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조선의 뒷골목 풍경 | 강명관 2003

조선의 뒷골목 풍경 | 강명관 | 알라딘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은이)푸른역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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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나는 강명관을 읽고 싶었다. 물론 그의 저작들이 신문 지상에 소개될 때부터다. 그가 매주 한 차례씩 <한겨레>에 연재하던 ‘고금변증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굳어졌다. 그러나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차일피일하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구입한 게 지난 달 말께다.

열흘 전쯤부터 학교에 가져다 놓고 틈틈이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몇 장이 남았을 때 나는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 최근 한 삼년 동안 가장 즐겁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두고두고 읽었다. 아까워 한꺼번에 먹어 치울 수 없었던 박하사탕처럼.

강명관은 한문학자다. 그는 한문학 연구를 위해 선인들의 문헌을 읽어야 하는 과정에서 ‘문학과 관련 없는 이런 저런 자료’를 만나는데 이런 자료를 ‘계륵(鷄肋)’이라 말한다. ‘애써 챙겨두자니 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그냥 버리자니 못내 아깝다’(머리말)는 뜻에서다. 그가 건강 문제로 얻은 뜻밖의 휴가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쓴 책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강명관 교수와 함께하는 유쾌한 조선 풍속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일반적 평가를 부정한다. 조선의 뒷골목은 “유흥계를 호령한 무뢰배들, 투전 노름에 골몰한 도박꾼, 술과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들, 반양반의 기치를 높이 든 비밀 폭력조직, 족집게 대리시험 전문가, 벼락출세한 떠돌이 약장수, 설렁탕 한 그릇에 조직을 배신한 도적…….”(책 표지)으로 어지러운 것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왕과 양반처럼 고귀한 사람들 아니면 홍경래나 임꺽정처럼 무언가 큰 사고를 낸 사람들뿐’이지만 저자의 박람강기(博覽强記)는 뒷골목에서 노닐던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조선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는 서설(‘잊혀진 조선 사람들의 역사를 위하여’)에서 굳이 ‘하찮은 잡동사니 같은 주제’를 다루는 이유를 대체로 다음과 같이 있다.

우리 역사는 조선의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의 그것보다 88년 앞섰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의 금속활자는 유럽의 그것과는 달리 지식의 대중적·보편적 확산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사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금속활자의 의미를 규명하지 않고 ‘민족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을 은폐해 버리는 사례다. 다양성과 구체성을 지워버리고 단일한 중심만을 내세워 대상을 왜곡시키는 권력이야말로 중심적 담론의 독재가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이며,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존재’로 이해한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들을 통해 조선 후기사를 바라본 이 한문학자는 역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진술함으로써 몸풀기로서의 서설을 맺는다.

현재의 인간은 시간적 변화의 산물이며, 역사학은 바로 변화하는 인간을 해명하는 학문이다. 나는 어떤 교훈적, 목적의식적, 기념비적 역사관도 믿지 않는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서 저자는 지배 중심의 역사에 묻힌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복원한다. 그는 <조선왕조실록>과 <백범일지>는 물론, 개인 문집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른바 ‘뒷골목 비주류 인생’들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린다.





▲ 투전도(김득신) ⓒ 조선의 뒷골목 풍경

그들은 민중의(民衆醫), 군도(群島)와 땡추, 노름꾼, 왈자, 탕자이며, 정절을 벗어던진 여인네다. 그뿐만 책속에는 아니라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과거가, 조선후기의 유행을 주도한 오렌지족인 별감이, 서울의 도살면허를 독점했던 반촌(泮村)과 탕자들이 벌이는 호사의 극이 온갖 자료들의 뒷받침을 받으며 차례차례 드러난다.

교과서의 역사를 ‘공문서 역사’라고 본다면 거기에선 아무도 삶과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거기 등장하는 이들은 임금이거나 장수고, 역적이거나 충신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명관이 펼쳐 보이는 이 조선 후기사에 좌충우돌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조금씩 모자라거나 조금씩 넘치는 이들로, 바로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다.

비록 그게 18, 9세기의 조선 풍경이지만, 거기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한, 한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되’는 원리야 저 봉건사회나 이 자본주의 사회나 무엇이 그리 다르겠는가.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무명의 의사들이다. 허준이나 이제마처럼 학식을 갖추고 조정에 중용된 명의들이 아니라 제대로 의서 한 권 읽지 못했지만 숱한 임상의 경험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려낸 민중의 조광일, 백광현, 피재길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이름을 얻으면서 어의가 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존재가 사실상 의료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었던 민중들을 살려낸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출세기가 아니라, 공식적 의료시스템 부재의 조선사가, 궁극적으로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음을 기다리는 현대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읽어낸 저자의 눈썰미가 두드러진다.

조선 후기 경제성장과 함께 일어난 변화 중에 도박의 성행과 관련된 풍경도 흥미롭다. 바둑, 장기, 쌍륙, 투전, 골패 가운데서 도박계의 패권을 차지했던 투전은 ‘소비하는 인간’으로서 상인 내지 중간층 인간형을 출현시켰다. 이 도박의 성행은 조선 후기사회에서 늘어나는 사회적 불확실성의 표지였다고 할 수 있다.


'금주령’이라면 20세기 초반의 미국사회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조선조 내내 국가가 수시로 금주령을 발동하여 개인의 음주를 금지했던 역사적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귀중한 곡물을 축내는 주범이었던 술에 대한 이 국가적 통제는 강력했지만, 실제 단속에 걸리는 이들은 힘없는 백성뿐이어서, 음주는 정작 양반 계급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적 쾌락이었던 모양이다.

사극 따위에는 주요 교통로마다 술과 밥을 파는 주막이 등장하지만, 기실 조선시대에 술집이 등장한 것은 상공업이 발달한 조선 후기로 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술집 풍경은 술을 뱃속에 쏟아붓고 주정을 하고 싸움을 벌이고 술집을 마구 부수는 형태였다고 책은 전한다. 술집 풍경은 불과 2, 3백 년 전이나 2, 30 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중세사회에서 가장 공정한 인재등용 방법이었던 과거는 실제 시행과정에서 엄청난 불공정을 내포하고 있어 그 속에 중세적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었던 제도였다. 18세기께 이미 과거는 인재선발 기능을 잃었다. 출사(出仕)의 욕망은 들끓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줄 벼슬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소수 문벌가문이 관직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과거는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로 전락하면서 온갖 비리와 부정의 백태(百態)가 연출되었다. 숱한 선비들이 머리를 썩이며 공부했던 내용도 기실 국가 관료로서의 현실적 유용성 따위와는 무관한 시(詩)와 부(賦)에 그쳤다. 그러니 벼슬길에 나아간 선비들이 서리들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은이는 조선조의 과거 열풍과 오늘날의 고시열풍을 견주면서 우리는 아직도 ‘조선 시대’를 치르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감동과 어우동은 조선조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여인들을 도덕적으로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스캔들을 조선시대 남성의 성적 욕망의 분출과 병치하면서 그 속사정을 살피고 있다. 흔히 ‘도덕의 나라’라고 했지만, 양반들의 광탕함을 살피면 조선조는 단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한 사회였을 뿐이었다. 중종 이후 실록에서 성적 언어가 공식적으로 추방되었을 뿐, 조선사회는 결코 윤리적 사회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고려말 안향 집안의 노비 후예들로 성균관 주변에 형성한 마을, 반촌(泮村)이 ‘서울의 게토, 도살면허 독점한 치외법권 지대’였다던가, 나라를 뒤흔든 무뢰배들인 ‘검계와 왈자’는 술집과 기방과 도박판을 주름 잡, 조선 후기 민간예능의 주 향유자였다는 사실을 저자는 꼼꼼하게 천착하고 있다.

이들 왈자 중의 한 부류인 별감은 호화로운 복식과 치장, 온갖 놀이문화, 유행을 주도하면서 시정의 유흥공간을 장악한 집단이었다. 저자는 이들은 역사 발전에 긍정적 기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 후기의 정치와 경제가 소외시킨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류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오렌지족’과 그들을 비기면서 변화와 불변의 본질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은 탕자다. ‘은요강에 소변 보고 최음제 춘화 가득’한 이들은 ‘유흥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전형으로 저자는 소설 <이춘풍전>과 <게우사>(판소리 ‘무숙이타령’의 사설 정착본)의 주인공 이춘풍과 무숙이를 꼽는다. 이들은 오직 소비와 유흥만을 일삼다가 끝내 몰락하는 인물인 바, 저자는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유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소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반문한다.

저자는 이 책이 한문학자로서 연구 과정의 결과로 얻은 가외의 소득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한 시대의 풍속사, 미시적 생활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탄탄한 자료의 뒷받침을 통해 그 객관성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이들의 인생을 복원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의 삶과 사회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네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인간사회 일반에 담긴 당대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란 시대를 넘어 연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다양한 자료와 해박한 박람강기를 통해 증명해 낸다. 그것은 그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현재의 인간은 시간적 변화의 산물이며, 역사학은 바로 변화하는 인간을 해명하는 학문”이라는 진술과 인과적으로 맞닿아 있다.

책 뒤에 실은 보론 ‘옛 서울의 주민 구성’도 흥미롭다. 서울에 사는 이들이라면 글을 읽으면서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곳곳에 실은 온갖 사진, 그림 자료들도 이 흥미로운 시간여행의 동반자가 넉넉히 되고도 남음이 있다.

2001년 저작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저자의 ‘조선 풍속기행’ 첫 번째 이야기다. 순서야 바뀌었지만, 나는 인터넷 서재의 보관함에다 위 책과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를 쟁여 두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즐거움과 소회를 마감하기로 한다.


<2009. 3. 15.>

낮달 2009-04-16 공감 (4) 댓글 (0)





우리는 겉으로보이는 화려함에도 눈길이 가지만 실제 정말로 재미있어하는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그 속에 감춰져있는 것들을 보기를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서 뒷담화에 더 재미와 매력을 느끼듯 말이지요.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조선시대의 눈에 보이는 역사가 아닌 진짜 일생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실제, 조선시대 지배계급인 양반들보다는 평민들이 조선 사회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것은 없는거 아닐까요?

처음 의원들의 이야기가 나왔을때는 개개인의 인물들을 평하길래 전체 스토리라인이 그런줄 알고 약간은 재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의 인물평이 아닌 전반적인 사회적 관습과 풍습과 함께 어울려져 설명하면서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 대접 받지 못했던 의원들, 사회가 만들어낸 의적, 남성지배적인 사회에서 매도된 여인들, 투전판, 주막등 제목에서처럼 조선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계층들의 이야기를 배우는것이 참 좋았습니다. 게중에는 제가 아는 인물들도 눈에 띄었지만, 모르는 인물들도 많았어요.

몇백년전의 이야기임에도 때로는 지금에도 문제가 있는것들을 만날때면 사회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어두운 부산물들이 아닌가 싶기도해서 기분이 별로 안좋더군요. 하지만 책 사이에 도판들도 많아서 재미와 흥미를 끌기에 좋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울수 없는 역사를 배운다는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것 같네요.
보슬비 2006-07-19 공감 (10) 댓글 (0)





저자는 한국한문학자로서, 논문을 쓰는 데 당장 필요치 않은 자료들을 그냥 버리자니 못내 아까웠다 한다.
깡패며, 기생이며, 도박, 술집 따위의 "시시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아까웠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알고 싶었던 과거 인간들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이런 것들을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소한 코드들이 거대한 이야기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저자의 의도는 나에게 적중하였다.
사형조차 서슴치 않은 영조의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독에 빠지길 기꺼워한 조선의 주당이 친근했고, 감동과 어우동을 치죄할 줄만 알고 제 광탕함에는 너그러웠던 뭇남성에게 분개했다. 게토에 거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그 자체의 치외법권 지대를 만들어낸 반촌민들도, 오늘날의 조직폭력배나 건달과 하등 다름없는 검계와 왈자도 마냥 흥미진진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오렌지족 별감이며, 탕자 무숙 이야기의 감칠 맛은 또 어떻고.

그러나 나를 두드린 것은 따로 있으니, 저자가 쓴 것이 어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었단 말인가. 내가 사는 바로 그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의 관료적 병원 시스템을 탓하며 조광일 같은 헌신적 의원을 찾는 탄식에 나 역시 한숨을 짓고, 부자집 담장을 넘는 밤 손님의 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고위 공무원의 부정 축재가 뭣이 다르냐는 질문에 뭐라 답할 지 몰라 쩔쩔 매는 나를 본다.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박이 성행한다는 저자의 일갈에 매주 로또를 사는 동료 직원이 떠오르기도 했다. 굳이 저자가 지적하지 않아도 과거에 동원된 부정의 일상화에서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한다는 통계를 떠올린다. 또한 이춘풍과 무숙이야말로 오늘의 인간의 전형은 아니던가.

아아, 그러나 나를 가장 충격에 빠지게 한 건 마지막 글귀였다.

이게 과연 사람이 사는 도시인가? 살 만한 도시인가? 옛 서울을 떠올리면서 부질없이 오늘의 서울이 한탄스럽게 여겨짐은 어인 일인가?

저자가 하고픈 말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과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무어 다르겠냐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양이 똑같은 게 아니라, 더 못 살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30여년, 나의 주 거주지인 서울은 조선의 검계나 왈자조차 살기 힘든 곳은 아닌지, 사뭇 가슴이 아프다.

* 덧붙임

- 사실 조선은커녕 해방 직후만 따져도 난 서울에 산 적이 없다. 서초동도, 성내동도, 상계동도 성문 밖.

- 저자는 수표교에 중인이 모여 산 유래를 알 수 없다 하였는데, 혹시 하천의 유량을 재는 관청이나 중인이 그곳에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선인 2005-09-29 공감 (34) 댓글 (10)





알맹이도없고글자도별로없구나.종이를 아껴쓰자
오로라봉 2010-01-27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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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랬다...우리가 왕조에 관한 이야기만 듣고 봤구먼.
민초들의 삶이 더 사실적일 것인데...그런데 오히려 더 모르고 있었구나!하며 읽었는데, 흡인력이 있는 글이라 참, 재미나게 읽었다.
kalliope 2015-05-1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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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문투가 정말 마음에 안들었던 책이다.
그놈의 물음표.... 읽는 맛이 확 떨어졌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Classic 2016-07-2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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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란 게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구나.
산딸나무 2007-10-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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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뒷골목 풍경은 아닌가



저자는 한국한문학자로서, 논문을 쓰는 데 당장 필요치 않은 자료들을 그냥 버리자니 못내 아까웠다 한다.
깡패며, 기생이며, 도박, 술집 따위의 "시시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아까웠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알고 싶었던 과거 인간들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이런 것들을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소한 코드들이 거대한 이야기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저자의 의도는 나에게 적중하였다.
사형조차 서슴치 않은 영조의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독에 빠지길 기꺼워한 조선의 주당이 친근했고, 감동과 어우동을 치죄할 줄만 알고 제 광탕함에는 너그러웠던 뭇남성에게 분개했다. 게토에 거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그 자체의 치외법권 지대를 만들어낸 반촌민들도, 오늘날의 조직폭력배나 건달과 하등 다름없는 검계와 왈자도 마냥 흥미진진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오렌지족 별감이며, 탕자 무숙 이야기의 감칠 맛은 또 어떻고.

그러나 나를 두드린 것은 따로 있으니, 저자가 쓴 것이 어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었단 말인가. 내가 사는 바로 그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의 관료적 병원 시스템을 탓하며 조광일 같은 헌신적 의원을 찾는 탄식에 나 역시 한숨을 짓고, 부자집 담장을 넘는 밤 손님의 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고위 공무원의 부정 축재가 뭣이 다르냐는 질문에 뭐라 답할 지 몰라 쩔쩔 매는 나를 본다.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박이 성행한다는 저자의 일갈에 매주 로또를 사는 동료 직원이 떠오르기도 했다. 굳이 저자가 지적하지 않아도 과거에 동원된 부정의 일상화에서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한다는 통계를 떠올린다. 또한 이춘풍과 무숙이야말로 오늘의 인간의 전형은 아니던가.

아아, 그러나 나를 가장 충격에 빠지게 한 건 마지막 글귀였다.

이게 과연 사람이 사는 도시인가? 살 만한 도시인가? 옛 서울을 떠올리면서 부질없이 오늘의 서울이 한탄스럽게 여겨짐은 어인 일인가?

저자가 하고픈 말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과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무어 다르겠냐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양이 똑같은 게 아니라, 더 못 살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30여년, 나의 주 거주지인 서울은 조선의 검계나 왈자조차 살기 힘든 곳은 아닌지, 사뭇 가슴이 아프다.

* 덧붙임

- 사실 조선은커녕 해방 직후만 따져도 난 서울에 산 적이 없다. 서초동도, 성내동도, 상계동도 성문 밖.

- 저자는 수표교에 중인이 모여 산 유래를 알 수 없다 하였는데, 혹시 하천의 유량을 재는 관청이나 중인이 그곳에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접기
조선인 2005-09-29 공감(34)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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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역사는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어렵고 무거운 주제인 것 같다. 아니, 역사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국가가 어떻게 민족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딘가 이상하다. 더하여, 영웅이나 반역자라도 되어야 역사서 끄트머리에 이름 석자 남겨질 것만 같다. 하지만,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빛을 받지 못했던 시시한 사람들도 살았고, 그렇게 시대를 살았었다.

오래 전 동의보감 드라마를 보면서, 그리고 요 근래 다모(茶母)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조선시대 여인네들이 규방에만 틀어박힌 게 아니라 치마 걷어올리고 의녀 일이고 포도청 일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니까, 어느 정도 과장되었을 테지만, 옛날 여자하면 현모양처/기생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필자의 이전 책인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속에서... 와 비교한다면 훨씬 다양한 주제를 담은 채, 그만큼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실록과 세세한 문집들을 낱낱이 뒤져 이제껏 몰랐던 사실들을 찾아낸다.

고관대작도 역적도 아니었던 이들 - 새끈하게 치장하며 하루종일 노닥거렸던 별감하며, 주먹 힘 하나 믿고 그늘진 곳을 골라다녔던, 지금의 조폭이었던 검계, 왈자도 있었다. 깊은 산속에는 당취(땡초)가 있었고, 또 홍길동의 후계를 자처한 비밀결사, 도적들도 살았다. 그 뿐이랴, 그들을 때려잡던 포도청에는 요즘 표현으론 호랑이 형사반장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딱히 낯설지 않다는 게 또 신기하다. 세파에 묻혔던 그들 '시시한'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삶과 놀랄만큼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더욱 생동감 넘치고, 또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지금껏 곰팡내나는 책의 활자 속에, 그리고 그림 속에 표정 없이 딱딱히 굳어져 있는 옛날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그런 것처럼 웃고, 떠들고, 술 취하고, 행패부리고, 싸웠던 것이다.

이처럼 더운 여름날에도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 쉽고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이 책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중간중간 나타나는 필자의 현실 비판 의지 덕분이다. 조선 시대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다시 지금 우리네의 시대에 꾸물대는 병폐에 빗대어 목소리를 높인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무엇 있느냐고 말이다.

- 접기
한루 2003-08-20 공감(1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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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함정

학교다닐 때 국사책 읽는 거 좋아했고 신문이나 잡지 같은 데서도 역사관련 기사를 많이 읽었다고 자부해왔는 데 이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역사는 동화와 전설수준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책을 읽으면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사가 그때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단순화되고 각색된 역사가 일반대중에게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책을 읽기전까지 과거시험은 대궐이나 관청앞마당에서 방석위에 바르게 앉아서 치르고 가진게 없더라도 문장실력만 출중하면 급제하는 그런 시험인 줄만 알았는 데 대리시험으로 한자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장원급제하고 돈없고 힘없으면 답안지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는 아수라장 같은 데가 과거시험장이었다니.... 이책을 읽지 않았으면 아마도 그렇게 알고 살다가 죽었지 않나 싶다.

몇년이 지난 일들도 단순화해서 보다보면 영웅담도 되는 것을 보면서 그러려니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간 역사가 단순화되고 한측면으로만 서술될 때의 문제가 얼마나 클 수 있는 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아직 초보지만 역사를 보는 안목이 쬐금은 생긴 거 같다. 문제의식을 갖고 기존의 시각과 다른 면에서 바라보려는 노력과 그렇게 쓰여진 역사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 같다.

효창공원에서 이책을 읽다가 어떤 지나가는 노신사분이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냐고 묻길래 이러이러한 내용이다고 했더니 그런거 많이 읽으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던데 잘못된 역사도 역사 아닌 가 싶다 오래간만에 책한권 끝까지 읽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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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부-과객 2003-08-18 공감(1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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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



우리는 겉으로보이는 화려함에도 눈길이 가지만 실제 정말로 재미있어하는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그 속에 감춰져있는 것들을 보기를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서 뒷담화에 더 재미와 매력을 느끼듯 말이지요.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조선시대의 눈에 보이는 역사가 아닌 진짜 일생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실제, 조선시대 지배계급인 양반들보다는 평민들이 조선 사회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것은 없는거 아닐까요?

처음 의원들의 이야기가 나왔을때는 개개인의 인물들을 평하길래 전체 스토리라인이 그런줄 알고 약간은 재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의 인물평이 아닌 전반적인 사회적 관습과 풍습과 함께 어울려져 설명하면서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 대접 받지 못했던 의원들, 사회가 만들어낸 의적, 남성지배적인 사회에서 매도된 여인들, 투전판, 주막등 제목에서처럼 조선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계층들의 이야기를 배우는것이 참 좋았습니다. 게중에는 제가 아는 인물들도 눈에 띄었지만, 모르는 인물들도 많았어요.

몇백년전의 이야기임에도 때로는 지금에도 문제가 있는것들을 만날때면 사회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어두운 부산물들이 아닌가 싶기도해서 기분이 별로 안좋더군요. 하지만 책 사이에 도판들도 많아서 재미와 흥미를 끌기에 좋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울수 없는 역사를 배운다는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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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7-19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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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일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역사는 지배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하고, 지배계급이 바뀌고, 다시 왕조가 서고, 왕조가 몰락하고, 이 반복자체가 바로, 지배계급의 역사.....바로 승리자의 역사인것이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이건 역사공부를 하는데 진리이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처럼, 이러한 마이너 이야기...왕국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배층이 영향을 받지 않는 이런 이야기는 야담, 또는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밑바닥의 야담이라고 불리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바로 진전한 역사의 살아있는 혼이라고 생각된다. 지배,피지배로 나뉘어져 계급의 패배자이기 때문에 역사속으로 끼어들수 없는 이야기지만, 이러한 기초적인 역사가 존재하지 않았던들, 왕조가 성했을리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역사는 대부분이 상류층의 이야기이고, 존재하는 것 또한 지배층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전엔 역사라고 아는것이 전부 흔히 국사라고 불리는 지배계층의 이야기이다. 바로 꽃만 보고있었던것이다. 밑거름이 되는 뿌리나 줄기는 보지도 않았고, 전혀 모르고있었다고도 생각된다.
어쨋건 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읽고나서, 서민들의 생활역시 지금의 생활과 다름이 없는듯 보였고, 훌륭한 면만을 과시하는 역사의 매인이 아닌 추하면서도 인간미를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힘겨운 서민 생활을 엿볼수 있게 해주엇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거울
이라고 한다. 과연 그러한듯했다. 역사공부를 하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영원한 왕국은 없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 나라에서도 정권교체가 빈번히 일어났고, 역사는 항상 그렇게 살아 숨쉬며 걸어왔다. 조선의 뒷골목풍경역시 서민들의 생활이 지금과 비슷하다는 것을 볼때, 매우 신기 하지 않을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에는 서민들이 지루하게 농사만 지었고, 나라에 속한신민일줄만 알았는데, 꽤나 자유분방했던것은 과히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마이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의 역사지식에대한 견해를 한층 넓혀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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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仁 2004-02-29 공감(9)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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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

재미있다. 370page정도 되는 조금 많은 분량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금방 읽었다.

이 책은 옛날 자료를 이용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복원했다. 오랜지족의 원조인 별감, 조폭의 조상인 왈자, 도박, 금주령등 그 시대의 어두운 면들이 고스란히 내 눈앞에 펼처졌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시대의 양반들이 사실상 양반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건전한 양반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양반들은 좀 깨는 분들이 많다. 기생쟁탈전을 벌이는 양반들, 과거시험에서 필사적으로 컨닝하는 양반들, 도박하는 양반들등 온갖 추태를 벌이는 양반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성문제만큼은 양반들의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 나오는 양반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지금 직장인들이 룸쌀롱에서 벌이는 짓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여자들을 단죄할 때에는 유교운운 하면서 자신은 매우 올바르고 건전한 척하는 가증스러운 짓거리를 한다. 감동사건과 어우동 사건은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긴 했지만 내 맘에는 들지 않았다. 난 그 시대의 생활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 하지만 이 책에는 생활보다는 조선시대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책 제목인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난 '뒷골목 풍경'이라는 제목이 조선사람들의 삶을 나타내는 단어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실제로 읽어보니 '뒷골목 풍경'이란 단어는 역사학자들이 다루지 않는 조선의 그림자 역사란 뜻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내가 알고싶어한 민중생활사와는 거리가 멀다.

비록 내가 책을 읽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안한다. 이 책 덕분에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은 재미있는 사건들을 많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시대나 지금이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음도 깨달았다. 그러니 후회는 안한다. 하지만 그시대의 삶을 알고싶은 내 호기심은 여전하다. 나중에 다른 책을 다시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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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숲 2005-03-15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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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패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오직 승자만을 기억할 뿐이다." 뭐 나름대로 멋있는 말 한마디 구사하려다 보니 툭 튀어 나온 게 이 말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이라면 역사는 얼마나 슬픈 것이 될 것인가? 그것은 솔직히 정치사나 리더십의 역사에서나 먹힐만한 얘기고,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지 못한 무지의 소치가 아닐까?

역사는 다양하다. 정치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제사도 있고, 미시사나 일상사도 있다. 요즘엔 그나마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과시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와, 꼭 역사학도가 아니더라도 일반독자들에게도 흥미를 가질 법해 반갑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솔직히 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더랬다. 주로 80년대 저 박제된 시절에 학교를 다니다 보니 역사는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해 시험 때면 줄창 외우기에만 급급했지, 역사적 사건을 봐도 이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TV 역사 드라마를 봐도 신봉승의 '조선왕조 500년'의 아류작들만 쏟아져 나오고 그것은 조선 정치사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뭔가 이데올로기적 틀속에 갖혀있어 여러 많은 극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질 않았다.

그래도 시대가 좋아지긴 했다. 예전 같으면 조선시대만을 다뤘을 역사 드라마가 지금은 고려나 고구려 더 나아가 발해의 역사도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 같으면, 소론과 노론, 동인과 서인 패로 나뉘어져서 싸움박질 하는 것만 보여주면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이젠 제법 긴박성을 가지고 보게 만든다. 그러니 한마디로 내가 역사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건 확실히 TV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TV라고 한계성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역사 드라마는 주인공만을 부각시켜 보여주지마는 않는다. 그 인물이 살았을 사화적 배경에 촛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영상물이다 보니 당대 현실적 복원보단 미적 감각에 더 많은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입은 의상이나 소품 하나, 장소 하나는 화려하고 그럴 듯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저게 원래 저 모양이었을까? 나는 우리 조상들의 일상을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저자는 조선시대 주막은 후기 때 상거래가 발달이 되면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추론하고 있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아무 때나 아무 시대나 주막이 보여지는 것은 좀 무리한 시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신돈>에서 보여졌던 주막과 술집과 작부들은 상당히 고급한 형태로 설정되어 있는 듯 하다. 또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기방에 차려져 나오는 온갖 산해진미들은 너무 화려하다. 조선시대는 그렇게 못 먹고 못 살아서 죽어 나가는 양민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하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누구라도 기생이 되어서 화려하게 차려입고 배풀리 먹고 거드름이나 피우지 뭐 때문에 저렇게 굶어 죽어 가겠는가? 그렇게도 그 시대는 정조가 그리도 중요하였더란 말이냐? 그리고 기방에 차려 나오는 떡벌어진 술상은 결코 다 먹는 법이 없다. 주연급 배우들이 그 앞에서 주저리 주저리 몇마디 대사을 읊어주고 그 술상을 뒤로하고 나온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먹을 것이 귀했다던 그 시절에? 이런 모든 것들이 당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 보다 시대의 일상사가 궁금해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궁금증을 채워주는 게 또한 요즘 역사학자들의 소임이라면 소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당위성엔 과거를 되새기며 보다 나은 미래를 이루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통해 입신양명을 이루어 보고자 하는거나, 오늘 날 판검사되 보겠다고 고시촌에 사람이 넘쳐나는거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컨닝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그 옛날 조선시대 때 거벽이라고 하는 컨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이렇게 역사는 아무리 돌고 도는 거라고는 하나, 과거와 현재의 닮은 꼴을 찾는 거라면 재미없는 것이 될 것이다. 단지 이 책에서 흥미로운 건 그 시대의 풍습이고 생활 모습이다. "어머나, 그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야!" 그러면서 허벅지를 냅다 내려칠 수도 있고, 키득키득 웃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나는 가끔 역사를 생각하면 현대를 사는 모습이 서글프기도 하고 섬짓할 때가 있다. 우리 역사는 5천 년이라고 하는데 현대화는 불과 100년 안팎에 다 이루어졌다. 아니 적어도 100년 전에 서울의 공기는 이렇게 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공해와 온갖 스트레스와 그것을 이겨 보려고 하는 갖가지 행태들로 넘쳐난다. 여유란 도무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역사를 반추해 내면서 오늘의 우리네 삶을 조명하는 것은 의미있어 보인다. 더구나 역사의 큰 소용돌이의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에서 의미찾기란 제법 쏠쏠하지 않은가? 언젠가 우리네 삶도 역사의 한 귀퉁이로 밀려날텐데 우리 후대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조명해 줄까?

덧붙이자면, 역사적 사료의 인용과 제법 많은 도판의 이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좀 건조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읽기엔 그다지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지난 봄에 읽었던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란 책은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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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2-15 공감(8)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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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인간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란 제목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되었다. 역사란 대게 승자와 지배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었기에 좀더 정확하게 들여다 보기 위해선 뒷골목의 민중, 피지배자들의 입장을 밝힌 글이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충분하기에 이런 글을 좋아한다. 역시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인간사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별 다를 것이 없구나 싶다. 지배층과 관련되지 않으면 수많은 민중의 삶을 구해도 우리의 기억속에 이름조차 없다. 누구를 위한 세상이었는지......

오늘날 우리의 음주 문화도 따지고 보면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리라. 항상 음주 가무를 즐긴 민족, 유희를 알았다고 하면 될련지. 조상의 뒤를 이은 후손들 역시 음주 가무를 즐기기는 매한가지인것같다. 음주 가무 뒤엔 왜 여성들이 있어야하는지..... 금주령을 그렇게 내렸어도 술은 여전히 유행하고, 기생집의 출입을 금해도 관리들의 출입은 끊이지 않고. 이런 일들이 오늘날에도 우리사회에 접대문화로 남아있지 않은가?

권력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남용하는 무리들 또한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권력자들의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앞서야할것같다. 언제쯤 공직자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생겨날지 궁금하고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오늘날 이땅에 태어났음을 새삼 감사드린다. 옛 여인들의 한스러운 삶이 안타까울뿐이다. 아직도 양성평등이 되려면 많은 부분을 바꾸어 나가야 겠지만 양성평등을 위해 우리 여성들의 사고 또한 변화가 필요한 부분도 없지않다. 양성 평등을 위해선 모든 조건에서 평등하게 행동해야한다. 여성의 입장에서만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을 보면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많다. 완전한 양성평등의 그날을 위해 화이팅!

조상들의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만 배우고 부정적인 요소는 수정을 가해 올바르게 바꾸어 생활하는 후손들의 참된 삶의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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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66p 2004-05-06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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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그늘을 더듬은 인문학자의 박람강기(博覽强記)




일찌감치 나는 강명관을 읽고 싶었다. 물론 그의 저작들이 신문 지상에 소개될 때부터다. 그가 매주 한 차례씩 <한겨레>에 연재하던 ‘고금변증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굳어졌다. 그러나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차일피일하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구입한 게 지난 달 말께다.

열흘 전쯤부터 학교에 가져다 놓고 틈틈이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몇 장이 남았을 때 나는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 최근 한 삼년 동안 가장 즐겁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두고두고 읽었다. 아까워 한꺼번에 먹어 치울 수 없었던 박하사탕처럼.

강명관은 한문학자다. 그는 한문학 연구를 위해 선인들의 문헌을 읽어야 하는 과정에서 ‘문학과 관련 없는 이런 저런 자료’를 만나는데 이런 자료를 ‘계륵(鷄肋)’이라 말한다. ‘애써 챙겨두자니 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그냥 버리자니 못내 아깝다’(머리말)는 뜻에서다. 그가 건강 문제로 얻은 뜻밖의 휴가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쓴 책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강명관 교수와 함께하는 유쾌한 조선 풍속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일반적 평가를 부정한다. 조선의 뒷골목은 “유흥계를 호령한 무뢰배들, 투전 노름에 골몰한 도박꾼, 술과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들, 반양반의 기치를 높이 든 비밀 폭력조직, 족집게 대리시험 전문가, 벼락출세한 떠돌이 약장수, 설렁탕 한 그릇에 조직을 배신한 도적…….”(책 표지)으로 어지러운 것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왕과 양반처럼 고귀한 사람들 아니면 홍경래나 임꺽정처럼 무언가 큰 사고를 낸 사람들뿐’이지만 저자의 박람강기(博覽强記)는 뒷골목에서 노닐던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조선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는 서설(‘잊혀진 조선 사람들의 역사를 위하여’)에서 굳이 ‘하찮은 잡동사니 같은 주제’를 다루는 이유를 대체로 다음과 같이 있다.

우리 역사는 조선의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의 그것보다 88년 앞섰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의 금속활자는 유럽의 그것과는 달리 지식의 대중적·보편적 확산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사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금속활자의 의미를 규명하지 않고 ‘민족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을 은폐해 버리는 사례다. 다양성과 구체성을 지워버리고 단일한 중심만을 내세워 대상을 왜곡시키는 권력이야말로 중심적 담론의 독재가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이며,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존재’로 이해한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들을 통해 조선 후기사를 바라본 이 한문학자는 역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진술함으로써 몸풀기로서의 서설을 맺는다.

현재의 인간은 시간적 변화의 산물이며, 역사학은 바로 변화하는 인간을 해명하는 학문이다. 나는 어떤 교훈적, 목적의식적, 기념비적 역사관도 믿지 않는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서 저자는 지배 중심의 역사에 묻힌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복원한다. 그는 <조선왕조실록>과 <백범일지>는 물론, 개인 문집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른바 ‘뒷골목 비주류 인생’들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린다.





▲ 투전도(김득신) ⓒ 조선의 뒷골목 풍경

그들은 민중의(民衆醫), 군도(群島)와 땡추, 노름꾼, 왈자, 탕자이며, 정절을 벗어던진 여인네다. 그뿐만 책속에는 아니라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과거가, 조선후기의 유행을 주도한 오렌지족인 별감이, 서울의 도살면허를 독점했던 반촌(泮村)과 탕자들이 벌이는 호사의 극이 온갖 자료들의 뒷받침을 받으며 차례차례 드러난다.

교과서의 역사를 ‘공문서 역사’라고 본다면 거기에선 아무도 삶과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거기 등장하는 이들은 임금이거나 장수고, 역적이거나 충신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명관이 펼쳐 보이는 이 조선 후기사에 좌충우돌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조금씩 모자라거나 조금씩 넘치는 이들로, 바로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다.

비록 그게 18, 9세기의 조선 풍경이지만, 거기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한, 한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되’는 원리야 저 봉건사회나 이 자본주의 사회나 무엇이 그리 다르겠는가.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무명의 의사들이다. 허준이나 이제마처럼 학식을 갖추고 조정에 중용된 명의들이 아니라 제대로 의서 한 권 읽지 못했지만 숱한 임상의 경험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려낸 민중의 조광일, 백광현, 피재길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이름을 얻으면서 어의가 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존재가 사실상 의료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었던 민중들을 살려낸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출세기가 아니라, 공식적 의료시스템 부재의 조선사가, 궁극적으로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음을 기다리는 현대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읽어낸 저자의 눈썰미가 두드러진다.

조선 후기 경제성장과 함께 일어난 변화 중에 도박의 성행과 관련된 풍경도 흥미롭다. 바둑, 장기, 쌍륙, 투전, 골패 가운데서 도박계의 패권을 차지했던 투전은 ‘소비하는 인간’으로서 상인 내지 중간층 인간형을 출현시켰다. 이 도박의 성행은 조선 후기사회에서 늘어나는 사회적 불확실성의 표지였다고 할 수 있다.


'금주령’이라면 20세기 초반의 미국사회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조선조 내내 국가가 수시로 금주령을 발동하여 개인의 음주를 금지했던 역사적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귀중한 곡물을 축내는 주범이었던 술에 대한 이 국가적 통제는 강력했지만, 실제 단속에 걸리는 이들은 힘없는 백성뿐이어서, 음주는 정작 양반 계급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적 쾌락이었던 모양이다.

사극 따위에는 주요 교통로마다 술과 밥을 파는 주막이 등장하지만, 기실 조선시대에 술집이 등장한 것은 상공업이 발달한 조선 후기로 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술집 풍경은 술을 뱃속에 쏟아붓고 주정을 하고 싸움을 벌이고 술집을 마구 부수는 형태였다고 책은 전한다. 술집 풍경은 불과 2, 3백 년 전이나 2, 30 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중세사회에서 가장 공정한 인재등용 방법이었던 과거는 실제 시행과정에서 엄청난 불공정을 내포하고 있어 그 속에 중세적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었던 제도였다. 18세기께 이미 과거는 인재선발 기능을 잃었다. 출사(出仕)의 욕망은 들끓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줄 벼슬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소수 문벌가문이 관직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과거는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로 전락하면서 온갖 비리와 부정의 백태(百態)가 연출되었다. 숱한 선비들이 머리를 썩이며 공부했던 내용도 기실 국가 관료로서의 현실적 유용성 따위와는 무관한 시(詩)와 부(賦)에 그쳤다. 그러니 벼슬길에 나아간 선비들이 서리들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은이는 조선조의 과거 열풍과 오늘날의 고시열풍을 견주면서 우리는 아직도 ‘조선 시대’를 치르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감동과 어우동은 조선조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여인들을 도덕적으로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스캔들을 조선시대 남성의 성적 욕망의 분출과 병치하면서 그 속사정을 살피고 있다. 흔히 ‘도덕의 나라’라고 했지만, 양반들의 광탕함을 살피면 조선조는 단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한 사회였을 뿐이었다. 중종 이후 실록에서 성적 언어가 공식적으로 추방되었을 뿐, 조선사회는 결코 윤리적 사회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고려말 안향 집안의 노비 후예들로 성균관 주변에 형성한 마을, 반촌(泮村)이 ‘서울의 게토, 도살면허 독점한 치외법권 지대’였다던가, 나라를 뒤흔든 무뢰배들인 ‘검계와 왈자’는 술집과 기방과 도박판을 주름 잡, 조선 후기 민간예능의 주 향유자였다는 사실을 저자는 꼼꼼하게 천착하고 있다.

이들 왈자 중의 한 부류인 별감은 호화로운 복식과 치장, 온갖 놀이문화, 유행을 주도하면서 시정의 유흥공간을 장악한 집단이었다. 저자는 이들은 역사 발전에 긍정적 기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 후기의 정치와 경제가 소외시킨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류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오렌지족’과 그들을 비기면서 변화와 불변의 본질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은 탕자다. ‘은요강에 소변 보고 최음제 춘화 가득’한 이들은 ‘유흥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전형으로 저자는 소설 <이춘풍전>과 <게우사>(판소리 ‘무숙이타령’의 사설 정착본)의 주인공 이춘풍과 무숙이를 꼽는다. 이들은 오직 소비와 유흥만을 일삼다가 끝내 몰락하는 인물인 바, 저자는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유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소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반문한다.

저자는 이 책이 한문학자로서 연구 과정의 결과로 얻은 가외의 소득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한 시대의 풍속사, 미시적 생활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탄탄한 자료의 뒷받침을 통해 그 객관성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이들의 인생을 복원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의 삶과 사회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네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인간사회 일반에 담긴 당대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란 시대를 넘어 연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다양한 자료와 해박한 박람강기를 통해 증명해 낸다. 그것은 그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현재의 인간은 시간적 변화의 산물이며, 역사학은 바로 변화하는 인간을 해명하는 학문”이라는 진술과 인과적으로 맞닿아 있다.

책 뒤에 실은 보론 ‘옛 서울의 주민 구성’도 흥미롭다. 서울에 사는 이들이라면 글을 읽으면서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곳곳에 실은 온갖 사진, 그림 자료들도 이 흥미로운 시간여행의 동반자가 넉넉히 되고도 남음이 있다.

2001년 저작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저자의 ‘조선 풍속기행’ 첫 번째 이야기다. 순서야 바뀌었지만, 나는 인터넷 서재의 보관함에다 위 책과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를 쟁여 두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즐거움과 소회를 마감하기로 한다.


<2009.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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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2009-04-16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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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발랄한(^^) 조선인의 삶

놀랐다. 사실 이러한 류의 책을 고를 땐 늘 망설임이 앞선다. 뭐랄까. 그냥 신변잡기적인 얘기를 그럴싸하게 얼렁뚱땅 엮어낸 역사(?) 책들도 많기에 이거 시간낭비할 수도 있겠다 싶어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런데...이건 좀 달랐다. 우선은 조선왕조실록 및 기타 국사교과서에 나오는 책들이 전부인 줄 알았던 조선시대의 문헌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데 정말 놀랐다. 다른 나라의 역사 이야기책은 줄줄 외우면서 정작 가까운 근대의 우리나라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책들은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데에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또한, 같은 책을 봐도 이렇게 달리 볼 수 있구나 하는 데 한번 더 놀랐다. 실록의 구절구절을 서민 혹은 중인들의 삶을 고증함에 인용하는 저자의 높은 식견이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왕실이나 양반네들의 점잖은 아니면 투기와 政爭이 매일인 일상사만을 TV와 기타 등등의 책에서 접하다가 이렇게 사람냄새 물씬 나는 얘기를 읽으니 가슴이 다 후련해짐을 느낀다. 조선이, 영조 정조 대왕이 남의 나라 어디에 있었던 존재들이 아니라 바로 나의 앞세대를 살아내었으며 따라서 나도 또한 역사의 흐름 속에 일부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특히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서울의 게토인 '반촌'에 대한 내용이었다. 전혀 알지못했던 사실로, 이들의 존재가 이렇게 없었던 듯 잊혀졌음에 허무함마저 느꼈다. 작가는 이들의 문화가 기존 조선의 질서와 예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기술하면서도 이들을 교화하고자 애썼던 안광수라는 이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헌데 사실 나는 안광수란 인물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유가의 예에서 벗어나 있던 부류들의 독특한 성격이 유가의 예에 감염되는 것을 보면 도리어 서글픔을 느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의 관점에 많이 동의했다. 무엇이든 주류의 문화에 자꾸만 맞추려 하고 그들에게서 벗어난 상태를 '일탈'과 '비정상'의 상태로 간주하려 하는 자체가 일종의 파시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인디언들의 문화를 하급의 문화로 치부하고 서양인들이 억지로 자신들의 세계에 편입시킴으로써 그들의 길고 긴 문화를 말살해버린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월의 흐름과 역사의 변화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그들이 살았던 그 상황을 혼자 상상하며 즐거움에 빠졌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출판사의 책편집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그림과 글의 배치가 매우 적절하고 표지나 내부의 편집이 스르르 읽고 싶도록 만들어 재미있는 얘기를 더욱 즐길 수 있게 한다. 책의 인기에 이것도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책이, 그냥 그렇게 시시하게 쓴 책이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반인(!)들의 얘기를 풀어 쓴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지난 일주일 이 책과 함께 정말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서설에 쓰인 말을 옮겨본다. 역사는 책 속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내가 역사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도 아닌, 현재가 모여 이루어진 산물이며 결국 이 모든 것은 인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역사를 정의한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일이지만, 나의 아마추어적인 견해로는 인간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략) 한편 인간은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는 존재이다. 현재의 인간은 시간적 변화의 산물이며, 역사학은 바로 변화하는 인간을 해명하는 학문이다. 나는 어떤 교훈적, 목적의식적, 기념비적 역사관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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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1-2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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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책의 소개에 써있다시피 이 책은 조선의 뒷골목을 누빈 무명씨들의 생기발랄한 삶의 현장을 쓴 글이다. 우리가 흔히 학창시절에 배워온 지배자가 주체인 그런 역사가 아닌 우리와 같은 서민들의 삶에 대해서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간간히 그림도 곁들여서 좀 더 역사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줬으며, 소주제 자체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몇 백년동안 이어져왔다. 한 왕조가 그렇게 오랜 시간 이어져온데는 지배자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서민들. 그렇지만 뭔가 시대의 흐름을 알려주는 인물이나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하다고 했던가?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의 서민들의 삶과 현대의 우리의 삶의 공통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도 술과 고기를 즐겼으며, 또한 여자도 즐겼다.(물론, 여자의 경우 어우동과 감동과 같은 큼지막한 파장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나, 기녀의 존재를 통해서 현대의 창녀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때도 대리시험을 봐주는 사람, 쪽집게 선생, 조폭등등 우리의 삶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았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흥미로운 부분을 꼬집어 재미있게 지은 역사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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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4-12-1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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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감이란 놈들

거참, 별감이라, 그놈들 참 매력적이다. 옷만 번드르르하게 입고, 술이나 처먹고, 소리 지르고 싸움판이나 만들면서 살지만 그래도 그놈들 찰 매력적이다. 숨 막힐 것만 같던 시대에 그런 인간들이 있었다니 놀랍다. 물론 놈들은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서민들 등처먹고, 돈으로 사람들 매수하고, 양반들에게는 굽신거리다 술 취하면 주먹 날리기 일쑤다. 그래도 놈들은 매력적이다. 놈들에게는 그저 한 세상 즐겁게 살자, 하는 그런 맛이 있다. 때론 그렇게 살고 싶다. 있는 돈 공중에 던지며 그렇듯 살아 보고 싶다. 우리네 삶은 조선 시대 기준으로 보자면 애양민에도 못 미치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늘 양반입네 하고 폼 잡고 살았던 것을 심히 부끄럽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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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l 2003-08-2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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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엄숙한 담론에 가려진, 잊혀진 사람들의 삶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2003, 푸른역사.




강명관,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로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국문학, 특히 고전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가 역사책을 또 썼다. 기존 역사학자들이 쓰지 못하는 그런 자료를 가지고 썼다. 거대담론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그 거대담론 뒤에 가려진 일상의 작은 사람들을 조명한 것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왕과 양반처럼 고귀한 사람들 아니면, 홍경래나 임꺽정처럼 무언가 큰 사고를 낸 사람들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이라고 해서 다를까? 불과 몇십 년 지나지 않아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이 될 것이다. 이들을 누가 기억할 것인가. 장구한 시간 우리 역사를 만들어간 대다수의 상놈 개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들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준단 말인가. 역사라는 거대하고 엄숙한 담론에 가려진 잊혀진 사람들의 일상의 삶, 그들 삶의 리얼리티는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라며 그는 너스레를 떤다. '작고 시시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에 관심 갖는 자기 같은 사람은 한심한 사람이라고 괜히 위악을 떨어본다. 물론 요즘 관심이 온통 생활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시대적 코드에 맞아 강명관의 글은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글이 단순히 뜨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치밀하고 섬세하다. 그의 섬세한 촉수가 있었기에 그런 역사를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기존 역사학자들이 많이 놓치고 있었던 한시, 생활기록 등 국문학에서 오히려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구성했다. 물론 공적 자료인 <실록>으로 보완할 것은 또한 보완했다.

그의 섬세한 촉수가 부럽다. 아니 그런 촉수는 그 만한 노력, 발품, 무거운 엄덩이기 있었기에 만들어진 촉수일 것이다. 그저 주어진 것은 없다.

나 역시 요즘 관심을 돌리고 있긴 하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역사를 위하여" 말이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룬 사람들은 민중의사, 군도와 땡추, 도박, 금주령과 술집, 과거, 성풍속, 반촌, 별감, 탕자 등 그야말로 아웃사이더적인 주제들이다. 술과 관련된 역사만 다뤄도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긴 몇 년 전에 <술의 사회사>라는 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 바로 곁에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눈여겨 보지 않았던 테마들. 이제 정당한 관심을 받을 때도 되었다.

그와 함께 그의 서문에서 소개한 세계최초 금속활자의 우리민족사의 허구를 지적하는 글이 와 닿았다. 분명 세계 최초로 만들었으되, 그것을 대중화하지는 못했다. 구텐베르크의 그것은 대중화하기 쉬어 그것이 곧바로 지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누가 먼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이 이후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부럽다. 나도 시작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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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08-11-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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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그만그만..



영조는 참 고약한 임금이로다! 우아한 정통 역사책에서 익히 들어온 영조의 치적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고단한 백성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한 잔 걸치는 탁주마저 임금의 명으로 금하다니 이 부분에서 만큼은 참으로 고약한 임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호라~ 불쌍하도다! 영조 치세의 수많은 주당들이여! 술 한 잔 마음놓고 마시지 못하는 암흑의 시대를 견디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가? 게다가 영조라면 조선의 역대 임금 중에서도 명이 길어 재임기간이 무려 50여년에 이르지 않더냐?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추상같은 금주령을 피해 땅 속에 술동이를 파묻고 골방에 숨어 쉬쉬하며 마셨더란 말이냐?




지금이야 술의 주원료인 쌀과 보리가 남아도는 세상이고, 나도 해만 떨어지면 눈빛이 반짝반짝 ‘어디 술 마실 쾌가 없을까?’ 전화통 붙잡고 기다리는 주당이니 아마 금주령 치하 그 시절에 살았더라면 분명 골방에 숨어 홀짝홀짝 술잔을 기울이며 임금과 금주령과 세상을 탓하고 있는 못난 한량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양반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그렇긴 하다. 하지만 뭐 그렇더라도 특별히 아쉬울 것은 없다. 마당 쓸다가 돈 줍는다는 말이 있듯 어쩌다 생긴 공돈으로 탁주 한 되 받아다가 몰래 숨어 마시는 마당쇠였다 한들 어떠랴? 호젓한 물레방앗간에 탁주 한 사발과 삼월이만 옆에 있으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었을 터!




아무래도 이 책은 위와 같은 말투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작가도 책 머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근엄하고 장중한 역사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조와 신하가 등장하는 역사, 영웅이 나타나 난세를 구하더라는 우아한 역사서를 기대했다면 애초에 책을 잘못 고른 것이다. 요새 수능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데 과연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도 부정행위가 있었을까? 로또나 경마가 없던 조선시대의 서민들은 무슨 도박으로 인생역전을 꿈꾸었을까? 조선시대에도 패션 유행을 주도해가는 오렌지족이 있었을까? 섹스스캔들의 대명사 <어우동>에 대한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녀의 남자들은 어떻게 처벌되었을까? 등 임금의 어가행렬이 지나가는 큰길의 역사가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뒷길, 골목길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인 것이다.


그렇다고 책 만듦새가 뒷골목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백성들의 역사, 민초들의 역사를 독특한 문체로 읽기 쉽게 써내려간 작가가 오히려 정통 한문학과의 근엄하신 교수님이라는 점도 재미있고, 한문학 교수답게 매우 많은 분량의 문헌 고증을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얘기의 흐름과 함께 적당한 그림과 사진을 깔끔하게 배치하여 독자가 한 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아주 잘 만들어진 책이다. 어느 매체의 영화평 스타일을 빌자면 ‘역사서에는 반드시 아름다운 후궁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 구독 절대불가, 그 외 누구나 강추!’라 하겠다.


미시사 책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선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의 문화적 수준이 오늘날 우리의 그것보다 저열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무릇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 그만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갖은 똑똑을 다 떨고 있는 나도 영조의 금주령 아래 살고 있다면 지금쯤 없는 제사를 만들어서라도 술 한 잔 마실 구실을 찾고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요, 나물캐는 아낙이 과거시험장 담 밑으로 연결된 답안지 수송용 대롱을 발견했던 것처럼 요새 경찰은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수능시험 부정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백하거니와 그들이 춘화를 돌려 보며 희희낙락했던 것처럼 나도 지금 모니터 바탕화면에 흑백 누드사진을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피맛골 근처에 가서 한 잔 마셔야겠다. 물론 지금은 영조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감사의 묵념이라도 한 번 올리고 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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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善若酒 2004-12-2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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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나 그때나 똑같군....

상투적인 어구지만 역사학자인 카가 말한 듯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이 책을 통해 많이 느끼고 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상과 그때의 불확실한 모든 것이 그렇게 유사하지. 우리나라의 일인당 도박 액수가 15만원이라는 사실과 로또에 환장한 인간들은 조선 후기의 도박이 성행했다는 것은 그때 사람과 지금 사람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수능 시험에 학연으로 출제자가 학원 강사이라는 것은 그 당시의 과거 시험의 부정부패와 왜 그렇게 유사하지.. 아무튼 기가 막혀 오래 못 살 것 같다. 개같은 세상. 언제나 깨끗한 세상이 올 거지..

이책을 보면 역사라는 게 직선으로 간 것이 아니라. 원형으로 뱅글뱅글 도는 것 같다. 한마디로 역사 허무주의라고 할까.. 그래도 그당시 보다 지금이 낫다. 제도적으로 민의가 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니까.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잘 선택해서 올바른 정치를 펼쳐 조선 시대의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현재의 희망이 있는 사회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역사를 왜 배우나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게 하는게 역사의 소임이 아니겠나. 그리고 역사라는게 지배층간의 권력 다툼만 소개하는게 아니라 일반 백성을 통해 그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 줄 수 있어서 좋았다.그리고 그 당시의 풍속이나 지금의 풍속 별차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모든 인간의 욕망은 똑같다라고 생각한다. 어우동의 어미의 '정욕없는사람이 어디에 있나'라는 말이 영화 '바람난 가족'의 모티브와 그렇게 닮았는지 이책으로 보면서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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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pjh 2004-02-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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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성리학적 리걸리즘 뒤에 숨은 시정(市井)의 일상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조선 후기 한양의 하층민, 시정 무뢰배, 그리고 그들과 뒤얽혀 살았던 민중의 삶을 다각도로 포착한 역사 교양서이다. 지배층의 명분론과 성리학적 질서에 은폐되어 있던 민민의 실제 생존 방식과 유흥 문화, 그리고 사회적 부조리를 문헌 고증을 거쳐 재구성해 낸다.

  • 민중의와 억압받는 이들의 생존:

    궁궐과 권력층만을 바라보던 관학 의학의 한계를 넘어, 가난하고 권세 없는 시정 백성을 고친 조광일이나 백광현 같은 ‘민중의’들의 실천을 조명한다. 한편 토지를 잃고 도적이 된 군도(群盜)와 산속의 땡추, 성균관 주변의 치외법권 지대인 반촌(泮村)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병든 사회 체제가 양산한 생존의 그늘을 파헤친다.

  • 욕망과 유흥의 공간, 그리고 부패:

    조선 후기 경제적 변동 속에서 발흥한 투전판과 술집, 검계(劍契)와 왈자, 궁중 하급 관리인 별감 등 유흥 공간을 주름잡던 이들의 생태를 서술한다. 또한, 도덕성을 자처하던 양반층의 과거시험 부정행위와 성적 이중성(감동, 어우동 사건 등)을 폭로하며, 엄숙주의의 탈 뒤에 숨겨진 인간적 욕망과 사회적 타락의 백태를 드러낸다.

평론: '기념비적 역사'를 넘어 미시사로 읽어낸 인간의 본질

저자 강명관은 서설에서 "어떤 교훈적, 목적의식적, 기념비적 역사관도 믿지 않는다"라고 선언한다. 이 책은 왕조 중심의 거시사나 거창한 민족주의적 서사에서 벗어나, 역사학의 본질인 '변화하는 인간의 해명'에 집중하는 미시사적 탐구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 지배 담론에 대한 과감한 균열

조선시대는 표면적으로 공맹의 가르침과 억강부약의 유교적 도덕관으로 무장한 성리학 국가였다. 그러나 저자가 펼쳐 보이는 뒷골목의 풍경은 도박에 미쳐 집안을 말아먹는 선비, 과거시험에서 온갖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권력가, 기생을 두고 패싸움을 벌이는 왈자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엄격한 사료 검증을 통해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사회의 이면을 가차 없이 파헤친다. 이로써 국가가 제정하고 강요한 규범과 실제 민중이 영위한 삶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실증한다.

2.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책 한 줄에 기록되기 어려운 하층민과 무뢰배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단순한 '사회적 악'이나 '개혁 대상'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도적이나 왈자 집단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그러한 형태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중세 사회의 구조적 모순(토지 소유의 불평등, 신분제의 한계, 관료 제도의 부패)을 통찰한다.

3. 현재적 질문으로서의 과거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 지닌 최고의 가치는 수백 년 전 한양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거울을 21세기 현대 사회로 향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조선 시대의 과거 열풍을 오늘날의 과도한 입시·고시 열풍에 비유하고, 왈자와 별감의 유행 문화를 현대의 소비문화 및 오렌지족과 견주어 보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시공간과 제도적 틀은 변했을지언정, 욕망을 추구하고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본질적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사료를 다루는 문학학자의 치밀한 안목과 인간을 바라보는 혜안이 결합한 뛰어난 노작이다. 정사(正史)가 지워버린 시정 잡배와 이름 없는 백성들의 숨소리를 복원해 냄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이라는 국가를 보다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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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2003) — 1,000단어 요약·평론

강명관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왕과 정치가, 전쟁과 제도 중심으로 서술되어 온 조선사를 의도적으로 비껴간다. 저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의원, 도적, 도박꾼, 왈자, 기생, 술꾼, 탕자 같은 사람들이다. 즉 역사책의 앞문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살아가던 ‘뒷골목’이다. 2003년 푸른역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394쪽 분량의 조선 생활풍속사이며, 저자가 앞서 펴낸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에 이어 일상생활을 통해 조선을 재구성한 대표적인 대중 역사서다.

1. 역사의 주인공을 바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연구 대상의 전환이다. 전통적인 조선사는 임금, 사대부, 당쟁, 성리학, 외교와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강명관은 이런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의 질문은 단순하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가?”

서울 거리에는 술집이 없었을까? 도박꾼은 어떻게 놀았을까? 조직폭력배 같은 사람은 없었을까? 기생과 유흥업을 둘러싼 사회는 어떻게 작동했을까? 병에 걸린 가난한 사람은 누가 치료했을까?

강명관은 이런 질문이 역사학에서는 오랫동안 ‘시시한 질문’ 취급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각종 문집, 야담, 기록, 실록 등을 뒤져 자료를 모았다.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은 ‘조선’이라는 추상적인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먹고 마시고 싸우고 사랑하고 병들고 돈을 잃었던 사람들이다.

2. 민중의 의원들

흥미로운 첫 사례가 의료다.

조선에는 내의원과 전의감 같은 국가 의료기관이 있었지만 왕실과 지배층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혜민서와 활인서도 있었지만 의료 혜택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므로 평범한 백성에게는 공식 의료체계 바깥에서 활동하던 의원들이 중요했다.

강명관은 조광일, 백광현, 피재길, 유상, 홍익만, 이헌길 같은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백광현은 말 치료에서 출발하여 종기 치료의 명의가 되었고, 피재길은 떠돌이 약장수에서 출세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의술이 단순한 개인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질문 하나가 숨어 있다.

<의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궁중의 명의보다 이름 없이 가난한 백성을 치료한 의원들의 존재를 통해 저자는 조선 사회의 계급적 의료 현실을 보여준다.

3. “모이면 도적, 흩어지면 백성”

도적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사회사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강명관에게 도적은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가 아니다. 토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농민이 흉년, 세금, 관리의 수탈 등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을 때 유민이 되고, 유민이 집단화하면 도적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등장하는 표현이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된다>

이다.

홍길동, 임꺽정, 일지매 같은 존재가 민중 사이에서 영웅화된 것도 이런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권력자와 관리들의 착취가 오히려 더 큰 ‘도둑질’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사는 곧 빈곤과 사회불평등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것은 현대 사회학적으로 읽어도 흥미롭다. 범죄자를 단순히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범죄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먼저 보려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4. 도박과 소비문화

조선 사람 역시 도박을 좋아했다.

특히 조선 후기 투전이 널리 퍼지면서 도박은 사회문제가 되었다. 양반과 평민을 가리지 않고 도박판에 빠져들었으며,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도 생겼다.

여기서 강명관이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히 “옛날에도 도박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도박이 성행하려면 현금경제와 소비문화가 어느 정도 발전해야 한다. 즉 투전판은 조선 후기 상품경제와 도시문화가 성장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은 창문이다.

조선 사회를 ‘성리학적 농업사회’라고만 이해하면 이런 역동성이 보이지 않는다.

5. 왈자와 조선의 조직폭력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존재가 ‘왈자’다.

왈자는 오늘날로 치면 유흥가의 건달이나 폭력배에 가까웠다. 기방과 유흥가를 드나들고, 싸움과 폭력을 일삼으며, 기생이나 별감과도 연결되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조선의 도시에도 공식 국가권력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비공식적 권력망이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

강명관은 이렇게 조선의 ‘질서 잡힌 유교사회’라는 이미지에 균열을 낸다. 실제 서울의 밤거리에는 술과 성, 돈과 폭력, 놀이와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도박꾼, 탕자, 폭력조직, 졸부와 도적이 활보하던 세계가 존재했다.

6. 이 책의 더 큰 문제의식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모음집이 아니다.

그 배후에는 역사학에 대한 강명관의 비판이 있다.

한국사가 오랫동안 ‘민족’이라는 거대한 단위로 서술되면서 실제 조선을 살았던 상민, 노비, 여성 등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강명관은 민족적 자부심을 강조하는 역사에도 비판적이다. 예컨대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였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했고 얼마나 실제 지식 유통을 확대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무엇을 최초로 만들었는가?>

보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역사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평론

1. 가장 큰 장점 — 조선인을 인간으로 되돌려놓는다

이 책의 가장 큰 공헌은 조선 사람을 지나치게 유교적이고 근엄한 존재로 보는 통념을 해체한 데 있다.

우리는 흔히 조선을 생각하면 사대부가 경전을 읽고, 여성이 내외법에 갇혀 있으며, 백성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강명관의 조선에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싸우며 성을 사고팔고, 부자가 되려고 욕망하고,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법망을 피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조선 사람을 ‘현대인과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 탐욕과 인정욕구를 가진 인간으로 복원한다.

강명관이 대중적 역사저술가로 크게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상당한 독자를 확보했다.

2. 그러나 ‘옛날에도 똑같았다’는 결론은 위험하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다 보면 한 가지 함정이 생긴다.

“조선시대 사람도 지금 사람과 똑같았구나.”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리다.

도박, 성매매, 폭력, 술, 부패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과 그 사회적 의미가 오늘날과 같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신분제 사회의 왈자와 현대 조직폭력배는 같지 않으며, 조선의 기생과 현대 성산업 종사자를 그대로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

강명관은 현대적 비유를 매우 잘 활용하지만, 독자가 그것을 지나치게 받아들이면 역사적 차이가 지워질 위험이 있다.

3. 구조보다는 에피소드가 앞서는 약점

또 하나의 한계는 풍부한 사례가 오히려 체계적 분석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이런 재미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건도 있었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롭지만 조선 후기의 경제구조, 신분제 변화, 도시화, 국가권력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사회사와 비교하면 설명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 책을 조선 사회 전체에 대한 완결된 역사서로 읽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사와 제도사가 놓친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4. 사회학적으로 특히 흥미로운 책

이 책의 가치는 역사학보다 오히려 사회학적 관점에서 더 선명해질 수 있다.

강명관이 보여주는 조선은 공식적인 규범과 실제 행동 사이에 엄청난 거리가 있는 사회다.

성리학은 절제를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술을 마셨다.

도덕은 성적 절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방은 번성했다.

국가는 도박을 금지했다.
그러나 투전은 유행했다.

법은 도적을 처벌했다.
그러나 빈곤과 수탈은 끊임없이 도적을 만들어냈다.

즉 <규범적 질서와 생활세계의 괴리>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이것이야말로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 단순한 역사잡학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종합 평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조선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기보다, <조선사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주는 책>이다.

왕조의 역사가 아니라 사람의 역사를 보게 한다.

또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 사회를 이해하려면 그 사회가 공식적으로 무엇을 주장했는가를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가를 보아야 하는가?>

강명관은 단호하게 후자를 택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유교국가 조선’이라는 한마디만으로 500년의 사회를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지만 동시에 돈, 술, 폭력, 성, 범죄, 의료, 빈곤, 출세욕이 움직이는 인간사회였다.

내가 이 책의 성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강명관은 조선의 위대한 제도나 사상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그 제도와 사상 아래에서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조선 사회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다만 다음 단계에서는 강명관의 에피소드들을 보다 체계적인 사회경제사와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읽으면 이 책은 ‘조선에도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는 재미있는 풍속사를 넘어, <성리학적 공식질서 아래에서 시장·도시·욕망·비공식 권력이 성장하고 있었던 조선 후기 사회의 이중구조>를 보여주는 책으로 읽힐 수 있다.

특히 강명관의 책을 함재봉의 <한국 사람 만들기/한국인의 탄생>과 나란히 읽으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조가 생긴다. 함재봉이 <사상과 정치엘리트가 어떤 한국인을 만들어냈는가>를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강명관은 <그 질서 아래에서 보통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가>를 밑에서 올려다보기 때문이다. 두 시각을 합치면 조선사에 대한 훨씬 입체적인 그림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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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에 나오는 정보는 어떤 종류의 사료에서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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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쓰인 자료들은 저자 강명관 교수의 전공(한문학)을 바탕으로 한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1차 사료에서 나온다.

공식 기록(정사)에 잘 잡히지 않는 '시정잡배'나 '하층민'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저자는 공식 사서뿐만 아니라 야사, 개인 문집, 형사 기록 등 당시 조선인들이 남긴 문헌을 샅샅이 파헤쳤다. 주요 자료의 출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관찬 사서 및 국가 공식 기록 (정사)

기본적인 국가의 법률, 정책, 사건 해결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사료이다.

  • <조선왕조실록>: 금주령 발포 내역, 과거시험 부정행위(장원급제자 취소 사건 등), 도적떼(군도)나 무뢰배(검계) 단속에 대한 논의 및 범죄 스캔들(감동, 어우동 사건 등)의 사법 처리 기록.

  • <승정원일기> 및 <일성록>: 왕과 신하들이 한양 시정의 치안, 도박 문제, 반촌(성균관 주변 마을)의 도살 문제 등을 논의한 구체적 대화와 실태 기록.

  • <대전통편>, <속대전> 등 법전: 투전(도박), 금주령, 도축, 유흥 및 무뢰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 조항.

2. 양반 문신 및 지식인들의 개인 문집 (야사 및 에세이)

양반들이 공식 역사서에 적지 못했던 시정의 생생한 풍경과 소문, 개인적 견해를 담은 글들이다.

  • 연암 박지원의 문집 (<열하일기> 등): 조선 후기의 술집 풍경, 음주 문화, 시정 백성들의 생활상에 대한 관찰과 비판.

  • 다산 정약용, 성호 이익 등의 실학자 문집: 당시 사회의 부조리(과거 시험 부패, 도박의 폐해, 의원들의 폐단)를 개탄하며 남긴 비판적 성찰.

  • 홍양호 등 사대부들의 문집: 침술로 민중을 구한 조광일이나 백광현 같은 '민중의'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傳記) 및 행장(行狀).

3. 야담집(野談集) 및 민간 설화집

조선 후기 도시 경제가 발전하면서 크게 유행한 민간 서사 장르로, 시정의 생생한 목소리가 가장 잘 담겨 있는 핵심 사료이다.

  • <청구야담>, <계서야담>, <동야휘> 등: 검계와 왈자의 패싸움, 투전판에서 재산을 탕진한 탕자 이야기, 기생과 별감의 스캔들, 도살 면허를 쥔 반촌 사람들의 비화 등 당시 한양 뒷골목의 실제 사건과 유행이 흥미롭게 기록되어 있다.

4. 사법 및 형사 관련 기록 (추국청/형조 사료)

  •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 의금부나 형조에서 모반, 살인, 도적, 불법 결사(검계 등) 혐의자를 취조한 심문 기록이다.

  • 정사에서는 볼 수 없는 범죄자, 무뢰배, 하층민의 실제 진술과 신문 과정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하급 계층의 행동 양식과 어투, 사회적 관계망을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같은 거시적 공식 기록 위에, 사대부의 개인 문집과 야담집, 그리고 형사 심문 기록이라는 미시적·민간적 자료들을 겹쳐 놓음으로써 완성된 노작이다. 지배층이 '이상적 규범'을 적어놓은 자료와 '실제 일탈의 현장'이 담긴 자료 사이의 간극을 포착해 낸 것이 자료 활용의 핵심이다.


==

네. 이 책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공식 국가기록 하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여러 종류 문헌을 강명관이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당시 서평에서도 <조선왕조실록>부터 개인 문집까지 방대한 자료를 사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선왕조실록> 같은 국가 공식 기록

가장 기본적인 자료입니다.

실록에는 왕과 고위관료 이야기만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 도적과 강도
  • 도박 단속
  • 기생과 성 문제
  • 폭력사건
  • 관리의 부패
  • 특이한 범죄
  • 전염병과 의원
  • 어우동 같은 성범죄·풍속 사건

등이 상당히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어떤 사건이 형사사건이나 정치문제가 되면 평범한 사람도 갑자기 실록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강명관이 ‘뒷골목’을 복원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국가가 문제 삼았기 때문에 기록된 서민의 삶>

을 거꾸로 읽어내는 것입니다.

어우동 같은 인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녀의 생활을 본인이 기록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녀를 조사하고 처벌했기 때문에 기록이 남은 것입니다.


  1. <승정원일기>·관청 기록 등 행정자료

실록보다 훨씬 자세한 일상적 행정 기록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면

  • 어떤 범죄가 발생했는가
  • 도박을 어떻게 단속했는가
  • 어떤 질병이 유행했는가
  • 왕에게 어떤 약을 썼는가
  • 죄인을 어떻게 심문했는가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이런 기록에 남습니다.

실록이 사건을 압축해서 기록한다면 이런 자료는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더 자세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1. 사대부들의 <개인 문집>

사실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이것입니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자신의 시와 글뿐 아니라

  • 자신이 만난 기인
  • 이름난 의원
  • 도둑 이야기
  • 술꾼
  • 건달
  • 기생
  • 거리에서 벌어진 사건
  • 소문
  • 재미있는 일화

등도 기록했습니다.

당시 신문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개인 문집이 오늘날의

<신문 칼럼 + 회고록 + 인물기 + 사회관찰 기록>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명관은 원래 <조선후기 여항문학>과 한문학을 전공한 연구자이기 때문에 이런 한문 문집을 읽어내는 능력이 그의 상당한 강점입니다. 그의 초기 연구 자체가 조선 후기 여항문학과 문학·예술의 사회적 생성공간을 다룬 것이었습니다.


  1. <야담·필기·잡록>

아마 <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조선의 문인들은 정식 역사책에는 넣기 어려운 이야기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이런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어떤 도둑은 대단히 의리가 있었다.”

“어느 의원이 기묘한 방법으로 환자를 살렸다.”

“어떤 사람이 투전에 빠져 전 재산을 잃었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을 흔히

<야담(野談)>
<필기(筆記)>
<잡록(雜錄)>

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날로 비유하면 <신문 사회면·가십·도시전설·회고담·르포>가 섞여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 때문에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록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들은 이야기를 옮긴 경우도 있고, 과장도 있으며,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해 이야기를 꾸몄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1. 개인의 <일기·회고록>

일기는 생활사를 연구할 때 매우 귀중합니다.

공식 기록에서는 알기 어려운

  • 돈을 얼마나 썼는가
  • 누구와 술을 마셨는가
  • 어디에 놀러 갔는가
  • 병이 나서 어떤 의원을 불렀는가
  • 어떤 소문을 들었는가

같은 정보가 나옵니다.

이런 기록은 ‘조선 사회가 무엇을 규정했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1. 의학서·법전·규정 같은 전문 문헌

의원이나 질병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 의학서
  • 처방 기록
  • 의원 관련 전기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도박·범죄·성풍속을 설명할 때는

  • 법전
  • 금령
  • 형사 관련 기록

등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계속해서 “투전을 금한다”는 명령을 내렸다면 그것은 투전이 없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금지해도 사람들이 계속 투전을 했다는 증거>

가 될 수 있습니다.

생활사 연구자들은 이런 식으로 공식 규범을 역으로 읽기도 합니다.


  1. 그림과 문학작품

강명관의 연구 전체에서는

  • 신윤복·김홍도의 풍속화
  • 한시
  • 소설
  • 판소리
  • 기생 관련 문학

등도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의 전작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가 바로 신윤복의 풍속화를 역사 자료로 읽어낸 책입니다. 그의 관심은 계속해서 기방·도박·놀이·성 같은 기존 역사학의 주변부 생활문화에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자료도 사진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림과 소설에는 작가의 상상과 관습적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사료의 대표성>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문집에

“한 도박꾼이 집을 모두 날렸다”

라는 기록이 있다고 합시다.

그것은

<그런 도박꾼이 실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는 증거는 됩니다.

그러나 곧바로

<조선 사람들은 도박을 매우 많이 했다>

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닙니다.

더구나 뒷골목 사람들은 대부분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조선의 서민은 대개

<서민이 자기 자신을 기록한 모습>이 아니라

<관리와 양반 문인이 바라보고 기록한 서민>

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강명관은 <양반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서민을 복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료의 상당 부분은 바로

<양반과 국가가 남긴 기록>

입니다.

즉,

<지배층의 기록을 이용하여 지배층의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을 찾아내는 작업>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읽을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질문이 생깁니다.

<강명관이 그려낸 ‘조선의 뒷골목’은 실제 서민의 세계인가, 아니면 양반들이 바라본 서민 세계를 현대의 역사학자가 다시 재구성한 것인가?>

답은 아마 <둘 다>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생생하지만, 각각의 일화를 ‘있는 그대로의 조선 생활’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누가, 왜, 어떤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기록했는가>를 함께 물으면서 읽을 때 훨씬 더 좋은 책이 됩니다.

특히 다음 질문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조선의 평민이나 여성 자신이 직접 남긴 기록은 얼마나 있으며, 그것만 가지고 조선의 일상생활을 다시 그려볼 수 있을까?> 이 문제로 넘어가면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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