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1

강문희의 [모리사키 가즈에가 부르는 ‘조선’의 목소리>

800 단어 요약 및 평론 - Google Gemini

요약

강문희의 <모리사키 가즈에가 부르는 ‘조선’의 목소리>는 2020년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모리사키 가즈에의 수기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목소리>를 계기로, 저자의 조선 인식과 패전 후 일본에서의 사상 활동 간의 긴밀한 연관성을 규명한 평론이다. 저자 모리사키 가즈에는 1927년 식민지 조선 대구에서 태어나 17세까지 성장한 후 일본으로 건너간 이른바 '식민 2세'이다. 본 논문은 모리사키의 조선 체험이 단순한 과거의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전후 그녀가 전개한 성별·계급·민족 중심 사상의 원형이 되었음을 분석한다.

모리사키의 사상적 출발점은 패전 후의 불안 속에서 발견한 오염되지 않은 주체로서의 <여성>이다. 그녀는 식민지 교육자로서 모순을 체현했던 아버지의 '근대적 자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국가 권력이나 문자 중심의 제도적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민중의 삶에 주목한다. 특히 규슈 탄광촌에서 전개한 <듣고 쓰기 [聞き書き]> 활동은 이러한 사상의 핵심적 실천 방식이다. 모리사키는 가문과 가정의 틀에 소멸되지 않고 지하의 암흑 속에서 노동과 사랑을 주체적으로 이뤄낸 노년의 여성 광부(아토야마)들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이제껏 알지 못했던 '방언'의 세계를 접하며 일본 내의 이질적인 집단과 '비소유의 소유'라는 공유 감각을 형성한다.

더불어 논문은 1968년 '김희로 사건'을 계기로 모리사키의 자유 인식이 개인적 차원에서 관계성의 차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짚는다. 그녀는 재일조선인의 차별 문제에 대해 성급한 '지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스스로를 인질의 위치에 놓는 긴장 속에서 침묵을 견디며 근대 일본의 어둠을 직시하는 독자적인 '접촉'의 사상을 창출한다. 이러한 이질적 타자와의 접촉과 성(性)에 대한 사유는 종국에 다시 <조선>과 연결된다. 그녀는 자신의 임신과 출산 경험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어의 "났습니다"라는 표현이 지닌 양의성(낳다와 태어나다의 총체)을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적 고향인 경주와 조선의 풍토가 지닌 힘을 비로소 움켜쥐게 된다.

평론

본 논문은 식민지 지배자 가문의 후손이라는 역사적 부채의식과 '귀환자'라는 경계인적 위치를 독창적인 페미니즘 사상으로 승화시킨 모리사키 가즈에의 사상적 궤적을 탁월하게 추적한 글이다. 강문희는 모리사키의 문학을 단순한 전후 문학의 한 갈래나 식민지 시절에 대한 자전적 회고록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에 일본 내 구조적 소외 계층이었던 탄광촌 여성들의 노동 현장과 재일조선인의 저항 사건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상적 연결고리로서 '조선 체험'을 호명해 낸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말과 언어에 대한 감각을 통해 지배 구조의 균열을 포착해 낸 분석이다. 제국의 공용어인 '표준어' 세계에서 자란 모리사키가 탄광촌 여성들의 거친 '방언'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나아가 일본어의 "낳다/태어나다"의 분절 구조를 넘어서는 한국어 "났습니다"의 총체성을 깨닫는 과정에 대한 포착은 매우 정교하다. 이는 지배 권력의 언어인 '문자 문화'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타자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듣고 쓰기'라는 방법론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 갇히지 않고, 타자의 주체성에 휘말림으로써 자기 안의 식민지주의를 해체하려는 모리사키의 절박한 노력이 논문의 행간마다 묵직하게 배어 있다.

다만, 모리사키가 한국어 단어 하나에서 출산의 총체적 의미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목이나 조선의 풍물을 미적 원형으로 삼는 서술은 다분히 낭만주의적인 '원향(原郷)' 회귀로 비칠 소지가 있다. 논문은 이것이 자명한 국민국가의 범주를 넘어서는 이족 간의 주체적 접촉이라고 방어하지만, 식민지 지배 권력을 배경으로 형성된 유년기의 미감과 풍물이 지닌 계급적 한계를 조금 더 냉정하게 짚어냈다면 평론의 입체성이 더욱 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고는 전후 일본 사회가 외면해 온 식민지 지배의 감정 기억을 '여성의 신체와 노동'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통해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의 경계에 선 사상가를 재독하는 가장 적확한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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