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사회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
고종욱 , 한상진 , 김동춘 , 김성국 , 김영범 , 심영희 , 전태국 , 이종구 , 이시재 , 이병혁 저자(글)
진인진 · 2026년 06월 01일


이 책이 속한 분야국내도서 >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이론 > 사회학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은 한국 사회학의 개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을 재조명하는 공동 연구서이다. 이 책은 고영복이 사회학 이론의 발전, 학문의 제도화, 정책 연구와 공적 사회활동에 기여한 인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1997년 국가보안법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거나 망각되어 온 그의 학술적 공헌을 객관적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중간'과 '중간자'이다. 고영복은 이념 대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남도 북도 아닌 중간자'로 규정했고, 이는 단순한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분단 현실과 사회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사회학적 태도였다.
전체 구성은 3부로 이루어진다.
1부 「철학적, 이론적 접근」은 일랑의 탈극통간 방법론, 중도공생 사회학, 중도자비의 중일사회학, 중간자론의 지식사회학적 함의, 라깡 정신분석 모델을 통한 일랑의 삶과 사회심리학을 다룬다. 여기서 고영복의 '중간자' 개념은 중도, 자비, 하나논리, 지식인의 비당파성 등과 연결되며 갈등이 만연한 사회를 성찰하고 개혁할 수 있는 대안적 이론 체계로 확장된다.
2부 「분열의 시대, 현실 진단」은 고영복의 분단문제 인식, 통일론, 사회통합론, 중간계층론, 학생운동 연구, 현대사회연구소 활동을 다룬다. 특히 중간계층과 교량집단에 대한 그의 관심은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을 완화하고 남북 사회의 재통합을 모색하는 실천적 사회학으로 이어진다.
3부 「분단시대와 일랑의 삶」은 고영복 교수 사건을 낙인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의 생애 속 생활합리성과 매개전략을 검토한다. 이 책은 개인의 학문적 생애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분단과 냉전, 이념 갈등, 지식인의 역할, 사회통합의 가능성을 함께 묻는다. 분열이 일상화된 시대에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은 '사이'에 서는 지식인의 고뇌와 책임, 그리고 통합을 향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되살리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종욱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 사회학박사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 경인행정학회 편집위원장
논저: 『현대조직론』(역서), 『사회과학 통계분석』(공저), 『조직에 대한 정감적, 지속적 및 규범적 몰입의 결정요인에 대한 비교연구』(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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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간행사
서문: 일랑을 재조명하며
1부 철학적, 이론적 접근
1장 일랑(一浪)의 탈극통간(脫極通間) 방법론과 중도공생 사회학
2장 일랑의 중도자비(中道慈悲) 중일(中一)사회학
3장 일랑의 '중간자'론의 지식사회학적 함의
4장 라깡의 정신분석모델로 본 일랑의 삶과 그의 사회심리학
2부 분열의 시대, 현실 진단
5장 일랑의 분단문제 체험·직시와 지적 대응
6장 일랑의 사회통합론과 중간계층
7장 한국 학생운동과 일랑 고영복
8장 일랑의 현대사회연구소 활동과 지식인대화…
3부 분단시대와 일랑의 삶
9장 고영복 교수 사건과 낙인이론
10장 일랑 고영복의 생애에서의 생활합리성과 매개전략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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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복 선생 생애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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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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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 사회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
사회학의 매력은 사회과학적 지식을 통합하는데 있다고 본다. Comte나 Marx가 시도한 종합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가능성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싶다. 이것은 미래의 사회학도에게 남겨진 숙제일는지 모른다. ... 우리들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대립하거나 반목할 필요가 없다. 이론의 차이는 견해의 차이이고, 그것은 끊임없는 담론으로 보다 올바르게 다듬어져야 하는 것이고, 사회학의 공동의 세계에서는 직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서로 동지의식을 가져야 한다.
"진인진"이 펴낸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 사회학자 일랑 고 영복의 학문과 삶-"은 분단의 비극과 지식인의 위상이라는 쟁 점을 다루고 있다. 1997년 11월에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는 일랑 고영복(1928-2011)을 장기 고정간첩으로 발표하여 세 상을 놀라게 했다. 더구나 일랑은 군사정권과 가까운 보수적 학자로 알려져 있었으므로 학계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일랑은 1999년 2월에 석방되었고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다. 북한이 보낸 공작원을 만나고 신고하지 않은 것만 유죄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일랑은 사회적으로 잊혀진 존재가 되어야 했다. 일랑의 후학 10인은 진실은 무엇인가라 는 질문을 제기하며 그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다시 조명하 는 작업을 2022년부터 시도하였다. 이 책은 3년간의 집단 연 구의 산물이며 사회, 사회학, 사회학자의 관계라는 무거운 주 제를 실증적 자료 분석에 입각하여 다루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간'(中間)이라고 할 수 있다. 무 엇보다도 당국이 요구하는 전향을 거부하며 일랑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중간자'로 규정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일랑은 이념 대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를 통합하는데 기 여해야 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자기의 위상을 설정했다. 한 국은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사회 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으므로 집단 갈등도 고조되었다. 더구나 사실상 모든 사회 갈등이 이념 분쟁과 결합되어 극한적인 대립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는 갈등 해소와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중간자'의 존재가 필요했다. 반면에 '중간자'는 언제라도 양쪽의 극단주의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1장 「일랑의 탈극통간(脫極通間) 방 법론과 중도공생 사회학』에서 한상진은 일랑을 사회통합의 문제를 천착한 사회학자로 파악하고 있다. 일랑이 제시한 통 합의 주체는 중간집단, 통합의 방법론은 갈등하는 양 진영의 배후 또는 사이에 작용하는 공통성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었 다.
II장 「일랑의 중도자비(中道慈悲) 중일(中一)사회힉-고영복 의 사회학과제론 재구성-」에서 김성국도 일랑의 학문 세계를 포괄하는 개념을 중간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중간층/중산층론, 한국 사회학 과제론, 사회적 성격론을 소 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동양철학에 입각하여 중간자의 개념 을 재해석하고 있으며, 자신이 제시한 '하나논리'의 관점에서 중간자론을 중도자비(中道慈悲)와 중일(中一)의 사회학으로 확장, 보완하려 시도했다.
III장 「일랑의 '중간자'론의 지식사회학적 함의」에서 전태국은 일랑이 체제 순응적 지식인이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감각을 가진 '밤의 파수꾼'이었으며, 중간자가 존립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결국 영어의 몸이 되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일랑의 중간자론을 국가의 이데올로기 통제에 순응하기 를 거부하는 대안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다.
IV장 「라깡의 정신분석모델로 본 일랑의 삶과 그의 사회심리 학」을 집필한 이병혁은 일랑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라깡의 정 신분석 모델을 적용해 해석했으며, 일랑의 주전공인 사회심 리학의 성격을 고찰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던 일제 강 점기의 체험', '8·15 해방', '한국전쟁 당시의 인민군 입대와 포 로 생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일랑의 4대 트라우마로 지 적하고 있으며, 이를 소재로 일랑의 내면세계와 사회적 행동 을 분석하고 있다. 이병혁은 일랑이 집필한 사회심리학 교재 가 한국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는 점에 주 목하였다.
V장 「한국의 남북분단 문제와 일랑의 대응」에서 김영범은 통일문제에 대한 일랑의 시각을 생애사적 계기와 연계하여 검토하고 있다. 이 글은 일랑이 중간층이 주도하는 남북한의 접촉을 통한 상호변용적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범은 일랑이 현실적인 통일정책을 중시해 집합적 공속의식을 배양하고 심리적 공동체를 형성해, 이를 경제공동체와 정치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경로를 제 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VI장 「일랑의 사회통합론과 중간계층에서 이종구는 1960 년대 중반에 일랑은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주체를 중간계 층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일랑은 산업화와 함께 확 대되고 있는 신중간계급과 구중간계급을 포괄한 중간계층을 근대화 추진 사회세력으로 설정하였다. 그는 중간계층이 공 통의 이해를 상호 확인하려면 각자가 속한 직업층 내부에서 조직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VII장 「한국 학생운동과 일랑 고영복」애서 감동춘은 한국사 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학생운동에 대한 일랑의 입장 을 고찰하고 있다. 그는 일랑을 군사정권에 협력했으나 개인 적 출세를 지향하는 어용교수는 아니었으며 중도주의적 방법 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공공지식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VIII장 「일랑의 현대사회연구소 활동과 지식인 대화」을 집필 한 고종욱은 일랑이 5공 시절에 사실상 사회정화위원회가 설 립한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시기의 활동상을 다루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돌 이켜 보며 일랑은 참여를 통한 개혁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소 장을 맡았으며, 정치 권력의 힘을 빌어 사회정책적 구상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한계에 부딪치자 미련없이 사직했다는 경 위를 설명하고 있다.
IX장 「고영복 교수 사건과 낙인이론」에서 심영희는 일랑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낙인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는 언론 기사를 분석하여 '악의 극화'와 '회고적 독해'가 진 행되었음을 밝혔으며 결과적으로 안기부가 간첩이라는 낙인 을 찍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글은 일랑이 낙인의 위력 때문에 북에서 온 공작원을 신고하지 못 했으며, 항상 중도적 입장을 밝히며 살았고, 권력층이나 국가 기관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했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X장 「일랑 고영복의 삶에 내장된 생활합리성과 매개전략」에 서 이시재는 일랑의 생애를 조망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에 연루되는 과정을 비롯한 일상의 생활세계에서 나타난 행 동 방식을 생활합리성에 입각한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러한 접근방법은 격동하는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일랑이 중 요한 고비마다 내린 결단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랑의 생애와 학문세계는 한국현대사의 격동기에 발생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일 랑은 사회를 관찰, 분석하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지속했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근대화라는 과제에 대 한 사회학자의 성찰을 보여주는 저작을 남겼다. 일랑은 민족 통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일 방안과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일랑의 학문적 작업은 시민적 자유와 학문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된 공간에서 제도권 대학 에 속한 지식인이 시도한 사회개혁 방안에 대한 모색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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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사회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 요약과 평론
1. 서론: 한 학자의 삶에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명암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사회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은 한국 사회학의 거목이자 동시에 현대사의 거대한 비극적 논란 속에 서 있었던 일랑 고영복 교수의 학문적 업적과 그의 복잡다단한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한상진, 김동춘, 심영희, 이시재 등 한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중견 및 원로 학자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하여, 고영복이라는 한 지식인의 사상적 궤적을 쫓는 동시에 그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다. 이 책은 단순히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칭송성 추모록에 그치지 않고, 분단 체제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한 지식인의 학문과 삶을 어떻게 왜곡하고 제약했는지 추적하는 일종의 지적 보고서다.
2. 본론: 핵심 내용 요약
한국 사회학의 개척자로서의 학문적 성취
책의 전반부는 한국 사회학의 기틀을 다진 고영복의 학문적 공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저자들은 고영복이 서구 사회학 이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기반한 <한국적 사회학>을 정립하려 노력했음에 주목한다. 그는 가족주의, 연고주의, 압축 성장에 따른 심리적 아노미 현상을 분석하며 한국인의 집단 성격을 규명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그가 강조한 <사회통합>의 이론은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가 제도적 민주화를 넘어 의식의 성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후학들에게 거시-미시적 연결이라는 중요한 연구 방법론을 유산으로 남겼다.
분단 체제와 지식인의 비극: 고영복 사건의 재조명
본서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민감한 대목은 이른바 <고영복 사건>을 다루는 부분이다. 고영복 교수는 1997년 고정간첩 혐의로 구속되어 학계와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저자들은 이 비극적 사건을 개인의 이념적 일탈로만 치부하지 않고, 냉전과 분단 체제가 한 지식인의 삶을 어떻게 파멸로 이끌었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김동춘을 비롯한 필진은 그가 겪은 고초와 침묵, 그리고 사회적 매장 과정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야만성과 공안 정국이 지식인 사회에 심어놓은 공포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사건은 고영복 개인의 명암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실존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갈등의 시대, 사회통합의 길을 묻다
책의 후반부에서 공동 저자들은 고영복이 평생을 두고 고민했던 <사회통합>이라는 화두를 21세기 현재의 시점으로 확장한다. 고영복이 생전에 도덕성 회복과 개방적 공동체 의식을 통해 분열을 극복하고자 했다면, 오늘날의 저자들은 이를 계승·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현대 한국 사회는 이념 갈등을 넘어 계층, 세대, 젠더, 지역 갈등이 다차원적으로 폭발하는 <분열의 시대>를 맞이했다. 저자들은 고영복의 초기 통찰을 빌려, 진정한 통합은 국가 권력에 의한 강제적 결속이 아니라 시민 사회의 자율성과 상호 관용,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의 해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3. 결론: 비판적 평론
학문적 의의: 성역 없는 평가와 입체적 자화상
본서는 한국 학계에서 보기 드물게 한 인물의 학문적 공로와 치명적인 삶의 오점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입체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의의를 지닌다. 필진은 고영복이라는 스승 혹은 선배 학자에 대한 사적인 연민이나 무조건적인 옹호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학문이 지닌 계정주의적·당위론적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는 동시에, 그를 파멸로 몰고 간 분단 권력의 폭력성을 함께 고발한다. 이를 통해 책은 고영복이라는 한 인간의 평전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학문과 정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타협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수행한다.
한계점: 내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의 한계와 관점의 분절
그러나 공동 저술이라는 형식적 특성상 몇 가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다수의 학자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고영복을 조명하다 보니, 그의 삶을 관통하는 내면적 고뇌나 간첩 혐의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다소 파편화되어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혹은 그 사건이 그의 후기 학문 세계에 어떤 심리적 붕괴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연속적인 서사를 읽어내기 어렵다. 둘째, 냉전 권력의 피해자라는 측면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당시 그가 지녔던 사회적 영향력과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에 대한 엄정한 비판이 다소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평: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가는 지적 징검다리
결론적으로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은 한국 사회학 1세대 고영복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형적 구조를 고발하는 묵직한 서사다. 한 인간의 삶이 이토록 극단적인 영예와 불명예로 나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사회의 깊은 분열상을 증명한다. 이 책은 일랑 고영복의 학문적 공과를 냉정하게 대면하게 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세계인과 시민들에게 진정한 사회통합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그의 삶은 비극적 자취를 남겼으나, 그가 남긴 사회통합의 화두는 갈등으로 점철된 현재의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미완의 과제이자 소중한 지적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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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 사회학자 일랑 고영복의 학문과 삶>은 2026년
이 책은 고영복을 단순히 “월북 공작 관련 국가보안법 사건의 인물”로만 기억해 온 한국 사회의 협소한 기억을 넘어, 그가 한국 사회학의 제도화, 이론 형성, 사회통합론, 분단사회 연구, 정책 연구, 공적 지식인 활동에 남긴 자취를 다시 평가하려는 작업이다. 책의 직접적 문제의식은 “1997년 국가보안법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거나 망각되어 온 그의 학술적 공헌을 객관적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데 있다고 소개된다.
책의 핵심어는 <중간>과 <중간자>다. 고영복은 자신을 “남도 북도 아닌 중간자”로 규정했다고 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정치적 중립주의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과 북, 좌와 우, 체제와 반체제, 냉전과 탈냉전, 국가안보와 사회통합 사이에 찢겨 있는 현실을 사회학적으로 직시하려는 태도다. 출판사 소개도 이 “중간자” 개념을 분단 현실과 사회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통합 가능성을 찾으려는 사회학적 태도로 설명한다.
책은 3부 10장으로 구성된다. 1부는 <철학적, 이론적 접근>이다. 여기서는 고영복의 <탈극통간> 방법론, <중도공생 사회학>, <중도자비 중일사회학>, <중간자론>, 그리고 라캉 정신분석 모델을 통한 삶과 사회심리학이 다루어진다.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은 단순한 전기나 추모문집이 아니다. 고영복의 삶을 하나의 사회학적 문제, 곧 분열된 사회 속에서 지식인이 어떤 위치를 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읽는다. “탈극통간”은 극단에서 벗어나 사이를 통하게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이념 대립을 어느 한쪽의 승리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극단화된 적대 구조 자체를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1부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중간자론의 지식사회학적 함의>다. 지식사회학의 전통에서 지식인은 자기 계급·이념·국가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성찰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된다. 고영복의 “중간자”는 바로 이런 의미의 지식인상에 가깝다. 그는 완전한 중립자가 아니라, 분열된 사회에서 매개와 번역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중간자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양쪽 모두로부터 의심받는 위험한 위치다. 남북 분단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양쪽 모두에게 불온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부는 <분열의 시대, 현실 진단>이다. 여기서는 고영복의 분단문제 인식, 통일론, 사회통합론, 중간계층론, 학생운동 연구, 현대사회연구소 활동이 다루어진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이 부분은 중간계층과 교량집단에 대한 그의 관심이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 완화와 남북 재통합을 모색하는 실천적 사회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고영복에게 사회학은 관찰자의 학문만이 아니었다. 사회학은 갈등을 진단하고, 통합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제 사회적 대화를 조직하는 공적 학문이어야 했다.
그가 주목한 <중간계층>은 단순히 소득 중간층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을 완충하고, 양극화된 이념을 매개하며, 파괴적 대립을 제도적 협상으로 바꿀 수 있는 집단을 가리킨다. 오늘의 말로 하면 “교량집단” 또는 “사회적 완충지대”다. 하지만 이 개념에는 긴장도 있다. 중간계층이 실제로 사회통합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오히려 중간계층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보수화되거나 체제안정의 세력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영복의 중간계층론은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갖는다.
학생운동에 대한 장도 흥미롭다. 한국 현대사에서 학생운동은 민주화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급진적 이념투쟁의 장이었다. 고영복은 학생운동을 단순히 칭송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분단사회 속 청년 지식인의 위치와 연결해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권위주의 국가에 맞선 민주화 주체였지만, 동시에 냉전적 이념구조 속에서 좌우 대립의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고영복의 “중간자” 관점은 이런 운동정치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역사적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 위치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3부는 <분단시대와 일랑의 삶>이다. 여기서는 1997년 고영복 교수 사건을 낙인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의 생애에서 나타난 생활합리성과 매개전략을 검토한다. 공식 목차에도 9장 <고영복 교수 사건과 낙인이론>, 10장 <일랑 고영복의 생애에서의 생활합리성과 매개전략>이 명시되어 있다. 낙인이론을 적용한다는 것은, 고영복 사건을 단순히 법적 유죄·무죄의 문제로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가가 어떤 사람에게 “간첩”, “불온”, “친북”이라는 낙인을 붙일 때, 그 개인의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재구성되는가? 지식인은 어떻게 기억에서 삭제되는가?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묻는다.
이 책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고영복을 도덕적 평가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사회학사 속에 다시 놓는다. 한국 사회는 분단과 냉전 속에서 특정 인물을 쉽게 “위험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그 순간 그의 학문 전체를 읽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런 기억의 폭력을 비판한다. 둘째, “중간자”라는 개념을 통해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문제를 던진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념, 세대, 젠더, 지역, 계층, 남북관계에서 심하게 갈라져 있다. 이 책의 제목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은 고영복 개인만이 아니라 2020년대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한다. 셋째, 저자진이 한국 사회학의 여러 세대를 대표한다. 한상진, 김동춘, 심영희, 이종구, 전태국 등은 각기 다른 사회학적 전통을 가진 연구자들이다. 이들이 함께 고영복을 다시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학문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첫째, 이 책은 고영복을 복권하려는 의도가 강한 만큼, 비판적 균형이 약해질 위험이 있다. 고영복이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인해 과도하게 낙인찍힌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선택과 판단을 모두 “중간자적 실천”으로만 미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중간”이라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모호하다. 중간은 때로 용기 있는 매개일 수 있지만, 때로는 책임 회피일 수도 있다. 억압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중간”을 말하는 것이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식민지 지배, 국가폭력, 학살, 성폭력 같은 문제에서 중간자론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약화시킬 위험도 있다. 셋째, 사회통합론은 갈등의 원인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으면 쉽게 질서유지론으로 기울 수 있다. 통합은 좋은 말이지만,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누구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는 통합인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 고영복은 한국 사회의 가장 어려운 지점, 곧 분단과 이념대립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회학자다. 그를 읽는 일은 한 개인을 추모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 지식사회가 어떤 사람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을 지워왔는지를 묻는 일이다. 이 책은 고영복을 무조건 변호하는 책으로만 읽기보다, 한국 사회학이 냉전, 분단, 국가보안법, 민주화, 사회통합이라는 문제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웠고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읽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분열의 시대와 사회통합>은 고영복이라는 한 사회학자의 학문과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분열 구조를 다시 묻는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분단사회에서 지식인은 어느 한쪽의 선전자가 되기 쉽지만, 사회학자는 그보다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갈등의 구조를 보고, 낙인의 폭력을 의심하고, 대화의 통로를 만들고, 통합의 조건을 분석해야 한다. 다만 통합은 갈등을 덮는 말이 아니라, 갈등을 정직하게 통과한 뒤에만 가능한 말이어야 한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바로 그 긴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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