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3

"韓 민주주의 연구해 세계적 학술상 받았죠" -허아람 Aram Hur

"韓 민주주의 연구해 세계적 학술상 받았죠" - 매일경제



"韓 민주주의 연구해 세계적 학술상 받았죠"

김형주 기자
업데이트 : 2023.08.06 19:36닫기지면 A29
허아람 터프츠대학교 교수
민주주의 최우수 저서에 주는
전미정치학회 로버트달상 수상
韓 민주주의 발전 기여한
민족주의 순기능에 주목
금모으기 등 높은 시민의식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 이끌어

사진 확대"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나라를 위해 금붙이를 내어놓으려 추운 겨울에 길게 줄지어 섰던 장면이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하면서, 이 같은 강력한 민족주의(nationalism)가 시민의식(civic duty)의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한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해 정치학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상을 받은 한인 학자가 있다. 연구 저서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로 지난 6월 전미정치학회(APSA)로부터 로버트 달 상(Robert A. Dahl Award) 수상자로 선정된 허아람 터프츠대학교 교수(39·사진)의 이야기다. 허 교수는 미국 최초 의 외교학 대학원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김구 석좌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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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달 상은 테뉴어(종신재직권)를 받지 않은 젊은 학자 중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가장 뛰어난 저서를 쓴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동아시아 지역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로 로버트 달 상을 수상한 학자는 허 교수가 처음이다. 한인 학자가 최우수 저서 선정으로 전미정치학회 시상식에 오른 것은 1974년 우드로 윌슨 재단 상(Woodrow Wilson Foundation Award)을 받은 이정식 교수 이후 49년 만이다.

'Narratives of Civic Duty'는 강력한 민족주의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학계의 기존 통념은 지나친 민족주의는 파시즘을 유발하고 민주주의를 해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로버트 달 상 위원회는 허 교수의 연구에 대해 "풍성하고 창의적인 이론과 시민 인터뷰, 설문조사, 실험을 포함한 실증적 연구와 다양한 분석 방법으로 비교정치학 분야에 인상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민족주의가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 나라가 나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생존과 번영을 나와 함께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민족서사(national narrative)를 가질 때 국민들이 납세, 병역, 정치 참여 등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시민의식이 고양되고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역시 금 모으기 운동이나 충실한 병역 이행 문화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에 있는 허 교수가 학계의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닌 한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것은 모국인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근무한 부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따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허 교수는 원래는 기자가 돼 한국에 대한 올바른 사실을 세계에 전달하고 싶었으나 진로를 바꿔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우등 졸업)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던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한국의 정치 현실을 알리고 싶다면 비교정치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지도교수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경제위기 등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마다 공직에서 몸 바쳐 일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것인지 실감하며 자랐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게 연구를 통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민족주의와 시민의식에 대한 두 번째 저서 'The Stories We Tell: Nation-Building in an Era of Migration'(가제)을 준비 중이다. 저서는 이민 시대를 맞은 한국이 이민자를 민주시민으로 포용하기 위해 어떤 민족서사를 가져야 할지를 다룬다. 허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한국은 이민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국민을 연결하는 민족서사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한국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새로운 민족서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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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
by Aram Hur (Author)  

In Narratives of Civic Duty, Aram Hur investigates the impulse behind a sense of civic duty in democracies. Why do some citizens feel a responsibility to vote, pay taxes, or take up arms in defense of one's country? Through comparing democratic societies in East Asia and elsewhere, Hur shows that the sense of obligation to be a good citizen—upon which the resilience of a democracy depends—emerges from a force long thought to be detrimental to democracy itself: national attachments.

Nationalism's illiberal and exclusive tendencies are typically viewed as disruptive to democratic processes, but Hur argues that there is nothing inherently antidemocratic about nationalism. Rather, whether nationalism helps or hinders democracy is shaped by the historicized relationship between a national people and their democratic state. When national stories portray that relationship as one of mutual commitment, nationalism strengthens democracies by motivating widespread civic duty among citizens. Drawing on personal narratives, statistical surveys, and experiments, Narratives of Civic Duty offers a provocative national theory of civic duty that cuts to the heart of what makes democracies th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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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List of Illustrations
Acknowledgments
Note on Transliteration
Part I
1. Duty, against the Odds
2. A National Theory of Civic Duty
Part II
3. National Stories in South Korea and Taiwan
4. Strong Civic Duty in the Name of Nation in South Korea
5. Weak Civic Duty and Fragmented Nation in Taiwan
Part III
6. Stunted Civic Duty in Reunified Germany
7. Nationalism and Civic Duty across the World
8. Civic Challenges to Democracy in East Asia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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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m Hur's incisive exploration of what shapes civic duty compels us to rethink the assumption that strong nationalism is detrimental to liberal democracy. The array of qualitative and quantitative methods she uses makes this book a model of comparative research done well.

Celeste L. Arrington,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author of Accidental Activists
By theorizing civic duty as a potentially positive and moral dimension of nationalism, Hur complicates the prevailing assumption that nationalism is detrimental to liberal democracy. A thoughtful, compelling book.

Stephan Haggard,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coauthor of Dictators and Democr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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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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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oreignaffairs.com/reviews/narratives-civic-duty-how-national-stories-shape-democracy-asia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
Reviewed by Andrew J. Nathan
September/October 2023Published on August 22, 2023



Classic democratic theory sees civic duty—an individual’s willingness to vote, pay taxes, serve in the military, and so on—as a defining feature of a healthy democratic culture, but scholars have not established what circumstances produce this attitude. Analyzing the South Korean experience, Hur suggests that Koreans contribute willingly to the state not because they are more Confucian or more moral than other people but because the twentieth-century struggles against Japanese colonialism, the North Korean invasion, and the postwar military dictatorship forged a belief that Koreans are a distinct race with their own state, which they had to fight for to create and protect. Civic duty is weaker in an ethnically divided society such as Taiwan, Hur’s comparison case, because citizens of the majority Taiwanese ethnicity still associate the state with the rule of the minority Chinese mainlanders.

She argues that civic duty is shaped by the “national stories” that people tell, which strengthen or weaken links among people, their sense of nationality, and the state. Although she does not explore the subject in great detail, she suggests that different national stories can also strengthen or weaken popular support for authoritarian regimes.

In This Review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
By Aram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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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s & Regions: South Korea
Pol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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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 허(Aram Hur) 교수의 저서 <시민 의무의 서사: 국가적 이야기는 어떻게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형성하는가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 2022)>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요청하신 대로 나를 향하지 않은 본문 내용은 <해라> 체를 사용하여 작성했습니다.

시민 의무의 서사: 국가적 이야기는 어떻게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형성하는가

요약 (Summary)

1. 문제 제기: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며, 위기 상황에서 군 복무나 국가적 헌신을 감수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기존의 정치학은 제도적 인센티브, 민주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신념, 혹은 집단주의적인 유교 문화 등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저자 아람 허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고비용의 희생적 시민 의무감이 단순히 문화적 특성이나 제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저자는 그 핵심 동력으로 <국가-국가 기구 연계(Nation-State Linkage)>에 대한 대중적 믿음, 즉 국가와 민주 정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국가적 서사(National Stories)>에 주목한다.

2. 핵심 이론: 국가적 서사와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

서구 학계에서 민족주의(Nationalism)는 흔히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배타주의나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낳는 위험한 요소로 취급받아 왔다. 하지만 저자는 민족주의가 반드시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강력한 시민 의무감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시민들이 내가 속한 공동체(Nation)의 이익과 가치가 현재의 민주 정부(State)를 통해 가장 잘 실현된다고 믿을 때, 즉 <우리 민족의 서사>와 <민주적 기구>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고 느낄 때 시민 의무감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내재적 의무감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방어하는 강력한 회복탄력성으로 작용한다.

3. 비교 연구: 한국과 대만

저자는 복잡한 혼합 연구 방법론(개인 서사 분석, 대규모 설문조사, 실험 연구 등)을 동원하여 동아시아의 대표적 민주 국가인 한국과 대만을 비교 분석한다.

  • 대한민국 (단단한 연계와 강력한 의무감): 한국의 국가적 서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족의 생존과 발전>은 <민주적 국가의 확립>과 동일시되는 강력한 공생 관계를 맺었다. 그 결과 한국 시민들은 국가 위기 시에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투표나 군 복무, 재난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고도의 시민 의무감을 보여준다. 해외 거주 한인들이 군 복무를 위해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현상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 대만 (분열된 서사와 취약한 의무감): 반면 대만은 역사적으로 서사의 분열을 겪어왔다. 국공내전 이후 이주한 국민당(KMT) 정권의 정통성과 본토 대만인(본성인)의 정체성이 충돌해 왔기 때문이다. 대만인들에게 국가적 서사는 공유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파편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은 민주적 제도 정착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따르는 시민 의무(예: 군 복무나 세금 납부)에 대한 심리적 기반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4. 확장과 결론: 독일 사례와 글로벌 데이터

이 책은 아시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서독 분단의 역사적 서사가 통일 이후에도 시민 의무감의 격차를 낳은 독일의 사례를 추적하며, 전 세계 27,000명 이상의 민주 시민 데이터를 통해 이론의 보편성을 검증한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속시키는 힘은 추상적인 민주 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국가적 소속감과 그에 얽힌 서사가 얼마나 민주 기구와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음을 역설한다.

평론 (Critique)

1.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아람 허의 <시민 의무의 서사>가 지닌 가장 큰 학술적 성과는 서구 중심적 정치학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깨부수었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서구의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아시아의 역사적 맥락에서 민족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고 수호하는 건설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었는지를 정교하게 증명해 낸다. 서사가 제 기능을 할 때 민족적 유대감은 배타적 광기로 흐르는 대신, 오히려 민주적 제도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고결한 시민성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은 매우 탁월하다.

2. 문화 결정론의 한계 극복과 방법론적 치밀함

동아시아의 민주주의나 시민 행동을 분석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유교적 집단주의 문화>라는 식의 모호한 문화 결정론이다. 이 책은 한국과 대만이라는 문화적으로 유사한 두 사회가 왜 시민 의무감의 양상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지 역사적 서사와 국가 기구의 결합이라는 정치적 변수로 명쾌하게 설명해 낸다. 심층 면접부터 정량적 설문조사,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실험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방법론을 교차 검증하여 이론적 설득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점은 이 책이 왜 미국정치학회(APSA)의 로버트 다할 어워드(Robert A. Dahl Award)를 수상했는지 여실히 증명한다.

3. 현대 민주주의 위기에 던지는 시의적절한 경고

이 책이 지닌 실천적 메시지는 현대 민주주의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현상과 맞물려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민주적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그 제도를 운영하고 수호할 시민들의 심리적 연대감과 서사가 파편화된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내부로부터 무너질 수 있음을 대만과 글로벌 사례를 통해 엄중히 경고한다.

4. 비판적 검토 및 한계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논쟁적인 지점이 존재한다. 첫째, 한국의 단단한 국가-국가 기구 연계가 낳은 강력한 시민 의무감이 지닌 어두운 단면에 대한 성찰이 다소 부족하다. 국가적 서사가 지나치게 강력할 경우, 소수자에 대한 배제나 전체주의적 동질성 요구로 이어져 도리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을 훼손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둘째, 급격한 세대 변화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속에서 기존의 역사적 서사가 과연 앞으로도 동일한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청년 세대일수록 민족적 서사보다는 개인의 공정성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평

<시민 의무의 서사>는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제도가 아닌 시민의 마음과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의 힘에서 찾아낸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목도, 파편화된 개인주의도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공동체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야 하는지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명저라 할 수 있다.

세진님, 요청하신 도서의 핵심을 압축하여 깊이 있는 분석이 되도록 작성해 보았습니다. 혹시 특정 챕터의 내용이나 이론적 배경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국가적 서사가 아시아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이 영상은 저자인 아람 허 교수가 직접 자신의 저서 <시민 의무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국과 대만의 구체적인 사례를 비교하며 국가적 서사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르는지 상세히 강연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책의 핵심 논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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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m Hur,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 요약+평론

아람 허의 <Narratives of Civic Duty: How National Stories Shape Democracy in Asia>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시민적 의무감이 어디에서 생기는가를 묻는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민적 의무란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아니다. 투표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세금을 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국가 위기 때 희생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병역이나 공공 책임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감각을 뜻한다. 허는 이 감각이 제도나 교육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민주주의의 시민적 의무감은 흔히 생각하듯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민족적 애착>, 곧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국민 공동체의 일부로 느끼는 방식에서 나온다. 이 책은 2022년 코넬대 출판부에서 나왔고, 한국과 대만을 중심 사례로 삼아 개인 서사, 통계조사, 실험을 결합한 비교정치학 연구다.

책의 출발점은 민주주의 이론의 오래된 난점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필요로 하지만, 합리적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투표나 납세나 병역은 반드시 이익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가능성은 작고, 세금은 개인 자원을 줄이며, 병역은 삶의 시간을 국가에 바치는 행위다. 그런데도 어떤 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이런 행위를 강한 의무로 받아들인다. 허는 이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 이야기 national storie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국민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역사적 이야기, 즉 “우리는 누구인가”,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국가에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라는 서사가 시민적 의무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이론적 전환은 민족주의를 민주주의의 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민족주의는 배타성, 외국인 혐오, 전쟁, 소수자 억압과 연결되어 이해된다. 허도 그런 위험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족주의가 언제나 반민주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민족주의 자체가 아니라, 국민 공동체와 민주국가 사이의 관계가 어떤 이야기로 구성되는가다. 국민이 국가를 외부의 억압 장치로 보면 시민적 의무는 약해진다. 반대로 민주국가가 국민의 고난과 희생을 통해 획득된 공동의 성취로 이야기되면, 국민은 국가를 위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느낀다. 즉 민족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일정한 조건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정서적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사례는 이 책의 중심 축이다. 허가 보기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강한 시민적 의무감과 결합되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은 상징적 사례다. 많은 시민이 개인 소유의 금을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았다. 경제적으로 보면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국민국가의 서사 속에서는 매우 이해 가능한 행동이다. 한국인은 국가를 단순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식민지, 전쟁, 독재, 산업화, 민주화의 고난을 통과해 함께 만든 공동체로 상상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나라가 어려우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감각이 생긴다. 허는 바로 이런 국민-국가 연결성이 투표, 납세, 병역 같은 시민적 의무를 강화한다고 본다.

대만 사례는 한국과 대비된다. 대만도 민주주의 사회이고 시민 참여가 강한 면이 있지만, 국민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의 관계가 한국보다 복잡하다. 대만에는 중국 국민당이 가져온 중화민국 서사, 본성인과 외성인의 역사적 갈등, 2·28 사건과 계엄의 기억, 대만 독자 정체성의 성장 등이 겹쳐 있다. 따라서 “국가가 곧 우리 국민 공동체의 표현”이라는 이야기가 한국처럼 단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허가 대만을 중요한 비교 사례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 제도만으로 시민적 의무감이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국민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의 결합 양상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LSE의 책 토론 소개도 이 책이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민주주의에서 시민적 의무의 기원을 비교한다고 설명한다.

방법론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다. 허는 젊은 시민들의 개인 서사, 대규모 설문조사, 실험적 설계 등을 함께 사용한다. 그래서 책의 주장은 “한국인은 원래 집단주의적이다” 또는 “동아시아인은 유교 문화 때문에 의무감이 강하다” 같은 문화주의적 설명으로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동아시아 안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시민적 의무감은 고정된 문화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된 국민국가 서사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점이 책의 학문적 강점이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정치학회 APSA의 2023년 Robert A. Dahl Award를 수상했으며, 비교정치학 분야 Luebbert Award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관계를 단순한 대립 구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주의자들은 흔히 민족주의를 민주주의의 위험 요소로만 본다. 반대로 보수적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적 결속을 민주주의보다 우선시한다. 허는 양쪽 모두를 비켜 간다. 민주주의는 추상적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이 공동체는 나의 공동체이고, 이 국가의 운명은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냉정한 절차만이 아니라 뜨거운 애착을 필요로 한다. 이 통찰은 중요하다.

그러나 책의 약점도 있다. 첫째, 시민적 의무를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의무감이 언제 권위주의적 순응으로 변하는지에 대한 경계가 더 필요하다.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 병역 의무, 국가 위기 동원은 민주적 연대의 사례일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주의적 압박의 사례일 수도 있다. “좋은 시민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도 있지만, 국가 비판자를 비애국자로 몰아붙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허는 민족주의의 위험을 인정하지만, 시민적 의무의 어두운 면을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둘째, 한국 사례에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결합은 매우 특수한 역사적 산물이다. 식민지 경험, 분단, 전쟁,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경제성장, 외환위기가 겹쳐져 한국적 시민의무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모델을 다른 아시아 민주주의에 얼마나 일반화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일본의 경우 국가에 대한 의무감은 전후 평화주의와 천황제 기억, 전쟁 책임 문제와 얽힌다. 인도에서는 민족주의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기보다 힌두 다수주의로 기울 위험이 크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국가 서사는 식민지, 지역주의, 종교, 계급 갈등과 복합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허의 이론은 유용하지만, 적용 범위는 조심스럽게 따져야 한다.

셋째, 시민적 의무가 민주주의에 좋은 것이라면, 그 의무의 내용은 누가 정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투표와 납세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병역이나 국가 희생은 훨씬 논쟁적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소수자, 이주민, 탈국가적 평화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적 의무”는 민주적 덕목이 아니라 강제적 동일화일 수 있다. 퀘이커적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특히 흥미롭지만 동시에 불편하다. 왜냐하면 허는 병역 같은 국가 의무도 시민적 의무의 한 형태로 다루지만, 평화주의 전통은 바로 그 지점에서 국가와 양심의 충돌을 본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매우 좋은 비교정치학 연구다. 민주주의를 제도, 선거, 정당, 법치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기 공동체를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의 문제로 끌고 간다.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단순한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강한 민족서사와 결합된 민주주의다. 이것은 장점이자 위험이다. 장점은 위기 때 놀라운 동원력과 책임감을 만든다는 점이다. 위험은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개인의 양심, 소수자의 권리, 비판적 시민성을 억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 책은 <민주주의는 국민적 이야기 없이는 약하지만, 국민적 이야기가 너무 강하면 민주주의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허의 공헌은 앞부분, 곧 국민적 애착이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데 있다. 독자가 덧붙여야 할 비판은 뒷부분이다. 시민적 의무가 민주주의의 덕목이 되려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 특히 약자와 소수자까지 포함하는 민주적 공동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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