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살리기
강준만,남승희 (지은이)중심2003-12-15
'즐거운 사라' 사건이 터진 지 11년, 세상은 온통 성(性)으로 넘쳐나고 성의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정작 우리 사회의 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마광수 교수는 '음란 문서 제조'라는 11년 전 법의 잣대에 그대로 갇혀 있다.
이 책은 마광수 교수와 마 교수의 연세대 국문과 애제자이자 <나는 미소년이 좋다>의 작가 남승희의 대담을 통해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 마 교수가 겪은 개인적 고초와 마 교수의 예술관, 작품 세계 등을 알아보고, 2부에서는 강준만 교수 등이 쓴 '마광수를 위한 변명'을 실어 마광수 구명에 나서고 있다.
마 교수는 대담에서 자신을 대학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 선 후배 교수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과 배신감을 토로하고 한때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전하는 한편, 문학을 통한 대리 배설 문화에는 철퇴를 가하면서, 매춘은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책속에서
남: 선생님께서는 대학이라는 제도의 긍정성은 반드시 자유를 확보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하셨는데요. 요즘처럼 전 지구적으로 정보화의 물결이 상당히 거세어져서 대학이나 지식층이 지식을 독점한다고 보기가 어렵고 지식이 민주화 혹은 대중화되고 있는 때에도 역시 그럴까요? 어쩌면 대학보다는 인터넷이 더 자유로운 학문과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마: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대학이라는 건 자유를 기초로 해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봐요. 정보화니 인터넷이니 하지만 그게 대학을 다 대체할 수는 없는 거예요. 대학은 사상의 다양한 전시장이 되어야 해요. 여기에서부터 대학의 힘이 나오는 것이고 사회적인 효용이 생겨나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고유의 종교를 표방하는 대학은 문제가 있는 거죠. 그 외에도 일종의 문화 독재랄까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경향이 심한데, 그러다 보니 서구에서 대학이 하고 있는 역할에 많이 못 미치죠.-39쪽 접기
남: 총장과 학장을 제외한 보직 교수를 없애자는 주장도 하셨죠?
마: 그래요. 교수들은 너무 쓸데없는 잡무가 많아요. 이건 중고등학교 교사들도 마찬가진데, 쓸데없는 잡무를 보느라고 자기 계발을 할 시간도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여력도 빼앗기는 거죠. 그리고 학교 행정을 보면서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게 되고, 그 결과 정치 싸움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차단하자는 거예요.
-40쪽 접기
남: 저는 어쩌면 대학이나 지식인 집단보다는 기업이 더 진보적이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기업은 조금만 잘못해도 망하기 때문에 정치 과잉이나 기타 악습을 쇄신하려는 압박을 받고,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의식을 갖고 있지만, 대학은 안 그렇잖아요. 쉽게 안 망하니까 썩은 게 잘 청소되지 않고, 변하기가 힘들죠.
마: 힘들죠.하지만 요즘엔 위기 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뻣뻣하게 고개 들고 고상한 척하기보다는 좀더 실리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개척해야 되죠. 교육의 질을 높여야 되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게 장을 만들어 줘야 돼요.-41쪽 접기
남: 선생님께서는 자유주의 교육 이념을 주장하셨죠?
마: 그렇죠. 내가 늘 얘기한 건 자유를 누릴 줄 알아야 자율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자유를 향유하는 법을 알아야 거기서 책임감도 생기고 개성도 생기고 창의력도 길러지는 거죠. 과도기의 부분적인 혼란이 겁난다고 해서 계속 통제 위주로 가면 교육은 제 기능을 못하고 문제는 더 악화되기만 할 거라고 봐요. 교수한테도 자꾸만 엄숙주의를 강요하면서 속박하는 게 문제예요. 교수 체면에 뭘 하면 안 되고, 뭘 해야 되고, 그런 거에 자기를 움츠리다 보면 자유롭게 열린 사고를 할 수가 없어요.
-42쪽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강준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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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인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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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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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마광수 교수의 애제자로, 1997년 언더 록밴드 '비누도둑'을 만들어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최근작 : <마광수 살리기>,<나는 미소년이 좋다> … 총 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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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님, 힘내세요
십년쯤 전 마광수 교수가 구속되었을 때,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즐거운 사라>를 읽은 선택받은 사람이었던 나는 그 책이 명성에 비해 하나도 야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었을 뿐이다. 그렇긴 해도 나 역시 '대학교수가 뭐 이따위 책을 쓰냐'던 사회의 통념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그의 구속에 분노하지 못했다. 몇년이 지나 장정일이 구속되었을 때,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읽다가 팽개친 경험이 있던 나는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마광수가 구속된 것에 비추어 보면, 장정일이 구속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안다. 그게 얼마나 유치한 마녀사냥이었는지를. 최근 몇년 사이 책을 좀 읽으면서 각성을 한 탓이다. 하지만 마광수의 동료 교수들이 재임용 탈락을 건의한 걸 보면 몽매함 속에 빠져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우리가 군부독재를 물러가라고 외쳤던 이유가,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까닭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함이 아니던가? '소설의 목적은 금지된 것을 파헤치는 것이고,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요,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꿈꾸기(50쪽)'라는 자신의 소설관대로, 마교수는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선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끝내 그 희생물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면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였을 마교수를 '자유주의의 투사'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우리 사회, 이 땅의 억업기제는 그가 꿈꿨던 소박한 자유나마 지켜주지 못했다.
장정일이 구속된 후 <천국의 신화>를 쓴 만화가 이현세가 법정에 끌려가는 수모를 겪었고, 영화 [거짓말]의 상영이 몇차례 연기되어야 했다. 몇년 전에는 서갑숙이 쓴 <나도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가 한차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우리 사회는 마광수가 구속되던 십년 전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도저히 눈뜨고 못볼 포르노들이 범람을 하고, 수많은 러브호텔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사회에서, 성담론은 여전히 탄압의 대상이다. 이 숨막히는 위선, 마광수가 저항한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담담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이내 빨간펜으로 줄을 쳐가면서 읽기 시작했다. 새겨들어야 할 좋은 말들이 워낙 많아서다. 특히 마광수의 애제자라는 남승희의 말은 내게 많은 깨우침을 줬다. 그것 말고도, 코드가 맞는, 이뻐하는 제자와 장시간 대담을 한 건 마광수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마광수님이 하루빨리 기운을 차려 십년전처럼 명강의를 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십년 전에 마녀사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게 지금은 너무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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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1-17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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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를 위한 변명 중 강준만교수의 글이 단연 압권인 책
이번에 <마광수 살리기> 라는 책을 읽었다. 평소 마광수 교수에 대한 한국사회의 폭력성에 나름대로 관심이 많았던지라, 이번에 <마광수 살리기>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마광수 교수가 쓴 저서들도 함께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의 전반부는 마광수교수와의 대담이 실려 있고 이 책의 후반부에는 마광수 교수를 위한 변명의 글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개인적으로 강준만교수의 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왜일까?
강준만교수의 글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맞이 있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마광수 교수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관련해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대학교수라는 이름을 걸고 마광수 교수를 위한 변명을 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강준만교수는 왠지 남다른 것 같다.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있는 그의 '한결같은'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강준만교수의 글과 관련해서는 한 가지 주의 할 점이 있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이 책은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그래서 나 또한 이 책에 실린 강준만교수의 글이 그가 이번 책과 관련해 새롭게 작성한 글인 줄 알알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강준만교수의 글 마지막을 보니 <실천문학> 94년 겨울에 쓴 글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이 부분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강준만교수가 최근에 새롭게 참여해 책을 낸 것으로 알았는데, 그가 10여년 전에 쓴 글이라는 사실과 관련해 강준만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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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도 2004-01-1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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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체면에 뭘 하면 안 되고, 뭘 해야 되고...
dream 2007-12-1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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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와 앤드류 블레이크
방학이지만 '월요일'이란 이유로 학교에 나왔다(대신에 점심 먹을 때쯤 나왔다). 오는 길에 이번주 <필름2.0>을 사서 대략 점심먹을 때까지 들춰보았다. 그리고는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2005)와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2005)을 보아야 하는 영화로 일단 꼽아두었다. 전자는 나이 어린 부모(=아이)에게 생긴 한 '아이'에 관한 영화이며, 후자는 두 남자간의 (우정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게이 영화'이다.
내 분류대로 하자면, 전자는 '로망스'이고 후자는 '포르노'이다.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두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몇 마디 코멘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아마도 내가 접할 수 있는 '2005년의 영화' 두 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설특집이라고 실린 '문화계 32인의 강추, 나만의 컬처블로그'를 훑어보는데, 가장 눈길이 간 '블로그'는 역시나 마광수 교수의 '이런 게 예술이지'. 아침 나절에도 요즘 읽고 있는 <예술의 종말 이후>를 들춰본 탓인지 '예술'이란 단어에 내 시지각이 민활하게 반응했다. 커피 한잔 마시는 김에 아르바이트로 '예술' 좀 따라가본다.
마광수 교수는 작년 한 해 동안 대략 8-9권의 책을 출간했다.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모양이다. 앤드류 블레이크에 대해서도 아마 그의 책들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상찬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로선 그의 책들을 초기의 문학이론서나 윤동주 론을 제외하면 별반 읽은 게 없다(한두 권 읽어보면 나머지는 지루하다는 게 그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런 게 예술이지'를 읽으며 그에게 더 맞는 건 '야설'이 아닌 '야동'의 세계가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변명과 일기, 잡담들만 잔뜩 늘어놓는 그의 '권태'는 동적인 영상들로부터의 소외가 낳은 결과는 아닐는지(그런 의미에서, '국민감독' 임권택만 도와주지 말고, '국민권태' 마광수도 좀 도와주자! 진짜 '예술' 좀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또 먹고 살 만하면, 볼 게 포르노밖에 더 있는가?)
마광수 교수(1951- )가 소개하고/자랑하고 있는 예술은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1947- )의 세계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지 모르겠지만(나는 처음 들어봤다), '앤드류 블레이크의 세계'의 보다 정확한 이름은 '앤드류 블레이크의 에로틱 세계'이다. 관련사이트에서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포르노 관련으로는 작가, 편집, 촬영, 감독, 제작 안 하는 게 없고, 직접 찍은 것만도 거의 60편에 이른다. 마교수는 앤드류 블레이크의 베스트 타이틀 5편을 거명하면서 이렇게 소개한다.
"요즘 학생들한테 물어보니 예쁘기만 하고 재미없다고 하지만 무슨 말씀, 탐미주의자인 내가 보기엔 이거야말로 유미주의의 결정판이지. 포르노가 아니라 예술이다. 미장센이 정말이지 너무 좋다. 불쾌하기는커녕 굉장히 아름답고 내가 좋아하는 페티시즘도 상당히 다양하게 반영돼 있다. 환상적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어떤 작품을 봐도 앤드류 블레이크의 예술적인 포르노만한 걸 못봤다. 그의 작품을 10년전에 비디오로 봤지만 최근 이 다섯 편을 구해 보면서 다시금 즐거웠다. 예술이란 이런 거다."
마광수 교수의 57편에 이르는 블레이크의 영화들을 다 구해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베스트 5'로 꼽은 영화들의 목록은 'Body Language'(2005), 'Hard Edge'(2003), 'Girlfriends'(2002), 'Paris Chic'(1997), 'Captured Beauty'(1995) 등이다.
'요즘 학생들'은 재미없어 한다지만, 블레이크는 (예술의 종말과 무관하게)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다. 그리고 그 현역 예술가의 세계는 "불쾌하기는커녕 굉장히 아름답고 내가 좋아하는 페티시즘도 상당히 다양하게 반영돼 있다. 환상적이라고나 할까." 앙드레 김 어법으로 '판타스틱'한 장면들을 나로선 그저 '상상해' 보는 정도이지만, 이런 '패티시'에 걸맞는 '예술작품'을 예술가 마광수도 충분한 영감을 받고 써주었으면 좋겠다('사라'만 즐거운 작품 말고). 마광수-예술론에서 지루하다는 건 죄악이니까(그에게 불충분한 건 도덕이 아니라 예술이다).
06.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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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01-23 공감 (1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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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강준만과 남승희가 공저한 <마광수 살리기>는 199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마광수 사태>를 중심으로, 지식인 사회의 위선과 국가 권력의 문화적 폭압을 정면으로 고발한 언론비평이자 사회비평서다. 이 책은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되고 교수직에서 해직당한 마광수 개인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민주주의의 수준을 진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1. 마광수 마녀사냥의 전말과 국가 권력의 폭력성
저자들은 마광수 교수가 구속된 사건을 법적 판단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한다. 검찰과 사법부가 <음란물 유포>라는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며 문학 작품을 처벌한 것은, 문민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던 권위주의적 통제 메커니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책은 국가가 개인의 성적 상상력과 표현의 영역까지 검열하고 통제하려 드는 파시즘적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2. 지식인 사회와 언론의 위선 폭로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비판 대상은 보수 언론과 침묵하거나 동조한 지식인 집단이다. 저자들은 당시 주류 언론들이 마광수를 변태 성욕자나 타락한 지식인으로 몰아가며 대중의 맹목적인 분노를 자극했다고 비판한다. 특히 평소에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동료 교수들과 문인들이, 마광수 사건 앞에서는 도덕적 엄숙주의의 편에 서거나 침묵으로 일관한 이중성을 구체적인 기사와 성명서 등을 통해 낱낱이 폭로한다. 그들의 침묵은 결국 권력의 문화적 학살에 동조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3. 문화적 다양성과 <야한 정신>의 옹호
저자들은 마광수가 주장한 <야한 정신>이 결단코 천박한 상업주의나 음란함이 아니라고 변호한다. 그것은 유교적 가식과 거대 담론에 짓눌려 있던 한국 사회에 꼭 필요했던 '개인의 발견'이자 '솔직함의 미학'이다. 책은 마광수를 살리는 길이 곧 한국 사회의 획일성을 깨부수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며, 소수자의 파격적인 목소리도 용인될 수 있는 관용(톨레랑스)을 사회 전반에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론
1. 시대의 아픔을 기록한 격정적인 미디어·사회 비평
<마광수 살리기>는 강준만 특유의 실명 비판과 날카로운 저널리즘적 시각이 남승희의 분석력과 결합하여 강렬한 시너지를 내는 책이다. 이 책은 한 지식인이 집단적 광기에 의해 어떻게 매장당해 가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인 언론 보도와 사회적 반응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한 훌륭한 보고서다. 저자들은 마광수라는 인물을 도구화하지 않고, 그가 처한 고립무원의 처지를 연민하면서도 한국 지식인 지형도의 고질적인 병폐인 '파벌주의'와 '도덕적 기만'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간다.
2.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확장
이 책의 미덕은 마광수의 문학적 성취 여부를 떠나, '내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볼테르적 자유주의 원칙을 한국적 상황에서 실천했다는 점에 있다. 저자들은 문학을 도덕이나 교화의 잣대로 심판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마광수를 옹호하는 것이 곧 그의 성 담론 전체를 추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비평의 초점을 '표현의 자유와 국가 검열의 한계'라는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3. 시의성과 전투성에 가려진 깊이의 아쉬움
그러나 이 책은 당대의 뜨거운 논쟁 한복판에서 쓰인 '전투적 팸플릿'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언론의 왜곡 보도와 지식인들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 나머지, 마광수 사상이 가진 문학사적·철학적 층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다소 부족하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를 지나치게 선명하게 대립시킴으로써, 당시 대중이 느꼈던 성적 보수주의의 심리적 배경이나 대중문화의 급격한 상업화라는 거시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짚어내기보다는 감정적인 격앙을 유발하는 서사적 단순화에 기댄 면이 있다.
4. 결론 : 오늘날에도 유효한 위선에 대한 경고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광수 살리기>는 한국 현대 지성사에서 가장 용기 있는 연대의 기록 중 하나다. 마광수를 감옥으로 보내고 강단에서 쫓아냈던 1990년대의 야만성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디지털 마녀사냥, 진영 논리에 따른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집단적 독선과 도덕주의가 한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현상이 여전한 현대 사회에서, 가식의 가면을 벗고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고 외친 이 책의 일갈은 여전히 서늘하고 유효한 울림을 준다.
세진님, 강준만·남승희 교수가 저술한 <마광수 살리기>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마광수 작가 개인의 사상을 넘어 한국 사회의 언론과 지식인 집단의 속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인데, 이번 분석이 세진님의 독서와 연구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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