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9

고노 요헤이 [나의 이력서>, [일본 외교에 대한 직언: 회상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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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요헤이

<나의 이력서> 요약과 평론

1. 요약: 온건 보수의 길과 평화주의 여정

고노 요헤이의 <나의 이력서>는 자민당 총재, 중의원 의장, 외무대신 등 일본 정계의 중책을 역임한 정치가가 걸어온 삶의 기록이자, 전후 일본 정치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료다. 저자는 거물 정치인이었던 아버지 고노 이치로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치 철학을 구축해 나간 과정을 덤덤하게 서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정치가로서의 원점을 보수 정치의 쇄신과 '평화주의'로 정의한다. 1970년대 자민당 내부의 부패와 파벌 정치에 환멸을 느낀 그는 자민당을 탈당하여 '신자유클럽'을 창당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권력 투쟁이 아니라, 금권 정치로 얼룩진 보수 정치를 깨끗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혁하고자 했던 청년 정치가의 도전이었다. 이후 다시 자민당으로 복귀한 그는 파벌 중심의 정치 문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정치 여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외교 정책과 역사 인식이다. 특히 관방장관 시절 발표한 '고노 담화'(1993년)의 배경과 진심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이 담화가 일시적인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전후 일본이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토대였다고 회고한다. 또한, 헌법 9조를 수호하는 평화주의 입장을 견지하며, 일본이 군사 대국이 아닌 경제와 문화, 그리고 평화적 기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피력한다.

결국 이 회고록은 격동의 전후 시기를 거치며 '이성적인 온건 보수'가 어떻게 생존하고 자신의 신념을 실천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정직한 기록이다.

2. 평론: 신념과 타협의 경계에 선 '고독한 비둘기파'

고노 요헤이의 <나의 이력서>는 단순한 개인의 연대기를 넘어, 일본 보수 정치 내에서 '비둘기파'(온건 평화주의)가 겪어야 했던 고뇌와 한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정치가로서 마주했던 딜레마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에 있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위대한 성과는 단연 '고노 담화'다. 평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 담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적 당위성을 역설하는 훌륭한 변론서다. 내셔널리즘이 팽배한 일본 정계에서 과거사를 직시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를 수반하는 행위였다. 저자가 묘사하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은 그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진 정치가였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회고록은 동시에 일본 온건 보수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저자는 자민당 총재를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총리대신(수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책 속에서 그는 파벌 정치의 한계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절했던 순간들을 묘사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평화주의와 개혁 성향이 자민당이라는 거대 주류 보수 세력의 벽을 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신자유클럽을 창당하며 호기롭게 탈당했으나 결국 자민당으로 복귀한 선택은,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 정치의 권력 메커니즘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보수 정치가의 태생적 한계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되고 헌법 개정 논의가 끊이지 않는 지금, 고노 요헤이가 주장하는 '평화 헌법의 가치'와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존'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이기에 더욱 귀하다. 그는 진정한 보수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성찰하고 평화를 지키는 온건함에 있다고 웅변한다.

결론적으로 <나의 이력서>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혔던 한 정치가의 고독한 초상화다. 동시에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정치판에서, 대화와 타협, 그리고 역사에 대한 겸손함을 잃지 않는 '품격 있는 보수'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의미 있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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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野洋平 고노 요헤이의 『私の履歴書』

이 글은 원래 일본경제신문의 대표적 자전 회고 연재 <私の履歴書>로, 고노 요헤이는 2004년 12월 연재 인물이었다고 확인됩니다.

1. 요약

고노 요헤이의 『私の履歴書』는 한 정치인의 자서전이라기보다, 전후 일본 보수정치 안에서 <리버럴 보수> 또는 <보수 본류의 비판적 양심>이 어떻게 형성되고 쇠퇴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 회고다. 고노는 1937년생으로, 아버지 고노 이치로는 전후 자민당 정치의 거물이었다. 그는 애초부터 정치적 명문가의 자제로 출발했지만, 이 책에서 자신을 단순한 세습 정치인으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치가란 무엇인가, 자민당이란 무엇인가, 보수정치가 어디까지 국가이익과 역사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묻는 회고로 읽힌다.

책의 초반부는 고노 가문의 정치적 분위기와 전후 일본 보수정치의 형성 과정을 다룬다. 아버지 고노 이치로는 강한 권력 의지를 지닌 정치가였고, 고노 요헤이는 그런 부친의 그늘 속에서 정치의 현실성을 배웠다. 정치란 이상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파벌, 인맥, 선거, 자금, 권력투쟁 속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아버지 세대의 정치가 가진 한계, 특히 금권정치와 권력 중심주의에 대해 거리감을 갖는다. 이 거리감이 훗날 자민당을 비판하고 탈당하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고노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장면은 1976년 자민당 탈당과 신자유클럽 결성이다. 록히드 사건으로 대표되는 자민당 금권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 속에서 그는 자민당 내부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당을 나간다. 이 선택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전후 보수정치 내부에서 윤리와 개혁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신자유클럽은 장기적으로 큰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고노는 결국 자민당으로 복귀한다. 이 과정은 그의 정치적 한계를 보여준다. 그는 자민당을 비판했지만, 일본 정치의 현실적 무게중심이 자민당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책의 중반부는 1990년대 일본 정치의 대전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93년 자민당은 장기집권을 잃고 야당으로 전락한다. 이때 고노는 자민당 총재가 된다. 그러나 그는 총재였음에도 총리가 되지 못한 특이한 인물이다. 자민당 총재가 되었지만 정권은 비자민 연립정권으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노 정치 인생의 상징적 장면이다. 그는 자민당의 최고직에 올랐지만, 권력의 정점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회고에는 성취와 미완성이 동시에 흐른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역시 1993년 관방장관 시절 발표한 <고노 담화>다. 일본 외무성에 실린 공식 담화는 위안소가 당시 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되었고, 설치·관리·이송에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모집 과정에서도 감언·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인정한다. 또한 이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이 담화는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 입장의 핵심 기준이 되었다.

고노 자신에게 이 담화는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후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관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이후 일본 우파는 이 담화를 계속 공격했고, 특히 강제성의 의미, 한국 정부와의 사전 조율 여부, 증언의 신빙성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고노는 역사 부정이나 축소가 일본의 국제적 신뢰를 해친다고 보았다. 2026년 그의 사망 보도에서도 외신들은 그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죄를 남긴 정치인, 전후 일본 보수 내부의 온건파로 평가했다.

그 뒤 고노는 부총리 겸 외무대신, 중의원 의장 등을 지냈다. 외교에서는 중국·한국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일본의 보수정치 안에서 그는 미국 일변도나 군사대국화보다, 전후 평화주의와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2026년 중국 신화사 보도도 그가 2025년 방중 때 “역사는 잊어서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의 마지막 인상은 한 정치인의 자기정당화와 자기반성이 뒤섞인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혁명가로 그리지 않는다. 자민당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끝까지 보수정치인이다. 그러나 그 보수는 역사책임, 의회주의, 국제협조, 아시아와의 화해를 포기하지 않는 보수다. 바로 이 점에서 고노 요헤이는 전후 일본 보수정치의 한 가능성이었다.

2. 평론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일본 보수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일본 보수라고 하면 흔히 우익, 역사수정주의, 개헌론, 군사대국화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그런 흐름은 강력하다. 그러나 전후 자민당 안에는 요시다 시게루 계열의 경제중심·경무장 보수, 미야자와 기이치 같은 국제협조 보수, 그리고 고노 요헤이 같은 아시아 화해 지향 보수도 있었다. 고노의 회고는 이 흐름이 한때 자민당 내부에서 실제 정치세력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때 고노를 지나치게 이상화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자민당 정치의 산물이다. 파벌정치, 세습정치, 현실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신자유클럽을 만들었지만 결국 자민당으로 돌아갔다. 총재가 되었지만 총리가 되지 못했다. 고노 담화라는 역사적 결단을 했지만, 그것을 법적 책임이나 배상 문제까지 밀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즉 그는 일본 보수정치 안에서 가능한 최대치의 양심을 보여주었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이미 좁았다.

특히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고노 담화>의 양면성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일본 정부가 군의 관여와 강제적 상황을 인정한 중대한 문서였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식민지 지배와 성폭력 체제의 책임을 완전히 법적·제도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고노를 평가할 때는 “일본 정치인치고는 양심적이었다”는 말과 “그러나 피해자의 정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말을 동시에 해야 한다.

이 책의 약점은 『私の履歴書』라는 형식 자체에서 온다. 이 연재는 대체로 성공한 인물이 자기 생애를 회고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구조적 비판보다는 자기 서사의 정리에 가깝다. 고노도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지만, 그 선택이 왜 실패했는지, 일본 보수가 왜 역사수정주의 쪽으로 기울었는지에 대한 냉혹한 분석은 충분하지 않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고노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는 좋지만, 전후 일본정치 전체를 분석하는 데는 보조 자료로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지금 더 중요해졌다. 2026년 6월 고노 요헤이가 사망한 뒤, 그의 정치적 유산은 단순한 과거사가 되지 않았다. 일본 정치가 점점 안보국가화, 대중 견제, 역사문제의 피로감, 우경화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고노의 회고는 묻는다. <보수정치는 반드시 역사부정과 결합해야 하는가?> 그의 대답은 아니다. 보수도 사죄할 수 있고, 보수도 평화주의를 말할 수 있으며, 보수도 아시아와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私の履歴書』는 영웅의 자서전이 아니다. 실패와 미완성을 안고 있는 보수정치인의 회고다. 그러나 바로 그 미완성 때문에 의미가 있다. 고노 요헤이는 일본 정치에서 완전히 이긴 사람이 아니라, 점점 밀려난 흐름의 대표자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때로는 패배한 흐름이 더 중요한 증언을 남긴다. 그의 회고는 전후 일본이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길, 곧 역사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정치를 할 수 있었던 길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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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교에 대한 직언: 회상과 제언> 요약과 평론

1. 요약: 아시아 중시와 평화주의 외교의 나침반

<일본 외교에 대한 직언: 회상과 제언>은 자민당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 정치인이자 외무대신을 역임한 고노 요헤이가 2015년 전후 70년을 맞아 일본 외교의 궤적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던진 경고이자 제언이다. 저자는 아베 신조 정권 시기 가속화된 일본의 우경화와 안보 정책의 대전환(집단적 자위권 용인 등)을 목격하며, 전후 일본이 쌓아 올린 평화국가로서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의 풍부한 외교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회상이다. 그는 외무대신으로서 겪었던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교섭 과정을 생생하게 복기한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 있어 정직한 사죄와 반성이 외교적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아시아에서 일본의 도덕적 우위와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는 1993년의 '고노 담화'나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가 지닌 역사적 무게를 역설하며, 이러한 역사 인식을 흔드는 일체의 시도가 일본 외교를 고립시키는 자해 행위라고 지적한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구체적인 정책적 제언을 던진다. 핵심은 '미일 동맹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시 외교'와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하지만, 미국의 군사 전략에 맹목적으로 동조하여 헌법 9조의 평화주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직언한다. 일본의 생존과 번영은 근린 아시아 국가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달려 있으며, 군사력 증강이 아닌 경제, 문화, 인도적 지원을 통한 '연성 권력(Soft Power)'이야말로 일본 외교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길임을 역설한다.

2. 평론: 우경화 시대에 울리는 온건 보수의 마지막 경종

이 책은 단순한 전직 외교 수장의 회고록을 넘어,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우경화된 일본 정계를 향해 던진 가장 통렬한 내부 비판서다. 평론의 관점에서 이 저작이 지니는 가장 큰 가치는, 전후 일본 보수 정류(主流)가 유지해 왔던 '요시다 노선'(경무장·경제중시)과 평화주의 외교의 정당성을 현대적 시점에서 재확인했다는 데 있다.

저자의 비판은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그는 안보 환경의 변화를 핑계로 평화 헌법의 해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고노에게 평화 헌법 9조는 패전국 일본이 국제사회에 행한 엄숙한 약속이자, 아시아 국가들과 화해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따라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군사 안보적 접근은 오히려 주변국과의 군비 경쟁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분석은 현실주의를 가장한 팽창주의 외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당 내부의 시각에서 조목조목 반박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일본 내 온건 보수 세력의 정치적 퇴행과 고립을 방증하는 씁쓸한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의 '직언'은 지극히 타당하고 이성적이지만, 2015년 당시의 자민당 주류와 일본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외로운 외침이었다. 자민당 총재를 지낸 원로의 목소리조차 당내 주류의 내셔널리즘 노선에 묻히는 현실은, 일본 보수 정치 내에서 '아시아파' 혹은 '평화주의파'의 입지가 얼마나 축소되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미일 동맹과 아시아 외교의 균형을 강조하는 그의 제언은 이상적이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동아시아의 다극화된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력 균형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정교함은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이 지닌 사상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노 요헤이는 국가의 자존심이 거친 언사와 군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와 평화를 지속하려는 끈기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진정한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그의 직언은, 진영 논리에 갇힌 현대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세진님, 요청하신 고노 요헤이의 외교 평론서 요약과 평론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베 정권기 일본 외교의 대전환점을 바라보는 원로 정치가의 위기감이 잘 드러나는 저작입니다. 글을 확인해 보시고 또 다른 의견이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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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河野洋平 고노 요헤이의 『日本外交への直言:回想と提言』, 한국어로 옮기면 『일본 외교에 대한 직언: 회상과 제언』에 대한 1,000단어 안팎의 요약+평론입니다.

이 책은 岩波書店에서 2015년 8월 출간되었고, 판형은 46판, 192쪽, ISBN은 9784000610568입니다. 출판 정보상 책의 성격은 “냉전 붕괴 이후 격동기에 평화외교를 관철한 리버럴 정치가의 전후정치 증언”으로 소개됩니다. 고노는 1967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되어 2009년 정계 은퇴까지 14회 연속 당선되었고, 관방장관, 자민당 총재, 부총리 겸 외무대신, 중의원 의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1. 요약

『日本外交への直言』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전후 일본 외교가 어디서 길을 잃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말하는 정치적 유언에 가깝다. 제목에 “직언”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도 중요하다. 고노 요헤이는 이미 현역 정치에서 물러난 뒤, 자민당 내부 주류가 점점 우경화하고, 헌법 9조 개정론과 군사적 억지론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과거의 자랑이 아니라 현재 일본 외교에 대한 경고다.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외교야말로 최대의 안보>라는 것이다. 한 독자 기록에 따르면 책 말미에는 “일본은 외교야말로 최대의 안보”이며, “외교의 목적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데 있다”는 취지의 문장이 나온다. 고노에게 안보란 군사력 증강만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처럼 전쟁 책임을 지닌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안보는 주변국과 신뢰를 쌓고,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으며, 역사문제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이다.

첫째 축은 <전후 평화주의>다. 고노는 일본국 헌법, 특히 9조를 단순한 이상주의 조항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패전국 일본이 국제사회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내건 약속이자, 아시아 이웃들에게 “일본은 다시 침략국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치적 보증이다. 따라서 헌법 9조를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조항”으로만 보는 태도에 반대한다. 고노에게 9조는 일본 외교의 제약이 아니라 자산이다. 군사력으로 강대국이 될 수 없는 일본이, 평화국가라는 브랜드를 통해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축은 <아시아 외교>다. 고노는 일본 외교가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동맹만으로 일본 외교가 완성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일본의 지정학적 현실은 중국, 한국, 북한, 러시아와 이웃해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 대해 그는 역사문제를 회피하거나 국내 여론용 강경 발언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나빠질수록 일본은 더 미국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외교적 자율성도 줄어든다. 따라서 고노에게 아시아 외교는 감상적 친선이 아니라 일본의 생존전략이다.

셋째 축은 <역사인식>이다. 고노 요헤이를 말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1993년의 <고노 담화>다.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담화는 위안소 설치에 일본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했으며, 모집·이송·관리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한 사례가 많았고, 이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도 고노는 이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인다. 독자 기록에도 “고노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한 걸음도 후퇴할 수 없다”는 대목이 인용되어 있다.

고노의 논리는 이렇다. 일본이 과거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가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국제적 신뢰를 잃는다. 일본 우파는 사죄와 반성을 “자학사관”이라고 부르지만, 고노에게 그것은 외교의 기본 조건이다. 역사문제에서 진실성을 잃으면, 안보·경제·문화 모든 영역의 외교적 발언권이 약해진다. 즉 역사인식은 도덕 문제가 아니라 국익 문제이기도 하다.

넷째 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의 정치학>이다. 이 책에는 “일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이것은 매우 고노다운 표현이다. 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군사대국이 되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하고, 헌법을 고쳐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담론을 경계한다. 일본 외교에는 적극적 행동보다 자제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침략국이었던 일본은 다른 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군사적 “정상국가”를 추구할 수 없다. 일본의 특수한 역사조건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섯째 축은 <정치가의 책임>이다. 고노는 외무관료만의 외교가 아니라 정치가가 책임지는 외교를 강조한다. 외교는 국내정치와 분리되지 않는다. 정치가가 선거용 민족주의를 부추기면 외교는 망가진다. 반대로 정치가가 역사와 평화를 책임 있게 말하면 외교는 공간을 얻는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교론이면서 동시에 정치윤리론이다.

2. 평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본 보수정치 안에 존재했던 <평화주의적 보수>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고노는 사회당 정치인도 아니고, 급진 평화운동가도 아니다. 그는 자민당 총재까지 지낸 보수정치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발언은 중요하다. 일본의 평화주의가 반드시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전후 보수 본류 안에도 헌법 9조, 역사책임,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독자의 관점에서 이 책은 일본을 단순히 “우익 일본”으로만 보는 시각을 교정해준다. 일본 보수 안에도 여러 계보가 있었다. 하나는 전쟁 책임을 축소하고 군사적 정상국가화를 추구하는 흐름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 평화헌법, 미일동맹, 아시아 협조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던 흐름이다. 고노는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이 책이 더 씁쓸하게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노의 흐름은 현재 일본 정치에서 중심이 아니라 주변으로 밀려났다.

책의 강점은 논지가 단순하고 힘이 있다는 것이다. 고노는 복잡한 이론을 내세우지 않는다. 핵심은 반복된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외교의 목적이다. 헌법 9조는 일본의 외교 자산이다. 역사문제에서 후퇴하면 안 된다. 중국·한국과의 관계를 망치면 일본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미국만 바라보는 외교는 위험하다. 이 단순함은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전략 용어를 늘어놓을 때, 고노는 외교의 기본 목적을 다시 묻는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첫째, 고노의 외교론은 도덕적으로는 설득력이 크지만, 변화한 동아시아 안보환경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 북한 핵문제, 대만해협 위기, 미국 패권의 불안정성 같은 문제 앞에서 “평화외교”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물론 고노는 군사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군사억지와 평화외교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치밀하지 않다.

둘째, 고노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강조하지만, 피해자 중심의 정의 문제까지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고노 담화>는 역사적으로 중요했지만, 그것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은 법적 책임, 공식 배상, 교육, 기억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고노는 일본 정부가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더 전진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조심스럽다. 이것이 고노식 리버럴 보수의 한계다.

셋째, 이 책은 자민당 정치 내부의 구조적 실패를 충분히 해부하지 않는다. 왜 고노와 같은 흐름은 약해졌는가. 왜 일본 보수는 역사수정주의와 더 쉽게 결합했는가. 왜 평화헌법을 자산으로 보는 보수보다, 그것을 “전후체제의 굴레”로 보는 보수가 강해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분석은 더 필요하다. 고노는 증언자로서는 강하지만, 구조분석가로서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의미는 작지 않다. 2015년이라는 출간 시점도 중요하다. 이 해는 아베 정권이 안보법제를 강행하며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추진하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日本外交への直言』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아베식 안보국가화에 대한 정면 비판으로 읽어야 한다. 고노는 “강한 일본”이라는 구호가 실제로는 일본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외교가 약해지고 군사만 앞서면, 그것은 안보가 아니라 불안의 확대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평화주의적 보수의 마지막 경고> 같은 책이다. 고노 요헤이는 일본이 다시 군사적 정상국가가 되는 길보다, 역사책임을 인정하고 아시아와 신뢰를 쌓으며 평화헌법을 외교 자산으로 삼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일본 안에도 역사책임을 말하는 보수정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정치가 지금 얼마나 약해졌는가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희망의 책이면서 동시에 상실의 책이다. 고노가 말한 외교는 아직 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은 이미 상당히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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