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9

5·18 광주 커뮤니타스 - 항쟁, 공동체 그리고 사회드라마 | 강인철 2020

5·18 광주 커뮤니타스 | 인간과 시각 시리즈 4 | 강인철 | 알라딘


5·18 광주 커뮤니타스 - 항쟁, 공동체 그리고 사회드라마 | 인간과 시각 시리즈 4
강인철 (지은이)사람의무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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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는 인류학자들이 처음 제시한 후 세계 사회과학계가 널리 공유해온 개념인 ‘리미널리티(경계/전이/잠재적 상황)ㆍ커뮤니타스(사회적 상호관계)ㆍ사회극’의 관점에서 광주항쟁과 그 이후를 재조명하면서, 항쟁 참여자들이 깊은 연대와 헌신의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과정과 그 내면적 조건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민주 시민이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적ㆍ사회적 함의를 재구축해낸다.

책 속엔 변혁의 리미널리티 한가운데서 항쟁과 재난, 해방과 자치, 배려와 치유, 그리고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를 함께 지켜낸 10일간의 광주 시민들의 일대 역사가 한 편의 사회드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날 민주의 커뮤니타스에서 가동된 열정적 정치가 사회운동의 감정사회학 차원에서 재구성된다. 이제 5·18은 더 이상 민주화의 퇴보를 용인하지 않는 역진방지장치로, 또한 강력하게 역사의 전진과 진보를 추동하는 장치로 동시에 기능해야 한다.

진정성 담긴 비판이 소용되는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담론의 무대를 모색하는 ‘인간과시각’의 네 번째 책.


목차


머리말

1장∥ 서론: 광주항쟁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2장∥ 리미널리티, 커뮤니타스, 사회극
1.리미널리티 2.커뮤니타스 3.사회극

3장∥ 구조로부터의 분리와 리미널리티 진입
1.강요된 분리 2.전이: 리미널리티 안으로

4장∥ 변혁의 리미널리티
1.최소 목표: 민주화와 항쟁 정당화 2.최대 목표
3.비극적 최후의 급진성과 변혁성

5장∥ 항쟁-재난의 커뮤니타스
1.광주 커뮤니타스 2.재난의 커뮤니타스, 항쟁의 커뮤니타스 3.항쟁-재난 커뮤니타스의 생성, 그리고 역동적인 변화 4.커뮤니타스의 힘

6장∥ 해방광주(1): 자기통치의 커뮤니타스
1.자치의 커뮤니타스 2.대안권력 및 항쟁지도체의 갈등적 형성 3.시민군

7장∥ 해방광주(2): 재난의 커뮤니타스, 의례-연극의 커뮤니타스
1.장례·추도·치유공동체로서의 재난 커뮤니타스 2.의례-연극의 커뮤니타스: 시민궐기대회

8장∥ 해방광주(3):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 항쟁-재난의 커뮤니타스
1.협상: 평화적 해결을 위한 끈질긴 노력 2.죽음의 행진: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 3.최후의 항전: 항쟁-재난 커뮤니타스의 재등장

9장∥ 광주 사회극
1.위반과 위기 2.교정(1): 항쟁 기간 3.교정(2): 항쟁 이후 4.재통합 혹은 분열 5.광주 사회극의 특징들: 요약

10장∥ 항쟁 이후의 광주 사회극(1): 5월공동체의 형성
1.영원한 상처 2. 유가족, 부상자, 구속자, 그리고 광주 사람들 3.국내와 국외의 양심적 지지자들 4.패배의 역설

11장∥ 항쟁 이후의 광주 사회극(2): 반전과 종막(終幕)
1.대전환 2.공고화, 신화화, 세계화 3.통합 국면으로의 이행: 사회극의 종언 4.여진(餘震)

12장∥ 5·18과 4·19: 비교연구
1.리미널리티 2.커뮤니타스 3.사회극

맺음말
5·18 타임라인
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수록 도판 크레디트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광주항쟁은 이미 많은 연구성과과 축적된 주제이다.



P. 6 김준태 시인은 1980년 5월의 광주 학살극을 “6?25 이후 가장 참혹한 민족사의 비극”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현대사의 상처투성이 역정(歷程)에서, 이 학살극은 가장 격렬했던 민중항쟁 사건이기도 했다. 하여 그 “학살과 항쟁과 해방의 10일”은“ 민족사의 분수령”(서중석)이 되었다. 필자는 1980년 당시... 더보기
P. 196 1980년 5월 광주에 파견된 계엄군도 바로 이 ‘국민군/시민군’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또 하나의 ‘시민군’이 등장했다. 그리하여 ‘가짜 시민군’ 대 ‘진짜 시민군’ 사이의 대결이 벌어졌다. ‘가짜 시민군’은 소수 정치군인들의 사병(私兵)이자 권력 장악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광주의 계엄군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민... 더보기
P. 396 광주항쟁은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자치공동체, 대동세상에 대한 희망과 영감의 가장 큰 발원지 중 하나이다. 광주항쟁은 그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말라는, 부담스런 예언자적 외침이기도 하다. 광주항쟁은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평등하고, 보다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라고 지금도 우리 등을 떠밀고 있다.
― 「맺음말」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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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0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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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2020년 5월 8일자 '책꽂이'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0년 5월 17일자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0년 5월 18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강인철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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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2025년까지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시민종교, 전사자 숭배, 한국의 종교정치, 군종제도,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한국 천주교, 북한 종교, 민중 개념사, 광주항쟁 등을 탐구해왔다. 현재는 기독교사회주의 운동, 그리고 종교와 폭력ㆍ평화의 관계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번에 나온 『한국 개신교우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21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2025년 가을에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인 『... 더보기

최근작 : <한국 개신교우파>,<평화의 전환>,<전쟁과 양심> … 총 2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80년 5월의 광주를
거대한 우산처럼 감싸고 있던
그날의 커뮤니타스는
한 편의 장엄한 사회극을 쓰고 있었다

민주화의 퇴보를 저지하는 역진방지장치이자
역사의 전진과 진보의 강력한 추동장치로 기능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연구에서 의미 있는 전환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부치는 한 사회학자의 기록. 긴 시간 사회학과 종교학의 여러 영역을 가로지르며 시민종교 연구에 매진해온 강인철 교수의 노작으로, 광주항쟁 연구에서 의미 있는 전환을 모색해보려는 한 시도다. 1980년 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저자는 광주의 비극 앞에서 밀려들던 격렬한 충격과 분노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40년 전 5월 그 뜨거운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께 바치는 뒤늦은 헌정사이자, 대한민국의 사회학자로서 반드시 거쳐 가야만 하는 ‘그날들’을 위해 세워둔 표지와도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인류학자들이 처음 제시한 후 세계 사회과학계가 널리 공유해온 개념인 ‘리미널리티(경계/전이/잠재적 상황)ㆍ커뮤니타스(사회적 상호관계)ㆍ사회극’의 관점에서 광주항쟁과 그 이후를 재조명하면서, 항쟁 참여자들이 깊은 연대와 헌신의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과정과 그 내면적 조건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민주 시민이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적ㆍ사회적 함의를 재구축해낸다.
책 속엔 변혁의 리미널리티 한가운데서 항쟁과 재난, 해방과 자치, 배려와 치유, 그리고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를 함께 지켜낸 10일간의 광주 시민들의 일대 역사가 한 편의 사회드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날 민주의 커뮤니타스에서 가동된 열정적 정치가 사회운동의 감정사회학 차원에서 재구성된다. 이제 5·18은 더 이상 민주화의 퇴보를 용인하지 않는 역진방지장치로, 또한 강력하게 역사의 전진과 진보를 추동하는 장치로 동시에 기능해야 한다.
진정성 담긴 비판이 소용되는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담론의 무대를 모색하는 ‘인간과시각’의 네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변혁과 해방의 장엄한 역사를 저자 특유의 사회학적 방식으로 다룬 이 책은
광주항쟁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5·18의 의미와 의의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__서중석(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ㆍ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리미널리티ㆍ커뮤니타스ㆍ사회극의 차원에서 5·18과 광주의 정신을 재조명한 이 책은
그날의 항쟁을 연대와 헌신이 빛나는 새로운 정치사회 변혁운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__최영태(전남대학교 명예교수ㆍ전 5·18연구소 소장)


무엇을, 왜 썼는가

일어나선 안 되었던 일은 언제고 다시 바라보아도 아프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공 가운데 하나였던 1980년 5월 광주.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의 책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과오를 부인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사실들이 엄존하며, 그리고 당사자들의 아픔은 끝내 치유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의 해원을 위해서라도 이만큼 도달한 민주세계를 사는 시민이라면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몫들이 있다. 사회학자로서 저자는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통과의례처럼 이 책을 쓴다.
저자의 이번 시도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추가하기보다 기존에 실행되지 않았던 접근방법을 사용해 5·18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통찰들을 도출해내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크게 보면 광주항쟁 참여자들의 주관적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그날의 운동 전체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지점은 저자가 광주항쟁의 과정을 한편의 연극 또는 사회극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각각의 특수성과 구체성을 제거하여 추상화시키면 연극의 기승전결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그 연극의 기승전결의 틀을 통해서 사회생활의 구체적ㆍ경험적 인지 질서를 개념적 질서로 바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여 이 책은 마치 한편의 장엄한 사회드라마를 보듯 전개된다.
저자는 먼저 사회극의 기승전결(위반―위기―교정/치유―재통합/분열)이라는 단계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단계를 분석하면서 통과의례에서 드러나는 개념, 다시 말해 두 상황의 경계에 머무는 상황으로서 ‘리미널리티(liminality)’와 그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사회적 상호관계로서 ‘커뮤니타스(communitas)’를 제시한다. 이 개념들을 이용해 광주항쟁을 재구성해보면, 항쟁 참여자들의 공동체 형성의 과정과 그 내면적 조건 및 특징들을 새롭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변혁의 리미널리티

치열했던 항쟁의 과정에서 형성된 리미널리티는 순응적 주체들을 주조함으로써 기존 질서를 강화하는 ‘질서의 리미널리티’가 아니라,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을 촉진하고 새로운 유토피아적 비전을 만들어내는 ‘변혁의 리미널리티’였다. 광주 리미널리티의 변혁성은 항쟁이 지향했던 목적과 가치를 통해 잘 드러났다. 항쟁은 계엄령 해제, 나아가 유신체제 종식과 민주정부 수립, 그리고 진실을 왜곡하는 거대한 힘에 맞서 항쟁의 진실을 정립하는 것, 요약하자면 ‘민주화’와 ‘항쟁 정당화’를 양대 최소 목표로 추구했다.
그리고 항쟁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평등하고 인간애가 넘치는 유토피아적 질서를 최대 목표로 추구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반구조의 제도화 차원, 유토피아적 차원, 폭력에 대한 성찰 차원, 급진적 행동 차원, 지배 담론ㆍ상징 뒤집기 차원, 결과적 차원 등 여섯 차원에서 광주항쟁의 변혁적 잠재력을 흥미롭게 분석해낸다.
광주 리미널리티의 변혁성은 항쟁이 종결되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표출되었다. 광주항쟁의 종결 방식은 ‘집단적 순교’에 가까웠다. 그것은 무죄, 불굴, 죽음의 예견, 자발성, 대의, 증언과 같은 순교의 조건들을 두루 갖췄다. 항쟁의 비극적이고 비타협적인 종결은 저항을 촉진하는 전복적 기억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결국 광주 리미널리티의 변혁성은 최소 목표와 최대 목표, 항쟁 종결 방식이라는 세 영역에서 뚜렷하게 확인되는 셈이다.


광주를 거대한 우산처럼 감싸고 있었던
그날의 커뮤니타스들

저자는 사건의 경과에 따라 ‘광주 커뮤니타스’를 크게 두 국면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갈등과 충돌, 가공할 과시적 폭력과 학살극이 전개되던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그리고 계엄군이 도시 밖으로 퇴각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평온을 유지하다가 계엄군이 다시 무력 탈환 작전에 나선 5월 22일부터 27일 새벽까지를 나누는 것이다.
우선, 5월 18~21일에는 계엄군의 비인도적 만행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항쟁의 커뮤니타스’, 이와 동시에 ‘죽음의 대량생산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재난의 커뮤니타스’가 두드러졌다. 두 번째로, 5월 22일부터 27일 새벽까지는 ‘자치의 커뮤니타스’가 형성된 가운데 희생자 추모와 시민궐기대회를 중심으로 하는 ‘의례-연극의 커뮤니타스’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22일 이후 꾸준히 이어진 희생자 추도의례와 부상자 치료 과정에서는 ‘재난 커뮤니타스’의 심화 내지 성숙이라는 현상도 나타났다. 26일 이후에는 계엄군과의 최종 결전을 준비하는 ‘항쟁-재난의 커뮤니타스’가 다시 출현했고,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도 잠시 등장했다.
이렇게 두 국면을 구분하더라도 ‘항쟁 커뮤니타스’와 ‘재난 커뮤니타스’는 항쟁 기간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의 요소였다.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던 5월 18~21일 동안과 27일 새벽은 말할 것도 없고, 해방광주 기간에도 계엄군의 공격에 대비한 시민군의 삼엄한 경계와 순찰, 시 외곽에서의 산발적인 전투는 계속되었다. 해방광주 기간에 항쟁지도부는 ‘항전과 협상을 병행하는’ 양면 대응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계엄군의 원색적 폭력에 맞서는 5월 21일까지의 항쟁 커뮤니타스는 해방구를 방어하면서 도시 경계를 중심으로 간헐적인 전투를 벌이는 시기의 항쟁 커뮤니타스, 재진입하는 계엄군과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항쟁 커뮤니타스와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재난 커뮤니타스도 공수부대에 의한 유혈극이 발생했을 때부터 태동하여, 그것이 다시 대량 학살극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성숙한 형태로 발전하는 등 항쟁 기간 내내 유지되었다. 그러나 해방광주 이전의 재난 커뮤니타스는 (사망자를 위한) 장례-추모공동체와 (부상자를 위한) 치유공동체의 색채가 강했던 해방 광주 시기의 재난 커뮤니타스, 그리고 시민군 자신들의 대규모 죽음이라는 ‘임박한 또 하나의 재난’이 예견되는 상황의 재난 커뮤니타스와는 여러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회적으로만 나타났던 커뮤니타스 유형도 있었다. 예컨대 ‘자치의 커뮤니타스’와 ‘의례-연극의 커뮤니타스’는 오직 해방광주 시기에만 나타났던 커뮤니타스였다. 죽음의 행진으로 대표되는 ‘비폭력 저항의 커뮤니타스’ 역시 항쟁 마지막 단계에서만 나타났다.
무엇보다 광주항쟁 과정에서 출현했던 이런 다양한 커뮤니타스 유형들을 포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마도 ‘해방의 커뮤니타스’일 것이다. 그 해방은 미시적으로는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이었고, 거시적으로는 ‘억압적 지배체제, 가공할 국가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은 ‘공포ㆍ불안과 수치심으로부터의 해방’이자, ‘구조와 일상적 삶이 강요하는 고정관념ㆍ속박ㆍ욕망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했다. 요컨대 이를 통해 도달하는 절대공동체의 경험은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원칙, 언어의 속박으로부터 몸, 생명의 해방”이자, “각종 사회적 역할과 분류의 굴레와 억압을 벗어난 순수한 인간됨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절대 해방이었다. 이는 ‘혁명적’ 순간”이었다.


5·18의 사회드라마는 과연 종막에 이르렀는가

광주 사회극은 몇몇 측면에서 독특한 모습을 드러낸다. 첫째, 최초의 ‘위반’이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위로부터 왔다. 둘째, 사회극의 두 번째 단계인 ‘위기’로의 이행은 지배층의 위반 행동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확산되고 지속됨으로써 가능했다. 셋째, 대립하는 양측(시민 측과 신군부 측) 모두가 항쟁의 특정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적어도 세 차례씩 ‘교정의 주체’로 등장했다. 넷째, 신군부 측과 저항세력 측에서 시도한 교정 조치들은 실패를 거듭했고, 그런 와중에 ‘교정에서 위기로의 회귀’ 양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다섯째, 최초의 위반이 지배층에 의해 발생함으로써, 지배층의 후속 교정 조치들 역시 위법적이거나 초법적인 요소들을 다수 포함했다. 여섯째, 항쟁 이후 시기에도 사회극의 교정 단계가 신군부 측의 일방적인 ‘보복적 교정 조치들’이라는 형태로 지속되었다. 항쟁 이후의 교정 단계는 시민 측이 교정 주체 지위를 상실한 가운데 신군부 측의 일방적인 주도권으로 특징지어진다. 일곱째, 사회극의 마지막 단계는 구체제로의 ‘재통합’에 실패함으로써 구체제 자체의 ‘분열’로 귀착되는 상황에 가까웠다.
광주 사회극은 1980년 5월을 넘어 무려 20년 이상 장기 지속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점차 공고화되는 가운데, 폭도로 몰렸던 항쟁 주역들이 민주화 영웅으로 부활하고 항쟁의 기억이 민주화된 신(新)체제의 든든한 버팀목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광주 사회극은 2000년대 초를 전후해 비로소 분열이 아닌 재통합의 방향으로 종결되어갔다.


민주화운동과 민주혁명 연구에서 의미 있는 진전

저자의 이번 연구는 기존의 민주화운동과 민주혁명 연구가 놓치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상당히 포착하고 있다. 특히 항쟁 중에 형성된 ‘항쟁과 재난의 커뮤니타스’와 ‘의례-연극 커뮤니타스’는 광주항쟁이 지니는 높은 도덕성과 강한 연대성, 그리고 자기희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항쟁 기간 중에 광주 시민들의 높은 도덕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항쟁 기간 중에 참여자들은 어떻게 연대에 대한 강한 의식과 감성을 형성하고 유지시켜 나갔는가, 항쟁 참여자들이 보여준 이타적 헌신과 자기희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어떻게 발전되어 가는가, 기존 사회의 계급과 지위와는 다르게 항쟁 공동체 안에서 대안적 질서 또는 위계적 구조들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항쟁 공동체의 형성, 참여자들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사명 및 역할, 그리고 공동체의 구조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사회운동과 사회적 사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아놀드 방주네프에 의해 착안되고 빅터와 에디스 터너 부부에 의해 정교해진 사회인류학의 개념과 가치를 원용해, 지금까지 5·18 연구가 주목하지 못했던 항쟁 참여자들의 심리와 정서, 자기희생과 헌신, 용기와 연대 등을 효과적으로 파악해냈다. 저자의 이런 시도는 4·19혁명이나 해방정국, 부마항쟁, 6월항쟁, 최근의 촛불혁명 등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5·18과 4·19 연구를 접목하는 시도가 담겨 있다).


앞으로의 과제

광주항쟁과 관련하여 이러저러한 실천적 난제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회극 이후의 광주항쟁’은 의미 있는 역사적 기능을 계속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쐐기 기능’과 ‘추동 기능’으로 나누어 부른다. 쐐기 기능이 과거를 향해 역사의 ‘역진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추동 기능은 미래를 향해 역사의 ‘전진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광주 커뮤니타스의 이상과 광주 리미널리티의 변혁성을 계속 생동하게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 공동의 과업이 되었다. 특히 광주항쟁의 추동 기능과 관련하여, 우리는 광주항쟁이 ‘최소 목표들’보다 더욱 위대하고 원대한 그 무엇을 처음부터 배태하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광주는 “하나의 이름이라기보다 혁명과 운동, 새로운 삶의 꿈을 지칭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광주 리미널리티의 ‘최대 목표들’을 현실화하는 일, 그리고 광주 커뮤니타스를 ‘규범적 커뮤니타스’와 ‘이데올로기적 커뮤니타스’로 구체화하고 계승하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광주항쟁의 자발적-실존적 커뮤니타스를 이데올로기적 커뮤니타스로 구현하는 문제는 ‘광주정신’ 혹은 ‘5월정신’의 창조적 재해석과 구현, 다시 말해 광주정신을 다듬고 체계화하며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가는 것이다. 광주항쟁과 관련된 규범적 커뮤니타스의 실현 문제는 보다 평등하고 인간다운 사회, 인간 존엄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사회를 건설하는 과업으로 압축된다.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광장의 ‘대동세상 군상’ 조형물에는 광주항쟁의 규범적 커뮤니타스가 형상화되어 있다. 그것은 영원히 지향해야 할, 그러나 영원히 달성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이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광주 커뮤니타스는 ‘이미 실현된 미래’이기도 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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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네요.
학술적인 내용인 2장이 조금 어려운데, 그거 빼고 읽으니 뭉클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책읽*** 2020-05-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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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 항쟁, 공동체 그리고 사회드라마>(2020)에 대한 요약과 평론이다.

서지 사항 및 문제의식

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출간된 학술적 노작이다. 종교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시민종교와 민주주의 형성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문화인류학 이론인 ‘리미널리티(liminality, 문턱 상태)’와 ‘커뮤니타스(communitas)’, 그리고 ‘사회드라마(social drama)’ 분석틀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5·18을 국가폭력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나 단순한 피해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기존 사회구조가 해체된 예외적 시공간에서 형성된 평등한 연대 공동체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의 문화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핵심 내용 요약

저자는 1980년 5월 18일 아침부터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함락까지의 10일간을 인류학적 통과의례의 전개이자 한 편의 장엄한 사회드라마로 구조화하여 분석한다.

첫째, <재난과 항쟁의 커뮤니타스>다.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은 광주를 일상적 질서에서 격리된 ‘위기’ 상태, 즉 리미널리티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이 비상 국면에서 일상의 위계와 신분적 구별(학력, 직업, 성별)은 일시에 무화되었다. 구두닦이, 택시 운전사, 학생, 상인, 여성들이 하나의 ‘민주시민’이라는 동일한 주체로 호명되며 무장투쟁과 도덕적 분노를 공유하는 원초적 결속체가 형성되었다.

둘째, <해방과 자치의 커뮤니타스>다. 5월 21일 오후 계엄군이 외곽으로 퇴각한 뒤 전남도청이 함락되기 전까지의 약 5.5일 동안 광주는 국가 권력이 완전히 부재한 해방 공간을 경험했다. 공권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약탈이나 범죄가 전무했던 자율적 치안, 피를 나누는 헌혈 행렬,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나눔의 ‘밥상 공동체’는 구조적 억압이 사라진 자리에서 피어난 규범적·자생적 커뮤니타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셋째, <의례와 최후 항전, 그리고 집단적 순교>다. 도청 분수대 앞 궐기대회와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제는 투쟁을 성스러운 과업으로 승화시키는 시민종교적 의례였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애국가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대항적 정통성의 상징으로 전유되었다. 최후의 순간, 남아서 도청을 지킨 자들과 살아남아 진실을 증언해야 했던 자들 사이의 분업은 패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집단적 순교와 약속’의 의례로 완결되었다.

넷째, <분열의 재통합과 기억의 사회극>이다. 사회드라마의 마지막 단계인 '재통합'은 사건 종결 후 40년간 진행된 기나긴 기억 투쟁과 시민종교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망월동 묘역의 성지화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1980년의 리미널리티를 현재화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는 역진방지장치로 작동해 왔다.

비판적 평론

이 저작의 가장 큰 학문적 성취는 5·18 연구의 패러다임을 정치사·사회운동론 중심에서 ‘문화인류학적·종교사회학적 분석’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항쟁 당시 참여자들의 주관적 체험, 연대감, 공포, 환희와 같은 집단 감정(collective effervescence)을 빅터 터너의 정교한 개념을 통해 해석해 냄으로써, 열흘간의 역사적 사건에 보편적인 인류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해방 광주를 무정부적 혼란이 아닌 질서 정연한 대동세상으로 보았던 기존의 직관적 인식을 사회과학적 개념 체계로 뒷받침한 대목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반면 분석적 긴장감이 남는 지점도 분명하다. 터너의 커뮤니타스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시 항쟁 내부의 불가피했던 갈등—예컨대 수습파와 항쟁파 간의 무기 반납을 둘러싼 현실적 노선 차이나 시민군 지휘부 내의 정치적 균열—이 ‘일치단결된 원형적 공동체’라는 틀 속에서 다소 조화롭게 수렴되거나 낭만화된 감이 있다. 또한 1987년 이후 5·18이 제도화·국가기념일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례의 형식화나, 오늘날 극우 담론에 의해 왜곡·공격받으며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현재적 균열을 설명하기에는 ‘재통합’의 서사가 지나치게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월의 광주가 왜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 한국 현대사에서 꺼지지 않는 도덕적 자산이자 성스러운 원체험으로 남아있는지를 가장 깊이 있게 해명한 수작이다.

세진님, 앞서 살펴보신 <경합하는 시민종교들>의 문제의식이 5·18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현장에 어떻게 밀착하여 이론화되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

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 항쟁, 공동체 그리고 사회드라마>(2020)에 대한 요약과 평론이다.

서지 사항 및 문제의식

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출간된 학술적 노작이다. 종교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시민종교와 민주주의 형성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문화인류학 이론인 ‘리미널리티(liminality, 문턱 상태)’와 ‘커뮤니타스(communitas)’, 그리고 ‘사회드라마(social drama)’ 분석틀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5·18을 국가폭력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나 단순한 피해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기존 사회구조가 해체된 예외적 시공간에서 형성된 평등한 연대 공동체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의 문화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핵심 내용 요약

저자는 1980년 5월 18일 아침부터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함락까지의 10일간을 인류학적 통과의례의 전개이자 한 편의 장엄한 사회드라마로 구조화하여 분석한다.

첫째, <재난과 항쟁의 커뮤니타스>다.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은 광주를 일상적 질서에서 격리된 ‘위기’ 상태, 즉 리미널리티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이 비상 국면에서 일상의 위계와 신분적 구별(학력, 직업, 성별)은 일시에 무화되었다. 구두닦이, 택시 운전사, 학생, 상인, 여성들이 하나의 ‘민주시민’이라는 동일한 주체로 호명되며 무장투쟁과 도덕적 분노를 공유하는 원초적 결속체가 형성되었다.

둘째, <해방과 자치의 커뮤니타스>다. 5월 21일 오후 계엄군이 외곽으로 퇴각한 뒤 전남도청이 함락되기 전까지의 약 5.5일 동안 광주는 국가 권력이 완전히 부재한 해방 공간을 경험했다. 공권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약탈이나 범죄가 전무했던 자율적 치안, 피를 나누는 헌혈 행렬,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나눔의 ‘밥상 공동체’는 구조적 억압이 사라진 자리에서 피어난 규범적·자생적 커뮤니타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셋째, <의례와 최후 항전, 그리고 집단적 순교>다. 도청 분수대 앞 궐기대회와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제는 투쟁을 성스러운 과업으로 승화시키는 시민종교적 의례였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애국가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대항적 정통성의 상징으로 전유되었다. 최후의 순간, 남아서 도청을 지킨 자들과 살아남아 진실을 증언해야 했던 자들 사이의 분업은 패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집단적 순교와 약속’의 의례로 완결되었다.

넷째, <분열의 재통합과 기억의 사회극>이다. 사회드라마의 마지막 단계인 '재통합'은 사건 종결 후 40년간 진행된 기나긴 기억 투쟁과 시민종교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망월동 묘역의 성지화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1980년의 리미널리티를 현재화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는 역진방지장치로 작동해 왔다.

비판적 평론

이 저작의 가장 큰 학문적 성취는 5·18 연구의 패러다임을 정치사·사회운동론 중심에서 ‘문화인류학적·종교사회학적 분석’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항쟁 당시 참여자들의 주관적 체험, 연대감, 공포, 환희와 같은 집단 감정(collective effervescence)을 빅터 터너의 정교한 개념을 통해 해석해 냄으로써, 열흘간의 역사적 사건에 보편적인 인류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해방 광주를 무정부적 혼란이 아닌 질서 정연한 대동세상으로 보았던 기존의 직관적 인식을 사회과학적 개념 체계로 뒷받침한 대목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반면 분석적 긴장감이 남는 지점도 분명하다. 터너의 커뮤니타스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시 항쟁 내부의 불가피했던 갈등—예컨대 수습파와 항쟁파 간의 무기 반납을 둘러싼 현실적 노선 차이나 시민군 지휘부 내의 정치적 균열—이 ‘일치단결된 원형적 공동체’라는 틀 속에서 다소 조화롭게 수렴되거나 낭만화된 감이 있다. 또한 1987년 이후 5·18이 제도화·국가기념일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례의 형식화나, 오늘날 극우 담론에 의해 왜곡·공격받으며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현재적 균열을 설명하기에는 ‘재통합’의 서사가 지나치게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월의 광주가 왜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 한국 현대사에서 꺼지지 않는 도덕적 자산이자 성스러운 원체험으로 남아있는지를 가장 깊이 있게 해명한 수작이다.

세진님, 앞서 살펴보신 <경합하는 시민종교들>의 문제의식이 5·18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현장에 어떻게 밀착하여 이론화되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

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 항쟁, 공동체 그리고 사회드라마>(2020)에 대한 요약과 평론이다.

서지 사항 및 문제의식

강인철의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출간된 학술적 노작이다. 종교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시민종교와 민주주의 형성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문화인류학 이론인 ‘리미널리티(liminality, 문턱 상태)’와 ‘커뮤니타스(communitas)’, 그리고 ‘사회드라마(social drama)’ 분석틀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5·18을 국가폭력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나 단순한 피해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기존 사회구조가 해체된 예외적 시공간에서 형성된 평등한 연대 공동체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의 문화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핵심 내용 요약

저자는 1980년 5월 18일 아침부터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함락까지의 10일간을 인류학적 통과의례의 전개이자 한 편의 장엄한 사회드라마로 구조화하여 분석한다.

첫째, <재난과 항쟁의 커뮤니타스>다.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은 광주를 일상적 질서에서 격리된 ‘위기’ 상태, 즉 리미널리티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이 비상 국면에서 일상의 위계와 신분적 구별(학력, 직업, 성별)은 일시에 무화되었다. 구두닦이, 택시 운전사, 학생, 상인, 여성들이 하나의 ‘민주시민’이라는 동일한 주체로 호명되며 무장투쟁과 도덕적 분노를 공유하는 원초적 결속체가 형성되었다.

둘째, <해방과 자치의 커뮤니타스>다. 5월 21일 오후 계엄군이 외곽으로 퇴각한 뒤 전남도청이 함락되기 전까지의 약 5.5일 동안 광주는 국가 권력이 완전히 부재한 해방 공간을 경험했다. 공권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약탈이나 범죄가 전무했던 자율적 치안, 피를 나누는 헌혈 행렬,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나눔의 ‘밥상 공동체’는 구조적 억압이 사라진 자리에서 피어난 규범적·자생적 커뮤니타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셋째, <의례와 최후 항전, 그리고 집단적 순교>다. 도청 분수대 앞 궐기대회와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제는 투쟁을 성스러운 과업으로 승화시키는 시민종교적 의례였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애국가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대항적 정통성의 상징으로 전유되었다. 최후의 순간, 남아서 도청을 지킨 자들과 살아남아 진실을 증언해야 했던 자들 사이의 분업은 패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집단적 순교와 약속’의 의례로 완결되었다.

넷째, <분열의 재통합과 기억의 사회극>이다. 사회드라마의 마지막 단계인 '재통합'은 사건 종결 후 40년간 진행된 기나긴 기억 투쟁과 시민종교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망월동 묘역의 성지화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1980년의 리미널리티를 현재화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는 역진방지장치로 작동해 왔다.

비판적 평론

이 저작의 가장 큰 학문적 성취는 5·18 연구의 패러다임을 정치사·사회운동론 중심에서 ‘문화인류학적·종교사회학적 분석’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항쟁 당시 참여자들의 주관적 체험, 연대감, 공포, 환희와 같은 집단 감정(collective effervescence)을 빅터 터너의 정교한 개념을 통해 해석해 냄으로써, 열흘간의 역사적 사건에 보편적인 인류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해방 광주를 무정부적 혼란이 아닌 질서 정연한 대동세상으로 보았던 기존의 직관적 인식을 사회과학적 개념 체계로 뒷받침한 대목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반면 분석적 긴장감이 남는 지점도 분명하다. 터너의 커뮤니타스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시 항쟁 내부의 불가피했던 갈등—예컨대 수습파와 항쟁파 간의 무기 반납을 둘러싼 현실적 노선 차이나 시민군 지휘부 내의 정치적 균열—이 ‘일치단결된 원형적 공동체’라는 틀 속에서 다소 조화롭게 수렴되거나 낭만화된 감이 있다. 또한 1987년 이후 5·18이 제도화·국가기념일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례의 형식화나, 오늘날 극우 담론에 의해 왜곡·공격받으며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현재적 균열을 설명하기에는 ‘재통합’의 서사가 지나치게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1980년 5월의 광주가 왜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 한국 현대사에서 꺼지지 않는 도덕적 자산이자 성스러운 원체험으로 남아있는지를 가장 깊이 있게 해명한 수작이다.

세진님, 앞서 살펴보신 <경합하는 시민종교들>의 문제의식이 5·18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현장에 어떻게 밀착하여 이론화되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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