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한,김동철,김현옥 (지은이)책갈피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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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자 과거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지난 우파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과거를 입맛에 맞게 바꾸려 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봄으로써, 지배자들의 시각에서 서술한 역사를 속 시원하게 반박할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진보적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기존 시도들의 약점도 살펴본다.
목차
들어가며
한국 현대사 연표
1장 해방 ─ 새로운 사회는 가능했는가?
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말라
신탁통치 ─ 미국이나 소련의 감독은 필요 없다
해방 공간에서 좌파의 전략
중간파와 김구의 길이 대안이었을까
북한 ‘인민민주주의 개혁’의 본질
해방 정국의 좌우합작과 민족통일전선
2장 한국전쟁 ─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한국전쟁 ─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남의 땅에서 힘을 겨룬 두 강대국
한국전쟁, 누구의 전쟁인가
3장 4·19에서 10·26까지 ─ 노동계급이 전진을 준비하다
4·19 혁명 ─ 냉전 독재 체제에 대한 저항은 가능하다
5·16 쿠데타 ─ 억압적 근대화 프로젝트의 시작
박정희 개발독재와 남한 자본주의
한일회담 반대 투쟁 ─ “배고파서 못 살겠다. 매판자본 잡아먹자”
베트남 민중의 피로 경제성장의 시동 걸기
4장 5·18에서 1987년까지 ─ 노동계급의 역사적 전진
광주 민중 항쟁 ─ 한국 노동계급 운동의 변곡점
1987년 6월 항쟁 ─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 노동계급의 결정적 힘을 보여 주다
후주
접기
책속에서
광주 민중 항쟁과 역사적 의의
전두환은 12월 12일 정승화를 박정희 살해 공모 혐의로 체포하면서 ‘12·12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뒤 전두환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였다. … 그리고 주요 방송과 신문사를 회유·통제하는 ‘K공작’을 펼친다. 새로운 ‘King’ 전두환을 국가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대응은 초라했다. 김영삼은 … 신군부와 흥정을 잘 하면 자기가 대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고 있었다. 김대중은 재야·학생 운동을 자제시키기 급급했다. 군부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 5월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정문에 1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 학교를 지키고 있던 공수부대는 쇠심이 박힌 살상용 특수 곤봉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 학생들을 쫓아가 머리를 강타하고 실신하면 질질 끌고 갔다. … 22일 광주는 해방구가 됐다. 시민군은 자체 조직을 정비해 계엄군의 반격에 대비하면서 시내의 치안을 유지하는 일을 했다. 모든 차량을 등록하고 구호·연락·수송·보급·순찰·전투 등의 임무를 나눠 조직했다. 사재기나 매점매석은 일어나지 않았다.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은행이나 신용금고에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 25일 투쟁적인 항쟁 지도부가 구성됐고, 26일 마지막인 5차 궐기대회가 도청 앞에서 열려 최후 투쟁을 다짐했다. 계엄군은 최후통첩을 보냈다. 항쟁 지도부는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계엄군과 싸워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죽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 광주는 물리적으로는 패배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와 해방을 원했던 사람들의 열망이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전두환에 대한 ‘역사의 복수’라 할 만하다.... 더보기
1987년, 민주주의를 쟁취한 주역은 누구인가
6월 10일 마주보고 달리는 두 개의 열차가 충돌했다. … 전두환 정권은 대중의 열망과는 정반대로 군부독재를 지속하고자 했다. … 거리에서는 1960년 4·19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거리 곳곳에서 경찰은 무장해제되거나 시위대에게 곤욕을 치렀다. … 22개 지역에서 수십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어떤 지역은 경찰이 아예 진압을 포기하기도 했다. … 그러나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6월 항쟁 기간 내내 동요하며 …· 투쟁을 전진시키기보다 정치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김대중 부인 이희호는 … 자서전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일 말고 우리[김대중을 포함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고 회고했다.] 김대중 측은 김영삼과 함께 국본 내에서 신중론을 펴며 대규모 집회 계획 연기를 주장했다. … 야당이 동요할 때 실제 투쟁을 전진시킨 것은 거리의 대중이었다. 국본이 주최한 세 번의 대규모 집회 외에도 국본이 주도하지 않은 거리 시위가 매일 벌어졌다. … [6월 항쟁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본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에서는 삶이 그대로인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억압적 노동 통제하에서 억눌려 온 노동자들의 요구는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 1987년 6월 항쟁을 뒤이은 7~9월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계급의 결정적 힘을 보여 주며 군부독재의 반동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 더보기
박정희 개발독재의 그늘
박정희 시대는 국가의 ‘지도’ 아래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져 남한 자본주의가 자율적인 자본축적의 중심을 확립한 시기였다. … 남한의 경제성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이뤄졌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선진 자본주의의 기술을 단기간에 학습함으로써 후발 공업국의 이익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 베트남전쟁은 남한 재벌에게는 축복이었다. … “한국은 베트남 참전국으로서 파병군인의 송금, 미군의 물자 조달 등을 중심으로 연간 2억 달러, 1965~1972년 누계 10억 2200만 달러에 달하는 특수를 얻었다.” [그러나] 한국군은 … 4687명이 전사했고, 1만 명 이상이 크게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4만 1000명의 적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고, 어느 조사를 보면 900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 노동자들의 희생과 이를 강요하는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접기
한국전쟁, 누구의 전쟁인가
소련과 미국 모두 전황이 불리해졌을 때 각각의 꼭두각시 정부를 버릴 것을 검토했다. 소련은 압록강까지 유엔군이 진격하고 중국이 참전을 주저하자 미련 없이 북한을 포기하려 했다. … 중국군이 참전하고 다시 38선이 돌파되자 미국은 한국군의 소개疏開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 1951년 중국군의 5차 공세가 실패로 끝나면서 전쟁은 지금의 휴전선과 비슷한 곳에서 지루한 소모전 형태를 띠게 됐다. … 김일성은 중국군의 5차 공세 실패 이후 휴전을 원했다. 그러나 … 저우언라이와 한 회담에서 스탈린은 “북한이 잃는 것은 인명뿐”이라며 전쟁의 지속을 주장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이 끝나면 중국이 남쪽으로 호찌민을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과 소련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은 남북한 민중에게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다. 그들은 남북한 민중의 삶과 처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 미국과 중국이 정전협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을 때 어느 보수 성향의 남한군 하급 장교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6·25사변이라고도 부르고 한국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이 전쟁은 우리들의 싸움인 동시에 강대국들의 전쟁이다. 아니 우리들은 강대국 간의 대리전을 치렀다. 우리들은 용병이고 총탄받이였다. 우리들은 수백만의 동포를 죽인 죄인이며 바보 천치 못난 것들이다.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길이 없다. 무슨 까닭에 피를 흘리고 무슨 까닭에 죽었는가 하는 의문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접기
해방 정국, 좌우합작이 효과적 대안이었는가
해방 공간에서는 미국과 소련 양쪽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열망이 강력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압도 다수가 대안 체제로 사회주의를 선호했음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이것은 대체로 분단만은 피해야 한다는 열망의 결과다. … 이런 ‘민족 단결’ 정서는 여운형 같은 중도 좌파가 1946년 이후 좌우합작 운동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좌익의 잘못된 정책으로 좌우 모두에 대한 양비론과 냉소도 커졌다. 당연히 이는 노동계급 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노동계급의 행동과 의식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민족 통일 국가 수립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도 좌우합작, 민족 단결이라는 방식은 효과적일 수 없었다. 당시 통일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데 최대의 방해 세력은 미국과 소련 제국주의였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미국은 우익과 자본가, 친일 관료들을 육성해 이들을 지배 파트너로 삼고자 했으므로 이들에 맞선 투쟁을 통일 민족 국가 건설과 분리해서는 안 됐다. … 자본가, 지주, 친일 관료에 맞선 투쟁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당연히 노동자·농민의 계급적 요구를 고무해야 했다. 그러나 좌우합작, 민족 단결 사상은 노동자·농민의 투쟁을 억제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이득을 얻는 세력은 우익과 미군정뿐이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한규한 (지은이)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 대학원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에서는 주로 한국의 민족주의와 관련한 주제로 탐구했다. 노동자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단체의 저널들에 한국 현대사에서 제기되는 쟁점들과 관련된 기사와 논문을 많이 기고했다.
최근작 :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김동철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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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책갈피, 2018)와 《새 세대를 위한 3·1운동사: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시각》(노동자연대, 2019)의 공저자다. 격월간 잡지 《마르크스21》과 반자본주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에 한국사 관련 논문과 기사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고,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사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작 : <최근 한국 현대사>,<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 총 3종 (모두보기)
김현옥 (지은이)
단국대학교 사학과와 동국대학교 역사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중·고등학교에서 9년째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2018년 현재 전교조 구리·남양주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작 :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출판사 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책은 주되게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입각해 서술한 책이다. 이는 무엇보다 체제를 지배하는 지배계급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데 반대한다는 뜻이다. 인류가 상호 대립하는 계급사회로 이행한 이래 어느 계급에게나 보편타당한 역사 해석은 거의 존재할 기반이 없었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들은 결국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
한국 현대사를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제국주의 열강, 독재 정권, 재벌을 위시한 자본가들의 한국 현대사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의 친일과 친미를 정당화하는 친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뿐만 아니라 군부 독재를 정당화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한다. 마르크스주의적 역사관은 가장 먼저 이런 역사 해석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한편, 일본의 식민 지배 경험, 열강들의 개입 때문에 민족이 분단되고 급기야 끔찍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경험, 야만적인 군부독재와 그 후원을 얻어 탐욕스럽게 몸집을 불린 재벌의 횡포 등 한국 현대사의 현실 속에서 좌파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적 사상이 자라났다. 이 사조들은 한국전쟁으로 노동계급 운동이 극히 위축된 속에서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극복하고자 분투해 왔다
좌파 민족주의와 민중주의 사조가 사회 개혁을 위해 종종 아래로부터 저항을 지지한다는 점은 마르크스주의와 비슷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그 ‘파행적 운영’에 주로 주목한다. 이에 비해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드러내고 이를 근본에서 변혁할 노동계급의 독특한 구조적 힘에 주목해 역사를 바라본다.
대통령을 파면시킨 거대한 촛불 시위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사드 배치 강행이나 핵 발전소 추가 건설 승인 같은 공약 파기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이것은 아래로부터 운동이 지속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개혁은 선한 의지를 가진 엘리트들이 대중에게 하사하는 선물이 아니다. 역사는 오직 아래로부터 대중행동만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알려 준다. 그리고 역사는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이 그럴 힘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역사관은 바로 이 점을 옹호하고자 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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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구매자 (1)
살아 있는 목소리!
혹자는 이 역사책의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생각할지 모른다.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한국 현대사의 시각이 얼마나 치우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bak002 2018-07-17 공감(2) 댓글(1)
Thanks to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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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한·김동철·김현옥 공저의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2018, 책갈피) 요약 및 평론입니다.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요약
국내도서 - 교보문고
이 책은 토니 클리프(Tony Cliff)의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계열에 속한 국제사회주의자(IS) 조류의 관점에서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의 궤적을 재해석한 저작이다. 저자들은 남한 지배계급 중심의 보수적 우파 서사는 물론, 북한 체제를 진보적이거나 반제국주의적 대안으로 미화하는 좌파 민족주의(NL) 및 스탈린주의 계열의 역사관을 동시에 비판한다. 역사를 추동하는 진정한 주체는 국가 지도자나 민족 엘리트가 아니라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계급투쟁'이라는 시각을 일관되게 견지한다.
첫째,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에 관한 분석이다.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 전역에서 분출한 인민위원회와 노동자들의 자주관리운동은 지배질서를 위협하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적 열망'이었다. 그러나 남한을 점령한 미군은 친일 경찰·관료를 온존시키며 민중운동을 유혈 진압했고, 북한을 점령한 소련군 역시 대중을 통제하며 스탈린주의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수립했다. 저자들은 한국전쟁을 ‘자유 진영의 수호’도 ‘민족해방전쟁’도 아닌, 냉전기 미·소 제국주의 진영 간의 대리전이자 두 국가자본주의 지배계급이 한반도 민중의 희생을 딛고 패권을 다툰 전쟁으로 규정한다. 북한 정권 또한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관료가 국가를 통해 잉여가치를 수탈하는 ‘변형된 자본주의 체제’에 불과했다고 본다.
마르크스21
둘째, 박정희 정권의 고도성장과 국가자본주의 발전 모델이다. 주류 학계가 칭송하는 ‘한강의 기적’은 위대한 지도자의 영도력이 아니라, 냉전 질서 속 미국의 군사·원조 지원과 혹독한 노동 착취를 바탕으로 달성된 자본 축적의 결과다. 국가는 재벌을 육성하고 은행을 장악해 자본 축적을 지휘했으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노동운동에 대한 물리적 폭력으로 이윤을 쥐어짰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성장한 거대한 산업 노동계급은 이후 지배체제를 뒤흔들 잠재적 무덤 파는 자(gravedigger)로 떠오르게 된다.
셋째, 민주화 운동과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것은 중간계급과 자유주의 야당의 성과로 평가받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배계급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사회 구조를 뒤흔든 것은 7·8·9월에 전국 공장과 광산으로 확산된 거대한 노동자 파업 물결이었다. 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독자적인 계급의식을 형성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건설했다.
마르크스21
넷째, 1997년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적 재편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시기 동안 지배계급은 이윤율 저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했다. 저자들은 민주당계 자유주의 정권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관리자이자 국가기구의 수호자에 불과했음을 지적하며, 체제 내 개혁이나 정권 교체로는 계급 모순과 착취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대안은 오직 국경을 넘어선 국제 노동계급의 단결과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혁명뿐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비판적 평론
<장점: 양비론을 넘어선 독창적 계급 시각>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가 지닌 최대의 미덕은, 한국 현대사 논쟁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이분법적 구도를 단호히 해체한다는 점이다. 남한 우파의 '건국-산업화 영웅주의'와 주사파·민족해방(NL) 진영의 '민족 자주 대 외세'라는 도식은 모두 국가권력과 민족주의를 중심에 둔 엘리트주의적 관점이다. 저자들은 북한을 사회주의로 보지 않고 '관료적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함으로써, 남북한 지배계급 모두를 민중 착취의 주체로 호명한다.
또한 역사의 주도권을 지도자나 정당이 아닌 파업과 대중 시위를 벌인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손에 되돌려놓는다. 1987년 체제를 평가할 때도 6월 항쟁의 정치적 타협보다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물질적·계급적 파괴력에 정당한 무게를 부여하는 분석은 한국 자본주의의 동학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한계와 비판적 지점>
첫째, 이론적 엄밀함보다 정치적 결론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 하먼(Chris Harman)과 토니 클리프의 국제사회주의 전통을 한국사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역사적 사태를 '지배계급 대 노동계급'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거칠게 끼워 맞추는 기계적 환원주의가 나타난다. 한국 사회의 독특한 지정학적 조건, 복합적인 중간계층의 역할, 민족주의 담론이 대중에게 발휘했던 진정한 정서적 흡인력 등을 단순히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이나 부르주아적 한계로 일축해 버린다.
둘째, '국가자본주의론' 적용의 편의성이다. 북한을 비롯해 현실 사회주의권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는 입장은 스탈린주의의 범죄와 소련 블록의 붕괴로부터 마르크스주의의 도덕적 정당성을 보존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방어 논리다. 그러나 실제 가치법칙, 시장 메커니즘, 경쟁적 자본 축적 양식이 북한 체제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빈약하며, "소련과 북한도 자본주의였다"는 선언적 규정에 의존하는 측면이 짙다.
셋째, 현실 정치 전략의 부재와 공허한 급진주의다. 책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와 기존 좌파 정당·조직들의 타협주의를 통렬히 비판하지만, 그렇다면 오늘날 고도로 분절화된 노동시장(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플랫폼)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조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혁명적 선언 외에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한다.
<총평>
이 책은 편향된 국가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의 안개를 걷어내고, 계급과 생산 관계라는 날카로운 렌즈로 한국 사회를 해부한 도발적인 현대사 개설서다. 특정 정파(노동자연대 계열)의 교조적 교재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남북한 지배 권력 모두와 거리를 두며 ‘민족’이 아닌 ‘세계 노동계급의 해방’을 준거점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한국 현대사의 본질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유의미한 지적 자극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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