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재봉의 <한국 사람 만들기> 시리즈(특히 '친미기독교파')에 나타난 기독교관을 앞서 살펴본 류대영 교수의 시각과 비교하여 정리한 요약 평론입니다.
<근대적 한국인 형성과 기독교: 함재봉과 류대영의 시각 비교 평론>
<1.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과 내면적 원형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치학자 함재봉과 역사학자 류대영은 모두 개화기 이후 유입된 '개신교'를 결정적 변수로 지목한다. 그러나 두 학자가 서구 기독교와 한국 근대사의 접점을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가치 평가는 정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선명하게 갈라진다.
함재봉은 <한국 사람 만들기>를 통해 조선이라는 유교적 전근대 사회의 한계를 돌파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적합한 근대적 주체, 즉 <친미기독교파>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창출해 낸 '문명사적 도약'에 주목한다. 반면 류대영은 <개화기 조선과 미국 선교사>, <새로 쓴 한국 기독교의 역사> 등에서 그 이면에 도사린 미국 제국주의의 팽창 질서, 선교사들의 오리엔탈리즘적 인종주의, 그리고 조선인의 저항 의식을 거세한 '탈정치화와 순응주의'라는 구조적 그림자를 정밀하게 고발한다.
<2. 핵심 비교: 네 가지 쟁점>
<조선 말기의 현실 인식: 해방의 계기인가, 제국주의의 침투인가>
함재봉의 시각: 19세기 말 조선을 유교적 신분제와 빈곤, 무기력이 지배하던 '문명적 막다른 골목(아비규환)'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서구 선교사를 통해 유입된 개신교는 조선인을 전근대적 예속에서 건져내어 개인의 존엄성, 만인 평등, 법치, 과학기술을 수용하게 만든 결정적인 '신의 한 수'이자 문명사적 구원의 통로였다.
류대영의 시각: 조선 말기의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선교사들의 등장을 서구 자본주의 및 미국 팽창주의(명백한 운명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다. 선교사들이 베푼 시혜적 의료와 교육 이면에는 조선의 주권을 열강의 이권 각축에 종속시키고, 전통문화를 미개한 악습으로 단정하는 서구 중심적 패권주의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미국 선교사의 역할과 본질: 문명 전환의 촉매인가, 제국의 대리인인가>
함재봉의 시각: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초기 선교사들을 근대 서구 문명의 첨단 제도와 가치관을 이식한 '선구적 매개자'로 평가한다. 이들은 단순히 종교적 교리만을 전한 것이 아니라, 영미권의 의회민주주의와 청교도적 직업윤리, 독립적 개인주의를 조선 청년들에게 주입함으로써 서재필, 윤치호, 이승만 같은 근대 엘리트를 길러냈다고 본다.
류대영의 시각: 선교사들의 기록과 외교 문서를 바탕으로, 이들이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한 미국 정부의 현실주의 외교에 철저히 공조했음을 실증한다. 선교사들이 내세운 '정교분리' 원칙은 실상 식민 지배 권력과 충돌을 피하고 자신들의 선교 기득권을 보존하기 위한 기만적 타협책이었음을 냉정하게 폭로한다.
<근대적 인간형(친미기독교파)의 성격: 자유민주주의 시민인가, 체제순응적 보수주의자인가>
함재봉의 시각: 기독교를 수용한 한국인들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한국인(친미기독교파)'의 원형이라고 규정한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기독교적 자각이 유교적 가부장제와 계급 의식을 타파하고 자조(self-help)와 자율성을 갖춘 근대 공화국 시민을 탄생시켰다는 해석이다.
류대영의 시각: 1907년 평양대부흥 운동 등에서 극대화된 신앙 형태를 '내면화된 죄책 고백'과 '사회정치적 거세'로 분석한다. 식민지 현실과 국가적 모순에 저항해야 할 에너지를 탈정치화된 개인 영성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이후 한국 보수 기독교가 독재 정권과 미국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맹목적 반공주의자로 귀결되는 토대를 놓았다고 진단한다.
<현대 한국 사회에 미친 유산: 번영의 원동력인가, 분열과 우경화의 기원인가>
함재봉의 시각: 한국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강국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선 배후에는 서구 기독교 문명권과의 결합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위정척사파나 친소공산주의파 등 다른 경쟁적 정체성과의 투쟁에서 친미기독교파가 주도권을 쥐었기에 번영이 가능했다는 긍정적 역사관이다.
류대영의 시각: 기독교가 한국 사회의 물질적 성장에 편승하여 대형교회 중심의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었으며, 냉전 체제 하에서 국가폭력과 손잡았던 역사적 과오를 성찰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 교회가 극우 포퓰리즘, 혐오 정치, 배타적 기독교 민족주의와 결탁하여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비판한다.
<3.
함재봉의 작업은 정치철학적 거대 서사의 매력을 지닌다. 유교 문명과의 단절을 통해 한국인이 어떻게 서구적 개인으로 변모했는가를 입체적으로 추적하며, 현대 대한민국의 번영을 낳은 사상적 원류로서 기독교를 재조명한다. 그러나 역사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목적론적·승리주의적으로 구성하여, 제국주의 침탈의 폭력성과 종교적 타협을 문명화의 불가피한 비용으로 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반면 류대영의 연구는 철저한 1차 사료 비판과 탈식민주의적 시각에 확고히 서 있다. 기독교가 지닌 신화를 해체하고 그 속에 얽힌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와 탈정치화의 기제를 객관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의 한계를 구조적으로 규명해 낸다. 다만 교회의 과오와 제국주의적 맥락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앙을 통해 실존적 자유와 민족적 주체성을 획득하고자 했던 한국인 수용자들의 자발적 역동성을 다소 협소하게 다룬 측면이 있다.
결국 두 학자의 시선은 현대 한국인을 형성한 기독교라는 동전의 양면을 비춘다.
함재봉 교수가 자신의 저서 <한국 사람 만들기> 시리즈의 집필 배경과 '친미기독교파'의 문명사적 계보를 직접 설명하는 강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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