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우상 [보통 사람의 사회]
손화철
입력 2026.05.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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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앞 그리스도인의 책무
우리나라 국민의 미국과 이스라엘 사랑은 예전부터 유별났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이후로도 계속 우리를 지켜 준 각별한 역사적 연결고리뿐 아니라, 모든 좋은 것이 비롯하는(미제!) 천국 같은 나라로 여겨졌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이 예비군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키부츠 공동체의 모습 등이 교과서에 소개되곤 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스라엘 민족의 그 똑똑함이다. 천재를 만드는 이스라엘 교육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일반인에게도 그러할진대, 기독교인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은 가장 많은 선교사를 우리나라에 보내 주었고, 가장 많은 목회자 유학생이 다녀왔으며, 지금도 "God Bless America!"를 외치며 기독교 국가의 위상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민족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빼앗겼던 약속의 땅을 도로 찾아 무슬림 국가들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력과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이해할 만한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하해 가면서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의아하다. 옛날 중국을 숭상했다는 사대주의와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하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남의 나라 자랑에 살짝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국내 정치 집회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고, 그 모습을 보고도 침묵하는 교계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마침내 이 두 나라가 우상의 반열에 든 것을 확인한다. 북한의 우상 김정은도 아니고 성경에 나오는 돈의 우상 맘몬도 아니고 특정 국가를 우상 삼는 것은 참으로 희안한 일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의 판단이 언제나 옳고 그들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며, 나아가 그들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까지 기대한다면 그것이 우상숭배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와중에, 이 두 나라가 전쟁을 일으켜 온 세상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시작부터 근거가 불분명한 전쟁이었는데, 며칠이면 끝난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종전은 감감 무소식이다. 기름값과 비행기표값 상승, 각종 자재와 의약품의 수급 문제 등 우리처럼 부유한 나라에서도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는데, 가난하고 힘든 나라의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이다. 이 전쟁 때문에 그냥 잊힌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말할 것도 없다. 그뿐인가, 이란의 초등학교를 오폭하여 2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죽고 그 외에도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인정하는 자가 없다. 전쟁의 이유와 목적은 계속 바뀌고 휴전을 했다면서 폭격이 이어진다.
이란이 비민주적이고 폭압적인 나라라고 해서 똑같이 무도하게 그들을 공격할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에도 규칙이 있고 전쟁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무슬림 아이들이라 해서 목숨이 덜 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전 세계가 반복되는 두 나라의 어처구니없는 언행에 그만 익숙해져서, 과거 문명국가에 물었던 도덕적 책임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침묵은 부당하다. 그것이 두 나라를 주인 삼은 우상숭배적 태도의 연장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악한 행위를 통해 자기 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들은 특별한 은혜를 받았거나 남다른 지위를 가진 국가가 아니라 죄의 본성을 가진 평범한 나라이고, 지도자를 잘못 만나 그 본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두 나라의 명분 없는 전쟁과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런 나라들을 깊이 사랑하고 무조건 옹호하고 과도하게 의지하던 사람들은, 그간 저지른 우상숭배의 죄를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손화철 / 한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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