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9

죽음의 자서전 | 틂 창작문고 1 | 김혜순 | 알라딘

죽음의 자서전 | 틂 창작문고 1 | 김혜순 | 알라딘


죽음의 자서전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틂 창작문고 1
김혜순 (지은이)문학실험실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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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9 그리핀시문학상 수상 시집. 틂 창작문고 1권. 2015년, 김혜순 시인은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몸이 무너지며 쓰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는 매 순간 온몸이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병원을 찾았으나, 메르스 사태로 병원을 옮겨 다니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세월호의 참상, 그리고 계속되는 사회적 죽음들 속에서, 그녀의 고통은 육체에서 벗어나, 어떤 시적인 상태로 급격하게 전이되면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49편의 죽음의 시들을 써내려갔다.

바로 그 결과물이 여기, 이 멀쩡한 문명 세상에 균열을 불러오며, 문학적으로는 고통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지독한 시편으로 묶였다. 49편 중 대부분이 한 번도 세상에 나온 적 없는 미발표 신작 시로, 이 시집은 그 자체로 '살아서 죽은 자'의 49제의 기록이라 할 것이다.


목차


출근-하루
달력-이틀
사진-사흘
물에 기대요-나흘
백야-닷새
간 다음에-엿새
티베트-이레
고아-여드레
매일 매일 내일-아흐레
동명이인-열흘
나비-열하루
월식-열이틀
돌치마-열사흘
둥우리-열나흘
죽음의 축지법-열닷새
나체-열엿새
묘혈-열이레
검은 망사 장갑-열여드레
겨울의 미소-열아흐레
그 섬에 가고 싶다-스무날
냄새-스무하루
서울, 사자의 서-스무이틀
공기의 부족-스무사흘
부검-스무나흘
나날-스무닷새
죽음의 엄마-스무엿새
아 에 이 오 우-스무이레
이미-스무여드레
저녁메뉴-스무아흐레
선물-서른날
딸꾹질-서른하루
거짓말-서른이틀
포르말린 강가에서-서른사흘
우글우글 죽음-서른나흘
하관-서른닷새
아님-서른엿새
자장가-서른이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든 까마귀-서른여드레
고드름 안경-서른아흐레
이렇게 아픈 환각-마흔날
푸른 터럭-마흔 하루
이름-마흔이틀
면상-마흔사흘
인형-마흔나흘
황천-마흔닷새
질식-마흔엿새
심장의 유배-마흔이레
달 가면-마흔여드레
마요-마흔아흐레

시인의 말

感 / ‘죽음’이 쓰는 자서전_조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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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죽음의 미로, 사자死者들의 대해大海, 망자亡者들의 투망.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침잠해야 한다고,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그것은 차라리 산자, 살고 있는 자의 책무라서, 제 하얀 백지로 매일 마주했다면, 그는 필경, 출구 없는 그곳으로 들어가기 이전이나 대해의 심연에 빠지기 전까지, 그렇게 온통 그물을 뒤집어쓰기 직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알아도 안 되는 죽음에 골몰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골몰’이라는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죽음이 꾸는 꿈을 기록해낼, 합당한 말의 형식을 발견하거나 차라리 고안하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돌아 나올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자명한데도 빠져드는 일, 검은 저 바다에 제 언어의 부표를 꽂아보는 일은, 주위에 아무도 없어, 아무도 내딛지 않아, 그 내용과 형식을 누구도 벌써 알지 못하기에, 오로지 실천을 해야만 하는 일, 그렇게 과정으로만 가능한 제 일상의 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마침내 그 일을 감행했을 저 자신조차 그 파장과 다가올 사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까. 밀려오는 공포와 두려움, 참혹과 비극을 감당하며, 몸과 그림자를 함께 부여잡고 지내야 하는 지금-여기의 삶이라고, 그렇게 우리 모두의 순간과 순간이라는, 저 직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실천을 우리는 지금 보고 또 읽으려 한다. 차라리 외로운 일, 외로운 길, 외로운 정념이었을 것이다. 사방이 보이지 않는다. 출구가 없다. 지반이 사라졌다. 허공에 떠 있다. 두 발을 내릴 수가 없다. 입을 놀릴 수가 없다. 공포가 세상을 뒤덮고 있다. 죽임을 당한 존재들과 죽어가는 존재들을 보고, 만지며, 그 안으로 침투하여, 그렇게 돌아든 다음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조금 환해지는 것이라 해도, 그에게 남겨진 것은 차라리 표현할 수 없는 무형의 실체, 그 덩어리였을 것이다. 이 덩어리를 기록하는 작업은 참혹한 일, 참혹을 겪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 조재룡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죽음의 자서전』은 김혜순 시인이 구축한 놀라운 건축물이다. 사회적 참상과 개인의 죽음, 그 둘 사이의 연관을 구조적으로 직조해내고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6년 6월 17일자 '문학 새책'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9년 6월 26일자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19년 6월 25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김혜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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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학과지성』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1981),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1985), 『어느 별의 지옥』(1988), 『우리들의 음화』(1990),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1994), 『불쌍한 사랑 기계』(1997),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2000), 『한 잔의 붉은 거울』(2004), 『당신의 첫』(2008), 『슬픔치약 거울크림』(2011), 『피어라 돼지』(2016), 『죽음의 자서전』(2016), 『날개 환상통』(2019),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2025), 시 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2016), 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2019),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2002), 『여성, 시하다』(2017), 인터뷰집 『김혜순의 말』(2023), 합본 시집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2025) 등을 펴냈다. 1989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며 수많은 시인·작가를 배출했다. 2026년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명예교수이다.
김수영문학상(1997), 소월시문학상(2000), 현대시작품상(2000), 미당문학상(2006), 대산문학상(2008), 이형기문학상(2019),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9),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2019), 스웨덴 시카다상(2021), 삼성호암상 예술상(2022),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2024, 시 부문), 독일 국제문학상(2025) 등을 수상했고, 영국 왕립문학협회 국제작가(2022),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AAS) 회원(2025)으로 선정됐다. 주요 시집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웨덴어, 폴란드어, 덴마크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서 읽히고 있다. 접기

수상 : 2023년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19년 그리핀 시 문학상, 2019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12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08년 대산문학상, 2006년 미당문학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2000년 현대시작품상, 1997년 김수영문학상
최근작 : <공중의 복화술 :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미니 에디션 더 쏙)> … 총 84종 (모두보기)
김혜순(지은이)의 말
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고 매년 매달 저 무덤들에서 저 저잣거리에서 질문이 솟아오르는 나라에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죽음을 선취한 자의 목소리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시를 쓰는 동안 무지무지 아팠다. 죽음이 정면에, 뒤통수에, 머릿속에 있었다. 림보에 사는 것처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가 갔다. 뙤약볕 아래 지구의 여름살이 곤충들처럼 고통스러웠다. 고통만큼 고독한 것이 있을까. 죽음만큼 고독한 것이 있을까. 저 나무는 나를 모른다. 저 돌은 나를 모른다. 저 사람은 나를 모른다. 너도 나를 모른다. 나도 나를 모른다. 나는 죽기 전에 죽고 싶었다.
잠이 들지 않아도 죽음의 세계를 떠도는 몸이 느껴졌다. 전철에서 어지러워하다가 승강장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올라 나를 내려다본 적이 있었다. 저 여자가 누군가. 가련한 여자. 고독한 여자. 그 경험 다음에 흐느적흐느적 죽음 다음의 시간들을 적었다. 시간 속에 흐느끼는 리듬들을 옮겨 적었다. 죽음 다음의 시간엔 그 누구도 이름이 없었다. 칠칠은 사십구라고 무심하게 외워지는 것처럼, 구구단을 외우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이 시를 쓰고 난 다음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 바랐다. 연구년 동안에 이 시들 중 대부분을 적었다.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죽어버린 옛 여자들처럼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먼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시 안의 죽음으로 이곳의 죽음이 타격되기를 바랐다. 이제 죽음을 적었으니, 다시 죽음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시집(49편의 시)을 한 편의 시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2019 그리핀시문학상 수상 시집

여성詩 최전선 지킨 김혜순… 그의 목소리, 세계 보편이 되다 _서울신문
아시아 여성 첫 수상…"내 이름 불려 너무 놀랐다” _경향신문
“산 자가 말하는 소멸과 죽음… 49편에 녹여내”_세계일보
“산 자로서의 죽음 쓴 감수성 통한 듯… 노벨상 말하는 건 詩 그만 쓰라는 뜻... _문화일보
"죽음에 버금가는 삶의 고통… 어머니 떠올리며 노래했죠" _조선일보
“죽음과 소멸을 선험적으로 느끼는 게 시인의 감수성”_한겨레신문

한국 현대 시의 쾌거! 『죽음의 자서전』에 쏟아진 세계 언론의 관심과 찬사

“『죽음의 자서전』은 김혜순 시인이 구축한 놀라운 건축물이다. 사회적 참상과 개인의 죽음, 그 둘 사이의 연관을 구조적으로 직조해내고 있다.” _Publishers Weekly

“김혜순 시인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시인이다. 미국 독자들의 배타성과 번역에 대한 거부감을 감안하면 김혜순 시인의 위상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순 시인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협업에 가까운 번역을 해낸 최돈미 번역자의 능력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형식과 깔끔한 형식주의를 거부하는 김혜순 시인의 천재성과 생뚱맞고 거북한 것들을 다루는 기교와 유머감각 때문일 것이다. 이 시집에서 각 개인과, 쓰러진 신체는 자신만의 죽음을 경험하지만, 김혜순 시인이 표현한 죽음(대문자D의 Death)은 복수적이고 집단적인 죽음이며, 정치적 비극과 방지할 수 있었던 참사에 의해 희생된 총합적인 죽음이다.” _“A Ghost of Collectivity: Kim Hyesoon’s Autobiography of Death,” Denver Quarterly 53, no. 2 (Spring 2019), 106-12.

김혜순의 감각적 시들은 육신과 영적 세계에 뿌리를 둔 채 분노와 붕괴를 통과시키며, 죽은 자가 되어 말한다. 죽음 그 자체가 되어 말한다. 49편의 시들은 죽은 망자가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세상을 헤매는 49일 동안의 시이다. 이 죽음의 시들은 세월호 비극으로 목숨을 읽은 아이들에게 쫓긴다. 또한 이 시들은 전사자들, 정부의 진압으로 사망한 시위대원들, 점령의 천 년이 주는 고통에 쫓긴다. 점령의 위협과 더욱 강력한 권력을 위한 온갖 예속이 주는 고통이다. _Galatea Resurrects 2018 (A Poetry Engagement): Autobiography of Death by Kim Hyesoon By Judith Roitman

초현실적인 시구들과 새롭고 감성적인 날것의 언어들, 영혼이 육신을 떠난 후 배회하는 날짜를 세는 차가운 마술은 독자들을 숨죽이게 한다. 이는 절로 우러나는 비가(悲歌)이자 집단의 비가이다. 김혜순의 시는 인간의 오랜 두려움인 죽음과 썩음, 매장과 맞닥뜨려 경이로움과 함께 떠나는 여정이다. _The Ophra Magazine: 17 of the Best Poetry Books, as Recommended by Acclaimed Writers for National Poetry Month By Michelle Hart

김혜순 시인은 경이로울 만큼 흥미롭고 실험적인 시인이다. 그의 시는 자극적이고 재미있지만 어렵지도 않다. 시다우며 훌륭한 시들이다. _Three Percent: The 2019 Best Translated Book Award Longlists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불의로 끝난 생명의, 소용돌이치는 공간을 향해 목소리를 건넨다. 이 시집에 실린 49편의 시들은 돌진하고 펄럭이며, 마치 나방처럼 세상을 만지는 망자들을 흉내 낸다. 이 시들은 죽음이 선언한 경계를 향해 몸을 던진다. 이 시집이 말하는 죽음은 우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저승사자같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우리의 잘못된 행로가 초래한 결과이다. _KENYON review: March 2019 Micro-Reviews By Tyler Green

애초에, 망자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김혜순 시인은 자신의 죽음에 시적 목소리를 허용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노래들을 들을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읽는 것이다. 슬프고 부드러운 톤으로 가득 한 시구는 공포로 가득한 산문시와 섬뜩한 자장가와 뒤섞인다. 슬픈 추억의 노래는 어느덧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노래로 변한다. 이 죽음 이후의 여정을 통과해가는 것은 기이하고 강렬한 경험이다. 동시에 이 경험은 절묘하기도 하다. Roughghosts: Forty-nine days of the spirit: Autobiography of Death by Kim Hyesoon By Joseph Schreiber

『죽음의 자서전』 화자들은 존재와 신념이 만들어내는 분쟁의 틈새에서, 화장실과 버려진 교실, 부서진 백화점의 잔해에 비명을 휘갈기며 살고 있다. 이곳은 모두 부재로 가득한 공간이다. 이 시집은 죽음이 얼마나 살아 있는 신체와의 근접성에 의존하는지 탐구한다. 살아 있는 신체는 공간, 즉 우리가 그 장소를 떠나게 될 때 남겨질 틈새를 표명하는 존재이다._The Ploughshares Blog: “I Refuse to Review”: Literary Criticism and Kim Hyesoon’s Autobiography of Death By Lotte L.S.

2014년 세월호의 끔찍한 여파 속에서, 한국의 시인 김혜순은 엄청난 충격과 분노, 이 재앙에 내몰린 아이들의 원혼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비극적인 작품을 써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이 환생을 기다려야 하는 매일 1편씩, 총 49편으로 이뤄진 한 편의 시를 구성했다. 최돈미의 탁월한 번역을 통해 우리는 샤머니즘, 모더니즘, 페미니즘이 초국가적으로 충돌하는 김혜순의 시가 “이전 그 누구도 노래한 적 없는 음울한 톤”으로 아우성치는 기록을 듣는다. 죽음 너머의 음색은 삶 자체로 들릴지도 모른다고, 심지어 “죽음조차도 내 안에 깊이 들어올 수 없어서” 시인은 노래한다. _2019 Griffin Poetry Prize Judges Citation

그리핀시문학상 소개
캐나다의 그리핀 트러스트가 주관하는 국제적인 시 문학상. 2000년 캐나다의 기업가 스콧 그리핀이 제정한 시 부문 단일 문학상으로, 시의 대중화와 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번역 시집을 포함, 전년도에 영어로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매년 캐나다와 인터내셔널 부문 각 한 명의 시인을 선정해 시상한다. 그리핀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은 시 부문 단일 문학상으로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으로,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노벨문학상을 비롯, 영국의 National Poetry Competition 등과 함께, 시 부문이 있는 단일 또는 복수 장르의 세계 주요 문학상(International Major Awards)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문학상이다.

김혜순 시작(詩作) 40년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시하는’ 시인, 하여 그 이름이 하나의 ‘시학’이 된 시인. 김혜순은 여성 시인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 거대 담론-남성적 세계를 향한 비명에 가까운 시쓰기를 지속해왔다. 1979년에 등단해 13권의 시집을 펴내는 내내 김혜순은 남성 중심의 지배적 상징질서를 충실히 구현해온 언어에서 자신의 몸-말을 꺼내어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로 확장시켰다. 분열적이고 산포되는 이미지의 연쇄, 단어와 단어가 부딪쳐 일으키는 파동, 타자와 함께 자신을 재구축하는 다성적이고 역동적인 목소리의 형태를 띤 김혜순의 시는, ‘현실이 없는 시는 없다’는 그 자명한 명제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듯, ‘언어에 새겨진 문명과 문화의 기획, 권력과 체제의 논리, 통념과 관습의 폭력성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러한 언어의 본성에 저항하며’(문학평론가 오연경) 길어낸 산물이다. “지배적 상징질서들이 만들어놓은 시적인 것들과 결별하고, 다시 그것을 게워내는 ‘첫’의 혁명”(문학평론가 이광호)처럼,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주체의 언어를 제 것으로 만들거나 되려 타자화시키는 김혜순의 언어는 단순히 타자의 고통을 호소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1980년대의 급진적인 도전들과 1990년대의 다른 감수성의 등장, 그리고 최근 페미니즘의 요동치는 시간들에 이르기까지, 김혜순의 시는 그 국면들을 뚫고 돌파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혜순은 저 제도화된 역사들과 가장 먼저 작별하는 시적 신체의 최전선에 있었”으며, “그의 시는 ‘미시 파시즘’과 싸워야 할 이유가 선명해진 ‘촛불과 미투의 시대’, 그 근원적인 층위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것은 그의 시가 당대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시대를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자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문학 언어의 정치적 급진성에 있어 김혜순보다 뜨거운 언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이다(이광호). 오늘날 이 시점에서 김혜순의 시적 언어는 여전히 당대적이고, 한편 미래적이다. 그의 말은 지금-여기로 계속 도착하고 있다. 우리는 매번 새롭게 도래하는 김혜순의 언어를, 그의 시를 매 순간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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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된다.최고의 시집.
헬레니즘 2019-06-2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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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다.
낭만인생 2016-06-1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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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집 너무 좋습니다. 말로 다 못할깊이. 읽어봐야 알수있어요.시인님 감사해요
hima21 2019-07-0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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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칸나 2019-06-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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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시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dfsjkl 2019-06-1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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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자서전


흰 소복 같은 표지를 벗기면 관처럼 검은 표지가 숨어있다. 습관적 그리움이 솟기 시작한다.
죽음과 죽음의 이야기와 죽음의 형태와 죽음의 목소리, 죽음의 죽음에 대한 변주.
마흔 아홉개의 글은 하루, 이틀, 사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마흔아흐레로 마무리 된다. 49제를 마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할아버지 영정 앞에서 울었다. 울며불며 노래했다.
"아이고~~이~ 세상에~ 나만 혼자 떨구고~~발길을 거두는~무정한~~사람아~아~아~ 살아생전에도~~무정하드니~~가는 길도 무정허네~~이 년의 팔자~ 어디 가서~ 한을 풀꼬~~누굴~ 잡고 원을 풀꼬~~아이고~~아~이~고~~~기다리지~마~소~이승일랑~잊어~먹고~ 이~년도 잊어먹고~ 자식들만~~기억하소~~자식들~~만 "
할아버지와 특별히 정이 없던 어린 손주년은 할미의 가락이 신기했다. 우는 건지 노래하는 건지 꺼억꺼억 숨을 들이 쉬고 내 뱉고 눈물 범벅이 된 입은 오히려 웃는 듯 보였다. 할머니는 정말 슬픈걸까? 맹랑한 손주년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를 묻고 돌아와 한 이틀을 누워 앓던 할머니는 이틀 후 이른 새벽 밥을 짓고 겉절이를 무쳐 맛나게 한 그릇을 드셨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몸빼바지를 입고 밭에 나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김을 맸다. 할미는 분명 슬퍼보이지 않았다.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보였다.
참으로 막걸리를 내오라는 말도 평소처럼 던져두고 가셨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할머니는 슬프지 않다.


시집을 읽으며 자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이 생각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도 생각났다. 편안하게, 이기적이다 싶게 편안했던 아비의 표정을 용서할 수 없었던 어린 내가 생각났다.
내 기억 속에, 삶의 여백마다 여지없이 꽂혀있던 '죽음'을 발견했다. '죽음'은 언제나 화두였고 갈망이었고 최후의 목표였다. '꼭 죽고 말테야'라고 나는 사춘기무렵 결심했다. 죽음은 결코 끝나지 않는 지루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죽어버리면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은 기록되고 저장되고 변이되어 사체가 썩어가듯 제 형체를 잃어가며 원망과 환상으로 조금씩 휘발된다. 아주 조금씩..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조금씩..
영생(永生)보다 어려운 영사(永死)를 갈망했다. 완벽하게 처리되는 삶의 흔적. 수천년이 지나서도 또 기억되고 또 떠올려지는 삶의 체취가 아닌 단 한번의 썩어문드러짐으로 끝나는 죽음. 더이상의 재생되는 기억도 찾아지는 흔적도 없는 죽음. 그런것이 필요했다. 그것이 목적이었다.
사춘기 무렵..나는 까뮈를 읽었다. 그게 다였다.


죽음의 소문과 죽음의 실체를 이렇게 적어내린 시는 새롭다. '꼭 죽어야겠다'라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살아있음이 지루하고 덧없고 하는 패배적이고 회의적이며 염세적인 관념이 만드는 망상같은 죽음이 아닌, 실체로서의 죽음. 완벽한 멸절을 꿈꾸게 한다.
바로 이거야.
나는 비로소 말 같지 않은 말이라며 내 죽음을 조롱하던 입들에 대꾸할 근거를 만났다.


마요
- 마흔아흐레


공중에 떠가는 따스한 입김 하나가 너를 그리워 마요
너보다 먼저 윤회하러 떠난 네 어릴 적 그 입술에 살랑 닿는 바람이 너를 그리워 마요


무한 창공 떠가는 아파서 죽은 그 겨울 그 여자의 얼음 심장에
가느다란 바늘이 가득 꽂히면서 너를 그리워 마요

떨어진 이파리들이 언 강물 위에 지문을 가득 붙여가면서


1백 층 2백 층 건물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면서
안경은 안경끼리 신발은 신발끼리 입술은 입술끼리
눈썹은 눈썹끼리 발자국은 발자국끼리 커다란 서랍 속으로 쓸려가면서 너를 그리워 마요


80센티미터로 강물이 얼어붙고, 그 위로 탱크가 지나가고, 그 얼음 밑으로 물고기들이 너를 그리워 마요


담배 가게 앞에 14년째 전봇대에 묶인 개가 거를 그리워 마요


커다란 바람이 미쳐서 죽은 여자 수천 명을 데리고 날아가는데


내 일생의 '너'들이 웃어젖히는 소리, 쏟아지는 머리칼


겨울 풍경 전체가 울며불며 회초리를 휘두르며 너를 그리워 마요


눈발이 수천 개 수만 개 수억만 개 쏟아지며 너를 그리워 마요


온 세상에 내려앉아서 울며불며 수런거리며 눈 속에 파묻힌 눈사람 같은 네 몸을 찾지 마요, 예쁘게 접은 편지를 펴듯 사랑한다 어쩐다 너를 그리워 마요


너는 네가 아니고 내가 바로 너라고 너를 그리워 마요


49일 동안이나 써지지 않는 펜을 들고 적으며 적으며 너를 그리워 마요.






마지막 시를 읽으며 유언처럼 적어두겠노라 생각한다. '너를 그리워 마요. 나를 기억하지 마요. 완벽하게 죽도록..해..줘..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맑은 물, 그 위에 덜어뜨린 검은 잉크 한방울이 번져가듯 수많은 곡선들이 춤을 추는 시집을 읽는다. 말랑하고 구불구불한 뇌를 가진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죽음은 오랫동안 제가 머물 자리를 탐색하느라 고생할테고 삶은 더없이 지루하고 길어질 것이니까. 맛없고 양 많은 쫄면을 받아든 것 처럼..
말랑하고 구불구불한 머릿 속 어디든 눈치채지 못하게 스며들 수 있는 죽음이어서 다행이다.
모른척 하자면, 완벽하게 죽으려면 완벽하게 살아내야겠다. 죽음을 삶처럼, 삶을 죽음처럼..
김혜순의 송진같은 시를 씹는다.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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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2016-06-13 공감(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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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2016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2016






1.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위해 49편의 시를 남겼다. ‘죽음의 자서전’을 써 내려가는 주체는 죽음, 주제도 죽음, 주된 독자도 죽음이다. 김혜순 시인 특유의 반복을 통한 리듬감과 어디로 뻗어 나갈지 모르는 비유는 시인이 수평선 너머 또는 아래에 잠긴 영(靈)들을 불러들인다. 2014년 4월 이후로 죽음과 물의 이미지는 ‘세월호’라는 체를 통과해야만 한다. 하늘처럼 성기지만 넓어서 어느 것 하나 새어나갈 수 없는 그물에 걸려 바동거리는 영(靈)을 위한 진혼곡.






2. 메모




- 물에 기대요, 18-19쪽 부분


너는 전신을 기울여 매달려요


감당 못 하겠어요 몸을 비틀어
물의 손가락을 붙잡고


물의 머리칼로 짠 외투를 입어요
꿇어앉아 얼굴을 덮어요


함께 비뚤어지기로 해요
안고 넘어지기로 해요


내가 뛰어내리면
네가 뛰어내릴 차례예요


낚싯줄을 던지면
바늘을 물고 올라오세요
다음엔 내가 해볼게요


애원해요


너보다 더 혼잣말하는 물에게


엉망으로 취하면 길어져서
비를 집에 바래다줘요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물을


기대려는
너에게
더 기대오는
물을






- 고아, 27-28쪽 부분


벽걸이 텔레비전 화면엔 젖꼭지 여덟 개 어미 돼지가 아홉 번째 새끼의 뇌수를 먹어치우는 장면.// 죽기 전부터 고아인 죽음이 탄생하는 장면.// 너는 이제 사각형 원피스에 몸이 딱 맞는구나.






- 묘혈, 50-51쪽


둥그런 배를 안고 여자가 모로 누워 있다


숨길 수 없는 우물이
핏속을 돌다 어느 날 터졌다
터진 수맥을 품고
그 여자가 하루 종일 웃었다
평생의 모든 순간들이 너무 우스워
죽은 여자는 웃다가 울었다


두레박이 달린 탯줄에
햇빛이 실려 내려갔다가


눈물이 한 동이 올라왔다
고층 빌딩을 닦는 사람처럼
너는 네 몸 밖의 유리창에
매달려 눈물을 닦았다


너는 저 세상에서 왔건만
지금 너는 저 세상을 임신 중이다


분만대에서 태어나는 중인 신생아처럼
제 무덤 속에 목을 집어넣은 여자가
휴대폰의 제 사진을 들여다보는 시간


묘지의 초록색 모자마다 웃는 얼굴들이 들어 있다






- 부검, 64-65쪽


언니가 운다 오빠가 운다
순서대로 가야 하는데 왜 네가 먼저 가니?


“이불 속에는 푸른 옷을 입구 착검한 총을 든 군인들의 행렬”
“음부 속에는 핏발 선 눈알들이 굴러다니고”
“부러진 팔의 깁스 속에는 군인의 고함들이 살아요”


“죽었다네요, 내가”






- 아 에 이 오 우, 71-72쪽 부분


119에 전화를 걸다 말고 바라본 마루 위의 네 발가락 자국
눈 내린 것처럼 쌓인 하얀 설탕 위 네다섯 개의 발가락 동그라미들


눈 위에서 총 맞아 죽은 외할머니 노루와
그 주위를 맴도는 새끼 노루 한 마리를 둘러싼
발가락 자국들, 아 에 이 오 우 다섯 모음으로 발음되는




- 하관, 89-91쪽 부분


가는 빗줄기 살랑 묶어 촉촉한 리본 만들어 네 젖꼭지에 꽂아주는 바람이 왔네


“어려서 죽어서 너보다 어린언니가 아랫배를 꼬집는 가냘픈 손톱”
“초록손톱 똑똑 분질러버리는 귀신아, 나보다 한 발짝 먼저 온 봄아”

“갈비뼈 우린 거친 국물 오르내리는 몸속 그 뼈가 너를 싣고 다니는 관이네”


“아직 안 떠나고 뭐하니 아침마다 철썩 네 뺨을 갈기며 물어보는 저 하늘 저 시퍼런 핏줄”
“입가에 피 묻은 새처럼 우짖는 저 꽃들 피 묻은 이빨 퉤퉤 뱉네 자꾸만 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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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배꼽 2016-12-21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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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죽음의 자서전

암울하다 라고 할 만큼은 아니어도 못지않게 어두운 정서.
죽음의 자서전이 밝을 수는 없겠지.
좋다.
어둡고 습하다가도 바싹 마른 건조함으로 전환되는,
사물들의 이면이 선명하고 섬뜩하게 비춰지는,
잘 주조되어 정렬된 느낌이다.

- 추락이 시작되면 비명의 비상도 시작한다
심연의 가장자리가 무한히 떠오른다
네 날개가 물 위에 퍼지는 파문처럼 일시에 지펴지고
너는 이제 너에게서 해방인가!
네 발에는 발자국이 없구나
네 기쁨에는 호흡이 없구나
네 편지에는 이름이 없구나 - 나비 열하루 중.

- 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고 매년 매달 저 무덤들에서 저 저잣거리에서 질문이 솟아오르는 나라에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죽음을 선취한 자의 목소리일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 시인의 말 중

2019.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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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9-10-2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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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의 49재

49일을 기준으로 죽음에 대한 시를 썼다. 생과 사, 안과 밖의 대립들이 강렬하다. 어떤 시들은 지나치게 비장하여 올드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2019년에 캐나다 그리핀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죽음이란 소재와 주제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독자에게 소구되는 것 같다.읽으며 궁금했던 것은 <아님>이란 시는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하는 점. 상당한 분량을 한국식 언어유희로 끌어갔는데, 어떻게 번역했을지 보고 싶다.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꺼내 봐야 참뜻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anya 2020-02-0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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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말을 아껴둔다



















출근
하루
-김혜순

지하철 타고 가다가 너의 눈이 한 번 희번득하더니 그게 영원이다.

희번득의 영원한 확장.

네가 문 밖으로 튕겨져 나왔나 보다. 네가 죽나 보다.

너는 죽으면서도 생각한다. 너는 죽으면서도 듣는다.

아이구 이 여자가 왜 이래? 지나간다. 사람들.
너는 쓰러진 쓰레기다. 쓰레기는 못 본 척하는 것.
.
.
.

죽음의 엄마
스무엿새
-김혜순

엄마는 모르지만 너는 다 알아.
엄마의 가슴 한구석 까맣고 작은 점 하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노래가 되는 것. 멋진 독창이 죽음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
깊어가는 가을밤처럼 청아한 노래.

죽은 사람들의 끝없는 환영 인사. 내면이란 다 그런 것.
흐르는 노래 위를 침을 뱉으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엄마의 홍채가 땅 속에서 부화하고 거기서 태어난 홍체들이 땅 속의 별처럼 떠다니는 것.
넌 다 알아. 넌 엄마의 죽음이니까.

엄마는 모르지만 넌 다 알아.
엄마의 머리칼 위에 집을 지은 까마귀 한 마리.
바늘 없는 괘종 시계처럼 서 있는 엄마의 몸 안에서 째깍째깍 영원히 다음 생을 기다리는 물구나무선 아기들. 엄마의 고막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귓속의 검은 염소들. 엄마의 발등 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죽은 새 두 마리의
날갯죽지, 그 썩은 냄새. 넌 다 알아. 엄마의 몸 속에서 쫓겨나온
넌 다 알아. 따뜻한 모에서 확 뽑혀 북극으로 쫓겨가는 철새의
헐벗은 두 발처럼 시린 알몸의 검은 하늘, 날아봤자 무덤 속인 그곳,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49편의 시. 49일의 시간.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 시는 슬프다. 쓰일 수밖에 없는 시가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아직 죽음의 행렬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들은 살아 있지 않았다. 이미 죽어 침묵의 강을 건너고 있다.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해서 시는 쓰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허망하게 떠난 죽음에게 바쳐지는 시. 하루에 한 편을 읽고 한 편을 받아쓴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바다는 말이 없고 푸른 하늘은 울기만 한다. 지독한 하루가 시작되고 다시 살아야 한다. 좋은 일은 더디 오는데 슬퍼해야 할일만 여기 도착한다.

미움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넓은 가슴으로 살아야지. 다짐을 쓰고 청소를 한다. 내가 살아 있다. 죽음을 대비하는 일. 달보다 별보다 높게 살아 있다. 어둠 안에 빛을 만들어 간절한 네 눈에 넣어주고 싶다.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유효하지 않은 승차권을 받고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갈 수 없는 그곳에 너는 있다. 안녕이라는 말을 아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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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쥐보스 2020-01-0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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