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법정 - 지식인 승려 법정의‘버리고 떠나기’(시사만인보 032) | 시사만인보 32
강준만 (지은이)개마고원2014-10-15
1. 도서 개요
저자:
강준만 출간일:
2014년 (인물과사상사 <시사만인보> 시리즈 중 제32권) 대상 인물 및 저작: 법정 스님의 산문집 <버리고 떠나기> (1993년 초판) 및 시대적 지식인으로서의 법정 행보
2. 주요 내용 요약
무소유와 탈속의 정신: 법정은 단순한 종교인을 넘어, 현대 물질주의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성찰과 죽비를 던지는 탁월한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불일암을 떠난 결단:
<버리고 떠나기>의 배경이 된 1992년, 오랜 세월 머물던 불일암을 홀연히 떠나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향한 행보는 '소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는 철저한 실천의 기록이다. 강준만의 시선:
저자는 법정이 대중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이유가 단순히 종교적 설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언행일치)을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영적 갈증과 사회적 피로감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3. 평론
법정의 '버리고 떠나기'는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소유욕과 속물성에 대한 가장 우아하고도 강력한 거부 선언이다. 강준만은 이 책과 법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이 세속적 권력과의 타협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비움과 시대 비판에 있음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비판적 의의: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세속의 대중과 소통한 법정의 가치는 소유가 곧 능력으로 치환되는 괴물 같은 현대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한계와 시사점: 다만 이러한 탈속적이고 개인적인 구도(求道)의 방식이 구조적인 사회 악폐나 모순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탐욕을 경계하고 맑고 향기로운 삶을 지향하는 태도는 오늘날 더욱 절실한 시대정신으로 남는다.
강준만, <법정 ― 지식인 승려 법정의 ‘버리고 떠나기’>
강준만의 <법정 ― 지식인 승려 법정의 ‘버리고 떠나기’>는 흔히 알고 있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법정이라는 대중적 정신적 스승을 하나의 ‘지식인’으로 놓고, 그의 사상이 한국 사회의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었으며 또 어디에서 현실로부터 멀어졌는가를 따져 묻는 비판적 인물론이다.
먼저 출간 시점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자책은 2014년 개마고원에서 나온 약 52쪽 분량의 <시사만인보> 32권이지만, 본문은 원래 2000년 10월 출간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16 ― 종교는 영원한 성역인가?>에 실린 「‘현실 참여’에서 ‘은둔’으로 ― 지식인 승려 법정의 ‘버리고 떠나기’」를 독립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2010년 법정 입적 이후 그의 전 생애를 회고한 평전이 아니라, 2000년 시점에서 살아 있던 법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1. 왜 강준만은 법정을 ‘지식인 승려’라 부르는가
법정(1932~2010)은 단순한 선승이나 수필가가 아니었다. 1960~70년대 불교신문과 각종 매체에 글을 쓰고, 함석헌·장준하 등 재야 인사들과 교류했으며,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1970년대 초 불교계의 사회참여가 미약했던 상황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드문 승려였다는 평가가 있다. 1970년대 <씨알의 소리>에도 참여하면서 유신체제와 민주인사 탄압을 비판했다.
강준만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법정은 원래 세속을 초월한 ‘산중의 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글을 쓰며 현실에 개입했던 지식인이었다.
그런 법정이 1975년 서울을 떠나 송광사 불일암으로 들어간다. 당시 법정 자신도 사회 비판적 글쓰기에 몰두하다 수행자로서의 본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갈등을 느꼈고,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의 사형 집행 역시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는 연구가 있다. 이후 그의 삶은 점차 정치적 발언이나 조직적 사회운동보다 수행, 자연, 고독, 청빈, 비움으로 중심을 옮겨갔다.
바로 이 변화가 강준만 책의 핵심 주제인 ‘현실 참여에서 은둔으로’이다.
2. ‘버리고 떠나기’의 사상
법정에게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없애거나 가난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 소유물·지위·명예·관계·습관에 매이면서 자기 자신을 잃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무소유>에서 난초를 애지중지하다가 자신이 난초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난초에게 붙들려 있음을 깨닫는 유명한 일화가 이 사상을 상징한다. <버리고 떠나기>에서도 소비, 경쟁, 명예, 권력에 매인 현대인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법정의 <버리고 떠나기>는 실제로 그가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중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며 쓴 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준만도 법정의 이러한 삶의 진정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법정은 말로만 무소유를 설교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절의 직책, 재산, 편의와 거리를 두고 살려고 했다. 그의 글이 한국의 산업화·소비사회 속에서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는 상식을 흔들어 놓았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강준만의 질문은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개인이 욕망을 버리면 사회 문제도 해결되는가?”
3. 강준만의 핵심 비판 ― ‘사회적 차원’이 빠져 있다
강준만이 법정에게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인윤리와 사회구조의 관계이다.
법정은 전쟁, 빈곤, 환경 파괴, 정치적 갈등, 탐욕의 문제를 자주 비판하지만, 그 원인을 상당 부분 인간 개인의 욕심과 집착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욕심을 덜 부리고 검소하게 살며 서로 사랑한다면 세상도 좋아질 것이라는 접근이다.
강준만은 이 접근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에는 개인의 욕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권력관계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 정치권력, 국가, 언론, 시장, 지역과 계급의 격차 같은 문제는 마음을 비운다고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강준만이 문제 삼는 핵심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사회적 차원의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법정의 글에는 뛰어난 인간적·윤리적 통찰이 있지만 그것을 사회과학적 분석으로 연결시키는 다리가 약하다는 비판이다.
이 지점에서 강준만은 법정의 독서와 지적 관심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법정은 문학·종교·철학·자연·동양사상에는 깊은 관심을 보였지만 사회과학적 분석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약했고, 따라서 복잡한 정치·사회 문제를 때로는 인간의 탐욕, 도덕적 타락, 정신적 빈곤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언어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강준만의 법정 비판은 결국 ‘무소유’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무소유의 사회이론화’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4. ‘버리고 떠나는 것’은 해방인가, 회피인가
여기서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역설이 나타난다.
법정에게 떠남은 자유다. 권력에서 떠나고, 조직에서 떠나고, 소유에서 떠나고, 도시의 소음에서 떠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만난다.
그러나 강준만의 관점에서는 바로 그 떠남이 때로 사회적 책임으로부터의 퇴각이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법정은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수행자라고 해서 불을 끄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후 사회변혁의 언어보다는 개인적 수행과 정신적 쇄신의 언어로 이동한다. 따라서 강준만이 묻는 것은 이것이다.
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사회 속에 남아 권력과 부조리를 말해야 하지 않는가?
이 질문은 법정 개인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식인, 종교인, 수행자 모두에게 제기할 수 있는 고전적인 문제이다.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과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은 어디에서 갈리는가?
5. 그러나 강준만의 ‘은둔’이라는 규정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강준만 자신도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2000년에 쓰인 이 글은 법정의 변화를 ‘현실 참여 → 은둔’이라는 비교적 명료한 선으로 그린다. 그러나 이후 축적된 연구를 보면 법정이 1975년 이후 사회문제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 연구들은 법정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글을 썼고, 1990년대에는 시민운동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었으며, 환경·생명·종교 간 화해 등 다른 형태의 사회적 실천을 계속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법정의 변화를 ‘참여에서 도피로’만 읽기보다는 ‘정치적 직접 참여에서 생활윤리·생태·시민운동을 통한 간접적 사회참여로의 이동’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입체적이다.
강준만이 법정을 사회과학적 분석이 약한 지식인이라고 비판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모든 종교 사상가에게 사회과학자의 역할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도 가능하다. 법정이 하려 했던 것은 자본주의의 구조 분석이 아니라 그 구조를 떠받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6. 법정의 ‘무소유’를 다시 읽는 법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적 변화와 구조적 변화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정의 약점은 사회구조적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데 있고, 강준만식 비판의 약점은 인간 내면의 변화가 사회변화에서 갖는 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비주의를 예로 들면 분명하다. 과잉소비는 단순히 개인이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광고산업, 기업의 성장 논리, 신용경제, 사회적 지위 경쟁 등이 소비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 점에서는 강준만의 구조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구조가 존재한다고 해서 개인의 욕망과 생활양식의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떤 사회제도도 욕망하는 인간과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는 법정의 ‘덜 가지고, 덜 소비하고, 덜 집착하라’는 가르침이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두 사람을 결합하면 오히려 더 강력한 질문이 만들어진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라는 법정의 질문에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으며, 왜 어떤 사람은 버릴 것조차 갖지 못하는가?”라는 강준만의 질문을 덧붙이는 것이다.
평론
이 짧은 책의 가치는 법정을 흠집 내는 데 있지 않다. 한국 사회가 법정을 지나치게 ‘맑고 향기로운 성인’으로만 기억하면서 그의 사상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인물과 사상 16> 전체가 “종교는 영원한 성역인가?”라는 질문 아래 종교와 종교인을 비판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했던 강준만의 문제의식과도 일치한다.
동시에 약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 강준만의 법정 해석 역시 수정되어야 한다. 법정은 사회를 완전히 떠난 은둔자가 아니었다. 그의 참여 방식이 민주화운동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에서 생태·생활·시민운동·종교 간 화해로 변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결국 법정과 강준만 사이의 긴장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법정은 묻는다. “내가 먼저 탐욕을 내려놓지 않고 어떻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는가.”
강준만은 되묻는다. “개인이 탐욕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버리고 떠나기>를 오늘 읽는 가장 생산적인 방식은 ‘내면의 해방’과 ‘사회의 해방’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검증하는 두 축으로 읽는 것이다. 법정이 말한 무소유가 개인의 평온에만 머물 경우 사회적 무관심으로 흐를 수 있고, 반대로 구조적 정의를 말하면서 자신의 욕망과 삶의 방식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비판 역시 쉽게 또 다른 권력욕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강준만의 법정론은 법정에 관한 최종 평가라기보다, 오히려 법정의 사상을 더 깊이 읽게 만드는 ‘불편한 질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질문은 법정이 평생 강조했던 자기성찰의 정신과 의외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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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 1,500원김대중 4 - 김대중 정권과 지식인 (시사만인보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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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 1,500원강만길 - 한국 역사학의 희망, 강만길 (시사만인보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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