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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Peoplehood
John Lie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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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dern states, John Lie argues, ideas of race, ethnicity, and nationality can be subsumed under the rubric of "peoplehood." He argues indeed, that the modern state has created the idea of peoplehood. That is, the seemingly primitive, atavistic feelings of belonging associated with ethnic, racial, and national identity are largely formed by the state. Not only is the state responsible for the development and nurturing of these feelings, it is also responsible for racial and ethnic conflict, even genocide. When citizens think of themselves in terms of their peoplehood identity, they will naturally locate the cause of all troubles--from neighborhood squabbles to wars--in racial, ethnic, or national attitudes and conflicts.
Far from being transhistorical and transcultural phenomena, race, ethnicity, and nation, Lie argues, are modern notions--modernity here associated with the rise of the modern state, the industrial economy, and Enlightenment ideas.
394 pages, Hardcover
First published July 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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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님, 요청하신 존 리(John Lie) 교수의 2004년 저서 <근대적 인민성> (Modern Peoplehood)에 대한 요약 및 평론입니다.
<근대적 인민성> 요약 및 평론
1. 서론 및 책의 개요
사회학자 존 리(John Lie)의 2004년 저서 <근대적 인민성>(Modern Peoplehood)은 인종(Race), 민족(Ethnicity), 국민(Nation)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정체성 범주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해 왔는지를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파헤친 기념비적 저작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개념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기존 사회과학의 통념을 배격하고, 이를 모두 포괄하는 <인민성(Peoplehood)>이라는 통합적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다', '나는 어떤 민족이다'라는 자각이 태초부터 존재했던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근대 국가(Modern State)의 탄생과 함께 18세기 후반부터 인위적으로 발명되고 강제된 <근대적 기획의 산물>임을 치밀하게 논증한다.
2. 핵심 요약
<인종, 민족, 국민의 통합: '인민성(Peoplehood)'의 탄생>
일반적으로 학계와 대중은 인종을 생물학적 특징으로, 민족을 문화적·역사적 기원으로, 국민을 정치적·법적 소속으로 구분하려 시도해 왔다. 그러나 존 리는 이러한 구분이 지적 허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이 단어들은 통치 권력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서로 교환되며 사용되어 왔다. 저자는 이 세 개념이 모두 '집단적 소속감과 정체성을 범주화하는 근대적 방식'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보며, 이를 묶어 <인민성(Peoplehood)>이라고 명명한다.
<근대 국가: 인민성의 주창자이자 설계자>
전근대 시기의 사람들은 자신을 거대한 민족이나 국가의 일원이라기보다는, 특정 마을의 주민, 특정 종교의 신자, 혹은 특정 친족 집단의 일원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징병제, 의무 교육, 언어의 표준화, 인구 조사(센서스), 그리고 신분증 발급이라는 강력한 관료제적 수단을 통해 흩어져 있던 대중을 하나의 균질한 집단으로 주조해 냈다.
국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동원하기 위해 명확한 분류표가 필요했으며, 그 분류표의 이름표가 바로 인민성이었다. 사람들은 국가가 부여한 이 이름표를 점차 내면화하면서, 스스로를 특정한 인종, 민족, 국민으로 상상하고 정체화하기 시작했다.
<폭력과 배제의 메커니즘으로서의 인민성>
존 리는 20세기를 피로 물들인 홀로코스트, 르완다 대학살,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수많은 제노사이드와 인종 청소가 바로 이 <근대적 인민성>의 맹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국가는 인민성을 창출하는 동시에 필연적으로 '정상적인 우리'와 '비정상적인 타자'를 구분 짓는다. 인민성이 굳건해질수록 국가 내부의 소수자나 외부의 이방인은 철저히 배제되고 타자화된다. 즉, 인민성은 소속감과 연대를 제공하는 안식처인 동시에, 극단적인 폭력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위험한 이데올로기적 무기인 것이다.
3. 평론 (Critique)
<정체성의 본질주의에 대한 강력한 해체 작업>
<근대적 인민성>의 가장 위대한 학문적 성취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다고 믿는 혈통적, 국가적 정체성이 실은 불과 몇 세기 전에 권력에 의해 '발명된' 이데올로기임을 폭로한 데 있다. 존 리는 민족이나 인종이 영속적이라는 본질주의(Primordialism)를 철저히 논파한다. 이는 특정 국가나 민족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과 애국심이 얼마나 역사적 근거가 빈약한 맹신에 불과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강력한 인식론적 도구다. 탈국가주의적이고 세계 시민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파편화된 사회과학에 대한 통합적 통찰>
기존 사회학이나 정치학은 인종 갈등, 민족주의, 국민국가 형성 과정을 각각 분절된 하위 학문으로 다루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존 리는 이 모든 현상이 <근대 국가의 인구 분류 및 통제 시스템>이라는 단일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증명하며 통합적 프레임을 제시했다. 이는 후속 저작인 <다민족 사회 일본>이나 <재일조선인>에서 소수자 배제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한계 및 논쟁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서에 대한 몇 가지 학술적 비판점은 존재한다.
첫째, 근대 국가의 상향식(Top-down) 권력 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정체성을 수용하고 재구성하는 하향식(Bottom-up) 주체성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국가의 세뇌에 의해 인민성을 받아들인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외세의 억압에 대항하거나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 민족주의를 유용한 도구로 채택하기도 했다.
둘째, 근대 이전의 유대감(Proto-nationalism)이 근대적 인민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연속성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있다. 비록 국가 관료제가 인민성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그 재료가 되는 종교적, 언어적, 영토적 공통점은 근대 이전부터 축적되어 온 역사적 실체라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4. 결론
존 리의 <근대적 인민성>은 인간을 옭아매는 '소속의 굴레'가 어떻게 기원했는지를 추적한 지적 탐험기다. 저자는 국가가 편의를 위해 그어 놓은 인종과 민족이라는 구획선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때로는 파괴해 왔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한다.
이 책은 단지 역사 사회학적인 분석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맹신하는 국적, 혈통, 민족이라는 범주가 얼마나 인위적이고 폭력적인 지식 체계인가를 되묻는다. 국경과 배타적 소속감을 넘어, 경계 밖의 '세계인'으로서의 실존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망령을 떨쳐낼 수 있는 날카로운 지적 해독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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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근대적 인민공동체: 인종·인종주의·민족주의·종족성·정체성』
John Lie, Modern Peoplehood: On Race, Racism, Nationalism, Ethnicity, and Identity
책의 문제의식
존 리의 『근대적 인민공동체』는 인종, 민족, 종족성, 국민, 정체성처럼 흔히 서로 다른 것으로 다루어지는 개념들을 <peoplehood>라는 하나의 틀로 통합하려는 이론서다. 여기서 peoplehood는 단순히 “사람들”이나 “민족”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구성원들이 공통된 혈통과 역사, 문화와 생활방식을 공유한다고 믿으며, 자신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하는 <인민공동체적 소속>을 의미한다.
존 리는 인종과 민족이 인류의 오래된 본능이나 자연적 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자신을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 백인, 흑인 또는 특정 종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방식은 대체로 근대국가가 형성된 뒤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국가가 인구를 조사하고 분류하며, 학교교육과 군대, 국적법, 역사서술을 통해 주민들에게 하나의 공통된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근대적 peoplehood가 탄생했다. 저자는 인종·종족성·국민성을 모두 근대국가가 형성한 소속과 분류의 변형들로 본다.
이 책은 인종과 민족이 허구이므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적인 실체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죽이고 죽을 정도로 강력한 현실이 된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peoplehood란 무엇인가
존 리는 근대적 peoplehood를 대체로 <포괄적이며 비자발적인 집단정체성>으로 정의한다. 포괄적이라는 것은 계급, 성별, 재산, 도덕적 가치와 무관하게 해당 집단의 모든 사람이 구성원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비자발적이라는 것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지 않아도 태어난 순간부터 특정 민족이나 인종에 속한 것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공통의 역사와 독특한 생활방식을 가진 것으로 상상된다.
전근대사회에도 부족, 종교집단, 언어공동체와 왕국은 존재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소속은 대개 가족, 마을, 신분, 종교, 왕조였다. 귀족과 농민은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서로를 동등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근대 국민주의는 이런 신분적 차이를 넘어 모든 주민을 하나의 국민으로 묶는다. 왕과 귀족, 농민과 노동자가 모두 프랑스인, 일본인, 한국인이라는 동일한 이름 아래 놓인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해도 민족적으로는 동일한 구성원이라고 상상된다.
따라서 peoplehood는 평등주의적 가능성과 배타적 위험을 동시에 가진다. 내부 구성원에게는 평등과 연대를 약속하지만, 그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외부인으로 밀어낸다.
토대를 찾으려는 욕망
책의 첫 번째 핵심 작업은 민족과 인종의 확실한 토대를 찾으려는 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혈통, 언어, 종교, 문화, 영토 가운데 하나가 민족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기준도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민족으로 분리된 경우가 있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국민으로 묶인 경우도 있다. 종교가 같아도 적대적인 민족이 될 수 있으며, 종교가 달라도 같은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혈통도 객관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 오랜 이주와 결혼으로 완전히 순수한 혈통을 가진 집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공동체의 기초는 객관적인 공통점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특정 공통점을 중요하다고 믿는 데 있다. 수많은 차이 가운데 어떤 것은 무시되고, 어떤 것은 민족과 인종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표지로 선택된다.
그러므로 “민족은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어떤 차이를 선택하여 민족의 토대로 만들며, 그것을 어떤 제도로 유지하는가>이다.
차이의 자연화
근대적 peoplehood가 강력해지는 것은 사회적 차이가 자연적인 차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회는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불평등을 혈통이나 생물학적 특성의 결과처럼 설명한다.
유럽 제국주의 시대의 인종론은 피부색과 신체적 특징을 지능, 도덕성, 문명 수준과 연결했다. 식민지 주민이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이유는 식민지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인종적 열등성 때문이라고 설명되었다. 지배가 차이를 만들었는데, 만들어진 차이가 다시 지배를 정당화한 것이다.
민족주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언어와 관습은 역사 속에서 변하지만, 민족주의는 그것을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본질적 전통으로 제시한다. 현대의 학교와 국가기관이 표준화한 언어가 고대부터 존재한 민족어처럼 이해된다.
존 리에게 자연화는 단순한 지적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관계를 감추는 정치적 과정이다. 차별이 인간의 선택과 제도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처럼 보이면, 그것을 변화시키기도 어려워진다.
근대국가가 peoplehood를 만든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장은 근대국가가 이미 존재하던 민족을 단순히 정치적으로 조직한 것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민족과 인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근대국가는 주민의 이름, 출생, 주소, 직업, 성별, 국적을 기록한다. 인구조사와 신분증, 여권과 국경통제는 사람들을 명확한 범주로 나눈다. 이전에는 유동적이었던 소속이 행정적으로 고정된다.
학교는 공통 언어와 역사를 가르친다. 군대는 서로 다른 지역과 계급의 사람들을 같은 국민으로 훈련한다. 신문과 대중문화는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지 않아도 같은 사건을 함께 경험한다고 느끼게 한다. 국가는 국경 안의 주민들을 하나의 역사적 운명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만든다.
이 과정은 국가마다 달랐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하다. 하나의 국가에는 하나의 국민이 있어야 하며, 국민은 공통된 역사와 문화, 혈통을 가진다는 관념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실제 국가의 경계와 민족의 경계는 일치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국가는 여러 언어와 종교, 지역집단을 포함했다. 국가는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하나의 지배적 문화를 국민 전체의 문화로 만들었다. 소수자는 동화되거나 외부인으로 규정되었다.
인종과 민족은 얼마나 다른가
일반적으로 인종은 신체와 혈통에 기초하고, 종족성은 문화와 관습에 기초하며, 국민은 국가와 시민권에 기초한다고 구분한다. 존 리는 이 구분이 현실에서는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민족은 종종 공통 혈통의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 민족의 피”라는 표현이 그 예다. 반대로 인종도 단순한 생물학적 범주가 아니라 문화적 이미지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변한다. 어느 시대에는 하나의 인종으로 간주된 집단이 다른 시대에는 여러 인종으로 나뉘기도 한다.
시민적 민족주의와 종족적 민족주의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어렵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시민적 원칙을 강조하는 국가도 실제 역사에서는 특정 언어와 문화, 인종을 정상적 국민의 기준으로 삼았다. 반대로 혈통 중심으로 보이는 국가도 귀화와 동화를 통해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인다.
존 리는 이 모든 범주가 동일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서로 분리된 본질적 실체라기보다 근대적 peoplehood가 나타나는 여러 형태라고 본다. 어느 사회에서는 피부색이 가장 중요한 경계가 되고, 다른 사회에서는 언어, 종교, 출신 지역이나 조상이 더 중요해진다.
peoplehood의 역설
peoplehood에는 여러 역설이 존재한다.
첫째, 그것은 보편적 평등을 선언하면서 차별을 만든다. 국민국가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국민과 비국민 사이에는 날카로운 경계를 긋는다. 내부의 평등은 외부인의 배제 위에서 성립할 수 있다.
둘째, 민족은 오래된 공동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대적이다. 사람들은 민족이 국가보다 먼저 존재했다고 믿지만, 많은 경우 국가의 학교와 행정제도가 민족의 언어와 역사를 표준화했다.
셋째, 민족정체성은 개인의 가장 내면적인 정체성처럼 느껴지지만 외부 제도에 의해 형성된다. 사람들은 국가가 정한 국적과 학교에서 배운 역사, 사회가 부여한 인종 범주를 자기 자신의 본질로 받아들인다.
넷째, 민족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공동체라고 선언하지만 내부의 계급과 성별 불평등을 제거하지 않는다. 노동자와 자본가, 남성과 여성은 같은 국민으로 불리지만 국민공동체 안에서 동일한 권력과 자원을 갖지 않는다.
지배계급은 민족적 단결을 강조하여 계급적 갈등을 감출 수 있다. 동시에 피지배집단도 민족해방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제국주의에 저항할 수 있다. 민족주의는 지배와 해방의 도구가 모두 될 수 있다.
인종주의와 불완전한 통합
존 리에게 인종주의는 단순히 타인을 싫어하는 개인적 편견이 아니다. 그것은 누가 완전한 국민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peoplehood의 정치다.
근대국가는 보편적 시민권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집단을 충분히 통합하지 않는다. 노예, 식민지 주민, 원주민과 이주민은 국가경제에 포함되면서도 정치공동체에서는 배제될 수 있다. 인종주의는 이러한 포함과 배제의 모순을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한 집단의 노동은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주고 싶지 않을 때, 사회는 그들을 문화적으로 동화될 수 없거나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집단으로 규정한다. 인종주의는 경제적 이용과 정치적 배제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이 관점에서 인종주의는 전근대적 미신이 근대사회에 남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와 평등을 선언하는 근대국가가 그 약속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면서 만들어낸 현상이다.
집단학살과 peoplehood의 극단
책에서 가장 무거운 장은 집단학살을 다룬다. 존 리는 집단학살을 비이성적인 야만이나 고대 종족갈등의 폭발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집단학살은 국가와 peoplehood의 논리가 극단으로 발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근대적 현상이다.
국가와 민족이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고 믿으면, 영토 안에 존재하는 다른 집단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그들은 동화되거나 추방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제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집단학살에는 관료제, 인구분류, 기록, 교통과 군사조직이 필요하다. 국가는 누가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 결정하고, 신분증과 명부를 통해 대상자를 찾아낸다. 그러므로 대규모 학살은 단순한 군중의 증오가 아니라 근대국가의 행정력과 조직력이 동원된 결과다.
peoplehood는 모든 구성원에게 소속과 존엄을 제공하지만, 공동체의 순수성을 절대화하면 외부인이나 내부의 소수자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 수 있다. 민족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인간을 제거하는 논리로 변하는 것이다.
정체성 정치에 대한 비판
현대사회에서는 계급과 보편적 시민권보다 인종, 민족, 성별, 문화적 정체성이 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존 리는 차별받은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이해한다. 억압받은 사람에게 집단정체성은 연대와 저항의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체성 정치가 기존의 본질주의를 반복할 위험도 경고한다. 지배집단이 “흑인은 본질적으로 이렇다”거나 “한국인은 원래 이렇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라면, 피억압집단 역시 자신들의 진정하고 순수한 문화를 규정할 때 비슷한 논리를 사용할 수 있다.
집단 내부에는 계급, 성별, 세대, 종교와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는 대표적인 문화와 경험을 집단 전체의 본질로 만들기 쉽다. 그 과정에서 여성, 혼혈인, 이주자, 동화된 사람, 정치적 반대자는 “진정한 구성원”이 아닌 것으로 밀려날 수 있다.
존 리는 정체성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고 낙관하지 않는다. 다만 정체성을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관계적인 구성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강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인종, 종족성, 민족주의, 국민과 정체성을 하나의 이론적 틀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 학문 분야들은 이 개념들을 별도로 연구해왔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서로 깊이 얽혀 있다. 존 리의 peoplehood 개념은 이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둘째, 민족주의를 단순히 잘못된 사상이나 대중의 비합리적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민족주의가 국가제도, 행정, 교육과 시민권에 의해 일상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셋째, 민족공동체의 양면성을 균형 있게 본다. peoplehood는 민주주의와 평등, 복지와 연대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인종주의와 배제, 추방과 집단학살을 낳을 수 있다.
넷째, 이 책은 존 리의 일본 및 재일조선인 연구를 이해하는 이론적 토대가 된다. 『다민족 일본』에서 일본의 단일민족 신화를 비판하고, 『재일조선인』에서 재일 정체성의 역사적 형성을 분석한 작업은 모두 『근대적 인민공동체』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책의 한계와 비판
첫 번째 한계는 peoplehood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다. 인종, 민족, 종족성, 국민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으면 그것들의 차이가 약화될 수 있다. 피부색을 기준으로 한 인종차별과 언어·문화 중심의 민족주의, 법적 시민권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둘째, 근대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나머지 국가 이전의 집단적 소속과 갈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종교공동체, 혈연집단, 부족과 지역적 정체성은 근대 이전에도 강력했다. 근대국가는 이를 완전히 새로 창조했다기보다 기존의 재료를 선택하고 재구성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셋째, 사람들의 정서와 기억, 일상적 애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학교교육을 통해 민족을 만든다고 해도, 사람들이 왜 그 정체성을 깊이 사랑하고 희생하는지는 행정제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넷째, 책의 이론은 광범위한 역사와 지역을 다루기 때문에 개별 사례가 압축적으로 제시된다. 이론적 통찰은 크지만 실제 사회에서 어떤 조건 아래 시민적 연대가 강화되고, 어떤 조건에서 배제와 폭력으로 발전하는지 더 구체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 책을 평가한 학술 서평들은 방대한 연구를 종합하여 사회정체성과 근대정치에 중요한 이론적 기여를 했다고 보면서도, peoplehood가 매우 넓은 통합 개념인 만큼 개별 현상의 특수성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평가했다.
존 리의 다른 저작과의 관계
『근대적 인민공동체』는 존 리의 여러 연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이론서다.
『다민족 일본』은 일본인이 하나의 순수한 민족이라는 통념을 해체한다. 일본 국민이라는 peoplehood가 국가교육, 제국주의, 동화정책과 소수자 배제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재일조선인』은 재일조선인 정체성 역시 본질적인 혈통공동체가 아니라 일본의 차별, 남북한 민족주의, 귀환의 이상과 세대 변화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본다.
『재일문학』은 그러한 peoplehood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본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존 리는 일본 민족주의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단일민족 신화와 한국의 혈통민족주의, 재일조선인 공동체의 순수성 주장 모두를 같은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모든 민족정체성은 역사적으로 구성되며, 내부의 차이를 억압할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종합 평가
『근대적 인민공동체』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우리 민족”, “우리 국민”, “우리 인종”이라는 표현을 낯설게 만드는 책이다. 존 리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공동의 기억과 연대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책임의 중요한 기반이다.
문제는 공동체가 자연적이고 순수하며 영원하다고 믿는 순간에 발생한다. 그때 공동체의 경계는 협상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되고, 외부인은 영원한 타자가 된다. 내부의 비판자도 민족을 배반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다.
peoplehood의 가장 큰 성취는 낯선 사람들을 하나의 평등한 공동체로 묶는 데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수백만 명이 같은 국민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고 복지를 공유하며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장 큰 위험은 공동체 밖의 인간에게 그 평등을 적용하지 않는 데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공동체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계를 열어두는 것이다. 혈통과 문화적 순수성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중심으로 소속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이 책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면서도 공동체 밖의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가?>
존 리는 명확하고 쉬운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인종과 민족, 국민이 자연적으로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역사적 제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그것은 바뀔 수도 있다. 이 가능성이 『근대적 인민공동체』가 남기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윤리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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