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환상통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문학과지성 시인선 527
김혜순 (지은이)문학과지성사20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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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시하고', '새하는' 김혜순 시력 40년"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새의 시집> 중)
1979년 처음 시를 발표한 시인 김혜순이 등단 40년을 맞았다. '새하는 여자를 보고도 / 시가 모르는 척 하는 순서'(<새의 시집>)에 대항하며 '시하는' 여성의 길을 걸어온 시인이 두툼한 시집을 엮어 독자를 찾았다. '몸하고' '시하는' 시가 주목하는 것은 시를 담은 몸이 '새하기' 위해 펼치는 분투들. 1979년의 싸움에서 2019년의 싸움까지, 독자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온 시 역시 걸어 왔다.
"그들은 말했다 / 애도는 우리 것 /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날개 환상통> 중) 새하기를 꿈꾸는 이들은 지난 40년 간 그래왔듯 여전히 모욕당하고 추방당한다. '여자를 모욕하려고 쓴 글에서 나던 냄새'(<구속복> 중)와 싸우는 이들. 작별한 자리에 선 '새하는' 몸들은 뜨거운 언어로 고발하고 증언한다.
- 소설 MD 김효선 (2019.04.16)
책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527권.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시하는' 시인, 하여 그 이름이 하나의 '시학'이 된 시인이 있다. 2019년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혜순이다. 그가 전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 2016) 이후 3년 만에 열세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을 출간했다.
김혜순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40년을 걸어왔다.
김혜순의 시집을 관통하는 "고유의 실존적 목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 실존의 실체는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로 그리지 않는' 파동"이라고 설파한 이는 11년 전, 김혜순의 아홉번째 시집 <당신의 첫>의 해설을 쓴 평론가 이광호였다.
이번 시집에서 다시 한번 해설을 쓴 이광호는 김혜순이 문학 제도 안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 1979년 이후, 지난 40년간의 한국 문학의 변화를 살핀다. 그리고 1980년대의 급진적인 도전들과 1990년대의 다른 감수성의 등장, 그리고 최근 페미니즘의 요동치는 시간들에 이르기까지, 김혜순의 시는 그 국면들을 뚫고 돌파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음을 짚어낸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사랑하는 작별
새의 시집
고잉 고잉 곤
쌍시옷 쌍시옷
날개 환상통
새의 반복
날개 냄새
찬란했음 해
새는 물음표 모양으로 서 있었어요
바닥이 바닥이 아니야
비탄 기타
이별부터 먼저 시작했다
얘야 네 몸엔 빨대를 꽂을 데가 많구나
10센티
오감도 31
안새와 밖새
새들의 영결식
Korean Zen
양쪽 귀를 접은 페이지
새의 호흡기 질환에 대하여
새, 소스라치게
티라누스 멜랑콜리쿠스
2부 나는 숲을 뾰족하게 깎아서 편지를 쓴다
우체통
숨을 은
almost blue
불쌍한 이상李箱에게 또 물어봐
불안의 인물화
그믐에 내용증명
초
몬스터
송곳니
어느 작은 시
더 여린 마음
우체국 여자
엄마의 팽창
미리 귀신
이 소설 속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
뾰족한 글씨체
3부 작별의 공동체
작별의 신체
이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날아라 병원
레시피 동지
새를 앓다
우리에게 하양이 있을까
피읍 피읍
새의 일지
찢어발겨진 새
이 나라에선 날지 마
새 샤먼
그 사진 흑백이지?
부사, 날다
해파리의 몸은 90퍼센트가 물이다
4부 여자들은 왜 짐승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장실 영원
사라진 엄마 사라진 부엌
들것
않아
중절의 배
물구나무 팥
마취되지 않는 얼굴
폭설주의보
합창대
할머니랑 결혼할래요
흉할 흉
올빼미
원피스 자랑
수레의 컴컴한 덮개 아래 흑단으로 만든 화려한 관들이 검푸른 털로 빛나는 장대한 암말들에게 바삐 끌려가고 있다
자폐, 1
자폐, 1000
구속복
낙랑의 공주
여자의 여자
최면의 여자
제5부 리듬의 얼굴
리듬의 얼굴
해설 ‘새-하기’와 작별의 리듬 - 이광호
접기
책속에서
[뒤표지 글]
이번엔 시가 나를 ‘새하게’ 했다.
그런 다음 나를 날지 못하게 하고, 날개를 꺾었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신발을 벗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소매 속에서 깃털이 삐져나오는
내게서 새가 우는 날의 기록
새의 뺨을 만지며
새하는 날의 기록
공기는 상처로 가득하고
나를 덮은 ... 더보기
하이힐을 신은 새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늘 같은 꿈을 꿉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팔을 펼치면 새
말 끊지 말라고 했잖아요... 더보기
새와 새가 대화를 나누었다. 나무 위에서 지붕 끝에서 피뢰침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추운 날이었고 몸은 따뜻한 방 안에서 왠지 울고 있었다. 새의 대화 속엔 몸이 없었다. 몸에서 떨어진 두 손처럼 새 두 마리가 서로 바라보았다.
새는 이별부터 먼저 시작한다는데, 이별과 이별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눌... 더보기
물속엔 메아리가 없어서 울지도 않아
내가 여기 없어도 나는 떠나지 않아
아직 않아 -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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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혜순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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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학과지성』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1981),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1985), 『어느 별의 지옥』(1988), 『우리들의 음화』(1990),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1994), 『불쌍한 사랑 기계』(1997),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2000), 『한 잔의 붉은 거울』(2004), 『당신의 첫』(2008), 『슬픔치약 거울크림』(2011), 『피어라 돼지』(2016), 『죽음의 자서전』(2016), 『날개 환상통』(2019),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2025), 시 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2016), 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2019),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2002), 『여성, 시하다』(2017), 인터뷰집 『김혜순의 말』(2023), 합본 시집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2025) 등을 펴냈다. 1989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며 수많은 시인·작가를 배출했다. 2026년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명예교수이다.
김수영문학상(1997), 소월시문학상(2000), 현대시작품상(2000), 미당문학상(2006), 대산문학상(2008), 이형기문학상(2019),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9),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2019), 스웨덴 시카다상(2021), 삼성호암상 예술상(2022),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2024, 시 부문), 독일 국제문학상(2025) 등을 수상했고, 영국 왕립문학협회 국제작가(2022),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AAS) 회원(2025)으로 선정됐다. 주요 시집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웨덴어, 폴란드어, 덴마크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서 읽히고 있다. 접기
수상 : 2023년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19년 그리핀 시 문학상, 2019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12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08년 대산문학상, 2006년 미당문학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2000년 현대시작품상, 1997년 김수영문학상
최근작 : <공중의 복화술 :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미니 에디션 더 쏙)> … 총 84종 (모두보기)
김혜순(지은이)의 말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이제 보니
우리는
작별의 공동체
2019년 3월
출판사 소개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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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빛의 전시>,<소설 보다 : 여름 2026>,<아우라 - 표류하는 자들을 위한 성호>등 총 2,000종
대표분야 : 한국시 1위 (브랜드 지수 2,187,503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5위 (브랜드 지수 1,200,655점), 철학 일반 10위 (브랜드 지수 96,10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러므로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시작詩作 40년
한국 시의 뜨거운 이름, 김혜순의 신작 시집!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시하는’ 시인, 하여 그 이름이 하나의 ‘시학’이 된 시인이 있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혜순이다. 그가 전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 2016) 이후 3년 만에 열세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다.
김혜순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동네, 2002). 그렇게 그는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40년을 걸어왔다.
김혜순의 시집을 관통하는 “고유의 실존적 목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 실존의 실체는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로 그리지 않는’ 파동”이라고 설파한 이는 11년 전, 김혜순의 아홉번째 시집 『당신의 첫』의 해설을 쓴 평론가 이광호였다. 그는 이어서, 그 파동의 흔적들이 “1980년대 이후 한국 시에서 하나의 강력한 미학적 동력을 제공해왔다”고 역설했다. 그리하여 김혜순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시학’이며, ‘김혜순 시학’은 하나의 공화국임을 확인하였다. 멈추지 않는 상상적 에너지로 자신을 비우고, 자기 몸으로부터 다른 몸들을 끊임없이 꺼내온 ‘김혜순 시학’은 단지 여성 시의 전범이라는 한정적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독창적인 상상적 언술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고 나가며 언제나 자기 반복의 자리로부터 몸을 빼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다시 한번 해설을 쓴 이광호는 김혜순이 문학 제도 안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 1979년 이후, 지난 40년간의 한국 문학의 변화를 살핀다. 그리고 1980년대의 급진적인 도전들과 1990년대의 다른 감수성의 등장, 그리고 최근 페미니즘의 요동치는 시간들에 이르기까지, 김혜순의 시는 그 국면들을 뚫고 돌파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음을 짚어낸다. 차라리 광폭한 것이었던 그 시간에, “김혜순은 저 제도화된 역사들과 가장 먼저 작별하는 시적 신체의 최전선에 있었”으며, “그의 시는 ‘미시 파시즘’과 싸워야 할 이유가 선명해진 ‘촛불과 미투의 시대’, 그 근원적인 층위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시가 당대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시대를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자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문학 언어의 정치적 급진성에 있어 김혜순보다 뜨거운 언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신발을 벗고 난간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소매 속에서 깃털이 삐져나오는
내게서 새가 우는 날의 기록
새의 뺨을 만지며
새하는 날의 기록
-「새의 시집」 부분
시집의 처음에 놓인 시 「새의 시집」은 이번 시집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5부로 나뉘어 총 72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에서 김혜순은 “시가 나를 ‘새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새하다’라는 말은 자연스럽지 못하게 들린다. 그러나 ‘새’의 위치가 주어도 목적어도 될 수 없거나 혹은 둘 다 될 수 있는 이 모호함이 이 문장을 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주어와 목적어, 주체와 객체 사이의 저 완강한 문법적인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김혜순만의 언어가 이렇게 또 한 번 탄생한다. 주체와 대상 혹은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지워버리는 이 강력하고 매혹적인 수행문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동력 장치이다.
김혜순은 새의 실체를 재현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이 시집을 새가 태어나는 리듬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삼는다. 인용한 시의 뒷부분에 나오는 “새하는 여자를 보고도/시가 모르는 척하는 순서” “여자는 죽어가지만 새는 점점 크는 순서”라는 구절에서 ‘새’가 여자로부터 탄생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여자’라는 정체성의 범주를 벗어난다. 젠더가 그런 것처럼 ‘새’의 정체성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이광호는 이번 시집에서 ‘새’가 무엇인지를 묻는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실패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새’는 ‘새하다’라는 수행문을 통해 비로소 구성되기 때문이다. “‘새하다’는 참과 거짓, 진실과 허구 같은 경계를 넘어서는 수행적 사건”이며, 이는 시의 뒷부분에 나오는 “이 삶을 뿌리치리라/결단코 뿌리치리라”라는 구절에 이르러 ‘내’가 ‘나’를 뿌리치는 행위와 연관된다.
하이힐을 신은 새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
오늘 밤 나는
이 화장실밖에는 숨을 곳이 없어요
물이 나오는 곳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위로해주는 곳
나는 여기서 애도합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은 날개를 들어 올리듯
마스카라로 눈썹을 들어 올리면
타일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떠밉니다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날개 환상통」 부분
표제작 「날개 환상통」에서 ‘나’와 ‘새’는 애도의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추방당한 채 ‘환상통’을 겪는 존재이다. 서로 구분되지 않는 ‘나-새’가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애도를 수행하는 것은 애도의 권력을 저격하는 제의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땅에서 내동댕이쳐져/공중에 있”는 ‘새’와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나’의 모습은 하나의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김혜순의 ‘새하기’는 어쩌면 환상통을 겪는 과정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편 ‘3부 작별의 공동체’는 14편의 시가 하나의 장시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아빠의 죽음’에 관한 시이면서, 작별의 존재론에 관한 시이기도 하다. “아빠, 네가 죽은 방에서 나는 새가 된다”로 시작하는 시 「작별의 공동체―새의 일지」에서 보듯, 아빠의 죽음은 새의 출현 혹은 ‘새―되기’의 잠재성을 실현하는 계기가 된다. 모든 공동체는 작별의 공동체이며, 이 작별은 끝이 아니라 다른 잠재성의 출현이라는 존재론적 사건이다. 또한 ‘5부 리듬의 얼굴’도 같은 제목의 장시 한 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리듬을 통해 생성과 작별의 운동 방식을 보여준다.
김혜순의 시에서 작별은 리듬으로서의 작별이며, 리듬은 작별하는 리듬이다. [……] 리듬이 만드는 사건은 시간에 대한 구획을 넘어서는 무한의 영역에 진입한다. 리듬은 비유보다 원초적이고 급진적으로 ‘시적인 것’이다. 리듬의 세계에서 시는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파동의 사건이다. 감각과 몸의 영역에 작용하는 리듬은 해석도 인식도 필요하지 않다. 김혜순의 리듬은 주체와 객체, 젠더와 상징질서의 구획을 돌파하는 언어의 파동을 통해 ‘현전’의 미학에 이르는 시적 에너지이다.
―이광호 해설, 「‘새-하기’와 작별의 리듬」에서
등단 4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열세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에서 김혜순은 또다시 독창적인 하나의 시 세계를 이루어냈다. 김혜순의 시적 상상력이 이번엔 작별의 자리에서 ‘새하기’를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젠더와 상징질서의 구획을 돌파해갔다.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 그리지 않는” 김혜순의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김혜순이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 뜨거울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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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웬 새를 그렇게 풀어놨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새만 보다 끝났다. 이렇게 새가 많은 줄 알았으면 안 샀다. 자의식 과잉. 읽는 내내 피곤했다.
오늘도 맑음 2026-01-22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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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을 가지고 논다.
경쾌하게!
담긴 뜻은 묵직하다.
dalgial 2022-05-2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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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끝없는 김혜순.
안경선배 2019-06-2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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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집,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2019
몇 년 전 "죽음의 자서전"과 "피어라 돼지"가 출간 뒤 낭독회가 있었다.
그때 시인은 머릿속의 잔상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체국 창구에 있는 직원들이
바삐 우편물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보내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신작 시집에 실린 '그믐에 내용증명' '우체국 여자' 같은 작품의 모항이 바로
그 잔상일 것이다. 어느 작품을 선택해도 시인 특유의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와 이미지, 리듬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위 우체국 시편이 기억에 남는다.
집 근처 사거리 모퉁이에 있던 오래된 우체국이 없어졌다. 아마도 다른 우체국과
통폐합 되었거나 우편 집중국으로 업무가 이관되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프렌차이즈 빵집이 생겼다. 우체국을 문지기처럼 지키던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은색 철제의자와 테이블, 파란색 간판에 흰색 글씨가 도드라졌다. 그곳에서 부치고
받았던 소포와 편지들, 그곳에 일터를 두고 수 년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들이 하루 아침에 푹 파여져 사라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 접기
사춘기의배꼽 2019-06-26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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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날개 환상통
dalgial 2019-12-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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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축하드려요! 이졔ㅣ 2025-07-19
아시아인 최초 국제문학상 수상이라니~! 정말 기쁩니다~ 축하드립니다! 클클클ㅣ 2025-07-19
작가님 수상 축하드려요. eun19923ㅣ 2025-07-19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sama03ㅣ 2025-07-19
정말 축하드립니다! 밤바람ㅣ 2025-07-19
너무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승건ㅣ 2025-07-19
축하합니다 복길이ㅣ 2025-07-19
국제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sooㅣ 2025-07-19
국제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문학이 노벨상등 각종 해외상을받으며 인정받는 세계적문학강국이 되길 knowurselfㅣ 2025-07-19
축하드립니다 pumpkinpieㅣ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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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슬픔을 뭐라 할까
저 슬픔을 뭐라 할까
낮잠을 잤어. 꿈을 꿨어. 우리 4남매가 다 함께 안방에 있는 꿈이었어. 꿈 밖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작은언니가 목욕을 하겠다고 하는 것만 생각이 나고, 다른 내용은 기억이 안 나. 잠에서 깨고 나서 내가 예전보다 작은언니 생각을 훨씬 덜 하고 지낸다는 걸 알았어. 몸이 아플 때 오래 앓았던 언니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내가 요즘 살 만한가 봐.
짧은 꿈이었지만 그렇게라도 보고 나니 마음이 울컥해. 언니는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났어.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떠났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지. 그런데도 생각하면 왜 그때 그 마음이 되는 걸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요”라는 영화가 있었지? 영화 이전에 인간극장에 주인공 노부부가 나왔었어. 그때 할머니가 여섯 살짜리 내복을 사는 거야. 도대체 누구에게 주려는 걸까, 했는데 여섯 살에 죽은 딸에게 그 내복을 태워주셨어. 잃은 지 60년이 지난 딸을 위해 내복을 사셨던 거지. 나도 팔십이 넘어도 언니가 떠났던 그 날 밤을 걷고 있을까.
살아 있다는 게 뭘까? 사라진 과거가 오늘과 함께 숨을 쉬고, 경험하지 않은 미래가 지금을 좌지우지하기도 해. 너는 어딘가에서 잘 지내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내게는 존재하지 않잖아. 그런데도 너를 떠올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편해. 말을 건넬 때마다 과거의 네가, 지금은 내 앞에 없는 네가 나에게 살아나듯이 언니도 그렇게 살아날 때가 있어.
밖이 어둡네. 벌써 10시다. 작은언니는 불면증을 앓았어. 나와 함께 잘 때 언니는 불을 껐다가 내가 잠들면 다시 불을 켜고 새벽까지 깨어 있었어. 자다 눈을 뜨면 늘 방이 환했어. 피로한 불빛이었어. 언니는 깊은 어둠을 지니고 살았던 걸까. 자기 어둠이 너무 짙어서 밖의 어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걸까. 낮잠을 자도 밤잠이 걱정 없는 나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살다가 언니는 더 먼 세계로 가버렸어. 작은언니를 생각해.
미리 귀신
_김혜순
눈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나를 사랑하는 눈물 말고
눈동자는 무슨 맛이 날까
영혼의 맛이 이럴까
눈에서 나오는 빛을 빛이라 할 수 있을까. 눈에서 나왔다고 몸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눈빛은 미리 귀신일까. 아빠 가고 석 달 열흘을 울고 방문을 연 엄마의 눈빛을 뭐라 할까. 280일간 검은 물에 떠 있다가 생전 처음 컬러로 된 내 얼굴을 마주 보던 내 딸의 눈에서 나오던 빛은 뭘까
우리는 영혼의 뒤꿈치로 보는 걸까
우리는 선 채로 꾸는 꿈일까
식기 전에 먹자면서
생물의 시신을 나누는
가족의 눈에서 나오는
빛은 무얼까
바닥에 쏟아진
두 모금의 물이
되쏘는 빛은 뭘까
문 닫은 창 앞에서 서성거리는
별의 눈빛은 어떨까
죽은 다음에도 보는 일을 쉬지 않는
저 슬픔을 뭐라 할까
-김혜순, 『날개 환상통』(문학과지성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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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20-04-01 공감 (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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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상의 차이...





작년에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시집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던 김혜순의 <날개환상통>이 전미도서상을 탔다고 광고가 나오기에, 그걸 우리나라 사람도 탈 수 있는 건가 싶어 다시 확인해 보니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이 아니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이었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미도서상은 1936년에 시작되어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도서 분야의 최고 영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반면, 전미도서비평가상은 1975년에 시작된 것으로 아무래도 비슷한 이름의 전미도서상보다는 인지도나 무게감이 약간은 떨어진다고 봐야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명칭은 똑같지만 인지도나 무게감 면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미국 아카데미상(Oscar Awards)과 영국 아카데미상(BAFTA Awards)의 관계와도 유사해 보인다. 후자도 1949년에 시작되어 제법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보다 20년 앞선 1929년에 시작된 전자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알라딘에서는 두 가지 상의 정확한 명칭을 혼동했는지, 광고며 태그에서는 "전미도서상"이라고 잘못 표기했다가,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전미도서비평가상"이라고 제대로 표기하는 등 들쭉날쭉하다. 물론 고의가 아니라 실수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확히 무슨 상인지도 모르면서 홍보하는 셈이 아닌가.
그나마 전미도서비평가상은 명칭을 통해 대충 어떤 상인지 짐작이 가는 반면, 가끔은 도대체 들어 본 적도 없는 온갖 생소한 문학상들의 수상 실적을 후광처럼 두르고 나오는 책들도 있으니 우스운 노릇이다. 이에 비하자면 하버드나 서울대 추천 도서라느니, 모 유명 인사의 추천 도서라는 정도는 차라리 양반이다.
심지어 예전에 어떤 출판사에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 간행 중인 책을 중복 간행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학회를 만들어낸 다음, 자사의 번역서가 그곳에서 수여하는 번역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수상 실적에 대한 과다한 집착이 부조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그나저나 나귀님으로선 앞서 <날개환상통>의 영역본을 "2023년 최고의 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칼럼니스트 엘리사 가버트의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함께 소개된 다른 시집에 눈길이 가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기사에서 소개한 다섯 권 가운데 하나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 모니카 윤의 <프롬프롬>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베트남계 미국인 여성 작가 에이미 콴 배리의 <옥션> 표지에는 한국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천으로 만든 변기 사진이 들어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이른바 K-컬처니 국뽕이니 하는 것에는 질색하는 나귀님조차도 이쯤 되니 뭔가 이전과는 다른 조류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인 말고 한국계 미국인으로까지 폭을 넓혀 보면 전미도서비평가상 말고 전미도서상을 이미 수상한 사람도 없지 않다. 이번에 전자를 수상한 김혜순의 시집 번역자인 최돈미가 2020년 전미도서상(즉 후자) 시 부문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인보다 번역자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 월요일(3/25)에 다시 확인해 보니 알라딘에서 해당 문구를 슬그머니 고쳐 놓았다. 이놈들아, 알바비 내놔라!

[**] 아직 하나 더 남았다. 이놈들아. 도대체 몇 개를 틀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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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님 2024-03-23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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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국제문학상...





최근 종영한 <지락실 3>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이른바 '전남친 토스트' 퀴즈였다. 인터넷 밈의 일종이라는데, 그 명칭을 이미 아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이영지는 영 생소했던 모양인지 '이걸 모든 사람이 다 아느냐', '내가 지금 당장 라이브 진행해 확인해 보겠다', '전남친이 안 들어갔는데 어떻게 전남친 토스트냐' 하고 노발대발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본 장면을 새삼스레 상기한 까닭은 알라딘의 광고 중에 "김혜순, 아시아 최초 국제문학상 수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수상 실적을 내는 작가이니 뭔가 또 받기는 받았겠구나 짐작하면서도, 솔직히 도대체 여기서 말하는 "국제문학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영 감감하기만 했다. 혹시 남들은 다 아는데 나귀님 혼자 모르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나귀님은 저 김혜순이라는 시인의 책을 아직 한 권도 읽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에 관한 글은 이미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이번 사안과 마찬가지로 그가 수상한 해외 문학상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알라딘의 오락가락 행태만 봐도 '뭔지 모르지만 칭찬하자'는 속물근성이 드러났기 때문이고.
지난번에는 김혜순이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을 수상했다며 알라딘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했는데, 알고 보니 명칭이 유사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을 말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나귀님이 지적한 한강의 "부커상 수상"과 살만 루시디의 "부커상 3회 수상"처럼 명칭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오류가 반복되었던 셈이다.
결국 모두들 그 상이 무슨 상인지도 모르면서 추켜세웠던 셈이니 참으로 낯간지러운 일이다. 물론 상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니 널리 알려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유포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10년 쯤 뒤에는 한강이 실제로는 '부커상' 본상을 받은 적 없다는 사실에 근거해 노벨문학상 음모론을 주장하는 '한진요'도 등장할 만하지 않겠나.
이번에 김혜순이 받은 문학상을 알라딘에서는 "2025 국제문학상"이라고도 지칭했는데, 이렇게 하면 실제로 "국제문학상"이라는 상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국제적인 문학상"을 탔다는 건지 헛갈린다. 구글링해 보니 정식 명칭이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turpreis, ILP)인데, 종종 뒤에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이 붙는 모양이다.
주한 독일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명에 따르면, "세계 문화의 집"은 1988년 설립된 독일 정부 기관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비유럽 (즉 영미유럽권 이외의?) 국가의 여러 분야 예술을 독일에 소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바로 이 기관에서 2009년부터 제정한 "국제문학상"은 독일어로 처음 번역 소개되는 해외 산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듯하다.
따라서 정식 명칭은 "국제문학상"이라도,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언론에서 쓴 것처럼 "세계 문화의 집 국제문학상"이라고 적어 주든가, 아니면 "독일 국제문학상"이라고 적어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수상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게 도대체 무슨 상인지 알아보려고 나귀님처럼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한강의 "말라파르테상" 수상 실적을 익히 알고 있는 독자라도, 정작 저 문학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그 연원인 독일계 이탈리아인 작가가 정확히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단적으로 알라딘에서도 "추천도서" 메뉴의 "해외문학상" 항목에 "말라파르테상"을 집어넣었지만, 수상작이라곤 역시나 한강의 책 하나뿐이다.
알라딘의 다른 "해외문학상" 항목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쩌다 한국 작가나 작품이 수상한 경우에만 추가되다 보니 정말 너무 생소한 상들도 많고, 그나마도 완전하거나 충실한 목록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부커상"과 "부커상 번역 부문"을 줄곧 (심지어 기꺼이!) 혼동했던 것처럼, 마치 국내 작가의 수상 실적 외에는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한 태도이다.
그러니 차라리 우리 모두의 무지와 편견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솔직하고 편리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미 널리 알려진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이외의 수상 실적은 모조리 '기타 등등'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전미도서상이건 전미비평가협회상이건, 말라파르테상이건 말레피센트상이건,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알고 싶은 사람도 없어 보이니...
[*] 글을 쓰고 나서 보니,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 표지 하단 (띠지인가?) 노란색 바탕에 적힌 수상 실적 가운데 "2019 미국 최고 번역도서상"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것 역시 생소한 명칭이어서, 도대체 뭐를 가리키는 건지 궁금해 구글링해 보았다. 알고 보니 미국 로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Rochester) 산하의 온라인 문학 잡지 스리퍼센트(Three Percent) 주관으로 2008년부터 시상한 '최우수 번역도서상'(Best Translated Book Award, BTBA)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위에서 설명한 내용대로 주관사 이름을 넣어서 '스리퍼센트 최우수 번역도서상'이라고 해야 적절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막상 위키피디아의 해당 도서상 항목에 들어가서 2019년 시 부문 수상자를 살펴보니 김혜순이 아니라 브라질 시인 힐다 힐스트라고 나온다. 알고 보니 김혜순은 그해의 최종 후보 5인에 들었을 뿐이었는데, 표지에는 마치 그 문학상을 실제로 수상한 것처럼 착각하게끔 적은 것이다. 차라리 "도서상 후보작"이라고 썼다면 모를까, 무작정 "도서상"이라고 해 놓으면 그 위의 다섯 가지 수상 실적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수상작"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 발 양보해서 "문학상 후보작"이라고 홍보하더라도, 전미도서상이나 퓰리처상처럼 훨씬 더 권위 있는 문학상을 제외하면 "후보작" 이력까지 홍보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듬해인 2020년까지만 시상하고 결국 중단된 '스리퍼센트 최우수 번역도서상'의 인지도에 비해서는 뭔가 좀 과도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김혜순이 이번에 수상했다는 '독일 국제문학상'의 2017년 "후보작" 가운데 하나였지만, 정작 해당 작가나 작품의 정보에서는 그와 같은 이력이 굳이 강조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아니, 이건 거꾸로 '독일 국제문학상' 측에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력이 아닐까. 훗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자기네가 더 일찍 주목했다는 점에서, 말하자면 뛰어난 눈썰미를 입증한 셈이니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상 실적 홍보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심지어 저자에게도 누가 되는 일이 아닌가 싶어 해 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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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님 2025-07-25 공감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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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집 - 날개 환상통

사실 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역시 시를 좋아하는 태도는 아니겠지만.
시는 짧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길면 굳이 왜 시로 쓰나 하는 생각도 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길어야 하는 시도 있다. 짧게 끝날 수 없는 시들.
김혜순 이번 시집은 길다. 시들도 길지만, 시가 계속 연결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소설처럼 인물, 사건, 배경이 뚜렷하지도 않다.
흐릿한 가운데 긴 시를 읽어나가야 한다. 시를 읽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시인이 써놓은 시들이 독자에게 다가갈 때 어떤 시들은 곧장 다가오고, 어떤 시들은 빙빙 에둘러 다가오고, 어떤 시들은 아예 다가오지 못할 때도 있다.
이번 시집, 그냥 흐릿하다.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생각하게 할까? 두 단어에서 생각이 더 나아가지 않았다.
두 단어에서 시집을 관통하는 무엇을 얻고자 했으나 역시 길을 잃었을 뿐이다.
두 단어는 '새하다'와 '환상통'이다.
'새하다' 무슨 뜻인지 모른다. 새는 동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 달린 동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통 새가 되다라는 말을 쓰지, 새하다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되다라는 수동형을 하다라는 능동형으로 바꾸었다.
그렇다면 새처럼 자유롭지 못한 삶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주체적으로 새 삶을 찾겠다는 의미로 '새하다'라는 말을 썼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새하다'라는 말을 했음에도 시집에는 능동적, 주체적인 강함을 느끼기 보다는 상실, 아픔 등을 느끼게 된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자연스레 '환상통'이란 말에 끌리게 된다. 환상통이란 있던 것이 사라졌을 때, 없는 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날개 환상통이란 날개가 없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날개가 있었다? 새하다 이전에 이미 새였다는 말이다. 새였다가 날개를 잃었다. 그리고 그 날개를 잃었기에 환상통을 겪는다. 자신이 날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으므로.
날개가 있다는 것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 날개를 잃었다는 것은, 환상통으로 말해지듯 속박 상태에 머물렀다는 것.
이럴 때 환상통을 느끼면 자신이 날개 있었던 시절을 깨닫고, 그 날개 없음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한다는 말이다.
날개 없음이 당연하지 않다면 날개를 달아야 한다. 다시 새가 되어야 한다. 새해야 한다. 그렇게 결핍의 상태에서 충만의 상태로 나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날개를 이미 잃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었을 때보다 더욱 힘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새할 수가 있다. 이것이 누구의 삶인가?
새하는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 새하는 존재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여정. 그것이 바로 김혜순의 시집일 수 있다.
첫시 제목이 '새의 시집'이고, 첫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 새하는 순서 / 그 순서의 기록'
...
결단코 새하지 않으려다 새하는 내가
결단코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라고 말하는 내가
이 삶을 뿌리치리라 / 결단코 뿌리치리라
물에서 솟구친 새가 날개를 터는 시집
(김혜순,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2023년 초판 8쇄. '새의 시집'에서)
내게는 여전히 흐릿한 시집이다. 시들이다. 많은 말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시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 잃음 속에서 두 단어를 지향점으로 삼아 나아간다.
'새하다'와 '환상통'
잃어버렸음을 깨닫는 일. 잃어버렸으므로 다시 찾아야 함을 아프게 꼬집는 시.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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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4-04-23 공감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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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6.1.31.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31.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
안미선 글, 철수와영희, 2009.3.14.
멀리서 갑자기 다가오는 봄이지 않다. 꽁꽁 얼리는 찬바람 틈새로 가볍게 스미면서 살살 다독이는 풀내음으로 다가서는 봄이다. 한겨울에서 늦겨울로 넘어설 무렵에 얼음바람이 꽤 매섭지만, 이제는 아침도 낮도 길고, 저녁도 느즈막이 찾아온다. 볕이 길면서 늦겨울꽃이 조금씩 잎을 내밀면서 기지개를 켠다. 나는 이 작은꽃 옆에 맨발로 쪼그려앉아서 맨손을 내밀어 쓰다듬는다.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는 2009년에 태어난 책이되, 올해 2026년에도 곰곰이 읽을 만하다고 느낀다. 땀흘리고 애쓰는 손끝이 있기에 온나라가 차분하게 바뀌기도 하지만, 땀방울을 오로지 돈과 힘과 이름이 쏟아붓는 분도 꽤 많아서, 바뀔 듯하다도 옛굴레로 돌아가기 일쑤이다. ‘한쪽’만 있는 곳이란 죽음터이다. 암수가 나란히 살갑게 사랑하는 터전이어야 맞고, 왼오른이 나란히 두 빛을 하늘숨결로 어우르는 길을 내어야 맞다. 왼손만 쓰거나 오른손만 쓰니 기울고 만다. 왼발로만 못 걷고, 오른발로만 못 다닌다. 두 눈을 함께 뜨고, 두 귀를 함께 틔워서, 나란히 피어나는 오늘일 때에, 우리는 누구나 ‘사람’이라는 이름을 되찾아서 날개옷을 입고서 훨훨 바람빛으로 물들리라 본다. 서로서로 날개를 펴는 길을 밝힐 적에 비로소 글 한 자락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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