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列島哲学史 : 野口良平: Japanese Books

Amazon.co.jp: 列島哲学史 : 野口良平: Japanese Books










列島哲学史
by 野口良平 (Author)  

5.0 5.0 out of 5 stars (4)

もし人間が一人きりで生きていくことができるなら、哲学を必要とすることはないだろう。他者との関係が生じ、それまでの世界像がゆらぎを経験せざるをえなくなったとき、哲学は始まる。中国・欧米という強大文明の辺境にある日本で、世界像のゆらぎは世界最大級だった。そこで成る哲学には、強国本位に普遍がイデオロギー化することに抗い、普遍に対する新しい考えを生む可能性があった。古代から現代まで列島哲学を辿る初の試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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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次

はじめに
1 太夫・才蔵モデル
2 孤立性と辺境性
3 「日本人」になるということ
4 記紀の世界像
5 遅れ反応の回路
6 「あはれ」から「無常」へ――「下からの普遍性」の発見
7 日本語の生成へ
8 応仁の乱前後
9 西欧の衝撃と第二の鎖国
10 近世のほころび
11 ユートピア的構想の探求
12 内在と関係の対話
13 つくられた制度と制度をつくるもの
14 追い越さないという選択肢
15 戦時下のせめぎあい
16 戦中と戦後のあいだ
17 イソップ寓話のように
おわりに
註
あとがき
索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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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評掲載・紹介されました】

『週刊金曜日』2025年10月24日 評者・高原到氏
『週刊読書人』2025年12月5日 評者・大胡高輝氏
共同通信社配信2025年11月1日 評者・安藤礼二氏
『日経新聞』2025年11月15日 評者・先崎彰容氏
『UP』2026年2月号 評者・成田龍一氏
『文學界』2026年3月号 評者・千木良悠子氏
『京都新聞』2026年3月14日 紹介記事
『WIRED』Web版2026年8月8日「この夏、思考の旅へ誘う──編集部おすすめの7冊:WIRED BOOK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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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野口良平
(のぐち・りょうへい)
1967年生まれ。京都大学文学部卒業。立命館大学大学院文学研究科博士課程修了。京都芸術大学非常勤講師。哲学、精神史、言語表現論。著書 『「大菩薩峠」の世界像』(平凡社、2009、第18回橋本峰雄賞)、『幕末的思考』(みすず書房、2017)。訳書 ルイ・メナンド『メタフィジカル・クラブ』(共訳、みすず書房、2011)、マイケル・ワート『明治維新の敗者たち』(みすず書房、2019)ほか。
*ここに掲載する略歴は本書刊行時のものです。

Product Details
Publisher ‏ : ‎ みすず書房
Publication date ‏ : ‎ September 18, 2025
Print length ‏ : ‎ 30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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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ま、列島哲学は僕らに必要とされている
【書評】野口良平『列島哲学史』
長瀬海
https://magazine.msz.co.jp/single/islands/
2025年12月1日

哲学がはじまって、深まっていくときの、その様態を摑むこと。日本という国がくぐり抜けてきた、長く果てしない時間に対する思念。哲学とは、日本とは何か、を同時に問うことは、たとえるなら右手と左手で別々のフライパンを操るような、たぐいまれな器用さが求められる思索でもあるのだが、この本は果敢にもそうした困難に真正面から立ち向かっている。

問題をさらに難しくしているのは、この国の哲学事情だ。ヨーロッパ大陸に根づいているような明確な起源のある哲学体系が日本列島には存在しない。本書の冒頭では中江兆民の「我が日本、古より今に至るまで哲学なし」という言葉が紹介されているが、学問上のある欠落への気づきが近代の幕開けとともにやってきて、そこでおぼえた劣等感が西洋の思想をあわてて日本に輸入させたのだった。そしてそのとき手にした普遍的な思考の原理を、明治期以降の勤勉な哲学徒は世界を解釈するための絶対的な拠り所とみなしたのである。


しかし野口は、中江の言い方は正しいが、間違ってもいるという。日本には列島で生まれた哲学がなかったからこそ、育まれた思惟があったのではないか。不在があったという指摘は単純な言葉遊びではなく、そこに「せめぎ合い」が生じていた事実を教えるものであり、揺れて動く、列島の精神史をつぶさに見ると、紛れもなく「哲学のモト」が存在していたことを看取できるのではないだろうか。

そう考えながら、この島国がまだ日本と呼ばれていなかった太古から戦後にかけての思想の歩みを言葉のうちに象っていく本書は、興奮を隠さずに読めないほどに独創的だ。地理的条件がゆえに「外」と「内」を意識せずにはいられなかった日本はたえず優者(「外」)に対する劣者の立場に置かれ続けてきた。劣位の側から優位にいる存在へ対峙することを漫才の原点でもある「太夫と才蔵」をモデルにしてとらえる野口は、沈黙からロゴスが生成される過程を精妙に論じていく。

孤立していた列島が、対他的な意識のもとで辺境にいる自覚を抱き、やがて鎖国へと向かう。「日本人」という自意識はそのなかで芽生えたもので、本書ではその最初期のあらわれを『日本書紀』のなかに見ているが、それはつまり、少し前に流行った国民国家批判とは別様の、あのポストモダン的な視座からの考察よりも射程の長い、〈わたしたち〉の摑み直しなのである。

〈他〉あるいは〈異〉なるものと出会った列島の人々は、大陸から流れ込む思想に刺激を受けながらも警戒心を高めていった。そのさきで展開されるのが鎖国だったが、それによって生じることになった変化の遅滞を、野口はG・H・ミードの言葉を借りて「遅れ反応」と呼ぶ。それは「自己の反応を遅らせることで、問題解決に必要な過去の記憶と未来への洞察を育てるプロセス」のことなのだけれど、そうした概念によって結晶化されるものをふた文字で言い換えれば「文学」となるだろう。この列島で示された「遅れ反応」とは、まさしく「文学」的な成熟のことであり、本書は哲学とは何か、日本とは何か、に加えて、文学とは何かという問いの答えまで、僕の前に開陳しているように読めるのだ。

だからこそ、本書の中核には「『日本語』の生成」という問題が置かれる。外向けの文書だった『日本書紀』とは違い、内に向かって書かれた『古事記』は話し言葉の影響が見え隠れする書き言葉(和文)で紡がれていた。そこにあったのは無文字社会が「せめぎ合い」のなかで言葉を摑もうとした痕跡であり、ここに「日本語」の誕生を見ることは不可能ではない。そしてそのさらなる形成の様子を「漢字(男文字)とひらがな(女文字)のあいだでゆらぐ『私』の像」を綴った『土左日記』や「漢字とひらがなとに見事な均衡を与えた」随筆文学の嚆矢である『徒然草』のなかに見る。

つまり「日本語」とは、「外」(漢語)への抵抗によって生まれた、しなやかな弱さを持つ言葉だったのであり、その生成にこの列島の精神性が宿っている言語なのだと本書は教えてくれるのである。

たえず揺動する思考と言葉。日本の哲学的な信念はそうした不安定な地盤の上でかたち作られていた。中世になり、『源氏物語』的な「あはれ」の世界から武士社会の荒々しさによって生まれる「無常」の世へと移ると、「実存的なよるべなさ」から末法思想が生まれたが、そこで「無力な個を自覚せざるをえなかった人びと」は「強力な文明が主導する『上からの普遍性』に拮抗し、無力のなかで信じるに足る事柄を探り合う、『下からの普遍性』の領域を発見」したのだと野口はいう。「下」とは「公」(上)に対する「私」であり、個としてのひとのこと。列島的な精神のダイナミズムをそのような思惟様式として見定めたところに、この本のじつに鋭利な洞察眼がひかっているのだ。

 

さて、本書と近い時期に刊行された歴史書に、やはり日本の思想史をユニークな視点で編み直した原武史『日本政治思想史』(新潮社)がある。丸山眞男の見事な批判的継承である同書と本書を並べると、列島で人々を動かしていた思想の様態を「上」からと「下」から、両方の視点で見つめることができると僕は感じている。

この本で原は戦後も変わらず天皇が権力の主体となっているわけを問うのだが、その解を導くのにイデオロギーのような共同性の側から考えることはしない。むしろ同書では、日本には体制イデオロギーは「国体」を標榜していた戦前・戦中の頃も、朱子学や儒教が盛んに説かれていた近世の時代も、決して根づいたことがないという歴史的な事実が検証されるのである。

では原は、この国で支配的な政治規範は人々の意識をどのように縛りつけてきたと考えているのか。ここが同書で最も批評性が発揮されるところなのだが、日本の支配者が空間をとおして(また鉄道が開通してからは時間によって)人々に規範を内面化させてきたことが暴かれるのである。

「支配者の資質とは関係のないフェティシズム(物神崇拝)に基づく支配を、『視覚的支配』(Visual Domination)と呼ぶ」原は、「支配者の顔が見えづらく、いったん確立した制度のフェティシズム化が進行しやすい」日本では、「イデオロギーではなくシステムの支配が確立されやすい」ことを見抜く。大名行列、皇居前広場、列車……。こうした公共的な空間をとおしていかに権力者の精神的な支配が確立されていったのかが論じられるのが、原の『日本政治思想史』なのだ。

この議論を『列島哲学史』に接続させるとどうなるだろう。野口は荻生徂徠の思想を読み解きながら、近世という時代には「『公』こそが普遍であり、『私』は取るに足りない下位範疇として定位された」と論じる。そして、「『近世的』とは、この『上からの普遍性』に基づく公私観の特質を意味する語でもある」ともいうが、近世の日本では「公」(「政治と学問の世界」)が「私」(「道徳と文学の世界」)を凌駕し、締め付けていたのだった。

そうした「上からの普遍性」は列島に生きる人々によって内発的に摑まれたものではない。だから、イデオロギーとして根づかない。その代わり、日本の人たちは視覚的に支配されることになったと考えられよう。もちろん原が言うように、近世に「公共性」という概念が成立していたとは言いがたいが、少なくともその下地はあったわけであり、空間をとおした「視覚的支配」は、もう一つの「上からの普遍性」として日本人の「私」性を抑圧したのだと言えるのではないか。

ここからは、「公」と「私」の「せめぎ合い」こそが近世以降の日本列島に固有の問題だったことがわかるだろう。野口は本書で、前者が後者を支配しがちなこの時代にあって、「私」の側から考えることで「公」へと至る理路を作り出そうとした只野真葛という、多くの歴史書に無視されてきた孤独な女性の思想家にひかりをあてる。聖賢の道を歩くことのない小さな人たちが私利私欲をとおして道を見いだす、その方途を考えようとした彼女の言葉をたどることで、「私」のいる場所からはじめて普遍性を摑むという、ヨーロッパ哲学に極めて近い思考の原理を取り出すのである。

野口のこの着眼は、これからの日本思想史に大きな課題を与えるはずだ。野口はほかにも漂流経験を持った近世の日本人に近代的な思想の萌芽を見るが、マージナルな場所にいた人々が「上からの普遍性」を突き崩せる可能性を手にしているのはなぜか。その検討は進まねばならないだろう。

野口が只野真葛に発見した〈「私」から公共性へ〉という思考様式は、加藤典洋が戦後思想の礎に置いたものだった。私利私欲を基礎に考えなければ、公共的な政治性は作りえないというのが加藤の主張だった(『戦後的思考』)。その思想を正統的に継承する野口は、只野が示したような、「内在」的な思考の花ひらく様子を幕末の日本社会に観察する。

じぶんのいる場所から考えを推し進める「内在」と、外部からの刺激をとおして他者との関わりのほうへ思考をシフトする「関係」。加藤は「内在」から「関係」に思考法が移るときのゆらぎに思想的な深まりを見たのだったけれど、本書では、そうした豊かな対話をとおして列島の思想が深化するうごめきが、幕末の思想家たちのうちに探られる。そこが本書の白眉であり、日本の思想がヨーロッパ哲学にはない――「日本語」がほんらい持っているあの柔軟さを基にした――しなやかな身体性を獲得する可能性があったことを僕らは知ることになるのだ。

しかし、その希のぞみは近代文明の到来、たび重なる対外的な戦争のなかで失われてしまう。「上からの普遍性」は、原の言う「視覚的支配」によって完遂され、「公」と「私」の「せめぎ合い」のダイナミズムを、本書で触れられる中里介山や永井荷風など一部のひとを除いて、多くの「日本人」は棄捨してしまった。そしてそのまま戦後社会がやってくるのだが、だからこそ、いま、列島哲学は僕らに必要とされている。

本書では敗戦後も「私」の場所から考える権利を手放さなかった鶴見俊輔、福田定良、竹田青嗣、加藤典洋の思索が断章的に、最後、紹介される。そういえば、原の『日本政治思想史』でも「下からの民主主義」という項が立てられ、「上」から押し付けられる民主主義(普遍性)をただ受け取るのとは別の回路を見いだした思想家として、丸山眞男と小林一三が挙げられていた。

野口は本書の最初で「哲学とは何か」と問い、みずから答えている。「人間が世界像のゆらぎを経験した際に、自分ともう一人の自分、自分と他人(たち)との対話を通して、自分の視野を育て、態度を整えていく努力。またその努力を支えうる方法。それを私は哲学と定義する」。列島的な精神とはこの対話のなかで育まれるものだった。ネット空間で押し付けられる普遍性に素早く反応することが求められる現在の時代にあって、「外」との対話、そして、反応の遅滞によって育まれた思想を取り戻すことは単なる復古ではなく、未来を作る営為なのだと本書は示している。

(評者:長瀬海 ライター・書評家)

野口良平『列島哲学史』【2025年9月16日刊】の目次ほか詳しい書誌情報はこち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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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노구치 료헤이 「열도 철학사」
나가세 바다

2025년 12월 1일

철학이 시작되고, 깊어져 갈 때의, 그 모습을 삼키는 것. 일본이라는 나라가 빠져나온 오랫동안 끝나지 않는 시간에 대한 사념. 철학이란,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동시에 묻는 것은, 비유하면 오른손과 왼손으로 별도의 프라이팬을 조종하는, 몹시 희귀한 용이함이 요구되는 사색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과감하게도 그러한 어려움에 정면에서 맞서고 있다.

문제를 더욱 어려워하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철학 사정이다. 유럽 ​​대륙에 뿌리를두고 있는 명확한 기원이 있는 철학 체계가 일본 열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나카에 조민의 「우리 일본, 옛부터 지금까지 철학 없음」이라는 말이 소개되고 있지만, 학문상의 한 결락에 대한 인식이 근대의 개막과 함께 와서, 거기서 유추한 열등감이 서양의 사상을 맞춰 일본에 수입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손에 넣은 보편적인 사고의 원리를 메이지기 이후의 근면한 철학도는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지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노구치는, 나카에의 말하는 방법은 맞지만, 잘못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에는 열도에서 태어난 철학이 없었기 때문에, 길러진 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부재가 있었다고 하는 지적은 단순한 말 놀이가 아니고, 거기에 「세밀함」이 생겼던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고, 흔들리고 움직이는, 열도의 정신사를 중얼거리면, 틀림없이 「철학의 모토」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을 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섬나라가 아직 일본이라고 불리지 않았던 태고부터 전후에 걸친 사상의 행보를 말 속에 떠오르는 본서는, 흥분을 숨기지 않고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지리적 조건이 그러므로 '밖'과 '내'를 의식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던 일본은 끊임없이 유자('밖')에 대한 열자의 입장에 계속 놓여 왔다. 열위의 측에서 우위에 있는 존재에 대치하는 것을 만담의 원점이기도 한 「다이오와 재장」을 모델로 해 잡는 노구치는, 침묵으로부터 로고스가 생성되는 과정을 정묘하게 논해 간다.

고립된 열도가 대타적인 의식 아래 변변에 있는 자각을 안고, 곧 쇄국으로 향한다. 「일본인」이라고 하는 자의식은 그 속에서 싹트는 것으로, 본서에서는 그 최초기의 나타나를 「일본서기」속에 보고 있지만, 그것은 즉, 조금 전에 유행한 국민국가 비판과는 다른, 그 포스트 모던적인 시좌로부터의 고찰보다 사정이 긴, <우리>의 흠.

<다른> 혹은 <다르다>라는 것을 만난 열도 사람들은 대륙에서 흘러들어가는 사상에 자극을 받으면서도 경계심을 높여갔다. 그 사이에 전개되는 것이 쇄국이었지만, 그것에 의해 생기게 된 변화의 지체를, 노구치는 G·H·미드의 말을 빌려 「지연 반응」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자기의 반응을 늦추는 것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과정"이지만, 그러한 개념에 의해 결정화되는 것을 뚜껑으로 말하면 "문학"이 될 것이다. 이 열도에서 나타난 '늦은 반응'이란 바로 '문학'적인 성숙을 말하며, 본서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일본이란 무엇인가, 게다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까지, 나 앞에 개진하고 있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서의 핵심에는 「『일본어』의 생성」이라는 문제가 놓여진다. 밖용 문서였던 '일본서기'와는 달리, 안쪽으로 쓰여진 '고사기'는 말의 영향이 보이고 숨어 있는 글(일본문)으로 방어되어 있었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무문자사회가 '세미기합' 속에서 말을 삼키려고 한 흔적이며, 여기에 '일본어'의 탄생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그 한층 더 형성의 모습을 “한자(남자)와 히라가나(여문자)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의 동상”을 쓴 “토좌 일기”나 “한자와 히라가나에게 멋진 균형을 준”수필 문학의 효야인 “도연초” 속에 본다.

즉 「일본어」란, 「외」(한어)에 대한 저항에 의해 태어난, 유연한 약점을 가진 말이었던 것이며, 그 생성에 이 열도의 정신성이 머무르고 있는 언어라고 본서는 가르쳐 주는 것이다.

끊임없이 요동하는 사고와 말. 일본의 철학적 신념은 그러한 불안정한 지반 위에서 만들어졌다. 중세가 되어 「겐지 이야기」적인 「아하레」의 세계에서 무사 사회의 거칠함에 의해서 태어난 「무상」의 세상으로 옮겨가면, 「실존적인 좋음」에서 말법 사상이 태어났지만, 거기에서 「무력한 개를 자기 깨울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강력한 문명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보편성'을 길항하고 무력 속에서 믿기에 충분할 일을 찾는 '아래에서 보편성'의 영역을 발견"했다고 노구치는 말한다. 「아래」란 「공」(상)에 대한 「나」이며, 개로서의 한마디. 열도적인 정신의 역동성을 그런 사유양식으로 꼽은 곳에 이 책의 실에 예리한 통찰안이 걸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서와 가까운 시기에 간행된 역사서에, 역시 일본의 사상사를 독특한 시점에서 재편한 원무사 「일본 정치 사상사」(신시오사)가 있다. 마루야마 마사오의 훌륭한 비판적 계승인 동서와 본서를 나란히 하면 열도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던 사상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에서 두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나는 느끼고 있다.

이 책에서 하라는 전후에도 변함없이 천황이 권력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을 묻지만, 그 해를 이끌어내는데 이데올로기와 같은 공동성의 측에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동서에서는 일본에는 체제 이데올로기는 '국체'를 표방하고 있던 전전·전중의 무렵도 주자학이나 유교가 활발히 설득되어 있던 근세의 시대도 결코 뿌리내린 적이 없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검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라는 이 나라에서 지배적인 정치규범은 사람들의 의식을 어떻게 묶어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여기가 이 책에서 가장 비평성이 발휘되는 곳이지만, 일본의 지배자가 공간을 통해(또 철도가 개통하고 나서는 시간에 따라) 사람들에게 규범을 내면화시켜 온 것이 폭로되는 것이다.

「지배자의 자질과는 관계가 없는 페티시즘(물신 숭배)에 근거하는 지배를, 「시각적 지배」(Visual Domination)라고 부른다」하라는, 「지배자의 얼굴이 보이기 어렵고, 일단 확립한 제도의 페티시즘화가 진행되기 쉽다」 일본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확립 다이묘 행렬, 고쿄 앞 광장, 열차… 이러한 공공적인 공간을 통해 어떻게 권력자의 정신적인 지배가 확립되어 갔는지가 논해지는 것이, 원의 「일본 정치 사상사」인 것이다.

이 논의를 『열도철학사』에 연결시키면 어떻게 될 것이다. 노구치는 오기후우의 사상을 읽어내면서, 근세라는 시대에는 「『공』이야말로 보편이며, 『나』는 빼놓을 수 없는 하위범주로서 정위되었다」라고 논한다. 그리고, 「『근세적』이란, 이 「위로부터의 보편성」에 근거하는 공사관의 특질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라고도 하지만, 근세의 일본에서는 「공」(「정치와 학문의 세계」)가 「나」(「도덕과 문학의 세계」)를 능가해, 조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한 '위로부터의 보편성'은 열도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내발적으로 잡힌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로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대신 일본인들은 시각적으로 지배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하라가 말하는 바와 같이, 근세에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고 있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그 기초는 있었던 것이고, 공간을 통한 「시각적 지배」는, 또 하나의 「위로부터의 보편성」으로서 일본인의 「나」성을 억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서는 '공'과 '나'의 '세메기합'이야말로 근세 이후 일본 열도에 고유한 문제였던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구치는 본서로, 전자가 후자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는 이 시대에 있어, 「나」의 측으로부터 생각하는 것으로 「공」에 이르는 이로를 만들어 내려고 했던 가다노 마사키라는, 많은 역사서에 무시되어 온 외로운 여성의 사상가에 히카리를 대고 있다. 성현의 길을 걷지 않는 작은 사람들이 사리 사욕을 통해 길을 찾는, 그 방도를 생각하려고 한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것으로, 「나」가 있는 장소로부터 처음으로 보편성을 익힌다고 하는, 유럽 철학에 매우 가까운 사고의 원리를 꺼내는 것이다.

노구치의 이 착안은 앞으로의 일본 사상사에 큰 과제를 줄 것이다. 노구치는 그 밖에도 표류 경험을 가진 근세의 일본인에게 근대적인 사상의 모아를 보지만, 마지널한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위로부터의 보편성」을 찌그러뜨릴 가능성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은 왜인가. 그 검토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구치가 타다노 마사카에 발견한 <「나」로부터 공공성에>이라는 사고 양식은, 카토 노리요가 전후 사상의 기초에 둔 것이었다. 사리 사욕을 기초로 생각하지 않으면, 공공적인 정치성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카토의 주장이었다(『전후적 사고』). 그 사상을 정통적으로 계승하는 노구치는, 타타노가 보여준 것 같은, 「내재」적인 사고의 꽃꽃 모습을 막부 말기의 일본 사회에 관찰한다.

지루한 장소에서 생각을 추진하는 "내재"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쪽으로 사고를 이동하는 "관계". 가토는 '내재'에서 '관계'로 사고법이 옮겨질 때의 변동에 사상적인 깊어짐을 본 것이었지만, 본서에서는 그러한 풍부한 대화를 통해 열도의 사상이 심화하는 우고메키가 에도 막부 말기의 사상가들 사이에서 찾아낸다. 거기가 본서의 백미이며, 일본의 사상이 유럽 철학에는 없다――「일본어」가 정말 가지고 있는 그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유연한 신체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분 은 근대 문명의 도래, 때때로 겹치는 대외적인 전쟁 속에서 잃어버린다. 「위로부터의 보편성」은, 하라가 말하는 「시각적 지배」에 의해 완수되어 「공」과 「나」의 「세메기합」의 다이나미즘을, 본서에서 접할 수 있는 나카사토 개산이나 나가이 하풍 등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 많은 「일본인」은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전후 사회가 오는데, 그러므로 지금 열도 철학은 우리에게 필요하다.希노조

본서에서는 패전 후에도 '나'의 장소에서 생각할 권리를 놓치지 않았던 쓰루미 슌스케, 후쿠다 마사요시, 다케다 아오지, 가토 노리요의 사색이 단장적으로, 마지막으로 소개된다. 그러고 보니, 하라의 '일본 정치사상사'에서도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라는 항이 세워져, '상'에서 밀어붙이는 민주주의(보편성)을 단지 받는 것과는 다른 회로를 발견한 사상가로서, 마루야마 마사오와 고바야시 잇조를 들 수 있었다.

노구치는 본서의 최초로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모두로부터 대답하고 있다. “인간이 세계상의 변동을 경험했을 때, 자신과 다른 사람, 자신과 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키우고, 태도를 정돈해 나가는 노력. 또 그 노력을 지지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을 저는 철학으로 정의한다”. 열도적인 정신과는 이 대화 속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밀어붙이는 보편성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요구되는 현재의 시대에 있어서, 「외」와의 대화, 그리고, 반응의 지체에 의해서 길러진 사상을 되찾는 것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고, 미래를 만드는 영위라고 본본은 나타내고 있다.

(평자:나가세해 라이터·서평가)

노구치 료헤이 「열도 철학사」【2025년 9월 16일간】의 목차 외 자세한 서지 정보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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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철학사>(노구치 료헤이) 요약 및 비평

<열도철학사>는 철학·정신사 연구자인 노구치 료헤이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열도에서 전개된 사유의 궤적을 <열도>라는 지정학적·공간적 렌즈를 통해 다시 엮어낸 노작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철학을 정적인 학문 체계나 서구식 개념 놀음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기존 세계상의 동요를 겪었을 때,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 및 타자들과의 대화를 거쳐 시야를 넓히고 태도를 가다듬어 가는 실천적 노력과 그 방법>으로 철학을 정의한다. 혼자서는 성립할 수 없고, 오직 타자와의 만남에서 세계가 흔들릴 때 비로소 철학이 싹튼다는 통찰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일본 열도는 인도, 중국, 근대 서구,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대 문명의 맹렬한 파도가 들이치는 변경(辺境)이자 고립된 섬들의 집합으로 파악된다. 중심 문명의 충격이 닥칠 때마다 열도 거주민들이 겪은 세계상의 동요는 극심했다. 본서는 이 충격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작동한 특유의 인지적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즉 외래 사상을 즉각 흡수하기보다 지연시키며 체화하는 <지연 반응의 회로>, 만담의 두 주역처럼 주도자와 조력자가 역할을 바꾸며 긴장을 조율하는 <다유·사이조(太夫・才蔵) 모델>, 그리고 <아하레(정념의 비애)>에서 <무상(無常)>으로 이행하며 형성된 <아래로부터의 보편성>이다. 고대 기키(기록 신화)의 세계상부터 중세의 난세와 언어 형성, 근세의 균열, 그리고 제국주의 전쟁기와 전후 사상에 이르기까지, 열도의 철학은 중심 문명이 강요하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로서의 보편에 맞서 끊임없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보편성을 시험해 온 지난한 대화의 기록이었다.

본서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일본철학사> 대신 <열도철학사>라는 명명을 택함으로써 단일한 민족국가 신화의 함정을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 있다. <일본>이라는 닫힌 기표는 흔히 중심부 지배층의 시각이나 천황제 이데올로기, 혹은 배타적 특수주의로 수렴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고립성과 변경성을 지닌 지리적 터전 위에서 다양한 이질적 존재들이 겪어낸 세계상의 진동에 주목한다. 서구 근대철학을 모방하거나 역으로 <동양적 특수성>을 신비화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변경의 위치였기에 오히려 중심의 교조주의를 해체하고 관계론적 사유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논리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동시에 이 비판적 거리두기는 오늘날 국가주의나 배타적 민족의식에 포섭되지 않는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정 국가나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철학의 몫이 아니라, 거대한 외부와의 조우 속에서 자신의 오류를 자각하고 시야를 교정해 나가는 대화야말로 진정한 철학적 태도임을 책은 역설한다.

다만 이러한 변경론적 관계주의가 지닌 한계도 냉정히 짚어야 한다. 중심 문명의 폭력성을 우회하며 <아래로부터의 보편성>이나 <지연 반응>을 긍정하는 논리는, 자칫 제국주의 팽창기 열도가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가했던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구체적 가해 책임을 <변경의 불가피한 동요와 적응 과정>으로 희석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타자와의 대화를 핵심으로 내세우면서도 그 타자가 서구 열강이나 거대 문명에 집중될 때, 정작 열도 내부와 인접한 소수자 및 식민지 민중과의 비대칭적 권력 관계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열도철학사>는 특정 국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하나의 닫힌 중심에 안주하지 않고 경계 위에서 타자와 마주하는 자가 어떻게 사유를 벼려내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단일 국가에 대한 맹목적 애국심이나 국경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의 여러 경계와 문명 사이를 유연하게 횡단하는 독립적 시야를 가진 이에게 깊은 지적 울림을 건네는 사유의 안내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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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 료헤이 요약과 평론

野口良平, 『列島哲学史』, みすず書房, 2025년 9월, 304쪽


일본 철학의 역사를 서양 철학의 수용사가 아니라, 외부의 강대한 문명과 마주한 열도 주민들이 자신의 언어와 사유를 형성해 온 역사로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 노구치 료헤이(野口良平, 1967~)는 철학·정신사·언어표현론 연구자로, 와 등을 저술했다.

みすず書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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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전문을 직접 대조한 장별 해제가 아니라, 출판사의 공식 목차와 소개, 상세 서평, 저자의 2026년 대담을 바탕으로 한 비판적 재구성이다.

1. 일본 철학은 존재했는가?

이 책은 일본 근대의 사상가 나카에 조민(中江兆民)이 제기한 오래된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일본에는 예로부터 철학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양 철학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의 판단에는 일리가 있다. 일본에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하는 서양식 논리적·체계적 철학의 전통이 독립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고대와 중세에는 중국의 유교와 인도에서 유래한 불교가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

그러나 노구치는 철학을 특정한 문명에서 발달한 학문체계로만 정의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철학은 자신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세계상이 흔들릴 때,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이다.

이렇게 철학을 정의하면 일본에도 독특한 철학의 역사가 존재한다.

그 역사는 추상적 개념체계보다 외부 문명과의 충돌, 언어의 형성,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자기표현 속에 나타난다.

이것이 노구치가 대신 라는 제목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다. 그는 완성된 일본 민족이나 국가를 역사 전체에 투사하는 일을 피하고, 일본이라는 국가가 성립하기 이전부터 열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사유를 탐구한다.

2. 고립성과 변방성: 일본 사유의 두 조건

저자는 일본열도의 역사적 조건으로 고립성(孤立性)과 변방성(辺境性)을 강조한다.

일본은 대륙과 바다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중국 문명권의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이후에는 서양 근대문명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

따라서 일본은 외부 문명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그 문명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지켜야 하는 긴장 속에서 발전했다.

노구치는 이러한 관계를 전통 예능의 다유(太夫)와 사이조(才蔵)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강한 언어를 가진 사람과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서 대응하는 사람 사이의 긴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자의 침묵이 반드시 사유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각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사람은 외부의 말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시간을 들여 해석하면서 새로운 표현을 찾아낸다.

일본 사유의 특징은 외부 문명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거부하는 데 있지 않고, 그 문명과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언어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은 일본 문화를 처음부터 독창적이고 자족적인 것으로 보는 국수주의적 역사관과 구별된다. 일본의 사상은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3. 고대 일본: 국가와 일본인이라는 의식의 형성

저자는 와 를 단순한 신화집이나 역사서가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사상적 시도로 바라본다.

특히 일본이라는 정치공동체가 외부의 중국 문명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어떻게 규정했는가에 주목한다.

중국의 황제 중심적 세계질서 속에서 일본의 지배층은 자신들의 독립된 권위를 설명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천황의 기원과 열도의 신화적 질서를 체계화했다.

그러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만들어낸 세계상과 열도 주민들의 실제 경험은 일치하지 않았다.

고대 일본의 사상은 국가권력이 만들어낸 통일적 질서와 그 질서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생활세계 사이에서 형성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일본 국가의 정체성을 영원불변한 민족적 본질로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4. 일본어의 형성과 철학적 사유

노구치의 가장 독창적인 논의 중 하나는 일본어 자체의 형성을 철학사적 사건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중국의 한자와 한문을 통해 정치와 지식을 표현했다. 그러나 외래 문자체계만으로는 열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웠다.

한문과 일본어 사이의 긴장 속에서 가나 문자가 발전하고, 일본어 특유의 문학적 표현이 성장했다.

와 등의 작품에는 문자와 언어, 공적 표현과 사적 경험 사이의 긴장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문학사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철학적 노력으로 본다.

여기서 철학은 반드시 명제나 논증의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슬픔과 상실, 불안과 관계를 표현하는 문학적 언어 역시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노구치의 철학사는 기존의 철학자 중심의 사상사보다 문학사와 정신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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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노노아와레에서 무상으로

헤이안 시대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는 인간관계와 자연, 삶의 덧없음에 대한 감수성을 표현한다.

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세에 들어와 전쟁과 정치적 혼란, 무사정권의 등장, 불교의 말법사상이 확산되면서 인간의 무력함과 세계의 무상함이 더욱 강조되었다.

저자는 이 전환에서 중요한 철학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것은 이다.

공식적인 정치권력과 종교권위는 위에서 아래로 보편적 진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죽음, 상실, 고통과 불안을 경험한다.

이러한 공통된 취약성에서 출발하면 권력자가 선언하는 보편적 진리와 다른 형태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다.

노구치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약함이 단순히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해석은 불교의 무상관과 연결되지만, 불교 교리의 역사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6. 에도 시대: 공적인 질서와 개인의 사유

근세 일본에서는 유교, 특히 주자학이 정치적·윤리적 질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질서와 개인의 삶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했다.

노구치는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와 같은 사상가를 다루면서 공적 제도와 개인의 도덕적 경험 사이의 문제를 검토한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여성 사상가 다다노 마쿠즈(只野真葛, 1763~1825)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성현의 가르침만을 반복하는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생활과 욕망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올바른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노구치에게 중요한 것은 보편성이 반드시 위에서 주어지는 진리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도 보편성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시각은 근세 일본사상에서 주류 학문과 국가권력의 주변부에 있던 여성, 표류자, 비주류 지식인의 사유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7. 막말과 메이지: 서양 문명의 충격

19세기 서양 세력의 진출은 일본의 기존 세계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서양의 군사력, 과학기술, 정치제도와 직면하여 자신들의 문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방향의 사고가 발전했다.

하나는 서양 문명을 보편적 기준으로 삼고 일본이 그것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사고였다. 다른 하나는 서양의 우월성을 인정하더라도 서양의 발전 경로가 반드시 모든 사회의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사고였다.

노구치는 특히 두 번째 가능성에 주목한다.

책의 제14장 제목은 다.

이는 문명의 발전을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앞지르는 경쟁으로 이해하는 관점에 대한 문제제기로 읽힌다.

일본의 근대화가 서양을 추월하려는 국가적 경쟁으로 전개되면서, 원래 존재했던 다양한 철학적 선택지가 점차 좁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8. 제국 일본과 전쟁: 철학의 실패

메이지 이후 일본은 강대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민을 동원했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쳐 제국주의적 팽창을 추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삶에서 출발하는 철학은 국가의 권위와 충돌하게 되었다.

국가가 선언하는 보편적 가치, 즉 문명·국익·충성·국가적 사명이 개인에게 우선하는 체제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국가가 제공하는 세계상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사상가와 문학인들이 있었다.

책은 나카자토 가이잔(中里介山)과 나가이 가후(永井荷風) 등의 작품을 국가 중심적 질서와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사유의 사례로 다룬다.

노구치의 관점에서 전쟁기의 중요한 문제는 일본인이 철학을 갖고 있었는가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고통에서 출발하는 철학적 태도를 얼마나 유지했는가이다.

국가의 이름으로 보편성을 독점하려는 순간, 철학은 비판적 사유를 잃고 권력의 정당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9. 패전 이후: 일본 철학의 재출발

1945년의 패전은 일본의 국가적 세계상이 붕괴한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천황제 국가의 정당성, 제국의 사명,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했다.

노구치는 전후의 사상가 쓰루미 슌스케(鶴見俊輔), 후쿠다 사다요시(福田定良), 다케다 세이지(竹田青嗣),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 등의 사유에 주목한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국가나 제도가 부여한 정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타인과 대화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찾았다.

전후 일본 철학의 과제는 서양의 보편적 가치나 민주주의를 단순히 수입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 가치를 자신의 역사적 경험과 연결하고, 아래로부터 새롭게 이해하는 일이 필요했다.

이는 민주주의조차 외부에서 주어진 완성된 제도로 받아들이는 것과, 시민들이 자기 삶에서 출발하여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사이의 차이와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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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평론: 일본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철학사인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본 사상사를 을 증명하는 역사로 서술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일본문화론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감수성, 조화의 정신, 집단주의, 자연과의 친화성 등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일본 문화를 지나치게 동질적이고 연속적인 것으로 만든다.

노구치는 일본 사상을 외부 문명과의 불균등한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과 자기 성찰의 역사로 해석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중심부보다 주변부, 지배자보다 약자, 공적인 질서보다 개인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이는 근대 일본의 성공을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하는 기존의 발전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몇 가지 문제도 남는다.

첫째, 일본열도의 변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일본이 다른 아시아 사회를 지배했던 역사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일본은 중국 문명에 대해서는 주변부였지만, 근대에는 조선과 대만에 대해 제국주의적 중심부가 되었다.

따라서 일본열도의 철학사를 진정으로 비판적으로 서술하려면 일본 내부의 약자뿐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유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약자의 경험이 언제나 보편적 윤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억압받는 집단도 다른 집단을 배제할 수 있다. 변방의식이 자기비판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피해의식과 공격적인 민족주의로 전환될 수도 있다.

셋째,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의 경계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도 문제다.

고통과 상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 철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학적 표현이 철학적 성찰이라는 결론까지 나아간다면 철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노구치의 철학사에는 이러한 방법론적 긴장이 내재한다.

11. 한국 사상사와 비교하면

이 책은 한국 사상사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문제도 제기한다.

한국 역시 오랫동안 중국 문명권의 주변부에 위치했다. 유교와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독자적인 문화와 사유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조건은 달랐다.

조선은 중국의 정치적·문화적 권위를 받아들이면서도 성리학을 독자적으로 심화시켰다. 반면 일본은 중국의 보편적 질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외래 사상을 재구성했다.

일본의 막말에 해당하는 시기의 조선에서도 외부 문명과의 충돌은 사유의 위기를 낳았다. 실학, 동학, 개화사상, 위정척사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위기에 대응했다.

특히 동학은 노구치가 말하는 과 비교할 가치가 있다.

동학의 인간 존엄과 평등에 대한 지향은 공식적인 신분질서와 성리학적 권위의 주변부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동학과 일본의 중세 불교·근세 사상을 동일한 역사적 현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각 사상의 사회적 기반과 정치적 실천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비교 대상은 조선 후기의 한글 문학이다.

일본에서 가나 문자가 한문 중심의 공식문화와 다른 사유 공간을 형성했다면, 조선에서는 한글이 여성과 평민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경험을 표현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러한 비교를 발전시키면 일본이나 한국의 민족적 특수성을 주장하는 대신, 동아시아에서 외래 문명과 토착 언어, 지배적 지식과 생활세계 사이의 긴장이 어떻게 독자적인 사상을 낳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12. 종합 평가: 약자의 경험에서 보편성을 찾는 철학

노구치의 는 일본 사상의 위대함을 증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강대한 문명에 압도되고, 자신의 언어를 충분히 갖지 못했으며, 지배적인 세계관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했는가를 탐구하는 책이다.

철학을 완성된 이론의 체계가 아니라 세계관의 동요에 대응하는 인간의 노력으로 재정의한 점에서 독창성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라는 지리적 범위를 넘어 동아시아의 역사적 관계 전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유는 중국과 한반도의 문명적 영향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근대에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라는 역사적 관계 속에서 변형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는 완결된 일본 철학의 역사라기보다, 일본의 역사적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철학과 보편성의 의미를 다시 묻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26년 3월 노구치는 정치사상사 연구자 하라 다케시(原武史)와의 대담에서 자신의 관심이 강자의 권위 있는 언어 앞에서 침묵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유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라는 일본에서 권력이 언어뿐 아니라 시각적 상징과 제도를 통해 작동해 왔음을 강조한다. 이 두 관점을 결합하면 일본 사상사의 저항과 지배를 함께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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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질문은 일본 철학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근대성과 민족주의, 민주주의를 검토하는 데에도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주요 참고자료: 미스즈서방 공식 도서 소개 및 목차(2025), 나가세 가이의 서평(2025.12.1), 노구치 료헤이·하라 다케시 대담(2026.6.1). 위의 각 시대별 설명에는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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