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

조성환 -천도교의 동학 해석

943호-천도교의 동학 해석
943호-천도교의 동학 해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한종연KIRC
2026. 7. 14.  
천도교의 동학 해석
 
news letter No.943 2026/7/14


천도교 이론가 양한묵

1905년에 손병희는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면서 동학의 ‘근대화’를 도모하였다. 특히 사상 분야에서는 중요한 교리서들을 간행하였는데, 이 일을 담당한 이가 지강 양한묵(1862~1919)이다. 양한묵은 한시(漢詩)에 능한 관료 출신으로, 1902년에 일본을 여행하던 중 손병희, 권동진, 오세창을 만나 동학에 입도하였다. 1919년 삼일만세운동 때에는 민족 대표 33인중 한 명으로 참여하였고, 유일하게 옥사한 비극적인 인물이다.

양한묵이 저술한 텍스트는 거의 연구되어 있지 않다. 1907년에 쓴 『대종정의(大宗正義)』가 번역되어 있는 정도이다(김용휘, 『손병희의 철학』 수록). 『대종정의』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천도교에서 처음으로 ‘인내천’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텍스트이다(“최제우 사상의 요지는 인내천이다.”). 이 외에도 하늘과 수운의 관계를 ‘이위일체(二位一體)’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위일체’는 본체는 같은데 유형(有形)과 무형(無形)이라는 현상적 차이만 있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양한묵이 수운을 ‘대선생(大先生)’에서 ‘대신사(大神師)’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최초의 『동경대전』 주석서

한편 『대종정의』와 같은 해에 쓴 『동경연의(東經演義)』는 『동경대전』을 풀이한 최초의 주석서이다. 그것도 국한문 혼용체가 아니라 순 한문으로만 썼다. 『동경대전』에 대한 유일한 한문 주석서이다. 마치 12세기의 주자가 사서(四書) 본문에 작은 글씨로 주석을 달았듯이, 양한묵은 『동경대전』에 한문으로 주석을 단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양한묵이 사용하는 개념도 성리학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人之性卽天之理也”(사람의 본성은 하늘의 이치이다)와 같은 문장이 그것이다. 이 주석은 『동경대전』 제1장 「포덕문」의 서두에 나오는 “敬天命而順天理”(천명을 외경하고 천리에 따른다)를 풀이한 것이다. 아마도 양한묵은 ‘천명’이라는 개념을 보고서 『중용』 제1장의 “天命之謂性”(하늘이 명한 것을 본성이라고 한다)을 떠올렸을 것이고, 그것에 대한 주자의 주석 “性卽理也”(본성은 곧 이치이다)가 생각났을 것이다. 다만 양한묵은 성리학적 개념을 가지고 『중용』을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동경대전』을 해설하고 있다. 그래서 “人之性卽天之理也”의 바로 앞에는 “人乃小分天(인내소분천)”이라는 말이 전제로 들어온다. ‘소분’은 ‘작은 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人乃小分天”은 “사람은 작은 하늘이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서 ‘小分’을 제거한 것이 『대종정의』에 나오는 ‘인내천’이다. 이처럼 『동경연의』와 『대종정의』는 상호교차 해서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1910년에 창간된 『천도교회월보』에도 양한묵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몇 개 실려 있다.

한편 『동경연의』를 펼쳐보면 이 텍스트가 당시 천도교 교단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려 10여 쪽에 달하는 한문 축사를 거쳐야 한다. 하나같이 해독이 만만치 않고 저자들도 6명에 달한다. 춘암 박인호를 비롯하여, 이종훈, 홍병기, 김낙철·김낙봉 형제, 그리고 『동학사』의 저자 오지영에 이르기까지, 당시 천도교 교단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서문이다. 이 텍스트의 간행이 교단사적 차원의 작업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맨 마지막의 오지영의 서문에는 “지강 양한묵”이라는 이름과 함께 “성사(聖師, 손병희)가 특별히 명령하여 『동경대전』의 본뜻을 밝히도록 하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간행 시기도 “포덕 48년(1907년) 11월”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양한묵에서 이돈화로

한편 양한묵의 교리화 작업은 이후에 이돈화(1884~1950)로 이어진다. 이돈화는 양한묵보다 20여 년 뒤의 인물로, 양한묵이 주로 한문으로 작업을 한 반면에 이돈화는 국한문 혼용체로 전환한다. 『대종정의』에서 ‘인내천’ 개념이 등장하고 4년 뒤인 1911년 7월, 이돈화는 『천도교회월보』에 「인내천」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는다. “天이 無의 상태에 있으면 天이고, 有의 상태에 있으면 人이다”로 시작해서 “人은 순수한 天이고, 天은 무형의 人이다”로 끝이 난다. ‘인내천’의 의미를 양한묵의 ‘일체이위’ 등을 참고하면서 이돈화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 이돈화는 『개벽』에 「인내천의 연구」를 연재하고(1920~1921), 1924년에는 그것을 바탕으로 『인내천요의』를 출간한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수운심법강의』(1926)를 간행하는데,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동경대전』에 대한 간략한 주석과 번역이 실려 있다(제8장 「동경장해(東經章解)」). 가령 “曰不然하다. 吾有靈符하니 其名은 仙藥이오 其形은 太極이오 又形은 弓弓이니….”(「포덕문」)와 같이, 원래는 순 한문으로 쓰여진 『동경대전』 본문에 한글로 토를 달있다. 

그리고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이 절은 「포덕문」 전체의 핵심 정신이다. (…) 그 의미는 (이 책의) 제3장에 상술하였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로부터 『수운심법강의』 전체가 『동경대전』에 대한 해설서이고, 특히 제8장 「동경장해」는 마치 주자의 『중용장구』가 『중용』 본문을 장(章)과 구(句)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듯이, 『동경대전』의 본문을 장(章)으로 나누고 그 의미를 풀이한(解) 챕터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돈화는 양한묵의 작업을 좀 더 대중적이고 현대적으로 계승해 나갔다.


조성환_
원광대 철학과 교수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한국의 철학자들》, 《K-사상사》,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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