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전-한수원, K원전 부흥기에 때 아닌 집안싸움 ‘눈총’...국제 분쟁 비화 우려기자명 홍찬영 기자
입력 2025.03.04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체코에서 24조원의 원전을 수주하며 잘나가던 ‘K원전’이 때 아닌 집안싸움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건설의 공사비 정산 문제가 터지면서 어두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전과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는데 1조원의 추가 공사금이 나오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수원은 주계약자인 한전으로부터 추가로 발생한 돈을 받길 요구하고 있고, 한전은 공사를 따낸 한 팀인만큼, UAE에 공동 대응해 추가 공사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서로 사장까지 출두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국제분쟁까지 벌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K원전 수출의 주축인 한전과 한수원의 분쟁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심지어 오는 3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두 기업 간의 협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국제분쟁으로 넘어가기전에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라카 원전사업 두고 불화...공사비 달라는 한수원, 자금 부족한 한전
작년 9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의 모습2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공기지연 등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대금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정산 문제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이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양 측의 갈등의 발단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전이 주계약자로 나선 ‘팀 코리아’는 약 20조원에 UAE의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순차적인 건설을 통해 작년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바라카 원전 수출 사업은 완수됐지만 주계약자 한전과 시공 등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까지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다.
공사비가 당초 수주했을 때보다 1조4000억원이 더 나왔는데, 이 금액의 정산을 놓고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공을 맡은 한수원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작년 말 한전에 정식으로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이 제기한 추가 비용은 10억달러(1조44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추가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면 한수원은 대규모 손실을 입는 셈이다. 한수원은 만일 이 비용을 정산받지 못할 경우 향후 법적으로 배임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수원은 비록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OSS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 정산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고 난 다음에야 이를 나눠 갖는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펴리고 있다.
특히 한전은 당장 조 단위의 추가 공사금을 지급할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면서 총부채가 200조원까지 커진 상태다.
결국 국제 분쟁 조짐까지...K원천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김동철 한전 사장 - 황주호 한수원 사장양측의 논리가 팽팽하다보니, 협의는 길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양사는 지난달 한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공개로 만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협의했지만, 구체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고 난 뒤 한수원 내부에서는 법인 간 계약에 따른 정산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전과의 협상이 더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판단을 구하는 쪽으 가닥을 잡고 관련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결국 상황은 국제 분쟁으로까지 조짐이 번지면서 '집안싸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꼴이 돼버렸다.
국제 중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힘겹게 쌓아올린 '팀 코리아'의 신인도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원전 중흥기를 맞아 후속 원전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3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결국 양 기관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적극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 중재로 넘어가기 전에 산업부가 두 기업 간의 협의를 주도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부는 “자율적 경영활동을 보장해야 할 공공기관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곪아온 자존심 싸움...모호한 수출 체계가 판 키웠나
업계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의 분쟁은 비효율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국산 원전 수출은 한수원과 한전이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원화 체계의 모호함이 갈등을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추진하면서 부부터 원전 수출 기능을 양분했다.
본래 원전 수출은 한전 혼자만의 역할이었지만, 독자적인 원전 건설·운영 역량을 보유한 한수원의 수출 기능을 살리기 위한 결정으로 알려진다.
이에 한국형 원전의 노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는 국가는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 등 기술적 요인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수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세부적 국가별로 봤을 때, 유럽과 중동은 한전이, 동유럽은 한수원이 맡는 쪽으로 분배됐다.
이번에 분쟁이 격화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한전이 주도한 것도 본 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은 한수원이 주도한 것도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졌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자사가 원전 건설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전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한전은 바라카 원전 수주를 통해 쌓은 국제 신뢰도를 바탕으로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내부적인 갈당은 바라카 원전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곪아 터져 버린 격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애매모호한 이원화 수출 체계를 하나로 일원화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일원화 방식 추진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한전과 한수원 각자 자신이 일원화 체제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수원은 이와 관련한 ‘원전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과 ‘원전 수출체계 개선 방안’을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개별보고 한 바 있다.
여기엔 원전 수출 체계를 한수원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향후 이를 공사로 확대·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향후 한수원을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칭)’로 개편해 한전의 원전 관련 자회사들을 산하로 수직계열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한전 입장은 역시 정반대다. 일단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고, 설령 일원화를 추진하더라도 중심은 모회사인 한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체계에 대한 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한편 한전은 이외에도 꾸준히 협력사·자회사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자넌 2017년에는 바라카 원전 건설사였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전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한 일이 있었다.
공기 연장과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 약 5000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최근 한수원과 빚고 있는 갈등과 거의 유사한 형태다.
한전은 한전KDN과도 5년째 450억 원대의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한전KDN이 납품한 배전운영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2023년 11월에 한 협력사를 상대로 제소한 32억 원 규모의 UAE 원전 하자보수 청구 사건도 현재 진행형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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