다.
2. 친일(親日)의 맥락과 주체성의 상실 방식
양솽쯔가 묘사하는 1938년의 타이완은 중일전쟁의 병참기지로서 황민화 운동이 휘몰아치던 시기다. 작중 왕첸허는 일본의 선량한 지식인 아오야마 치즈코를 대할 때 전면적인 적대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친절을 이용하고 조율하며 자신의 생존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다. 여기서 '친일'적 외양은 순종이 아니라 지배자의 언어를 역이용해 자신의 내면을 방어하는 고도의 생존 전략이자 '가면'으로 기능한다.
한국의 1930년대 후반 문학, 특히 이광수, 최남선, 유진오 등의 후기 친일 문학이나 서정주의 헌시 등과 비교하면 그 비극성의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황민화 정책은 자발적 동화라기보다 극단적인 전향 강요와 탄압의 결과였다. 한국 문학에서 나타난 친일 서사는 식민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말살하고 황국신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강박적 투항에 가까웠다. 대만 문학이 지배 권력의 틈새에서 희미한 주체성의 자리를 모색하는 인물을 그려냈다면, 한국의 친일 문학은 주체성을 완전히 박탈당한 지식인의 파멸과 변절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고통을 남겼다.
3. '향수(鄕愁)'라는 기억의 정치학: 대만만유(臺灣漫遊) vs 조선향토(朝鮮鄕土)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아오야마 치즈코는 타이완의 풍광과 음식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며 향수에 젖는다. 이러한 제국의 시선은 대만을 무해하고 아름다운 남국의 낙원으로 타자화하는 '식민지적 오리엔탈리즘'에 다름없다. 그러나 동시에 타이완인들에게도 과거 청나라 시기의 혼란상이나 한인(漢人)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일제가 구축한 치안과 근대적 풍요가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로 작용하는 다층적 왜곡이 일어난다. 이는 전후 타이완에서 국민당 정부의 고압적 통치를 겪으며 일제강점기를 상대적으로 미화하게 되는 역사적 흐름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에서 강점기 후기 향수의 감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출되었다. 이태준의 단편소설들이나 백석의 시에서 나타나는 '고향'과 '전통'에 대한 향수는 제국의 근대에 포섭되지 않으려는 격렬한 문화적 저항의 보루였다. 한국 지식인들에게 향토적인 것에 대한 집착은 지배자가 규정한 근대를 거부하고, 일제가 말살하려는 '조선의 얼'과 고유한 언어적 미학을 보존하려는 처절한 시도였다. 대만 문학에서 향수가 제국과 식민지가 공유하는 모호한 문화적 경계선이었다면, 한국 문학에서 향수는 제국의 침탈에 맞서 그어놓은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4. 결론: 상흔을 다루는 두 개의 시선
양솽쯔의 작품은 타이완인이 겪은 식민지 경험이 단순한 '피해와 가해'의 구도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배자의 언어로 사유하면서도 끝내 동화될 수 없었던 대만인들의 회색빛 내면을 미식과 우정이라는 부드러운 외피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한국의 강점기 문학이 빼앗긴 주권과 민족적 말살에 대한 격렬한 한(恨)과 저항, 혹은 그에 대척점에 선 변절의 고통을 뼈아프게 기록했다면,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제국의 친절함 속에 가려진 식민주의의 미세한 균열과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복잡한 심리적 풍경을 조명한다. 두 문학적 성취는 동아시아가 겪은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거대한 폭풍우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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