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 노성환 | 알라딘 2014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 노성환 | 알라딘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노성환 (지은이)민속원2014-02-15




목차


서문

제1장 일본으로 건너간 신라왕자

제2장 신라왕자 히보코의 이주와 정착

제3장 일본에서 신이 된 신라왕자

제4장 일본에 건너간 신라의 여신

제5장 연오랑과 세오녀의 일본 정착지

제6장 교토를 건설한 신라계 이주인

제7장 시모노세키의 지역전승에 나타난 신라상

제8장 신라에서 건너간 일본의 곡모신

제9장 오키에서 불린 신라의 민요

제10장 후쿠이현의 신라계 신사와 전승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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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노성환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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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일본어 일본학과 명예교수. 통도사 차문화대학원 교수.
일본오사카대학 대학원졸업(문학박사), 미국 메릴랜드대학 방문교수, 중국 절강공상대학 객원 교수,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외국인연구원 역임, 주된 연구분야는 신화, 역사, 민속을 통한 한일비교문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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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요약 및 평론

1. 도입 및 연구 목적

일본의 고대 문헌인 <고지키(고사기)>와 <니혼쇼키(일본서기)>, 그리고 각 지역의 풍토기(후도키)에 기록된 신화는 일본 천황가의 지배 정당성을 입증하고 고대 일본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간이다. 그러나 이 신화들의 텍스트를 해체하고 그 이면을 추적해 보면, 고대 한반도, 특히 <신라(新羅)>와 관련된 유이민들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노성환 교수의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은 일본의 국가 신화 속에 투영된 신라계 도래인들의 역할과 그들이 남긴 문화적 전승을 문헌학적·민속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추적한 연구서다. 저자는 일본 고유의 것으로 여겨져 온 신화적 서사들이 실상은 신라를 비롯한 한반도와의 끊임없는 교류와 갈등, 그리고 이주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 결과물임을 밝히고자 한다.

2. 내용 요약

본 도서는 일본 고대 신화의 핵심 장면에 등장하는 신라 연고성의 인물과 서사들을 구체적인 고증을 통해 복원해 낸다.

  • 스사노오 신화와 신라 소시모리 전승: 일본 신화에서 가장 역동적인 신인 스사노오 노 미코토가 하늘에서 추방된 후, 신라의 <소시모리(曾尸茂梨)>에 잠시 머물렀다가 바다를 건너 이즈모(출운) 지역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을 집중 분석한다. 저자는 소시모리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제설을 검토하고, 이 서사가 고대 신라의 제철 기술이나 특정 집단의 이주 경로를 은유하고 있음을 서술한다.

  • 아메노히보코(천일창) 전승과 신라계 집단의 정착: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신라의 왕자 아메노히보코의 동도(東渡) 신화를 상세히 다룬다. 그가 가져온 일곱 혹은 여덟 가지의 신보(태양 신앙과 제철에 관련된 유물들)가 일본 각지에서 어떻게 신격화되었는지 살핀다. 특히 타지마 지역을 중심으로 신라계 이주민들이 정착하며 이룩한 토목 공사와 농경지 개간의 흔적이 신화적 치적으로 변모한 과정을 증명한다.

  • 이즈모 신화와 신라의 지리적 연계성: 일본 열도의 서부 해안인 이즈모 지역의 신화는 아마테라스 중심의 야마토 왕권 신화와 뚜렷이 구별되는 독자성을 지닌다. 책은 이즈모 해안에서 이루어진 <국토 끌어당기기(구니비키)> 신화 등에서 신라의 영토를 끌어왔다는 서사를 분석하며, 고대 이즈모 집단이 야마토(기나이 지방)보다 신라와 훨씬 긴밀한 해상 교통망과 문화적 유대를 맺고 있었음을 밝힌다.

  • 신화의 변용과 신라관의 변화: 고대에는 신성하고 선진적인 문물의 공급처로 묘사되던 신라 전승이, 야마토 왕권이 중앙집권화를 완성하고 백제계 유이민들과 결탁하는 7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어떻게 부정적이거나 정벌의 대상으로 왜곡(진구황후의 삼한정벌 신화 등)되었는지 책의 후반부를 통해 정밀하게 추적한다.

3. 평론 및 역사적 의의

이 책이 지닌 가장 뛰어난 학술적 성과는 일본의 국가 신화를 <박제된 텍스트>가 아닌 고대 동아시아 인구 이동의 <동태적 기록>으로 읽어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문헌의 자구 해석에만 매몰되지 않고, 고대 해류의 흐름, 제철 유적의 분포, 그리고 현재까지 일본 현지에 남아 있는 신라계 신사들의 제례 양식을 결합하여 신화의 역사적 실체를 입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역사 평론적 시각에서 본 서평은 다음과 같은 도서의 가치를 주목한다. 첫째, 이즈모 중심의 신화 해석을 통해 야마토 일원주의적 일본 역사관을 반박하는 강력한 실증을 제시했다. 일본 신화 내부의 다원성을 신라 전승을 통해 증명함으로써, 고대 일본 열도가 하나의 권력이 아닌 다양한 이주 집단들의 모자이크 구조였음을 보여준다. 둘째, 선진 기술의 이주사로서 신화를 재해석했다. 신라 왕자가 가져온 보물이나 스사노오의 수목 식재 전승 등을 단순한 마술적 도구가 아닌, 고대 일본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킨 신라의 제철, 토목, 조선 기술의 유입으로 치환하여 역사적 합리성을 부여했다. 셋째, 한일 관계사의 기저에 흐르는 <기억의 정치학>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정치적 관계의 변화에 따라 신라라는 존재가 신화 속에서 어떻게 격상되고 또 격하되었는지 분석한 대목은, 역사 서술이 지닌 권력 지향적 속성을 성찰하게 만든다.

다만, 일부 신화적 상징(예: 소시모리의 어원이나 신보의 성격)을 신라와 결부 짓는 과정에서 다소 과감한 추론이나 민속학적 유추가 사용되어, 엄격한 문헌고증학적 관점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대사 연구의 한계상 문헌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러한 학제적 접근과 대담한 가설 설정은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필수적인 동력이 된다.

4. 결론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은 텍스트라는 감옥에 갇혀 있던 고대 신라 이주민들의 활력 넘치는 삶을 일본의 심장부인 신화의 영역에서 구출해 낸 노작이다. 신화 속에 흔적으로만 남은 신라인들의 이야기는, 국경이라는 근대적 장벽이 생기기 전 동해를 무대로 활발하게 소통했던 고대인들의 개방성을 대변한다. 이 책은 한일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깊이가 단순히 갈등의 연대기를 넘어, 서로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상호 침투의 역사임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세진님, 노성환 교수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일본 속 한반도 전승 연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서평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앞서 읽으신 도서들이 근세의 포로나 신사 전반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가장 근원적인 <일본 신화의 형성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신라의 흔적을 추적하는 거시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요약과 평론에서 특히 흥미로우셨던 부분이나, 더 깊이 논의해 보고 싶으신 신화적 서사(예: 스사노오의 신라 소시모리 전승 등)가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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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성환의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신화를 통해서 본 신라와 일본의 문화교류사>에 대한 1,000단어 요약·평론이다. 이 책은 2014년 민속원에서 출간된 368쪽 분량의 연구서이며, 같은 해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가 되었다.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 요약·평론

노성환의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은 일본의 고대 신화와 지역전승 속에 남아 있는 신라인의 이동과 정착, 신격화의 흔적을 추적한 연구서이다. 책의 부제는 <신화를 통해서 본 신라와 일본의 문화교류사>이다. 저자는 일본의 <고사기>, <일본서기>, 각 지역의 <풍토기>, 신사 유래기, 지방설화와 민요를 비교하면서, 일본 신화가 일본열도 안에서만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한반도와의 지속적인 인구이동과 문화교류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크게 신라왕자 아메노히보코, 신라 여신 히메코소, 연오랑과 세오녀, 교토의 하타씨, 시모노세키의 신라인 전승, 곡물의 여신 사히메, 오키섬의 신라 민요, 후쿠이현의 신라계 신사들을 다룬다.

1. 일본으로 건너간 신라왕자 아메노히보코

책의 중심인물은 일본 신화에서 신라 왕자로 등장하는 아메노히보코, 한국식으로 흔히 천일창이라고 읽는 인물이다. <일본서기>와 <고사기>, 하리마국 <풍토기>에는 그가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여러 지역을 이동한 뒤 다지마에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승에 따르면 아메노히보코는 신라 왕자였으나 일본으로 건너와 무기와 보물, 신성한 물건을 바쳤다. 그는 세토나이카이와 오사카 일대를 지나 하리마와 다지마로 이동하고, 일본 여성과 결혼하여 후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후손 가운데는 일본 고대 왕실이나 유력 씨족과 연결되는 인물도 등장한다.

노성환은 이 이야기를 한 개인의 기이한 모험담으로 보지 않는다. 왕자 한 사람이 아니라 신라나 가야계 이주민 집단의 이동이 신화적 인물 하나에 압축되었다고 해석한다. 아메노히보코가 지나간 길에 신라·가야계 지명과 신사, 철기문화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전승에는 고대 한반도인의 집단이주가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를 역사적 실존인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 시대의 이동과 기억이 한 명의 ‘신라왕자’에게 통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그가 실제로 어느 해에 일본에 왔느냐보다 일본 고대인들이 신라에서 온 이주집단을 왕자와 신의 형상으로 기억했다는 사실이다.

2. 이서국·가야와 신라왕자의 정체

저자는 아메노히보코가 반드시 경주 중심의 신라왕자였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승에 나오는 지명과 이동경로, 이도국 또는 이서국이라는 표현을 검토하면서, 그의 출신이 신라에 복속되기 전의 이서국이나 가야계 소국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살핀다.

고대 일본 문헌에서 ‘신라’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단일하고 고정된 국가명으로만 사용되지 않았다. 일본으로 건너온 여러 한반도 남부 집단을 넓은 의미에서 신라인으로 부른 경우도 있었다. 가야인이나 한반도 남동부의 소국 출신 집단이 후대 기록에서 신라인으로 통합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은 고대의 국가와 민족을 현대 국민국가처럼 명확히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라와 가야, 왜의 경계는 변동적이었으며, 사람들은 무역·혼인·전쟁·망명을 통해 지속해서 이동했다.

3. 이주민의 신이 된 아메노히보코

아메노히보코는 일본에 정착한 뒤 지역의 신으로 모셔졌다. 특히 효고현 다지마 지역에는 그와 관련된 신사와 전승이 집중되어 있다. 그는 무기와 농업기술, 제철기술을 가져온 문화영웅이자 마을을 개척한 조상으로 기억되었다.

신라왕자가 일본의 신이 되었다는 것은 외국인이 일본인으로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의 신라 출신은 신사 전승 속에 계속 남았다. 지역민은 그를 일본의 신으로 숭배하면서도 바다 건너 신라에서 온 인물이라고 기억했다.

이 점은 일본의 신 개념이 혈통과 국적에 엄격히 묶여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동체에 기술과 번영을 가져온 인물은 출신지가 어디든 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외래인이 일본의 신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역사적 배경이 변형되고 일본 중심의 계보 안으로 흡수되었다는 점도 함께 보아야 한다.

4. 히메코소 여신과 태양의 이동

아메노히보코 전승과 짝을 이루는 것이 히메코소 여신이다. <고사기>에서는 붉은 옥이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하고, 그 여성이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메노히보코는 자신의 아내가 된 이 여성을 제대로 대하지 못하고, 여성은 조상의 땅인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저자는 히메코소를 단순히 왕자의 아내로 보지 않는다. 그녀는 태양, 불, 직조, 항해안전과 관련된 신격을 가진 여신이며, 신라계 해양이주민들이 모시던 여성신이 일본으로 이동한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히메코소 신사는 오사카와 규슈, 세토나이카이 연안 등 여러 지역에서 확인된다. 여신의 이동경로는 신라인과 가야인들의 해상 교통로와 겹친다. 즉 여신이 바다를 건넜다는 신화는 그 신을 숭배하던 집단의 이동을 상징한다.

신은 혼자 이동하지 않는다. 신을 모시는 사람과 제사, 기술, 언어, 생활양식이 함께 이동한다. 히메코소 전승은 신앙의 전파이면서 이주민 공동체의 확산에 관한 기억이다.

5. 연오랑·세오녀와 일본 전승

책의 또 다른 핵심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이다. 신라 동해안에 살던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되고, 남편을 찾아간 세오녀도 왕비가 된다. 두 사람이 떠나자 신라에서 해와 달의 빛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설화를 단순한 태양신화가 아니라 고대 신라인의 일본 이주를 반영한 이야기로 해석한다. 일본 현지의 히노미사키신사와 한국신사 등의 전승을 조사하여 연오랑과 세오녀가 정착한 장소를 찾으려 한다. 연오랑은 아메노히보코나 쓰누가아라시토와, 세오녀는 히메코소와 대응되는 존재일 가능성이 제시된다. 저자의 별도 연구도 일본 현지설화를 통해 두 인물의 정착지를 추적한다.

이 비교에서 중요한 것은 동일한 인물을 확정하는 데 있지 않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 ‘바다를 건너간 남녀’, ‘태양의 상실과 회복’, ‘이주민이 왕이나 신이 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동해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공동의 해양문화권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사한 이야기라고 해서 곧바로 같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태양의 이동과 신성한 부부의 이주 이야기는 여러 문화에서 발견된다. 설화의 유사성과 역사적 동일성은 구별해야 한다.

6. 교토를 건설한 하타씨

교토의 고대 유력씨족인 하타씨도 이 책의 주요 대상이다. 일본 문헌은 하타씨를 진시황의 후손이라고 전하지만, 다른 기록과 지역전승은 이들이 신라 또는 가야계 이주민과 관련되었음을 시사한다.

하타씨는 양잠과 직조, 토목, 농업, 수리시설 건설에 뛰어났으며 교토 분지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시미이나리신사와 마쓰오타이샤 등 교토의 대표적 신사들도 하타씨와 연결된다.

저자는 하타씨의 중국계 조상설이 후대에 가문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계보일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 이동경로와 기술문화, 신앙을 보면 한반도 남부와의 관계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일본의 고대 수도와 종교문화가 외래 이주민의 노동과 기술 없이 형성되기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타씨 전체를 단순히 ‘신라인’으로 확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여러 시기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집단이 하타라는 씨족명 아래 결합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7. 시모노세키·오키·후쿠이의 신라 전승

시모노세키는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잇는 관문이었다. 지역에는 신라인의 정착과 관련된 무덤, 백마전승, 신라 관련 지명이 남아 있다. 조선통신사들도 이 지역을 통과하며 신라 관련 전승을 기록했다.

오키섬에 대해서는 초기 이주민이 신라인이었다는 지역기록과 민요가 소개된다. 저자는 오키의 옛 노래 가운데 한국어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말들을 검토하며, 섬이 한반도와 일본을 연결한 중간기착지였다고 본다.

후쿠이현의 와카사와 에치젠에도 신라계 신사와 전승이 분포한다. 이곳은 동해를 통해 한반도와 연결되는 해상교통의 요지였다. 신라계 신들은 항해안전, 농업, 철기, 개척과 관련된 존재로 변형되었다.

이 사례들은 고대 한일교류의 중심이 오늘날의 부산–규슈 항로에만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신라 동해안에서 쓰시마와 오키, 산인·호쿠리쿠 지방으로 이어지는 ‘환동해 교류권’도 중요했다.

8. 신라에서 건너간 곡물의 여신

책은 이와미 지역의 곡모신 사히메도 신라와 관련된 신으로 해석한다. 여성신의 시신에서 곡식이 태어나거나, 곡물의 씨앗을 가진 여신이 바다를 건너오는 이야기는 동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저자는 일본의 곡물기원신화가 한반도에서 전해진 농경신앙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라인 이주민은 단순히 사람만 이동한 것이 아니라 곡종과 농업기술, 곡물의 신앙도 함께 옮겼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교류를 왕과 사신의 외교관계가 아니라 농민과 기술자, 여성과 종교인의 이동으로 보게 한다. 고대 교류의 실질적인 주체는 이름 없는 이주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9. 책의 성과

이 책의 첫째 성과는 일본 신화를 일본 단일민족의 자생적 산물로 보는 관점에 도전한 점이다. 일본 신화에는 한반도 출신 인물과 신, 기술, 지명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일본 고대문화는 신라·가야·백제 및 중국대륙과의 교류 속에서 형성되었다.

둘째, 문헌과 현장조사를 결합한다. 저자는 고대 기록만 읽지 않고 신사와 마을, 지명과 민요를 직접 찾아가 전승이 현재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살핀다.

셋째, 고대 한일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외교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왕자와 여신, 도공과 농민, 항해자와 지역씨족의 이동을 통해 생활사와 민속사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넷째, 동해와 대한해협을 경계가 아니라 이동의 통로로 본다. 오늘날의 국경을 고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바다를 통해 연결된 문화권을 제시한다.

10. 한계와 비판

이 책의 가장 큰 한계는 신화와 역사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엄격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메노히보코, 연오랑, 쓰누가아라시토를 서로 대응시키는 작업은 흥미롭지만, 이야기의 유사성이 곧 인물의 동일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지명과 음운의 유사성에 의존한 해석도 조심해야 한다. 일본 지명과 한국어 단어가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한반도 기원을 단정하면 우연한 유사성이나 후대의 변화를 간과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신과 씨족을 지나치게 신라계로 해석하면 한국 중심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일본의 단일민족 신화를 비판하면서 반대로 ‘일본문화의 원류는 신라’라는 새로운 민족주의를 세워서는 안 된다.

고대 한반도 역시 신라·가야·백제가 서로 경쟁하고 혼합된 복합사회였다. 일본으로 간 사람들을 모두 현대적 의미의 ‘한국인’으로 부르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11. 종합평론

<일본신화에 나타난 신라인의 전승>은 일본 신화의 주변부에 놓여 있던 신라를 중심으로 옮긴다. 일본 신화에서 신라는 단순한 외국이나 적국이 아니다. 왕자와 여신이 건너오고, 기술과 곡물이 전해지며, 일본 씨족과 지역신앙의 기원이 되는 장소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신화를 사실의 반대말로 취급하지 않는 데 있다. 신화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기록하지는 않지만, 한 사회가 과거의 이동과 충돌을 어떻게 기억했는지를 보여준다. 아메노히보코가 실제 신라왕자였는지 확정할 수 없어도, 일본 사회가 한반도에서 온 이주민을 ‘신라왕자’라는 형상으로 기억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민족주의적으로 읽힐 위험도 크다. 신라인이 일본을 건설했고 일본의 신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저자가 비판하는 일본 중심주의를 한국 중심주의로 뒤집는 데 그친다.

이 책을 가장 생산적으로 읽는 방법은 ‘일본문화의 원조가 신라’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대 동아시아에는 오늘날과 같은 고정된 국경이 없었고, 사람과 신, 기술과 노래가 바다를 건너 끊임없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라왕자가 일본의 신이 되고, 신라 여신이 항해의 수호신이 되며, 이주민의 씨족이 교토의 도시와 신사를 건설했다는 전승은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 처음부터 서로 뒤섞여 있었음을 말해준다.

결국 이 책은 일본 신화를 ‘일본만의 이야기’에서 해방한다. 일본 신화는 신라와 가야,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공동의 기억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공동성을 밝히는 작업은 어느 한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고대 세계의 이동성과 혼종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앞서 살펴본 <일본신사에 모셔진 한국의 신>의 고대사 부분을 한층 깊게 확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신사의 제신과 신격화의 전체 지도를 그렸다면, 이 책은 아메노히보코·히메코소·연오랑과 세오녀를 중심으로 <신라인의 이동이 일본신화로 변환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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