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9.02
중국 영화 'Dear You'가 말 못한 것들
[김유익의 내관(內觀) 차이나]
① '통전'이란 무엇인가
[요약]
화교 정체성과 영화의 흥행: 싱가포르와 중국의 미묘한 지정학적 관계 속에서, 광둥성 방언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 <Dear You>의 뜻밖의 흥행이 화교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동질감에 대한 복잡한 파장을 일으켰다.
'낙지생근'과 싱가포르의 경계: 싱가포르는 대륙의 정체성을 따르는 '낙엽귀근' 대신, 현지에 뿌리를 내린 '낙지생근'의 역사를 지닌 국가로, 중국과의 깊은 문화적 교감이 자칫 국민적 단결과 국가관에 심리적 혼동을 줄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통전 전술의 명암과 주변국 시선: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통전)'은 대내외 연합과 교류를 위한 핵심 전략이지만, 오늘날 화교 사회를 향한 문화적·심리적 접근이 주변국들로부터 날카로운 지정학적 경계와 정보전 논란을 동시에 낳고 있다.
리콴유와 덩샤오핑이 일군 국가간 관계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제3자의 눈으로 보자면 두 국가는 '가재는 게편'이라고 여겨지던 사이였다. ‘차이니즈'라는 공통의 ethnic(인종적)한 배경 때문이다. 싱가포르 건국이래 늘 인구의 70% 이상은 화인(華人)들이다.
조지 여(George YEO, 楊榮文)같은 싱가포르 전직 외교장관은 대놓고 중국 편이다. 어느 정도냐면, 심지어 중국이 필리핀 등의 아세안 국가들과 충돌을 불사하면서 공해에 가까운 남중국해에 집착하는 이유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미국이 핵무기로 중국을 공격할 경우, 이를 반격할 핵잠수함의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미국 초계기의 추적을 피해 항행할 깊은 바다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초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을 향해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큰 우려가 섞인 반발을 샀다. 그의 추정이 옳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해 준 셈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싱가포르가 중국편이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대륙에서 온 이민 1세대의 전통적인 중국인(Traditional Chinese)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출생해서 영어가 더 익숙한 현지중국인(싱가폴 해협을 뜻하는 스트레이트 차이니즈 Strait Chinese)들은 귀속감과 정체성이 서로 다른 존재들이다.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중국어로 교육하는 민립 난양(南洋)대학교는 화인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의 '소굴' 같은 곳이었는데, 1956년 개교이래 줄곧 싱가포르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1980년대에 문을 닫기도 했다.
1978년 덩샤오핑(왼쪽)이 개혁개방 모델을 찾기 위해 리콴유 당시 싱가포르 총리를 방문했을 때.1970년대 후반 리콴유가 중국을 방문해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만나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에서는 만다린(표준 중국어) 교육이 강화됐다. 꾸준히 양국관계가 개선된 끝에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에서 중국은 싱가포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 당시 중국공산당 간부와 관료들의 싱가폴 견학 열기가 한참 뜨거웠는데, 리콴유가 "주마간산(走馬看山)은 도움이 안된다"며 싱가포르의 대륙 직접 투자를 제안했다. 1994년 싱가포르가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투자해 쑤저우(蘇州)에 공업단지를 건설한 이후 양국관계는 순풍을 달았다.
중국 영화 'Dear You' 개봉과 양국 갈등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에 개봉해 최근까지 중국 대륙의 극장가를 달군, 중국 영화 <Dear You (給阿嬤的情書)>가 불러일으킨 싱가포르와 중국 관방매체간 논전의 여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지난 7월 13일자 싱가포르 관영매체 CNA(Channel News Asia)의 조사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올 6월까지 틱톡에서 30개 계정의 550개의 중국어 영상을 분석한 결과, 그중 98%가 AI에 의해 만들어진 '페이크 뉴스'를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I로 만들어진 수십 명의 여성 아나운서 캐릭터가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그리고 중국이 얽힌 '가짜 지정학' 관련 뉴스를 전파했다. 진실과 거짓말이 뒤섞인 뉴스라 걸려들기 딱 좋다. 그 직전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중국어 플랫폼 계정에서 발신한 14개의 인터넷 정보의 싱가폴 유포를 차단했다.
여기에는 싱가포르의 인도계 주민들에 대한 비난과 이와 관련한 싱가포르 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을 담고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인도인들에게 워킹 비자를 너무 많이 발급하다보니, 화인들의 인구 비율이 줄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사실무근이다. 예전부터 싱가포르에는 인도계 이주 노동자들이 주로 건설현장에 단기비자로 많이 들어왔는데,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인종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무엇보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 입장에서 민족간 갈등을 선동하는 해당 내용은 당연히 금기시 된다. '싱가포르 민족', 네이션(nation)의 단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 연방으로부터 독립할 당시에도 종족간 유혈분쟁으로 큰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CNA나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인터넷 정보 유포의 배후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 즉, 정치적 동기에 의한 누군가의 공작인지, 아니면 자극적인 내용으로 클릭수 장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영화 Dear You (給阿嬤的情書) 포스터영화 <Dear You (給阿嬤的情書)>는 원래 이 모든 소동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놓인 저예산 작품으로, 주연 배우들 대부분은 전업 배우가 아닌 아마추어 연기자였고, 중국 남방 광둥(廣東)성의 차오져우(潮州)방언을 사용해서 연기했다. 이 방언은 우리가 과거 홍콩영화로 비교적 익숙한 광둥성 대표 방언인 칸토니즈(cantonese)와도 전혀 다르다.
감독은 화교 이민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지역 근현대사를 통해, '정(情)과 의(義)'라는 전통적인 중국 인간 관계를 차분하게 표현했다. 정은 다양한 인연으로 엮여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말하고, 의는 공동체와 관계망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마땅할 원칙과 도리를 말한다.
중국 주류 영화에서 쉽게 발견되는 국가중심의 거대서사도 최대한 자제했다. 현대화가 상당히 진행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사회에서 점차 희박해져가는 가족과 친족, 동향 관계에 대한 감각이나 이런 관계를 매개하는 지역 문화를 설득력있게 다룬 덕에 전혀 예상치 못한 흥행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이 영화를 본,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聯合早報)의 특파원이 남긴 촌평이 다소 의외였다.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최고의 '통전(統戰)' 효과를 거둘만한 작품이라, 소름이 돋는다."
역시 화교인 싱가포르인 입장에서 영화가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감동적인 만큼 역효과를 우려한다는 뜻이다. '중국인'으로서의 ethnic한 정체성과 싱가포르 국민으로서의 국가관 사이에서 정서적인 혼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인 환구시보(Global Times)에서 "뭐 눈엔 뭐만 보이냐"라며 과도한 정치화라고 즉시 반발했다.
영화 Dear You(給阿嬤的情書) 동영상
화교들의 '낙엽귀근'과 '낙지생근'
중국인들은 흔히 혈연과 지연에 대한 애착을 '낙엽귀근'(落葉歸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온다)이라고 표현한다. 싱가포르는 역사의 격랑속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에 뿌리를 내린 화인 이민자들의 나라인지라 '스트레이트 차이니즈'를 중심으로 대신 '낙지생근'(落地生根 낙엽이 떨어진 곳에 새롭게 뿌리를 내린다)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들은 중국의 네이션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싱가포르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통전(統戰)은 통일전선전술(統一戰線戰術)의 줄임말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의 하부 기관으로 통일전선공작부가 있다. 통일전선전술은 원래 소련의 레닌이 제안한 방법론이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적'을 설정하고, "적의 적은 친구"라는 단순한 구도를 만들어, 공산당과 이념과 노선차이가 있더라도 주적에 맞서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동맹관계를 맺는다는 전술이다.
혁명운동 초기부터 중국 공산당은 이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마오쩌둥은 공산당의 세가지 법보(三法寶)중 하나라며 칭송했다. 중국역사 교과서에서 배우는 1, 2차 국공합작이 바로 이 전술에 기반한 것이다.
군벌들과 맞서기 위해 국민당 지도자였던 쑨원(孫文)은 소련의 힘을 빌리길 원했고, 중국 공산당도 이에 호응해 국민당과 연합전선을 펼쳤다. 2차 국공합작은 대륙을 침략한 일본 제국주의 군대와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과 주변 확교국가들의 '통전'
중국 공산당은 이밖에도 좌파적 성향의 화교들의 도움을 받았고, 봉건지배체제로부터의 해방을 내세우며 중국내 소수민족들을 '통전'의 대상으로 삼았다. 전후에는 특히 홍콩, 마카우, 대만 등이 중시됐다.
지식인들이 많이 소속된 민주동맹파 같은 중국내 여타 정당들도 통전의 기치 아래 여전히 공산당의 영향권 하에 있고 매년 열리는 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국정에 참여한다. 개혁개방후에는 비당원 민간기업가들이나 프리랜서 신지식인들도 이러한 협력의 대상이 됐다.
홍콩, 마카우가 중국에 반환된 후로는 대만이 가장 주요한 통전 목표대상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 한국의 통일부가 맞상대하던 곳이 2024년 폐지된 북한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인데 그 배후를 북한의 통전부라고 보기도 한다.
'통일'이나 '공작' 같은 한국적 맥락에서 부담스런 어휘가 주는 선입견을 거둬들이고 본다면, 지금 한국의 민주당 안에서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는, '뉴이재명'의 중도확장 전략을 연상할 수도 있다. 우파, 아니 극우에 가깝다고 해도, 헌법수호의 의지가 있고, 내란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면 함께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야말로 '한국식 통전'이다.
중국 공산당의 통전부는 2018년 상당히 큰 조직적 개편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기획업무에 치중하던 공산당의 통전부에 국무원 즉 행정부의 화교, 종교, 민족 관련 실행 업무에 대한 지휘권을 넘겨준 것이다.
중국공산당 통전부의 활동에 대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대만, 특히 현재 민진당 정부이다. 상호교류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극한 대립의 미소 냉전 시절 남북한이 모든 접촉을 불법, 반역, 간첩행위로 몰아가던 것과 비슷하다.
대만도 한때 대륙과 평화적 교류관계를 트며 이런 긴장된 분위기가 사라졌지만, 민진당 집권 이후에는 중국 정부의 유화 제스처나 민간 차원의 문화, 경제 교류를 모두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 영화가 공산당 국가의 동남아시아 화교들에 대한, 혹은 대만의 차오저우(潮州) 출신 주민들에 대한 통전 공작하에서 제작됐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뜻밖의 성공을 거둔 후, 통전부가 이를 모범사례로 삼아 자국민과 화교, 대만사람들의 '동포애'를 자극하고 있을뿐이다.
다만 통전공작 업무에는 공작 대상의 입장에서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심리전과 같은 지점들이 있다. 중국내 반간첩 활동을 하는 중국 국가안전부(國安)의 뿌리도 통전부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상호간의 평화적인 대화 행위와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간첩행위는 따로 떼어 놓고 보기 힘든 모양이다.
최근 몇년간 화교와 중국인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영어권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뉴질랜드,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 화교 교민활동이 자국 정치에 대한 간섭이나 간첩활동으로 지목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정상적인 로비활동으로 봐야할지, 불법적인 정보수집이나 내정간섭과 같은 반국가행위로 봐야할지 선을 긋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다음 편에 계속).

※ 김유익은 한중 문화교류 코디네이터다. 중국 광저우와 한국의 전남 목포를 오가면서 살고 있다. 중국 남방 지역의 사회,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쓴다. 늦깎이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인 아내 덕에 1/3쯤은 중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번역서로 <주변의 상실(글항아리, 2022)>, 저서로 <차이나 리터러시(한겨레출판사, 2023)>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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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You (2026)
Chinese · Drama / Family · 118 min · M
★ 9.2 (36 votes)
▸ Must watch
Released 2026-06-25
The verdict
Dear You landed among the stronger Chinese films of its release window. It carries a 9.2/10 on TMDB across 36 ratings, which puts it comfortably above average. It runs a manageable 118 minutes.
It had its theatrical run in Australia — check back here for its OTT arrival.
Story
Xiaowei travels to Thailand to find his "billionaire grandfather" who is out of contact due to debt problems, but unexpectedly find the one who has been corresponding with his grandmother for years is not her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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