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1

2026년 9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 Pyung-joong Yoon | Facebook

2026년 9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첫째, 이... - Pyung-joong Yoon | Facebook

Pyung-joong Yoon

 ·
2026년 9월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첫째,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이 대단히 빈곤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으며 
둘째,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정의 수호자가 맞는지 일반시민들이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월간중앙] 인터뷰는 이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
[직격 인터뷰]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가 분석한 ‘이재명 시대의 불안’    
[월간중앙] 26년 10월호, 박성현 선임기자

“시민들은 대통령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 의심한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계엄·내란 이후의 민주공화정 회복이라는 명분,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테크닉(기술), 입법·행정부를 장악한 정치적 힘을 모두 인정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대한민국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이 '명분'과 '기술', '힘'이 객관적 사실과 민주 공화정의 보편적 규범·절차를 넘어 사용되는 순간 집권자의 정당성은 무너진다는 잣대로 정국을 조망해왔다.

    [월간중앙]이 윤 명예교수를 만난 9월 7일은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 대로 떨어질 즈음이다. 정권 출범 1년 3개월 만에 단행된 중폭 개각이 빚은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은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윤 명예교수는 2026년 초가을의 대한민국 여론 동향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민주공화정의 수호자가 맞는지 일반시민들이 의심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정치철학자이자 공론장을 이끌어온 논객이기도 한 윤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이 '명분'을 잃게 되면서 국민적 신뢰감마저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그의 현실정치 비판은 개별 현안에 대한 디테일에 기초한 분석적 요소를 담았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움직임을 정치적 신념과 명분을 앞세워 '객관적 사실'을 무력화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말이라 우김)’라 비판했다. 청와대의 대법관 재(再)제청 요청과 관련해서는 선출권력이라는 이유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훼손하려 드는 사례라며 반박했다. 800조원 사업비가 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과 ‘AI 3강’이라는 목표 자체의 호소력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전력·용수·인력이라는 물리적 현실과 예비타당성 조사·환경영향평가·사회적 동의라는 절차를 외면할 근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명예교수는 "자신의 대의(大義)가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 절대적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집권여당의 일방주의적 행보에 이의를 제기했다.
    인터뷰 이후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범여권 차원에서의 전열 재정비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별개로 여권에 필요한 본질적 성찰과 결단의 과제에 대해 윤 명예교수에게 물었다.

 1년 전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이재명 포비아'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세계사적으로 어지러운 국면인 데다 더 이상의 실패한 대통령을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입니다. 한 발 잘못 내디디면 나라가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 국면입니다.“
    이 대목에서 윤 명예교수는 전국시대 말기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를 언급했다. 한비자는 '법(法)', '술(術)', '세(勢)' 통치 원리를 제시했는데 현대 정치에도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은 일종의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통치에는 대의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른바 '윤석열의 난'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의 보편 규범을 되살릴 책무, 명분을 갖게 됐다고 윤 명예교수는 말했다. '술'은 정치적 방략, 테크닉에 해당한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정치 테크닉은 대단히 현란했고,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위기 돌파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다음 '세'는 세력이다. 행정부 수장인 이 대통령과 그가 속한 민주당은 입법부도 압도적 다수로 장악했다. 윤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선용해 큰 업적을 남기길 바랬다"고 언급했다.
 2026년 9월 초순에 보여지는 이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민주공화정의 수호자가 맞는지 일반시민들이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대의명분에 대한 대대적 의심이지요. 인사의 난맥상부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등 전례가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의명분이 이 대통령 본인에 의해서 훼손되면서 지지율 수직 추락이라는 현상적인 증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명분을 잃게 되면서 국민적 신뢰감을 상실한 것이죠. 여기서 이렇게 말하고선 다른 데서는 말을 뒤집으며 빠져나가는 식의 정치 테크닉은 현실에 기반한 실용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적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국민이 깨닫게 된 거에요."
일 잘하는 대통령, 정부를 표방했지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정부가 일은 잘하리라 생각했어요. 지금 그 밑천이 다 드러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이 대단히 빈곤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근거를 찾는다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혼란이 국정 운영 능력의 빈곤을 증명하고 있어요. 반도체 산업 특수 덕분에 천문학적 세수(稅收)가 걷힙니다. 그런데도 민생 경제는 나락에 빠져들고 있어요. 자영업자들은 어렵고,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됩니다. 부동산 정책 또한 대대적 실패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경제논리에 맡겨야할 주식시장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재산상의 손실을 본 시민이 매우 많아요."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서 부동산 폭락을 언급했습니다.
     "그 주장은 역사적 경험과 오늘의 현실에 의해 반증(反證)되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합니다. 이 대통령하고 청와대 참모, 장관들이 실제 민생의 현장, 부동산 현장을 가보고서도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의아합니다.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총체적 실패를 경험했거든요. 이 대통령 본인도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진 않겠다, 공급으로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180도 말을 뒤집었어요. 신념에 따라 어떤 조치를 했더라도 부작용이 심하면 변화를 줄 순 있죠. 그런데 지금은 정책 자체가 현실에서 작동하질 않아요. 정부의 정책은 집 가진 사람들, 세입자들, 청년들과 퇴직자들 모두에게 괴로움을 양산해요. 이재명 정부가 정당성의 위기 (legitimacy crisis)를 맞고 있습니다."
정당성의 위기의 근원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입니다. 그걸 대통령이 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그게 (정당성 위기의) 알파요 오메가죠. 공소 취소와 관련해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 궤변의 행진, 저는 그걸 지록위마라고 불러요. 공소 취소는 민주공화정의 보편적 규범에 반(反)하는 시도입니다.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는 행위이죠."
 지난 8월 30일 개각이후 정국이 더 시끄럽습니다.
     "집토끼를 지키자며 농성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대통령 사익(私益)을 지킬, 그러나 국민에게는 호소력이 없는, 하자투성이 인물을 호위 전사로 내놓는 겁니다.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논란은 '작은 조국 사태'에 근접하고 있어요. 김 후보자의 중량감이 조국 전 장관의 중량감보다 떨어지기에 '작은' 이라는 표현을 붙인 거에요. 이 대통령은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리고 임기 내 22명을 임명합니다. 또 실질적인 4심제를 도입했어요. 야당이 공소취소를 위한 빌드업(Build up)이라고 할 때도 많은 시민이 설마설마했어요. 김승원 후보자 지명은 그걸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공소 취소는 이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 사건이 될 겁니다. 특검을 통하든, (공직선거법 등) 법 개정을 통하든 온갖 상상 가능한 경우의 수를 타진하는 것 같아요. 김승원 후보자를 고집하는 것은 민주공화정의 핵심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예요. 이런 게 바로 연성(軟性) 독재입니다."
연성독재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나요?
     "시스템은 그대로인 거죠. 법원, 시민사회,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 등등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민주공화정이 망가져 가는데도 말이죠. 급기야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의 재제청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이는 헌법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헌법에는 대통령이 재제청할 수 있다는 구절이 없어요.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대통령의 임명권은 총리나 장관을 임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적 임명권이라는 학설에 저는 동의합니다. 누구는 선출 권력이 비(非)선출 권력보다 우월하다면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실질적 임명권으로 재해석하기도 해요.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공화정의 근본 정신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재해석입니다. 대법원장을 자기 수족(手足)처럼 부리겠다는 것이죠. 국정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던 민주당과 여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정치적 대의와 신념이라는 이유와 명분을 내걸고 객관적 사실들을 다 무력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는 굉장히 위태롭습니다. 적대적 진영정치의 극단화와 열렬한 정치 팬덤이 결합하기 때문이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뿌리 깊은 지방 차별과 영·호남 갈등을 완화할 국가적 '대의(大義)'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이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로서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본인이 그랬잖아요. 민주화에 앞장서 온 호남 지역에 대한 역사적 보상의 측면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는 국가의 대의명분에 해당하기에 호소력이 있는 겁니다. 또 미래 AI 혁명의 선두 주자가 됨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호입니다.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고, 그게 우리의 미래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한 대중적 소구력을 갖습니다. IT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를 구축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전을 연상케해요. 나아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한비자의 '술(術)' 즉 정치적 방책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 지켜줄 수 있는 기반은 호남이거든요. 이는 또 차기 총선과 대선 승부수이기도 해요. 이렇게 대의명분과 강력한 정치적 방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주체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는 건가요?
     "이게 과연 실용주의적, 현실주의적 프로젝트인가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정치적 외압 가능성은 논외로 하죠. 800조원의 여윳돈이 있어 투자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봐요. 전기, 용수, 전문인력이라는 세 가지 결정적 문제가 걸립니다. 211조원의 빚을 진 한국전력이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24시간 365일 공급해야 하잖아요. 한전은 송배전망을 건설할 여력이 없어요. 3년여밖에 남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 재임 기간에 송배전망을 현실화시킬 수 있느냐? 아주 막막하죠. 더 심각한 건 용수입니다. 호남 반도체는 영산강 수계에서 용수를 끌어와야 하는데 영산강 쪽은 (수량이) 빈약해서 호남의 생활용수, 산업용수를 공급하기에도 빠듯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정부는 건설에 2년 안팎이 걸린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 사례와 비교하더군요.
     "현재 가동 중인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 사업비가 12조원입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800조입니다. 사업 규모에서 거의 70배 차이가 나요. 구마모토 공장은 호남 반도체 공장처럼 삼전닉스의 초고난도, 초청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은 모든 게 프리패스인데다 용지와 용수가 이미 다 해결된 상태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구마모토 케이스를 보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얼마나 거대하고, 어려운 사업인가를 실감해요. 최소한 10년, 20년을 잡아야만 하는 거국적인 프로젝트인 것이죠.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완공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얘기로 들립니다. 또 국가의 재원이라는 게 한정돼 있는데 (배분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어요."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등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는 절차도 패스되는 듯한 기세입니다.
     "광주 군 공항은 중요한 군사공항이기도 하고 미군 문제도 얽혀 있어요. 바로 옆에는 장록 습지도 있구요. 이런 핵심적인 이슈들을 우리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아요. 정상적인 민주 국가라면 시민사회가 존재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업무를 맡은 부서들이 있으며, 당연히 밟아가야 할 행정적 절차와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대부분 생략합니다. 오직 'AI 3강에 진입하겠다'라는 목표 하나에, 그 모든 민주적 절차와 동의를 다 무시한 채 뛰어넘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군사 독재 시대에 사는 게 아니잖아요? 호남 반도체를 그렇게 강행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과거 박정희 정권에나 가능했던 관치경제에 입각한 개발 독재를 이 첨단 반도체 산업에 다시 적용하겠다는 것이거든요. 민주당이 비난해 마지않던 게 바로 관치 경제, 개발 독재 아니었나요? 지금 그걸 반도체 산업을 통해, 광주 반도체 공장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인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대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명분에 집착해 절차를 뛰어넘을 때 벌어지는 미래를 내다본다면?
     "각종 행정 절차를 단순한 관료적 낭비로 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성립 후 70여 년 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축적해 놓은 성숙한 국가의 제도이거든요. 어떤 목표를 딱 내놓고, 그 목표를 위해서 이걸 다 파기해도 좋다, 국민이, 우리 한국 사회가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요?  저는 힘들 거라고 봐요. 지금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일단 첫 삽을 떼는 방식으로 절차에 따라 국민과 여론의 동의를 구하고, 다른 지역의 박탈감도 고려하면서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새만금을 보세요. 노태우 정권이 들어설 당시 대선 전략으로 엉뚱하게 제안된 것인데 이후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지지부진합니다."
    윤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5·18 역사왜곡처벌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한 적이 있다. 그는 진영 정치와 정치적 팬덤이 한국사회를 점점 '닫힌 사회'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닫힌 사회일수록 성역(聖域)이 늘어난다. 특정 세력이 역사 해석을 독점해 이론(異論)과 자유토론을 처벌할 경우 자유민주주의와 정면충돌한다고 경계한다.
 얼마전 배재고 야구팀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로 곤욕을 치렀죠?
     "배재고 일부 야구팀원이나 응원단의 그런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학생들의 선수 생명을 끊을 수도 있는 징계를 내렸는데 그 또한 엄청 과한 조치였죠. 나중에 해소되기는 했지만, 젊은이들의 미래를 꺾어버릴 수 있는 결정은 적절치 않았어요. 일부 정치인, 유튜버가 일과성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을 정치적 목표를 위해 악용하고 증폭시키기도 했는데 이는 극히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이진숙 국회의원이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이 여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출연자들이 5·18을 '소요 사태'로 표현하는 등 극단적인 발언을 했어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부정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낸 거죠. 이 의원이 그런 포럼을 개최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학술적 모임이 아니라 정치적 모임이었거든요. 5.18은 전두환 군사 쿠데타에 대항해 일어난 민주공화국 수호 행위라는 사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확인됐고, 이미 시민적 공감대도 형성된 사안입니다. 그런데 이를 거스르는 발언이 일부 참석자들에게서 나와 국민의 지탄을 받았죠. 국민의힘 계열 일부 의원들은 5월 광주를 폄훼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합니다. 민주공화국의 보편적 규범과 시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죠."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이 학술적 의견 개진조차 자유롭지 못한 성역(聖域)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익의 침해를 법원에서 확인하기 전에 특정한 사실을 불법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과거 ‘5·18 역사왜곡처벌법(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공론장에서 관련 발언을 금지시키고, 발언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하자는 주장도 민주당에 있었어요. 제가 이에 반대했던 건 우리 형법에 악의적 명예훼손에 대한 엄격한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너무나 많은 법을 양산하고 있어요. 그것도 특정한 당파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말이죠. 이런 접근은 아주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초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걸 절대적 성역, 금단으로 만들어 학술 토론도, 역사적 재조명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5월 광주를 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술의 장, 공론의 장에서는 토론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야 우리가 4·19 혁명도 재평가할 수 있는 것이고요. 생각과 토론의 장을 열어두는 게 5월 광주를 진정으로 위하는 성숙한 방안이라고 봅니다."
 같은 사실을 놓고 정반대의 평가가 속출하는 현실은 아이러니해요.
     "극단적 진영 대립으로 백(白)이 흑(黑)이 되고, 흑이 백이 되기도 합니다. 대법관 제청 문제가 그래요. 국내 한 일간지에서는 대법관 제청에 대한 2023년 사설과 2026년 사설이 동일한 팩트를 놓고 당위적 평가가 180도 달라요. 적대적 정쟁 정치가 한국을 황폐화하는 것이죠. 지식인들조차 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나요?
      "극단적 사례의 하나가 유시민씨입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이제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반어법이기는 하지만 실은 지식인의 존재 임무, 존재 의의를 포기한 선언이거든요. 권력 비판이 지식인의 존재 이유인데 권력을 옹호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지식인의 타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퇴행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지금은 유시민씨가 이재명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데요.
    "유시민씨를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유시민씨의 현 정권 비판은 정치인의 발언에 가까워요. 민주당 내부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일종의 담론 투쟁, 권력 투쟁의 일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튜버) 김어준씨를 지식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란 극복 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의 행보에 비판을 가할 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이재명 정부는 계엄과 내란을 극복한 '빛의 정부'이자, 선(善)'과 정의(正義)의 대표자라는 자의식에 충만해 있어요.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은 반(反)혁명 세력이자, 악(惡)의 세력인 거예요. 제가 지금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잖아요? 그러면 저더러 악에 부역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이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혁명은 숭고한 대의를 걸고 시작하지만 실정, 폭정이 연발되면서 지리멸렬하게 끝나거나, 오히려 반동을 불러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보통사람은 미온적인 자세로 돌아서는데 혁명의 주체들은 이들 또한 혁명의 잠재적인 적(敵)으로 취급하지요. 결국 혁명의 주체들이 소수화하면서 자멸의 길로 접어드는 겁니다."
이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요?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생사(生死)의 기로에 있어요. 정권 초기처럼 다수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받는 중도 통합 노선으로 가야 합니다. 또 산업구조의 재생산에 충실한, 경제 운용 능력이 증명된 경제관료를 중용하면 좀 더 긴 안목의 정책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국가 부채도 줄여야 합니다. 현금을 그렇게 살포하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죠.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살아남자면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합니다."
혼돈의 시기에 판단의 준거가 될 원칙, 잣대는 뭘까요?
     "저는 '객관적 사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자유 토론과 검증 앞에 열려 있는, 사실들의 느슨한 집합, 저는 이걸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객관적 사실이 존중받아야 해요. 이재명 정부의 정책도 사실에 입각해 검증해 봐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에) 호소력이 있는 것도 있지만, 부동산 정책처럼 작동하지 않는 정책들도 많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사실에 입각해 추진하고,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정책은 과감히 수정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실용주의입니다"
---------------------------------------------------
[월간중앙] 인터뷰 원문은 댓글에 링크했습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