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9

동아시아의 꿈: 중국의 부상, 민족주의, 대중적 기억,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역학 by John Lie 2018

The Dream of East Asia: The Rise of China, Nationalism, Popular Memory, and Regional Dynamics in Northeast Asia by John Lie | Goodread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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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eam of East Asia: The Rise of China, Nationalism, Popular Memory, and Regional Dynamics in Northeast Asia


John Lie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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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East Asia? We are worried about China’s emergence as an economic giant and military power that may upset the regional and, indeed, the global status quo. Much more mercurial, however, and therefore more frightening, is that riddle wrapped in a mystery inside an enigma known as North Korea, with its alternate launching of rhetorical fusillades and long-range missiles. And what has happened to Japan, that once mighty economic engine now reduced to a source of bleak news about stagnation and malaise? Then there is South Korea, manufacturer of such technologically advanced products as smartphones, and lately a generator of transnational fads ranging from snail cream to K-pop. Going beyond these standard scripts, The Dream of East Asia presents 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contemporary Northeast Asia, focusing on the countries that comprise our conventional understanding of what we call East Asia―namely, China, Taiwan, Japan, and the two Koreas. In so doing, John Lie illuminates regional economic, political, and cultural dynamics.




138 pages, Paperback

Published July 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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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리(John Lie) 교수의 저서 <동아시아의 꿈: 중국의 부상, 민족주의, 대중적 기억,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역학> (The Dream of East Asia: The Rise of China, Nationalism, Popular Memory, and Regional Dynamics in Northeast Asia)에 대한 요약 및 평론입니다.

<동아시아의 꿈> 요약 및 평론

1. 서론 및 책의 개요

사회학자 존 리(John Lie)의 저서 <동아시아의 꿈: 중국의 부상, 민족주의, 대중적 기억,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역학>(The Dream of East Asia)은 21세기 동북아시아 정세의 핵심축인 중국, 한국, 일본, 대만 간의 복잡한 정치·문화적 갈등과 지역 통합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서다. 저자는 중국의 가파른 경제·군사적 부상, 각국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 일상에 침투한 대중적 기억(Popular Memory)의 정치가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라는 '꿈'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2. 핵심 요약

<중국의 부상과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재현>

저자는 21세기 동아시아 지정학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중국의 급성장을 꼽는다. 중국은 경제적 팽창과 함께 중화민족의 위대한 복원을 외치며 과거 차이나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를 재현하려는 야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보는 주변국들에 깊은 안보적 불확실성과 경계심을 안겨주며, 동아시아 내부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대중적 기억의 정치>

책의 핵심 분석 중 하나는 각국 정부가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역사적 기억을 어떻게 전유하고 왜곡하는가에 있다. 저자는 전쟁 범죄와 식민지 지배의 역사, 영토 분쟁 등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디어와 교육을 통해 '대중적 기억'으로 재생산되며 민족주의적 적개심을 번식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일상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이러한 민족주의는 국가 간 외교적 타협을 가로막는 단단한 걸림돌이 된다.

<문화적 연대와 정치적 균열의 불일치>

저자는 K-pop,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교류를 통해 한·중·일 소비자들 사이에 공통의 소비문화와 친밀감이 형성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브컬처 차원의 문화적 상호작용이 국가 간의 깊은 정치적·안보적 균열을 메우지는 못한다고 단언한다. 문화적 소비는 대개 탈정치화된 영역에 머물러 있으며,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대중적 민족주의의 압도적 파도에 쉽게 휩쓸려 사라지기 때문이다.

3. 평론 (Critique)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의 낭만성에 대한 통렬한 경고>

본 저서의 가장 큰 학술적 공헌은 1990년대 이후 학계와 정계 일각에서 무비판적으로 확산되었던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낭만적 비전에 대해 차가운 시각으로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존 리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증대나 문화 교류의 활성화가 자동으로 정치적 통합이나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능주의적 낙관론을 철저히 논파한다. 역사적 상흔과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동아시아 지형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역사 사회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탈민족주의적 시각을 확장한 지정학 분석>

저자는 전작들(<근대적 인민성>, <다민족 사회 일본> 등)에서 견지해 온 탈민족주의적 시각을 동북아시아 전체의 국제정치 지형으로 확장한다. 각국의 애국주의 서사와 역사 왜곡이 결국 근대 국가가 권력을 유지하고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발명한 이데올로기적 도구에 불과함을 폭로한다. 맹목적 민족주의가 어떻게 지역적 평화를 위협하고 소외된 타자들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 점은 지적 통찰을 제공한다.

<한계 및 논쟁점>

첫째, 동아시아의 구조적 비관론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지역 내 평화 구축을 위한 실천적·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국가 간 갈등과 민족주의의 공고함을 비판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그 난국을 타개할 시민사회 간의 연대나 다자간 안보 협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둘째,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글로벌 대외 변수가 동북아시아 내부 역학에 미치는 규정력을 다소 저평가하고, 지역 내부의 민족주의적 갈등에 분석의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두었다는 학술적 비판이 있을 수 있다.

4. 결론

존 리의 <동아시아의 꿈>은 국경과 민족이라는 고정관념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규명한 명저다. 저자는 동아시아가 화해와 통합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왜곡된 대중적 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지 국제정치나 역사학의 관점을 넘어, 배타적 소속감을 뛰어넘어 세계인으로서의 연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동아시아의 현주소를 깨닫게 해주는 깊이 있는 해독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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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동아시아의 꿈: 중국의 부상, 민족주의, 대중기억과 동북아시아의 지역 역학』
John Lie, The Dream of East Asia: The Rise of China, Nationalism, Popular Memory, and Regional Dynamics in Northeast Asia

  1. 책의 성격과 문제의식

존 리의 『동아시아의 꿈』은 중국, 대만, 일본, 남한과 북한으로 이루어진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비교·관계적 틀에서 이해하려는 짧은 개론서다. 2018년 미국아시아학회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의 <Asia Shorts> 총서로 출간된 138쪽의 책이며, 전체는 <유럽과의 유추>, <민족주의>, <대중기억과 역사의 교훈>, <국내적 규칙>이라는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서구 언론과 국제정치 담론이 동아시아를 몇 가지 상투적인 이야기로 설명한다는 비판이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신흥 강대국, 북한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국가, 일본은 장기침체에 빠진 과거의 경제대국, 한국은 스마트폰과 K-pop을 생산하는 역동적인 국가로 묘사된다. 이러한 설명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각 국가를 고립된 단위로 바라보고 복잡한 역사와 상호의존성을 지워버린다. 존 리는 국가별 설명을 넘어 경제·정치·문화가 서로 얽힌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구조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제목의 <동아시아의 꿈>에는 여러 의미가 겹친다. 그것은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꿈일 수도 있고, 일본이 한때 주장했던 아시아주의의 기억일 수도 있으며, 유럽연합처럼 통합된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건설하려는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존 리는 어느 하나의 꿈을 지지하기보다, 민족주의와 역사적 기억 때문에 동아시아 공동체의 꿈이 왜 반복해서 좌절되는지를 묻는다.

  1. 유럽이라는 잘못된 거울

첫 장에서 존 리는 동아시아를 유럽과 비교하는 관습을 비판한다. 서구의 국제정치 이론은 흔히 유럽의 역사를 보편적 발전 경로로 간주한다. 중국의 부상은 19세기 독일의 부상에 비유되고, 중·일 경쟁은 영국과 독일의 패권경쟁처럼 해석된다. 동아시아도 유럽연합처럼 경제통합을 거쳐 정치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유럽의 역사적 조건은 크게 다르다. 유럽은 여러 주권국가가 오랫동안 경쟁한 지역이지만, 전근대 동아시아에는 중국을 문명적 중심으로 하는 위계적 질서가 존재했다. 조선, 류큐, 베트남 등은 중국 왕조와 조공관계를 맺었지만, 그것은 근대 제국주의와 동일한 식민지배가 아니었다. 중국은 주변국을 직접 통치하기보다 의례적 위계를 통해 중심성을 인정받았다.

19세기 이후 서양 제국주의가 동아시아에 진입하면서 이 질서는 붕괴했다. 일본은 서구식 국민국가와 제국주의를 빠르게 받아들여 대만과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중국을 침략했다. 중국 중심의 전통적 위계질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서구 국제질서로 대체되었다.

존 리는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과거 중화질서의 단순한 부활이나 서구식 패권국가의 등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거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었지만,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이 연결된 지역질서를 마음대로 재편할 정도로 완전한 패권국가는 아니다.

중국은 세계경제에 깊이 통합되어 있으며 주변국들과 무역과 생산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국의 번영은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면서도 그 질서에 의존한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을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승리라는 단순한 제로섬 게임으로 해석하면 현실을 놓치게 된다.

  1. 중국의 부상은 중국만의 성취인가

존 리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독특한 중국 문명이나 공산당 지도력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중국의 부상은 앞서 일본, 한국, 대만이 이룩한 동아시아 산업화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전후 일본은 수출 중심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대국이 되었고, 한국과 대만도 국가의 산업정책, 높은 교육열, 기업집단과 세계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값싼 노동력, 국가주도 투자와 해외자본을 결합했다. 일본·한국·대만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했고, 중국은 동아시아 생산망의 중심이 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은 중국이 주변국을 밀어내며 홀로 성장한 과정이 아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 대만과 홍콩의 투자, 한국 기업의 생산망, 미국과 유럽의 소비시장이 함께 만든 결과다. 중국 경제가 커질수록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더 의존하지만, 중국 역시 주변국과 세계시장에 의존한다.

존 리는 중국이 곧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신중하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크지만 지역별·계층별 불평등, 환경위기, 인구문제와 소수민족 갈등을 안고 있다. 신장, 티베트, 내몽골과 같은 주변부의 민족적 다양성도 한족 중심의 국민국가 건설과 충돌한다. 중국 정부는 한 지역의 독립이나 광범위한 자치가 다른 지역의 요구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분리주의에 강경하게 대응한다.

중국의 부상을 단일한 민족국가의 성공으로만 보는 것은 중국 내부의 다양성과 갈등을 감춘다. 존 리가 『다민족 일본』에서 일본의 단일민족 신화를 비판했듯이, 이 책에서는 중국을 하나의 오래된 문명과 단일민족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국가로 보는 시각을 경계한다.

  1. 동북아시아를 지배하는 민족주의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강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은 서로의 중요한 무역상대국이며 대중문화와 관광, 유학을 통해 활발히 교류한다. 그러나 영토분쟁이나 역사문제가 불거지면 상대국에 대한 대중적 적대감이 빠르게 커진다.

존 리는 동북아 민족주의를 고대부터 이어진 자연스러운 집단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이라는 국민정체성은 근대 국가의 학교교육, 군대, 언론과 역사서술을 통해 형성되었다. 특히 제국주의와 식민지배, 전쟁과 분단은 각국의 민족주의가 자신을 피해자 또는 영웅으로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중국 민족주의는 서구 열강과 일본에 당한 <백년의 치욕>을 강조한다. 아편전쟁, 불평등조약, 난징학살과 일본 침략은 중국이 다시는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국가적 교훈으로 사용된다. 공산주의의 이념적 설득력이 약해진 뒤 중국공산당은 애국주의와 민족부흥을 통치 정당성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았다.

일본 민족주의는 다른 형태를 가진다. 일본은 패전 후 평화헌법과 경제성장을 통해 군국주의 국가에서 평화국가로 전환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책임을 축소하거나 일본인도 전쟁의 피해자였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는 강하게 기억되지만, 중국과 조선 및 동남아시아에서 일본군이 가한 폭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기억될 수 있다.

한국 민족주의는 식민지배, 민족분단과 전쟁의 기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남한에서는 일본에 대한 피해기억과 북한에 대한 반공주의가 오랫동안 공존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친일청산 문제가 중요한 공적 기억으로 떠올랐다.

  1. 대중기억은 역사가 아니다

세 번째 장의 핵심은 <대중기억 popular memory>과 역사학을 구분하는 데 있다. 대중기억은 사람들이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모든 사실을 균형 있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정체성과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정 사건은 강조되고 다른 사건은 잊힌다.

국가의 박물관, 기념관, 교과서,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는 사람들이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전쟁기념관은 단순한 역사자료 보관소가 아니라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념, 한국의 식민지 피해기억, 일본의 원폭 피해기억은 모두 역사적 근거를 가진다. 문제는 각국의 기억이 자기 민족의 고통을 중심에 놓고 다른 집단의 경험을 주변화할 때 발생한다.

중국은 일본 침략의 피해를 강조하면서 문화대혁명이나 대약진운동처럼 중국 국가가 자국민에게 가한 폭력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 원폭과 도쿄대공습의 피해를 기억하면서 식민지 주민과 아시아 민중에게 가한 폭력을 축소할 수 있다. 한국도 식민지 피해를 강조하면서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이 가한 폭력이나 한국 사회 내부의 소수자 차별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을 수 있다.

존 리의 중요한 통찰은 기억의 경쟁이 화해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각국이 자신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주장하면, 상대방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피해를 부정하는 행위처럼 받아들여진다. 역사는 공동의 이해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 현재의 민족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무기가 된다.

  1. 대만과 두 개의 중국

대만은 동북아시아의 국민국가 경계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통일을 역사적 필연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대만에는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정치제도와 사회경험,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다.

대만은 청 왕조의 주변부였다가 일본 식민지가 되었으며, 1945년 이후 국민당 정권에 편입되었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대륙을 장악한 뒤 국민당은 대만으로 이동하여 중국 전체를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화와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자신을 중국인보다 대만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대만 문제를 단순히 중국 내전의 미완성으로 볼 것인지, 독자적인 대만 국민의 자기결정 문제로 볼 것인지는 해결되지 않았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통일을 포기하기 어렵고, 대만의 민주적 정체성은 중국공산당 통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존 리는 대만해협의 긴장이 단순한 영토분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국가정체성의 충돌임을 보여준다. 과거의 중국을 누가 계승하는가, 대만 주민은 어떤 공동체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은 군사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1. 분단된 한반도

한반도는 냉전이 동북아시아에서 끝나지 않았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존 리는 서구 언론이 북한을 예측할 수 없는 독재자의 나라로만 묘사하는 것을 비판한다. 북한체제의 억압성과 핵개발의 위험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행동에도 역사적이고 전략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정전협정으로 중단되었고, 미국과 한국은 군사동맹을 유지한다. 북한의 지도부는 체제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핵무기를 미국의 군사개입을 막는 보증으로 본다. 북한의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완전한 광기나 개인의 변덕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부정확하다.

남북한은 서로를 부정하며 성장했지만, 모두 한민족의 정통성을 주장한다. 북한은 반제국주의와 항일투쟁을, 남한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자신의 우월성의 근거로 삼았다.

남북한 민족주의는 통일을 이상으로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분단이 길어질수록 한민족이라는 문화적 관념과 두 국가의 현실 사이의 거리는 커진다. 존 리는 감상적인 민족통일론만으로는 이 차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1. 국내정치가 지역갈등을 만든다

마지막 장 <국내적 규칙 Domestic Rules>은 국제관계를 각국 지도자들의 외교전략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 지도자들은 국내의 여론, 정당정치, 경제적 이해와 정권의 정당성을 고려하여 외교정책을 결정한다.

중국공산당은 민족주의를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지만, 그 결과 일본이나 대만 문제에서 쉽게 타협하기 어려워진다. 일본 정치인도 국내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역사수정주의적 발언을 할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도 일본 문제는 식민지 피해의 정의를 요구하는 문제인 동시에 국내 정치세력을 동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 갈등은 합리적인 국가이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외교적으로 타협이 가능한 사안도 국내에서 민족적 배신으로 비난받을 위험 때문에 해결되지 못한다.

존 리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정상회담이나 무역협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각국이 자국 중심의 역사교육과 대중기억을 바꾸지 않는 한, 정치지도자가 일시적으로 합의하더라도 갈등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1.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

동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이미 상당히 통합되어 있다. 중국에서 조립되는 제품에는 일본과 한국, 대만의 부품과 기술이 들어간다. 관광객, 학생, 노동자와 대중문화가 국경을 넘는다. K-pop,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 영화와 음식문화는 어느 한 국가의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통합이 자동으로 정치적 화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제1차 세계대전 전의 유럽도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전쟁을 막지 못했다. 동북아시아 역시 무역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영토와 역사 문제를 둘러싼 민족주의적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

존 리가 말하는 동아시아의 꿈은 과거 중국 중심의 중화질서나 일본 제국의 대동아공영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강대국이 지역을 지배하는 위계적 통합이 아니라, 각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유된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관계적 질서여야 한다.

그러나 그는 유럽연합식 동아시아 공동체가 곧 출현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역사적 차이를 무시한 채 유럽연합을 모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국가 중심의 사고를 완화하고, 대만·오키나와·재일조선인과 중국의 소수민족처럼 국민국가의 틀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존재들을 지역 이해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1. 책의 강점

첫째, 이 책은 중국의 부상, 북한 핵문제, 한일 역사갈등처럼 서로 분리되어 다루어지는 현상들을 민족주의와 대중기억이라는 하나의 틀로 연결한다.

둘째, 동아시아 각국을 고립된 국민국가로 분석하지 않고 관계적·초국가적으로 바라본다. 중국의 성장은 일본과 한국, 대만 및 미국과의 경제적 연결 없이 설명할 수 없고, 한국과 일본의 민족주의도 서로의 역사인식과 상호작용하면서 강화된다.

셋째, 서구 중심주의와 아시아의 민족주의를 동시에 비판한다. 서구의 국제정치 이론이 유럽사를 보편화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중국이나 일본, 한국의 문명적 독자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넷째, 138쪽의 짧은 책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 역사와 문화를 연결한다. 출판사가 이 책을 현대 동북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간결한 분석틀로 소개하고, 대학 강의용 핵심 개념과 토론 질문을 별도로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1. 책의 한계와 비판

가장 큰 한계는 범위에 비해 책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다. 중국, 대만, 일본과 두 한국의 경제·정치·문화·역사를 138쪽에 담으려다 보니 많은 주장이 압축적이다.

둘째, 동아시아 민족주의의 공통 구조를 강조하면서 각 사회의 차이가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의 일당국가가 통제하는 애국주의, 일본의 보수적 역사수정주의, 한국 시민사회의 식민지 피해기억은 모두 민족주의적 요소를 갖지만 동일한 정치적 조건에서 형성된 것은 아니다.

셋째, 대중기억의 선택성과 정치적 이용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역사적 정의 요구를 모든 국가의 민족주의가 벌이는 기억경쟁으로 평준화할 위험이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을 요구하는 한국과 중국의 목소리와, 그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역사수정주의를 똑같은 민족주의적 기억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기억은 모두 선택적이지만 모든 기억이 동일한 역사적·윤리적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넷째, 책은 국가 중심 사고를 비판하면서도 분석 대상은 주로 중국, 대만, 일본과 남북한이다. 홍콩, 몽골, 오키나와, 재일조선인과 중국 소수민족은 중요한 사례로 등장하지만 각자의 관점이 충분히 전개되지는 않는다.

다섯째, 중국의 부상과 지역질서에 대한 서술은 2018년 이전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후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홍콩 국가보안법, 대만해협 긴장, 코로나19, 공급망 재편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책의 문제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책의 기본 분석을 무효화하기보다, 경제적 상호의존과 정치적 민족주의가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오히려 확인해준다.

  1. 존 리의 다른 저작과의 관계

『동아시아의 꿈』은 존 리의 기존 저작들을 지역질서의 차원으로 확장한 책이다.

『근대적 인민공동체』가 민족, 인종과 국민이 근대적으로 만들어진 범주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면, 『다민족 일본』은 일본의 단일민족 신화를 해체했다. 『재일조선인』은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서 형성된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분석했고, 『재일문학』은 그 경계적 삶이 일본어 문학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동아시아의 꿈』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국가 사이의 관계로 확대된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라는 국민정체성이 각국 내부의 사람들을 통합할 뿐 아니라 주변국을 역사적 적으로 만들고 지역질서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존 리에게 동아시아는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하나의 문명권도 아니고, 서로 완전히 독립된 국민국가들의 집합도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식민지배, 전쟁, 분단, 산업화와 문화교류가 중첩된 관계적 공간이다.

  1. 종합 평가

『동아시아의 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동북아시아의 갈등이 단순히 국가이익의 충돌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부상, 대만 문제, 한반도 분단과 한일 역사갈등에는 과거를 기억하고 국민공동체를 상상하는 방식이 깊이 작용한다.

동북아시아의 각국은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기억에서는 분리되어 있다. 생산망은 국경을 넘지만 역사교과서는 국가 안에 머문다. 대중문화는 서로를 매혹하지만 정치적 기억은 서로를 적으로 만든다.

존 리는 민족주의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거짓 의식으로 보지 않는다. 민족주의는 식민주의에 저항하고 사회적 연대를 만드는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족적 피해기억이 자기 공동체의 무죄와 순수성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는 순간, 그것은 타자의 고통을 보지 못하게 한다.

동아시아의 화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가 같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국가가 가한 폭력과 자기 민족주의의 한계를 성찰하는 일이다. 일본은 식민지배와 침략을, 중국은 국가가 자국민과 소수민족에게 가한 폭력을, 남북한은 분단체제가 내부의 인간에게 가한 억압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는 한 국가의 패권이나 하나의 민족적 기억에 지배되지 않고 공동의 지역질서를 만들 수 있는가?>

존 리는 낙관적인 정답을 주지 않는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위계질서도, 일본 제국의 아시아주의도, 유럽연합의 단순한 모방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가능한 출발점은 국민국가를 역사의 자연스러운 주체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경을 넘어 얽혀온 사람과 자본, 문화와 기억을 함께 보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꿈』은 동아시아 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그러한 꿈을 가로막는 사고방식을 해체하는 책이다. 동아시아가 평화와 화해의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국이 자신의 민족주의적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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