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한국어로 써진 삼국시대의 역사책, 그리고 일본어 책을 몇권 소개시켜주세요.
===
세진님, 한국인 학자가 집필한 대표적인 삼국시대 관련 역사서와, 일본에서 출간되었거나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다루어 온 대표적인 도서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1. 한국어로 씌어진 대표적 삼국시대 역사책
<한국 고대사 속의 삼국> (노태돈 지음)
내용: 한국 고대사 학계의 거목인 저자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성립 과정과 통치 구조, 그리고 상호 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한 학술적 명저이다. 단순한 왕조의 흥망성쇠를 넘어 각 국가의 사회경제적 기반과 정치체제의 변화를 치밀한 사료 비판을 통해 밝혀낸다.
<삼국사기> 및 <삼국유사> (김부식 지음 / 일연 지음)
내용: 후세의 어떤 역사책을 보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원초적인 기록이다. <삼국사기>가 유교적 합리주의에 입각해 국가의 체제를 정비하며 편찬된 정통 사서라면, <삼국유사>는 민간 설화, 불교 설화, 건국 신화 등을 아우르며 고대인의 정신세계와 문화적 다양성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보물창고이다.
<한국 고대사의 재발견> (강인욱 외 지음)
내용: 고고학적 출토품과 유물을 바탕으로 삼국시대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 및 해양 세력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문헌 사료의 한계를 고고학 자료로 돌파하며 시각을 넓혀주는 대중 교양서이다.
Daum
2. 일본에서 씌어진(또는 번역된) 한반도 고대사 관련 주요 도서
<조선반도와 일본열도> (이노우에 히데오 지음 / 井上秀雄 『朝鮮半島と日本列島』)
내용: 고대 일본사와 한일 관계사를 연구해 온 저명한 일본 학자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가 고대 일본의 국가 형성과 문화 발전에 끼친 결정적 영향력과 교류의 실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룬 저작이다.
<고대 조선과 일본> (기묘 시게오 지음 / 木村茂光 등)
내용: 일본 고대사 학계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되는 연구서로, 임나일본부설 등의 민감한 쟁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삼국시대의 문물이 바다를 건너 일본 열도에 전파된 양상을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일본서기> (야마토 정권 편찬 / 현대어 및 한국어 번역본 참조)
내용: 8세기 초에 완성된 일본의 가장 오래된 고대 정사이다. 삼국시대 당시 왜(倭)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반도 정세(백제 및 신라와의 관계)가 왜곡과 과장을 포함하여 일방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역으로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 역학 관계를 외부자의 눈으로 역추적할 수 있는 핵심적인 원사료이다.
이 책들 중 한국의 시각과 일본의 시각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에 대해 추가로 비교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
네. McBride의 <The Three Kingdoms of Korea>와 비교해서 읽는다는 목적이라면, 단순한 대중 역사서보다는 “한국 학계가 삼국시대를 어떻게 구성해 왔는가”, 그리고 “일본 학계가 삼국을 동아시아사 속에서 어떻게 보았는가”가 잘 드러나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 책은 다음 다섯 권을 먼저 권합니다.
- 이기백·이기동, <한국사강좌 I — 고대편>(일조각, 1982).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종합 개설서입니다. 삼국의 국가형성·정치제도·사회·문화가 하나의 ‘한국 고대사’ 안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기에 좋습니다. McBride와 비교하면 가장 먼저 읽어볼 만합니다.
- 노태돈, <삼국통일전쟁사>(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9). 제가 특히 권합니다. 단순히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고, ‘삼국통일이라는 개념이 과연 성립하는가’부터 검토하며 고구려·백제·신라뿐 아니라 당·일본·토번 등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국제전으로 7세기를 해석합니다. McBride의 동아시아적 시각과 한국 학자의 시각을 직접 비교하기에 가장 좋은 책입니다.
- 노태돈, <고구려사 연구>(사계절, 1999). 고구려 전체 역사를 본격적으로 재구성한 대표적인 연구서입니다. 주몽설화, 초기 왕계, 부체제, 왕권과 귀족, 영역 확대 등 고구려 국가형성을 깊이 다룹니다. 상당히 전문적이지만 고구려 연구의 중요한 기준점입니다.
- 노중국, <백제정치사연구>(일조각, 1988). 백제 국가형성과 왕권·귀족관계·정치제도를 이해할 때 빠지기 어려운 고전적 연구서입니다. 지금도 백제 정치제도 연구의 주요 참고문헌으로 계속 인용됩니다.
- 이기백, <신라 정치사회사 연구>(일조각, 1974). 오래된 책이지만 한국 신라사 연구의 고전입니다. 단순한 왕조사가 아니라 지배세력의 변화와 정치·사회구조를 통해 신라를 해석했다는 점에서 이후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금 더 읽기 쉬운 신라사를 원한다면 김기흥의 <천년의 왕국 신라>(2000)도 좋습니다. 왕과 정치사를 중심으로 신라 천 년을 서술하기 때문에 위의 전문 연구서들보다 부담이 적습니다. 김기흥은 <새롭게 쓴 한국고대사>, <고구려 건국사>도 썼습니다.
일본어 책에서는 다음 다섯 권이 특히 비교 가치가 있습니다.
- 井上秀雄(이노우에 히데오), <古代朝鮮 — 고대 조선>. 제가 가장 먼저 권할 일본어 개설서입니다. 원래 1972년에 출간되고 2004년 講談社学術文庫로 다시 나왔습니다. 고조선에서 삼국, 통일신라까지를 다루는데, 저자는 “일본의 관점에서만 조선을 보는 것은 잘못이며, 조선문화는 일본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재료로만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즉 일본 중심적 고대한일관계사를 비판하고 한국 고대사를 독자적인 역사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속에서 보려 합니다. McBride와 비교하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 木村誠(기무라 마코토), <古代朝鮮の国家と社会 — 고대 조선의 국가와 사회>(吉川弘文館, 2004). 고조선에서 삼국까지의 국가형성과 사회구조를 제도사적으로 분석합니다. 군현제·촌락·관료제·신분제·외교 등을 다루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예 <東アジアの中の朝鮮三国 — 동아시아 속의 조선 삼국>이라는 관점에서 신라·고구려·백제를 봅니다. McBride보다 훨씬 전문적인 연구서지만 문제의식은 상당히 가깝습니다.
- 武田幸男(다케다 유키오), <高句麗史と東アジア — 고구려사와 동아시아>(岩波書店, 1989). 광개토왕비를 중심으로 4~5세기 고구려를 중국·백제·신라·왜와 연결하여 해석한 일본 고구려 연구의 대표작입니다. 고구려를 ‘한국사의 한 왕조’로만 보는 대신 당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강력한 행위자로 봅니다.
- 濱田耕策(하마다 고사쿠), <新羅国史の研究—東アジア史の視点から — 신라국사 연구: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吉川弘文館, 2002). 제목 그대로 신라를 동아시아사 속에서 분석합니다. 국학·제사·왕권·견당유학생뿐 아니라 신라인의 일본 이동, 신라-일본 외교, 신라-발해 경쟁까지 다룹니다. 신라를 ‘한국사의 통일왕조’가 아니라 당·일본·발해와 관계하는 하나의 동아시아 국가로 읽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武田幸男(다케다 유키오), <朝鮮の国家形成と東アジア — 조선의 국가형성과 동아시아>(勉誠社, 2025). 다케다 유키오의 연구를 사후에 모은 대형 논문집입니다. 삼한에서 삼국으로 이어지는 국가형성을 <삼국지> 동이전, 사회구조, 국제관계 등을 통해 분석합니다. 569쪽이 넘는 전문서라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필요한 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지금 Sejin님께 실제로 읽을 순서를 정한다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한국사강좌 I — 고대편> → 이노우에 히데오 <古代朝鮮> → McBride <The Three Kingdoms of Korea> → 노태돈 <삼국통일전쟁사> → 기무라 마코토 <古代朝鮮の国家と社会>
이렇게 다섯 권을 나란히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차이가 보일 것입니다.
특히 세 책의 기본 질문이 다릅니다.
한국의 이기백·이기동 계열은 대체로 “한국 고대국가는 어떻게 형성·발전했는가”를 묻습니다. 이노우에와 기무라 같은 일본 학자들은 “고대 한반도의 여러 국가가 동아시아 속에서 어떤 국가와 사회를 형성했는가”에 더 관심을 둡니다. McBride는 거기에 종교·신화·문화교류를 더욱 강하게 결합합니다. 노태돈은 한국 학자이면서도 ‘삼국통일’을 동아시아 국제전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양쪽을 연결해 주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 권만 더 읽는다면 저는 노태돈의 <삼국통일전쟁사>를 먼저 권합니다. 조금 전 질문하신 “McBride가 한국인 역사학자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문제를 실제 한국 학자의 연구와 대조해서 확인하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