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철 토끼에 난 뿔 환국
2016
아직까지도 <<환단고기>>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단군이 세운 조선이란 나라보다 아주 오래전에 환국이 있었다는 주장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최근 홍산문화의 발굴로 환국이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국은 토끼에 난 뿔처럼 처음부터 허상이었다.
19세기 일인학자들에 의해 주도된 단군연구는 그들 연구의 순수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한국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을 밑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에 내놓은 <<삼국유사>>에는 원문의 환국(桓囯)을 환인(桓因)으로 고쳐놓았다. 그래야 환인을 불교의 석제환인으로 해석하여 단군신화를 건국신화가 아닌 불교계의 창작물로 보는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학자 최남선은 일본의 환인 조작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가뜩이나 환국에 목말라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환인을 주장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식민사학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발견된 <<삼국유사>> 판본에 ‘桓因’으로 나와 있는 게 없는 게 문제였다. 1512년 임신본에 환국(桓囯)으로 되어있고, 1394년 판각으로 추정되는 조선 초기 본에는 ‘桓𡆮’(囗+士)으로 되어있었다. 그들은 ‘桓𡆮’(囗+士)도 桓囯과 같은 글자라고 주장하였고 언뜻 보기에 틀린 주장은 아니었다. 고려시대 <<삼국유사>> 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囯자가 因자가 아니고 國자임은 확실한 것인데, 문제는 𡆮(囗+士)자가 囯자가 아니라 因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𡆮(囗+士)자는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은 글자라 𡆮(囗+士)자가 囯자라는 환국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려시대 판본 가운데 𡆮(囗+士)자를 찾아내었다. 바로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고려대장경에 수록되어있다. <<신집장경음의수함록>>은 경전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의 음을 설명해 놓은 일종의 용어집인데 거기에 𡆮(囗+士)자가 들어간 ‘甫𡆮’(囗+士)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용어는 <<문수사리보초삼매경>>에 나오는 용례인데 여기엔 ‘甫因’으로 되어 있었다. 즉 ‘甫𡆮’(囗+士)=‘甫因’으로 𡆮(囗+士)과 因이 같은 음과 뜻을 가진 글자라는 게 고려시대 당대의 기록으로 확인이 된 것이다.
조선 초기(1394?) 판본에 桓𡆮(囗+士)으로 되어있던 것을 1512년 임신본을 판각할 때 𡆮이 因과 같은 자인걸 모르고 士에 가로 획을 하나 더 그어 王자로 만들어 桓囯을 잘못 만들어 버렸다. 결국 桓囯은 존재하지 않은 허공의 국가였던 것이다.
환국은 마치 토끼에 난 뿔이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토끼에 대한 연구는 접어두고 토끼에 난 뿔의 모양과 크기 성분을 연구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조경철, 2016, <단군신화의 환인 환국 논쟁에 대한 판본검토>, <<한국고대사탐구>>23집(한국고대사탐구학회), 근간)
이보경
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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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에 근거한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것은 '환국'이 허구라는데 있다. 환국이 허구면 이에 바탕한 환단고기도 허구다. 2016년에 쓴 <단군신화의 환인 환국 논쟁에 대한 판본 검토>란 글을 보면 명확하다. 최근 출간된 <<나무와종이>>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환단고기 #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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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단고기와 환국논란이 뜨겁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점은 여러 면에서 언급되었지만 나는 환단고기를 떠받치고 나라 '환국'이 허구의 나라였다는 점이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보경
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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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에 근거한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것은 '환국'이 허구라는데 있다. 환국이 허구면 이에 바탕한 환단고기도 허구다. 2016년에 쓴 <단군신화의 환인 환국 논쟁에 대한 판본 검토>란 글을 보면 명확하다. 최근 출간된 <<나무와종이>>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환단고기 #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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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단고기와 환국논란이 뜨겁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점은 여러 면에서 언급되었지만 나는 환단고기를 떠받치고 나라 '환국'이 허구의 나라였다는 점이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군신화(환인, 환국, 석제환인)와 관련하여 재야사학과 강단사학 모두 문제가 없지 않다.
재야사학은 고조선보다 오래 세워진 ‘환국’을 주장하고
강단사학은 ‘환인’이 불교의 ‘석제환인’이라고 보고
단군신화가 불교가 들어온 이후 후대에 윤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국’은 ‘士’에 ‘一 ’을 덧붙여 ‘国’을 만들어낸 허구의 국가이다.
‘환인’도 ‘석제환인’의 줄임말이라고 잘못 알려져 왔다.
환인연구가 재야사학에서는 ‘환국’이란 샛길로 빠져나갔다면, 강단사학에서는 '석제환인'이란 샛길로 빠져나갔다.
일제는 <<삼국사기>>(임신본, 1512)의 영인본을 출간하면서 환국(桓国)을 환인(桓因)으로 변조하였다. 환국을 주장하는 재야사학은 일제의 ‘환국 변조’를 금과옥조로 여겼다. 일제가 없애려고 한 환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강단사학자는 일제에 동조하는 식민사학자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환국’은 선초본 <<삼국유사>>(파른본, 1394)의 ‘桓囗+士’의 ‘囗+士’이란 글자가 ‘因’자인지 모르고, 口+王=国자로 보고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렇다고 강단사학자가 ‘환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일제가 환국을 환인으로 변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단군신화를 날조된 신화로 보기 위해서였다. 환인을 불교의 신인 ‘석제환인(釋提桓因)’의 줄임말로 몰아간 것이다.
강단사학이 ‘환국’설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든 설도 일제의 '석제환인'설이다. 환국이 '국명'이 아니라는 것을, 환인이 '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통해 반박했던 것이다.
환인연구가 재야사학에서는 환국으로, 강단사학에서는 석제환인이란 샛길로 빠져버렸다. 의도하건 안 하건 모두 일제의 함정에 빠진 꼴이다.
단군신화 연구가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단군신화를 불교적 관점에 가둬두는 것이었고 이는 일제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나도 한때 불교적 관점에 빠져 단군신화를 연구한 적이 있었지만.
환인은 석제환인의 줄임말이 아니다. 고려대장경을 검색해보면 석제환인은 수 없이 나오지만 환인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환인이 석제환인의 줄임말이라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가 없다.
환인인가? 환국인가?(2)
단군의 계보가 환인-환웅-단군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환인은 단군의 할아버지다. 하지만 환인이 무슨 뜻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말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환인(桓因)이란 한자어가 쓰였다. 하지만 환인(桓因)이란 한자어도 무슨 뜻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환인이란 뜻을 맨 처음 풀어본 사람은 승려 일연이다. 그는 桓因이 제석(帝釋)이라고 풀었다. 제석은 불교에서 도리천에 거주하는 천신이다. 조선시대 안정복도 환인을 제석으로 풀이한 일연의 견해를 따랐던 것 같다. 그는 동사강목에서 단군신화의 환인제석이 법화경 등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였다.
일연과 안정복은 환인의 뜻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환인이란 뜻의 결정판은 일본 학자들에 의해 내려졌다. 19세기 후반 일본학자들은 한국을 지배하기에 앞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를 집중하였는데 단군신화가 후대에 조작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라토리(白鳥庫吉) 등은 환인(桓因)이 석제환인(釋提桓因)의 줄임말이라고 하였다. 석제환인은 석가제환인드라의 줄임말로 이를 중국식으로 번역하면 일연이 풀이한 제석(帝釋)이 된다. 따라서 단군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신화가 아니고 후대 조작된 신화라고 평가절하 하였다. 시라토리가 환인을 석제환인의 줄임말로 파악한 견해는 이후 한국에선 최병헌 등 불교학자와 신화학자에 의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학계의 통설로 인정되어 왔다.
환인을 석제환인이라고 해석한 시라토리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 이는 최남선이다. 최남선은 입론의 출발인 환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환인이 아니라 환국이라고 본 것이다. 환국의 환은 ‘한울’로 환국은 하느님 나라라고 하였다. 이게 기반한 그의 견해는 방대한 ‘단군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환국이라 주장한 최남선의 견해는 재야사학계로 이어졌다.
환인인가? 환국인가?(3)
환인은 석제환인의 줄임말인가?
시라토리 등이 환국보다 환인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설사 옳았다 하더라도 환인을 석제환인의 줄임말로 본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시라토리는 환인을 석제환인의 줄임말로 보면서 석제환인을 불교의 천신으로 보았다. 석제환인도 불교이고 단군의 단도 제단 단壇이 아니고 나무 단檀자로 보고 이 檀도 불교의 전단목栴檀木에서 유래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단군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신화가 아니고 후대 조작된 신화라고 비판하였다.
석제환인은 불교의 제석천으로 도리천의 천신이다. 수미산의 정상에 도리천이 위치하고 있고 중간에 사천왕천이 있고 아래에는 인간세계가 사는 남염부주가 있다. 따라서 수미산의 석제환인 또는 제석천은 인간세계를 포함한 우주의 지배자이기도 하다.
시라토리가 환인을 석제환인의 줄일 말로 본 이후 모든 연구자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옛날 필기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되도록 줄여서 쓰는 것을 선호했다.
고려대장경을 검색하면 석제환인은 수천번 나온다. 그래서 석제환인을 줄인 환인도 당연히 나올거라 생각하지만 한 사례도 보이지 않는다. 곧 석제환인은 이 자체를 줄여서 환인이라고 할 수 없는 말이다. 산스크리트 조어법상 그것은 불가능하다.
성경의 예를 든다면 지아가페는 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가페란 세례명을 가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아가페를 ‘지아’나 ‘가페’로 줄여서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시라토리이후 지금까지 환인이 석제환인의 줄임말로 본 것은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
#환국 #환단고기 #단군신화 #환인 #석제환인==
홍익인간도 환국을 주장하는 재야사학에 치이고
환인을 불교천신으로 보는 강단사학에 의해 불교이념으로 오해 받고 있다.
(아래 예전 글)
홍익인간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다. 교육이념에서 삭제해야 된다는 말도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좋은 말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아래 예전 글)
홍익인간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다. 교육이념에서 삭제해야 된다는 말도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좋은 말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보편적 교육이념을 앞세우는 학자들은 홍익인간에 불교적 냄새가 난다고 해서 꺼린다. 홍익인간을 내세운 환인이 불교의 천신이라는 것이다. 환인을 불교의 도리천인 석제환인의 줄임말로 보았다.
하지만 환인은 석제환인의 줄임말이 아니다. 고려대장경에 석제환인은 천여차례 보이지만 환인은 한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인은 불교에서 온 말이 아니다.
환단고기 등을 믿는 열성적인 사람들은 홍익인간을 환인의 통치철학이 아닌 '환국' 또는 '환국의 환인'의 통치철학으로 본다. 그러나 환국은 고려대장경을 통해 존재하지 않은 허상의 국가임이 밝혀졌다. 그만 홍익인간이란 이념이 있지도 않은 나라의 통치철학이 되어버린 셈이다.
21세기 교육이념에도 적합할 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관통할 '홍익인간'을 한쪽에선 불교로 가둬놓고 한쪽에선 허상에 가둬놓고 말았다. 이제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역사에서 이런 일이 한두번이었겠는가. 새로운 유산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있는 유산까지 없애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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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과 석제환인으로 위기에 처한 '홍익인간'
(예전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해석
1.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2.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
3.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
보통 홍익인간을 해석할 때 위 세 가지로 해석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해석은 어떤 게 옳을까.
신라 때 유학자인 강수는 당과의 외교문서를 전담할 정도로 문장이 뛰어났다. 10세 중반에 아버지가 “너는 불교를 배우겠느냐 유교를 배우겠느냐”라고 물었다. 대답하기를 “저는 인간세상의 사람으로서 어찌 불교를 배우겠습니까?[愚人間人, 安用學佛爲]"(삼국사기 강수전)라고 하였다.
인용문의 인간인(人間人)은 ‘인간세상의 사람’이란 뜻으로 ‘인간’은 ‘인간세상’을 말하고 인은 ‘사람’을 말한다. 인간과 인을 구분하고 있다.
불경의 <<80권화염경> 입법계품에도 "사람에 비유하자면 안약의 일종인 安繕那藥을 눈에 바르면 인간세상에 다녀도 사람(들)이 보지 못하듯이[譬如有人 得安繕那藥以塗其目 雖行人間 人所不見]"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여기서도 ‘인간’과 ‘인’ 즉 ‘인간세상’과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실우리만의 철학이 없었던건 아니다. 유교와 불교와 기독교가 들어와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없어진 것 들이 많다. 홍익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홍익인간은 환인과 더불어 불교적 윤색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덧쒸여졌다.
유교에 '홍인'이 있고 불교에 '홍익중생'이 있다. 유교와 '홍인'이 사람중심이라면 불교와 '홍익중생'은 사람이 죽은 저 세상까지 포함하고 있다. 중생은 하늘을 포함한 육도를 윤회한다.
홍익인간은 유교의 홍인도 아니고 불교의 홍익중생도 아니다. 홍인의 사람에게만 만족하지 않고 불교의 저 세상까지 굳이 갈 필요없이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 '사람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홍익인간'은 세상 어느 나라도 써 본 적이 없는 우리의 철학이고 사상이다. 이제 이것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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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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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에 '단군'이 빠진 것을 두고 강단사학은 아무말이 없었다.
(아래 예전 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라진 고조선의 건국연대(조경철, 20250516)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이 재단장하였다. 유물 교체도 있었고 고구려실에 광개토태왕릉비 탁본도 새로 걸렸다. 구석기실은 미국인 병사 그렉보웬이 발견해서 발굴된 연천 전곡리 유적지가 매우 강조되었다. 그렉보웬의 구석기 발견 모습을 재현한 사진도 걸어놓았다. 다만 남한에서 최초로 구석기 유적을 발굴한 석장리 유적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아쉬움을 넘어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예전 선사고대관 입구에 있었던 ‘한국사연표’가 사라진 것이다. 한국사연표는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의 건국부터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까지 5천년 한국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연표였다. 더구나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박물관을 찾을 때 매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번에 박물관에서 한국사연표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고조선의 건국연대 때문으로 생각된다. 고조선의 건국연대는 <<삼국유사>>, <<제왕운기>>, <<동국통감>> 등에 따르면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한다. 이 연대는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가 환웅과 결합하여 낳은 단군이 조선이란 나라를 세운 연대이다. 박물관 측은 기원전 2,333년이 신화 속 연대이기 때문에 ‘유물’을 중시하는 박물관의 성격상 연표에 기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년(2024) 까지만 해도 한국사연표에 기원전 2,333년 고조선 건국이라고 써놓고 이번에 한국사연표를 없애면서 자연스럽게 고조선의 건국연대를 삭제한 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 사이 단군신화에 대한 이해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더욱 이해가 안되는 점은 한국사연표가 사라졌다면 ‘고조선실’에서라도 ‘고조선 연표’의 제시와 함께 고조선 건국연대와 중요 역사 사건이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박물관은 ‘고구려실’, ‘백제실’ ‘가야실’ ~~ ‘대한제국실’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의 연표가 표시되어 있다. 연표를 제시했다는 것은 그 나라가 어엿한 나라라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조선실’은 ‘부여실’ ‘삼한실’과 동급으로 연표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부여와 삼한의 경우 연표는 없지만 부여의 경우 기원전 2세기 세워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언제 세워졌는지 현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기원전 2,333년이 신화 속 연대이기 때문에 실을 수 없다면 가야실 ‘가야 연표’처럼 <<삼국유사>>를 인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42년에 하늘에서 여섯 개의 황금알이 구지봉에 내려왔다고 한다. 이 알 속에서 여섯 아이가 태어났고, 그중 가장 먼저 태어난 아이를 수로首露라고 불렀다.
수로는 그 해 왕위에 올라 금관가야을 세웠고, 나머지 다섯 알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각각 여러 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야의 산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가 낳은 두 아이가 각각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전한다.(국립중앙박물관 가야실 가야 연표 설명)
모든 역사가 유물로 모두 실증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인식’의 문제도 중요하다. 적어도 한 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이라면 그 나라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가운데 하나인 <<삼국유사>>가 그 나라 첫 번째 나라의 건국을 언급한 부분은 적어도 ‘신화 속 건국연대’라는 단서를 달더라도 제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아래사진) 재개관 처음에는 없다가 근래 새로 추가된 부분
Jongta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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