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 - 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 | 동아시아 한국학 연구총서 36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엮은이),정종현,윤미란,고자연,조은애 (기획)소명출판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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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일본인 유학생들이 한국 원로 문인 26명을 직접 찾아 남긴 구술 기록을 묶었다. 시라카와 유타카, 고노 에이지, 세리카와 데쓰요가 비평가 조연현과 시인 서정주의 소개로 만남을 이어가며 5년여에 걸쳐 채록한 자료다. 40여 년간 공개되지 못했던 녹음과 탐방기가 번역·정리되어 비로소 출판되었다.
일본인 청년이라는 인터뷰어의 위치는 원로 문인들의 경계를 낮추었다. 일본 작품과 작가, 일본어로 형성된 문학 감수성 등 기존 회고록에서 보기 어려운 발언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비전문적 녹음 환경 속에서도 오히려 솔직한 증언이 남아, 이 채록문에서만 확인되는 새로운 사실과 육성이 담겼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낸 문인들과 일본인 유학생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공통 관심으로 만난 기록이다.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로서 이 만남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두 집단의 교차 속에서 문학과 시대의 기억을 함께 읽게 한다.
목차
간행사
책 머리에
제1부 | 원로 문인 구술기록
제1장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제2장 조용만(趙容萬, 1909~1995)
제3장 구상(具常, 1919~2004)
제4장 백철(白鐵, 1908~1985)
제5장 김송(金松, 1909~1988)
제6장 유정(柳呈, 1922~1999)
제7장 이병도(李丙燾, 1896~1989)
제8장 이희승(李熙昇, 1896~1989)
제2부 | 원로 문인 탐방기
제1장 원로 문인 방문기 (상)-시라카와 유타카
제2장 내가 만난 한국의 원로 문인들-시라카와 유타카
제3장 한국 문인 방문 인터뷰에 관한 사적 기록-시라카와 유타카
제4장 한국 원로 문인 방문기 (증보편)-시라카와 유타카
제5장 원로 문인 방문-고노 에이지
제6장 『북의 시인』을 둘러싼 사람들-고노 에이지
제7장 생각나는 것들-고노 에이지
제8장 1980년대 한국 문인 방문기-세리카와 데쓰요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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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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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을 의제로 삼아 인문한국(HK)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상생과 소통을 꾀하는 동아시아한국학이란, 우선 동아시아 각 지역과 국가의 연구자들이 자국의 고유한 환경 속에서 축적해 온 ‘한국학(들)’을 각기 독자적인 한국학으로 재인식하게 하고, 다음으로 그렇게 재인식된 복수의 한국학(들)이 서로 생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성해내는 한국학이다. 우리는 바로 이를 ‘동아시아한국학’이라는 고유명사로 명명하고 있다.
최근작 : <가교>,<프랑스인을 위한 한국문화통사>,<나는 왜 한국학·조선학 연구자가 되었나> … 총 45종 (모두보기)
정종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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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식민지 후반기 한국문학에 나타난 동양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를 한 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동양론과 식민지 조선문학』(창비, 2011), 『제국대학의 조센징』(휴머니스트, 2019), 『특별한 형제들』(휴머니스트, 2021), 『검열의 제국』(공저, 2016, 푸른역사), 『대한민국 독서사』(공저, 서해문집, 2018) 등이 있고, 역서로는 『제국대학』(공역, 아마노 이쿠오 저, 산처럼, 2017)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카프를 넘어서>,<또 하나의 카프>,<해금을 넘어서 복원과 공존으로> … 총 26종 (모두보기)
윤미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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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하대 강사. 저역서로 『민주적 공공성』(공역), 『박치우전집-사상과 현실』(공편), 『일제 강점기 일본 한국학의 형성과 양상』(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사상과 현실> … 총 5종 (모두보기)
고자연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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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한국어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북한의 문학과 문화, 냉전 문화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작 : <또 하나의 카프>,<해금을 넘어서 복원과 공존으로> … 총 5종 (모두보기)
조은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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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저서로 『디아스포라의 위도-남북일 냉전 구조와 월경하는 재일조선인 문학』이 있으며, 역서로 『재일코리안 스포츠 영웅 열전』(공역), 『문학 ‘읽기’의 방법들』(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청맥』의 시간들>,<디아스포라의 위도>,<마이너리티 아이콘> … 총 7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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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해국문견록>,<『오뇌의 무도』 연구>,<망명과 지성>등 총 1,734종
대표분야 : 역사 21위 (브랜드 지수 99,905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문인과 일본인 유학생들의 극적인 만남
『가교-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서울의 여러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문학을 공부하던 일본인 유학생들이 당시 생존해 있던 원로 문인 26명을 직접 방문하여 남긴 구술 기록과 탐방기를 정리한 도서이다.
인터뷰를 기획·주도한 시라카와 유타카(규슈산업대 명예교수)와 고노 에이지(문학평론가)는 지도교수인 비평가 조연현과 시인 서정주의 소개로 원로 문인들을 찾아갔고, 세리카와 데쓰요(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가 합류하여 5년여에 걸쳐 총 26명을 만났다.
구술을 포함한 이 자료들은 40여 년 동안 공개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예술기록원의 관심과 지원으로 녹음 테이프의 구술이 풀리고 일본어 탐방기의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출판이 가능해진 것이다.
식민지 시대 문학과 문인들의 삶
『가교-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는 인터뷰어가 일본인 청년들이었기 때문에, 원로 문인들은 국내 인터뷰에서는 좀처럼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문학 청년 시절 탐독한 일본 작품, 아꼈던 일본 작가, 일본어로 습득한 문학 감수성 등,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통해 말맛을 살린 구술집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회고록과 달리 이 채록문에서만 확인되는 새로운 사실과 발언이 다수 수록되었다.
유학생들은 구술 인터뷰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녹음 테이프도 대중가요 테이프를 재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인터뷰 중간에 음악이 남아 있거나 테이프가 다 되어 녹음이 끊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문성이 문인들의 경계를 낮추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나오지 않을 솔직한 발언을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배자의 후손과 피지배자의 문학이 만난 자리
식민지 시대를 살아낸 원로 문인들과 그 지배자들의 2세인 일본인 청년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架橋)를 놓았다. 『가교-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에서 읽을 수 있는 두 집단의 만남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술자
구상ㆍ김송ㆍ백철ㆍ유정ㆍ이병도ㆍ이은상ㆍ이희승ㆍ조용만
면담자
고노 에이지 鴻農映二
1952년생. 1982년 추천제도를 수료하여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한국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리카와 데쓰요 芹川哲世
1945년생. 서울대학교 대학원(문학박사)을 졸업했다. 세종대학교와 인하대학교 교수를 거쳐, 니쇼가쿠샤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니쇼가쿠샤대학 명예교수이다.
시라카와 유타카 白川豊
1950년생. 한국에 유학하여 1991년 동국대 대학원(문학박사)을 졸업했다. 2020년까지 규슈산업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규슈산업대학 명예교수이다. 접기
<가교 - 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 요약 및 평론
1. 도서 개요
<가교 - 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는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기획한 '동아시아 한국학 연구총서'의 제36권이다. 이 책은 1980년대라는 엄혹하고 동적인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문학과 역사를 연구하던 일본인 유학생들이 당대 한국 문단을 이끌었던 원로 문인들을 직접 찾아가 진행한 구술 인터뷰와 그에 대한 기록을 모아 정리한 학술적 자료이자 자전적 기록집이다.
식민지 시기의 기억과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1980년대 정치적 격동기를 관통한 한국 원로 문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한일 양국의 지적 경계를 넘나들며 민간 문화 교류의 통로 역할을 했던 일본인 유학생들의 시선을 동시에 조명한다.
2. 핵심 요약
이 책은 1980년대라는 특정 시공간에서 이루어진 구술 채록이라는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주제들을 다룬다.
1980년대 한일 관계와 지적 교류의 현장: 1980년대는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민주화 운동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시기이자,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학술적·문화적 관심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되던 때였다. 책에 등장하는 일본인 유학생들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깊이에 매료되어 현장에 뛰어든 연구자들로서, 양국 사이의 냉기 속에서도 문학을 매개로 한 인적·지적 <가교(架橋)>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 원로 문인들의 생생한 육성과 문학사적 증언: 구술에 참여한 한국 원로 문인들은 일제강점기 언어의 빼앗김을 경험하고, 해방 후의 혼란과 분단, 한국전쟁이라는 대참사를 몸소 겪어낸 인물들이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작품 후기를 넘어, 당시 문인들의 생활상, 내적 갈등, 창작의 고통, 그리고 권력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다층적인 기억을 복원해 낸다.
타자의 시선과 문학적 공감: 일본인 유학생들의 질문은 한국 내부 연구자들의 질문과는 다른 각도에서 제시된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적 맥락을 공유하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일본인 연구자들의 시선은 때로는 타자로서의 경계심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문학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인터뷰 과정 자체가 한일 지식인 간의 미시적 대화의 역사라 할 수 있다.
3. 학술적 평가 및 평론
<가교>는 한국 현대 문학사와 동아시아 지성사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매우 귀중한 학술적 성찰을 제공한다.
첫째, 구술사(Oral History)를 통한 문학사의 미시적 복원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공식적인 문학사 텍스트나 출판물에서는 Drop되거나 사장되기 쉬운 문인들의 정서, 일상적 에피소드, 시대적 압박감 속에서의 미묘한 입장 차이 등이 구술이라는 생생한 매개체를 통해 살아난다. 이는 1980년대 당시 문학 현장의 온도감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가교'라는 제목이 뜻하듯 한일 관계사의 일국사적 틀을 깨는 의미를 갖는다. 한일 간의 역사는 흔히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역사로 축소되어 기술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 책은 1980년대라는 정치적 암흑기에도 밑으로부터의 민간 지식인 교류, 특히 '한국학'이라는 공통의 학술적 매개체를 통한 교감이 지속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일본인 유학생들의 지적 열정과 한국 원로들의 학문적·인간적 포용이 만나 형성된 이 미시적 네트워크는 탈경계적 동아시아 문학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셋째, 연구 주체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촉발한다. 외국인 연구자가 타국의 문학을 연구할 때 발생하는 시선의 차이, 그리고 구술자와 인터뷰어 사이의 권력 관계와 역사적 부채 의식이 어떻게 소통을 통해 극복되는지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글로벌 한국학 연구가 지향해야 할 소통적 태도와 방법론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결론적으로 <가교>는 역사적 비극과 정치적 대립을 넘어 문학과 학문이라는 가치 아래 만났던 한일 지성들의 고귀한 기록이며, 한국학 연구가 동아시아적 연대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아래 글은 공개된 출판 정보와 책 소개를 바탕으로 책의 전체 성격과 핵심 의미를 재구성한 요약·평론입니다. 620쪽 전체 원문을 직접 대조한 장별 요약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가교―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한국 원로 문인 구술 탐방기』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엮음
― 1,000단어 요약·평론
『가교』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한국의 여러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문학을 공부하던 일본인 유학생들이 당시 생존해 있던 한국 원로 문인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기록을 발굴·정리한 책이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엮고 정종현·윤미란·고자연·조은애가 기획했으며, 2026년 4월 소명출판에서 620쪽 분량으로 출간되었다. 책에는 이은상과 조용만 등을 포함한 원로 문인 26명의 구술 기록과 탐방기가 수록되어 있다. (알라딘)
이 책의 핵심은 유명 문인들의 회고담 자체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라는 역사적 시기에 일본에서 온 젊은 유학생들이 한국문학의 산증인들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한국 근대문학사를 책과 논문만으로 공부하지 않고, 작가와 평론가들의 육성을 통해 확인하려 했다. 따라서 『가교』는 한국문학사의 자료집이면서 동시에 전후 일본 한국학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1. 문학사의 주변부를 찾아간 사람들
한국 근대문학사는 오랫동안 몇몇 유명 작가와 대표작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문단은 작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가들의 교류, 문학단체, 잡지 편집, 출판사, 술자리와 동인회, 정치적 갈등과 개인적 경쟁이 문학의 생산과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가교』에 실린 구술은 이러한 공식 문학사의 바깥을 보여준다. 원로 문인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단의 분위기, 동료 작가들의 성격, 작품이 쓰인 배경,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을 지나며 겪었던 선택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문학사는 완성된 작품 목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관계의 역사로 나타난다.
구술자는 자신의 작품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다른 문인들을 평가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문단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석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증언은 여러 작가와 사건으로 이어지는 문학적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 관계망을 통해 독자는 근대문학이 개인 천재들의 고립된 창작물이 아니라 세대와 집단, 정치와 제도 속에서 생산된 것임을 알게 된다.
2. 1980년대라는 특별한 시간
인터뷰가 이루어진 1980년부터 1985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긴장된 시기였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군사정권, 검열과 정치적 억압이 계속되었고, 한일관계에는 식민지 기억과 경제적 교류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일본인 유학생들이 한국의 원로 문인을 찾아간 행위는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문학은 지금처럼 널리 읽히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일본인도 많지 않았다. 오늘날의 한류처럼 한국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들의 탐방은 단순한 학술 과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식민지 지배국 출신의 젊은 연구자가 식민지 경험을 통과한 한국 문인을 찾아가 말을 듣는 장면에는 역사적 긴장이 존재한다. 인터뷰어와 구술자는 일본과 한국, 전후 세대와 식민지 세대, 연구자와 연구 대상이라는 여러 경계 위에서 만난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의 ‘가교’는 양국 사이의 우호를 나타내는 낭만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가교는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다. 두 세계가 이미 하나라면 다리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가교라는 말은 한일 사이의 거리와 단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3. 일본인 유학생이라는 시선
이 책의 특별함은 인터뷰어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 유학생이라는 점에 있다. 외국인 연구자는 한국인 연구자가 당연하게 여겨 묻지 않는 문제를 질문할 수 있다. 한국 문학작품 속 일본의 영향, 일본 작가와의 관계, 식민지 시기 일본어 글쓰기, 일본 유학 경험과 번역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원로 문인들은 일본인 학생 앞에서 자신의 일본 경험을 새롭게 설명해야 했을 것이다. 어떤 문인은 일본문학의 영향을 솔직하게 인정했을 것이고, 어떤 문인은 식민지기의 기억 때문에 말을 아꼈을 것이다. 일본인 인터뷰어 역시 한국 문인의 답변을 통해 자국의 식민지 역사를 다시 인식했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뷰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채취하는 과정이 아니다. 질문하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 모두가 상대방을 의식하면서 자기 기억을 재구성한다. 일본인 앞에서 말하는 식민지 기억과 한국인 후배 앞에서 말하는 식민지 기억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바로 이 차이가 이 자료의 한계이자 가치다.
4. 작품 뒤에 가려진 인간
이 책은 문인을 영웅이나 위인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구술 속의 문인은 기억이 불완전하고, 자신의 선택을 변명하며, 동료를 편파적으로 평가하는 인간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공적을 크게 말하고 실패를 축소할 수 있다. 다른 문인에 대한 질투와 원망, 해묵은 문단 갈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러한 주관성 때문에 구술 자료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기억은 다른 자료와 비교되어야 하며, 인터뷰 당시의 나이와 정치적 상황, 질문자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구술의 가치는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사실과 다르게 기억했다면, 왜 그렇게 기억하는지가 중요하다. 침묵과 회피, 과장과 자기정당화 역시 한 시대의 정신구조를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구술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어 하는가’를 연구한다.
5. 사라지기 직전의 기억을 보존하다
이 인터뷰들이 1980년대 초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당시 원로 문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문단을 직접 경험했고,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과 독재를 통과한 세대였다. 인터뷰가 몇 년만 늦었어도 들을 수 없었을 증언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날 연구자가 그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가능하지만, 목소리의 억양, 주저함, 웃음과 분노,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다시 얻을 수는 없다. 『가교』는 사라진 세대의 육성을 문자 기록으로 되살린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보존사업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문학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인물들의 증언은 더욱 귀중하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자료는 비교적 많이 남지만, 문단의 조직자, 편집자, 번역자, 아동문학가와 비평가의 기억은 쉽게 사라진다. 26명의 구술을 함께 묶은 이 책은 개별 작가 연구를 넘어 한 시대 문단의 집단기억을 복원한다.
6. 책의 가장 큰 장점
첫째, 문학사와 한국학사를 연결한다. 이 책은 한국 문인 26명의 자료집인 동시에 일본인 한국문학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장 기록이다. 훗날 일본 한국학을 이끈 연구자들이 젊은 시절 어떤 방식으로 현장을 찾고 자료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둘째, 한일관계를 국가와 외교의 차원에서만 보지 않는다. 정부 간 갈등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학생과 작가, 번역자와 연구자 사이에는 구체적인 만남이 존재했다. 『가교』는 거창한 화해 선언보다 한 사람의 질문과 다른 사람의 답변이 더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구술을 통해 문학사를 인간화한다. 교과서에서는 작가들이 일정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하지만, 구술 속에서는 망설이고 후회하며 기억을 다투는 인간으로 돌아온다.
7.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점
그러나 ‘가교’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국 문인과 일본인 유학생의 만남에는 우정뿐 아니라 지식과 권력의 비대칭도 있었다. 일본 연구자가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대답을 기록했는지에 따라 한국문학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 독자를 위해 흥미로운 부분이 강조되고 한국 내부의 맥락은 생략될 수도 있다.
또한 원로 문인들의 증언에는 자기미화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친일문학, 전쟁협력, 독재정권과의 관계처럼 불편한 문제에 대해 구술자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침묵했을 수도 있다. 인터뷰어가 젊은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날카로운 재질문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성 문인과 주변부 작가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로 문인’이라는 범주 자체가 당대 문단의 권위체계를 반영한다. 유명 남성 문인 중심으로 선정되었다면, 이 책은 문학사의 공백을 메우면서 동시에 기존 정전을 반복하는 모순을 가질 수 있다.
8. 『나는 왜 한국학·조선학 연구자가 되었나』와의 관계
이 책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앞서 펴낸 『나는 왜 한국학·조선학 연구자가 되었나』와 함께 읽을 때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앞의 책이 전후 일본에서 한국어문학 연구자가 된 사람들의 생애와 학문적 형성과정을 보여준다면, 『가교』는 그들이 실제로 한국문학의 현장을 어떻게 찾아다녔는지를 보여준다.
전자가 연구자의 자서전이라면, 후자는 연구자가 남긴 현장 노트다. 하나는 “왜 한국학을 했는가”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한국학을 어떻게 했는가”를 보여준다. 두 책은 전후 일본 한국학의 집단전기와 실천기록을 이루는 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결론
『가교』는 과거의 원로 문인 인터뷰를 모은 단순한 자료집이 아니다. 이 책에는 세 종류의 시간이 겹쳐 있다. 먼저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살았던 원로 문인들의 시간이 있다. 다음으로 그들을 찾아다닌 1980년대 일본인 유학생들의 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40여 년이 지난 뒤 이 자료를 다시 발견하고 편집한 오늘의 시간이 있다.
이 세 시간이 만나는 곳에서 한국문학사는 완결된 정전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듣고 해석해야 하는 기억의 장으로 나타난다.
책 제목의 ‘가교’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상대방의 문화를 좋아하거나 소개하는 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 망각과 오해가 만든 깊은 강을 직시해야 한다. 『가교』의 일본인 유학생들은 그 강을 완전히 건너지는 못했을지라도, 직접 사람을 찾아가 질문하고 듣고 기록함으로써 작은 다리를 놓았다.
이 책의 가장 깊은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문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작품을 해석하는 일만이 아니라, 역사적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이다.>
이 책은 앞서 다룬 『나는 왜 한국학·조선학 연구자가 되었나』의 실천편으로 읽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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