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 노성환 | 알라딘 2015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 노성환 | 알라딘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노성환 (지은이)박문사2015-10-24



이 책은 가능한 한 일본 지역에 묻혀 있는 조선인 피랍자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에 사는 우리들에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하여 필자가 무당이 되어 그들이 잃어버렸던 이름과 얼굴 그리고 목소리를 찾아주어, 필자를 통하여 세상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끔 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들 모두를 살려내고 싶었고,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 각 지역에 남겨진 흔적들에 관하여 끈질기게 추적해야 했다.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발굴 작업에 대한 노력을 계속 진행하여 일본 전역에 걸친 조선인 임란포로 찾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임진왜란이 노예전쟁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 살아가는 후손들의 사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책소개
과거 일본으로 끌려 와 타지에 묻혀 있는 조선인 피랍자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에 사는 우리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에히메 현, 고치 현, 산인 지역, 규슈 동남부, 울산 등 일본과 국내 지역을 무대로 하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갖가지 이유로 일본에 끌려 갔었던 조선인들의 생애와 목놓아 불렀던 외침을 수면 위로 드러낸 책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 후쿠오카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사행록에 나타난 후쿠오카 현의 조선인 포로
3. 후쿠오카 시福岡市의 조선포로
4. 야나가와와 야메 그리고 오무다의 조선포로
5. 맺음말

제2장 사가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가라쓰의 조선포로
3. 사가 시의 조선포로
4. 하스노이케와 오기의 조선포로
5. 맺음말

제3장 사가의 조선인 사무라이 홍호연

1. 머리말
2. 조선에서의 홍호연
3. 일본에서의 홍호연
4. 홍호연의 후예들
5. 맺음말

제4장 나가사키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나가사키의 조선포로
3. 히라도平戶의 조선포로
4. 오무라大村의 조선병사
5. 맺음말

제5장 나가사키 지역의 조선인 천주교도

1. 머리말
2. 천주교도가 되는 조선포로
3. 조선인 천주교도의 박해
4. 순교하는 조선인
5. 맺음말

제6장 구마모토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구마모토의 조선포로
3. 구마모토에 연행된 조선의 기술과 유물
4. 맺음말

제7장 구마모토 본묘사의 고려상인 여대남

1. 머리말
2. 고국에서 온 한 통의 편지
3. 아버지의 서한에 답하는 일요상인
4. 다시 받은 부친의 서한
5. 부치지 못한 편지
6. 맺음말

제8장 가고시마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노예로서의 조선포로
3. 잡병으로서의 조선포로
4. 무사가 된 조선포로
5. 귀국하는 가고시마의 조선포로
6. 맺음말

제9장 규슈 동남부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오이타大分의 조선포로
3. 미야자키宮崎의 조선포로
4. 맺음말

제10장 에히메 현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마쓰야마의 조선포로
3. 오즈大洲와 도베 정砥部町의 조선포로
4. 우와지마宇和島와 이마바리今治의 조선포로
5. 맺음말

제11장 고치 현의 임란포로 박호인

1. 머리말
2. 도일계기와 우라도의 당인정
3. 두부 제조와 박호인
4. 박호인의 가족과 조선인들의 생활
5. 맺음말
제12장 시코쿠 지역의 임란포로

1. 머리말
2. 가가와 현의 임란포로
3. 도쿠시마 현의 임란포로
4. 고치의 조선포로
5. 맺음말

제13장 산인 지역의 임란전승과 임란포로

1. 머리말
2. 민간전승에 나타난 임진왜란
3. 산인에 남은 임란포로
4. 맺음말

제14장 울산에서 포로가 된 중국인

1. 머리말
2. 울산에서 포로가 된 두 명의 사나이
3. 쓰와노에서 활약한 도공 이랑자
4. 또 한 명의 포로 맹이관
5.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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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노성환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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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일본어 일본학과 명예교수. 통도사 차문화대학원 교수.
일본오사카대학 대학원졸업(문학박사), 미국 메릴랜드대학 방문교수, 중국 절강공상대학 객원 교수,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외국인연구원 역임, 주된 연구분야는 신화, 역사, 민속을 통한 한일비교문화론이다.

저서
『일본 속의 한국』(울산대 출판부, 1994), 『한일왕권신화』(울산대 출판부, 1995), 『술과 밥』(울산대 출판부, 1996), 『젓가락사이로 본 일본문화』(교보문고, 1997), 『일본신화의 연구』(보고사, 2002), 『동아시아의 사후결혼』(울산대 출판부, 2007), 『고사기』(민속원, 2009), 『일본의 민속생활』(민속원, 2009), 『오동도 토끼설화의 세계성』(민속원, 2010), 『한일신화의 비교연구』(민속원, 2010), 『일본신화와 고대한국』(민속원, 2010), 『일본에 남은 임진왜란』(제이엔씨, 2011),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민속원, 2014), 『임란포로, 일본의 신이 되다』(민속원, 2014),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박문사, 2015), 『조선 피로인이 일본 시코쿠에 전승한 한국문화』(민속원, 2018), 『조선통신사가 본 일본의 세시민속』(민속원, 2019), 『시간의 민속학-세상을 살아가는 시간의 문화, 일본의 세시풍속』(민속원, 2020), 『일본 규슈의 조선도공』(박문사, 2020), 『일본 하기의 조선도공』(민속원, 2020), 『한ㆍ중ㆍ일의 고양이 민속학』(민속원, 2020), 『일본에서 신이 된 고대한국인』(박문사, 2021), 『할복-거짓을 가르고 진실을 드러내다』(민속원, 2022), 『초암 다실의 기원』(효림, 2022), 『성파스님의 다락방』(민속원, 2023), 『국경을 넘는 한일요괴』(민속원, 2023), 『시간의 비교민속학』(민속원, 2023), 『한국에서 바라본 일본의 차문화』(민속원, 2023), 『일본 나라의 다인과 다실』(박문사, 2024) 『중국 천태산과 한국차와 불교』(박문사, 2024), 『대만의 차와 역사』(박문사, 2024), 『성파스님의 지대방』(민속원, 2025), 『출산과 죽음의 민속학』(민속원, 2025) 등

역서
『한일고대불교관계사』(학문사, 1985), 『일본의 고사기(상)』(예전사, 1987), 『선조의 이야기』(광일문화사, 1981), 『일본의 고사기(중)』(예전사, 1990), 『조선의 귀신』(민음사, 1990), 『고대한국과 일본불교』(울산대 출판부, 1996), 『佛敎の祈り』〈일본출판〉(法藏館, 1997), 『일본의 고사기(하)』(예전사, 1999), 『조선의 귀신』(민속원, 2019) 등 접기

최근작 : <동아시아 요괴 그림책의 세계>,<출산과 죽음의 민속학>,<한국에서 본 일본의 역사와 민속> … 총 40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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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요약 및 평론

1. 도입 및 연구 목적

임진왜란은 흔히 이순신의 한산도대첩이나 의병의 활약, 혹은 선조의 파천과 같은 거시적 정치·군사사적 관점에서 다루어지기 쉽다. 그러나 전쟁의 이면에는 거대한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삶의 터전을 빼앗긴 수많은 <민초>들이 존재했다. 노성환 교수의 저작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적 승패나 국가 간의 외교 문서에 가려져 있던 피랍 조선인들의 구체적인 삶과 그들의 흔적을 추적한 미시사적 역작이다. 저자는 철저한 문헌 고증과 현지 답사를 바탕으로, 타국에 묻혀 잊혀 가던 조선인 포로들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2. 내용 요약

본 도서는 규슈 지역(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을 비롯하여 에히메, 고치, 산인 지역 등 일본 전역에 흩어진 조선인 포로들의 발자취를 지역별로 치밀하게 추적한다.

  • 피랍의 경로와 참상: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은 조직적으로 조선의 인력을 납치했다. 도공, 활자공, 직조공 등 기술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남녀노소가 포로로 끌려갔다. 이들은 노예 시장에서 포르투갈 상인 등에게 헐값에 팔려 나가기도 했으며, 일본 각지의 다이묘(영주)들에게 분배되어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다.

  • 일본 사회로의 편입과 정착: 끌려간 조선인들의 삶은 다양했다. 사가현의 이삼평처럼 도자기 기술을 인정받아 지역 경제의 핵심 인물로 부각되며 <신>으로 추앙받게 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 없는 노동자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저자는 일본 각지에 남아 있는 조선 무덤, 위령비, 그리고 민간 전승을 조사하여 그들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정착했는지를 밝혀낸다.

  • 정체성의 유지와 변용: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포로들과 그 후손들은 일본 사회에 동화되면서도 자신들이 조선인이라는 뿌리를 쉽게 잊지 않았다. 가고시마의 심수관 가문처럼 조선의 전통 도예 기법과 문화를 고수하며 정체성을 유지한 사례를 통해, 강제 이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문화적 갈등과 생존 전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 귀환의 좌절: 전쟁이 끝난 후 조선 조정은 사명당 등을 파견해 포로 쇄환(귀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미 일본 사회에 기반을 잡았거나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귀환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책은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돌아가지 못한 이들의 맺힌 한과 슬픔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3. 평론 및 역사적 의의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에 있다. 지배층 중심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역사적 격변기에 가장 큰 희생을 강요당했던 민초들의 삶을 복원해 냈다. 저자는 후쿠오카부터 울산에 이르기까지 현장 조사를 감행하며, 문헌 속에 단 한 줄로 기록되었거나 혹은 기록조차 되지 못한 이들의 삶을 고고학적으로 발굴해 낸다.

역사학적으로 이 책은 세 가지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전쟁 포로 문제를 단순한 피해의 역사를 넘어 <이주와 정착의 역사>라는 동태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둘째, 한일 양국의 경계에 선 존재들을 조명함으로써 민족주의적 도식에 갇혀 있던 임진왜란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셋째, 일본 현지에 남아 있는 조선 관련 유적과 제사 전승을 철저히 검증하여 한일 문화 교류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증명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대한 지역의 현지 조사 자료를 나열하다 보니 일부 장에서는 서사가 다소 파편화되거나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학술적 엄밀성과 현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문체는 건조한 학술적 서술에 머무르지 않고, 타향에서 눈을 감은 조선인들을 향한 깊은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여 독자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4. 결론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 아래 스러져간 개인들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웅변하는 책이다. 강제 이주와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주제는 단지 400여 년 전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난민과 이주민의 문제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역사의 외면을 넘어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세진님, 요청하신 분량과 형식에 맞추어 서평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혹시 특정 지역의 포로나 인물(예: 도공 이삼평이나 심수관 가문 등)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싶으시거나, 평론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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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요약·평론

노성환의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왕과 장군, 전투와 외교의 역사가 아니라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조선인들의 삶을 통해 다시 읽는 책이다. 2015년 박문사에서 출간된 528쪽의 연구서로, 후쿠오카·사가·나가사키·구마모토·가고시마·오이타·미야자키·에히메·고치·산인 지역 등 일본 각지에 남아 있는 문헌, 묘지, 사찰, 지명, 가계도, 전승을 조사하여 임란포로들의 흔적을 복원한다.

1. 임진왜란을 ‘사람을 빼앗아간 전쟁’으로 보다

한국에서 임진왜란은 대체로 일본군의 침략, 조선 수군의 승리, 의병의 활동, 명나라의 참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과 일본군의 철수라는 구도로 서술된다. 이때 전쟁의 주인공은 왕과 장수와 군대이다. 그러나 노성환은 전쟁 뒤에 남겨진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일본군은 조선을 침략하면서 사람과 물자를 구별하지 않았다. 도자기 기술자, 유학자, 의사, 인쇄공, 농민, 여성, 어린이까지 전리품처럼 붙잡아 갔다. 일본 각지의 영주들은 조선에서 데려온 사람들을 노동력, 기술자, 하인, 병사, 첩, 노예로 사용했다. 일부는 재능을 인정받아 무사나 상인으로 성공했지만, 그것이 강제 연행이라는 출발점을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임진왜란을 ‘노예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군의 포로 사냥은 전투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부수적 사건이 아니라 침략전쟁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일본은 전국시대를 마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 있었으며, 각 지방 영주들은 새로운 영지와 성곽,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동력과 기술을 필요로 했다. 조선인 포로들은 일본의 지역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으로 배치되었다.

2. 일본 각지에 흩어진 조선인들

책은 일본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으로 다루지 않고 지역별로 나누어 조사한다. 이는 포로들의 운명이 그들을 데려간 영주와 지역의 정치적·경제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후쿠오카와 사가 지역에는 조선통신사의 기록과 지방 문헌을 통해 확인되는 조선인 거주지가 있었다. 일부 지역에는 ‘고려정’, ‘당인정’과 같이 외국인 집단거주지를 나타내는 지명이 남아 있다. ‘당인’은 본래 중국인을 가리키기도 했지만, 일본에서는 조선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로 사용되었다.

사가에서는 조선인 홍호연이 일본 무사로 변신한 사례가 소개된다. 그는 포로로 끌려갔지만 일본의 봉건질서 속에서 무사의 지위를 얻었고, 그 후손들도 일본 사회에 정착했다. 그의 삶은 임란포로를 단순히 평생 노예로 살아간 사람으로만 규정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개인의 출세를 ‘성공적인 동화’로 미화해서도 안 된다. 그의 무사 신분은 고향과 가족, 언어와 정체성을 잃은 대가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나가사키 지역에서는 조선인 포로와 천주교의 관계가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나가사키는 일본 천주교의 중심지이자 국제무역항이었다. 이곳으로 끌려간 일부 조선인들은 천주교로 개종했다. 그러나 에도막부가 천주교를 탄압하면서 이들은 다시 박해받고 일부는 순교했다. 조선에서 전쟁포로가 된 사람들이 일본에서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였다가 그 신앙 때문에 다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들의 생애에는 전쟁, 강제이주, 개종, 박해라는 여러 층의 폭력이 중첩되어 있다.

3. 여대남의 편지와 귀환할 수 없는 삶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례 가운데 하나는 구마모토 본묘사에 묻힌 여대남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일요상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그는 조선의 가족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고향에서 온 부친의 편지, 그에 대한 아들의 답장, 다시 도착한 부친의 서한과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는 포로의 삶을 숫자가 아니라 한 인간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여대남은 일본에서 상인으로 생활 기반을 얻었지만 고향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 편지 속에는 살아 있다는 안도감, 부모에 대한 그리움,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일본에서 형성된 새로운 생활 사이의 갈등이 담겨 있다. 포로에게 귀환은 단순히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결혼해 자녀를 둔 사람, 일본의 주군에게 예속된 사람, 조선에서 자신을 받아줄 가족과 토지를 잃은 사람에게 귀환은 또 하나의 이별과 불확실성을 의미했다.

이 사례는 ‘조선인인가 일본인인가’라는 양자택일로는 포로들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조선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 일본 사회에서 살아야 했던 경계인이었다.

4. 노예·잡병·무사로 갈라진 운명

가고시마 지역의 사례에서 저자는 포로들이 노예, 잡병, 무사 등 다양한 신분으로 살아갔음을 보여준다. 같은 조선인 포로라도 기술, 성별, 나이, 교육 수준, 영주와의 관계에 따라 처지가 달라졌다.

도공처럼 일본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집단으로 거주하며 생산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학문과 의술에 능한 사람은 영주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젊은 남성은 병사나 하인으로 편입되었으며, 여성과 어린이는 가사노동이나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기록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대체로 기술자나 지식인, 무사로 출세한 소수였다. 이름 없이 노동하다 죽은 다수의 포로는 묘지나 지명, 단편적인 전승을 통해서만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기록에 남은 ‘성공한 조선인’은 전체 포로의 전형이라기보다 기록될 수 있었던 예외라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중요한 의미는 성공담뿐 아니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집단적 존재를 추적한다는 데 있다.

5. 기술과 문화의 전파인가, 인간과 문화의 약탈인가

임진왜란 이후 조선 도공들이 일본 도자기 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한일 문화교류’라고 부르면 강제성을 지우게 된다. 기술은 자발적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기술자를 납치함으로써 이전되었다.

구마모토와 사가, 가고시마, 시코쿠 등지에서는 조선의 도자기, 농업기술, 의학, 유학, 인쇄기술이 전해졌다. 일본 영주들은 사람뿐 아니라 불화, 서적, 불상, 금속활자, 목화씨 같은 물건도 가져갔다. 시코쿠에 남은 많은 조선 불화는 전쟁이 종교미술과 문화재의 약탈전쟁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노성환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조선인 도공들이 현지에서 도자기 제작법을 전한 사례가 전승되며, 조선에서 반출된 다수의 불화가 오늘날에도 일본 사찰에 남아 있다.

일본 문화가 조선인의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적 성취만 강조하면 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가 사라진다. ‘문화전파’라는 중립적 표현 뒤에는 납치와 가족 해체, 강제노동이 존재했다.

6. 무덤과 전승을 통한 역사 복원

저자가 활용하는 자료는 국가의 공식 기록만이 아니다. 일본 지방의 향토지, 사찰 기록, 묘비, 족보, 지명, 전설, 제사 풍습 등을 폭넓게 조사한다. 이는 중앙의 기록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복원하기 위한 역사민속학적 방법이다.

어떤 지역에는 ‘조선인 무덤’이나 ‘당인총’이 남아 있고,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일부 조선인은 억울하게 죽은 뒤 재앙을 막아주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포로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을의 조상이나 수호신으로 기억된 것이다.

이러한 전승에는 사실과 전설이 섞여 있다. 따라서 모든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전승이 지속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지역에 조선인이 존재했고, 그 죽음이나 삶이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음을 뜻한다. 저자는 조각난 자료들을 맞추어 공식 역사에서 사라진 포로들의 윤곽을 되살린다.

7. 이 책의 가장 큰 성과

이 책의 첫째 성과는 임진왜란의 성격을 확장했다는 데 있다. 임진왜란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인 동시에 인간, 기술, 문화재를 약탈한 전쟁이었다.

둘째, 포로를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포로들은 일본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종하고, 결혼하고, 기술을 전하고, 상업에 종사하고, 때로는 무사가 되었다. 이들의 적응은 인간의 생존력과 능동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적응했다는 이유로 최초의 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셋째, 한국사와 일본사를 분리해서 볼 수 없게 한다. 일본의 도자기 산업, 지방문화, 종교사, 무사 가문 가운데 일부는 조선인 포로의 노동과 지식 위에 형성되었다. 임란포로는 한국사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일본 지역사의 구성원이 되었다.

넷째, 전쟁을 끝난 사건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변화로 파악한다. 전투는 몇 년 만에 끝났지만 포로와 그 자손에게 전쟁은 평생 또는 여러 세대 동안 계속되었다.

8. 한계와 비판

이 책의 장점인 지역별 사례연구는 동시에 한계가 되기도 한다. 각 지역의 사례가 병렬적으로 제시되면서 전체 포로제도의 규모, 포로 획득 방식, 거래망, 일본 영주들의 정책을 하나의 구조로 종합하는 분석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독자는 풍부한 개별 사례를 접하지만, 이 사례들이 도요토미 정권의 전쟁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더 체계적인 설명을 원하게 된다.

또한 묘지와 전승에 의존하는 연구는 자료의 신뢰성 문제를 안고 있다. 후대의 지역민이 만든 전설을 16세기의 사실로 곧바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인물의 출신지와 신분, 연행 경로가 불확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 역시 관련 연구에서 자신의 작업이 완결된 분석이라기보다 지역에 흩어진 자료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기초조사라는 성격을 지닌다고 밝힌다.

여성 포로의 경험이 충분히 복원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다. 기록이 남성 기술자와 무사, 상인을 중심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여성의 강제결혼, 성적 폭력, 가사노동과 후손 형성은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이는 저자의 관심 부족이라기보다 남아 있는 사료 자체의 남성 중심성에서 비롯된 문제이지만,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연구과제이다.

9. 평론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의 핵심은 일본에서 활약한 조선인의 업적을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 일본 도자기 발전에 조선인이 기여했다거나 조선인 포로가 무사와 상인으로 출세했다는 이야기는 민족적 자부심을 자극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관점은 포로들의 비극을 또다시 국가의 영광을 위한 재료로 이용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뛰어난 기술을 전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고향과 가족에게서 분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일본 사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여는 자유로운 이주와 교류의 결과가 아니었다.

이 책은 전쟁을 국가 대 국가의 대결에서 인간의 강제이동이라는 문제로 전환한다. 이런 시각은 임진왜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식민지 이주, 현대의 전쟁난민과 인신매매를 이해하는 데도 연결된다. 전쟁은 사람을 죽일 뿐 아니라 사람을 이동시키고, 이름과 언어와 가족관계를 바꾸며, 살아남은 사람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강요한다.

동시에 이 책에는 한일 화해를 위한 중요한 가능성도 담겨 있다. 일본의 일부 지역 주민들은 조선인 포로의 무덤을 보존하고 비석과 안내판을 세우며 제사를 올려왔다. 노성환은 이러한 기억의 실천이 어두운 역사의 반복을 막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화해란 가해와 피해를 뒤섞어 모두가 불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침략했고, 누가 누구를 강제로 끌고 갔는지를 분명히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위에서 일본 지역사회가 포로들의 흔적을 자기 고장의 역사로 받아들일 때, 조선인 포로는 더 이상 ‘외국에서 온 낯선 사람’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 속에서 함께 기억해야 할 존재가 된다.

10. 결론

<임란포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임진왜란사에서 지워진 사람들의 이름과 흔적을 찾아가는 책이다. 왕과 장군의 기록 아래 묻혀 있던 포로들의 무덤, 편지, 후손, 전승을 통해 전쟁의 진정한 비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이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순하다. 전쟁에서 끌려간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낯선 언어와 종교와 신분질서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야 했다. 그들이 일본에 남긴 기술과 문화는 찬란하지만, 그 출발점에는 폭력과 상실이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 문화에 공헌한 조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가 벌인 전쟁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이다. 임진왜란을 영웅과 승리의 서사에서 해방하여 포로, 난민, 이산가족의 역사로 다시 쓰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저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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