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화(反華) 인종주의: 계엄이 바꾼 혐오의 지형도 _ 조형진
Vol.178/2025.07
2025-06-30 16:01
작년 12월 3일 급작스레 시작된 계엄 정국이 탄핵 심판과 대선을 거쳐 일단락되었다. 시민 저항으로 계엄을 이겨내고 민주적 제도에 따라 탄핵과 대선을 마무리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증명했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어둡고 취약한 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계엄 이후에 급격히 상승한 반중(反中) 정서도 그중 하나다.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 보도부터 화교의 대학입학 특혜, 중국의 선거 조작 등 근거가 부족한 의혹들이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었다.
우리 사회의 반중 정서가 계엄 이후에 새롭게 나타나거나 갑자기 고조된 것은 아니다. 국내외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이 사드(THAAD) 배치를 시작한 2016년부터 한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감정도 악화되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창궐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중 양국의 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되고, 1993년부터 30년간 지속된 대중 무역 흑자가 2023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단위: %)
<그림 1> 한국인의 주변국 위협감 정도와 중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 (2007~2024년)
반중 정서 자체가 비합리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이웃한 국가 사이에 교류와 교역이 빈번한 만큼 갈등과 충돌, 오해와 질투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동아시아 최강국이 된 지금, 바로 인접한 우리가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계엄을 거치면서 이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차별한 공포와 비윤리적 혐오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반중 정서의 양적 확대와 질적 변질은 계엄을 일으키고 옹호한 세력들에 의해 매우 인위적으로 조성되었다.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계엄 이후의 ‘종북’, ‘친중’ 관련 인터넷 검색량 변화
우선 인터넷 검색량을 통해 계엄 이후의 짧은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겠다. 물론 인터넷 검색량이 해당 시기의 관심사를 보여주고 어느 정도 개연성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감정과 사회 여론의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그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검색을 해볼 수도 있고, 특정 단어를 검색했다고 반드시 관련된 주장에 동조하거나 정서적으로 동화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당시로 돌아가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연역적 근거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의하면서 여러 조건과 배경을 참고한다면,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일 듯하다.
한국에서 사용량이 가장 많은 검색엔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네이버와 구글이다. 실제 검색엔진 점유율을 보여주는 인터넷트렌드(internettrend.co.kr)로 찾아봐도 시기별로 변동이 있지만 네이버가 60~70%, 구글이 20~30%를 차지한다. 다른 검색엔진들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네이버와 구글은 모두 기간별로 특정 검색어의 빈도를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트렌드, 구글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의할 점은 양쪽 모두 절대적인 검색량이 아니라, 해당 기간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 비율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검색어 선택은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따라서 ‘종북’과 유사한 ‘친북’을 함께 묶어 살펴보겠다. 반중 감정과 관련해서는 ‘친중’과 ‘반중’을 넣었다. 다양한 단어를 살펴본 결과, ‘종중’과 ‘반북’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 ‘친중’과 ‘반중’은 비슷한 맥락에서 검색할 개연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 2> 네이버트렌드의 ‘종북’, ‘친북’, ‘친중’, ‘반중’ 검색어 빈도 (2016.01.01.~ 현재)


<그림 3> 구글트렌드의 ‘종북’, ‘친북’, ‘친중’, ‘반중’ 검색어 빈도 (2022.01.01.~ 현재)
※ 구글트렌드는 2022.01.01. 데이터 수집 방식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시기부터 표기했다.
먼저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꽤 오래전부터 ‘친북’보다는 그보다 어감이 강한 ‘종북’이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계엄 선포와 동시에 ‘종북’이라는 단어가 평상시와 비교하여 엄청나게 많이 검색되었다. 네이버트렌드와 구글트렌드 모두 ‘종북’이 12월 3일 계엄 당일에 최고 빈도인 100을 찍었고, 다음날인 12월 4일에 두 번째로 많은 빈도를 기록했다.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계엄의 이유가 그만큼 뜬금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위 그래프로는 12월 3일 계엄 당일의 ‘종북’이 너무 튀어서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기 어렵지만, 구글트렌드에서 보듯이 놀랍게도 시간이 갈수록 ‘종북’과 ‘친북’보다 ‘친중’과 ‘반중’의 검색어가 더 많아졌다. 계엄 당일 너무 튀어 오른 ‘종북’의 영향력을 줄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12월 10일 이후부터 다시 보겠다.
이는 계엄 이후, ‘반중’의 계기들과도 연관된다. 12월 4일과 7일, 윤석열의 2차와 3차 대국민담화 때까지는 중국과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 12월 12일 4차 대국민담화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언급이 등장했다. 중국인의 스파이 활동을 언급하며 야당이 간첩죄 수정을 막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해를 넘겨 1월 15일 윤석열의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회색지대’, ‘하이브리드전‘ 등의 개념을 언급하고 야당이 권위주의,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며 국제적 협력을 통한 선거 조작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 대상은 말하지 않아도 중국이었다. 1월 16일에는 <스카이데일리>가 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이 체포되었다는 허위 보도를 했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윤석열측 변호인들이 중국이 ’초한전‘을 사용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의 전세계적 선거 개입에 대한 증거물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림 4> 네이버트렌드의 ’종북‘, ’친중‘ 검색어 빈도 (2024.12.10.~현재)
※ 네이버트렌드는 단어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검색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종북‘, ’친북‘으로 분류하여 자료를 도출했다.


<그림 5> 구글트렌드의 ’종북‘, ’친중‘ 검색어 빈도 (2024.12.10.~현재)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친중‘의 검색량이 점차 ’종북‘을 따라잡았다. 이 경향은 대선 시기에 최고조에 달해 ’친중‘은 구글트렌트에서 대선 당일 6월 3일 빈도수 100을 찍었고, 네이버트렌드에서는 검색어 ’친중‘과 ’반중‘을 합친 친중 범주의 빈도수가 대선 다음날인 6월 4일에 가장 높았다. 이걸로만 보면 이번 대선은 북한 변수보다 중국 변수가 영향력이 더 컸다고 볼 수도 있다.
’화교‘ 검색량의 급증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계엄 이후, 윤석열 자신과 계엄 옹호 세력의 발언과 주장에 따라 반중 정서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은 상당한 개연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았다.
질적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단어는 ’화교‘다. 계엄 이후, 화교가 대학 입학을 비롯해 각종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확대 재생산되었다. 네이버트렌드를 통해 작년 12월 10일 이후의 상황을 보면, ’화교‘의 검색량 변동은 매우 놀랍다. 초기에는 ’종북‘, ’친중‘, 그리고 반중 정서와 관련해 추가한 ’조선족‘ 등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중국인 체포설이 보도되고 탄핵 심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월 초부터 갑자기 검색량이 치솟았다. 구글트렌드로 2022년 이후부터 보면, 이것이 얼마나 통상적인 수준에서 이탈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마이클 잭슨‘은 시기와 관계없이 적절한 수준의 안정적인 검색량을 보여주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서 첨가했다.

<그림 6> 네이버트렌드의 ’화교‘, ’종북‘, ’친중‘, ’조선족‘, ’마이클 잭슨‘ 검색어 빈도 (2024.12.10.~현재)


<그림 7> 구글트렌드의 ’화교‘, ’종북‘, ’친중‘, ’조선족‘, ’마이클 잭슨‘ 검색어 빈도 (2022.01.01.~현재)
하나 더 추가하여 기준 검색어로서 ’비틀즈‘를 추가하고, 구글트렌드가 웹 검색량과 별도로 유튜브 검색량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살펴봤다. 비틀즈와 마이클 잭슨은 이미 먼 과거의 팝스타이지만, 수많은 히트곡을 고려하면 유튜브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검색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화교‘는 마이클 잭슨에는 못 미쳤지만, 1월 후반부에 ’비틀즈‘의 검색량을 앞섰다.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계엄은 ’화교‘의 검색량이 ’마이클 잭슨‘을 앞서고, 유튜브에서조차 ’비틀즈‘를 앞서는 비정상을 초래한 것이다.


<그림 8> 구글트렌드에서 유튜브의 ’화교‘, ’종북‘, ’친중‘, ’비틀즈‘, ’마이클 잭슨‘ 검색어 빈도 (2023.01.10.~현재)
※ 구글트렌드의 유튜브 검색량은 2023.01.10. 데이터 수집 방식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시기부터 표기했다.
‘화짱조’라는 끔찍한 단어의 등장
‘화교’에 대한 검색량 폭증은 갑자기 이슈화된 생소한 단어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화교와 관련된 신조어 ‘화짱조’의 등장은 반중 정서의 일부가 변질되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화짱조’는 화교, 짱깨, 조선족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멸칭이다. ‘화짱조’는 정확한 유래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1월 초중순경 극우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져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검색으로는 1월 17일부터 시작된다. 등장한 지 이제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왠만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퍼졌다.
‘짱깨’에서 보듯이 중국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멸칭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짱조’라는 단어는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구성된다. 알다시피 과거 ‘짱깨’는 주로 자영업에 종사하던 대만 국적자인 화교를 비하하던 용어였지만, 현재는 화교보다는 오히려 중국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화짱조’라는 용어가 굳이 ‘화교’와 ‘짱깨’를 분리하여 구성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국 ‘짱깨’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하며, ‘화교’는 여기에 대비되는 대만을 포함한 것이다. ‘조선족’은 혹여 한국 국적을 얻어 ‘짱깨’와 ‘화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들을 포함한다. 이처럼 ‘화짱조’는 국가, 민족,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 ‘화짱조’를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중국, 대만, 조선족이 다 한통속이니 구별하지 말고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와 주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계엄이 만들어낸 반화(反華) 인종주의
‘화짱조’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계엄을 계기로 변질된 반중 정서는 윤리적으로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된다.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중국에 반대한다면서, 동시에 대만도 싫다는 것이다. 단순히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적 실체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과 중국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차별적으로 혐오하는 인종주의로 타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반중(反中)’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반화(反華) 인종주의’가 가장 적합한 규정일 듯하다.
계엄을 실행하고 옹호한 이들은 이른바 ‘종북몰이’가 이전처럼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을 새로운 혐오의 대상으로 발굴했다. 그러나 반중이 종북을 대체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혐오의 대상을 발굴하여 혐오의 총량을 늘렸다. 이른바 ‘커뮤’(인터넷 커뮤니티)에 국한되어 일부 소수만이 동조하고, 그리고 이들에게조차 일종의 일탈이나 재미에 불과할 수도 있는 극단적 혐오를 대중정치의 장으로 불러냈다. 더구나 이 혐오와 공포를 이성, 합리, 국익, 전략 등 수용 가능한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는 인종주의로 타락시켰다.
조형진 _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의식조사 2024』, pp. 140, 143.
그림 2) ~ 그림 8) 저자가 직접 작성함
«죽은 자들의 날 중원절(中元節) _ 박계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