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3

일본의 맑스주의 역사학 マルクス主義という経験: 1930-40年代日本の歴史学>

일본의 맑스주의 역사학  マルクス主義という経験: 1930-40年代日本の歴史学>

2008년 4월에 출간된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 1930~40년대 일본의 역사학(マルクス主義という経験: 1930-40年代日本の歴史学)》이라는 역사학 학술서입니다.
📚 도서 기본 정보
  • 엮은이: 이소마에 준이치(磯前順一) 및 해리 D. 하루투니안(Harry D. Harootunian) 공동 편집
  • 출판사: 아오키 서점(青木書店)
  • 출간일: 2008년 4월 1일
  • 페이지 수: 376페이지
🔍 주요 내용 및 특징
  • 핵심 주제: 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마르크스주의가 일본의 역사 서술 및 역사학 연구에 미친 영향과 흔적을 추적합니다.
  • 학술적 가치: 국가 중심의 역사관(내셔널 히스트리)을 넘어서려 했던 당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가능성을 재조명합니다.
  • 구성 내용: 전후 역사학의 기원, 국체의 기원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종교·문화론과의 관계, 식민지 시기 조선의 마르크스주의 사학(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 등)을 다룬 다채로운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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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マルクス主義という経験: 1930-40年代日本の歴史学>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 1930~40년대 일본의 역사학)에 대한 요약 및 평론을 작성한다.

1. 책의 기본 정보 및 배경

이 책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에 이르는 전간기 및 태평양 전쟁기 일본 역사학계에서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며, 학문적·지적 자산으로 정착했는지를 다룬 연구서이다. 1930년대 일본은 치안유지법의 강화와 국가주의 사상의 폭주로 인해 좌익 운동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다. 많은 지식인이 전향(轉向)을 강요받았으며, 표면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정치 운동은 완전히 궤멸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 서는 정치 운동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가 탄압받은 이후에도, 지적 방법론이자 역사 인식의 틀로서의 '마르크스주의'가 일본 근대 역사학의 형성 과정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겼는가에 주목한다. 마르크스주의는 단지 파기되어야 할 과격 사상이 아니라, 일본 지식인들이 자국의 역사와 사회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통과해야만 했던 결정적 '경험'이었다는 점을 역사학사(歷史學史)적 관점에서 입증하고자 한다.

2. 핵심 내용 요약

(1) 일본 자본주의 논쟁과 역사학의 방법론적 확립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전개된 '일본 자본주의 논쟁'은 강좌파(講座派)와 노농파(勞農派)의 대립을 축으로 진행되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정치적 노선 투쟁을 넘어, 일본 역사를 보는 실증적· theoretical 한 분석 틀을 제공했다. 강좌파의 <일본자본주의발달사강좌>는 메이지 유신의 성격, 봉건적 잔재의 평가, 자본주의 발전 단계 등을 역사적 사료와 경제 통계를 바탕으로 입증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은 근대 일본 역사학에 '구조적 분석'과 '발전 단계론'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이식했다. 이전의 전통적 사학이 국왕 중심의 편년체나 단순한 사료 고증에 머물렀다면,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을 거치면서 경제적 기반, 계급 관계, 생산력과 생산 관계의 모순이라는 거시적 틀로 역사를 해석하는 체계가 갖추어졌다.

(2) 탄압, 전향, 그리고 학문적 우회

1930년대 중반 이후 파시즘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수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은 체포되거나 학계에서 축출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학문적 탐구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정치적·혁명적 발언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들은 '실증 사학'이나 '고대·중세사 연구', 혹은 '아시아 지역 연구'로 연구의 중심을 우회시켰다.

예를 들어, 미우라 히로유키나 하니 고로, 와타나베 요시미치 등은 정치적 탄압을 피하기 위해 사료 고증에 더욱 철저를 기하면서도, 그 내부에는 유물사관적 문제의식을 은밀히 유지했다. 이러한 '실증으로의 우회'는 역설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사학이 감상적 혁명론에서 벗어나 고도의 사료 критические 분석 기법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전시 체제와 마르크스주의의 변용

태평양 전쟁기(1941~1945) 동안 일본 국가주의는 '대동아공영권'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학을 동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이 제시했던 근대화론이나 아시아 침체론적 시각이 전시 체제의 동아시아 역사 재편 논리와 묘하게 교차했다는 사실이다.

마르크스주의적 발전 단계론은 서구 중심의 역사 발전을 모델로 삼았기에, 아시아의 '전제주의'나 '정체성(停滯性)'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일제 당국은 이러한 시각을 아시아 침략과 근대화 지원이라는 미명으로 변용시켰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이 전시 체제에 협력하거나 편승하게 되는 복잡한 비극적 메커니즘과 사상적 굴곡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4) 전후 사학(戰後史學)으로의 연속성

1945년 패전 이후 일본 학계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난 '전후 사학'의 부흥은 갑작스러운 기적이 아니었다. 이시모다 쇼를 비롯한 전후 대표 사학자들의 역사의식은 이미 1930~40년대의 엄혹한 시기 동안 마르크스주의적 문제의식을 단련하고 실증 연구를 축적한 결과물이었다.

패전 후 민주주의 역사학의 성립은 1930-40년대라는 지하의 용광로에서 마르크스주의라는 방법론이 실증사학과 결합하며 다져진 지적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전쟁 기간은 단절의 시대가 아니라, 전후 마르크스주의 사학이 만개하기 위한 지하 축적기였다.

3. 평론: 지적 유산으로서의 '경험'이 지닌 의미

이 책은 1930-40년대 일본 역사학을 단순한 '파시즘에 대한屈服'이나 '수난의 역사'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지적 경험(Intellectual Experience)'으로 재conceptualize 한다.

첫째, 지성사의 복원력이 돋보인다. 이 책은 정치적 탄압이라는 외적 규제 속에서도 지식인들이 어떻게 사상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변용하며, 학문적 형태로 가공해 냈는지를 정교하게 밝혀낸다. 마르크스주의가 비단 정치 정당의 교리가 아니라, 역사학이라는 학문 분과 내부에서 어떻게 방법론적 자산으로 흡수되었는가를 추적한 점은 사상사 연구로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둘째, 역사의 연속성과 모순성을 직시한다. 전시 체제기 지식인들의 행적을 단순히 '협력자'와 '저항자'로 나누는 도식적 평가를 넘어선다. 마르크스주의의 근대주의적 시각이 어떻게 식민지 지배 논리나 대동아공영권의 대의와 접점을 가질 수 있었는지 보여줌으로써, 진보적 사상이 가질 수 있는 내적 한계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셋째, 전후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전후 일본의 학계와 지성계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마르크스주의적 담론에 깊이 매료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준다. 그것은 패전 후 외부에서 이식된 사조가 아니라, 1930-40년대의 암흑기 속에서 일본 역사학자들이 자국 역사를 해석하기 위해 피흘리며 다듬어낸 '자가 발전적 지적 도구'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マルクス主義という経験: 1930-40年代日本の歴史学>은 사상적 탄압이라는 극단적 조건 속에서 지식이 어떻게 살아남고 변용되는가를 보여주는 뛰어난 역사학사 연구이다. 마르크스주의라는 사조가 20세기 일본 근대 지성사에서 지닌 정당한 위치를 재조명하고, 학문과 정치, 그리고 시대적 광기 사이에서 고민했던 지식인들의 복잡한 궤적을 서술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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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일 저자의 저술이 아니라, 이소마에 준이치(磯前順一)와 해리 D. 하루투니언(Harry D. Harootunian)이 엮은 공동 연구서다. 2008년 아오키서점에서 출간되었으며, 376쪽 분량으로 1930~40년대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전후 역사학의 형성에 끼친 영향을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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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 1930~40년대 일본의 역사학> 요약 평론

이소마에 준이치·해리 D. 하루투니언 편

1. 문제의식: 마르크스주의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었다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은 1930~40년대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형하며, 때로는 포기하거나 은폐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서다. 책의 핵심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이미 실패한 정치이론이나 낡은 역사발전 단계론으로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가 당시 일본 지식인들에게 어떤 역사적·정치적·윤리적 경험이었는지를 묻는다.

여기서 ‘경험’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마르크스주의는 일본 역사학자들이 외부에서 수입한 완성된 교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황제 국가, 자본주의, 식민지 지배, 농촌 공동체, 전쟁과 파시즘을 설명하기 위해 부딪히고 씨름했던 사유의 현장이었다. 이 경험을 거치면서 일본의 역사학은 국가의 공식 서사인 황국사관과 대결할 수 있었고, 동시에 마르크스주의 자체의 경직성과 유럽중심주의에도 직면했다.

책은 전후 일본 역사학이 1945년 패전과 함께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후 민주주의 역사학의 주요 문제의식과 방법은 이미 1930~40년대의 억압된 지적 작업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전후 역사학은 자신의 기원을 패전 이후의 민주화에서만 찾으면서 전쟁 전 마르크스주의 경험을 부분적으로 망각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원과 망각’을 복원하려 한다.

2. 국체의 기원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제1부는 일본의 국체, 즉 천황 중심 국가질서의 기원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다룬다. 중심 자료 가운데 하나는 와타나베 요시미치와 하야카와 지로 등이 참여해 1936~37년에 간행한 <일본역사교정>(日本歴史教程)이다.

일본 국가의 공식 역사학은 천황제를 태고부터 이어져 온 자연적이고 신성한 질서로 설명했다. 이에 비해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천황제와 국가를 특정한 생산관계와 계급관계 속에서 형성된 역사적 제도로 파악했다. 이는 천황제를 초역사적 실체가 아니라 발생하고 변화하며 소멸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급진적 전환이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럽의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라는 발전단계를 일본사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일본의 역사적 특수성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마르크스의 ‘아시아적 생산양식’과 농촌 공동체론을 활용해 일본 고대사와 국가형성을 새롭게 설명하려 했다.

하야카와 지로의 연구는 고고학과 마르크스주의를 결합했다. 선사시대를 단순한 유물 배열이 아니라 생산력, 공동체, 계급분화가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하려 했다. 이러한 시도는 일본 민족과 천황국가가 원래부터 하나였다는 국체론에 대한 비판이었다.

제1부에는 식민지 조선의 백남운도 포함된다. 백남운은 <조선사회경제사>에서 조선사를 정체된 특수사회로 보는 일본 식민사학에 맞서, 조선에도 보편적인 사회발전 과정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의 역사적 주체성을 회복하는 작업이었다. 동시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발전단계론을 조선사에 적용했다는 한계도 있었다.

백남운의 사례는 마르크스주의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마르크스주의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보편적 언어를 제공했지만, 그 보편성이 서구의 역사경험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중심주의를 낳을 수 있었다.

3. 종교와 사상을 역사화하다

제2부는 마르크스주의가 종교와 일본사상 연구에 가져온 변화를 살핀다. 당시 일본 국가주의는 신도와 천황숭배를 정치적 종교로 만들고, 이를 민족의 영원한 정신으로 제시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종교를 초월적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관계와 물질생활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현상으로 분석하려 했다.

종교의 기원을 노동, 생산, 공동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연결해 설명하는 작업은 국가신도의 신성성을 해체하는 효과를 가졌다. 종교는 영원한 본질이 아니라 인간이 특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낸 상징체계가 되었다.

그러나 종교를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나 허위의식으로만 설명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았다. 종교에는 억압을 정당화하는 기능뿐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이 현실을 견디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사상사 연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사상을 위대한 개인의 정신적 업적으로만 보는 관념론에서 벗어나게 했다. 사상은 사회구조, 계급관계, 정치적 갈등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사상을 경제구조의 단순한 반영으로 환원하면 사상과 문화가 지닌 자율성, 모순, 상징적 힘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이 책은 1930년대 일본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런 한계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경제결정론을 넘어 종교와 문화, 의식과 주체의 문제로 나아가려 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4. 문화론적 마르크스주의와 역사 의식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3부 ‘문화론적 마르크스주의와 역사 의식’이다. 여기서는 하니 고로, 이시모다 쇼, 이에나가 사부로, 마루야마 마사오 등 전후 일본 역사학과 사상사를 대표한 인물들의 전쟁 전·전쟁 중 작업을 분석한다.

하니 고로에게 역사는 과거 사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작업만이 아니었다. 역사가는 현재의 위기와 요구를 통해 과거를 선택하고 재구성한다. 역사는 현재를 비판하고 다른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알레고리가 된다. 이런 관점은 역사학의 정치성을 드러내지만, 현재의 목적에 따라 과거를 지나치게 도구화할 위험도 가진다.

이에나가와 마루야마의 사상사 연구에서는 ‘부정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쟁과 국가주의가 모든 차이와 비판을 억압하던 시기에 이들은 일본사 안에서 국가질서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는 사상과 주체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 작업은 패전 후 민주주의 사상사와 전쟁책임론의 기초가 되었다.

이시모다 쇼의 <중세적 세계의 형성>은 이 책 전체의 핵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시모다는 전쟁 중에 일본 중세사회를 연구하면서 봉건제의 형성과 민중의 역사적 역할을 분석했다. 그는 제국 일본의 현재를 직접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세사의 서술을 통해 국가와 권력의 형성, 지배와 저항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전후 일본의 역사학은 이시모다의 연구를 민주적·민중적 역사학의 출발점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를 영웅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의 연구 역시 일본이라는 국민국가의 단위를 전제로 했으며, 식민지와 제국의 문제를 충분히 포함하지 못했다.

5. 마르크스주의와 국민국가 역사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국민국가 중심의 역사를 넘어설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다.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생산관계, 세계자본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민족과 국가를 영원한 단위로 보는 역사관에 도전했다. 일본사도 고립된 민족의 역사가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 자본주의의 관계 속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흔히 ‘일본은 어떻게 봉건제를 극복하고 근대 국민국가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천황제와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일본 국민국가를 역사의 기본 주체로 삼는 모순이 있었다.

식민지 조선의 백남운을 일본 역사학과 함께 다룬 것은 이런 문제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일본 열도 내부의 지적 전통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제국 일본의 지적 공간에는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연구자들도 있었으며, 식민지 경험은 마르크스주의가 지닌 해방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6. 전후 역사학의 기원과 망각

책의 서론은 전후 역사학이 자신의 전전·전중기 기원을 망각했다고 지적한다. 패전 이후 일본 역사학계는 천황제와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전후 역사학은 종종 전쟁 전과 전쟁 후를 단절된 시기로 나누었다. 전쟁 전은 파시즘과 억압의 시기, 전쟁 후는 민주주의와 과학적 역사학의 시기로 묘사되었다. 이런 구분은 전후 역사학자들의 사상과 방법이 이미 전쟁 전·전쟁 중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가렸다.

또한 전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과학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역사적·정치적 조건을 숨긴 점도 비판 대상이 된다. 역사학자가 현재의 정치와 욕망으로부터 독립해 객관적 법칙만을 발견한다는 주장은 역사서술 자체가 하나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이 책이 사용하는 ‘포이에시스’는 역사를 단순히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다는 뜻에 가깝다. 역사가는 없는 사실을 조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수한 과거의 사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고 연결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역사학은 언제나 현재의 요구와 관계한다.

7. 책의 성과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일본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교리의 옳고 그름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산당 노선에 충실했는가, 발전단계론이 정확했는가를 따지기보다 마르크스주의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떤 사유와 실천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묻는다.

둘째, 전후 역사학의 기원을 1945년 이후로 한정하지 않는다. 전쟁 전과 전쟁 후를 단순히 단절시키지 않고, 억압과 검열 속에서 형성된 문제의식이 패전 후 어떻게 계승되거나 변형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셋째, 경제사 중심의 마르크스주의 이해를 넘어 종교, 문화, 사상, 역사 의식의 문제를 다룬다. 마르크스주의를 생산양식과 계급구조에 관한 이론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이 역사적 시간을 경험하고 현재를 비판하는 방법으로 이해한다.

넷째, 일본사 내부에 머물지 않고 식민지 조선의 역사학을 포함함으로써 일본 제국의 지적 공간을 드러낸다. 마르크스주의가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언어였지만 동시에 유럽중심적 보편사와 국민국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모순도 지적한다.

8. 한계와 비판

이 책은 여러 연구자의 전문 논문을 모은 책이므로 일반 독자에게는 상당히 어렵다. 연구자마다 문제의식과 이론적 언어가 다르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서사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특히 포이에시스, 알레고리, 부정성, 역사주의 같은 철학적 개념에 익숙하지 않으면 논지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또한 책이 다루는 인물들이 주로 지식인과 역사학자라는 점도 한계다. 마르크스주의가 노동운동, 농민운동, 식민지의 대중, 여성운동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었는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이라는 제목에 비해 실제 분석은 전문 역사학자들의 지적 경험에 집중되어 있다.

여성 역사학자와 젠더 문제도 거의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 계급과 국가, 민족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가족제도, 가부장제, 성별 분업이 역사학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힘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전쟁기에 전향하거나 국가주의적 논리에 접근했던 과정도 더 깊이 다룰 필요가 있다. 억압에 굴복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전향의 복잡한 사상적 구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9. 한국 독자에게 갖는 의미

이 책은 한국 역사학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한국의 전후 역사학 역시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와 민족주의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 백남운의 사회경제사학은 식민지 조선이 정체된 사회가 아니라 독자적인 역사발전 과정을 지녔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해방적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민족국가 중심의 역사서술과 결합했다. 계급과 생산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역사의 주체를 ‘민족’으로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여성, 지역, 소수자, 재일조선인, 이주민, 식민지 내부의 차이는 주변화되기 쉬웠다.

이 책은 한국의 민족주의 역사학과 민중사학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지배국가의 역사에 맞서 민족과 민중을 복원하는 일은 필요했지만, 민족과 민중을 단일한 주체로 상상하는 순간 새로운 배제가 생기지 않았는가. 국가 중심의 보수 역사학을 비판하면서도 또 다른 국민국가의 서사를 만든 것은 아닌가.

10. 종합 평가

<마르크스주의라는 경험>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복권하려는 책도 아니고, 그것을 시대착오적 이론으로 폐기하려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역사적 경험으로 다시 읽는다. 그것은 천황제와 자본주의,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비판의 언어였으며, 역사에 변혁 가능성을 부여한 사유였다. 동시에 발전단계론, 경제결정론, 유럽중심주의, 국민국가 중심주의라는 한계를 지녔다.

이 책이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까닭은 마르크스주의의 정답을 되찾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이론도 역사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비판이론조차 특정한 시대의 욕망과 한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모든 역사가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천황제도, 자본주의도, 제국도 영원한 질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만들어진 것은 변화할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급진적인 인식이 1930~40년대 일본의 억압된 시대에 마르크스주의가 제공한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

한 문장으로 평가하면, 이 책은 <전후 일본 역사학이 탄생한 장소를 1945년 이후가 아니라,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다른 역사를 상상하려 했던 1930~40년대의 미완성된 사유에서 찾는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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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실제 구성은 서론 <전후 역사학의 기원과 그 망각>과 세 부분—<국체의 기원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마르크스주의와 종교·문화론>, <문화론적 마르크스주의와 역사 의식>—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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