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9

전쟁과 양심 -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 강인철 2025

전쟁과 양심 | 知의 회랑 52 | 강인철 | 알라딘

전쟁과 양심 -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 知의 회랑 52
강인철 (지은이)성균관대학교출판부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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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양심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다. 서두에서 저자는 이러한 양심의 내밀한 윤리적 명령에 따라 전쟁을 개시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되는지부터 묻는다. 사실 가장 큰 규모로 조직화되는 국가폭력이자 그 잔혹한 과시인 전쟁은 뭇사람들의 양심을 억압하고 마비시키는 주범이었고, 역사 속 선동가들은 나약함, 비겁함, 매국의 징표라며 양심을 조롱하고 경멸하곤 했다. 전쟁은 언제나 양심의 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록 취약하고 무력해 보일지언정 양심은 전쟁의 가장 끈질긴 적수였다.

저자는 이 양심이란 연면한 토대 위에서 비폭력과 평화의 신념으로 무장해 전쟁과 폭력의 광풍에 맞서 싸운―싸우고 있는―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전쟁과 양심’이란 극단적 대립항을 주제 삼은 이 책은 세계와 한국을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통사적으로 추적한 최초의 역사서이자, 비교역사적 접근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한국적 특수성’을 되짚어본 근현대 한국의 사회사다.

먼저 세계사 차원의 포괄적 개관 위에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온 한국전쟁 때부터 2000년까지 반세기의 역사를 재조명한 뒤, 195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중반 사이 징병제 도입과 그 정착에 따르는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과정에 집중한다.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사(史)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서구 사회들과의 비교 맥락에서 고찰해나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비폭력과 평화의 신념은 끝내 살아남았으며, 가공할 국가폭력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음을 역설하고 있다.

『평화의 전환, 공론화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쉰두 번째 책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서론
1. 양심적 병역거부 연구의 국내외 동향
2. 핵심 행위자들

《제1부 세계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2장 세계적 차원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1): 제2차 세계대전 이전
1.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적 다양성: 유형들
2. 종교개혁 이전
3. 종교개혁 이후
4. 제1차 세계대전과 전간기戰間期

제3장 세계적 차원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 두 번째 세계대전과 그 후
2. 대체복무제의 변화
3.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국제 규범의 형성
4. 불균등 발전

제4장 추가 사례연구: 미국
1. 역사적 변천(1): 2차 대전 이전
2. 역사적 변천(2): 2차 대전 발발 이후
3.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및 심사
4. 현역군인의 양심적 병역거부

《제2부 한국과 양심적 병역거부: 1950~2000년》

제5장 식민지 조선과 양심적 병역거부
1. 평화주의 교단들의 한국 진출: 재림교회와 여호와의증인
2. 식민지 말기 징병제 도입을 전후한 갈등
3. 징병제 시기의 선택적 병역거부자들
4. 평화운동의 부재 혹은 결핍?: 식민지 조선의 종교와 사회

제6장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1. 해방 후 한국형 징병제의 형성과 정착
2. 평화교회의 교단 재건
3. 재림교회의 양심적 집총거부와 교회-국가 갈등
4. 여호와의증인 교단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교회-국가 갈등

제7장 암굴暗窟 속의 사투: 강화되는 처벌, 가중되는 딜레마
1. ‘한국형 대체복무제’의 도입: 발전주의적 대체복무제
2. 재림교회: 교회-국가 갈등, 집총거부 교리 포기, 교단 분열
3. 여호와의증인: 국가폭력의 집중점

제8장 다른 장소와 유형의 거부자들
1. 개별적 거부자들
2. 역사적 평화교회들의 한국 진출: 퀘이커와 메노나이트
3. 예비군 거부자와 전투경찰 거부자
4. 학교와 양심적 집총거부: 학생군사훈련의 등장과 폐지

《제3부 한국의 군사주의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9장 한국의 특성들: 비교의 맥락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

제10장 한국의 군사주의와 양심적 병역거부
1. 왜 군사주의를 문제 삼는가?
2. ‘한국적 군사주의’의 형성과 양심적 병역거부
3. 군사주의 강세의 결과인 평화운동 약세

제11장 한국의 종교적 군사주의: 개신교의 사례
1. 양심적 병역거부, 해외파병, 그리고 한국 개신교
2. 군사화된 군종
3. 전투적 전쟁 교리
4. 교리화된 반공주의
5. 일상생활 속의 군사주의
6. 소결

맺음말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수록 도판 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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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8 지난 세기의 한국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희소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비록 공론의 무대 위로 올라오지는 못했을지라도 우리 사회의 ‘어둡고 격리된’ 곳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반세기 전부터 줄곧 존재해왔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2만 명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ㆍ사회적 시민권’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소규모 개신교 종파들의 문제로 한정되었기에 50년 넘도록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지도 못했던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오랫동안 망각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쟁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민주화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조차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데 십수 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본문 ‘머리말’ 중에서 접기
P. 28 2018년 11월 1일 한국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범죄화’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통해 ‘양심(良心)’의 의미를 부각한 정의를 이렇게 제시한 바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ㆍ윤리적ㆍ도덕적ㆍ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본문 ‘제1장 서론’ 중에서 접기
P. 224 1950년대 이후 한국 정부는 국민개병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병역 기피자의 색출과 처벌에 대단히 열심이었고, 병역의무에 관한 한 어떠한 예외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본문 ‘제2부 제6장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중에서
P. 280 박정희 정권은 재림교회의 집총거부 입장을 꺾는 데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군사정권은 1970년대 중반 들어 이번엔 “병무 비리 일소”를 내세워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병역기피자”로 낙인찍은 이들 가운데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 교단 신자들이 자연스레 국가에 의한 집중적 억압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당시 국가는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형평성 논리를 앞세워, 양심적 병역거부를 오로지 ‘병역기피’ 혹은 ‘병역비리’의 프레임을 통해서만 해석했다.
―본문 ‘제2부 제7장 암굴(暗窟) 속의 사투: 강화되는 처벌, 가중되는 딜레마’ 중에서 접기
P. 400 197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법을 어긴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을 깨뜨린 행위”였고,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은 “파렴치하고 비겁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했다. 반면 병역 이행은 ‘국가라는 도덕공동체’의 일원으로 마땅히 감수해야 할 도리이자 의무이자 미덕으로 담론화되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담론과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담론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나란히 위력을 키웠다. 신성한 국방의무 담론은 도덕적 제재가 자아내는 수치심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공포, ‘병역기피자’에 대한 빈틈없는 감시와 가혹한 처벌에 대한 공포를 자양분 삼아 번성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공포에 의한 병역 신성화’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본문 ‘제3부 제10장 한국의 군사주의와 양심적 병역거부’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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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인철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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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2025년까지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시민종교, 전사자 숭배, 한국의 종교정치, 군종제도,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한국 천주교, 북한 종교, 민중 개념사, 광주항쟁 등을 탐구해왔다. 현재는 기독교사회주의 운동, 그리고 종교와 폭력ㆍ평화의 관계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번에 나온 『한국 개신교우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21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2025년 가을에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인 『... 더보기

최근작 : <한국 개신교우파>,<평화의 전환>,<전쟁과 양심> … 총 2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양심은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강력한 마음의 소리다”
사회학자 강인철 교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 편

비폭력과 평화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온
용기 있는 사람들의 세계사와 한국사

양심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다. 서두에서 저자는 이러한 양심의 내밀한 윤리적 명령에 따라 전쟁을 개시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되는지부터 묻는다. 사실 가장 큰 규모로 조직화되는 국가폭력이자 그 잔혹한 과시인 전쟁은 뭇사람들의 양심을 억압하고 마비시키는 주범이었고, 역사 속 선동가들은 나약함, 비겁함, 매국의 징표라며 양심을 조롱하고 경멸하곤 했다. 전쟁은 언제나 양심의 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록 취약하고 무력해 보일지언정 양심은 전쟁의 가장 끈질긴 적수였다.
저자는 이 양심이란 연면한 토대 위에서 비폭력과 평화의 신념으로 무장해 전쟁과 폭력의 광풍에 맞서 싸운―싸우고 있는―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전쟁과 양심’이란 극단적 대립항을 주제 삼은 이 책은 세계와 한국을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통사적으로 추적한 최초의 역사서이자, 비교역사적 접근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한국적 특수성’을 되짚어본 근현대 한국의 사회사다.
먼저 세계사 차원의 포괄적 개관 위에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온 한국전쟁 때부터 2000년까지 반세기의 역사를 재조명한 뒤, 195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중반 사이 징병제 도입과 그 정착에 따르는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과정에 집중한다.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사(史)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서구 사회들과의 비교 맥락에서 고찰해나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비폭력과 평화의 신념은 끝내 살아남았으며, 가공할 국가폭력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음을 역설하고 있다.
『평화의 전환, 공론화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쉰두 번째 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 시대 ‘인권과 평화’ 문제의 핵심 주제

양심적 거부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고, 도덕적ㆍ정치적ㆍ사상적 신념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말에는 2000년이 넘는 기나긴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 자체가 양심의 원천을 종교적인 것에서부터 도덕적ㆍ정치적ㆍ사상적인 것으로 점차 확장해온 과정이었기에 그렇다. 이 확장 과정은 20세기, 그것도 그 후반부에 대부분 성취되었다. 그러니까 20세기는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빛을 발하는 ‘위대한 세기’였다.
양심적 병역거부 주제는 ‘인권’과 ‘평화’라는 두 가치와 관련된다. 인권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주로 연관된다. 평화 차원에서는 전쟁 예방과 반대, 전쟁 준비 반대와 군비축소, 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사회정의 실현 등과 주로 연관된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화두는 인권ㆍ자유ㆍ평화라는 중요한 인간적 가치들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제공한다. 저자는 앞으로 인권ㆍ자유ㆍ평화와의 연관성 문제를 숙고하면서 치열하게 파고든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주제를 이해하는 데 한층 다양하고 독창적인 사고의 지평이 열리리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연구를 ‘평화연구’ 혹은 ‘평화학(peace studies)’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전쟁과 병역 문제 너머나 그 근저에서 폭력과 평화라는 주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폭력의 신성화나 탈신성화, 폭력 대 반폭력, 나아가 지난 수십 년간 세계교회협의회가 주창해온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 개념에 농축되어 있는 평화와 정의ㆍ평등의 관계 등 여러 차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연루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 책에서는 ‘폭력’ 문제 부분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주제를 도외시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논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평화 개념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종교적인 동기든 비종교적인 동기든, 대부분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평화주의(pacifism)’ 신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사

―세계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1부는 일종의 배경적 논의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국제적 흐름과 역사를 아우른다. 세계적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개관한 후, 보다 심화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미국 사례를 따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1부를 통해 독자들은 평화교회의 역사가 무려 4세기에 걸친 끝없는 ‘이주(移住)의 역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종교적 유랑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신앙을 지켜냈던 반면, ‘잔류자들’은 대부분 현실과 타협하고 신앙을 포기했다. 20세기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점차 도입ㆍ확산되어 마침내 국제적 규범으로 인정되고, 이에 발맞춰 대체복무제도도 갈수록 인간적인 얼굴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함께 살폈다. 평화운동의 태동과 발전이 이런 변화를 추동했다는 사실 또한 강조했다.
독자들은 1부를 읽으면서 로맹 롤랑, 버트런드 러셀, 헤르만 헤세, 바르트 더리흐트, 토마스 만, 알버트 아인슈타인, 헬렌 켈러, 도로시 데이 등처럼 이미 잘 알려진 평화운동가들 외에도, 윌리엄 제임스, 조지 허버트 미드, 지그문트 프로이트, 빅터 터너, 레온하르트 라가츠, 월터 라우센부시, 가가와 도요히코 등 평화운동 역사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았던 지식인들을 재발견하는 즐거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 미국의 토머스 머튼과 무하마드 알리의 병역거부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심사 절차와 기준들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 사례를 통해 ‘모병제 하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과 양심적 병역거부(1): 일제 강점기~한국전쟁 이전
제2부는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온 한국전쟁 때부터 2000년까지 반세기 역사를 주로 다룬다. 여기서 저자는 식민지 시대가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의 단순한 ‘전사(前史)’가 아니라는 주장을 개진하면서 1939~1945년 사이 출현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의 선구자들’을 다시금 주목한다. 특징적이게도 저자는 1939년 6월부터 식민지 조선 땅에서 일어난 이른바 ‘등대사 사건’ 연루자들을 대신해, 그 직전인 1939년 상반기에 일본에서 투옥되어 고초를 겪은 재일조선인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이 한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아울러 식민지 말기 징병제 도입 시기의 선택적 병역거부자들을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에 처음으로 편입시켰다. 1944년 1월부터 1945년 8월까지 덕유산ㆍ지리산을 거쳐 경남 함양 괘관산 일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하준수 등 ‘보광당’ 참여자 73명, 1944년 7~8월 징집을 피해 경북 경산 대왕산 일대에서 ‘죽창의거’를 일으킨 김특술ㆍ안창률ㆍ김경화 등 29명, 장준하와 김준엽 등 학병으로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1944년 3월부터 개별적으로 탈영한 후 무장독립투쟁에 합류한 50여 명 등이 그 주인공이다. 덧붙여 사실상 식민지 조선에서의 평화주의ㆍ평화운동의 부재 현상을 동시대 일본과 비교 맥락에서 고찰했다.

―한국과 양심적 병역거부(2): 1950~2000년
또한 제2부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를 중심으로 징병제 도입과 정착에 따른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과정을 다뤘다.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를 대상으로 교회-국가 갈등의 극대화, 그에 따른 재림교회 내부의 진통에도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재림교회와 여호와의증인 교단을 체계적으로 대조하는 작업에도 신경을 썼다. 재림교회가 가공할 국가폭력에 떠밀려 분열되고 종국에는 집총거부 교리를 포기했던 데 비해, 여호와의증인 교단은 국가와의 공포스러운 상호작용 속에서도 비교적 단단한 내적 단결을 유지하면서 병역거부 포기 압력을 이겨냈다. 저자는 여호와의증인 교단의 ‘승리’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다각적으로 따져보았다. 아울러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재림교회와 여호와의증인 신자가 아닌 몇몇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아나키스트 이문창, 1950년대의 김성호와 문기병ㆍ홍명순, 1960년대 베트남전 시기의 김동희와 김이석, 베트남전 당시 한국계 미군이었던 김진수, 1970년대의 김홍술과 승려 효림 등이 그들이다. 대천덕 신부 등 한국에서 활동했거나 대체복무를 이행한 외국인 양심적 거부자들 역시 시선을 붙잡는다. 자료가 많진 않지만, 예비군과 학생군사훈련을 중심으로 한 직장과 학교에서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도 최대한 상세하게 검토해보았다.

―한국의 군사주의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3부에서는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사(史)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서구 사회들과의 비교 맥락에서 고찰한다. 비교역사적 접근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의 ‘한국적 특수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일단 한국의 특징들을 개관한 후, ‘한국적 군사주의의 힘’에 초점을 맞춰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해결이 장기간 지체되었던 사정을 따져보았다. 또한 한국 주류 종교들에 깊이 파고든 군사주의—종교적 군사주의—를 개신교를 통해 살펴보았다. 필자는 ‘군사화된 개신교 현상’을, 군사주의가 교회 안으로 침투하여 뿌리내리도록 기여하는 ‘보다 제도화된 통로들과 기제들’, 그리고 공식적인 규범이나 교리로 제도화된 것은 아니나 군사주의가 신자들의 ‘일상적 생활 및 의식을 지배하도록 허용하고 조장하는 기제들’로 나누어 고찰했다.

♣ 또 하나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평화의 전환: 공론화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을 구성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크게 전환된 2001년 이후 시기에 집중했다. 정치적 병역거부자 그 자신들의 내러티브들을 분석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공론화, 평화운동으로서 병역거부운동의 등장과 발전,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각계의 분투, 어렵게 쟁취한 대체복무제의 여러 한계들, 종교-폭력ㆍ전쟁-평화의 복합적 얽힘 속에서 드러나는 종교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관계 등을 재조명해나간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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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의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2025)에 대한 요약과 평론이다.

서지 사항 및 저작의 맥락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2025년 출간된 강인철의 2부작 병역거부 연구 중 세계사적 지평과 비교사회학적 시각을 집대성한 저작이다. 동시기에 나온 <평화의 전환>이 2000년대 이후 한국 내부의 공론화와 사법적 제도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면, <전쟁과 양심>은 시공간의 범위를 전 지구적 역사로 확장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개별 국가의 돌출적인 일탈이나 특정 소수 종파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근대 국민국가의 징병제 수립과 총력전 체제에 맞서 전 세계의 '양심'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연대해 왔는지를 장기적(longue durée) 관점에서 추적한다.

핵심 내용 요약

저자는 세계 각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를 비교사적으로 유형화하고 이를 한국의 특수성과 연결하여 네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첫째, <근대 국민국가, 징병제, 그리고 근원적 갈등>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도입된 국민개병제와 총력전 모델은 시민을 국가의 군사 자원으로 귀속시켰다. 국가가 개인의 신체뿐 아니라 생명을 빼앗을 권리와 살인을 강제할 권리를 독점하면서, 종교적 신념 및 인도주의적 양심과의 불가피한 충돌이 태동했다. 저자는 초기 퀘이커, 메노나이트 등 전통적 평화교회들의 저항이 어떻게 양심적 병역거부의 씨앗이 되었는지를 서구 근대사 속에서 복원한다.

둘째, <세계사적 전개와 국제규범의 형성>이다. 제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병역거부는 단순한 교리적 거부를 넘어 반전·평화운동, 정치적 비폭력 저항으로 진화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징벌적 투옥에서 사회봉사형 대체복무로 이행하고, 나아가 징병제 자체를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폐지해 나간 과정을 살핀다. 아울러 유엔(UN) 인권이사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 등 국제기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의 핵심 요소로 공인하게 된 규범적 확립 과정을 상세히 짚는다.

셋째, <비교 속의 한국: 분단과 병영국가의 예외주의>다. 세계적 인권 규범의 확산 속에서도 한국은 오랫동안 극단적인 '예외 지대'로 존속했다. 일제강점기 징병제의 유산, 한국전쟁의 참화, 남북 분단과 냉전 체제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병영국가로 구조화했다. 저자는 대만,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징병제와 안보 위협을 경험한 타국들의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반국가 행위자로 낙인찍고 수만 명을 감옥으로 보냈던 메커니즘을 비교역사학적으로 조명한다.

넷째, <글로벌 연대와 한국의 탈군사화 과제>다. 한국의 병역거부 운동이 고립된 투쟁을 넘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워 리지스터스 인터내셔널(WRI) 등 국제 인권 연대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국내 사법부와 국제사회를 동시에 압박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대체복무제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온전한 평화제도로 정착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비판적 평론

이 책의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담론을 편협한 '국내 안보 대 인권'이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구출하여 '세계사적 보편 지형' 위에 안착시켰다는 점이다. 영미권과 유럽의 제도화 경로뿐 아니라 아시아와 제3세계의 역사적 경로까지 폭넓게 포섭한 방대한 비교사적 시야는 독자에게 탁월한 거시적 안목을 제공한다. 종교사회학과 역사사회학, 국제정치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인 거부의 윤리가 어떻게 국제법적 권리로 승인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다만 비교 분석의 비중과 균형 면에서 몇 가지 한계가 엿보인다. 서구 유럽과 영미권의 경험은 풍부한 역사적 맥락과 함께 심층적으로 다루어진 반면, 분단이나 군사적 긴장을 일상적으로 겪는 비서구 국가들(예: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양심적 병역거부 현실과 딜레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서술이 제한적이다. 또한 2020년대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과 재징병제 논의가 재점화되는 '신냉전적 반동'의 국면에서, 양심과 평화주의가 마주한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를 헤쳐갈 구체적 전망은 다소 이상론적인 호소에 기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양심>은 총을 들기를 거부한 이들의 연대기가 인류 문명사에서 어떻게 국가주의의 폭력성을 제어하고 인권의 외연을 넓혀왔는지를 웅변하는 귀중한 학문적 역작이다.

세진님, 한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인류 문명사와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사 속에서 양심의 궤적을 거시적으로 조망한 매우 방대하고 깊이 있는 저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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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2025) — 1,000단어 요약·평론

강인철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5년 10월 30일 | 548쪽 | 知의 회랑 52

공개된 전체 목차, 출판사 해설, 본문 발췌와 저자 인터뷰에 기초한 요약·평론이다. 책의 원문 전체를 대조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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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양심』은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를 비교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방대한 연구서다.

강인철은 전쟁과 양심을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도덕적 원리로 파악한다.

국가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민에게 복종과 희생을 요구한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의 종교적·윤리적 신념에 따라 전쟁이나 군사적 폭력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충돌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 사이의 법적 분쟁이 아니다.

국가권력이 인간의 양심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정치철학적 문제다.

강인철은 특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왜 어떤 사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존중받는 시민적 권리로 발전했는데, 한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면서도 오랫동안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는가?

저자는 그 원인을 분단과 전쟁, 권위주의, 국가주의, 종교적 군사주의의 역사적 결합에서 찾는다.

책은 세계사를 분석하는 제1부, 1950~2000년 한국의 역사를 다루는 제2부, 한국적 군사주의를 분석하는 제3부로 구성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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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는 현대에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 아니다.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도 군복무와 신앙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존재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종교가 되고 국가권력과 결합하면서, 전쟁과 군복무를 정당화하는 신학적 전통이 강화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당전쟁론은 특정한 조건 아래 전쟁을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반면 종교개혁 이후 일부 급진적 개신교 집단들은 전쟁과 국가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를 주장했다.

대표적인 집단이 메노나이트와 퀘이커, 형제교회 등의 역사적 평화교회(Historic Peace Churches)다.

이들은 국가가 요구하는 군사적 복종보다 신앙적 양심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여러 국가에서 박해받았으며,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이주하기도 했다.

강인철은 이러한 평화교회들의 역사를 박해와 이주, 생존의 역사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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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커는 17세기 영국에서 조지 폭스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초기 퀘이커들은 인간 안에 존재하는 신성한 빛을 강조했으며, 인간을 살해하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신앙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1660년 발표된 퀘이커의 평화선언은 이러한 입장을 대표하는 역사적 문서다.

퀘이커의 평화주의는 단순히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개인적 선택이 아니었다.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관계와 정치적 질서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윤리적 입장이었다.

메노나이트 역시 재세례파 전통에서 발전한 평화교회다.

이들은 국가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거부하고 신앙공동체의 자율성과 비폭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화교회 내부에서도 국가와의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타협과 갈등이 존재했다.

강인철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주한 사람들과 현실적 압력 속에서 평화주의 원칙을 수정하거나 포기한 집단들을 비교한다.

이 분석은 평화주의가 단순한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조건 속에서 유지되거나 약화되는 역사적 실천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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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대규모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군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국가 사이의 갈등이 확대되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제도적 예외가 점차 발전했다.

20세기 후반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근거가 종교적 신념을 넘어 윤리적·철학적·정치적 신념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양심의 자유는 특정 종교집단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또한 대체복무제의 발전은 국가의 병역의무와 개인의 양심을 조화시키려는 제도적 시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국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광범위하게 인정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병역거부자를 처벌했다.

강인철은 이러한 국제적 차이를 역사적·정치적 조건과 연결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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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은 미국의 사례를 별도로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독립 이전부터 퀘이커와 메노나이트 등 평화교회들의 병역거부 전통이 존재했다.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제도가 발전했고, 이후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을 통해 적용 범위와 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종교적 신념이 없는 사람의 양심도 보호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미국의 경험은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군사제도가 반드시 붕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 역시 모든 형태의 병역거부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특정한 전쟁만을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거부하는 선택적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취급되었다.

이 문제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윤리적·법적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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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에서는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역사를 분석한다.

식민지 시기에는 일본 제국의 징병과 군사동원이 중요한 배경을 이루었다.

해방 후 한국전쟁과 징병제의 정착은 종교적 평화주의자들에게 새로운 갈등을 가져왔다.

특히 여호와의 증인과 재림교회 신자들은 국가의 병역 명령과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면 처벌받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군복무를 수용하면 종교적 양심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인철은 이러한 문제를 교회와 국가 사이의 구조적 갈등으로 분석한다.

주목할 사실은 이러한 박해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만 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지 못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강력한 반공주의와 군사주의, 그리고 소수 종교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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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학적 분석에 해당한다.

강인철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랫동안 인정되지 못한 이유를 단순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가 정치제도와 교육, 종교,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군복무는 남성의 성숙과 시민적 책임을 증명하는 과정으로 간주되었다.

국가의 안보정책은 도덕적 비판이 어려운 신성한 영역으로 격상되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일부는 반공주의를 신학적 신념과 결합시켰다.

그 결과 공산주의와의 대립이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종교적 선악의 대결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평화적 신념의 표현이 아니라 국가와 종교적 공동체에 대한 배신으로 취급되기 쉬웠다.

강인철은 군종제도와 전쟁을 정당화하는 신학, 교회 내부의 군사적 문화가 이러한 현상을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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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학문적 공헌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세계사의 비교 맥락에 위치시켰다는 데 있다.

한국의 병역거부 문제를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으로만 설명하면, 다른 나라들도 전쟁과 안보 위협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적으로 인정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강인철은 세계적 비교를 통해 한국의 군사주의가 갖는 역사적 특수성을 부각한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단순한 법률 위반자가 아니라 역사적 행위자로 복원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기존의 국가 중심 역사에서는 군인과 전쟁영웅이 중요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반면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은 흔히 역사에서 배제되었다.

강인철은 이러한 사람들을 연구의 중심에 놓는다.

이는 전쟁의 역사를 전투와 승리의 역사뿐 아니라 전쟁에 대한 저항의 역사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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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화주의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윤리적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침략전쟁에 맞서는 무장저항은 언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나치 독일의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을 생각하면 모든 무장투쟁을 동일한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양심적 병역거부가 공동체의 안전을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결과가 될 수 있는가?

평화주의자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동시에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개인의 비폭력적 신념을 존중하는 것과 사회 전체를 비폭력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병역거부권의 인정만으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평화주의는 대체복무와 인권 보호를 넘어 국제적 갈등 해결, 군비통제, 평화외교, 비폭력적 방어체계의 발전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평화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주의가 현실적 정치윤리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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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님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퀘이커 평화주의와 관련하여 이 책은 특별히 중요하다.

퀘이커의 평화증언은 국가권력의 명령보다 개인의 신앙적 양심이 우선할 수 있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단순히 군복무를 거부하는 데 있지 않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거부하며,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실천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퀘이커와 메노나이트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주변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왜 한국의 주류 기독교는 평화를 핵심적인 복음의 가치로 강조하면서도, 역사적으로 국가의 군사주의와 긴밀하게 결합했는가?

또한 왜 소수 평화주의 교단의 신앙적 양심을 보호하는 데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가?

이 질문은 강인철의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 및 『한국 개신교우파』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된다.

나의 종합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전쟁과 양심』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주변화되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국가권력과 개인의 양심 사이의 긴장을 비교역사적으로 분석한 중요한 저작이다.

특히 한국의 군사주의를 국가제도의 문제뿐 아니라 종교와 문화,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평화주의의 윤리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과 현실적인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평화주의가 사회 전체에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쟁의 거부뿐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비폭력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단순하다.

국가가 전쟁을 요구할 때, 인간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거부할 권리가 있는가?

강인철의 역사적 연구는 그 권리가 민주사회의 근본적인 자유에 속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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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전쟁과 양심』(2025)

『평화의 전환』(2025)

중심 시기

세계사와 한국의 2000년 이전 역사

2001년 공론화 이후

주요 관심

종교적 박해와 군사주의

사회운동, 법적 인정, 대체복무제

핵심 질문

왜 병역거부가 오랫동안 처벌받았는가?

어떻게 권리로 인정되었으며 무엇이 남았는가?

종교 연구

평화교회와 한국 개신교의 군사주의

종교별 전쟁·평화 윤리

학문적 성격

비교역사사회학

정치사회학·종교사회학

두 책을 함께 읽으면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박해와 침묵 → 공론화와 사회운동 → 법적 인정 → 제도 개선의 과제’라는 역사적 과정을 거쳐왔음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전쟁과 양심』 제8장에는 퀘이커와 메노나이트의 한국 진출을 직접 다루는 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퀘이커의 한국사적 위치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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