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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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헌재, 위태로운 생명>
2025년 3월 18일 화요일 오후 2: 52
헌재는 아직도 말이 없다. 결정문 초안을 검토하며 다듬고 있을 것이다, 한 재판관이 제기한 절차상 문제 때문에 만장일치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계속 평의중이다 등의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오늘(3월 18일)로 94일째인 탄핵심판, 2월 25일 마지막 변론 후 4주째에 접어든 평의는 모두 전례 없이 장기적이다. 헌재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말 없는 초점으로 되었다.
3월 17일 저녁 7시 비상행동 집회 참가를 위해 광화문 네거리에 이르자 이순신 동상 앞 쪽에서 조국혁신당의 ‘윤석열 파면촉구 릴레이 1만배 1일차’가 진행중이다. 맨 끝에 선 김보협 대변인을 포함한 세 사람이 운동화를 벗어놓고 좌복 위에서 1배 1배 절을 한다. 조국혁신당은 헌재로의 3보일배도 실천했다. 불교적 수행방식을 선택한 것은 극우 정치로 치닫는 전광훈 손현보 식 기독교에 대한 경계 표현일까?
세종 동상을 지나 광화문 앞 횡단보도 앞에 이르자 집회장을 통과해 경복궁 역 쪽으로 앰뷸런스가 경광등을 켜고 빠르게 앵앵대며 지나간다. 경복국 역 바로 앞의 비상행동 의장단 단식농성장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벌써 열흘째(오늘로 11일째)다. 헌재 선고의 지연이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이 말했듯이 단식은 선고가 3월 14일을 넘기지 않으리라는 예상 속에서 윤석열의 구속취소를 규탄하고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었다. 그런데 최후의 시간을 벌써 나흘을 넘기고 있고 오는 주말에나 선고가 나오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생명이 1분 1초의 경각을 다투고 있는데 말이다.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신지영 씨는, ‘어차피 윤석열은 파면될 것인데 집회는 굳이 왜 나가냐’고 아버지께서 말렸지만 혼자 있기 불안해서 나왔다고 했다. 너무나 명백한 내란행동 때문에 어차피 윤석열은 파면될 것(어윤파)이라는 그간의 여론이 탄핵소추안 가결 후 우리를 느슨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대한민국 중심가가 극우 정치의 헤게모니 아래에 놓이도록 허용했던 것이 아닌가? 그 방심의 구멍으로 윤석열이 탈옥할 수 있게 허용했던 것이 아닌가?
3월 15일 집회장에서 만난 한 지인은 노년의 어머니께서 텔레비를 보시다가 “저러다가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오는거 아녀?”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그런데도 많은 연사들은 지금도 “걱정하지 말라, 8 대 0 파면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금까지는 몰라도, 오늘부터는 헌재가 고의로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그것이 고의라면 그것에 어떤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내란 후 2개월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20만이고 그 가족들이 삶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 세종호텔 해고자 고진수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10미터 높이 교통시설 구조물에 오르고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김형수 씨가 한화 본사 앞 30미터 높이의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치적 민주주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돌보는 경제적 민주주의가 두 바퀴로 함께 가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궂은 날씨 탓인지 3월 14일까지 끝나리라던 기대가 무산된 탓인지, 연속된 매일 집회의 피로 탓인지 모르겠지만 참가자 수가 다른 평일 대비 줄어 보였다. 하지만 참가자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광화문에서 안국동 로터리를 거칠 때 송현광장에서는 촛불행동 집회가 아직 진행중이었다. 대오가 종각 네거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종각에서 탑골공원 앞 네거리로 갔다가 종각으로 되돌아올 때에는 눈발이 그치고 종로 전 차선은 다시 한 번 시위대로 가득찬 광장으로 바뀌었다. 종각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행진 후 거기에서 우회전할 때 돌진하던 버스들이 멈춰서고 저 멀리 본집회장에 진입하는 선두 대오의 모습이 보였다.
행진 동안 구호 소리는 우렁찼고 음악과 율동은 경쾌했다. 마무리 집회 시간. 다른 날에 비해 어딘가 아쉬운 듯 진행자가 더 많은 곡을 떼창 리스트에 올렸다. 천막촌 아래 경복궁 담벼락 잔디밭 어둠 속에서 민주당의 장외의총이 열리고 있고, 단식 중인 사람들의 얼굴이 유난히 검고 수척해 보이는 밤이었다.
구속취소 후 오늘(3월 18일)로 연속 12일째 파면촉구 집회다.
저녁 7시 광화문 동십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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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그들은 이 나라에서 문제있고 억울한 자들의 사정과 심정은 전혀 모를테고,알 이유도 없고,관심조차 없을 것 입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굉장히 살기좋은 나라일테니,누군가의 고통이 눈에 들어올 리 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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